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용 감독(사진 아래)이 새 영화 <꽃신을 신고>를 연출한다. <꽃신을 신고>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다룬 100억원 대 극영화다. 이같은 영화가 제작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제까지 극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1991·감독 지영호)가 고작인 데에서 알 수 있다. 2002년 한국의 이유진, 중국의 진위탐, 재일교포 김구미자가 참여한 가운데 <천황의 선물>(감독 임선)이 한 호텔에서 제작발표회를 가졌지만 결국 찍지 못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조명한 극영화는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1991)에 지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는 일곱 편이 소개됐다.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1995·감독 변영주) <낮은 목소리2>(1997·감독 변영주) <침묵의 소리>(1998·감독 김대실) <낮은 목소리3-숨결>(1999·감독 변영주) <침묵의 외침>(2003·감독 안해룡·박영임·김정민우)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2007·감독 안해룡) <끝나지 않은 전쟁>(2008·감독 김동원) 등이다. 이밖에 애니메이션 <붉은 나무>(2003·감독 한남식), 단편 <몸>(2002·감독 김남기) 등이 제작됐다.

<꽃신을 신고>는 한국의 쇼이스트 인터내셔널과 중국의 춘추홍이 공동제작한다. 쇼이스트 인터내셔널은 <올드보이> <사마리아> 등을, 춘추홍은 <적벽대전> <공자> 등을 만든 유명 영화사다. <꽃신을 신고>는 강제로 징용되었던 20만여 명의 할머니들 중 현재 30여명만 생존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그들마저 모두 잠들어 이 사실이 역사 속으로 조용히 묻히기 전에 이 이야기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기획되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20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일본군의 성노예로 인권을 유린당했으며 전 후에도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힘겨운 생활을 영위했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1997년 12월 작고)의 용기 있는 공개 증언이 당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꽃신을 신고>는 고 김학순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제 풀 스토리를 담을 예정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정치적 문제와 흥행적 가치 판단 등으로 인해 영화로 만드는 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꽃신을 신고> 홍보마케팅을 맡은 언니네홍보사 측은 “제작사와 함께 오랜 시간 기획을 함께 한 진주의 선문그린사이언스(주)의 결단력 있는 투자 결정으로 인해 제작이 가능하게 되었다”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종군 위안부들의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진 중국의 영화사들 또한 높은 관심을 보여왔고 최근 춘추홍이 400만불 투자를 확정했다”고 고 11일 밝혔다.           

                             <낮은 목소리> <끝나지 않은 전쟁>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붉은 나무> <낮은
                                     목소리2>(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꽃신을 신고>는 시나리오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터전인 ‘나눔의 집’ 할머니들의 고증과 증언을 토대로 곽재용 감독이 썼다. 곽 감독은 1940년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아시아 곳곳에서 벌어진 전쟁 장면도 찍을 계획이다. 제작진은 현재 경남 진주에 대규모 세트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곽 감독은 현재 중국에서 판빙빙이 주인공을 맡은 <양귀비>를 찍고 있다. 이 영화에는 한국의 이경영과 온주완 등도 출연한다.

<클래식> <엽기적인 그녀> 등을 통해 작품성과 연출력을 인정받은 곽 감독은 “평소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지켜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역사적,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강한 영화일 뿐 아니라 정서적인 울림이 강한 사랑 이야기로 많은 관객과 폭넓게 조우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의 진주와 중국의 상해 등에서 촬영이 진행 될 <꽃신을 신고>는 한국과 중국에서 캐스팅 작업을 거쳐 올해 상반기 중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충무 파일> '십시일반 영화' - '나의 마음은…' 日시민670명 제작비쾌척
2009년 3월 20일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낮은 목소리'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제작비의 전액 혹은 일부를 관객들이 낸 돈으로 만든 영화다. 이를테면 '십시일반 영화', 또 하나의 '국민영화'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감독 안해룡) 엔딩 크레딧에는 670명의 이름이 나온다. 이 다큐멘터리 제작비를 댄 일본 시민들,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회원들이다.

이 모임은 1993년 1월23일 결성됐다. '3무(無) 원칙'에 따라 대표·사무실·상근 직원을 두지 않고 15년간 송신도 할머니의 강연·집회 등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이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회원들이 1년 동안 모금한 6000만원으로 제작됐다. 재판에 진 뒤 송신도 할머니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고 일갈한다. "재판 결과보다 더 소중한, 지원모임 회원들과 함께 한 세월을 통해 인간에 대한 신뢰를 되찾았다"고 역설한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엔딩 크레딧에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의 이름이 나온다. '당신도 영화제작자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광고 등을 보고 참여한 사람들로 무려 7648명이나 된다. 이들의 이름은 7분쯤 걸려 소개된다. 이들이 보내온 돈은 제작비의 25%에 달하는 2억5000여만원. 이밖에 숱한 노동조합이 바자회·일일찻집을 통해 마련한 수익금을 보내줬고, 문성근·홍경인 등은 출연료 전액을 제작비에 보탰다.

박광수 감독은 "종잣돈에 힘입어 영화를 제작·완성할 수 있었다"면서 "20만명(서울개봉관 기준)이 넘으면 원금을 돌려준다고 한 약속도 지켰다"고 밝혔다. 1995년 11월13일에 개봉, 서울에서 23만5935명이 관람한 것이다. 박 감독은 "돈 관리는 전태일기념사업회에서 맡았다"며 "상환을 통해 관객과 영화인 사이에 믿음이 생겼다는 게 무엇보다 기뻤다"고 털어놨다.

'낮은 목소리'(1995)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 앞서 제작비(2억원)를 모금했다. 영화 2분 길이에 해당하는 필름 구입비 10만원을 후원받는 '100피트 회원'을 공모했다. 5000원짜리 배지도 팔았다. 변영주 감독은 "제작진이 모교 은사 등을 찾아가 취지를 말씀드리고 학생들에게 배지를 팔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참여한 100피트 회원은 175명. 한국에선 5000여명이 관람하는 데 그쳤지만 일본에서는 150개 도시에서 상영돼 호응을 얻었다. 배지도 엄청 팔렸다.

'낮은 목소리2'(1997)에는 한국과 일본의 개인 375명과 56개 단체가 참여했다. '낮은 목소리'로 생긴 수익금과 '낮은 목소리2' 성과에 힘입어 '낮은 목소리3-숨결'(1999)은 100피트 회원을 모집하지 않고 만들었다. 변영주 감독은 "2·3편은 일본 시민들과 영화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작하지 못했다"면서 "100피트 회원 모집에 국내 대기업과 유명 여성인사들이 외면한 것과 대조를 이룬 점이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배장수 선임기자 cameo@kyunghyang.com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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