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훈 감독(43)이 새 영화 <터치>(Touch)로 돌아왔다. 오는 8일 개봉되는 이 영화는 일본·중국·홍콩·대만·필리핀·베트남 등 6개국에 사전 판매된 데 이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아메리칸필름마켓(10.31~11.7·현지시간)에서 추가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터치>를 계기로 다시 달리는 민병훈 감독과 ‘힐링타임’을 가졌다. 

 

 

‘동식’(유준상)은 알코올 중독으로 올림픽 메달의 꿈을 접고 중학교 사격부 코치로 지낸다. ‘수원’(김지영)은 병원에서 간병 일을 한다. 영화 <터치>(Touch)는 이들 부부가 절망의 나날 끝에 만나는 기적을 그렸다. 러시아 시인 푸슈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떠올리게 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포도나무를 베어라> 이후 6년 만이다.
“2009년에 좀 아팠다.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모두에게 ‘힐링’(healing·치유)이 되는, 나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들도 행복한 영화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생명’에 관한 3부작(터치·사랑이 이긴다·설계자)을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다 썼는데 첫 편을 제작·개봉하는 데 6년이 걸렸다.”

그간 <터치>만 만든 것은 아니다. 장편 <아! 굴업도>와 <열정>, 15분짜리 단편 다섯 편(노스탤지아·가면과 거울·패션·생명·눈동자)도 만들었다. <아! 굴업도>는 1994년 핵폐기장 건설 반대와 골프장 개발 논란으로 사회적 화제가 된 인천 옹진군의 외딴 섬 굴업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올해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됐다.

 

-<터치>는 언제 만들었나.
“원래는 <천국의 향기>였다. 남편은 <터치>의 동식과 다르고 아내는 수원과 같은 인물이다. 어쨌든 <천국의 향기>는 2년 동안 크랭크인이 일곱 번이나 무산됐다. 그래서 내 영화사(민병훈필름)를 설립하고 직접 제작에 나섰다. 스태프진과 주변의 많은 분들이 마련해준 성금과 인천영상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아서 만들고 배급도 직접 하느라 이제야 개봉하게 됐다.”

이 과정에 심정적으로 힘든 상황에 몰린 민 감독은 제목을 <터치>로 변경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바뀐 제목은 서로 마음과 몸을 나누면 모두 함께 용기와 희망, 기적을 만날 수 있다는 영화의 주제를 담고 있다.

-촬영을 13회차 만에 끝냈다고 했다.
“세 대의 디지털 카메라로 100% 핸드헬드(들고찍기)로 찍었다. 촬영을 할 때마다 평균 10신(scene) 넘게 찍었다. 한 대는 인물의 감정을, 다른 한 대는 상황을 잡는 식으로 카메라의 시점과 거리 등을 달리해 작년 8월 3일부터 27일까지 13회차 만에 촬영을 마쳤다. 그 전에 콘티(만화 형식의 대본)를 면밀이 구성했고 연극처럼 6개월간 리허설을 했다. 배우들은 현장에 오면 촬영하기에 바빴다. 연기할 때 이성이 개입되는 걸 경계했다. 연기 아니 연기를 하는 걸 원했다.”

-이전 작품과 달리 장면 전환이 많고 전개도 빠르다.
“이 영화는 ‘생명’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여서 정적인 표현 양식을 지양했다. 스릴러 형식의 긴장감과 속도감이 ‘생명’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핸드헬드로 현장성과 즉흥성, 민첩성을 살렸다. 다소 거칠더라도 주인공의 심리와 행동을 쫓아가는 식으로 표현했다. 설명하기 보다는 감정으로 이야기했다. 이전 ‘두려움’에 관한 3부작(벌이 날다·괜찮아 울지마·포도나무를 베어라)은 긴 호흡과 여백을 중요시해 800컷(cut) 정도인데 이번에는 2500컷이다.”

-과감한 생략도 돋보인다.
“기획할 때부터 상영시간(러닝타임)을 100분 이내로 하려고 했다. 병원에서 할아버지가 수원을 성추행하는 이유, 이 할아버지의 통장을 유용(남편의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한 수원을 할아버지의 딸이 때리는 장면, 수원의 어린 딸 ‘주미’(김지영)가 ‘채빈’(채빈)의 아버지에게 아버지(동식)를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는 부분 등을 생략했다. 러닝타임이 99분이다.”

-사슴이 몇 차례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사슴은 두려움과 구원의 상징이다. 생명의 순환 고리 역할을 한다. 각각 두려움의 존재로 다가왔다가 수원에게는 용기를 내게 하고, 동식에게는 생명의 열쇠를 찾게 하는 존재로 작용한다. 그것은 신의 모습일 것이고 신은 생명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한다. 영화는 <그것이 알고 싶다>나 <PD수첩>이 아니다. 사슴의 출현은 판타지다. 판타지는 영화의 맛과 재미를 더해준다.”

사슴은 길들여지지 않는 동물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해를 서슴지 않는다. 민 감독 등 제작진이 살펴본 서울과 인천의 사슴은 기가 셌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홍성의 한 농장에서 1박2일에 500만원을 주고 두 마리를 캐스팅했다. 사슴의 특성을 감안, 촬영은 주인이 마취주사를 놓은 다음에 시작했다. 그런데 한 마리는 주사를 맞은 뒤 쓰러져버렸다. 다른 한 마리는 시나리오대로 걸어오고 멈추고 두리번거리는 연기를 해줬다. 제작진은 쾌재를 불렀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 ‘청소년관람불가’(청불) 등급을 받았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부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터치하고 해법을 찾아보자는 데 청소년도 동참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런데 ‘청불’이라니…. 왜 그들이 봐서는 안 될 영화인지, 흥행 때문에 화가 나는 게 아니다. 청소년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는데 그걸 막기 때문이다.”

-이른바 ‘작은 영화’가 설 자리가 좁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문화부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심사위원단을 구성, 매년 ‘올해의 영화’를 10편 이상 선정해서 DVD 15만 장 정도를 구입해 전국의 학교·도서관에 공급해 주는 게 한 방법이라고 본다. 관객들이 이곳을 통해 작은 영화들을 자주 감상하면 영화의 다양성이 구현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해외 공관에도 보내 한국영화(문화)도 알리고 이를 통해 수출도 꾀할 수 있다. 하드웨어(전용관)를 늘리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관리·유지비도 많이 든다.”

<터치>는 관객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존엄사·의료체계·성폭력·음주문화를 비롯해 교사 임용·복지·간병인 제도·부부 및 부모와 자식의 관계 등에 대해 자연스레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환자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수원은 전화로 사제(司祭)에게 도움을 청한다. 사제는 그간 수원이 잘못한 점을 든다. 수원은 “죽어가는 환자를 보지 않고 내 잘못을 본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제반 문제가 얽히고설키는 것은 이처럼 본질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실마리를 푸는 것은 관심을 갖고 터치하는 데에 있다. 월드비전 아동보건 글로벌 홍보대사로 활동해온 유준상은 6일 열리는 <터치> 나눔 특별 시사회에서 가장이 환자인 가정과 아동양육시설을 돕기 위해 6000만원을 기부한다. 민 감독은 “터치하면 기적이 생긴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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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진 감독(47)이 새 영화 <용의자X>로 돌아왔다. 이 영화는 지난 18일 개봉, 6주 동안 정상에 올라 있던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끌어내리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면서 3일 동안 44만1429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관람했다. <오로라 공주>(2005) 이후 다시 달리는 방은진 감독의 개선 행진곡을 들었다.

 


<용의자X>는 살인사건을 다루면서 사랑 이야기를 녹여놓았다.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을 각색, 영상화했다. 제목 앞에 명기, 영화가 어떤 작품인지를 짐작하게 해주는 태그라인(Tagline)이 ‘천재 수학자의 완벽한 알리바이’다. <용의자X>는 이 알리바이의 전모를 보여준다. 완벽한 알리바이로 인해 미궁에 빠지던 사건은 석고의 사랑이 단서가 되면서 새 국면을 맞는다. 천재 수학자 ‘석고’는 류승범, 이웃집 여인 ‘화선’은 이요원, 형사 ‘민범’은 조진웅이 맡아 열연을 펼쳤다.

-원작 소설은 언제 읽었나.
“국내에 출간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오로라 공주> 촬영감독 권유로 읽었다. ‘죽인다’는 그의 말대로 흥미로웠다. 어떻게 하면 판권을 살 수 있을는지, 고심만 하다가 다른 작품을 준비하느라 잊었다. 일본에서 소설과 같은 제목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국내에 배급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쉬웠다. 기회가 없어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본영화 <용의자X의 헌신>은 2009년 4월 9일 개봉됐다. 9만4790명(한국영화연감 기준)이 관람했다.

-결국은 만들었다.
“판권은 케이앤엔터테인먼트가 갖고 있었다. CJ엔터테인먼트가 개발, 케이앤과 공동제작했다. 나는 CJ에 한 작품의 기획안을 내놓고 개발을 하고 있고, CJ는 어느 정도 시나리오를 끝내고 감독을 찾고 있던 시점에 만났다. 연출 제안을 받고 내가 심리를 다루는 데 장점이 있다고 보나 보다 했다.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는데 5년여 만에 내 손에 들어온 데에서 운명이란 느낌을 받았다. 앞서 두 영화사에서 준비했던 작품이 다 무산됐고, CJ에 내놓은 새 기획 작품은 해외로케 등 일정 시간이 필요했다. <용의자X>는 잘 할 수 있는 소재였고, 하고 싶은 작품이어서 달려들었다. 잘 만들어서 앞으로 연출을 하는 데 탄력을 받고 싶었다.”

 

-각색 작업은 얼마나 했나.
“각본 작업은 이공주·이정화·김태윤 작가가 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3개월 간 감독고(監督稿) 작업을 10고(稿)까지 했다.”

-각색·연출작업 때 어디에 주안점을 뒀는지.
“소설에서 사랑은 숨겨져 있다. 수면 아래에 있는 사랑을 영화에서는 위로 올렸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품은 진심과 사랑을 담는 데 무게를 뒀다. 사랑이 사람을 구원하는 이야기를 풀어넣어 울림이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감성 미스터리를 지향했다.”

-촬영작업은 어땠는지.
“촬영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개월까지 60회에 걸쳐 찍었다. 빛으로 감정을 다루는 이철오 조명감독, 핸드헬드 촬영(들고찍기)의 천재라고 했을 만큼 역동적인 순간의 감정을 포착해 내는 최찬민 촬영감독-이 영화에서는 외려 정적인 카메라이긴 하다-, 감정을 소리로 증폭하는 신이경 음악감독 등 최강의 스태프와 최고의 배우들과의 합작품이다.”

촬영할 최적의 장소를 찾는 게 힘들었다. 계단과 마당을 갖춘 복도식 아파트는 전국을 헤맨 끝에 찾은 대구의 오래된 맨션이다. 살인사건, 장르적 특성 때문에 주민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석고가 지나다니는 길목의 낡고 오래된 굴다리는 전국을 헤매다가 신촌의 외진 곳에서 기적적으로 발견했다. 중요한 단서가 되는 저수지는 강원도 화천의 오지에서 찾았다.

-일본영화 <용의자X의 헌신>은 봤나.
“각색 작업을 마친 뒤에 딱 한 번 봤다. 그 전에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작업 후에 보니까 주요 인물(물리학자)이 없어졌고, 나이를 낮췄고, 멜로에 중점을 둬 그 영화와의 차별화 등은 굳이 고려하지 않아도 됐다.”

소설 등을 각색·영상화한 작품은 곧잘 원작과 비교된다. 문자언어와 영상언어, 표현의 무한성과 한계성, 단독 작업과 공동 작업, 작업비용 등에 걸쳐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원작에 비해 이러저러하다는 평가를 받고는 한다.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그린 영화에 비해 평가에서 불리한 실정이다.

-원작에 비해 어떻다는 감상평이 잇따른다.
“소설과 영화는 엄연히 장르가 다르고 그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비교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맞닥뜨리니까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미스터리에 심리·멜로를 가미해 호·불호가 있겠지만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영화의 재미를 더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먼저 읽었든 아니든, 원작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영화 자체의 재미와 의미를 느꼈으면 한다.”

 

-석고의 사랑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성별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대체로 남자들은 ‘미친 사랑’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울컥해 한다. 여자들은 ‘완전한 사랑’이라며 ‘받고 싶다’고 한다. ‘(그런 사랑) 있으면 좋겠다’ ‘희망을 얻어간다’는 분들도 있다. 영화상의 이야기지만 가능한 사랑이라고 본다.”

심리학자 장근영 박사는 관객과의 대화에서 석고의 사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석고가 화선에게 보여주는 것은 헌신밖에 없고, 화선은 석고에 대해 전혀 모르고, 석고에 대해 감정이 생기려 하지만 석고 혼자 다하고 있다”며 “이런 사랑을 스턴버그는 ‘공허한 사랑’이라고 하고 색채이론에서는 ‘아가페적 사랑’이라고 한다”고 했다. “아가페적 사랑이라는 건 신의 사랑”이라며 “가장 큰 사랑을 한 인간(석고)이 가져가고 있다는 것에 있어 굉장히 경외로웠다”고 했다.

-원작자는 영화를 봤나.
“보셨다. 격조가 있고 좋다고 했다. 과장되지 않고 차분한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라며 캐릭터들의 갈등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각색을 할 때 작가가 몇 가지 조건을 걸었다. 화선과 ‘윤아’(김보라)의 관계, 화선의 행보, 제목 등등에 대해. 이를 좀 배반했는데 모두 용인해 주셨다. 범인과 형사 사이에서 고뇌하는 물리학자가 그려지지 않은 데 대해 ‘약간 아쉬울 수 있으나 신념에 근거를 둔 과감한 각색’이라고 했다.”

방 감독은 초등학생 때 KBS 어린이합창단에서 활동했다. 아역배우도 했다.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중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1994)으로 데뷔했다. 박철수 감독의 <301, 302)(1995)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연기상 등을 받았다.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불명>(2000)으로 대종상 여우조연상 등을 받았다. 감독 데뷔작 <오로라 공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과 황금촬영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용의자X>는 멜로가 살아있는 미스터리다. 방 감독은 “세상이 각박하고 사랑도 일회적·조건적인 데 익숙해지고 있다”면서 “<용의자X>를 보고 나서 우리가 염원하는 사랑의 절대 가치를 되찾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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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감독(43)이 다큐멘터리 <MB의 추억>을 오는 18일 내놓는다. <MB의 추억>은 국내 최초의 현직 대통령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MB) 후보의 관점에서 유권자를 바라봤다. 2012년 대선에서는 유권자들이 각 후보를 제대로 바라보자는 주제를 담았다. 김 감독과 <MB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강제한 게 아니야.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거야.’ 히틀러의 최측근으로 나치 선전과 미화에 앞장선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말이다. <MB의 추억>은 이 자막으로 시작,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유권자들의 환호와 이로 인해 치르는 대가를 보여준다. 말미에 MB를 대신하는 성우는 “내게 환호했던 그대들 영광이었나”라고 묻고 “지난 5년의 역사는 나를 권좌에 앉힌 그대들이 써내려 간 것”이라고 말한다.


-제목이 <MB에 대한 추억>이 아니라 <MB의 추억>이다.
“이 영화는 MB의 관점에서 유권자를 바라보는 다큐멘터리다. 2012년 유권자의 관점에서 2007년의 MB를 바라보고 ‘정치인들이 뭐 다 그렇지’라는 MB에 대한 냉소적인 추억으로 끝나길 원하지 않는다. MB는 유권자를 어떻게 보는지? MB 입장에서 바라본 유권자의 모습을 담아 그들의 다음 선택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MB의 추억>은 김재환 감독의 ‘역지사지(易地思之) 프로젝트’ 즉, 입장 바꿔보기 기획 두 번째 작품이다. 첫 작품은 <트루맛쇼>(2011)다. 김 감독은 직접 식당을 차려 놓고 TV가 세상을 고발하는 방식 그대로 TV를 고발했다. 미디어계의 슈퍼 파워 지상파 방송사에 직격탄을 날려 커다란 파장을 낳았다.


 

 

-‘정산 코미디’를 표방했다.
“요즘 국민의 관심은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는지에 쏠려 있다. 미디어는 2007년 선거의 황당한 이미지 쇼를 되풀이하고 있다. 믿을 만한 약속보다 믿고싶은 약속을 선택해온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난 선거 때 이명박 후보가 막 던진 약속들과 미디어가 유포한 이미지를 정산해 보는 게 중요하다. 5년 전, 우리는 MB에게 낚였다. 지금 돌아보면 너무도 뻔히 보이는, 선거라는 ‘민주적인 사기’에 낚였다. <MB의 추억>을 만든 이유는 정치 혐오증을 부추기려는 것이 아니다. 허접하고 천박한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을 말하려는 것이다.”

 

-과정도, 결과도 모두 유권자의 몫이다.
“MB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는 ‘당신들이 날 욕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말할 것 같다. ‘우린 공범이다. 거울을 보라, 거울에 비친 여러분의 모습 속에 내가 있다. 돈과 빠른 성공·성장을 위해서라면 거짓과 부도덕은 얼마든지 눈감아줄 준비가 된 사람들, 그게 유권자다. 당신들이다. 나는 당신들이 듣고 싶은 말만 던졌을 뿐이다. 당신들은 500만표 이상의 차이로 나를 대통령으로 뽑아줄 만큼 사랑스럽게도 탐욕적’이라면서. MB는 쿠데타로 집권하지 않았다.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뽑힌 우리들의 대통령이다. 5년 전, 공포스러우리만치 뜨겁던 환호와 열광을 보낸 것은 바로 ‘우리’다. MB도, 우리 발등도 우리가 찍었다.”


 

 

-장르 규정이 다큐, 코미디 등으로 나뉜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는 코미디, 네이버에는 다큐로 돼있다. 찍을 때는 다큐멘터리였는데 5년이 지나고 보니 코미디가 되어버렸다. 지난 5년, 쓰라린 기억을 가진 사람에게는 호러(공포)가 아닐까? 우리 주연 배우 MB에게도 호러일 것이다. 나는 분노로 인해 가슴이 따뜻해 지는 휴먼 다큐멘터리라고 만들었는데 배급사 대표는 호러 코미디라고 한다.”

-선거 과정이 텔레비전의 리얼리티 쇼를 보는 것 같다.
“그렇게 평가하는 분들이 많다. MB와 측근, 유권자들이 한국이라는 거대한 세트에서 펼치는 리얼리티 쇼를 보는 것 같다고 한다. MB는 특히 유권자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살아있는 연기로 보여줬다. 각 영화상 남우주연상을 휩쓸 정도로 연기가 탁월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런 쇼는 이번 대선에서 이미 되풀이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더욱 가열될 것이다. 리얼리티 쇼는 리얼인 척 하는 쇼일 뿐이다. TV 뉴스 시간에 쇼하는 후보들을 리얼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리얼이란 없다. 사실 정치나 선거는 본질적으로 쇼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지만 좀 진정성 있는 쇼를 보여줬으면 한다. 아침에 신문 펼쳤을 때 태풍 피해 지역 가서 물건 옮기는 후보들 사진 보면 기분이 좋지 않다. 수십명의 기자들 몰고 다니면서 억장이 무너진 사람들 배경 삼아 표 모으려고 사진 찍어대고 민폐만 끼친 후 다음 장면 찍으러 다른 장소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정치쇼를 중계하는 미디어도 문제다.
“이미지 쇼를 중계할 때 중계라도 제대로 하면 다행이다. 맛 없는 식당을 맛집으로 소개해 손님 줄 세워 대박집 만들어주고, 주변 식당들 파리 날리게 만드는 가짜 맛집 방송의 전형적인 폐해를 왜 날마다 9시 뉴스 시간에 경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올레TV 편파 야구 중계를 벤치마킹한 것 같은 뉴스가 대놓고 이미지를 조작하고 있다. 예전 돌발영상이 그립다. 뉴스에서 보여주는 쇼 이면의 그림들이 보고 싶다.”

 

-최근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편파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치적 간접 광고 실명제를 해야 한다. 프로그램 시작할 때 자막으로 알려주는 거다. ‘본 프로그램 진행자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으로, 다음 총선에 공천을 받기 위해 특정 대선 후보의 간접 광고를 프로그램 속에 수시로 녹여내고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대충 이런 내용으로.”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하자, 제대로 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영화에서 김제동씨가 말했듯 투표하지 않는 계층에게 정치인들은 표를 구걸하러 오지 않는다. 인터넷 기사에 댓글로 MB를 조롱한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오직 표로 보여줘야 변화가 시작된다. 정치를 혐오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혐오하니까 막아내는 것, 되어야 할 사람을 뽑기 이전에 되어선 안 될 사람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그게 선거에 대처하는 유권자의 바람직한 자세다.”

 

-방송사와 프로그램 제작사로부터 당한 <트루맛쇼> 소송은 어떻게 됐나.
“상영금지 소송에선 이겼고,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 당한 건 당연히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무고혐의로 뜨거운 맛을 보여줄까 생각하다가 참았다. <MB의 추억> 때문에 바빠서 싸워줄 시간 없었다. 앞으로 <트루맛쇼> 같은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아무 문제없으니 마음껏 제작하시면 된다. 보시다시피 나는 멀쩡하다.”

 

<MB의 추억>은 MB 5년을 탈탈 털어 명쾌하게 ‘747’로 정산한다. 허다한 삽질의 본질이 어떻게 탄생했고, 왜 탄생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왜 오늘날과 같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깔끔하게 보여준다. MB가 추억하는 것도, MB를 추억하는 것도 바로 ‘오늘’의 현실에 닿아 있다. 김재환 감독은 “<MB의 추억>을 계기로 앞으로 현직 대통령 소재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물론 방송이 제 역할을 하면 이런 걸 만드는 제작자도 찾는 관객도 사라지겠지만”이라고 했다. “주연 배우가 현직이니까 의미가 있다. 전직 대통령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영역이지 내 아이템은 아니다”면서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 <MB의 추억>을 가늠쇠로 삼으면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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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단풍잎 2012.10.22 15: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재환감독은 미국의 마이클 모어와 같은 분이시군요. 방송과 언론이 제 역할을 하면 이런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도 관객도 사라질거다...가슴에 와닫네요.

추창민 감독(46)의 <광해, 왕이 된 남자>가 각광받고 있다. 개봉 26일 만인 지난 8일 800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했다. 현 추세라면 조만간 ‘1000만 고지’에 오를 듯하다. 대구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추 감독은 데뷔작 <마파도>(2005)와 <사랑을 놓치다>(2006),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로 주목받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네 번째 작품이다. 한 유명 감독이 돌연 하차한 뒤 각색·연출을 맡아 재미있고 의미있는 작품으로 풀어냈다. 추 감독과 <광해, 왕이 된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숨겨야 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다’. 승정원 일기 광해군 8년 2월 28일에 적힌 글귀다. 이에 따라 조선왕조실록에서 광해군 15일간의 행적은 지워졌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이 15일간의 전말을 영화로 창작한 작품이다. 암살·역모 위협에 시달리던 ‘광해’(이병헌)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찾고, 도승지 ‘허균’(류승룡)이 물색한 저자의 만담꾼 ‘하선’(이병헌)이 광해가 몸져 누워있던 보름 동안 왕노릇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모 감독이 돌연 하차한 뒤 연출을 맡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종영 3~4개월쯤 뒤인 작년 9월에 제안을 받았다. CJ E&M이 기획·개발한 시나리오를 읽고 각색을 하겠다고, 각색한 것에 이견이 없으면 하겠다고 한 과정을 거쳐 연출을 맡았다.”

-유사 소재의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 <데이브>(1993) <카게무샤>(1980) 등을 염두에 뒀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나는 왕이로소이다>가 만들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왕이 천민으로서 느끼는 이야기였다. <광해~ >는 반대로 천민이 왕이 되어 느끼는 이야기고. <데이브>는 몰랐고, <카게무샤>(1980)는 워낙 좋아하는 영화였다. 다른 영화들을 의식하지 않았다. 저는 저대로 요리사가 요리를 하듯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각색은 얼마나 했나.
“첫 각색에 한 달쯤 걸렸다. 좋다는 회신은 금방 받았다. 이후 3개월여 준비 작업을 했다. 겨울은 촬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고 극중 공간에 푸름이 보였으면 해서 피했다. 마침 이병헌씨 스케줄도 2월 이후에 가능했다. 6월까지 찍었다.”

-각색은 어디에 주안점을 뒀는지.
“처음 읽은 시나리오는 완성도가 뛰어났다. 이미 검증받은 시나리오였다. 그 시나리오에 사람들 간의 관계 등 내가 좋아하는 점을 보완했다. ‘조내관’(장광)과 나인 ‘사월이’(심은경) 등 왕 주변 인물의 비중을 더 키웠다. 관계를 늘리고 줄이는 식으로. 눈에 보일 정도로 한 건 아니다.”

 

-하선은 조내관·사월이 등을 가까이 하면서 허수아비에서 벗어난다.
“사람은 주변 사람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는다. 두 사람은 하선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조연이 살아야 영화가 산다는 점에서도 두 인물의 역할이 중요했다.”

-객석에서 시종 웃음이 잇따른다.
“<광해~ >는 돈이 많이 들어가고(제작비 63억원, 프린트·홍보 마케팅비 30억원) 톱스타가 나오는 상업영화다.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으로 코미디를 차용했다. 코믹한 장면은 현장성이 중요하고 배우들 몫이 크다. 배우들이 ‘촉’이 좋고, 호흡이 잘 맞았다. 배우들의 연기가 잘 살아나도록 찍었다. 인물(배우)이 살아야 영화가 산다고 생각한다.”

하선이 허균을 처음 만난 뒤 돌아갈 때 천장 아래 대들보에 부딪히는 건 이병헌의 아이디어다. 이병헌이 그런 장소에서 찍자고 해 물색을 했는데 운좋게 두 번이나 부딪치는 곳을 찾아냈다. 허균이 퇴청을 앞두고 실제로 엿을 먹으라고하는 장면도 류승룡이 제안했다. 호위무사 ‘도부장’(김인권)이 의심을 했던 하선에게 감복해 울먹이다가 울음을 토하는 장면은 여러 층위로 찍었고, 모니터 결과를 감안해 현재의 것을 썼다.

 

-매화틀(왕의 이동용 변기) 관련 장면이 압권이다.
“사극은 창작의 여지가 많다. 실제에 기반한 가상의 이야기에 관객들이 기분좋게 속아준다. 매화틀은 실제이고 관련 이야기는 만들어낸 것이다. 먹성 좋은 하선과 수라상, 상궁·나인들에 관한 장면 등도 모두 창작한 것들이다.”

-하선이 ‘대동법’을 시행하고 명과 청나라를 두고 실리적 외교정책을 펴려는 장면이 강렬하다. 현 정권의 정책과 대비된다.

“정치적메시지는 분명히 있지만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두고 이야기한 게 아니다. 결코 거대 담론에서 시작한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왕에 관한 이야기다. 광해를 재조명한 영화가 아니다. 주인공은 하선이라는 가상의 인물이다. 천민인 그가 왕이 되었을 때 과연 어떤 행동을 할까, 우리가 원하는 왕은 어떤 사람일까….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이런 왕이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경쾌하고 재밌게 우화적으로 담았다. 실제 왕이 하선처럼 말한다면 닭살일 수도 있다. 천민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왕의 말투와 행동, 고뇌여야 관객들이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관객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여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궁의 내·외부 장면이 돋보인다.
“촬영 당시 가장 고민한 부분이 공간 활용이다. 조선시대에 가장 높은 사람의 이야기니까 왕의 거주 공간을 실제처럼 웅장하고 화려하게 담고 싶었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실제 궁궐 촬영은 어렵게 허가를 받아 경복궁과 창덕궁에서 하루씩 찍었다. 내부는 물론 외관 촬영도 제한적이서 안타까웠다. 고증을 철저히 했고 예산 내에서 내외의 공간과 의상·소품 등 미술에 비중을 더 뒀다.”

임금의 침실과 회의실, 대전(정전) 등의 세트는 실제처럼 최대한 크게 지었다. 나무도 베니아판이나 장판이 아니라 원목을 사용했다. 하지만 실제를 오롯이 구현하는 건 예산 등의 문제로 불가능했다. 추 감독은 “미국에서 시사를 했을 때 건축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더 잘 보여줬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털어놨다.

 

추창민 감독은 대구대 축산학과를 졸업했다. 막연하게 영화감독을 동경했던 그는 뒤늦게 충무로에 뛰어들었다. 여균동 감독의 <죽이는 이야기>(1997) 연출부를 거쳐 김성수 감독의 <태양은 없다>(1998)에서 스크립터로 일했고, 장문일 감독의 <행복한 장의사>(2000)에서 조감독을 맡았다. 추 감독은 “스크립터는 영화 내내 감독과 함께 한다”면서 “감독 지망생에게 꼭 스크립터를 해보라고 권한다”고 했다. 김성수 감독을 스승으로 꼽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진정한 정치 지도자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우리 시대의 열망을 담아 관객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귀를 열고 들으시라고 소리쳤나이다’ ‘임금이라고 자기 뜻대로 할 수 없음을 어찌 모르시오’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 ‘사대의 예보다 내 백성의 목숨이 더 소중하오’…. 추 감독에게 이상적인 지도자를 물었다. 추 감독은 조내관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임금이 될 수 없다’고 하는 대사를 든 뒤 “광해와 하선이 다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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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재현(47)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DMZ Docs) 집행위원장이다. 2009년 제1회 때부터 집행위원장을 맡아 4년째 꾸려오고 있다. 안성기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에 이어 배우 활동과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업무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올해 영화제에선 그간의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대중과의 소통에 역점을 두고 있다. 조재현 집행위원장과 올해 영화제와 연기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다가왔다.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전세계 36개 나라에서 만든 115편을 상영한다. 작년에는 31개국 101편이었다. 21일 오후 6시에 도라산역,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개막식을 갖고 롯데시네마 파주아울렛 4개관과 메가박스 출판도시점 4개관에서 초청작을 상영한다.”

-개막작 <핑퐁>은 어떤 작품인가.
“스포츠 다큐멘터리다. 80~100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세계 탁구 챔피언 대회를 다룬 영국 작품이다. 전세계에서 심화되고 있는 노령화·고령화 문제를 경쾌하게 조명했다. 참가 선수들을 통해 불굴의 의지와 죽음에 대한 반추 등을 감동적으로 담았다.”

폐막작은 ‘경쟁’ 부문 수상작 가운데 한 편이다. 경쟁 부문은 국제·한국·청소년으로 나뉜다. 국제경쟁 흰기러기상(대상)에 1500만원 등 수상작에 총 3650만원의 상금을 준다.

-경쟁 부문 응모작은 많았나.
“총 665편이 응모했다. 지난해보다 142편이 많다. 응모작 중 25편을 선정했다. 국제 부문에 11편, 한국에 8편, 청소년에 6편을 뽑았다. 경합이 치열했다. 애석하게 떨어진 작품 중 일부는 ‘비경쟁’ 부문에서 소화했다.”

 

비경쟁은 아홉 부문으로 엮는다. 글로벌 비전·닥 얼라이언스 걸작선·아시아의 시선·아트 링크·현장 속의 카메라·자연 다큐멘터리·다 함께 다큐를!·폴란드 다큐멘터리 특별전·특별상영 부문에서 90편을 상영한다. 이 가운데 정우정 프로그래머 추천작은 <핑퐁>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 <인터럽터스> <팔레스타인 점령의 적법성에 대한 보고서> <헤드라인-뉴욕 타임즈의 모든 것> <아이 웨이웨이-난 멈추지 않는다> <우디 앨런-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등이다.

-어떤 점에 역점을 뒀나.
“대중과의 소통이다. 지난 3년간 일궈온 괄목할 만한 성과를 근간으로 영화제의 진정성을 견지하면서 더 많은 관객, 더 폭넓은 관객층이 평화·생명·소통에 관한 다양한 소재·주제의 다큐멘터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입시경쟁 과열, 환경·노인 문제, 부패한 사법계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사안을 조명한 작품이 많다. 2AM이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배수빈·류현경·박철민·이한위 등 선후배 배우들이 ‘다큐 패밀리’로 함께한다.”

 

-프로젝트 마켓을 연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다큐멘터리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마켓 크로싱 보더스(Crossing Borders) 2012’를 유치했다. 이를 통해 한국 다큐멘터리의 해외 진출 및 국내외 투자유치를 꾀할 것이다. 독자적인 국제 다큐멘터리 네트워크를 점차 구축, 향후에는 자체적인 ‘DMZ Docs 프로젝트 마켓’을 출범할 계획이다.”

-어떤 부대행사를 갖나.
“마스터클래스, DMZ Docs 강연 및 세미나, DMZ Docs 토크, 교실로 간 다큐:Docs for Edu 등이다. 야체크 페트리츠키를 비롯해 안제이 바이다 영화학교 출신인 폴란드의 감독과 촬영감독, 일본의 감독과 영화평론가, 미국의 프로듀서 등이 참여한다. 대구대 외국인 초빙교수(찰리 한)는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세계를 통해 미술과 다큐의 만남에 대해 강연한다.”

-관객을 위한 일반 행사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많다. ‘DMZ 와인시네마열차’를 운행하고 ‘DMZ 평화자전거행진’을 갖는다. ‘김중만 DMZ people 사진전’ ‘Book·Film페스티벌-필리핀의 날’ 등도 열린다. 사진전 수익금은 대성동 마을에 기부한다. 필리핀의 날에서는 필리핀 다큐와 전통 공연 등을 감상하고 전통 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DMZ 문화의 Zone’도 마련하고 거리의 악사 공연도 갖는다.”

-3년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첫 회에 자원봉사자 60명을 뽑는데 미달됐다. 1차에 30명, 추가 모집에 28명이 응모했다. 나와 집행위원이 한 명씩 보태 60명을 채웠다. 반면 올해에는 580명이 응모했다. 제주와 일본에서도 왔다. 130명을 선발했다. 출품작이 해마다 늘고 있고 우수 작품 초청에 따른 어려움이 없다. 처음에 집행위원장을 맡았을 때 ‘배우가 무슨…?’ 하며 부정적으로 보거나 아예 관심이 없었다. 지자체의 이벤트로 보는 이들도 많았다. 이런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맞서 좋은 작품을 초청·상영하고 지원한 결과 국내외에서 진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제작지원 프로그램 성과는 어떤가.
“기대 이상이다. <두 개의 문> <어머니> 등이 대표적인 지원작이다. <두 개의 문>은 올해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극장에서도 7만여 명이 관람할 정도로 이례적인 흥행기록을 세웠다. 올해에는 신설한 ‘BCPF다큐펀드’를 포함해 총 1억원을 지원한다. ‘신진 다큐멘터리 작가 제작지원’, 부산국제영화제 AND와 함께 아시아 다큐멘터리를 지원하는 ‘DMZ펀드’ 등을 통해 국내외 우수 다큐 발굴과 제작 활성화에 앞장선다.”

 

-트레일러에 출연했다.
“대중과의 소통을 궁리하다가 아이디어를 내고 출연도 했다. 수많은 사연이 오가는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소통에 대해 넋두리를 하는 남자로 나온다. 다큐영화제 성격에 맞춰 실제로 소주를 마시면서 찍었다. 올해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베니스 데이즈’ 부문에 초청받아 ‘퀴어 라이온’상을 받은 <무게>(가제)의 전규환 감독이 연출했다.  전 감독은 나와 설경구가 신인일 때 우리들 매니저였다. 뒤늦게 <모차르트 타운>(2008)으로 데뷔, <애니멀 타운>(2009) <댄스타운>(2010) <바라나시>(2011) <무게> 등을 연출했다. 전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대단한 감독이다.”

-<무게>는 어떤 작품인가.
“인간이 짊어지는 삶의 무게를 절묘한 캐릭터와 독보적 영상을 통해 담아낸 재미있는 예술영화다. 내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기영상위원회에서 출자·투자했다.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신체장애인 역을 맡았다.”


 

-전수일 감독의 <콘돌은 날아가고>에도 출연했다.
“한 사제의 육체적·정신적 시련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성찰에 대해 조명한 휴먼 드라마다. <콘돌은… > <무게>, 둘 다 초저예산 독립영화다. 작품·오락성을 갖춘 상업영화도 좋지만 독립영화는 배우로서 원래 내 모습을 찾게 해준다. 오는 11월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연극을 올릴 예정이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경기영상위원회 조직위원장, 경기도 문화의 전당 이사장, 성신여대 부교수…. 하는 일이 많다는 데 대해 조 위원장은 “연기처럼 일로 여기지 않고 열심히 즐긴다”고 했다. “운동선수들이 경기하면서 일한다고 하느냐”며 “열심히 즐기다보면 의미와 보람도 커진다”고 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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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곽지민(27)이 다시 뛴다. 6일 개봉하는 영화 <웨딩스캔들>(감독 신동엽)에서 언니와 동생, 두 배역을 소화했다. 곽지민은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사마리아>(감독 김기덕)의 여고생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에는 남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어느덧 데뷔 9년차. 곽지민의 오늘과 어제, 그리고 내일의 꿈을 들여다봤다.

 

<웨딩스캔들>은 동생 ‘정은’(곽지민)이 위장결혼 혐의로 체포된 언니 ‘소은’(곽지민) 구출작전을 담았다. 언니와 동생은 옌볜에서 온 쌍둥이 자매다. 동생이 서류상 형부인 ‘기석’(김민준)을 만나 부부 증명 자료를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확실한 증거 자료가 될만한, 베드신을 찍는 데에서 절정을 이룬다.

-시나리오는 언제 봤나.
“4월 중순에요. 콘셉트가 재밌는 로맨틱 코미디이고, 여고생인 아닌 제 나이 대 역할이고, 나아가 1인 2역이라는 점이 좋았어요.”

-노 개런티라고 했다.
“저뿐 아니라 김민준 선배 등 출연진과 스태프 모두 노 개런티에요. ‘독립영화’로 완성하자는 기획의도와 제작방식에 동참한 거예요. 영화를 사랑하는 순수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언제부터 얼마나 찍었는지.
“5월 초부터 중순까지 9회 차 촬영을 했어요. 원래는 8회 차인데 달리는 장면 찍으면서 제 다리 근육이 부분 파열되는 바람에 한 회 더 찍은 거에요. 지하철·버스·모텔 등 장소이동이 많았는데 기적적으로 찍었고, 개봉도 전격적으로 이뤄졌어요. 유명 국제영화제를 다녀온 뒤에 가능할 거라고 봤는데 후반작업 때 재미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후속 투자를 받은 거예요.”

-두 인물을 해냈다.
“배우에게 1인 2역은 기회이자 도전이죠. 발음이 또박또박한 편인데 옌볜 사투리를 해야 해, 캐스팅이 안 될까봐 걱정했어요. 다행히 기회가 주어졌고 성공적으로 해내 기뻐요. ”

-사투리는 누구에게 배웠나.
“교포 친구에게 배웠어요. 감독님이 자매의 억양·음색 차이가 살짝 드러나는 정도로 하자고 한 점, 과장된 억양이 자칫 비하하는 느낌을 줘 옌볜 분들이 상처를 입기도 하는 점 등을 감안했어요. 동생이 언니를 면회할 때에는 주변에서 못 알아듣도록 할 것 같아 중국말로 했어요. 친구에게 빠르게, 좀 느리게, 두 가지 템포로 배웠죠. 촬영 당시 잘 안돼 애를 먹었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하는 기회를 얻은 끝에 해냈어요.”

 

 

-어릴 때부터 꿈이 아나운서라고 했다.
“공부를 꽤 했어요. 신문방송학과를 거쳐 아나운서가 되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진로상담 중 선생님이 ‘얼굴이 친근감을 주는 이미지가 아니다’며 반대하셨어요. 굉장히 단호하게. 속상해서 친한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는데 친구도 선생님 말씀에 동의하는 거에요. 그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런 뒤 아기 때 광고모델을 했고, 아르바이트로 보조출연을 한 게 생각나 엄마한테 ‘배우할까?’ 했죠. 선생님과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하고. 그런데 엄마가 한 마디로 안 된대요. 당시 제가 좀 통통했거든요. 약이 올라 한 달 만에 12㎏을 뺐고, 그러자 연기학원에 보내주셨어요.”

보조출연은 용돈 벌이 삼아 했다. 영화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여우계단>(2003), 드라마 <내 인생의 콩깍지>(2003) 등에 출연했다. <서프라이즈> <좋은 아침> 등의 재현 코너에서 검댕이 분장을 하고 지하철역에 누워 있는 역할도 했다. <여고괴담>의 경우 연기력을 인정받으면서 몇 차례 더 출연, 엔드 크레딧에 무용반 후배로 이름을 올렸다.

-<사마리아>의 여주인공으로 데뷔했다.
“학원에 난 오디션 공고를 보고 또래들과 함께 응모했어요. ‘19금’ 영화, 김기덕 감독이 누구인지 등 아무 것도 모른 채. 다음 날, 그 다음 날…. 총 다섯 번을 보고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1주일 뒤에 촬영에 들어갔고.”

<사마리아>는 원조교제를 하는 두 여고생과 한 여고생의 아버지인 형사를 주인공으로 용서와 화해, 원죄와 구원을 담았다. 곽지민은 시나리오를 읽고 김 감독에게 못하겠다고 했다. 노출, 원조교제 등이 마음에 걸려. ‘노출은 최소화하고 시나리오도 대폭 바꾸겠다’는 김 감독의 말에 마음을 바꿨다.

-<사마리아>는 얼마나 찍었는지.
“보름 동안 10회차예요. 잠 안 자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찍느라 촬영을 마쳤을 때 7㎏쯤 빠졌어요. 그때 정말 힘들었죠. 소재, 포스터 등으로 인해 학교에서 당장 그만두라는 말도 들었거든요. 베드신이 없고, 노출도 친구 목욕시켜 줄 때 뒷모습만 나오고, 결코 야한 영화가 아닌데 그렇게 알려진 게 오해를 낳은 거예요.”

-베를린에서는 어땠나.
“베를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게 제가 아시아 최연소라고 했어요. 엄청난 카메라 플래시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줄리 델피 등 유명하신 분들과 악수를 했는데 그 분들이 얼마나 유명하신 분인지 엄마가 얘기해줘서 알았어요. 엄마는 한때 배우가 꿈이었고 영화광이셨어요. 배우가 된 뒤에 보라고 권유받은 영화들이 많았는데 예전에 엄마랑 다 본 영화였어요.”

-이후 활약이 미미했다.
“여고생 역할이 많았어요. 대학(중앙대 연극영화과)을 졸업했고 만으로 스물일곱 살인데 최근작인 <유령>에서도 교복을 입었으니까.”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방송된 SBS 수목 드라마 <유령>에 곽지민은 사이버 수사대 얼짱 경찰 ‘유강미’(이연희)의 고교시절 친구 ‘권은설’로 출연했다. <사마리아> 이후 드라마 <반올림#> <사랑을 할꺼야> <프라하의 연인> <소녀×소녀> <다세포소녀> <메리 대구 공방전> <아이 엠 샘> 등에서 교복을 입었다. <메리 대구 공방전>에는 중학생으로 출연했다. 실제 나이에 해당하는 배역은 영화 <청춘 그루브>(2010)와 <링크>(2011) 등에 불과하다. 인기리에 방송된 몇몇 드라마의 가상 캐스팅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는데 결국 탈락, 변신의 기회를 잡지 못 했다. 유명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한 작품의 경우 감독이 배급사의 반대에 뜻을 굽히는 바람에 여주인공을 놓쳤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내는 배우요. 얌전한 규수와 남장 무사 등 극과 극을 오가는 역할이 탐나요. 일본영화 <호타루의 빛>에서 유래한 ‘건어물녀’ 같은, 커리어우먼과 그렇지 않은 면면을 지닌 인물도 하고 싶고….”

<사마리아> 이미지가 강한 데에다 동안(童顔)이어서 여고생 역할을 많이 한 곽지민은 “한때는 <사마리아>를 지우고 싶고 얼굴이 동안인 것도 싫었다”고 했다. “지금은 둘 다 자랑스럽고 앞으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장점으로 여긴다”며 “평생 ‘연기 잘 하는 배우’로 살고 싶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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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 감독(43)의 영화 연출 데뷔작 <이웃사람>이 ‘스릴러’ ‘청소년 관람불가’ 등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22~25일에 81만5870명을 동원, <도둑들> 등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웃사람>은 강풀의 동명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김휘 감독은 <이웃사람>에 앞서 프로듀서·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연출 데뷔작으로 인기 웹툰을 영화로 재창작하면서 김휘 감독에게는 어떤 곡절이 있었을까?

 
유명 소설·만화 등이 원작인 영화는 두 관문을 거친다. 창작과정에 원작의 각색, 캐릭터·무대 구현을 비롯해 제작비, 러닝타임 등의 제약을 받는다. 개봉 전후에는 여느 영화와 달리 원작과 비교된다. 문자언어와 영상언어 등의 차이에 관계 없이 대부분 원작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가운데 한 맨션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과 가해·피해자인 이웃사촌의 이야기를 다룬 <이웃사람>은 원작의 영상화에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작은 언제 봤는지.
“2008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연재될 때 다음 편을 기다리면서 봤다. 열혈 독자였다.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인데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감동적인 에피소드와 주제에 매료됐다. 이전부터 강풀 작가의 팬이다. 강 작가의 작품은 쉽고 재미있고 깊이도 있다. <이웃사람>을 만든 것도 그 점에 기인한다.”

-판권 구입은 어땠나.
“강풀 작가의 <바보>(2008)를 만든, <이웃사랑> 제작자인 구성목 대표께서 판권을 갖고 계셨다. 판권 경쟁이 치열했다고 들었다.”

-각색·각본 작업은 얼마나 걸렸나.
“처음에는 각색 작업만 의뢰받았다. 원작을 근간으로 새엄마와 살인마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써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원작의 장점을 부분적으로 취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영화제작이 미뤄져 중단했다.”

 

-언제 다시 시작했나.
“2년 뒤에 다시 연락을 받았다. 각본 겸 감독도 제안받고 고심했다. 과거 경험이 떠올라 원작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 조건하에 각본·연출을 맡았다.”

-원작이 방대해 그 작업도 어려웠겠다.
“첫 작업을 원작대로 했다. (러닝타임이) 4시간 30분쯤 나왔다. 그 걸 줄여나갔다. 개개인의 인물 정보와 웹툰의 특성상 중복적으로 언급되는 내용을 압축하거나 생략했다. 긴 독백이나 대사를 배우들의 연기나 화면 정보로 처리했고, 이야기를 압축하는 과정에 에피소드를 변형했다. 큰 맥락에서 이야기의 흐름은 원작과 동일하게 진행했다. 시나리오 작업에 8개월이 걸렸다. 영화 러닝 타임은 엔딩 크레디트를 포함해 115분이다.”

-추가한 인물은 없는지.
“새로운 캐릭터는 없다. 살인마 ‘승혁’(김성균)등의 인물 정보를 약간 보강한 정도다. 캐릭터를 강조하거나 설명하는 이미지는 원작보다 더 많이 사용했다. 새로운 에피소드도 첨가했다.”

-까치·까치밥·정전 등도 원작에 있나.
“물론이다. 폭력적인 사채업자 ‘혁모’(마동석)의 외삼촌 ‘홍중’(정인기), 경비원 ‘종록’(천호진)이 마주하는 ‘종국’(김정태) 등도 모두 원작에 나오는 인물이다. 강풀 작가의 작품은 그림은 떨어지지만 다양하고 적절한 인물 설정과 이들 간의 이야기 전개와 구성이 뛰어난 게 매력적이다.”

-<이웃사람>의 매력은 무엇인가.
“미스터리 스릴러의 외형에 연쇄살인이라는 첨예한 사회문제를 흥미롭게 다뤘다. 장르적 재미와 함께 ‘소통과 단절’이라는 메시지의 울림이 강렬하다. 손에 땀이 배게, 재미있게 보게 하면서 작품이 던지는 주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캐스팅은 수월했나.
“캐스팅 당시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원작의 캐릭터에 얼마나 닮았나, 연기력, 예전 출연작에 현재의 캐릭터와 유사한 역할 이미지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인물 소개에 할애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각 캐릭터의 정보와 이미지를 좀 더 빨리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세 조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각본 작업을 하면서 염두에 두었던 분들이 모두 흔쾌히 응해줘 고맙고 행복했다.”

-가장 힘들었던 배우는 누구인지.
“힘들었다기 보다 가장 장고한 배우는 김새론이다. 원작에서 ‘수연’과 ‘여선’은 여고생, 영화에서는 여중생, 김새론은 초등학생이다. 김새론은 원작을 봤다면서 하고 싶다고 했다. 연기력은 믿지만 초등학생으로서 1인 2역을 해야 하는 점, 극중 나이·인물과의 정서적 차이 등을 놓고 고민하다가 맡기기로 했다.”

김윤진은 자원했다. 김 감독은 각색을 맡은 <하모니>(2009) 등을 통해 김윤진과 친분이 있었다. 김 감독은 <이웃사람> 캐스팅 때 김윤진에게 조언을 구했다. 중요한 인물인데 출연 분량은 적은 배역을 맡아줄 만한 지명도 있는 배우를 알아봐 달라며 시나리오를 보냈다. 그런 뒤 뜻밖의 답을 들었다. 김윤진이 “내가 할 수 있겠다”고 나선 것이다.

-촬영 중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촬영할 장소를 섭외하는 문제였다. 문의하는 곳마다 거절해 애를 먹었다. 천신만고 끝에 재건축 공사가 진행되기 직전인 아파트 단지를 구할 수 있었다. 원작의 ‘강산빌라’를 ‘강산맨션’으로 바꿨고, 재건축을 앞둔 맨션의 느낌을 다소 강조했다. 이런 외경과 미술작업에 힘입어 살인범이 드나드는 지하실의 음습함과 기괴함도 살려냈고, 주민들이 모두 떠나 주변의 방해 없이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원작에 비해 이웃사람들의 연대가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작은 빌라 주민들을 굉장히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 사건 종결 과정의 연대도 공고하다. 영화에서는 이 부분을 비틀고 냉소적으로 바라봤다. 각자 이기적인 목적으로 사건을 외면하거나 개입하고, 연대도 느슨한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끔찍한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는 데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

-4월에 촬영을 시작, 6월에 마치고 8월에 개봉했다.
“57일에 걸쳐 39회 촬영을 했다. 예산은 20억원이 채 안 된다. 일정이 빠듯해 대부분의 촬영을 콘티대로 한두 번에 마쳤다.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에 주어진 시간 안에 마칠 수 있었다. 함께한 배우·스태프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김 감독은 고교시절에 소설가 등을 꿈꿨다. 졸업 후에는 부산의 ‘부산무대’와 서울의 ‘파벽’에서 3년간 연극을 했다. 뒤늦게 부산의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 연출을 전공했다. 졸업 즈음부터 5년간 부산국제영화제에 언론·홍보 스태프로 참여했고, 부산독립영화협회 초대 사무국장을 지냈고, 올해 7회를 연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창립에 기여했다.

김 감독은 <해운대>(2009) 등을 연출하고 <댄싱퀸>(2012) 등을 제작한 윤제균 감독과 초등학교 동창이다. <색즉시공2>(2007) 각색 겸 프로듀서를 필두로 <7광구>(2011) <심야의 FM>(2010) <해운대> 등의 시나리오를 썼고 <시체가 돌아왔다>(2012) <하모니> 등을 각색했다. <댄싱퀸>의 원안을 제공했다. 김 감독은 “재미있고 의미있는 영화, 관객과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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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해숙(56)이 <도둑들>(감독 최동훈)로 ‘천만영화’ 주인공 대열에 합류했다. <박쥐>(감독 박찬욱)로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레드카펫을 밟고 <도둑들>로 ‘천만배우’ 이력도 겸비한 배우가 됐다. 송강호·이정재 등에 이어 여배우 가운데에서는 처음으로.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주변에서 천만을 기대할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천만을 돌파해 얼마나 기쁜 줄 몰라요. 함께한 배우·스태프와 관객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칸의 여인’과 ‘천만 여인’을 모두 이룬 최초의 여배우가 됐습니다.
“그런가요? 세상에, 내가 그런 배우가 되다니, 50대에….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도둑들> 시나리오 받고 떨렸다고 했는데요.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여서 떨렸어요. 언제 버려질지 모르는 황혼의 여도둑에게 딱 맞는 ‘씹던 껌’이라는 서글픈 별명과 ‘이제는 세금 막 내면서 살고 싶다’는 등등의 대사,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마카오에 갔다가 다른 꿈을 찾지만 오래지 않아 잃는 삶…. 한국영화에 없던 캐릭터를 내가 맡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흥분됐어요.”

-극중 인물이 되기 위해 사전에 한 게 있나요.
“살을 뺐어요. 이 나이·경력에 떨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이어서 의욕이 넘쳤죠. 미팅을 하면서 많은 걸 준비하고 싶어서 감독에게 물어봤는데 ‘너무 하실 것 없고 아무래도 날렵한 도둑이 좋겠죠’ 하더군요. 중년의 사랑도 보여줘야 해 다이어트에 돌입했는데 정말 힘들더군요.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그래서 나이가 들면서 더 멋있어진 ‘첸’(임달화)의 얼굴·전신 사진을 화장실에 붙여놓고 저를 채찍질 했죠. 이대로는 자격이 없다고. 이제까지 연기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10개월 간 그렇게 노력한 덕분에 살을 빼고, 얼굴에 익숙해지면서 사랑하는 마음도 키울 수 있었어요.”

 

-(섹스를)안 한 지 10년 됐다고 첸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압권입니다.
“대사 연습할 때 안 웃은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는 캐릭터와 한 몸이 되면서 몹시 떨렸고,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질 것 같았고, 수많은 감정이 교차되는 걸 느꼈어요. 안 해도 되는 말인데 생명 같은 사랑을 느낀 거에요. 도둑이 아닌 50대 중반의 여자로서. 키스를 먼저 하고 불쑥 고백도 했지만 그러고는 더 다가가지 못 해요. 소녀처럼. 50대지만 마음은 10인 거죠. 각 커플들의 사랑을 각각의 영화로 만들어도 풍성할 것 같아요.”

-대사를 하면서 애드리브도 곁들였는지요.
“대본 대로예요. 감독은 굉장히 정확해요. 세세한 시간까지 계산하는 완벽주의자예요. 짧은 대사에 여자의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적재적소에서 여인의 짙은 회한과 간절한 바람을 읽게 해주는 대사가 예술이에요. 완벽한 대사여서 어떤 말을 더하는 건 그것에 흠집을 내는 거였어요.”

 

-‘팹시’(김혜수)에게 ‘세상과 한 판 붙은 인생’이라고 하죠.
“슬프고 치열했던 여자의 삶을 묻어냈어요. 어느 기자가 <도둑들>의 씹던 껌과 <박쥐>의 ‘라 여사’가 같은 배우인가 싶었다고 하더군요. 라 여사의 움직이지 않는 눈 연기가 기억난다면서.”

-영화 시작을 여는 전과자라는 점이 닮아서인지 <무방비 도시>(2007)가 떠오르더군요.
“<무방비 도시>에서 ‘강만옥’은 전설적인 소매치기의 대모지만 형사인 아들(김명민)에게는 엄마에요. 아들을 위해 죽음을 택하는. 손가락질 받는 엄마지만 그런 엄마에게도 모정이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저는 제가 맡은 극중 인물의 이름을 다 기억해요. 모두 저 자신과, 세상과도 싸워온 저의 분신이거든요.”

-<도둑들>에서는 어떤 점에 역점을 뒀는지요.
“저는 욕도 한 마디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정했는데 감독은 달랐어요. 도둑질에는 전문가지만 평소에는 인간적이고 우아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하더군요. 첫 촬영이 부산 창고장면이었는데 무진 애를 먹었죠. 밤새도록 대사의 감정·템포를 연습했어요. 덕분에 두 번째 박물관 장면 때에는 감독의 웃음과 박수를 받았죠. 상상하지 못 했던 캐릭터여서 더 매력을 느꼈고, 도전 의욕이 샘솟았고, 덕분에 저의 최대치가 뽑아져 나온 것 같아요.”

1974년 MBC 7기 탤런트로 데뷔한 김해숙은 ‘국민엄마’로, ‘엄마연기 달인’으로 손꼽힌다. 엄마로 출연해 주목을 끈 대표적인 영화로 <우리 형>(2004) <해바라기>(2006) <무방비 도시>(2007) <경축! 우리사랑>(2008) <박쥐>(2009) <친정엄마>(2010) <마마>(2011) 등이 있다.

                <마마> <친정엄마> <경축! 우리사랑> <무방비 도시> <해바라기> <박쥐>(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각각의 엄마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하나로 뭉뚱그리면 엄마인데 캐릭터가 다 달라요. 다른 사연을 지닌 다른 엄마예요. 그래서 병적일 정도로 집념을 갖고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죠. 그런 게 쌓이고 쌓여 캐릭터와 닮은 인물이 되고, 끊임없이 변신하는 모습을 보고 박찬욱·최동훈 감독이 ‘라 여사’와 ‘씹던 껌’을 제게 준 것 같아요. 훌륭한 두 분과 작업하면서 제 나이에 가지고 있는 저의 모습과 숨겨진 매력을 끄집어 내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배우가 된 데 감사해요.”

-캐릭터에 다가가나요, 캐릭터를 끌어오나요.
“캐릭터 속으로 무식하게 들어가는 쪽이에요. 그 인물 속으로 헤집고 들어가서 파고 또 파요. 좀 심하게 제 인생을 던져요. 백지처럼 비우고 있다가 채워요. 채운 뒤에는 다시 버리고. 저의 연기 인생은 진행중이에요. 엄마이든 아니든 다양한 역할을, 배우 김해숙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세상에서 제일 나쁜 여자 악역도 해보고 싶고, <도둑들>을 계기로 우리 나이 배우들도 사랑을 하는 좋은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해요.”

-<도둑들>의 씹던 껌이 원래는 남자였다고 하더군요.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여자로 바꿨대요. 덕분에 제게 행운이 주어진 거에요. <무방비 도시>의 강만옥도 처음에는 남자(아버지)였어요. <해바라기>를 찍을 때 이 영화사의 다음 작품이라고 해서 읽었는데 ‘여자(엄마)여야 더 절절할텐데 왜 남자’냐며 화까지 냈어요. 신인 감독이 오랫 동안 준비한 작품이어서 엄마로 바뀔 거라고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한 달쯤 뒤에 바뀐 대본과 함께 출연제의를 받고 얼마나 짜릿했는지 몰라요. 감독이 드라마 <장밋빛 인생>을 봤고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면서 울었다고 하더군요. 돌이켜보면 연유 없이 오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김해숙은 <공동경비구역JSA>를 보고 박찬욱 감독과 작업하고 싶다고 기원했다. 그 바람을 <박쥐>로 이뤘다. <박쥐>를 마친 뒤에는 최동훈 감독과 작업하고 싶다고 했는데 <도둑들>로 이뤘고. 연기력을 인정받은 데에다 행운도 뒤따랐다. <도둑들> 제작사(케이퍼필름)의 안수현 대표는 <박쥐> 프로듀서고, 최동훈 감독의 아내이다.

“좋은 영화에 대한 갈망과 꿈꾸던 일이 속속 이뤄진 데 감사해요. 내가 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격이 없는데 이렇게 큰 선물과 사랑을 주신 분께 두 손 모아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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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영화사 집’ 대표(44)는 유명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출신이다. <그놈 목소리>부터 <내 아내의 모든 것>까지 일곱 편을 제작,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작 <내 아내의 모든 것>은 21일 현재 459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감상,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468만3598명)에 이어 올해 한국영화 흥행 2위에 올라 있다. 속속 흥행작을 내놓은 이유진 대표에게 영화 제작·흥행에 대해 들었다.

 

 

-흥행성적이 좋은 비결이 뭔지.
“모르겠어요. 알면 방석 깔고 앉았을 거예요(웃음). 감을 믿고 시작하지만 개봉 때까지 걱정하고 불안한 나날을 보내요. 좋은 작품이 나와야 하는데, 상업영화니까 투자하신 분들께 손해를 끼쳐선 안 되는데…. 할 때마다 배워요. 앞으로도 그렇겠죠.”

이유진 대표는 7연타석 안타·홈런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07년 <그놈 목소리>(감독 박진표)로 314만3247명(한국영화연감 기준), <행복>(〃 허진호)으로 123만9789명, 2008년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민규동)로 117만3310명, 2009년 <전우치>(〃 최동훈)로 613만6928명, <내 사랑 내 곁에>(〃 박진표)로 216만265명, 2010년 <초능력자>(〃 김민석)로 216만4805명을 불러들였다. 여섯 편 총 관객 수가 1601만8344명, 편당 266만9724명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을 포함하면 21일 현재 294만4049명이다.

-감이 아주 좋았거나 덜 좋았던 작품은.
“처음부터 좋았던 작품은 <전우치>에요. <내 아내의~ >는 처음에는 낮았지만 갈수록 높아졌고. 로맨틱코미디를 좋아하지 않는 30대 이상 남자 스태프들까지 ‘우리 마누라가 이렇다’는 등 반응을 보여 중년 남자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어요.”

 

-<내 아내의~ >는 원작이 아르헨티나 영화다.
“제목이 <아내를 위한 남자친구>(2008)예요. 2010년에 민진수 ‘수필름’ 대표가 보내준 DVD로 봤어요. 대표님은 한 외화 수입사의 권유로 봤다고 하더군요. 작은 영화였고 밋밋했지만 콘셉트와 이야기에 보편성이 있어 대표님에게 하자고 했죠. 수필름과 <~ 앤티크>를 함께 만들었고, 그때 좋은 거 있으면 또 같이 하자고 했거든요.”

-민규동 감독이 처음에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시 감독님은 스릴러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기획실에서 작성한 시나리오를 보시고 한 달쯤 고민한 뒤에 하자고 하시더군요. 원작 영화는 안 보셨어요. 원작에서 비중이 적은 카사노바(류승룡)를 부부(임수정·이선균)와 대등하게 설정하고 세 인물 모두 비호감적 면이 있는 캐릭터인데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냈고, 배우들이 연기로 잘 살려냈어요.”

-투자는 쉽게 받았는지.
“로맨틱 코미디는 대개 20대를 주인공으로 20대 관객을 대상으로 해요. 우리 영화는 30대 부부에다 한국 상황에 의문인 카사노바가 주인공이죠. 나는 재미있는데 20대 관객에게 어떨는지, 관객층을 어떤 나이대에 맞춰야 할는지 걱정이 많았어요. 투자사들도 상업성을 우려했고. 돌이켜 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투자받는 건 언제나 힘들어요. 무용담 같아 조심스러운데 엄마 몰래 집 담보로 대출 받은 게 두 번이에요. 다행히 집을 날리지 않았지만 그때 살이 쑥쑥 빠졌어요.”

-제목은 문제되지 않았나.
“로맨틱 코미디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죠. <7년만의 외출> 등 여러 제목이 거론됐는데 ‘이거다’라고 할만한 게 나오지 않아 원래대로 <내 아내의~ >로 했어요. 준비가 늦어지는 바람에 분위기가 밝아야 하는 로맨틱 코미디를 한겨울에 찍느라 힘들었는데 개봉(5월 17일)을 앞두고 더 힘들었어요. <은교> <어벤져스> <돈의 맛> <맨인블랙3> <후궁> <프로메테우스> 등에 가려 영화가 알려지지 않는 거예요.”

-처음에는 얼마나 기대했는지.
“손익분기점(150만 명)을 넘기는 거였어요. 그런 뒤에는 <오싹한 연애>가 300만 명을 넘겼으니까 우리도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다고 했고.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둬 꿈만 같아요.”

-40~50대로 관객층을 넓힌 점도 의미가 있다. 어느 정도인가.
“20대부터 4,50대까지 관객층이 골라요. 결과적으로 관객층을 넓힌 데 보람을 느껴요. ‘관객의 힘’ 덕분이에요. 스크린을 대거 확보하지 못했는데  개봉 후 8주 동안 큰 등락을 보이지 않았거든요. 관객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최고 성적을 거둔 <전우치> 때는 어땠는지.
“<아바타>(1362만4328명) 1주일 뒤에 개봉됐어요. 개봉 초기 무대인사를 다닐 때마다 폭설이 내렸고. 이래저래 여건이 안 좋았는데 관객이 꾸준히 찾아줘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아바타>가 아니었으면 조금 더 좋았을 거라는 상대적 박탈감이 들기는 했죠.”

이 대표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해태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코래드에서 7년 간 카피라이터, CD(Creative Director)로 근무했다. 대우전자의 ‘탱크’ 시리즈 등을 맡아 잘 나가던 그는 1997년 돌연 사표를 내고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외사촌 언니(현 오정완 ‘영화사 봄’ 대표)가 프로듀서를 맡은 <정사>(〃 이재용) 마케팅으로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영화를 하자고 마음 먹은 계기가 뭔지.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게 아니에요. 큰 포부를 가졌던 것도 아니고. 생활에 변화를 갖고 재미있게 살고 싶었어요.”

-<정사> 마케팅으로 시작했다.
“광고계와 완전 달랐어요. 전문화·분업화된 광고계와 달리 일당백을 해야 했죠. 카피 쓰고, 콘셉트를 잡아 홍보하고, 예산 짜고 매니저·기자 만나고, 성격 좋아야 하고, 짐 나르려면 힘도 쎄야 하고. 무엇보다 광고는 한 달 정도면 그 결과를 볼 수 있는데 영화는 기본이 1~2년이에요. 나온다는 시나리오는 언제 나올는지 모르고, 매일 출근해서 뭔 일을 하기는 하는데 그 결과는 드러나지 않고…. 기다림의 연속인 상황에서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없고, 그 시간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함을 느꼈는지 몰라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나.
“사표를 냈을 때 다시 오라면서 휴직처리를 해줬어요. 1년 간 수리를 안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엉덩이가 무거워요. 하나를 시작하면 곁눈질을 안 하는 편이에요.”

이 대표는 <정사> 이후 <반칙왕>(〃 김지운) 등의 마케팅,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이재용) <4인용 식탁>(〃 이수연) <달콤한 인생>(〃 김지운) 등의 프로듀서, <너는 내운명>(〃 박진표) 등의 공동제작을 맡았다. 2005년 12월 23일 영화사 집을 창립,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사> 개봉 때 서울극장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걸 보면서 느낀 성취감이 지금도 생생해요. 그때 연봉이 광고회사 신입사원 시절에 받은 정도였는데 그거랑 상관없이 관객 반응을 보면서 그저 기쁘고 좋았어요. 영화 제작의 매력이 바로 그점이에요. 힘들지만 그만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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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빈(57)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감독 출신이다. 국내 유명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가운데 유일하게. 그는 국가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30대 초반에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고, 임권택 감독의 조감독을 거쳐 <김의 전쟁> <테러리스트> <나에게 오라> <불새> 등을 연출했다. 2008년부터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와 영화·영화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16회 영화제(PiFan2012)가 다가왔다.
“오는 19일(목)부터 29일(일)까지 열린다. 전세계 47개 나라 장·단편 231편을 상영한다. 52편이 월드 프리미어(전세계 최초 공개), 19편이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제작국 외 최초 공개), 57편이 아시아 프리미어(아시아 최초 공개)다. 라인업이 막강하다.”

-개·폐막작은 어떤 작품인가.
“개막작은 옴니버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감독 정범식·김곡·김선·홍지영·임대웅·민규동)다. 호러영화의 전형적 캐릭터를 내세워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불안, 노동현실 등을 다뤘다. 장르영화의 발전과 장르영화제의 전통을 잇고자 하는 여망을 담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폐막작은 <아이와 마코토>(감독 미이케 다카시)다. 성장영화로 탄탄한 드라마와 비장하고 우아한 액션, 코믹한 뮤지컬의 조화가 흥미롭다. 드라마·게임·만화를 극장판으로 만들어내는 근래 일본영화의 흐름과 새로운 장르모델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점에 역점을 뒀나.
“영화축제로서의 본연의 즐거움을 제공해 드리려고 한다. 이를 위해 축제성과 관객 편의,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각종 시설물 등에 QR코드를 설정해서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축제성 강화를 우선한 점이 눈길을 끈다.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시민과 함께하는 영화제를 지향해 왔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프리머스소풍-CGV부천-부천시청-롯데시네마를 잇는 거리의 중심인 부천시청과 잔디광장을 페스티벌 센터로 지정, 영화제 핵심 시설을 집중시켰다. 원 스톱 멀티 펀(One-stop Multi-fun)이 구현되는 기능을 할 것이다. 그리고 CGV부천과 부천시청 사이 거리를 ‘PiFan 스트리트’로 선정, 관객·영화인·게스트가 하나 되어 축제를 만끽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
“매일 저녁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 ‘갈라 나이트’를 갖는다. 영화 상영에 앞서 공식 상영작 감독·배우들의 레드카펫 행사를 갖는다. 역대 PiFan 홍보대사들의 대형 사진전, 시민 참여 퍼레이드·콘서트 ‘PiFan 홀릭’, 인디밴드 공연 ‘PiFan 무브먼트’, 다문화 체험 ‘헤로어스’ 등도 준비했다.”

이밖에 자원활동가들의 깜짝 이벤트 ‘황당무개 푸로젝트’, 영화 속 영웅들의 재탄생을 주제로 한 ‘PiFan 영웅 오마주’, 호러 분장 서비스를 받고 즐기는 관객파티 ‘PiFan 홀릭스 나잇’ 등이 마련된다. 콘서트와 무료상영으로 엮는 ‘PiFan 러시’, 장르문학 북페어 등도 열린다.

-영화제 때 비가 자주 오는 게 걸림돌이다.
“그래서 작년에 ‘PiFan 우중영화산책’을 가졌다. 계절 환경을 수용, 능동적으로 대처하자는 프로그램이다. 영화 감상, 바베큐 파티,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올해에는 두 번의 주말에 부천영상문화단지 내 야인시대 캠핑장에서 도심 속 영화 힐링캠프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QR코드에는 어떤 정보를 담나.
“상영작을 비롯해 부천의 다양한 먹을거리, 볼거리, 놀거리까지 알찬 정보와 재미를 담았다.”

-초청작 선정 당시 어떤 점에 초점을 맞췄나.
“그간 대중성을 염두에 두는 바람에 장르영화제의 정통성이 약화된 측면이 없지 않다. 올해에는 이를 보완하려고 했다. 장르영화제 PiFan의 정신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는 데 주력했다. 경쟁 부문 ‘부천 초이스’를 비롯해 ‘월드 판타스틱’ ‘애니 판타’ ‘금지구역’ 등의 섹션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 및 아시아 영화는 어떤가.
“장르영화의 새로운 교본을 제시하며 탄탄한 구성을 자랑하는 작품이 많다. 특히 인도네시아 작품은 그 정통성에 주목할 만하다. ‘아시아제작배급사 특별전-한국영화의 해와 달, 명明필름’(조용한 가족·해피엔드·섬·공동경비구역 JSA·와이키키 브라더스·바람난 가족·사생결단·시라노;연애 조작단 등 8편 상영)과 ‘한국영화 회고전’(남자와 기생·염통에 털난 사나이·팔도 가시나이·당나귀 무법자·애교로 봐주세요·맹물로 가는 자동차 등 6편 상영)에선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아시아판타스틱영화제작네트워크(NAFF)는 성과를 거두고 있나.
“아시아 장르영화계에 실직적 교두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에는 13개국 20편의 ‘잇프로젝트’ 선정작과 5편의 인도네시아 ‘프로젝트 스포트라이트’ 선정작을 선보인다. 프로젝트 발굴과 더불어 ‘환상영화학교’와 ‘NAFF포럼’으로 장르영화산업의 발전적 미래를 전망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피판청소년영화아카데미는 어떤가.
“2011년부터 의욕적으로 갖고 있다. 국제영화제 초청, 영화학과 진학 등 예상을 뛰어 넘는 성과를 내고 있다. PiFan은 영화아카데미, 출판, 상시 상영(PiFan 로드쇼), 포스트 페스티벌 주간(PiFan Rush)의 확대 운영을 통해 교육·생산·향유가 지속적으로 순환되는 영상문화 장으로서의 역할을 꾸준히 수행할 것이다.”

-영화와 뒤늦게 인연을 맺었다.
“집안이 무척 가난해 고등학교를 3개월만에 자퇴하고 방황했다. 학력 제한이 없는 5급(현 9급) 공무원시험에 합격, 체신청(현 우정사업본부)에서 4년간 일했다.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건 영화 보기를 워낙 좋아한 데에다 나이 때문에 졸업후 취직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 자유직업 가운데 영화감독을 떠올린 게 계기가 됐다. 대학 다닐 때 태권도장을 했고 갖가지 알바를 했다.”

-임권택 감독 연출부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2학년 때 <만다라>를 보고 결심했다. 반드시 임권택 감독님 연출부에 들어가겠다고 주변에 공언도 했다. 열심히 공부했고 덕분에 정용탁 교수님 추천으로 임권택 감독님 연출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여덟 편(티켓·씨받이·연산일기·아다다·아제아제바라아제·장군의 아들)을 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은 재일교포 김희로의 실화를 다룬 <김의 전쟁>으로 데뷔, 영화평론가협회상·청룡상·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이후 <테러리스트> <비상구가 없다> <나에게 오라> <불새> <도시의 풍년> 등을 연출했다. 남도영상위원회 운영위원회 위원장, 고려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강사 등을 역임했고 현재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영화 연출을 잊은 적이 없어요. 요즘 액션이 강한 초저예산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외국에 많이 팔렸으면 좋겠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받고 싶습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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