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시’(김혜수) ‘뽀빠이’(이정재) ‘앤드류’(오달수) 등은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던 중 홍콩 경찰에 붙잡힌다. 경찰차로 호송되던 중 바다에 떨어진다. 뽀빠이와 앤드류는 탈출한다. 하지만 팹시는 한 손에 찬 수갑의 다른 고리가 자동차에 걸려 있는 바람에 내부에 물이 거의 다 찰 때까지 바둥댄다. 수갑에서 손을 빼내 고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배우 김혜수(41)는 이 장면을 찍을 때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꼈습니다. 독보적 관능미와 카리스마,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로 손꼽히는, 오랜 경험과 관록을 지닌 김혜수가 촬영 중 이런 두려움에 휩싸인 건 처음입니다. 이처럼 영화 촬영 중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건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훈련·촬영 전후 심경에 대해 김혜수가 털어놓은 말을 재구성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콘티(만화처럼 글과 그림으로 구성된 대본)을 볼 때에도 이 장면 촬영에 대해 아무 걱정 하지 않았다. 부산 출신으로 컴컴한 바다에도 뛰어들 만큼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수영도 웬만큼 해 아무 어려움 없이 뚝딱 촬영을 마칠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대역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연습 및 촬영 때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연습과 촬영은 4m 깊이의 수조 등을 갖춘 부산의 고양 아쿠아스튜디오에서 했다. 잠수전문가 등이 참여, 촬영 스태프와 함께했다. 극중 장소가 홍콩인 만큼 자동차는 현지에서 가져 왔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훈련장에 도착했다. 최동훈 감독 등 제작진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스윔슈트와 극중 의상을 갖춰 입었다. 그리고 물 속으로 들어가 한 손에 수갑을 차고 자동차에 묶였다. 수갑 고리에서 손을 빼내기 위해 안간 힘을 썼다.

그런데 훈련 중 머리가 어지럽고, 호흡이 가쁘고, 근육이 경직되는 걸 느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게 진정되지 않았다. 느낌이 이상했다. 불길한 생각까지 들었다.

 

훈련을 중단, 물 속에서 나온 뒤 잠수전문가에게 다른 방법이 없는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없다는 거였다. 그 말이 너무 싫었다. 손발이 저리고, 숨을 쉬는 게 힘들고, 머리가 어지러운데 다른 방법이 없다니….

 

잠수전문가는 잠시 누워 있다가 다시 해보자면서 그때에는 같이 내려가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불안한 마음을 애써 고쳐먹으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서울 무섭다니까 과천서 긴다’고, 두 번째 연습은 더욱 힘들었다.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가 보다, 촬영할 때에는 괜찮겠지’ 하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10월 5일 아침, 촬영장에 가는 것 자체가 싫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도 촬영을 해야 한다는 게 막막했다. 다른 방법이 없고, 끔찍한 경험을 다시 되풀이 해야 하는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다. 잠수전문가는 2시간 동안 호흡이 가능한 공기박스를 준비했다면서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귀에 쏙 들어오지 않았다. 내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물 속에 빠진 자동차가 휘청거리고 내부로 물이 들어오는 장면 등은 CG가 아니다. 실제 장면이다. 자동차가 휘청거릴 때 진짜 놀랐다. 혼비백산했다. 요즘말로 ‘멘붕(멘탈붕괴)’ 상태였다. 시야를 확보하고, 호흡기를 물고 입으로 숨을 쉬는 간단한 조처도 헤맬 정도였다. 정말 무서웠다. 어떻게 마쳤는지 모를 정도로 가까스로 촬영을 마쳤다.

촬영을 마친 뒤 아팠다. 그런 중 최동훈 감독의 문자를 받았다. ‘내일 한 커트만 찍자’는 거였다. 즉각 ‘못 가요’라고 답했다. 진심이었다. 이대로 은퇴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산에 있는 게 싫어 짐을 싸고 싶었다.

 

시한부인생을 선고받은 것처럼 우울했다. ‘이 촬영을 해야 하나? 이게 연기를 잘 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기는 한가…?’

 

뜬 눈으로 밤을 샜다. 촬영시간이 다가오고, 매니저가 숙소로 오고 있을 때 입술이 바싹 탔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심정’이란 표현이 떠올랐다. 모두들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숙소를 나섰다. 촬영을 하자고 나선 게 아니다. 못 하겠다는 의사를 현장에서 가서 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어쩌면 다시 못 볼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휴대폰으로 조카들의 동영상을 받고 통화를 했다. 배우로서 촬영을 앞두고 이런 일도 경험하는구나, 이런 시간도 맞는구나, 만감이 교차했다.

 

■촬영하다가 이대로 죽더라도 어쩔 수 없다
현장에 도착하자 최 감독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못 하겠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묵묵히 스윔슈트와 의상을 갖춰 입고 심호흡을 했다. 그런데 물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났다. 과호흡증에 걸린 것처럼 숨이 가빠졌다. 그런 증세를 이 상황에서 드러낼 수 없어 꾹 참았다. ‘일단 발만 담가보자’는, ‘들어간 뒤 차까지만 갔다가 나오자’는 잠수전문가의 말에 따랐다. 이를 통해 다소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어차피 해야 할 거 빨리 끝내 버리자’는 심정으로 촬영에 응했다.

 

그런데 촬영한 장면을 모니터를 보니까 아니었다.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실제로 놀랐고,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데 그런 게 보이지 않았다. 평소 연기를 하면서 실제로 이런 상황이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는데, 가상의 연기가 실제상황을 능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길게 가자는 최 감독의 말에 ‘충분히 길게 한다고 했는데….’ 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맴돌았다.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며 절박한 심경을 억누르고 한 건데….’ 눈앞이 캄캄했다. 좌절감에 온몸이 푹 꺼지는 걸 느꼈다.


 

 

수조의 물 온도는 섭씨 3도. 사람이 차가움,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는 온도이다. 촬영 중 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마련된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 들어가는 것조차 싫었다. ‘앞으로 목욕도 못 하겠구나, 왜 이러지? 내가 모르는 정신 질환이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중 최 감독은 이번에 찍은 건 쓸 수 없으니까 한 번 더 찍자고 했다. 물 속이어서 눈물이 범벅인 게 모니터로 안 보이는 게 야속했다. 짧은 시간에 불과했지만 그새 손과 팔의 피부에 상처가 나 얼굴에 이런 현상이 생기면 배우 생활을 계속 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촬영 중 수중 스피커로 들리는 ‘잘 했는데 딱 한 번만 더 찍자’는 최 감독의 주문에 ‘못 하겠다’고 손으로 ‘X’ 표시를 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왜 우리는 이 일에, 이 찰나에 이렇게 매달리는가, 너무 맹목적이고 무모할 정도로. 무엇을 위한 건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관객을 위해서인가, 나 자신을 위해서인가. 무엇 때문인가, 영화를 위한 것인가, 영화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이 순간에 모든 걸 걸게 할까….’


영화와 연기에 회의감까지 들었다. 이런 가운데 ‘촬영하다가 이대로 죽더라도 어쩔 수 없다, 하자’는 심정으로 다시 달려들었다. 최 감독의 “오케이!”라는 말에 감정이 복받치는 걸 느꼈다.

 

배우가 물 속에 빠지고 가까스로 탈출하는 장면은 이전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 수갑을 찬 채 자동차에 갇혀 있는 게 이전 영화 상황과 다르지만. 어쨌든 돌이켜 보면 왜 그토록 위협을 느꼈는지 쉬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었다. 촬영한 지 수 개월이 지났지만 눈뜨고 볼 수 없고, 아예 보고 싶지 않아 지금도 눈을 질끈 감을 정도로 끔찍한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이 장면은 영화상에 매우 중요하지만 짧게 편집돼 있다. 이틀 동안 찍었지만 실제 촬영은 몇 시간에 불과했다. 하지만 27년 동안 숱한 영화와 TV드라마를 찍으면서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는, 배우가 아니면 결코 겪을 일이 아닌 경험을 했다. 태어나서, 배우로서 처음 겪은 감정에 휩싸여 몸서리를 쳤다. 다시는 맞딱뜨리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배우로서 소중한 경험을 했다. 실제로 극도의 불안을 느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는 그것이 스크린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기는 연기로 보여줘야 한다는 걸 수중촬영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과장하면 안 한 것보다 못한 역효과를 내지만 연기는 해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 내가 치른 고통을 보는 관객들도 느끼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려면 반드시 적절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을 절절히 체험했다. <도둑들>의 수중장면 촬영은 원점으로 돌아가 연기생활의 전기로 삼을 수 있는 경험이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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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길은 ‘변신’에 달려 있습니다. 영화 <방자전> <후궁:제왕의 첩>으로 주목받은 배우 조여정이 변신을 꾀합니다. KBS 2TV 새 월·화드라마 <해운대 연인들>에서 두 영화의 인물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해운대 연인들>은 부산 해운대를 배경으로 기억을 잃은 검사와 전 조직폭력배의 딸이 함께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립니다. 조여정은 고무장화를 신고 번개처럼 날아다니는 활어 배달의 달인이자 특기인 활 고등어 침술 한 방으로 ‘삼촌수산’을 먹여 살리는 강단 있는 여인 ‘고소라’로 출연합니다. 김강우·정석원·남규리·김영옥·임하룡·박상민 등과 함께 합니다. 첫 방송은 오는 8월 6일 밤 9시 55분입니다. 조여정이 ‘로코퀸’(로맨틱 코미디 퀸)으로 각광받을지 기대됩니다.

 

조여정은 이에 앞서 패션 매거진 ‘나일론’ 화보촬영과 ‘나일론TV’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삶과 연기에 대해 밝혔습니다. 조여정 소속사 ‘이야기엔터테인먼트’에서 보내온 내용을 소개해 드립니다.

 

 

‘후속작 <해운대 연인들>로 ‘로코퀸’으로 돌아온 조여정.

패션 매거진 <나일론> 8월호와 <나일론 TV>에서 조여정은 잠에서 깬 소녀 같은 모습으로 인터뷰와 화보촬영을 진행했다. 평소 책 보고 싶으면 책 읽을 장소를 찾고, 서울숲이 꽂히면 브리토를 사서 운전해 소풍을 간다는 조여정은 화보에서도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여배우가 그러기 쉽지 않아요’라는 말에 신경 쓰지 않는 편이고, 별로 불편하지 않다는 털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후궁> 개봉 후 확실히 달라진 반응을 느끼며 주목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며,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고, 분명히 쉽게 보고 넘길 영화가 아니고 얻는 게 있는 영화라고 소개하며, <후궁>을 스크린에서 내리기 전에 많은 대중들이 꼭 봐주면 기쁠 것 같다고 전했다.

 

20대의 조여정이 그냥 그저 그런 여배우였다면, 30대의 조여정은 일에 굶주리고 열정을 뿜어내는 배우 같다는 질문에 원래 일 욕심이 많았고, 20대에는 우울증과 불면증을 겪을 정도로 열심히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던 시기를 언급하며 힘든 시절도 떠올렸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면 오히려 일 할 때 자존심 상할 일이 없다며 극복하는 비법을 전하기도 했다. 

<방자전> 이후 <로맨스가 필요해>를 찍었던 것처럼, 조여정은 여행 등의 휴식기를 갖기 보다는 로맨틱 코미디 <해운대 연인들>을 통해 생활고를 이겨내는 씩씩한 캐릭터로 돌아오는 한편, 이너뷰티에 관한 뷰티북으로 돌아올 계획을 밝혔다.

 

솔직하고 시원했던 조여정의 화보촬영 현장과 생생한 인터뷰 영상은 나일론 홈페이지(http://www.nylonmedia.co.kr)와 유튜브(https://www.youtube.com/NYLONTVKOREA) 의 ‘나일론TV’를 통해서 볼 수 있다. 더 많은 사진과 인터뷰는 나일론 8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상 바로가기 http://youtu.be/M3F0MG_FdK4.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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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폭제는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말한다’예요. 돈 좀 있다고 우리들의 영혼을 피폐하게 만드는 찌질하고 치한 재벌가의 생얼(맨 얼굴)을 <돈의 맛>에 담았어요.”

 

임상수 감독(50)이 영화 <돈의 맛>을 만들 때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말한다’를 가장 참고했다고 밝혔다. “그쪽 분들이 보지 않겠지만 본다면 뜨끔할 것”이라고 했다.

 

<돈의 맛>에서 재벌 3세 윤철(온주완)은 할아버지(권병길)에게 받은 60억원으로 200조짜리 그룹을 통째로 물려받는다. 세금 몇 푼 내고. 이에 앞서 윤철의 아버지 윤회장(백윤식)은 검찰 고위층을 만나 엄청난 현찰을 건넨다. 비서실장 주영작(김강우)을 통해. 윤철은 ‘뒤탈 없는 돈은 없다’면서도 받아챙긴 검찰에 출두, 으례적 조사를 받고 풀려난다.

“극중에서 주영작은 서울대 경제과 출신이에요. 윤회장은 그에게 ‘자네 같은 친구는 야전에서 진짜 일을 하고 있어야 되는 건데’라며 몰카 촬영 등 온갖 궃은 일을 시켜요. CJ 회장을 미행한 삼성 직원이 바로 영작 같은 인물이죠. 엘리트를 뽑아 찌질한 일을 시키고 있는 거에요.”

 

 

<돈의 맛>은 이처럼 재벌을 향해 날을 세운다. 법조·정계 등에 대한 날도 무디지 않다. 윤회장의 아내 백금옥(윤여정)은 ‘걸신들린 것처럼 돈 달라는 것들 투성이야, 찌끄래기 돈 먹는다고 부자 되는 것도 아닌데….’라고 일갈한다. 윤철도 ‘법과 법쪽의 찌질이들은 다 내 손 안에 있다’며 ‘시간을 갖고 좋게 해결하려면 제대로 된 정치세력이 카운터 파트너로 있어야 한는데 순 촌놈 아니면 날강도들 뿐’이라고도 투덜거린다.

“그쪽 입장도 담았어요. 윤회장의 딸 나미(김효진)는 ‘그 찌끄래기 돈으로 그 사람들 그렇게 버려놓은 게 우리’라고 해요. 젊은 여자 검사는 ‘요번에 뭐가 나오는지 본격적으로 파보겠다’고 백금옥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나미는 ‘썩은 이 나라가 어떻게 버티나 궁금했는데 구석구석에 저런 사람들이 있어서’라고 하죠. 한국을 비아냥하는 미국인 로버트(달시 파켓)에게 ‘서양 거대자본도 식민지 경영하고 노동착취 노예무역, 별짓 다해서 벌었다’고 일격을 가하고.”

 

로비의 달인인 윤회장은 성상납에 시달리다가 절절한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삼류 여배우와 어울리는 자리에 몇 차례 끼었던 걸 후회한다. 그러면서 로버트와 난교파티를 갖고 주영작에게 이 장면을 비디오카메라에 담게 한다. <돈의 맛>은 이처럼 돈맛에 중독돼 찌들어가는 이들과 그 주변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임 감독은 이 영화를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하녀>(2010)를 만들 때 구상했다. <하녀>는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눈물>(2000) <바람난 가족>(2003) <그때 그사람들>(2004) <오래된 정원>(2007) 등과 달리 연출을 의뢰받은 작품이다. 임 감독은 “<하녀>를 만들면서 평소 관심을 갖고 취합·취재한 재벌 이야기를 다시 다루고 싶었다”며 “칸에서 다음 영화라고 공개한 뒤 본격 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우화적 성격이 강한 <하녀>와 달리 <돈의 맛>은 보다 친절하게 공감대 확충을 꾀했다”고 덧붙였다.

 

“기적 같이 태어난 영화예요. 실무진과 달리 고위층의 반대로 투자받는 게 무산된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럴 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못찍어도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밀어붙였죠. 큰 틀에서 하나도 바꾸지 않고 정의롭지 않은 사회에 대한 비판과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담았어요.”

임 감독은 난교파티, 백금옥이 강압으로 갖는 영작과의 섹스신 등에 대해 “드라마 구성을 위해, 그리고 투자를 받기 위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영작과 윤나미의 베드신은 남녀주인공의 정사장면이 없다는 투자자들의 지적을 수용한 것”이라며 “고민 끝에 여객기 화장실에서 하는 것으로 설정했는데 마음에 무척 든다”고 털어놨다. “그 기내에서 관이 나오는 장면으로 이어진다”면서. 그리고 재벌 계열사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은 데 대해 “뒤늦게 참여했다”며 “<하녀>가 칸 경쟁에 초청받았고 국내에서 230만 관객을 동원했고 해외 판권수입이 100만 달러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군사정권에서 문민·국민·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정치권력은 분산돼 왔는데 재벌의 권력은 더욱 공고해졌어요. 그 재벌에 길들여지던 주영작은 영화 내내 표정이 무덤덤하고 어두워요. 윤회장 장례식장에 들어갈 때에 밝아져요. 하녀 에바(마우이 테일러)에게 나름 도리를 하고. 백금옥의 제안을 거절해요. 더이상의 모욕은 사양하겠다며. ‘원없이 돈을 쓰면서 난봉꾼처럼 살았는데 그때마다 모욕감을 느꼈다’는 윤회장은 죽어서는 활짝 웃고 있어요. 주영작은 조의를 표하고, 백금옥은 윤회장의 멱살을 붙잡고 기성을 질러요. 내 인생 물어내라며.”


임 감독은 “<돈의 맛>에 담은 돈의 맛은 모욕”이라며 “받은 모욕을 자기 선에서 끊고 남에게는 주지 않는 게 행복한 사회로 가는 방도”라고 했다. “극중에서처럼 아이들은 집안 속살을 다 보고 들으면서 자란다”며 “우리들의 아들·딸들이 과연 어떤 세상에서 살아야 할는지를 물은 영화”라고 했다. “우리들 본래의 보들보들한 양심을 되찾아 찌질하게 살지 않도록 마음 먹는 데 <돈의 맛>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돈의 맛>에 대해 한 블로거는 ‘언론도 대통령도 검찰도 못한 일을 임상수가 이뤄냈다’며 ‘임상수의 곤조와 예술적 재능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지난 17일 개봉, 28일 오후 5시 현재  100만140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관람하는 등 선전을 펼치고 있다. 제 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2010년 <하녀>에 이어 또 무산, 아쉬움을 사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임상수 감독과 백윤식ㆍ윤여정ㆍ김강우ㆍ김효진은 레드 카펫을 밟았다. 지난 27일(일) 밤 10시(현지시간 기준)에. 이 영화 홍보마케팅을 맡은 시네드피아에서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레드 카펫 행사에는 수백 명의 인파와 매체 관계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었다. 임상수 감독과 출연진이 등장하자마자 수많은 카메라 플래쉬와 함성이 일제히 쏟아지며 <돈의 맛>을 향한 세계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해 보였다.

 

윤여정은 이날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단정한 올림머리에 블랙컬러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 동양에서 온 중년 여성의 아름다움으로 현지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김효진은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화려한 주얼리 장식의 살구빛 드레스로 그녀의 이기적인 몸매를 맘껏 드러냈다. 또한 이들을 에스코트하며 등장한 임상수 감독, 김강우, 백윤식은 화려한 포토매너를 선보이며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더욱 높였다. 특히 이날 레드 카펫 행사에는 칸 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가 직접 참석하여 <돈의 맛>의 주역들을 맞이하며 레드 카펫의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영화 <돈의 맛>의 공식 프리미어 상영은 칸 국제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에서 이루어졌다. 총 2400여 석의 뤼미에르 극장은 <돈의 맛>을 보기 위한 전세계 관람객들로 가득 메워졌고,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리드필름이 상영되는 동안에만 무려 7번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관객들은 주의 깊게 작품을 관람하였고, 특히 ‘주영작’(김강우)의 시선을 따라 작품에 몰입하며 백씨 집안 사람들의 무시무시한 행동들을 목격할 때마다 분노하기도 하고, 폭소하기도 했다. 프랑스 칸에서도 역시 젊은 육체를 탐하는 ‘백금옥’(윤여정)과 그녀의 재력을 탐하는 주영작의 파격적인 정사 신에 대한 반응이 특히 뜨거웠다. 매 영화마다 파격적인 정사 신으로 강한 인상을 남겨온 임상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 한 장면으로 전세계인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영화가 끝난 직후, 스크린을 타고 흐르는 엔딩 크레딧과 함께 객석에서 전원 기립박수가 시작되어 감독과 배우들이 퇴장할 때까지 7분간 지속 되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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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맛> 칸영화제 수상 유력 징후 포착'.

20일 오후 7시 22분에 들어온 메일의 제목입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돈의 맛>을 배급한 시너지를 통해 이 영화 홍보마케팅을 맡은 시네드에피에서 보낸 메일입니다. 그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지난 17일 개봉 당일 최고 스코어로 오프닝을 시작한 영화 <돈의 맛>이 세계적 권위의 칸국제영화제서 작품성을 인정받아 영화를 진가를 발휘할 채비를 다지면서 칸에서의 수상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너지 l 배급: 시너지, 롯데엔터테인먼트 l 제작: 휠므빠말 l 감독: 임상수 l 출연: 김강우, 백윤식, 윤여정, 김효진)

 

첫째! 임상수 감독, 전작인 <하녀>에 이어 2년 연속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2005년 영화 <그때 그 사람들>로 제 58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감독주간 진출, 그리고 2010년 영화 <하녀>로 제 63회 칸 영화제에 경쟁부문 공식 초청을 받았던 임상수 감독이 2012년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 <돈의 맛>으로 제 6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2년 연속 초청되며 전 세계 영화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은 황금종려상, 심사위원대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등의 주요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다.  2010년 <하녀>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칸에서 수많은 화제와 관심을 불러모았으나 아쉽게도 수상은 하지 못했었다. 영화 <돈의 맛>을 통해 훨씬 더 직관적인 시선과 완성도 높은 연출력으로 한국 사회의 이면을 그려내며 전작을 뛰어넘는 마에스트로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임상수 감독이기에 2년 연속으로 경쟁부분에 초청된 사실은 임상수 감독에 대한 칸느의 애정과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돈의 맛>에 대한 해외 유수 언론의 평가와 칸 관계자들의 반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둘째! 칸 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 띠에리 프레모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그 진가를 이미 인정 받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띠에리 프레모’는 제65회 칸 국제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을 발표하며 일찌감치 임상수 감독과 영화 <돈의 맛>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경쟁부문 초청작을 언론에 발표 하는 자리에서 “클래식한 미장센으로 의심의 여지없이 올해 칸 영화제 공식 선정 영화 중에서 가장 훌륭한 미장센으로 확신한다. 임상수 감독의 카메라 작업은 전통적인 기법을 고수 했는데 이것이야말로 대단히 훌륭한 것으로 평가된다.” 라며 영화<돈의 맛>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피력하며 감독과 영화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써 매 작품마다 ‘돈’과 ‘섹스’ 라는 화제성이 높은 소재를 다루며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주제의식을 담아왔던 임상수 감독의 영화가 전세계인들에게 동시대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으로 칸 영화제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데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셋째,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 하루 전날인 5월 27일(현지 시각 5월 26일 밤 22:00)에 공식 프리미어 상영! 비 유럽권 초청작들의 수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배려?
임상수 감독의 영화 <돈의 맛>은 칸 경쟁부문 진출로 국내 영화계에 큰 경사를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칸이 사랑하는 감독의 수상소식을 기대하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영화 <돈의 맛>이 유독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공식 상영일정이 이전 초대받았던 한국영화들과 다르기 때문이라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쟁부문에 초청된 작품들 중에서 영화제 진출에 의의를 두게 된 작품들의 상영 일정은 영화제 개막과 함께 순차적으로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 <돈의 맛>의 경우엔 폐막식 하루 전인, 칸 현지 시각 5월 26일 밤 10시로 예정되어 있다. 이는 수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비 유럽권 초창작품들에 대한 칸 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의 배려가 아니겠는가 하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해 볼 수 있다. 2010년에 이미 칸 국제영화제는 임상수 감독과 영화 <하녀>에 큰 관심을 보였었고, 그 작품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영화<돈의 맛>이 현재의 한국사회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은 영화의 상업적인 측면만큼이나 작품이 갖고 있는 메시지에 주목하는 칸 국제영화제의 취지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넷째, 제 65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난니 모레티 감독과 임상수감독의 공통점은?
자국의 부조리한 현실을 영화에 투영시키며 국내외 안팎과 평단으로부터 인정받은 실력파 감독!
제 65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발탁된 난니 모레티 감독과 임상수 감독과의 공통점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난니 모레티는 작가, 감독, 배우 등 다방면으로 출중한 재능을 지닌 이탈리아 출신 감독이다. 이탈리아 영화계에선 네오리얼리즘의 선봉자로 불리는 그는 권력을 남용하는 이탈리아 관료들에 대해 반기를 들고 부정부패를 일삼는 정부에 반하여 정치적인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의 이러한 사회변혁에 대한 강렬한 열망은 임상수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서 표현하는 그것과도 매우 흡사하다. 충무로에서 가장 센세이셔널한 감독으로 불리는 임상수 감독은 매 작품마다 돈과 섹스, 권력과 사회의 부조리한 면들에 대해 가감 없이 그의 생각을 담아내었고 그것은 늘 영화계뿐 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양산해왔었다.
그런면에서 임상수 감독의 일곱번째 작품이자 칸 영화제 3번째 진출 작품인 <돈의 맛>이 난니 모레티 심사위원장에게 평가를 받는 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사건이 아닐 수가 없다. 두 감독에게는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강한 자아의식의 투영이라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공통의 분모가 자리하고 있고, 이로 인해서 영화 <돈의 맛>은 난니 모레티 심사위원장에게 동양에서 건너온 매우 흥미로운 작품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바람난 가족>의 가족관계 보다 더욱 파격적이고, <하녀> 보다 더 음탕한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돈과 섹스에 대한 은밀한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담아 낸 영화 <돈의 맛>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작품으로 관객들로부터 폭발적인 입 소문을 불러모으며 전국 극장가에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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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도 안 되는 재판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뤄졌다니’ ‘영화가 다분히 목적성을 갖고 사실을 왜곡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을 둘러싸고 연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지영 감독이 최근 이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 전문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영화 <부러진 화살>의 감독 정지영입니다.

관객 여러분과 언론사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한국 영화의 힘은 작품 자체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역시 관객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언론의 역할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가 감독의 손에서 떠나 관객과 만나는 순간
, 그것은 사회적 자산으로 독자적인 위치를 갖게 됩니다. 그 시대, 그 사회와 함께 호흡하면서 새로운 의미와 맥락을 만들어 내고, 또 다른 차원의 변화를 이루어내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창작 예술이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 그러니 그럴 수 있는 작품이 된다는 것은 작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입니다. 작가, 예술가, 문화인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기대를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작품으로 사회적 발언과 소통의 공간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은 어떤 각도에서 논란이 된다 해도 기쁨입니다.


그 기쁨을 제가 누릴 수 있는 지점에 와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 그래도 그런 까닭에 제 영화에 대한 지지 혹은 성원에도 고맙지만, 비판과 질책 역시 고맙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영화 <부러진 화살>은 우리 사회와 적극적인 소통을 하면서 함께 논의하고 함께 고민하는 가운데 또 다른 화두들을 만들어 내리라 생각됩니다. 그것은 감독이 영화에 담아낸 내용과는 또 다른 우리 사회의 독자적인 토론의 산물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미 영화로 발언을 한 감독이 다른 말을 덧붙인다는 것은 사족
(蛇足)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감독이 논란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영화의 진실에 다가가는 일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사회적 논의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감독의 시선과 의도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시기에 작가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싶어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미디어는(심지어 신문기사마저도) 그것과 소통하는 자의 인생관 혹은 세계관에 따라 다르게 읽히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냉철한 영화평론가든 순박한 시골 아낙네든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말입니다. 문화이론에서는 그것을 “굴절”이라고 부릅니다. 빛이 어떤 사물을 통과할 때 그 통과하게 되는 물질의 성질에 따라 빛은 그대로 통과하기도 하고 꺾이기도 하고 반사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하나의 작품이 갖게 되는 메시지의 해석은 그것을 애초에 의도하고 만든 작가의 몫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의 세계관도 그대로 보여주게 됩니다. 창작자와 수용자 모두의 생각과 의식, 무의식이 작품의 해석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22년 전 제가 영화 <남부군>을 발표했을 때 어떤 이는 ‘빨갱이를 대단한 휴머니스트들로 미화한 용공영화’로 읽고 어떤 이는 ‘강철같은 빨치산들을 나약한 감상주의자로 묘사한 반공영화’로 읽어내던 일이 기억납니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 영화를 보면 그때와는 또 다른 반응과 논의가 생겨날 것입니다. “굴절”은 개인의 차원이기도 하지만, 사회와 역사의 차원을 담고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문화에서 “굴절”은 시간에 따라 유동적이 된다는 점에서 물리적 구조와는 다릅니다.


이번 <부러진 화살>에 대한 논란이 지금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은 바로 그 “굴절”의 적극적인 결과물들이라고 여겨집니다
. 굴절은 왜곡과는 다릅니다. 우리사회 성원들이 이 영화를 보고,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세계관으로 영화가 던진 의미를 해석하고 새로운 논의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논의는 다른 논의를 가지처럼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 영화에서 제가 제기한 문제가 무엇인가와 관계없이 제 영화 속에 우리 사회가 공론화해야할 상당히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서는 묵직한 책임감과 함께 뿌듯함을 느낍니다.


아쉽다면
, 어떤 경우는 아직 영화도 보지 않은 채 감독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있기도 하고 맡은 역과 연기자의 관계를 악의적으로 모독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합리적인 토론의 기초가 아예 부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마저도 고맙습니다. 그 덕분에 이 영화는 더더욱 관심을 얻게 될 것이며 그로써 이 영화를 보게 되는 관객들 중엔 보다 많은 이들이 감독의 진정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모든 쟁점
, 즉 사실과 허구의 문제, 진실과 거짓의 문제, 정의와 불의의 문제 등 모든 문제에 대해 시나리오 단계 때부터 깊이 고심했습니다. 특히나 이 영화는 실재 사건을 바탕으로 한 법정 영화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예측되었고 관련 당사자들이 현실에서 여전히 실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영화 <부러진 화살>이라는 작품뿐만 아니라 제가 그동안 공식적으로 인터뷰하고 발언한 일체의 언급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질 것입니다. 감독으로서 당연한 책임입니다. ‘그동안’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당분간은 말을 아끼고 싶어서입니다. 지금은 그쪽을 택하는 것이 이 영화를 보고 논의를 펼치는 모든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논란이 지금은 지엽적인 문제에 머물고 있지만 더 큰 담론에까지 다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 왜냐하면 이 영화는 사법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사법부와 일반 국민의 관계를 들여다 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비단 사법부만 해당하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영화가 사회적 성찰의 계기가 된다면 감독으로서는 큰 보람 아니겠습니까? 결국에는 제 영화를 떠나서 더욱 더 크고 중요한 문제에 대한 더욱 더 뜨거운 토론들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회란 그런 논쟁을 통해 조금씩이나마 서로 사명감을 나누며 한발자국씩 건강을 ‘회복’하는 거라고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추운 겨울은 동면(冬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봄을 그 안에서 이미 잉태하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격렬하게 준비하고 있는 계절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1월의 마지막 날 정지영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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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중훈씨가 다시 금연을 선언했습니다. 1월 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오늘부터 금연합니다’라고. ·

                              김광식 감독이 연출한 <내 깡패 같은 애인>(2010)의 박중훈. 박중훈은 입심 하나는 끝내주는
                              삼류건달로 출연, 이른바 ‘박중훈적 타인’으로 상징되는 변신의 교범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1월 1일은 ‘금연 선포일’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새해 첫 날을 맞아 금연을 결행하잖아요. 하지만 적지 않은 분들이 작심삼일에 그치는 것 같습니다. 저와 제 주위의 경우를 감안할 때.

배우 김승우씨와 황정민씨, 그리고 저는 2010년 12월 말에 2011년 1월 1일부터 금연하기로 했죠. 그간 각자 성공했었고 실패했던 사례들을 들며 내년에는 반드시 성공하자고 다짐했지요.


결과는 어떨까요. 한 사람만 성공했는데 그 분마저 다시 피고 있습니다. 일단 성공했던 주인공은 정민씨입니다. 그는 1년 정도 끊었는데 최근 한두 개피씩 피고 있다고 합니다. 금연했다가 다시 한두 개피를 핀다는 건 한두 갑을 핀다는 것과 다르지 않지요. 제 경험으로 볼 때 한두 개피가 한두 갑으로 늘어나는 게 순식간이었거든요. 정민씨는 예외일 수 있겠지만.


김승우씨는 1월 1일을 D-Day로 삼는 게 머쓱하다며 지난해 12월 26일부터 다시 금연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승승장구’ 팀들과 회식을 하면서 한 개피를 피우면서 또 실패했다고 합니다. 한 중견 감독은 금연 이후 주위에 신경질을 많이 내는 등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자 다시 담배를 피웠고, 지금은 피지 않고 있습니다.


금연한 지 8년 된 김C가 영국에서 돌아온 뒤 다시 담배를 핀다고 합니다. 주위에서 여간 안타까워하는 게 아닙니다. <남자의 자격>에서 금연을 선언한 이경규씨는 1년째 성공하고 있습니다. 패치 등의 도움을 일체 받지 않고 본인의 의지만으로. 저의 한 후배 기자는 히말라야를 다녀온 뒤 4년 넘게 끊은 담배를 다시 피고 있습니다. “히말라야에 올라 광활한 산야를 내려다보는데 아웅다웅 사는 게 부질없어 보였다”면서.


어쨌든 저는 2007년에 1년쯤 끊었다가 다시 피고, 이후 끊고 피는 걸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원흉이 바로 ‘딱 한 개피만’입니다. 큰 아들 대학 합격 소식을 듣고 뛸듯이 기뻐 딱 한 개피만 피자면서 한 대를 물었는데 그 게 ‘쥐약’이 된 거죠. 그때 저는 그 한 개피가 이토록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줄 미처 몰랐습니다. 아들의 합격을 걸고 시작한 금연이어선지 예전과 달리 그리 어렵지 않았고, 그래서 비록 동기가 사라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다시 금연하는 게 자신있었거든요. 그런데 “에휴~….”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부당거래>(2010)의 유해진과 황정민. 배우들은 이렇듯 극중 흡연 장면
                             으로 인해 금연에 어려움을 겪는다. 엔지(N.G.)가 거듭되면 한 장면에 한 갑을 피기도 한다. 

그날 ‘성수동 결의’(성수동에 있는 음식점에서 의기투합) 때 정민씨는 “배우는 다른 사람들보다 담배 끊는 데 또다른 어려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로 극중의 담배 피는 장면을 들었습니다. “배우라면 뭐든 해내야 하는데 금연중이라고 담배 피는 걸 빼자고 하는 건 자존심 상하고, 그래서 담배 피는 연기를 하고, 그러다보면 금연이 흐지부지되고 만다”면서 “그렇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의지가 약한 거고 핑계죠, 뭐”라고 했습니다.

당시 저희들이 금연 결의를 할 때 성공사례로 손꼽힌 배우는 장동건씨입니다. “끊겠다고 하더니 정말 딱 끊었다”는 전언에 동건씨는 우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샀지요. 설경구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2009년 여름부터 금연, 3년째 성공하고 있습니다.

경구씨는 <용서는 없다> 촬영 중 금연에 돌입했습니다. 박상욱과 쫓고 쫓기는 추격장면 촬영을 보름여 앞두고.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박상욱은 잘 뛰는데 자신은 헐떡거리는 걸 보이는 게 싫어 보름만 참아보자고 한 게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경구씨는 “군산의 한 여관에서 오전까지 피던 담배를 오후부터 끊었다”면서 “불과 보름을 끊었을 뿐인데 컨디션이 확실히 달라 그 때부터 안 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언제 또 필지 몰라 열 개피 정도 남은 담배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는데 안 피웠다”면서.


                        곽경택 감독의 <친구>(2001)에서 교복 차림의 장동건과 정운택이 담배를 피고 있다. <친구>는
                        818만1377명(배급사 기준)이 관람, 역대 한국영화 흥행순위 9위에 올라 있다.

중훈씨가 담배 피우는 걸 안 것은 작년 10월 거장 임권택 감독님 장남 결혼식 때입니다. 성남의 한 성당에서 혼인미사를 마치고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왔을 때 중훈씨가 저보고 “형, 담배 피죠?”라면서 담배를 한 대 달라고 하더군요. 순간 저는 당황했습니다. ‘국민배우’ 안성기씨와 함께 담배를 끊은 걸로 알고 있었거든요. 안성기씨 인터뷰 때 “9년째 끊고 있다”는 말을 들은 게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고, 두 배우의 금연을 귀감으로 삼아 다시 금연을 하고 있던 중이어서 뜻밖이었죠. 그리고 오늘 그 경위를 트위터를 보고 알았습니다.

트위터와 전화통화를 통해 확인한 결과 중훈씨는 2002년 1월 1일 담배를 끊었습니다. 15년간 핀 담배를. 그리고 작년 여름부터 시나리오를 쓰면서 슬금슬금 피웠습니다. 지난 10년간 그렇게 싫어했던 담배를 다시 핀 것입니다. 중훈씨의 트위터에 올라온 금연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담배를 끊은 후 담배 냄새만 나도 구역질이 날 정도로 담배를 역겨워했습니다. 영화에서 부득히 담배 피우는 장면을 찍을 땐 금연초로 대신하곤 했죠. 근데 시나리오 쓰다가 그냥 심심해서 장난하다가 다시 피우게 됐어요. 담배… 정말 중독성이 너무 강해요.”


“# 살면서 내가 자랑스럽다고 진짜 진짜로 잘했다고 자부하는 일- 15년간 하루 2,3갑을 피우던 골초였던 내가 담배를 10년간 끊은 일. # 가장 바보스러운 일- 잠시라도 다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일. # 미래가 기대되는 일-금연!”


“2002년 1월 1일 제가 담배를 끊었죠. 그 모습을 1년간 지켜보신 안성기 선배님이 2003년 1월 1일부터 담배를 끊으셨습니다. 제가 금연 10년, 안 선배님이 금연 9년을 하셨는데 최근 몇 달 사이에 제가 살짝 무너졌네요! 다시 완전 금연 모드로~~퐈이야!!”


“많은 분들의 금연 격려 감사합니다. 꼭 명심하고 재금연에 성공하겠습니다. 가끔 제게 금연 독려 확인맨션 부탁드립니다. 진짜 무섭네요… 10년간 담배를 그렇게 싫어했는데 몇 달 가끔 피웠다고 다시 중독이 되다니요…ㅠㅠ”


“(혹시 도움이 될까해서 말씀드립니다. 한 3년 전에 담배를 못 끊는 건 지적수준을 의심케 한다고 저를 몹시 구박하신 적이 있습니다)ㅋㅋㅋㅋ 부끄부끄 ㅋㅋㅋ”


“(제가 금연 성공하는데-아직까지는-형님의 조언이 참 도움이 되었는데…형님 금연 다시 성공하리라 봅니다) ㅠㅠ 금연전도사였던 내가 다시 피운 것이 너무 한심하다 ㅠㅠ”


“(친구야. 나 담배 핀다고 한심하게 날 쳐다보던 네 눈빛이 지금도 생생해.ㅋ) 그랬던 내가…ㅠㅠㅠ”


“(담대 중독성도 있지만 오래 끊었다 다시 피울 때는 일종의 보상심리-그 동안 오래 끊었으니 좀 피워도 내가 제어할 수 있을 거라는-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 한 뒤로 아예 한 대도 입에 물지 않고 있지요. 정곡을 찌르셨슴다!”

                        장항준 감독의 <라이터를 켜라>(2002)의 김승우와 차승원. 이 영화는 일회용 라이터로 비롯된
                              사건을 
코미디와 액션으로 풀었다. 47만557명이 감상, 이 해 한국영화 흥행 14위를 차지했다.

된장찌게와 담배, 그리고 패치. 중훈씨가 10년 전에, 그리고 이날 전화로 들려준 금연 노하우 중 기억에 남는 낱말입니다.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중독성은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령 된장찌게에 중독된 경우 그걸 끊어도(안 먹어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죠. 김치찌게로 대체할 수도 있고. 그런데 담배는 다름니다. 끊으면 육체적·정신적으로 다 힘듭니다. 입은 입대로, 머리는 머리대로 담배 달라는 아우성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된장찌게를 끊는 건 의지로 가능하지만 담배는 의지에 플러스 알파가 필요할 정도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합니다. 그래서 저는 패치를 권합니다. 패치가 꽤 도움이 됐거든요.”
 

                              장현수 감독이 연출한 <남자의 향기>(1998)의 김승우. 진정한 남자의 향기를 보여준 이 영화는
                              서울에서 14만8781명(한국영화연감 기준)이 관람, 이 해 한국영화 흥행 11위를 기록했다. 


저는 중훈씨의 금연이 이번 선언과 동시에 성공한 것과 다름없다고 확신합니다. 18만8783명의 트위터 친구 앞에서 한 고백과 다짐이니까요. <그들도 우리처럼>(1986). 중훈씨의 초기 대표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금연에 성공하려면 중훈씨처럼 우선 주위에 널리 알리고, 패치 등의 도움도 받는 게 정도라고 봅니다. 승우씨와 전 다시 금연에 도전합니다. 이번 만큼은 반드시 성공하고 싶습니다. 중훈씨처럼.


시네파일/ 연기의 감초 '담배'와 '담배연기'
[경향신문]|2001-07-27|26면 |45판 |문화 |기획,연재 |1092자
담배 연기(演技)는 연기(煙氣)에 좌우된다. 연기(煙氣)는 연기(演技)에 활용되기도 한다. 담배는 또 영화인들 사이에 연대감을 갖게 해주는 기호품이기도 하다.영화 '소름'에서 장진영은 하룻밤에 담배를 세 갑이나 피우면서 현기증과 토악질에 시달렸다. 담배 연기가 푸르스름한 조명에 일자로 뻗어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안에서 담배 피우는 장면을 촬영할 때도 마찬가지. 동시녹음이어서 히터를 틀어놓거나 차창을 내릴 수 없었다. 촬영은 장진영의 구토 증세로 몇 차례나 중단해야 했다.

차태현은 담배를 피울 줄 모른다. 무명시절 담배를 못 피운다는 이유로 구박을 많이 받았다. 신인 주제에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고. 그러나 스타가 된 뒤에는 담배를 못 피우는 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어진 배역마다 원래와 달리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인물로 쉽게 바뀌었다.

차태현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는 일명 '뻐끔담배'를 피웠다. 촬영장에는 폭소가 만발했다. 그러나 애써 찍은 이 장면은 러닝타임에 밀려 편집 때 잘리고 말았다.

배우들은 담배를 눈물연기에 활용하고는 한다.

'아메리칸 드래곤'에서 박중훈은 울분이 끓어오르는 연기를 더욱 실감나게 하기 위해 불붙은 담배를 사용했다. 담배를 눈가에 갖다 대 그 연기로 인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게 한 다음 감정을 끌어올려 비통함을 표출해 냈다.

명계남은 한때 '장미'만 피웠다. 그가 1995년 연극 '콘트라베이스'를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막이 오르기 전 담배가 떨어지자 명계남은 스태프에게 '장미' 한 갑을 사오라고 시켰다. 공연 준비로 경황이 없던 스태프는 소품으로 필요한 줄 알고 '장미꽃' 한 송이를 사왔다. 명계남은 다른 담배를 피우지 않고 그냥 무대에 올랐다.

이처럼 5년여 '장미'만 고집했던 명계남은 1999년 영화 '박하사탕'을 제작할 때는 1년여 동안 박하향이 들어있는 담배만 피웠다. '박하사탕'에 대한 애정의 표시로.

그는 최근 이창동 감독을 따라 담배를 바꿨다. '초록물고기' '박하사탕'에 이어 이감독은 요즘 세번째 영화 '오아시스'를 준비중. 이 영화도 제작하는 명계남은 이감독과 함께 작업하면서 담배가 떨어져도 서로 얻어 피울 수 있도록 담배를 슬림형으로 바꿨다. 배장수 기자


weekend -영화 / 말죽거리 잔혹사 우식역 이정진
[경향신문]|2004-01-30
'우식을 찾아라.' 우식(이정진)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선도부장(이종혁) 패거리에게 패한 뒤 종적을 감춘 '학교짱'. '말죽거리 잔혹사'가 개봉 열흘 만에 2백만명을 동원하는 등 흥행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 인터넷 홈페이지에 우식의 행방에 대한 갖가지 추론을 올려놓고 있다.이에 대해 이정진(26)은 "우식은 감독님 친구이며 현재 말죽거리의 유지"라고 소개했다. "시나리오 초고에는 우식이 있는 곳을 현수(권상우)가 찾아가는 장면이 있었다"고 그 내용을 들려준 뒤 "감독님이 결말을 열어놓은 만큼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같은 모습에서 '외모는 배용준, 목소리는 한석규'라는 그에 대한 세간의 평이 그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생겼고 목소리 좋고, 그리고 훤칠한 키(184㎝). 배우로서 외적인 조건은 완벽해 보였다. 그렇다면 연기력은 어떻게 쌓았을까.

이정진은 "배우가 되자고 결심한 뒤 잘나갔던 패션모델 활동을 완전히 접고 오로지 연기에만 매달렸다"면서 "건국대 원예학과를 그만두고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진학(02학번)했으며 학과 선배인 연극배우에게 요즘도 개인교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그가 영락없는 우식으로 녹아든 데에는 이같은 노력 덕분인 듯했다.

이에 대해 이정진은 "시나리오 초고 단계일 때 감독님 부름을 받고 현수.우식 가운데 우식 역을 선택했다"며 "우리 때가 마지막 '구타세대'로 영화속 학교 분위기는 낯설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극히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내 남다른 노력을 했다"고 털어놨다.

남다른 노력이란 연기.무술연습 외 욕을 하고 담배를 피우는 것 등이었다. "신재명 무술감독에게 4개월 동안 무술훈련을 받았다" "연습.촬영때 많이 때렸지만 끔찍하게 맞기도 했고 주먹을 다쳐 보름간 깁스를 했다"는 말 등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흔한 에피소드였기에. 반면 "욕장면을 위해 '넘버3' '친구' '파이란' 등을 수없이 봤으며 방문을 닫고 감독님과 마주앉아 욕연습을 하고 욕으로 기선을 제압하는 훈련도 했다"는 말에는 그 모습이 연상돼 낄낄대다가 담배훈련에 대해 물었다.

그는 "처음 연습할 때엔 두 모금을 빤 뒤 어지럽고 메스꺼워 주저앉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틈만 나면 불을 안 붙인 채 폼을 연습했고 담배를 피우려는 스태프에게 불을 붙여준 뒤 건네주는 걸 숱하게 반복했다"고 떠올렸다. "총 82회 촬영 가운데 담배 피우는 장면을 3일 동안 찍었고, 한 갑을 태운 것 같다"고 기억했다.

이정진은 연예계에 우연히 데뷔했다. 건국대 의상디자인과 선배의 작품발표회 무대에 섰고 그를 눈여겨 본 한 모델 에이전트의 권유를 받고 2년여간 패션모델로 활동하다가 연기자가 됐다. 그는 "선배의 요청을 한달쯤 거절하다가 서둘러 워킹훈련을 받고 무대에 섰는데 순간의 선택이 직업으로 이어질 줄 몰랐다"고 했다. 탤런트로 활동하면서 '해변으로 가다'(2000년)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년)에 이어 세번째 영화로 홈런을 날린 이정진은 "더욱 노력해 서른살 이후에는 최민식.송강호.설경구 선배의 뒤를 잇는 연기파 배우가 되겠다"는 각오를 폈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박하사탕' 등이 떠올랐다.

글 배장수 전문위원cameo@kyunghyang.com
사진 정지윤기자colo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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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가 진짜 프로다”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저는 객석 정중앙 앞에서 세 번째 줄에서 봤습니다. 영화제작자 차승재씨, 이병훈 영상자료원장, 박선이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등과 함께. 사단법인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및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당시 첫째 줄에는 <마이웨이>의 강제규 감독과 장동건·오다기리 조 등이, 두 번째 줄에는 <마이웨이>와 <양귀비>의 판빙빙, <양귀비> 연출을 앞둔 곽재용 감독 등이, 네 번째 줄에는 배우 서갑숙·김혜선·박상민씨 등이, 다섯 번째 줄에는 홍상수 감독과 배우 강혜정·유준상·송선미·차승원씨 등이 앉아 있었습니다.

널리 알려졌듯이 개막식 때 가장 주목을 끈 배우는 신인 오인혜씨였습니다. 파격적인 의상 차림으로 단연 돋보였습니다. 그에 대한 말은 개막작 <오직 그대만>을 감상한 뒤 개막 리셉션 장에 갔을 때에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스티브 잡스를 단번에 누르고 검색어 1위에 올랐다”는 말을 비롯해 “개막식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튀려고 했던 계획이 성공했다” “정도가 심해 솔직히 민망하더라” 등 많은 분들이 오인혜씨의 의상을 화제로 삼았습니다.

그때 개막식장에서 들은 말들이 떠올랐습니다. “팬서비스를 확실하게 한 니가 진짜 프로” “레드카펫이니까 가능한 패션” “레드카펫 종결자 탄생”  “내년 영화제 때 여배들 사이에 뭘 입어야할는지 고민이 많겠다” 등등입니다. 저는 이들의 말에 공감합니다. 오인혜씨가 자의든, 타의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프로의 일면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노출 정도에 대한 기준은 개인적으로 제각각인 만큼 그에 대한 갑론을박은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다음날 아침 우연히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에서 오인혜씨 등과 함께한 배우이자 제작자인 조선묵씨를 만났고, 그의 초청으로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시사회를 앞두고 대기실에서 박철수·김태식 감독, 이진주·안지혜·오인혜씨,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효진씨, 김효정 프로듀서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효정 프로듀서는 한 연예 프로그램에 어제 입은 의상 차림으로 출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 말을 듣고 박철수 감독에게 작은 목소리로 반대 의사를 말씀드렸습니다. “노출 의상은 한 번으로 족하고 이제부터는 영화로 이야기해야 하지 않느냐”고. 박 감독은 제 의견에 동의, 프로듀서와 세 배우에게 개막식 때 입은 의상을 앞으로는 입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 자리에서 세 여배우의 간단한 신상과 약력을 들었습니다. 이진주씨는 34세이고, 안양예고와 경상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했습니다. 드라마 <공룡선생> <소나기> 등에 출연했고. 안지혜씨는 32세이고, 안양예고와 국민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습니다.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검은 갈매기> 등 여러 편의 독립영화에 출연했고 상업영화 출연작은 <여배우들> 등입니다. 오인혜씨는 26세로 동덕여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했습니다.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이 데뷔작입니다. 오인혜씨는 개막식 의상에 대해 “메이크업 언니 소개로 협찬을 받았다”면서 “너무도 주목받아 얼떨떨하고 독이 될까봐 두렵다”고 토로했습니다. 박철수 감독은 “영화제 레드카펫이니까 가능한 이벤트를 한 것으로 예쁘게 봐주고 더이상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기원했습니다.

                         기자(오른쪽 사진 왼쪽)는 영화의 전당 대기실에서 김태식 감독, 오인혜ㆍ안지혜ㆍ이진주, 
                               그리고 박철수 감독(왼쪽 사진 왼쪽부터) 등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 “이미지 변신 꾀할 것”
박철수 감독은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에 대해 “한국의 스타시스템 아래에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영화”라고 소개했습니다. “오인혜가 감독을 믿고 최선을 다해준 게 고맙다”면서.

이 영화는 이번 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 초청받았습니다. 지난 5월말 작업에 들어가 프리 프로덕션을 15일, 포스트 프로덕션을 2개월 동안 가졌습니다. 프로덕션 기간은 20일 정도였습니다. 프로덕션 기간 중 이진주씨는 20일, 안지혜씨는 10일, 오인혜씨는 5일간 촬영에 임했습니다. 박철수 감독은 “부산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미완성”이라며 “영화제를 마친 뒤 보완 작업을 해서 선댄스영화제 등에 출품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선댄스영화제는 세계 최고최대의 독립영화축제로 손꼽힙니다. 박철수 감독과 김태식 감독은 이 영화제와 인연이 깊습니다. 박철수 감독은 이 영화제에 <301 302>(1996) <학생부군신위>(1997) <녹색의자>(2005) 등 세 편이 초청받았습니다. 한국 감독 가운데 김기덕 감독과 함께 가장 많습니다. 김태식 감독은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2007)로 초청받은 바 있습니다.

박철수 감독은 또 “오인혜가 두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신인 여배우가 데뷔작의 노출 이미지에 갇혀 단명하는 걸 모른 채 하는 건 그녀를 데뷔시킨 감독으로서 도리가 아니다”면서 “드라마까지 마친 뒤에는 독자적인 길을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습니다.

박철수 감독에 따르면 한 편의 영화는 이미 완성,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선보였습니다. 이장호·이두용·정지영·박철수·변장호 감독이 함께한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입니다. 오인혜씨는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 중 박철수 감독이 연출한 <미몽>에 주인공인 성형외과의사로 출연했습니다. 또 한 편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끝나는 대로 촬영에 들어갈 예정인 <생생활활>(Eating Talking Faucking)입니다. 이 제목은 <301 302>에 참여한 설치미술가 최정화씨가 지었습니다. 박철수 감독이 연출하고 오인혜씨는 기자로 출연합니다. 드라마는 <어미>로 연말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방송사는 아직 미정입니다.

#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말말말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첫 시사회(월드 프리미어)는 ‘영화의 전당’ 내 중극장에서 열렸습니다. 영화는 두 이야기로 구성돼 있습니다. ‘붉은 바캉스’(감독 김태식)는 피로 얼룩진 바캉스를 그렸습니다. 내연관계인 두 남녀(조선묵·안지혜)와 남자의 아내(이진주) 사이에 벌어지는 혈전을 다뤘습니다. ‘검은 웨딩’(감독 박철수)은 검게 얼룩지는 결혼 이야기입니다. 사제지간인 두 남녀(조선묵·오인혜)의 파격적인 정사가 영화의 기둥을 이룹니다.

시사회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습니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에는 영화평론가 최광희씨 사회 아래 GV(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간 말들을 간추려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두 영화는 색깔이 대조적입니다. ‘붉은 바캉스’는 컬트적이고, ‘검은 웨딩’은 클래식해요. 전혀 다른 색깔로 이렇게 만들 수 있지 않느냐고 제안하는 영화예요.”(박철수) “영화의 색깔이 다르고 제 캐릭터도 다르죠. 캐릭터가 완전히 다른 게 연기를 할 때에 편했습니다. 고민할 것 없이 다르게 차별화를 꾀하면 되니까.”(조선묵) “남자주인공이 ‘붉은 바탕스’에서는 불쌍하고 ‘검은 웨딩’에서는 부러웠습니다.”(최광희) “시나리오를 보고 처음에는 감독님보고 출연하라고 했어요”(조선묵)

“노출이 부담스러웠지만 하루 만에 결정했어요. 감독님이 디렉팅을 섬세하게 해주고 조선묵 대표(활동사진)가 리드를 잘 해줘 연기할 때에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오인혜) “카메라 울렁증 때문에 못 설 줄 알았어요. 저는 영화상에 있는 그대로예요. 극중인물은 바로 저예요. 욕도 저예요. 감독님이 다시 태어나게 해줬어요. 순간순간 힘들기는 했지만”(이진주) “긴장한 상태로 봤어요. ‘빌어먹을 바캉스’(원제)였는데 제목을 잘 바꾼 것 같아요”(안지혜)

“영화가 탄생한 지 130년인데 아직도 엄숙주의와 형식주의가 변하지 않아 짜증났어요. 형식·엄숙주의와 배우에 대한 고정관념, 스타시스템을 깨보자고 시도했어요”(박철수) “3년 동안 준비한 장편을 중편으로 만들었어요. 장편은 이번 영화와 달라요. 이 영화는 미완성이에요. 완성품 작업을 다시 할 거에요”(김태식) “불안한 현재는 흑백으로 행복한 과거는 컬러로 담은 ‘검은 웨딩’의 영상이 아름답고 인상적이에요”(관객) “자주 등장하는 캐리어에는 꿈이 담겨 있어요. 캐리어가 나뒹굴고 떨어지고, 여자가 그것을 다시 끌고가는 일련의 과정은 꿈이 깨지고 다시 꾸는 걸 뜻해요”(김태식)

“영화에 나오는 개는 제가 직접 키우는 강아지에요. 고생 많이 했는데 크레딧에 안 나와 속상해요”(이진주) “의상·소품·자가용 모두 본인들이 준비했어요. 시나리오에선 미친 캐릭터가 아닌데 배우들이 연기를 그렇게 했어요”(김태식) “여자로서 마지막 정사 장면이 이해가 돼요?”(최광희) “이해가 안돼 감독님에게 물어봤어요. 감독님 말을 듣고 받아들였죠”(오인혜) “영화가 논리적·윤리적이면 재미가 없어요. 영화상의 연애는 안티 모럴이에요. 지구상의 연애사에도 비논리적, 비윤리적인 게 많아요”(박철수) “사랑은 뭔가요? 그런 사랑은 있나요? 없나요?”(관객) “사랑은 욕망이에요. 불륜도 욕망이고, 욕망의 실체를 안다면 사랑도 알겠죠. 그걸 안다면 영화를 안 찍을 거에요”(박철수) “어쨌든 사랑은 있어요. 바람은 피해야 해요”(김태식) “어떤 불륜이든 사랑 안에서는 안 통하는 게 없어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은 다른 불륜, 불륜에 대한 다른 시각, 이게 부딪히면 재밌지 않겠느냐는 데에서 출발한 영화예요.”(박철수)

#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은?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는 같은 소재를 다룬 다른 영화입니다. 왜 ‘붉은 바캉스’이고 ‘검은 웨딩’인지를 보여줍니. 붉게 짖이겨지는 바캉스를, 까맣게 타버리는 결혼을 통해. 사람들은 불륜의 동아줄에 묶이고, 불륜의 침대에 파묻힙니다.

영화는 두 이야기로 구성돼 있습니다. ‘붉은 바캉스’와 ‘검은 웨딩’입니다. ‘붉은 바캉스’도 ‘검은 웨딩’도 본 이야기에 앞서 기획 동기 등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짧막하게 소개합니다. 여느 극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이 영화의 새로움 가운데 하나죠.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잇따르는 드라마가 과연 픽션일 뿐이겠느냐고 묻는 기능을 지닌다고 보여집니다.

‘붉은 바캉스’에서 남자는 오랫 동안 만나온 연인과 해외로 바캉스를 떠나려다가 아내에게 붙잡혀 치도곤을 치릅니다. 혼자 배회하던 여자도 끌려들어 곤궁에 처합니다. ‘검은 웨딩’에서의 두 남녀는 사제지간입니다. 이들은 시시때때로 섹스를 합니다. 이들의 섹스는 거침이 없습니다. 결혼을 앞두었을 때는 물론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하거든요.

두 편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욕망의 파편을 제각각의 색깔로 보여줍니다. 주인공의 직업·개성은 물론 드라마, 그리고 섹스신 등이 사뭇 대조적입니다. ‘붉은 바캉스’가 갓 뜬 회라면, ‘검은 웨딩’은 웰던 스테이크입니다. ‘붉은 바캉스’는 손맛이, ‘검은 웨딩’은 양념맛이 납니다. 원초적인 언행과 원색 영상은 ‘붉은 바캉스’의 현장을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흑백과 컬러를 오가는 ‘검은 웨딩’의 영상은 불안한 현재와 느긋한 과거의 침대를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이렇듯 두 편은 드라마가 다르고 색깔도 상이한 다른 영화지만 따로 놀지 않습니다. 대사와 인물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붉은 바캉스’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여자를 사랑하느냐고 연신 고압적으로 캐묻습니다. 그때마다 남편은 아니라고 합니다. ‘검은 웨딩’에서 여자는 남자가 묻지도 않았는데 사랑한다고, 진심이라고 고백합니다. ‘붉은 바캉스’에서 남자는 연인에게 곧잘 사랑한다고 합니다. ‘검은 웨딩’에서 남자는 여자의 고백에도 화답하지 않습니다. ‘붉은 바캉스’에는 신혼여행지로 가던 중 신부가 그 남자에게 가겠다며 도망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검은 웨딩’에서 여자는 신혼여행을 앞두고 남자를 찾아옵니다. ‘붉은 바캉스’에서 아내는 남편과 여자의 사랑에 극악하게 관여합니다. ‘검은 웨딩’에서 신랑은 망연자실할 뿐 개입하지 않습니다.

‘붉은 바캉스’의 세 남녀는 여하튼 불행합니다. 불쌍해 보입니다. ‘검은 웨딩’의 남녀는 어쨌든 행복합니다. 부러움을 삽니다. 중고참인 조선묵과 신인 이진주·안지혜·오인혜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혼신을 다하는 열정을 스크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영화제를 마친 뒤 다시 매만진 뒤에 선보일 완성작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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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13 0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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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스캔들> <써니>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 <조폭마누라> <가문의 영광> <동갑내기 과외하기> <엽기적인 그녀>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 <두사부일체> <광복절특사> <마파도> <귀신이 산다> <헬로우 고스트> <황산벌> <위험한 상견례> <선생 김봉두> <몽정기> <주유소 습격사건>….

공전의 히트를 친 코미디 영화입니다. 한국영화 역대 흥행 톱 100에 올라 있습니다. <과속스캔들>은 820만1986명(한국영화연감 기준)이 관람해 8위(이하 9월 19일 현재
), <주유소 습격사건>은 231만6333명이 관람해 92위에 올라 있습니다. 올해 추석영화 승자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이 214만7852명이 관람, 100위권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이 그렇듯 코미디 영화는 특히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뉩니다. “아무 생각없이 원없이 웃다가 나왔다”고 하는가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저질”이라고들 합니다. 이른바 ‘조폭코미디’의 경우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이같은 평가를 비켜간 작품이 없을 정도입니다.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2005) <조폭마누라>(2001) <가문의 영광>(2002)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2006) <두사부일체>(2001)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시청률은 높은데 혹평을 받는 이른바 ‘막장드라마’처럼 이 영화들은 흥행성적은 좋았지만 작품성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관객을 웃겨보겠다고 만든, 이에 따라 더러 지나친 과장 또한 마다하지 않은 상업영화인데 아트영화와 다름없는 잣대를 적용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다들 최소한 한두 번은 느꼈겠지만 남을 웃기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연예인 가운데 가장 힘든 분들이 개그맨·코미디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탤런트·가수 등은 함께하는 분들의 도움을 적지 않게 받고 한 작품으로 일정 기간 활동하는 데 반해 개그맨·코미디언은 단독으로 활동하는 경향이 강하고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아이템과 소재를 개발해야 하니까요.


어쨌든 대박 코미디 영화는 상영 중에 관객들을 몇 번이나 웃길까요. 관객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웃음이 전이되는 만큼, 한 작품이라도 그런 상황에 다르겠지만 <조폭마누라>로 ‘조폭코미디 붐’을 낳은 조진규 감독은 “150번은 웃겨야 500만명의 관객 동원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시네 파일 / 150번 웃겨야 500만 관객 
[경향신문]|2004-03-11|M7면 |45판 |문화 |기획,연재 |1333자
코미디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과연 몇차례나 웃을까. 이는 물론 영화에 따라 다르다. 같은 영화라도 지역에 따라, 같은 지역의 극장에서도 관객의 취향과 숫자에 따라 다른 게 일반적이다.영화 '어깨동무'의 조진규 감독은 이에 대해 조사해 왔다. 부정확하나마 코미디영화의 흥행과 웃음횟수의 함수관계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조사 결과 '조폭마누라' '색즉시공' '가문의 영광'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소위 대박을 터뜨린 코미디영화는 관객들이 150번 안팎을 웃었다. '가문의 영광' 경우 최고 170번까지 웃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조감독은 5백만명 정도의 대박을 터뜨리려면 150번은 웃겨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영화의 러닝타임을 100분 정도로 봤을 때 150번이란 숫자는 관객들이 상영 내내 웃어야 가능하다. '가문의 영광' 경우 170번을 웃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1분 내외의 한 장면에서 여러 차례 잇따라 웃음이 터지고, 웃음이 전이돼 심각한 장면에서도 웃으면 200번 이상도 나온다.

일례로 '어깨동무'의 경우 6명의 스태프가 여러 차례의 시사회에서 일일히 점검한 결과 적게는 220번, 많게는 260번까지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조 감독은 '어깨동무'에 대해 "등장인물의 언행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엮으면서 관객들이 20∼25초에 한번은 웃도록, 마라톤 풀코스를 100m 달리듯 뛰었다"고 밝혔다.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의 김상진 감독과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낭만자객'의 윤제균 감독은 "일일이 숫자를 세본 적은 없지만 150번은 어렵지 않게 나올 수 있는 숫자"라고 했다. 김 감독은 "아이러니한 상황과 각 캐릭터의 원형과 그것을 조금씩 다르게 변형시켜 웃음을 창출한다"고, 윤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각 신마다 상황.대사.동작 등의 웃음코드 가운데 하나를 삽입하고, 그것이 연속되지 않고 교차 반복되도록 배열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코미디영화 감독들은 관객들이 웃는 횟수와 각 웃음의 질이 폭소인지, 실소인지를 수없이 점검한다"며 "양과 질 모두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코미디 영화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바람에 휩쓸리지 않고 '그녀를 믿지 마세요'와 '목포는 항구다'가 최근 각각 1백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어깨동무'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고독이 몸부림칠 때' '맹부삼천지교' 등 코미디영화가 속속 개봉된다.

코미디영화는 한국영화 붐의 효자 장르이다. 영화인들은 "불경기에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우울한 이야기"라며 "잠시나마 세상을 잊고 웃고 싶은 마음에 코미디영화를 찾는 관객이 다시 늘어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배장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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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미썸딩>(1999) <가위>(2000) <빨간 피터의 고백>(2001) <쇼쇼쇼>(2002) <나의 결혼 원정기>(2005) <리턴>(2007)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9) <로니를 찾아서>(2009) <하하하>(2010) <이끼>(201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011) <북촌방향>(2011).

2011년 9월 19일 현재 한국영상자료원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에 등재돼 있는 배우 유준상씨가 출연한 영화들입니다. 이 가운데 수상작은 세 편입니다. <리턴>으로 2008년 제 45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 2010년 <이끼>로 이천춘사대상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 같은 해 <하하하>로 제 19회 부일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출연작이 모두 12편이네요. <북촌방향>은 그의 열두 번째 출연작이자 홍상수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관객 및 언론ㆍ평단의 평을 감안할 때 유준상씨는 숫자 12에 남다른 의미를 갖지 않을까 싶네요.


유준상씨를 처음 만난 건 <나의 결혼 원정기> 때입니다.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했지요. 그리고 이번에 <북촌방향>까지 지면용 인터뷰를 한 건 모두 두 번입니다. <하하하> 때는 전화로 인터뷰, 온라인으로 송고했습니다. 이밖에 기주봉씨의 연극 <사나이 와타나베…완전히 삐지다> 공연을 본 뒤 간단히 맥주를 마시는 자리에서, 아내인 탤런트 홍은희씨와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진행한 뒤, <나의 결혼 원정기>에 이어 <이끼>에서 호흡을 맞춘 정재영씨와 함께한 인터뷰 현장, 제 5회 신디영화제 개막식 후 개막작 상영을 앞두고 만났습니다. <북촌방향> 인터뷰는 그때 섭외했는데 유준상씨의 공연ㆍ촬영, 추석연휴 등등으로 인해 한참 지난 뒤에 이뤄졌습니다.

어쨌든 유준상씨를 만날 때마다 느낀 점은 정말 깍듯하다는 거였습니다. 군기가 잔뜩 든 군인에는 미치지 않지만 만나고 헤어질 때 인사하는 모습, 인터뷰 때 한시도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 말씨 등등이 예절 교육을 철저히 받아 그것이 몸에 배어 있는 청년 같았습니다. 그때만 짐짓 드러낸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남의 눈을 의식한 그것이라면 한 순간이라도 드러나게 마련인데 언제나 한결 같았으니까요.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와 <이끼>에서 함께한 정재영씨도 그랬죠. ‘바른 생활 사나이’라고 했죠. 

                                                   유준상씨가 2002년 12월 7일 탤런트 홍은희씨와 화촉을 밝힌 뒤
                                                   큰 소리로 만세를 부르고 있다.

그런데 유준상 씨를 만날 때마다 묻고 싶었는데 그때마다 깜빡 잊은 게 하나 있습니다. 광고 출연에 관한 것입니다. <나의 결혼 원정기> 때 그는 아내와 함께 한 전자제품 할인점 CF를 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잡담을 나누면서 그 CF가 배우 준상씨의 이미지를 갉아먹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준상씨는 “그게 참…” 하면서 다른 분들에게도 들었다는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로부터 언제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그와 그의 아내는 그 CF를 하지 않았습니다. 괜한 말을 한 게 아닌지 후회했습니다. ‘설마 내 말 때문에 안 한 게 아니겠지?’ 하면서도 후회막급이었습니다. 다른 배우들이 나오는 그 CF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다음 번에는 꼭 물어보렵니다. 아울러 준상씨가 아내와 함께 하든, 다른 동료들과 하든 CF 출연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나의 결혼 원정기> 인터뷰 당시 유준상씨. 
 

매거진X / '나의 결혼 원정기' 주연 유준상 - 배역 욕심에 떠난 '나의 영화 원정기' 
[경향신문]|2005-11-18|M7면 |45판 |문화 |인터뷰 |2388자

유준상(35)에게 '나의 결혼 원정기'는 '영화 원정기'였다. 그의 영화 전작은 '텔미썸딩' '가위' 등 3편. 데뷔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스크린에서 재미를 못본 그는 '좋은 영화'가 고팠다. 목마른 사람이 샘을 찾듯 좋은 영화를 찾아나선 뒤 예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시간을 가졌다. 
 
 "낯가림이 심해 평소 하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다가가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감독님을 두 번 만났어요. 여러 배우를 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안 될 확률도 높았지만 개의치 않았죠.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요."

그렇게 보낸 시간이 1개월여. 그런 끝에 ‘희철’ 역을 따낸 그는 황병국 감독의 고향이자 극중 배경인 경북 예천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희철과 닮은 인물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녹음한 내용으로 사투리를 익혔다. 촬영이 4개월여 지연되는 동안에는 10㎏을 찌웠다.


"배가 나와 보이도록 촬영 전에는 물을 4ℓ나 마셨어요. 촬영 당시에는 화면에 크게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는데 살을 뺀 요즘 보니까 많이 쪄보이더군요."

                                     <나의 결혼 원정기> 인터뷰 당시 유준상씨.

유준상은 이어 ‘만택’(정재영)과 희철이 마을회관에서 술을 마시고 횡설수설하는 장면을 들었다. 그는 이 장면을 직접 술을 마시고 연기했다. 이같은 방식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께름칙했는데 성과는 좋았다.

"꽤 취했는데 촬영을 앞둔 만큼 정신은 멀쩡했어요. 혀가 돌아가고 몸을 주체할 수 없는데에도. 그런 상태로 연기한 게 어떨는지 궁금했는데 디테일이 살아있더군요. 색다른 경험에 소중한 공부가 됐죠. 그런 기회를 준 감독님과 제작진이 정말 고마웠어요."


그는 또 정재영과 많은 시간을 함께한 것도 이번 영화를 잘 빚어낸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데뷔 이전과 이후 등 그간의 이야기를 치부까지 드러내면서 나눴고, 그 덕분에 진짜 친구가 됐고, 그것이 극중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혼자 고민했어요. 이번에는 배우.감독이랑 함께 했고요. 짐은 덜고 힘은 보탰조. 전작과 이번 영화 작업의 가장 큰 차이예요. 그런 만큼 잘 나와 만족해요."

유준상은 대원외고,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 연출 전공으로 입학, 감독수업을 받던 중 연기에 매료됐다. 대학 때 안민수 교수가 쓰라고 하면서 시작한 '배우일지'를 지금도 쓰고 있다.

"배우를 하기에 좋은 나이가 된 것 같아요. 세상 경험과 연기 노하우도 어느 정도 쌓였고. 배역의 비중을 떠나 좋은 영화에 출연, 온몸을 던지고 싶습니다."

'나의 결혼 원정기' 일반 시사회 때 일이다. 유준상은 영화가 끝난 뒤와 시작하기 전에 잇따라 무대인사를 가졌다. 영화를 본 관객과 보지 않은 관객들 반응이 확연히 달랐다. '나의 결혼 원정기'를 통한 그의 '영화 원정기'가 성공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성을 파고든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으로 제 2의 연기인생을 열겠다는 그의 비상이 기대된다.
글 배장수 영화전문기자자cameo@kyunghyang.com
사진 박재찬 기자jcpark@kyunghyang.com


■나의 결혼 원정기-감독 황병국|출연 정재영.수애.유준상
'나의 결혼 원정기'는 발은 땅에, 머리는 하늘에 닿아있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농촌 총각과 탈북자 등 우리네의 차가운 현실을 영화적 판타지를 가미, 따뜻하게 버무려냈다. '웰컴 투 동막골'의 기운을 잇는 '웰컴 투 우즈벡'이라고 할 만하다. 부산.전라.강원 사투리에 이어 경북 사투리와 '내일 또 만나자'는 우즈벡 인사말(다 자쁘뜨러)을 유행시킬 듯하다.

주인공은 만택(정재영) 희철(유준상) 라라(수애). 만택은 경북 시골의 농부, 희철은 택시기사이다. 이들은 죽마고우. 만택은 중학생 때 목욕하는 여인을 훔쳐보다 짝사랑하는 여학생에게 발각된 뒤 여자와 눈도 못 맞추는 숙맥이 됐다. 나름대로 한량인 희철은 애인을 도시로 간 친구에게 빼앗긴 아픔을 지녔다.

영화는 이들의 농촌 생활기와 우즈벡 결혼 원정기로 나뉜다. '너는 내 운명'의 ‘석중’(황정민)보다 더 어수룩한 만택이 치르는 갖가지 에피소드와 희철과 함께 하는 각종 해프닝은 냉소적인 관객까지 무장해제, 동참하게 만든다.

우즈벡 상황도 그리 다르지 않다. 북한 출신 커플 매니저 라라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만택이 연신 퇴짜를 맞으면서, 첫 맞선녀 알로나(신은경)와 결혼을 약조한 희철이 딴 맘을 먹으면서 빚어지는 사건을 통해 웃음꽃을 피워낸다. 우즈벡의 이국적인 풍경은 대개의 로맨틱 코미디에서 기대할 수 없는 볼거리를 안겨준다.

장르 공식에 충실한 이 영화는 또 이같은 일차성을 뛰어넘어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으로 비롯된 우리네의 아픔도 떠올리게 한다. 호부가 엇갈릴 듯한 해피엔딩은 다분한 영화적인 결론이자 각본.연출을 겸한 황병국 감독의 대승적 기원을 엿보게 한다. 다만 결혼정보회사 사장(권태원), 다른 원정대원(박길수.전상진) 등이 빚는 사건은 더욱 정제되었어야 했다. 관객 보은의 일환으로 선정돼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을 장식한 작품으로 23일 개봉된다. 12세 이상 관람가. 배장수 기자 

[충무로 파일]유준상의 ‘하하하’ 현장일지 영상
배장수기자 cameo@kyunghyang.com
2010년 04월 30일 20:33:47


‘세상엔 좋은 것들이 있어서…하하하’
유준상의 <하하하> 현장일지 영상이 최근 공개됐다. 유명 배우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현장일지 영상을 직접 만들고 공개하는 건 흔치 않아 화제를 낳고 있다.

본 영상은 ‘매일 보았던 풍경도 자연의 빛이 바꾸어 놓은 찰나에 움직인다’는 글로 시작된다. 마음을 평온하게 가라앉혀 주는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유준상이 지난해 7월 <하하하>를 촬영하는 동안 쓰고 그리고 찍은 글·그림·사진이 펼쳐진다.

‘글은 쓰려고 해도 써지는 게 아니고, 마음은 잡으려고 해도 잡히는 게 아니고, 그저 보이는 대로, 마음가는 대로 움직여보리라’ ‘아름다운 추억이 비와 함께 창문으로 흘러내린다’ ‘여름 동네, 내가 바라 본 여름 위에 동네가 들어왔다’ ‘수필 같은 영화, 난 그 수필 안에 글이 되어 채워진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미지를 향한 여행은 나를 깨워주고 여자를 향한 진심은 나를 지켜준다’….


이번 영상에 소개되는 대표적인 글이다. 이같은 글과 함께 비가 오거나 맑은 날에 찍은 촬영현장 안팎의 사진이 소개된다. 수필과도 같은 영화에 한 꼭지를 담당한 배우 유준상의 모습과 현장을 바라보는 관찰자로서의 유준상의 진솔한 모습이 함께 한다. 다시 가고 싶은 관광지, 61년 만에 찾아온 개기일식, 상대배우와 보낸 즐거운 시간들, 홍상수 감독 및 스태프와 함께 찍은 사진들 등 통영에서의 다양한 날들과 그만큼이나 다채로운 감성을 맛볼 수 있다. <하하하>의 숨결도 음미할 수 있다.

영상은 ‘일상은 무한한 금광이다’ 라는 홍상수 감독의 주장으로 끝맺는다. ‘7.25 소주에 전복을 한아름 먹으면서…하하하’ 라는 유준상의 글과 함께. 유준상이 촬영한 모든 사진과 글은 5월 1일 발간되는 주간지 씨네21에서 더욱 자세히 만나볼 수 있다.

유준상은 평소 그림을 그리고 사진 찍는 걸 즐긴다. 사진은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뒤 아버님이 쓰신 카메라로 찍기 시작했다. 그림은 졸업 후에 시작했다.


<하하하>는 선후배 사이인 두 남자의 통영 여행에 얽힌 천변만화를 그렸다. 두 남자가 통영에서 만난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통해 사람과 사회를 흥미롭게 풍자했다. 유준상은 영화평론가 역할을 맡아 김상경·문소리·예지원·윤여정·김규리·김강우·기주봉·김영호 등과 함께 했다.

<하하하>는 홍상수 감독의 10번째 장편이자 6번째 칸국제영화제 진출작이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아 21일(현지시간) 오후에 첫 스크리닝을 갖는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홍 감독의 작품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은 것은 이번에 세 번째이다. 첫 초청작 <강원도의 힘>은 ‘특별언급’을 받았다. 올해에는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을는지 주목된다. 국내 개봉은 오는 5월 5일이다.


[★★토크]유준상·정재영 “이끼처럼 딱붙어 지내요”
글 박은경·사진 권호욱 기자 
2010년 08월 08일 21:00:11

배우 정재영과 유준상은 영화 '이끼'에서 이장과 검사로 분해 맞대결을 펼쳤다. 절대적인 권력을 자랑하는 천용덕 이장(정재영)과 유해국(박해일)을 돕는 정의로운 박민욱 검사(유준상)의 두뇌 싸움이 영화의 재미. 관객들이 꼽은 명대사 역시 유준상과 정재영이 주고받은 말이다. 유준상은 정재영에게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비추며 "당신이 싫습니다"고 말했고, 정재영은 뒤돌아서 혼잣말로 "누가 지랑 연애하자 캤나?"라며 쓴소리를 한다. 극의 팽팽한 긴장감을 이완시켜주는 동시에 강우석 감독의 유머코드를 잘 살려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나란히 명대사 추천수 1위를 기록했다.

극중에서는 맞대결을 펼쳤지만, 사실 두 사람은 연예계에서 둘도 없는 '절친'이다. 2005년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로 인연을 맺은 후 5년 넘게 연애보다 진한 우정을 쌓아왔다.

정재영(이하 정) : 작품이 들어와도 서로 추천하기는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만약에 잘못되면, 아니면 서로 마음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허접한 걸 하라는 거야", 이렇게 될 수도 있어요. '이끼'에서 둘이 맞붙는 장면이 3번 정도 나와요. 제가 찾아가서 한번 만나고, 마을에 검사가 찾아와서 만나고, 마지막에 맞붙는 장면. 서로 친하니까 너무 편했죠.
유준상(이하 유) : 제 첫 촬영이 크랭크인이었어요. 재영씨는 촬영이 없었는데 미리 나와줬고요. 드문드문 찍으니 연결하는게 힘들 수 있는데 덕분에 어렵지 않았어요.
정 : 제가 70대 할아버지 분장을 하고 검사 사무실에 찾아가는 게, 영화에서는 2/3 정도에 나오는데 제 첫 촬영이었어요. 할아버지 분장을 처음하고 준상씨를 만났죠.

기자 : 청사에서 검사가 이장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장면은 정말 멋졌어요.
정 : 저는 그런 역할을 못 맡아봤서요. 언제 저런 역할을 신분 높은 걸 맡아보나.
유 : '강철중 : 공공의 적 1-1'에서 회장님 했잖아요.
정 : 주먹 회장? 하하. 회장님이 아니더라도 양복입고 나오는 거는 그때가 거의 유일하죠. 나도 언젠가 당당한 박 검사 같은 것 하고 싶어요.

 
기자 : 유준상 씨는 정재영 씨 배역 중에 탐나는 것 있나요?
유 : 다 탐나요. 연기를 맛깔나게 하기 때문에.
정 : 우리가 이렇게 서로 치켜세워주니까 만나는 거에요(웃음). 서로 술 마시고 "이게 뭐냐" "너나 잘해" 이러면 안 만나요. 하하.

기자 : 두 분은 '나의 결혼원정기'로 처음 만났잖아요. 그때 서로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정 : 저는 TV를 통해 준상씨를 잘 알고 있었어요. 봤을 때 굉장히 예의 바르고, 앉아있는 것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지금처럼 단정하고, 바른 생활 사나이였죠. 매너 좋고 술도 거의 안 먹고 반듯한 이미지요.
유 : 재영씨 첫인상도 좋았죠. 오히려 계속 만나면 만날수록 좋았던 것 같아요.
정 : 그럼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거네요?(모두 웃음)


기자 : 그 때 술 한 잔도 못하던 유준상씨가 정재영씨에게 술을 배웠잖아요?
유 : 전 그때 술을 아예 안 먹을 때였어요.
정 : 감독님하고 미팅할 때도 아예 안 드시더라고요. 술 끊으셨다고. 담배도 안 피고. 전 그때 술을 한창 즐길 때였어요. 남자들끼리 만나서 커피를 빨대로 쭉쭉 빨면서 얘기하는 것은 말도 안 되잖아요(웃음). 만나면 술 먹자고 계속 권하니까 저 때문에 준상씨가 억지로 먹었죠. 당시 마을회관에서 술 먹는 장면이 있어요. 그 때 우리가 마주앙 5병을 먹었어요.
유 : 경북 예천인가 그랬죠. 그때 진짜 만취했었죠.
정 : 그게 초반 장면이에요. 완전히 술이 떡이 됐죠. 저도 그렇게 술을 많이 먹은 것은 처음이에요.
기자 : 그렇게 술 마시다가 친해져서 같은 동네까지 살게 된 거군요?
정 : 네. 제가 구리에 10년 넘게 살다가 5년 전에 이사하려고 두달 간 온 서울을 다 뒤졌어요. 그 전에 분당에 있는 준상씨 집에 놀러갔었는데, 이쪽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좀 비싸고, 저는 빌라를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준상 씨가 집 짓다가 부도나서 싸게 나온 집이 있다고 알아보라고 했어요.
유 : 막연하게 같은 동네 살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동네를 한번 훑어봤어요. 그런데 마침 짓다 멈춘 집이 있는데, 너무 좋아서 부동산 업자를 만나서 얘기를 했죠. 얼마까지 내려줄 수 있고, 어떻게 진행되고 등등. 제가 틈틈이 가서 진행이 잘 되고 있나 점검하고 협상할 즈음에 저희 어머니랑 같이 가서 또 깎아 달라고 했죠.
기자 : 그럼 할인을 많이 받으셨네요~
정 : 그건 모르죠 뭐(모두 웃음). 그렇다고 얘기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기자 : 걸어서 2분 거리에 있어 좋은 점은 많나요?
정 : 아무 때나 시간 날 때 만나서 차 마시고, 아이들 또래도 비슷해요. 준상씨 첫째 아들이 저희집 둘째보다 한 살 많아요.
유 : 걔네들이 또 애틋해요. 같이 있는 걸 너무 너무 좋아해요.


기자 : 그런데 두 분이 말을 안 놓고 '씨'라고 서로 존칭하시네요. 실제 나이는 유준상씨가 한 살 많죠?
유 : 학교 일찍 들어가고, 사회에 먼저 나오고, 뭐 이런 경우를 많이 봐왔어요. 한 살 많다고 "너는 내 동생" 이런 게 없어졌어요. 오히려 서로 존중해 주니까 좋아요. 더 배려도 하게 되고 더 좋은 것 같아요.
기자 : 서로 오래 알고 지냈으니, 단점도 알고 있잖아요.
정 : 저는 내추럴하고 막가는 스타일이고 준상 씨는 계획적이고 부지런해요. 준상 씨는 운동, 노래, 작곡에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배우일지도 몇 십 년 동안 써왔잖아요. 저는 어렸을 때도 일기를 한꺼번에 몰아 쓰고 그랬어요. 준상씨도 저를 보면서 "저런 게 무슨 배우라고"라면서 무계획, 무개념 적이라고 욕했을 거에요. 그런데 준상씨의 계획적인 면이 점점 좋아보이는 거에요. 준상씨는 저 때문에 흐트러지고 술먹고 "으아" 이런 것도 하게 됐죠. 어느 순간에는 준상씨가 저보다 더 술을 마셨다니까요.
유 : 그런 게 팀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건 아주 좋은 장점들이죠.
기자 : 두 분 다 10년 넘게 배우로 살아오셨는데, '이끼'처럼 딱 붙어서 살고 싶을 때는 없었나요?
유 : 항상 그래요. 재영씨도 무명시절부터 버텨서 지금까지 올라왔는데, 그렇게 주인공이 되는 사람이 몇 명 안 되잖아요. 한 우물 파면서 계속 버티고 싶죠. 저는 지금 이쪽 저쪽 파고 있지만 나중에는 재영씨가 파는 쪽과 만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걸 도표로도 그렸어요.
정 : 참 계획적이에요(웃음). 저도 '이끼'처럼 조용히 살고 싶을 때가 많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조용히 사는 걸 좋아해요.

기자 : 앞으로 두 분은 어떤 관계가 되고 싶으세요?
유 : 최근 '택시'라는 프로그램에서 재영씨 얘기를 하다가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 이사오라고 했다"고 했더니, 한 팬 분이 '나의 결혼 원정기'를 패러디해서 저와 재영씨가 서로 사랑하는 콘셉트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줬어요. 그 뮤직비디오 제목이 '그 사람'이에요. 왜 유준상씨는 정재영을 ‘그 사람’이라고 했을까 라면서요. 하하. 저는 재영씨가 이대로만 있어줬으면 좋겠어요. '이끼'의 개인포스터에 글을 하나씩 써서 주는 게 있어요. 제가 "나는 당신이 싫습니다"라는 대사가 생각나서 "나는 당신이 좋습니다"라고 써서 재영씨 드렸어요. 재영씨는 "누가 연애하자 캤나"를 바꿔서 "우리 연애해요"라고 써서 줬어요. 너무 재밌었죠. 아 이대로만 있어주세요.
정 : 하하. 저도요. 이끼처럼 딱 붙어서 이대로만 있어주세요.

 

                                 박은경 기자의 인터뷰가 끝난 뒤 기자는 유준상ㆍ정재영과 기념촬영을 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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