<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 가지 이유> 포스터. 맥주를 마시는 남자
                                  주인공(한재석)에게 섹시한 속옷 차림의 일곱 여주인공이 달려드는
                                  모습을 담았다.
 
김유진 감독의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1993) 이후 태흥영화사 작품에 잇따라 출연했다. 김홍준 감독의 <장미빛 인생>(1994),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1994)이다.

김유진 감독과의 인연도 계속됐다. 옴니버스 영화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1996) 가운데 제1화의 연출을 맡은 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는 한 남자와 그가 만난 일곱 여자와의 삶과 사랑에 얽힌 해프닝을 담은 ‘시퀀스영화’(각기 다른 에피소드가 하나로 이어지는 작품)다. ‘맥주는 내가 다른 맥주를 마셔도 질투하지 않는다’ ‘언제나 맥주는 내가 처음 오픈한다’ ‘맥주는 친구와 나누어 마실수록 더 맛있다’ ‘맥주는 누구라도 함께 나눠 마실 수 있다’ ‘맥주는 언제 어느때나 망설임 없이 따 먹을 수 있다’ ‘맥주는 겉만 봐도 그 내용물을 알 수 있다’ ‘한번 마신 맥주를 평생 마셔야 될 의무는 없다’등 일곱가지 에피소드를 엮었다. 강우석ㆍ김유진ㆍ박종원ㆍ박철수ㆍ장길수ㆍ장현수ㆍ정지영 등 일곱 감독이 한 에피소드를 맡았다. 

이 영화는 1996년 2월 17일에 개봉됐다.  박철수 감독이 연출한 제4화가 이질적이라는 이유로 삭제된 가운데 개봉, 작품ㆍ오락성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하지만 제작 초기에는 한국영화사에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장편 극장용 영화가 제작된 적이 없고 소재 또한 파격적이어서 뜨거운 화제를 낳았다. 

어쨌든 김유진 감독은 “어린이영화로 데뷔시켰으니까 성인영화로 은퇴시키겠다”면서 자신이 연출을 맡은 제1화 <맥주는 내가 다른 맥주를 마셔도 질투하지 않는다>에서 일명  ‘화요일의 남자’ 역을 해보라고 했다. 연출부를 시켜 팩스로 시나리오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받기 전에 일단 부장에게 여쭤봤다. 내용이 좋든 나쁘든 부장이 안 된다고 하면 골똘히 읽어볼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을 간략하게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뭔데?”  “저…. 출연 제의를 받았는데요.”  “해. 이제까지 했잖아. 사람이 실없기는.”  “근데 그게…. 베드신을 해야 해서요.”  “그래? 해. 비디오용 에로영화는 아닐 거 아냐?”  “아네요.”  “해. 예술이잖아. 예술을 하는데 뭘 신경 써.”

뜻밖이었다. 부장은 화끈했다. 물어본 내가 민망할 정도였다. 잘못한 일을 하다가 들킨 뒤 꾸지람을 듣고 돌아섰을 때처럼 뒤통수가 따가웠다.

‘화요일의 남자’는 스타 조련사인 여주인공(신희조)이 운영하는 음반회사의 직원이었다. 그가 ‘화요일의 남자’로 불리는 건 매주 화요일 밤마다 여사장을 온몸으로 모시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나리오와 극중인물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이 영화가 비디오로 출시된 뒤에 오가며 만나는 선후배와 동료들이 내게 던질 거로 예상되는 말이 거슬렸다.

고민 끝에 김 감독에게 회사핑계를 대며 불가능하다는 뜻을 전했다. 굴러 들어온 복(?)을 내 발로 걷어 찬 것이다. 훗날 이 이야기를 들은 동료들은 자신을 추천해 주지 그랬느냐며 혀를 차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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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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