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에 따르면 부부는 7천겁의 인연으로 맺어진다고 했다. 1겁은 천 년에 한 번씩 내려온 선녀의 옷자락에 바위가 닳아 없어지는 기간을 말한다. 7천겁이라니, 실로 엄청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영화상의 부부는 몇 겁의 인연일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라면 어느 정도의 인연일까?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 <러브러브>. 두 영화에 기자와 구혜령씨(40)는 부부로 나왔다. 정태원 감독의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은 오는 7일 개봉되는 올해 추석영화다. 이서군 감독의 <러브러브>는 1998년 1월 24일 개봉된 영화다.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에는 출국금지 조치가 풀린 ‘홍회장’(김수미)이 세 아들 등(신현준ㆍ탁재훈ㆍ임형준ㆍ정준하)과 함께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동승한 일반 승객으로 나왔다. 아이폰으로 여행지를 검색하면서 아내에게 “온천에서 목욕하고 뜨거운 밤을 보내자”고 속삭이던 남자는 ‘쩌리짱’ 정준하의 가공할 방귀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졸도, 급기야 휠체어에 실려나간다.


<러브러브>에는 호텔 투숙객으로 나왔다. 살인청부업자 ‘나나’(이지은)에게 쫓기는 ‘가이’(죠슈아 클라우스너)의 무단침입에 놀라 깨어나는 부부로 나왔다. 엔딩 크레디트에는 ‘잠자는 남자’와 ‘잠자는 여자’로 소개됐다. 

 
<러브러브>는 기자의 열다섯 번째 출연작이다. 영화에서 처음으로 베드신의 별칭으로 사용되는 ‘온돌신’을 한 작품이기도 하다. 허울 뿐인 장면이지만.

이 영화에서 부부는 대사가 없다. 놀라고 당황하고 어리둥절해 하는 게 전부이다.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에서도 주어진 대사는 없었다. 정태원 감독의 장면 설명을 듣고 현장에서 함께 만들었다. 엔지가 나거나 앵글을 바꿔 찍을 때마다 대사는 조금씩 바뀌고는 했다. 이 가운데 구혜령 씨가 졸도한 남편을 향해 “장난치는 거야? 장난치는 거지?”라고 외친 대사는 훗날 일본 촬영현장에서 배우들 사이에 유행어가 됐다.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 출연은 정태원 감독에 따르면 신현준씨의 추천으로 이뤄졌다. 현준씨는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1990) 때부터 알고 지냈고, 기자의 데뷔작인 김유진 감독의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1993)에서 야구심판과 주인공 교사로 함께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받은 콘티 명단에는 배창호 감독과 구혜령씨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배창호 감독이 고사한 뒤 기자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이었다. 첫 후보자가 아니었다는 데 잠시 낙담했지만 구혜령씨의 이름은 반가웠다. <러브러브>에 부부로 나온 데 이어 또 부부를 한다는 게 예사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이 아니다. 비록 현장에서 만난 적은 없지만 양윤호 감독의 <미스터 콘돔>(1997), 곽경택 감독의 <억수탕>(1997), 김성홍 감독의 <신장개업>(1999)에도 함께 출연했다. <미스터 콘돔>에는 승무원과 열쇠수리공 삼식의 아내, <억수탕>에는 억수탕을 매매하려는 부동산 업자와 여탕 때밀이, <신장개업>에는 ‘왕사장’(김승우)의 목표물이 된 등산객과 미용사로 나왔다.
 



구혜령씨는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영화ㆍ방송을 비롯해 연극ㆍ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으며 KBS2TV <당신의 여섯시>에서 8주 동안 무려 19Kg을 감량, 화제를 낳기도 했다. 최근 한양대대학원에 진학,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그런데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에서 부부는 과연 뜨거운 밤을 보냈을까?  아무리 강력한 방귀라지만 그것에 두 번이나 나가떨어지는 체력이라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냥 자다가 악몽을 꾸고 벌떡 일어나 아내의 걱정을 사지 않았을까? <러브러브>에서처럼 아내를 껴안고 벌벌 떨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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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 가지 이유> 포스터. 맥주를 마시는 남자
                                  주인공(한재석)에게 섹시한 속옷 차림의 일곱 여주인공이 달려드는
                                  모습을 담았다.
 
김유진 감독의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1993) 이후 태흥영화사 작품에 잇따라 출연했다. 김홍준 감독의 <장미빛 인생>(1994),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1994)이다.

김유진 감독과의 인연도 계속됐다. 옴니버스 영화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1996) 가운데 제1화의 연출을 맡은 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는 한 남자와 그가 만난 일곱 여자와의 삶과 사랑에 얽힌 해프닝을 담은 ‘시퀀스영화’(각기 다른 에피소드가 하나로 이어지는 작품)다. ‘맥주는 내가 다른 맥주를 마셔도 질투하지 않는다’ ‘언제나 맥주는 내가 처음 오픈한다’ ‘맥주는 친구와 나누어 마실수록 더 맛있다’ ‘맥주는 누구라도 함께 나눠 마실 수 있다’ ‘맥주는 언제 어느때나 망설임 없이 따 먹을 수 있다’ ‘맥주는 겉만 봐도 그 내용물을 알 수 있다’ ‘한번 마신 맥주를 평생 마셔야 될 의무는 없다’등 일곱가지 에피소드를 엮었다. 강우석ㆍ김유진ㆍ박종원ㆍ박철수ㆍ장길수ㆍ장현수ㆍ정지영 등 일곱 감독이 한 에피소드를 맡았다. 

이 영화는 1996년 2월 17일에 개봉됐다.  박철수 감독이 연출한 제4화가 이질적이라는 이유로 삭제된 가운데 개봉, 작품ㆍ오락성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하지만 제작 초기에는 한국영화사에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장편 극장용 영화가 제작된 적이 없고 소재 또한 파격적이어서 뜨거운 화제를 낳았다. 

어쨌든 김유진 감독은 “어린이영화로 데뷔시켰으니까 성인영화로 은퇴시키겠다”면서 자신이 연출을 맡은 제1화 <맥주는 내가 다른 맥주를 마셔도 질투하지 않는다>에서 일명  ‘화요일의 남자’ 역을 해보라고 했다. 연출부를 시켜 팩스로 시나리오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받기 전에 일단 부장에게 여쭤봤다. 내용이 좋든 나쁘든 부장이 안 된다고 하면 골똘히 읽어볼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을 간략하게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뭔데?”  “저…. 출연 제의를 받았는데요.”  “해. 이제까지 했잖아. 사람이 실없기는.”  “근데 그게…. 베드신을 해야 해서요.”  “그래? 해. 비디오용 에로영화는 아닐 거 아냐?”  “아네요.”  “해. 예술이잖아. 예술을 하는데 뭘 신경 써.”

뜻밖이었다. 부장은 화끈했다. 물어본 내가 민망할 정도였다. 잘못한 일을 하다가 들킨 뒤 꾸지람을 듣고 돌아섰을 때처럼 뒤통수가 따가웠다.

‘화요일의 남자’는 스타 조련사인 여주인공(신희조)이 운영하는 음반회사의 직원이었다. 그가 ‘화요일의 남자’로 불리는 건 매주 화요일 밤마다 여사장을 온몸으로 모시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나리오와 극중인물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이 영화가 비디오로 출시된 뒤에 오가며 만나는 선후배와 동료들이 내게 던질 거로 예상되는 말이 거슬렸다.

고민 끝에 김 감독에게 회사핑계를 대며 불가능하다는 뜻을 전했다. 굴러 들어온 복(?)을 내 발로 걷어 찬 것이다. 훗날 이 이야기를 들은 동료들은 자신을 추천해 주지 그랬느냐며 혀를 차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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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진 감독의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에 야구심판으로 출연한
                                                  걸 계기로 '카메오 인생'이 시작됐다. 

단역 출연은 우연히 시작됐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는 운명론적 관점에서 보면 ‘필연’이라는 낱말도 떠오른다. 전공은 신문방송학과지만 영화감독 지망생으로 연극을 하면서 연기를 했고, 레이디경향 기자를 하면서 한 차례 장기 공연을 했고, 그 공연을 김유진 감독이 봤고, 이를 계기로 김 감독의 영화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1993) 통해 데뷔를 하게 된 것이다.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는 야구를 소재로 한 어린이영화다. 이 영화에 캐스팅된 것은 주간지 'TV가이드'에서 영화담당을 맡고 있던 같은 과 동기동창에게 들었다.


처음에는 그 친구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연극을 하면서 여러 차례 주연을 맡은 적은 있지만 영화에 출연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어지는 친구의 이야기는 농담이 아니었다.


“니가 <아일랜드> 보러 오라고 초대했었다며? 김유진 감독이 그 때 연극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데? 그래서 캐스팅했대. 야구심판 이미지에도 어울리고. 태흥(제작사)에 확인해 봐. 거짓말 하는 거 아냐.”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아돌 후가드의 <아일랜드> 공연에 얽힌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아일랜드>는 대학 3학년 공연, 폭발적인 성공을 거뒀던 작품이다. 그 <아일랜드>를 레이디경향에 다니면서 퇴근 후 2개월 동안 연습한 뒤 2개월 동안 100회 장기공연을 했다.
대학 재학생 때 함께 연극을 했던 선후배들과 함께.


꿈이 야무졌다. 이 작품과 다음 작품들의 공연 수익금을 모아 영화사를 차리려고 한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흥행에 성공해야 했다. 창단 공연인 만큼 더욱 그랬다. 첫 작품부터 실패하면 다음 작품 공연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안성기ㆍ박중훈과 배우와 기자로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친하다.

이를 위해 안성기·황신혜·박중훈 등 유명배우와 김유진·배창호·강우석 감독 등 영화계 인사들을 초대했다. 소문을 내기 위한 일환으로. 초대한 이들이 모두 오지 않았지만 적잖이 찾아주었고, 그럼에도 <아일랜드> 공연은 흥행에 실패했다. 빚을 진 극단은 창단 공연 후 해체되었으며 영화사 창립은 자동적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어쨌든 <견은 노, 사랑은 오 예>에 캐스팅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그로부터 1개월여 뒤, 촬영을 며칠 앞두고서야 만날 수 있었다. 출연 장면 대본을 맡은 것도 그 때였고, 대화를 나눈 시간조차 채 1분이 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주심이 어린이야구 심판을 맡은 걸 귀찮아하는, 자존심 상해하는 인물”이라며 “재미있게 하라”고 한 뒤 다른 작업으로 바빴다.


‘재미있게? 어린이 야구시합이라지만 심판을, 그것도 주심인데, 권위를 상징하는 인물인데, 재미있게 하라고?’

촬영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 '재미있게….' 이 말은 기사를 쓸 때 선배나 데스크로부터 심심찮게 듣는 말이기도 했다. 오나가나 어디서든 재미있게. ‘재미있게’가 ‘사람 잡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매일 밤 비디오로 나와 있는 야구영화를 봤다. 다른 사람의 연기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그러나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고, 촬영 날짜는 다가오고, 입술이 바짝바짝 타는 듯했다. 덜컥 하겠다고 한 게 이만저만 후회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김 감독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런 중 구원의 신이 나타났다. 그는 ‘작은 거인’ 가수 김수철이다.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의 음악을 맡은 그는 <총알 탄 사나이>를 추천해 줬다. <총알 탄 사나이>에서 주인공 레슬리 닐슨이 주심을 보면서 벌이는 해프닝을 참고하면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라고.


김수철의 제안은 주효했다. <총알 탄 사나이>를 보면서 눈이 번쩍 뜨였다. 주심을 맡은 게 못마땅한 만큼 첫 대사는 다소 과장해서 불편한 심기를 담고 초반에는 그 연장선에서 귀찮다는 느낌으로, 후반에는 고조되는 경기 열기에 빠져 과장된 액션을 취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에 이어 태흥영화사의 <장미빛 인생>(오른쪽)과 <태백산맥>
                             에 잇따라 출연했다. <장미빛 인생>에서는  여주인공 ‘마담’(최명길)과 선보는 남자,
                                    <태백산맥>에는 인공시절 보성군당 부위원장으로 출연했다.
 

야구시합 장면 촬영은 서울 장충동 리틀야구장에서 3일 동안 진행됐다. 휴가를 내고 촬영에 임했다. 김 감독은 레슬리 닐슨의 과장된 연기를 적당히 흉내 낸 연기에 대해 가타부타 하지 않으셨다. 말이 없다는 건 최소한 그만 하면 됐다는 뜻으로 여겨졌다. 재미있게 연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연기력이 낙제점은 아니었는지 태흥영화사의 <장미빛 인생>(감독 김홍준)과 <태백산맥>(감독 임권택)에 잇따라 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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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산맥>에서 ‘하대치’가 ‘장터댁’의 육욕을 채워주고 있다. 빨치산 활동에
                                           필요한 군인과 경찰 등의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태백산맥> 화면 캡처.                               

                           
# 꿩 대신 닭?
 베드신도 하고…. 데뷔한 지 햇수로 1년쯤 지났을 때이다. 극중 비중도 높고 매우 중요한 조연급으로 베드신'도' 하는 인물을 만났다. <태백산맥>(감독 임권택ㆍ1994)의 ‘하대치’다. 

감독님이 <태백산맥>을 연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눈이 번쩍 뜨였다. 엄청난 작품인 데에다 ‘하대치’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당시 나는 배우 오정해에게 <태백산맥> 한 질을 선물했다. <서편제>의 오정해가 정말 좋아서, 광팬으로서 그녀의 대학 졸업 기념선물 겸 <태백산맥>의 ‘소화’를 소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경향신문 인근의 한 신문사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잠시 들른 그녀와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선물받고 싶었는데….”라며 기뻐하던 오정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때만 해도 ‘하대치’ 역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오정해가 감독님에게 나한테 책을 선물 받았다고 하자 감독님이 고마워하면서 칭찬하셨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기회에 감독님을 뵙고 진지하게 청탁을 해봐….'

이후 며칠을 고민했다. ‘과연 엄청난 배역을 해낼 수 있을까, 할 수 있고 없고는 다음 문제이고 하려면 기자를 그만둬야 한다. 그래, 하게 해주면 그만 두자. 아니, 그 전에 살부터 빼자. 뚱뚱한 빨치산은 말이 안 되니까. 굶주려서 부황이 들었다고 해도 전시에, 빨치산이 이렇게 살이 쪄선 곤란하지. 일단 신체적 조건을 갖추고 감독님께 말씀드리자….'

그리고는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감독님을 뵙게 됐다. 책을 선물해줘 고맙다는 감독님께 하대치 역을 시켜달라고 말씀드렸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으며 10㎏ 이상을 빼고, 회사(당시 레이디경향 영화 담당이었음)를 그만두겠다면서. 계속 배우를 하고 정히 힘들면 다시 취직하겠다면서. 이 말이 부담이 됐는지 감독님은 부정적 운을 뗐다. 

                                  ‘하대치’는 과부가 된 지 10년이 된 ‘장터댁’과 코피가 날 정도로 다섯 번이나
                                           관계를 갖는다. 계란을 먹어가며. 이렇게 ‘장터댁’을 사로잡은 뒤 ‘하대치’는
                                           그녀로부터 갖가지 정보를 얻어낸다. <태백산맥> 화면 캡처.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저녁을 굶고 3개월 동안 밤에 1시간씩 운동을 했다. 30분을 뛰고 30분은 맨손체조 등을 했다. 100% 실행에 옮기지 못한 탓에 7㎏을 빼는 데 그쳤다. 그 즈음 후속 캐스팅이 발표됐고 하대치 역은 한 연극배우에게 돌아갔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었고, 감량과 관계없이 미역국을 먹어 그 동안 고생한 게 억울하기도 했다. 훗날 인공시절 보성군당 부위원장으로 출연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대치’역에 물은 먹은 뒤 북한에서 내려온 보성군당 부위원장(오른쪽)으로
                                          출연했다. <태백산맥> 화면 캡처.

# 내 복을 마다하다니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감독 박광수ㆍ1995)은 <태백산맥>과 상반된다. 박 감독은 당시 청계피복상가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국내에서 최초로 보도한 경향신문 기자 역을 나보고 하라고 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전태일 평전’에도 나와 있는 자랑스러운 선배를 연기하는 건 더없는 영광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역은 하지 못했다. 다이어트가 너무 힘들어 일찌감치 백기를 들고 말았다.  

                                 
출연키로 한 뒤 수소문한 결과 선배는 호리호리한 분이셨다. 실제 주인공이 호리호리하지 않았다 해도 뚱뚱한 몸매로 선배 역을 하는 게 용납되지 않았다. 전태일 등 근로자들은 못 먹어 말랐고, 영양실조 등에 걸려 있는데 문제의식을 갖고 사태의 심각성을 보도한 기자는 비만이라는 게 어불성설로 여겨졌다. 선배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촬영에 앞서 박 감독에게 1개월의 여유를 달라고 했다. 위에서 밝힌 이유를 들어. 박 감독은 흔쾌히 동의해줬고, 곧바로 굶으면서 강도 높은 운동을 시작했지만 1주일을 채 넘기지 못하고 박 감독에게 항복 선언을 했다. 박 감독은 그리 문제될 게 없다고 했지만 내키지 않았다. 실존 인물의 이미지와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결국 그 역은 MBC TV의 김승수 PD가 했다. 

# 더 뚱뚱했으면….
인권영화 <그녀의 무게>(감독 임순례ㆍ2003))에서는 살을 찌워야 했다. <여섯개의 시선>에서 서막을 장식한 <그녀의 무게>에서 맡은 배역은 영어교사. 수업시간에 여학생들의 외모, 목소리, 걸음걸이 등을 문제 삼는 반 인권적 교사인데 그 역시 뚱뚱한 인물이었다. 

                                  <그녀의 무게>에서 똥배가 나온 영어교사가 뚱뚱한 여학생에게 “취업을 하
                                          려면 살 좀 빼라“고 핀
잔을 주고 있다. 자신은 남자라서 괜찮다며.

촬영 1주일을 앞두고 임 감독은 내게 살을 더 찌울 것을 주문했다. 특히 배가 현재보다 더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간 찌우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나중에 뺄 것을 생각하니 암담했다. 외모가 따라주지 않아도 성격이나마 매력적인 인물로 나오고 싶은데 그 반대인 점도 찝찔했다. 학생들의 인권옹호를 위해 투쟁하는 교사면 좋을 텐데…. 쩝쩝.

그렇다고 배역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차별을 소재로 만드는 첫 인권영화인 데에다 당시 인권위 출입 기자로서 영화 기획에 관여했고, 박광수·박진표·박찬욱·여균동·임순례·정재은 감독의 단편을 엮는 옴니버스 영화라는 점 등이 포기할 수 없는 이유였다.


하루에 대여섯 끼를 먹어 2~3㎏을 찌웠다. 촬영 당일 아침은 밥을 두 그릇을 먹고 물도 세 컵이나 마셨다. 의상도 조금 작아 보이는 양복을 입었다. 살이 찌기 전에 입었던. 그리고 양복 안에는 배가 잘 드러나도록 와이셔츠가 아닌 티셔츠를 입었다. 힘이 좀 들었지만 허리띠를 평소보다 한 구멍 더 졸라맸다.


그럼에도 촬영에 앞서 임 감독은 배가 더 나와 보여야 한다고 티셔츠 속에 뭔가를 집어넣을 것을 주문했다. 촬영장소가 선정여자실업고등학교여서 다행히 이용할 만한 소품이 많았다. 의상팀이 전해준 조그마한 쿠션을 넣자 배가 출산이 임박한 산모보다 더 불룩했다. 배가 너무 많이 나온 데에다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이것저것을 집어넣어 검사를 받았다. 결국 머플러를 넣은 배로 합격을 받아 촬영을 마쳤다. 

참고로 임산모의 배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만든다. 옷을 걷어낸 불룩한 배는 대역을 쓰거나 제작을 해서 붙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작을 할 경우 특수분장팀이 여배우의 체형을 뜨고, 체형에 맞게 살 재질의 불룩한 배를 만든다. 3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작업이 마무리. 여배우의 실제 살과 만든 뱃살이 표시가 나지 않도록 붙이는 작업으로 대략 5~6 시간이 걸린다.

# ‘
설경구식 연기’

몸으로 하는, 신체를 많이 사용하는 연기로는 에로·액션연기가 우선 손꼽힌다.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한다면 ‘설경구식 연기’를 들 수 있다. 어떤 장르·인물이든, 먼저 몸을 만든 다음 그 몸에 마음을 덧입히는 연기이다. 

설경구는
‘고무줄 체중’으로도 유명하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감독 박흥식·2000)를 마친 뒤 <공공의 적>(감독 강우석·2001)에서 권투선수 출신 형사 역을 해내기 위해 14㎏을 찌워 88㎏으로 만들었다. <오아시스>(감독 이창동·2002)에선 시나리오 지문에 ‘갈비뼈가 드러나 보인다’고 적혀 있는 점을 감안해 한 달 보름 동안에 18㎏을 빼 정신장애가 있는 전과자로 변신했다. <광복절특사>(감독 김상진·2002)에서 탈옥한 죄수 역을 소화하기 위해 8㎏을 찌웠고, <실미도>(감독 강우석·2002)에서는 6㎏을 뺐다. <역도산>(·감독 송해성·2002)2004)에선 <실미도> 때 70㎏이던 몸무게를 96㎏으로 만들어 100~140㎏의 전·현직 레슬러들과 경기를 펼쳤고 <공공의 적2>(·감독 강우석·2005)에서는 냉철한 검사가 되기 위해 한 달 동안 16㎏ 정도를 감량했다. 바지 사이즈가 <역도산> 때 39였고, <공공의 적2> 때에는 33에 지나지 않았다.


참고로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을 위해 설경구의 살 빼기 비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8㎏을 뺄 당
시 식사는 하루에 두 끼만 먹었다. 아침은 오전 10시, 저녁은 오후 4시 즈음에 먹었다. 식사량은 평소의 3분의 1로 줄였다. 그리고 하루에 5~6시간씩 운동을 했다. 잠도 5시간 정도로 줄였다. 조금 먹고, 운동하고, 덜 자고. 비법이라고 했을 때 눈이 번쩍 뜨였던 독자들은 배신감을 느낄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상적인 다이어트는 덜 먹고 꾸준히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다.


이정재의 경우를 들자면 그는 <순애보>(감독 이재용·2000) 촬영을 앞두고 1주일에 4~5㎏을 빼야 했다. 그는 하루 세 끼를 오렌지 주스, 야쿠르트, 우유 한 잔으로 대신했다. 그리고 팔굽혀펴기 등을 100회씩 했다. 실로 초인적이다. 배우는 몸이 재산이니까 당연하다고 할는지 모르겠지만 누구에게나 몸은 가장 소중한 재산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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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쌍화점>의 이른바 ‘대리 합궁’ 장면은 상영 당시 뜨거운 화제를 낳았다.
                                          호위무사(조인성)가 왕(주진모)의 명령에 따라 왕비(송지효)와 잠자리를 갖는
                                          장면이다. 제작진은 세 인물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담는 등 1주일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두고두고 회자될 장면을 완성할 수 있었다.

   
베드신ㆍ러브신ㆍ섹스신ㆍ정사신ㆍ온돌신ㆍ요(이불)신ㆍ과학신…. 다 같은 말이다. 그런데 그 의미는 조금씩 다르다. 베드신과 러브신은 일반적인 장면, 섹스신은 격렬한 장면, 정사신은 불륜의 그것에 사용되는 편이다. 

베드신(Bed Scene)은 순우리말로 온돌신ㆍ요(이불)신이라고 한다. 침대가 아닌 온돌에서, 요를 깔고 하는 장면이라는 우스갯 표현이다. 과학신도 마찬가지다. ‘침대는 과학’이라는 한 침대 광고 카피에서 따왔다. 남녀 주인공 및 감독 등이 촬영에 앞서 주도면밀하게 짠다는 점에서 딱 들어맞다는 말이 없지 않다.

돌이켜 보면 출발은 좋았다. 베드신 연기 관점에서 보면. 첫 출연작에서 베드신을 한 것이다. 대학 2학년 때 출연한 연극에서, 여인을 안고 누울 때 암정되는 장면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날개>다. 이상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나는 몸을 팔아 가정을 꾸리는 이상의 아내를 찾은 손님으로 출연했다. 대사 한 마디 없는, 등장한 뒤 이내 연인을 안고 눕는 게 전부인 단역이다.

이 당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작은 배역은 없다'이다. 작은 배역이 연극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솔직히 반감이 들고는 했다. 주ㆍ조연에 비해 작은 역인 건 사실이고, 그럼에도 연습시간에 빠지면 안 돼 짜증이 나곤 했던 것이다.

어쨌든 요즘 충무로에서 각광받는 동숭동 출신 배우들은 이런 과정을 묵묵히, 적극적으로 헤쳐나온 의지의 한국인이다. 자신의 배역은 물론 다른 배역도 부단히 연습, 유사시에 대타 역할도 보란듯이 해내는 밑바닥 생활을 통해 남다른 연기력을 쌓은 것이다.

<날개>에서 여주인공은 대학 입학동기가 맡았다. 가정과에 재학중인, 청순한 외모가 돋보이는. 이 친구가 누구와 결혼해서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 번 보고 싶은 여인은 동기 말고 또 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복학하기 전까지 고향의 극단에서 올린 연극 <요한을 찾습니다>에서 상대역을 맡은 여인이다.

                                  인기리에 방영된 TV드라마 <내 친구는 구미호>의 키스신(SBS 화면 캡쳐).
                                          신민아가 손으로 입술 쪽을 가리면 실제로 키스하지 않아도 한 것처럼 보인다. 
                                             

<요한을 찾습니다>에서 나는 주인공 ‘요한’ 역을 맡았다. 지방의 창단 극단으로 단원이 많지 않은 데에다 대학 연극반 활동 경력, 2년 간 서울에서 지내 사투리를 덜 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캐스팅이었다. 

어쨌든 이 작품에서 나는 ‘젬마’ 역을 맡은 상대 배우와 키스신을 연기했다. 여배우의 뺨을 어루만지듯 두 손으로 입술 주위를 가린 뒤 키스하는, 객석에서 보면 진짜로 입술을 맞춘 것처럼 보이도록 한 연기이다. 

연기 때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이제야 고백하자면 딱 한 번 눈을 살며시 뜬 적이 있다. 그때 상대 배우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예뻐 진짜로 입술을 맞추고픈 충동이 일어 다시는 눈을 뜨지 않았다. 

‘젬마’는 피부가 뽀얀 것으로 기억되는, 단발 머리가 어울리는, 시청 여직원이 맡았다. 당시 극단 대표는 요즘 풍광이 좋은 곳에서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에는 직접 무대에 오른다. 이 선배에 따르면 ‘젬마’로 출연했던 여인은 2년쯤 전까지 시청에서 근무했다. 요즘 근무지는 모른다. 그런 데에다 대표도 나도 이 여인의 이름을 잊어먹었고, 당시에 제작한 팸플릿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이름을 알 길이 없다. 이름을 안다고 한들 근무지를 알아내고 만나는 게 요원해 보인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어떻게 변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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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에 한 치과의 과장으로
                                출연했다. 여주인공 '윤혜진'(엄정화)의 이력서를 검토한 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강석범 감독의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2004)에 출연할 때 일이다. ‘윤혜진’(엄정화)의 이력서를 검토하는 한 치과의 과장 역을 하면서 솔직히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다. 달려온, 가고 있는 길이 서로 다른 데 따른 당연한 편차였지만 나와 엄정화의 위상 차이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앞서 나와 엄정화는 영화 <마누라 죽이기>(1994)에 함께 출연했다. 나는 영화사 상무였고, 엄정화는 극중 영화 여주인공이었다. 영화사 사장(박중훈)의 내연녀이자 감독(조형기)하고도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는 극중 속초 촬영장에서 상무에게 자신의 방을 해변이 보이는 곳으로 배정해 주지 않았다고 상무에게 항의한다. 상무는 그의 항변을 무시하는데 사장의 아내이자 기획실장인 ‘소영’(최진실)이 여주인공과 방을 바꿔준다. 이로 인해 ‘킬러’(최종원)를 고용한 사장의 마누라 죽이기 작전은 차질을 빚는다.



10년 사이에 배우로서는 물론 가수로서도 톱스타로 손꼽히는 엄정화. 만약 내가 기자를 그만두고 배우의 길로 나섰다면 엄정화와 맘먹는 위치에 올랐을까? 아니, 명계남씨 정도는 됐을까? <… 홍반장>은 촬영을 마친 며칠 뒤까지 가지 않은 길, 가시밭길이라고 여겼던 배우의 길에 대한 갖가지 상상에 빠지게 했다.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다. 출연작이 많아지면서 단역이라도 비중과 개성이 있는, 대사도 더 많은 배역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고는 했다. 심지어 조연에 대한 욕심이 일기까지 했다. 빈 말일지도 모를 주위의 권유에 흔들리고는 했다.

돌이켜 보면 주연 제의를 받은 적이 딱 한 번 있다.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가 ‘신씨네’에 재직할 때인 1992년 가을 내게 회사를 그만두고 주인공을 맡아줘야 할 영화가 있다고 했다. “어떤 영화인지는 나중에 이야기해주겠다”며 “그 때 딴소리하지 말고 꼭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영화는 오석근 감독의 <101번째 프로포즈>(1993)다. 남자 주인공은 외모가 다소 쳐지는 데에다 무능하고 수줍음을 잘 타는 성격의 소유자다. 이 역은 문성근이 맡았는데 내게 어울리는 역이었다. 당시에는 송강호ㆍ황정민ㆍ류승범ㆍ오달수 등의 배우가 없었다.



나는 고민 끝에 기자를 그만두고 주인공을 맡겠다고 했다. 김희애보다 황신혜가 낫지 않겠느냐는 제안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정완씨의 전화를 받았다. 없었던 일로 하자는. 황당한 중에 들려온 그의 말은 수긍이 갔다. 상식적으로 보나 현실적으로 보나 내가 남자 주인공을 하는 데에는 무리가 많았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영화 제작비는 지방 배급업자들의 출자금과 비디오 사전판매 금액 등으로 충당됐다. 오정완씨는 지방 배급업자들에게 영화 기획안을 설명하면서 남녀 주인공으로 나와 김희애를 거론했다.


배급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흥행에서 남녀 주인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사람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한 업자가 “기자? 배장수? 사과장수로 하지 그래”라고 했다는 말에 일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거금을 투자하는 그들의 입장이 이해가 됐다. 돈 없이 영화를 찍을 수는 없는 법. 오정완씨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한 때나마 품었던 주연의 꿈을 미련 없이 지워야 했다.


조연 후보로 거론된 적도 있다. 육상효 감독의 <아이언 팜>(2002)이다. 첫사랑을 찾아 미국에 온 남자가 치르는 해프닝을 그린 캐릭터 코미디다. 내가 후보로 올랐던 배역은 택시기사 ‘동석’. ‘아이언 팜’(차인표) ‘지니’(김윤진) ‘에드머럴’(찰리 천) 다음으로 비중 있는 인물이다.



제작진은 이 배역에 조재현ㆍ․공형진 등을 캐스팅하려 했다. 그러나 두 배우는 TV 드라마 스케줄 때문에 출연이 불가능했다. 육상효 감독은 이 때 나를 떠올렸다고 한다. 나는 육상효 감독의 단편영화 <터틀넥 스웨터>(1998)와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조감독을 맡은 임권택 감독의 <축제>(1996)에 출연한 적이 있다. <터틀넥 스웨터>에는 ‘술집 손님’으로, <축제>에는 ‘문상객’으로 나왔다.
 

                                  <축제>는 유명작가 '이준섭'(안성기)과 그의 이복조카 '용순'(오정해) 등을
                                          중심으로 상가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와 가족 간의 화합을 그렸다.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용순이 못마땅한 문상객으로 출연했다.

어쨌든 <아이언 팜>에는 출연하지 않았다. 어떤 제의도 받지 못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촬영 현장 취재를 갔을 때 조연 후보였다는 말을 들었다. 육상효 감독은 “동석 역에 캐스팅하고 싶었지만 직장을 그만 두고 오게 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제외시켰다”고 말했다. 이 역은 고 박광정이 맡았다.

 

<101번째 프로포즈>에서 주인공을,  <아이언 팜>에서 조연을 맡았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계속 배우의 길을 가고 있을까, 그런 중 과연 베드신도 해냈을까? 가지 못한 길. 이에 대한 상상의 나래는 카메오로서 누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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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엽기적인 그녀>에서 원조교제를 하기 위해 어린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던
                                          나(오른쪽)는 ‘그녀
’(전지현)의 느닷없는, 따끔한 지적에 당황한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견우’(차태현)는 ‘그녀’(전지현)에게 충고한다. “난 괜찮지만”이라는 전제를 단 뒤  “잘 모르는 남자에게 성질 좀 죽여라, 남자들은 여자다운 걸 좋아한다”고, “남자에게 뭐든 한번 져줘봐, 이길려고 하지 말고”고 조언한다. ‘견우’는 이어 ‘그녀’가 엄마 등쌀에 밀려 선본 남자(임호)에게 지켜야 할 수칙을 10가지 정도 알려준다. 신승훈의 ‘I Believe’가 흐르는 가운데 소개되는 사랑의 고백은 다음과 같다. 

‘여자다운 거 요구하지 말아라’ ‘술은 절대로 세 잔 이상 먹이면 안 돼요’ ‘카페 가면 콜라나 주스 마시지 말고 커피 드세요’ ‘가끔 때리면 안 아파도 아픈 척 하거나 아파도 안 아픈 척 하는 거 좋아해요’ ‘만난 지 백일 되면 강의실 찾아가서 장미꽃 한 송이 내밀어보세요’ ‘검도 하고 스쿼시는 꼭 배우세요’ ‘가끔 유치장 가는 거 감수할 수 있어야 해요’ ‘가끔 죽인다고 협박하면 진짜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세요’ ‘가끔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 신발 도 바꿔 신어주세요’ ‘글 쓰는 거 좋아하거든요, 칭찬 많이 해주세요’


                                  ‘견우’는 이 장면 이후 ‘그녀’가 선본 남자에게 10가지 수칙을 들려준다. 

<조폭 마누라>에서 다소 덜 떨어져 보이는 ‘수일’(박상면)은 ‘은진’(신은경)에게 청혼한다. “청혼할 때 쓰려고 늘 외우고 다녔다”면서 영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해 나름 진지하게 프로포즈를 한다.

“한 가지 할 이야기가 있오. 다시는 이야기하지 않을 거요, 누구에게도. 당신이 들어줬으면 좋겠소. 애매함으로 둘러쌓인 이 우주에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말이오. 은진씨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이 꽃을 받아주십시오”    

                                  ‘수일’의 어수룩하지만 진지한 프로포즈에 ‘은진’은 마침내 꽃을 받아든다.

’‘견우’의 고백은 <엽기적인 그녀>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손꼽힌다. ‘그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견우’를 찾아나섰듯 떠나려는 연인의 마음을 돌이켜놓고 싶을 때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조폭마누라>에서 ‘수일’처럼 유명 영화 중에서 자기의 경우에 적용할 만한 명대사를 외워뒀다가 인용하는 것도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전지현ㆍ차태현 주연 <엽기적인 그녀>(감독 곽재용)는 2001년 7월 27일에 개봉, 488만2495명(이하 배급사 자료 기준)이 감상했다. 신은경 주연 <조폭마누라>(감독 조진규)는 2001년 9월 28일에 개봉, 526만451명이 관람했다. 2011년 2월 현재 한국영화 역대 흥행 톱100에서 <조폭마누라>는 22위, <엽기적인 그녀>는 28위에 올라 있다.  



<엽기적인 그녀>는 <조폭마누라>와 달리 속편이 제작되지 않았다. 기자는 이 영화 속편을 준비한 바 있다. “그간 속편 제의를 얼마나 받았겠느냐”며 “독창성과 완성도가 어지간히 뛰어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의 전언에 오기를 발동했지만 결국 제풀에 포기하고 말았다. 전편에 버금가는 웃음 코드를 이어가는 게 어려울 뿐더러 무엇보다 ‘견우’의 고백을 능가하는 멜로 코드를 만드는 데 힘이 턱없이 딸렸기 때문이다.

‘견우’의 고백은 또 문성근ㆍ김희애 주연 <101번째 프로포즈>(1993)를 떠올리게 한다. <엽기적인 그녀>에 앞서 신씨네에서 만든 이 영화는 기획 당시 내가 남자 주인공 후보였다. 김희애보다 황신혜가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기까지 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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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누라 죽이기>에 영화사 상무(왼쪽)로 출연했다. 영화사의 실질적 사장인
                                          '소영'(최진실)은 남편 '봉수'(박중훈)가 제작중인 영화의 여주인공(엄정화)과 
                                          불륜 관계인 걸 모른 채 청부살인업자(최종원)의 살해 위험에 시달린다. 

"베드신 해봤어?"
 단역 출연이 알려지면서 주위 분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베드신 찍는 거 현장에서 본 적 있냐"도 심심찮게 듣는 물음이다. 심지어 "강간하는 단역 필요하다고 하면 나 소개시켜줘" 하는 이들도 있었다. "잘 할 자신 있다"고 하던 그들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본인의 진의가 어떻든 출연을 유희로 여기고, 한때의 추억으로 삼으려는 것 같아, 나아가 기자의 출연도 진정성을 의심받는 듯해 심기가 불편했다.

초기에는 "영화기자가 영화에 출연하면 돼?" 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출연한 영화에 대해 객관적으로 리뷰를 쓸 수 있겠느냐"는 게 출연불가론을 펴는 이들의 요지였다. 일리가 없지 않아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

그런데 출연불가론을 주장하던 이들 가운데 한 기자는 훗날 자신의 말을 스스로 뒤집었다. 자기도 출연을 감행했다. 한 편에 그치지 않고 몇 편을 더 했다. 그런 데에다 어느 날 자기가 나보다 출연작 편수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지만 흥행성적은 앞선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그때 떠오른 말이 있다. "내가 하는 건 로맨스고 남이 하는 건 불륜"이란 말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도 떠올랐다. 비난을 하지 말던지, 출연을 하지 말던지, 그런 데에다 흥행성적이 나보다 낫다고...?

어쨌든 기자의 첫 흥행 성공작은 강우석 감독의 <마누라 죽이기>(1994ㆍ서울관객 34만4900명-한국영화연감 기준)다. 400만명 이상이 관람할 정도로 크게 성공한 첫 작품은 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2001ㆍ전국관객 488만2495명-배급사 집계 기준)다.

<마누라 죽이기>와 <엽기적인 그녀>는 출연장면을 소개할 때 가장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작품이다. 두 작품의 소재는 대조적이다. <마누라 죽이기>는 불륜, <엽기적인 그녀>는 지고지순한 사랑에 따른 갖가지 에피소드가 영화를 관통한다.

<마누라 죽이기>에는 '박봉수'(박중훈) '장소영'(최진실) 부부가 운영하는 영화사의 상무로 출연했다. 극 초반 박봉수 사장에게 달려가 장소영 실장이 쓰러졌다고 알리는 장면을 비롯해 영화사 사무실, 강원도 속초 로케, 시사실 등 여러 장면에 나왔다. 이 가운데 속초에서 가진 극중 영화 로케이션 때 출연ㆍ제작진에게 숙소의 방을 배정하고 열쇠를 나눠주는 장면은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이 영화는 기자의 네 번째 출연작이다. 앞서 세 작품의 흥행성적이 기대 이하에 그친 뒤 흥행을 염두에 두고 물색한 끝에 출연을 청탁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청탁은 
박중훈의 집들이에 초청받아 그 곳에서 만난 강우석 감독에게 직접 했다. 박중훈이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는 등 촬영 중 우여곡절을 겪은 이 영화는 예상한 대로 큰 성공을 거뒀다. 1994년 12월 17에 개봉, 34만4900명(서울 개봉관 기준)이 관람했다. <다이하드3> <포레스트 검프> 등에 이어 1995년 흥행순위 10위를 기록했다. 한국영화로는 37만6443명이 관람한 <닥터 봉>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엽기적인 그녀>는 영화사 '신씨네'의 신철 사장의 소개로 출연했다. 신철 사장은 기자와 동갑으로 그가 김의석 감독의 <결혼이야기>(1992)를 기획할 때부터 친했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이정학(오른쪽)과 함께 원조교제를 하
                                                     기 위해 어린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에는 '그녀'(전지현)와 '견우'(차태현)가 실랑이를 벌일 때 옆 테이블에서 원조교제를 하려고 여린 여성들을 유혹하는 중년남자로 나왔다. '그녀'의 간섭에 황급히 자리를 뜨는 두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등장했다.

                                  전지현과 <타이타닉>의 유명 장면 흉내를 냈다. 전지현이 누군가의 말을 듣
                                          느라 엉성한 장면에 그치고 말았다. 훗날 '일본의 전지현'으로 손꼽히는 아오이 
                                          유우가 <하나와 앨리스>를 선보일 때 인터뷰를 했다. <엽기적인 그녀>에 원조
                                          교제에 실패하는 중년남자로 출연했다는 말을 하면서 이런 표정을 지은 듯하다.
                                         
함께한 카메오는 이정학이다. 훗날 <각설탕> <그랑프리> 등을 제작한 그는 감독의 꿈을 접고 제작부를 거쳐 정선경ㆍ이태란 등의 매니저와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60여 편에 출연했고 조연까지 한 베테랑이다.

원조교제 실패 장면은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찍었다. 촬영 당시 난 시나리오에 적혀 있는 조사 하나까지 틀리지 않기 위해 대사 암기에 전념했다. 반면 이정학은 대사는 다 외웠다면서 빈둥거렸다. 그런 그는 촬영이 시작된 뒤 멋지게 한 방을 날렸다. '그녀'가 “아저씨는 저 같은 딸도 없어요”라고 문책하자 그는 촬영용 콘티에 적혀 있는 “없다, 왜?”에 그치지 않고 “니가 하나 낳아주라”는 애드리브를 날린 것이다. 


그의 애드리브에 촬영장은 폭소가 만발했다. 그로 인해 엔지가 났지만 그의 애드리브는 즉각 수용됐다. 그런데 그가 날린 '니가 하나 낳아주라'는 애드리가 아니었다. 며칠 동안, 촬영장에서 와서까지 고민한 데 따른 산물이었다. 후배지만 주어진 역할 이상의 활약상을 보여준 그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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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 카센터 사장 '김종찬'(송강호)의 동네 선배(왼쪽)로
                                          출연했다. 피아노 학원 강사 '이신애'(전도연)가 다니는 교회 인근에 불법주차
                                          를 한 뒤 주차관리를 하던 김종찬과 몇 마디를 나누고 황급히 떠나는 인물이다.

3년 전 전주국제영화제 취재를 갔을 때 경험이다. 한 가맥집(가게맥주집)에서 일본 영화인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각자 자기 소개를 마친 뒤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한 일본 영화인이 노우트북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그간 출연한 기자의 필모그래피가 자세하게 떠있었다.

놀라웠다. 일본에서 단역배우에 불과한 기자의 필모그래피가 자세하게 기록돼 있는 것이다. 단역배우에 대해 이렇게 조사돼 있다면 주연ㆍ조연 배우들에 대해서는 어떨는지, 일본사람들이 무서웠다. 

당시 경험담은 지난해 한 공중파TV의 방송 내용과 대조를 이뤘다. 기자에 대해 '최고의'(프로그램을 보지 못하고 전해들어 정확하지 않다) 카메오라면서 출연작이 30여 편이라고 소개된 것이다. <이끼>가 개봉된 이후였으니 출연작이 51편인데 30여 편이라니. 전주국제영화제 때 만난 일본인이 떠오르면서 방송 제작진의 불성실한 점이 안타까웠다.

기자의 영화 데뷔작은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1993)다. 최근작은 <퀵>(2011)이다. <퀵>까지 54편에 출연했다. <퀵>은 현재 후반작업 중이다. 개봉된 최근작은 <이층의 악당>(2010)이다.

출연작 중 임권택ㆍ강우석 감독의 작품이 가장 많다. 각각 네 편이다. 임 감독의 작품은 <태백산맥>(1994) <축제>(1996) <취화선>(2002) <하류인생>(2004), 강 감독의 작품은 <마누라 죽이기>(1994)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1998) <강철중:공공의 적 1-1>(2008) <이끼>(2010) 등이다. 국제적 명성을 자랑하는 임 감독과 최고의 흥행성을 인정받는 강 감독의 작품이 가장 많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유명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작품이 많다. <태백산맥> <취화선> <하류인생> 외 <박하사탕>(2000) <밀양>(2007) <그때 그 사람들>92005) <산부인과>(1997) <장밋빛 인생>(1994) 등이 있다. 이 점을 놓고 한때 "아무도 안 알아주는 월드스타"라고 자화자찬을 하고는 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진태'(장동건) '이진석'(원빈) 형제의 엄마(이영란)
                                          가 하는 국수집에 손님으로 출연했다. 기자 뒤에서 연인 사이인 진태(장동건)
                                          와 '영신'(고 이은주)이 대화를 나누던 중 미소짓고 있다.

흥행작도 적지 않다. 최고의 흥행작은 <태극기 휘날리며>(2004)다. 이밖에 <조폭마누라>(2001) <엽기적인 그녀>(2001) <이끼>(2010) <두사부일체>(2001) <라디오스타>(2006) <접속>(1997) <은행나무 침대>(1996)  등의 흥행작에 출연했다.

'국민배우' 안성기와 함께 한 작품이 가장 많다.<태백산맥> <축제> <박봉곤 가출사건>(1996)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취화선> <라디오스타> 등 6편이다.

가장 많이 맡은 인물은 의사다. <조폭마누라> <DMZ비무장지대>(2003)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2004) <된장>(2010) 등 네 편이다. 의사협회 간부로 출연한 <은행나무 침대>까지 더하면 다섯 편이다.

대사가 없는 역할, 1인 2역도 했다. 대사가 없는 영화는 <접속> <챔피언>(2002) <남남북녀>(2003) <퀵> 등이다. 1인 2역을 한 작품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6)과 <까>(1998)이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에서 '장승업'(최민식) 등을 집으로 불러 신관 사또
                                          부임 축하연을 갖고 있다(왼쪽 위 사진 왼쪽) 강우석 감독의 <마누라 죽이기>
                                          에서 영화사의 실질적 대표인 '장소영'(최진실)과 극중 감독(조형기) 배우(엄
                                          정화)에게 숙소의 방 열쇠를 나눠주고 있다(오른쪽 위 사진 오른쪽). <천년학>
                                          을 내놓은 임권택 감독, <한반도>를 선보인 강우석 감독을 인터뷰하고 있다.     


두어 차례 리허설 후 촬영에 들어가 한 번에 끝낸 적이 있다. <두사부일체>다. 반면 <박하사탕>에서는 수 차례 리허설을 하고도 본 촬영을 10여 차례 한 뒤에야 마치느라 곤욕을 치렀다. <오버 더 레인보우>(2002)에서는 감독에게 연기력을 인정받지 못해 배역의 비중이 확 줄어들고 말았다.
 
베드신에 도전한 작품은 <파란대문>(1998) 등이다. '진아'(이지은)를 찾는 '손님1'과 '손님2'를 원했지만 김기덕 감독이 난색을 표명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제작사 대표를 통해 '손님3'을 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자존심이 상해 응하지 않았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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