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천사의 숨소리>를 내놓은 한지원 감독(29)은 전직이스트리트 댄서'다. 중학생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전국대회 팝핀·락킹 등의 부문에서 우승만 일곱 번을 차지·한 유명 댄서였다. 영화 현장 경험은 미개봉작 <오디션>(2009)에서 조연 및 안무를 맡은 게 고작이다.


<천사의 숨소리>는 그런 그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다. 그는 각본·연출·주연·제작과 배급도 맡았다. 이 영화는 1일 현재 9.30(네이버) 9.4(다음) 등 상영작 가운데 최고 평점을 얻고 있다. <아티스트> <신과 인간> <자전거 탄 소년> <움> <아멜리에> 등에 이어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6위(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를 달리고 있다.

"스크린이 다섯 개밖에 안 돼요. 입소문이 나면서 관객이 늘고 있어요. 스크린도 추가될 것 같아요. 더 지켜봐야죠."

<천사의 숨소리>는 배우 지망생들의 산전수전을 그렸다. 무명의 아들(한지원)과 이 아들의 유일한 열성팬인 엄마(김영선)의 이야기가 드라마의 중심을 이룬다. 이를 통해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잊고 있는,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해 물었다. 상영 내내 웃음과 안타까움을 자아내던 영화는 막바지에 이르러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하면서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춤은 12년쯤 췄어요. 육체적·경제적 문제로 그만두고 2005년부터 쇼핑몰 등에 기획서를 내고 지원을 받아 크고 작은 공연을 연출·제작했어요. 이를 계기로 목포 MBC에서 주최한 해양문화축제(2007)에서 '비보이 올스타즈' 무대연출 등을 맡았고,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어 영화와 무대를 엮은 키노드라마 <잔향>(2008)을 연출·제작했습니다. 연기 욕심이 나 여느 영화·뮤지컬 오디션을 열 번쯤 봤고 <오디션>에서 조연과 안무를 맡은 뒤 <천사의 숨소리>를 기획했어요."


이때가 2009년 5월이다. 첫 시나리오는 두 달 만에 썼다. 자신과 주위 배우 지망생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픽션을 가미했다. 이후 10개월 동안 시나리오를 보완했다. 6개월 간 투자를 받으러 다녔고,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8개월 동안 촬영 및 후반작업을 했다.

"순제작비가 4000만원이에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안 가본 데가 없어요. 경력이 일천하다보니 신뢰성이 떨어져 투자받는 게 정말 힘들었죠. 어느 단계까지 갈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었지만 모든 걸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최선을 다했어요."


제작 과정 또한 순탄하지 않았다. 예산이 적어 출연·제작진을 구성하는 것부터 힘겨웠다. 2개월여 동안 36회에 걸쳐 이뤄진 촬영도 시간과 경비 문제로 속전속결을 감행해야 했다. 주연 경험이 없고 조감독 수업 한 번 받은 적이 없어 현장에서 주연과 연출, 두 몫을 해내야 하는 게 녹록치 않았다.

"뒤돌아 보면 매일 천국과 지옥을 오간 것 같아요. 믿음과 열정으로 '현장의 기적'을 낳아준 배우·스태프들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어요. 연기와 연출을 병행하면서 생기는 공백을 메워주신 김홍기 촬영감독님 등 모든 분께 감사드려요."

준비하고 있는 다음 작품은 <팝콘>이다. 1998년 IMF로 더욱 어려움을 겪는 지방의 한 3류 스트리트 댄서팀의 우승 도전기를 그린다.

한지원 감독은 "이 영화에서는 연출만 할 계획"이라면서 "우선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훗날에는 대니 보일 같은 감독이 되고 싶고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등을 쓴 아론 소킨 같은 작가도 꿈꾼다"고 밝혔다. "다른 작품에서 불러주면 배우도 할 것"이라며 "각본과 연출,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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