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들은 밝고 잘 웃으세요. 정이 많은 것 같아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스웨덴 사람들과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올해 열아홉 살인 스웨덴 여배우 줄리아 스포레(Julia Sporre)의 내한 소감이다. 지난 29일 국빈 방문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 내외와 함께 내한한 스포레는 이화여대 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오는 5일까지 열리는 스웨덴영화제 개막작 <여학생으로 살아남는 법>(A thousand times stronger)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전학간 학교의 불평등한 구조에 맞서는 용기있는 여학생 ‘사가’를 연기했다.

 

“극중의 많은 여학생들처럼 저 역시 조용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편이었어요. 사가 같은 면도 있었고. <여학생으로~ >(2010)에선 저의 드러나지 않았던 그런 면을 펼쳐냈어요. 학교생활 실제 경험을 통해 극중 사건에 많이 공감한 게 연기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제가 사가처럼 능동적인 인물로 바뀌어가고 있고 또래들에게 그런 영향을 준 데 보람을 느껴요.”


 

스포레는 이어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얼마나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지가 성숙한 사회의 기준”이라고 했다.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나홀로 꿋꿋이 살아가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별로 즐거울 것 같지 않다”며 “성숙해진다는 것은 주변을 도울 수 있고 도움을 받아들이는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아요. 영화상의 이야기가 학교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하지만 이 영화 원작의 작가로서 시나리오도 쓴 작가님은 마음에 드신다고 하셨어요. 작가님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누구나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는 학교를 무대로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보셨대요.”

 

스포레는 10살 때부터 연기학원에 다녔다. 연기를 배우고 하면서 극중 인물이 되는 데 더욱 흥미를 느껴 예술고등학교에 진학, 연기를 전공했다. 학교로 찾아온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제작진에게 픽업돼 재벌가의 사라진 손녀 ‘하리에트 뱅거’로 출연했다. 이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동명의 TV시리즈 등 10여 편에 출연했다. 스웨덴 영화의 미래를 짊어질 여배우로 각광받고 있다.


 

“방과 후에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요. 아르바이트는 6년 전부터 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즐거워요. 저축도 할 수 있어 좋아요.”

 

스포레는 유명해진 뒤에도 자신의 삶은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지난해 여름 ‘베리만 감독 주간’에는 자원봉사를 했다. 예나 지금이나 매니저 없이 혼자 활동한다고 했다.

“존재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역할의 비중에 관계없이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해 관객들과 교감을 나누고 싶어요. 할리우드나 뉴욕으로 진출할 계획은 없어요. 나중에 대학에 진학하면 공부를 많이 해 영화·연극에 대한 책을 쓰고 싶어요. 창의적인 일을 좋아해요.”

 

 

 

스포레는 귀국한 뒤에는 <여학생으로~ > 감독이 연출하는 TV시리즈에 출연할 예정이다. 오는 여름 예고를 졸업한 뒤에는 여행을 다닐 계획이다.


 

“아시아를 여행하려고 해요. 그때 한국에 다시 올는지 몰라요. 그 전에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영화를 보려고 해요. 영화를 보면 그 나라를 알 수 있잖아요.”

이번  스웨덴영화제에서는 <여학생으로 살아남는 법> 등 일곱 편을 상영한다. 2010년과 2011년에 제작된 <시몬과 떡갈나무> <앙티브행 편도> <심플 사이먼> <사운드 오브 노이즈> <세베:소년의 초상> <미스 키키> 등이다. 

 

<시몬과~ >는 제2차 세계대전 뒤 스웨덴에 입양된 소년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 떠난 과정을 그렸다. <앙티브행~ >는 유산을 놓고 벌어지는 아버지와 자식들의 갈등을 조명했다. <심플~ >은 형에게 새 여자친구를 찾아주려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동생 사이먼의 고군분투를 담았다. <사운드~ >는 도시를 휩쓸고 다니는 음악 테러 집단과 그들을 추적하는 경찰의 이야기를 엮었다. <세베~ >는 버림받는 게 두려운 15세 소년의 가슴 아픈 성장통을 풀어냈다. <미스~ >는 인터넷 채팅으로 싹튼 로맨스를 찾아 한동안 소원했던 아들과 대만으로 떠난 여주인공의 여행기를 영상화했다. 상영작 모두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스포레는 “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를 통해 스웨덴의 오늘을 접하게 될 것”이라며 “스웨덴영화제를 많이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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