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폭제는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말한다’예요. 돈 좀 있다고 우리들의 영혼을 피폐하게 만드는 찌질하고 치한 재벌가의 생얼(맨 얼굴)을 <돈의 맛>에 담았어요.”

 

임상수 감독(50)이 영화 <돈의 맛>을 만들 때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말한다’를 가장 참고했다고 밝혔다. “그쪽 분들이 보지 않겠지만 본다면 뜨끔할 것”이라고 했다.

 

<돈의 맛>에서 재벌 3세 윤철(온주완)은 할아버지(권병길)에게 받은 60억원으로 200조짜리 그룹을 통째로 물려받는다. 세금 몇 푼 내고. 이에 앞서 윤철의 아버지 윤회장(백윤식)은 검찰 고위층을 만나 엄청난 현찰을 건넨다. 비서실장 주영작(김강우)을 통해. 윤철은 ‘뒤탈 없는 돈은 없다’면서도 받아챙긴 검찰에 출두, 으례적 조사를 받고 풀려난다.

“극중에서 주영작은 서울대 경제과 출신이에요. 윤회장은 그에게 ‘자네 같은 친구는 야전에서 진짜 일을 하고 있어야 되는 건데’라며 몰카 촬영 등 온갖 궃은 일을 시켜요. CJ 회장을 미행한 삼성 직원이 바로 영작 같은 인물이죠. 엘리트를 뽑아 찌질한 일을 시키고 있는 거에요.”

 

 

<돈의 맛>은 이처럼 재벌을 향해 날을 세운다. 법조·정계 등에 대한 날도 무디지 않다. 윤회장의 아내 백금옥(윤여정)은 ‘걸신들린 것처럼 돈 달라는 것들 투성이야, 찌끄래기 돈 먹는다고 부자 되는 것도 아닌데….’라고 일갈한다. 윤철도 ‘법과 법쪽의 찌질이들은 다 내 손 안에 있다’며 ‘시간을 갖고 좋게 해결하려면 제대로 된 정치세력이 카운터 파트너로 있어야 한는데 순 촌놈 아니면 날강도들 뿐’이라고도 투덜거린다.

“그쪽 입장도 담았어요. 윤회장의 딸 나미(김효진)는 ‘그 찌끄래기 돈으로 그 사람들 그렇게 버려놓은 게 우리’라고 해요. 젊은 여자 검사는 ‘요번에 뭐가 나오는지 본격적으로 파보겠다’고 백금옥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나미는 ‘썩은 이 나라가 어떻게 버티나 궁금했는데 구석구석에 저런 사람들이 있어서’라고 하죠. 한국을 비아냥하는 미국인 로버트(달시 파켓)에게 ‘서양 거대자본도 식민지 경영하고 노동착취 노예무역, 별짓 다해서 벌었다’고 일격을 가하고.”

 

로비의 달인인 윤회장은 성상납에 시달리다가 절절한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삼류 여배우와 어울리는 자리에 몇 차례 끼었던 걸 후회한다. 그러면서 로버트와 난교파티를 갖고 주영작에게 이 장면을 비디오카메라에 담게 한다. <돈의 맛>은 이처럼 돈맛에 중독돼 찌들어가는 이들과 그 주변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임 감독은 이 영화를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하녀>(2010)를 만들 때 구상했다. <하녀>는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눈물>(2000) <바람난 가족>(2003) <그때 그사람들>(2004) <오래된 정원>(2007) 등과 달리 연출을 의뢰받은 작품이다. 임 감독은 “<하녀>를 만들면서 평소 관심을 갖고 취합·취재한 재벌 이야기를 다시 다루고 싶었다”며 “칸에서 다음 영화라고 공개한 뒤 본격 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우화적 성격이 강한 <하녀>와 달리 <돈의 맛>은 보다 친절하게 공감대 확충을 꾀했다”고 덧붙였다.

 

“기적 같이 태어난 영화예요. 실무진과 달리 고위층의 반대로 투자받는 게 무산된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럴 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못찍어도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밀어붙였죠. 큰 틀에서 하나도 바꾸지 않고 정의롭지 않은 사회에 대한 비판과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담았어요.”

임 감독은 난교파티, 백금옥이 강압으로 갖는 영작과의 섹스신 등에 대해 “드라마 구성을 위해, 그리고 투자를 받기 위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영작과 윤나미의 베드신은 남녀주인공의 정사장면이 없다는 투자자들의 지적을 수용한 것”이라며 “고민 끝에 여객기 화장실에서 하는 것으로 설정했는데 마음에 무척 든다”고 털어놨다. “그 기내에서 관이 나오는 장면으로 이어진다”면서. 그리고 재벌 계열사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은 데 대해 “뒤늦게 참여했다”며 “<하녀>가 칸 경쟁에 초청받았고 국내에서 230만 관객을 동원했고 해외 판권수입이 100만 달러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군사정권에서 문민·국민·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정치권력은 분산돼 왔는데 재벌의 권력은 더욱 공고해졌어요. 그 재벌에 길들여지던 주영작은 영화 내내 표정이 무덤덤하고 어두워요. 윤회장 장례식장에 들어갈 때에 밝아져요. 하녀 에바(마우이 테일러)에게 나름 도리를 하고. 백금옥의 제안을 거절해요. 더이상의 모욕은 사양하겠다며. ‘원없이 돈을 쓰면서 난봉꾼처럼 살았는데 그때마다 모욕감을 느꼈다’는 윤회장은 죽어서는 활짝 웃고 있어요. 주영작은 조의를 표하고, 백금옥은 윤회장의 멱살을 붙잡고 기성을 질러요. 내 인생 물어내라며.”


임 감독은 “<돈의 맛>에 담은 돈의 맛은 모욕”이라며 “받은 모욕을 자기 선에서 끊고 남에게는 주지 않는 게 행복한 사회로 가는 방도”라고 했다. “극중에서처럼 아이들은 집안 속살을 다 보고 들으면서 자란다”며 “우리들의 아들·딸들이 과연 어떤 세상에서 살아야 할는지를 물은 영화”라고 했다. “우리들 본래의 보들보들한 양심을 되찾아 찌질하게 살지 않도록 마음 먹는 데 <돈의 맛>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돈의 맛>에 대해 한 블로거는 ‘언론도 대통령도 검찰도 못한 일을 임상수가 이뤄냈다’며 ‘임상수의 곤조와 예술적 재능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지난 17일 개봉, 28일 오후 5시 현재  100만140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관람하는 등 선전을 펼치고 있다. 제 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2010년 <하녀>에 이어 또 무산, 아쉬움을 사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임상수 감독과 백윤식ㆍ윤여정ㆍ김강우ㆍ김효진은 레드 카펫을 밟았다. 지난 27일(일) 밤 10시(현지시간 기준)에. 이 영화 홍보마케팅을 맡은 시네드피아에서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레드 카펫 행사에는 수백 명의 인파와 매체 관계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었다. 임상수 감독과 출연진이 등장하자마자 수많은 카메라 플래쉬와 함성이 일제히 쏟아지며 <돈의 맛>을 향한 세계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해 보였다.

 

윤여정은 이날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단정한 올림머리에 블랙컬러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 동양에서 온 중년 여성의 아름다움으로 현지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김효진은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화려한 주얼리 장식의 살구빛 드레스로 그녀의 이기적인 몸매를 맘껏 드러냈다. 또한 이들을 에스코트하며 등장한 임상수 감독, 김강우, 백윤식은 화려한 포토매너를 선보이며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더욱 높였다. 특히 이날 레드 카펫 행사에는 칸 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가 직접 참석하여 <돈의 맛>의 주역들을 맞이하며 레드 카펫의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영화 <돈의 맛>의 공식 프리미어 상영은 칸 국제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에서 이루어졌다. 총 2400여 석의 뤼미에르 극장은 <돈의 맛>을 보기 위한 전세계 관람객들로 가득 메워졌고,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리드필름이 상영되는 동안에만 무려 7번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관객들은 주의 깊게 작품을 관람하였고, 특히 ‘주영작’(김강우)의 시선을 따라 작품에 몰입하며 백씨 집안 사람들의 무시무시한 행동들을 목격할 때마다 분노하기도 하고, 폭소하기도 했다. 프랑스 칸에서도 역시 젊은 육체를 탐하는 ‘백금옥’(윤여정)과 그녀의 재력을 탐하는 주영작의 파격적인 정사 신에 대한 반응이 특히 뜨거웠다. 매 영화마다 파격적인 정사 신으로 강한 인상을 남겨온 임상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 한 장면으로 전세계인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영화가 끝난 직후, 스크린을 타고 흐르는 엔딩 크레딧과 함께 객석에서 전원 기립박수가 시작되어 감독과 배우들이 퇴장할 때까지 7분간 지속 되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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