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석환(53)은 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대학 1학년 때부터 교내 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했고 1987년 극단 연우무대의 <달라진 저승>으로 데뷔했다. 영화는 1992년 <명자 아끼꼬 쏘냐>로 인연을 맺은 뒤 1994년 <태백산맥> <너에게 나를 보낸다> 등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7·1998년 동아연극상 연기상 등을 비롯해 2005년 KBS 연기대상 조연상을 받았다. 지난해와 올해 TV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와 <너라서 좋아> <패밀리>, 연극 <대머리 여가수>와 <웃음의 대학>, 영화 <후궁: 제왕의 첩>과 <26년>으로 기치를 높이고 있다.

 

 

“니가 헐라고 허는 일, 그거시 참말로 그 방법뿐인지…. 그거시 맞는 길인지, 솔직히 난 잘 모르겄다. 근디, 최소한 그런 거슬 생각조차 안 해보고 살았던 나는, 틀렸던 것 같아야.” “이태꺼정 암 생각 없이 금남로를 싸댕긴 거시… 인자와서 죄스럽네. 하… 아, 쪽팔리다 잉. 긍께… (웃음) 난 여그 들어와 있어도 싸다.”

영화 <26년>(감독 조근현)에서 화제를 낳고 있는 대사다. 영화 상영 중 이 대사가 나올 때 감탄하거나 고개를 숙이는 중년 관객들이 적지 않다. 최근 육상효 감독은 이 대사가 나오는 장면에서 “가장 울컥했다”고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이 대사는 ‘안수호’(안석환) 사장이 교도소로 면회를 온 ‘곽진배’(진구)에게 하는 말이다. 안수호는 광주 금남로를 주름잡는 조폭 두목으로 대형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곽진배는 안수호가 신뢰하는 수하이다. 곽진배는 사설 경호업체의 ‘김갑세’(이경영) 대표가 설계한 작전에 따라 저격수 ‘심미진’(한혜진), 정보원 ‘권정혁’(임슬옹), 브레인 ‘김주안’(배수빈) 등과 함께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군인들의 발포는 자위권 발동이었다고 주장하는 파렴치한 전 대통령 ‘그 사람’(장광)을 응징하는 데 앞장선다. 안수호의 대사는 이에 관한 것으로 그는 면회를 서둘러 마치면서 곽진배에게 “돌아보지 말고 앞만 봄서 냅다 뛰어”라고 한다.

“양아치인데 큰놈이에요. 대사가 좀 길었는데 조근현 감독, 진구와 함께 대본 연습을 하면서 짧게 정리했어요. 큰놈답게. 말이 많으면 잘아 보이잖아요. 구체적인 진배와의 관계, 지역 주민의 정서, 시대 상황은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게 좋고.”

 

 

안석환은 <26년>에 대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영화”라며 “역사의 아픔과 교훈은 기록으로 남겨야 영원 불멸성을 지닌다”고 했다. “출연 제안을 받고 영화배우로서 고마움을 느꼈고, 출연·제작진과 고사를 지내면서 기뻤고, 진구·한혜진·임슬옹·배수빈… 시대의 아픔을 안으려는 젊은 배우들이 있다는 게 반갑고 뿌듯했고, 함께 기분 좋게 작업했다”고 털어놨다.

■기관원, 핑크 캐릭터로
안석환이 조폭의 두목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7년 8월 개봉작 <넘버 3>(감독 송능한)가 우선 손꼽힌다. <넘버 3>에서 안석환이 맡은 인물은 깡패 두목 ‘강도식’이다. 넘버 2를 다투는 ‘태주’(한석규)와 ‘재철’(박상면)을 카리스마로 쥐락펴락한다.

 

안석환은 “보스가 말이 많으면 보스답지 않다”면서 “눈빛만으로 말이 되도록 대사를 다 없애거나 줄였다”고 했다. 일례로 강도식이 수하들과 자리를 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의 경우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강도식이 손을 내밀면 담배가 손가락에 끼워지고, 담배를 입에 물면 불이 붙여지고, 탁자에 재떨이가 자동적으로 준비되도록 설정했다.

안석환이 영화배우로 눈길을 끌기 시작한 작품은 1994년 개봉작 <태백산맥>(감독 임권택)과 <너에게 나를 보낸다>(감독 장선우)이다. 9월 17일에 개봉된 <태백산맥>에는 빨치산 토벌에 나선 방첩대장 ‘전원장’으로, 10월 1일에 개봉된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는 기관원 ‘색안경’으로 출연했다. 전원장은 극우 마초이고, 색안경은 여자 같은 기관원이다. 두 영화가 잇달아 개봉된 뒤 관객은 물론 영화인들조차 전원장과 색안경으로 나온 배우가 한 사람인 줄 몰랐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서는 안석환이 예명(안진형)을 써 더더욱 다른 배우인 줄 알았다.

“기관원=검은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장정일 원작인 점을 감안해 색안경의 캐릭터 색깔을 핑크로 설정했죠. 감독님은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했는데 자꾸 말씀드리니까 일단 해보라고 하더군요. 새롭고 재밌으니까 통과된 거에요.”

 

안석환은 “가운을 입고 애드립도 했다”며 “여성적인 말투가 유행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했다. “그전에는 연봉이 400만원 정도에 불과했는데 두 영화를 하면서 1000만원을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술자리 소재·분위기 좋아서
안석환은 단국대 경영학과에 입학하면서 연극과 인연을 맺었다. ‘동아리 활동을 해라, 넓게 살아라’는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고른 게 극예술연구회였다. 안석환은 “한두 명이 각자 행동하는 다른 동아리들과 달리 극예술연구회는 여러 명이 빙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데 끌렸다”고 했다.

“입회 이후 수업이 끝나는 오후 5시부터 통금(자정) 전까지 거의 매일 술을 마셨어요. 1학년 신입생부터 제대하고 복학한 고참까지 한데 어울려서. 대화의 주소재가 인생과 예술에 대한 것이었죠. 처음에는 연극보다 그런 술자리가 더 좋았어요.”

등사판 밀어서 만든 대본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연습하고, 망치질해서 무대 만들고, 조명기 닦아 달고, 여학생들은 무대 의상 만들고…. 안석환은 “굽은 못은 펴서 사용할 정도로 어려운 가운데 막은 올라갔고, 관객과 함께 희로애락을 나눴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연극에 매료됐다”고 했다.

매년 정기공연 두 번, 워크숍 무대를 두 번 올렸다. 1981년에 입대, 제대 후 복학 전 1년 동안 학비를 벌기 위해 특수운송회사에 다녔다. 1985년 복학한 뒤에도 직장생활을 병행했다. 학생과 직장인으로 바빴고, 수입도 짭짤했지만 견딜 수 없었다. 연극을 하고 싶어서. 결국 1986년 10월에 직장을 그만두고 극단 연우무대에 들어갔다. 이듬해 졸업한 뒤에는 극단에서 살았다. 그해 가을, 연우무대의 <달라진 저승>(김광림 작·연출)으로 데뷔했다.

“데뷔 후 5년 내에 성공하지 못하면 아버지 장사를 잇기로 했어요. 장사하는 게 싫어서 기를 쓰고 연극을 했는데 신통치 않아 5년쯤 했을 때 상심이 컸죠. 그런데 그 즈음부터 출연 섭외가 줄을 잇더군요. 10년 전후로 상도 받으면서 인정을 받았고.”

1997년 <이세상 끝>, 1998년 <남자충동>으로 2년 연속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았다. 한국연극협회 최우수남자연기상과 우수공연상 연기상,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 세계연극제 연극인이 뽑은 인기배우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받았다. 동물 닮기, 자연으로 돌아가기에 기초한 ‘안석환식 인물 창조’로 각광받았다. 2005년에는 <별남별녀>와 <쾌걸 춘향>으로 KBS 연기대상 조연상도 받았다. 방송·영화에 출연하면서 꾸준히 연극을 하는 안석환은 지난해 <대머리 여가수> 각색·연출을 맡았고 <웃음의 대학>을 장기 공연했다. 안석환은 “가슴으로가 아니라 세포가 느낄 정도로 변신해야 한다”면서 “부단히 연구하고 연습해서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게 배우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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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현 감독(44)의 영화 <26년>이 오는 29일부터 관객과 만난다. ‘액션복수극’을 표방한 이 영화는 1980년 5월 18일에 일어난 광주민주화운동 26년 뒤의 가상 사건을 극화했다. 조 감독은 2008년 첫 기획 당시 미술감독을 맡기로 했다. 올해 초 각색·연출을 맡아 감독으로 데뷔했다. 지난 여름 “배우·스태프들과 함께 이름모를 수많은 이들의 염원을 담아 모든 것을 걸었다”는 조근현 감독과 <26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광주민주화운동은 한국전쟁(6·25)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2012년 현재 4122명)를 냈다. 영화 <26년>은 비감한 액션영화다. 지난 26년간 그날의 악몽을 잊을 수 없는 이들이 펼치는 학살의 주범 단죄 작전을 그렸다. 그날 이후 그들이 쓰고 싶은 오늘의 역사는 그날만큼 뜨겁고 그리고 비극적이다. 진구·한혜진·임슬옹·배수빈·이경영·장광 등이 주요 배역을 맡았다.

-미술감독인데 각색·연출을 맡았다.
“미술감독 출신 영화감독이 더러 있다. 앨프리드 히치콕·제임스 카메론·리들리 스콧·팀 버튼 등이 대표적이다. <걸스카우트>(2008) <심야의 FM>(2010) 등을 연출한 김상만 감독도 미술감독 출신이다.”

조근현 감독은 서울대 서양화과 출신으로 <장화, 홍련>(2003)으로 대한민국 영화대상, <형사Duelist>(2005)로 청룡영화상 미술상을 받았다. <음란서생>(2006)으로 대한민국 영화대상·청룡영화상·한국영화평론가상 미술상을 수상했다. 미술감독을 맡은 최근작으로는 <후궁: 제왕의 첩>(2012) <마이웨이>(2011) 등이 있다.

 

-연출을 맡은 경위는.
“널리 알려졌듯이 이 영화는 2008년에 크랭크인을 앞두고 (외압으로 추정되는) 투자자들의 변심으로 무산됐던 작품이다. 당시 이해영 감독이 연출이었고 나는 미술감독이었다. 영화 미술은 제작비하고 밀접한 관계에 있다. 지난 2월, 제작사(영화사 청어람)에서 예산을 줄여 다시 만드려고 할 때 미술적 아이디어를 냈다. 그 일환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하다가 아예 각색을 한 게 연출을 맡은 계기가 됐다.”

-연출 제안을 받은 건 언제인가.
“4월에 받았다. 각색한 걸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가 읽고 혹시 시나리오 쓴 게 있느냐고 해서 예전에 써놓은 세 편 가운데 한 편을 보여드렸다. 며칠 뒤 연출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틀을 고민하다가 결심했다.”

 

-왜 망설였나.
“나는 연출 쪽에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이 아니다. 언제든 전력투구할 만한 기질과 풍부한 경험을 지녔지만 원체 유명한 작품이어서 부담이 됐다. 그런데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아니, 누군가는 해야 했다. <26년>은 감독의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 연출자는 원작에서 시작된 수많은 사람들의 숙원과 갈등 등을 슬기롭게 헤아려 배치하고 혼합하여 관객과 소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제한된 비용과 시간,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 점에 내가 장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제작두레를 포함하여 위에 열거한 입장들의 ‘관심’을 넘어선 ‘기대’가 최대의 부담이었다. ‘사회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조차 없다면 이 사회가 건강하지 못한 게 아니겠느냐’는 최 대표의 말에 단안을 내렸다.”

 

-원작은 얼마나 봤나.
“나에겐 원작이 두 개 있다. 하나는 강풀의 동명 웹툰이고, 또 하나는 이해영 감독의 시나리오다. 웹툰은 딱 한 번 봤다. 미술감독 때에는 안 봤다. 미술감독을 했다면 끝까지 안 봤을 것이다. 나는 미술적인 창작을 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예전 시나리오는 지금 작품보다 훨씬 상업적이다. 예산을 줄이면서 불거리를 빼야 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웹툰에서 가져올 만한 것을 찾았다. 면면히 흐르는 비장미가 대단했고 각 캐릭터의 끝없는 애정을 보았다. 그 걸 가져왔다.”

-각색·연출 작업 때 어디에 주안점을 뒀는지.
“조폭 ‘곽진배’(진구), 사격선수 ‘심미진’(한혜진), 경찰 ‘권정혁’(임슬옹), 사설 경호업체 실장 ‘김주안’(배수빈)의 역할과 비중을 고루 살려 배치하려고 노력했다. 이들은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를 상징한다. 당시 계엄군이었던 대기업 총수 ‘김갑세’(이경영)도, 심지어 ‘그 사람’(장광)의 충복 ‘마상열’(조덕제)도 피해자다.”

-김갑세는 끝까지 그 사람에게 사과를 받으려고 한다.
“죽이면 사과를 받을 수 없다. 그 사람이 죽기 전에 국민 앞에 사과를 했으면 한다.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한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영화니까 상상으로라도 ‘그 사람을 죽였으면 어떨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아는 사람은 누구나 그런 상상을 한 번은 했을 것이다. 그 사람이 큰 절을 받는 연회장에서 김갑세가 총을 쏘는 장면을 찍기는 했다. 시나리오에 없었지만 CG로 마무리도 했다. 그런데 편집하면서 전후 장면과 도무지 맞물리지 않아 제외했다. 곽진배가 죽일 수 있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그때 진배는 수갑을 차고 있고 총도 맞은 상태여서 불가능하다. 게다가 사람이 살려고 발버둥치는데 그게 쉬울까?”

-촬영 당시 현지 분위기는 어땠나.
“2009년 미술 작업을 위해 광주에 갔을 때에는 ‘죽여요? 못죽여요?’ 하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못 죽인다’고 하면 ‘쓸데 없는 짓 한다’고, ‘잘못하면 우리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했다. 협조는 커녕 푸대접 받았다. 그런데 올해에는 완전히 달랐다. 통제에 한마디 불평 않고 자비로 생수며 부식을 사다 주고 간 분도 있다. 대전에서 사흘간 대로를 통으로 막고 찍을 때에도 시민들의 전폭적인 협조 아래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광주민주화운동 장면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각색 작업을 시작한 뒤에 결정했다. 사실 처음에 원작자의 웹툰을 쓰는 것도 고려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 등으로 유명한 (주)오돌또기의 오성윤 감독이 고맙게도 투자 형식으로 참여해 주었다. 사실 애니메이션은 실사를 찍는 것보다 시간과 돈이 더 드는 작업인데 심혈을 기울여 취지와 효과가 백분 살아있는 작품을 만들어주었다.”

-김주안이 ‘살아도 살 수 없다’고 하는 대사·장면 등이 인상적이다.
“영화의 주옥 같은 대사는 강풀의 원작과 이해영 감독의 시나리오에서 가져 온 것이 일부 있다. 나이트클럽 사장(안석환)이 교도소에서 곽진배에게 ‘그거슬 생각조차 못한 나는 여 들어와 있어도 싸다’면서 ‘여태꺼정 아무 생각 없이 금남로를 싸댕긴 거시 죄스럽고 인생 쪽팔린다’고 하고, 권정혁이 ‘어른이, 경찰이 돼서도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하고, 김갑세가 전직 대통령인 ‘그 사람’에게 ‘다치셨네요. 발가락. 거기다가 밴드를 감으셨네. 그거 아프다고’ 비웃는 장면이 인상적이라고 꼽는 이들이 많다.”

<26년>이 완성되는 데에는 ‘제작두레’ 방식을 도입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제작두레에 가입한 회원은 1만5000여 명으로 모금된 금액은 7억여원에 이른다. 이는 세계적인 소셜 펀딩 사이트(kickstarter)에서 찰리 카우프만의 최신 프로젝트가 약정받은 금액(약 4억5천만원)보다 훨씬 많다. 조근현 감독은 “대기업 자본 없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모범 사례”라며 “관객과의 만남에서도 폭넓은 의미와 보람을 얻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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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32)은 1996년 여고 1학년일 때 영화 <꽃잎>(감독 장선우)으로 데뷔했다.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 <루트7> <침향> <하피> 등에 출연했고 국내외에서 가수로 더 각광받았다.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서 금곰상을 받은 <파란만장>(감독 박찬욱·박찬경)을 선보인 데 이어 오는 22일 개봉되는 <범죄소년>(감독 강이관)에서 이른바 ‘문제적 엄마’로 열연을 펼쳤다.

 


■ <꽃잎>, 그리고 <범죄소년>
1980년 2월 7일에 태어난 이정현은 숫자 16과 인연이 깊다. <꽃잎>은 16살에 출연한 데뷔작이다. 이정현이 태어난 해, 16년 전 5월에 일어난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다. <범죄소년>은 <꽃잎>이 개봉된 지 16년 만에 선보이는 새 영화다. ‘효승’(이정현)은 ‘범죄소년’(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범)이 된 아들을 16살에 가졌다.

비정상인 소녀, 엄마 같지 않은 엄마. 이정현이 <꽃잎>과 <범죄소년>에서 맡은 인물이다.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때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친 충격과 죄책감으로 정상에서 벗어난 소녀는 30대 공사장 인부 ‘장’(문성근)을 무작정 따라가 동거한다. 여고생 때 덜컥 임신, 아들을 낳은 효승은 13년 만에 소년원에서 처음으로 대면한 아들(서영주)과 새 삶을 영위한다. 두 삶 모두 순탄하지 않다.

<꽃잎>은 격변기를 맞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삶을 조명했다. <범죄소년>은 ‘범죄소년’과 미혼모의 팍팍한 삶을 풀어냈다. <꽃잎>은 서울에서 21만3979명이 관람, <투캅스2> <은행나무침대>에 이어 1996년 한국영화 흥행 3위를 차지했다. 이정현은 대종상·청룡영화상·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제작한 <범죄소년>은 부산·토론토·도쿄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았다. 도쿄에서 심사위원특별상과 최우수남우연기상을 받았다.

 

이정현은 <꽃잎>에 무려 3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다. 마지막 3차 관문에서 펑펑 우는 연기를 해 여주인공을 따냈다. 이정현은 신문에 실린 여주인공 공모기사를 읽은 한 선생님의 권유로 응모했다. 수학여행 장기자랑 시간에 이정현이 서태지의 ‘교실이데아’와 룰라의 ‘비밀은 없어’ ‘프로와 아마추어’ 등을 춤추면서 열창, 친구들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게 추천받은 계기가 됐다.

당시 이정현은 친구들 사이에 영웅이나 다름없었다. 선물과 편지를 보내는 친구들이 잇따랐고, 팬클럽까지 결성됐다. TV 드라마는 물론 잡지·CF 등에도 출연한 경험이 없는 생짜 신인으로 소녀 역을 소화, <꽃잎>이 개봉된 뒤에는 ‘연기 천재 소녀’로 손꼽혔다.

<범죄소년>은 제안을 받았다. 이정현은 배역이 엄마라는 데 의아했다. ‘내가 벌써 엄마를?’ 이 의문은 시나리오를 읽은 뒤에 풀렸다. 엄마처럼 보이지 않는 엄마였다. 또래를 임신시킨,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범죄소년과 이 소년을 여고생 때 낳은 미혼모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작품성은 마음에 와닿았다. 그러나 공포영화 <하피>(2000) 이후 처음으로 하는 장편 영화에서 미혼모를 맡는 게 내키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은 지 사흘쯤 뒤에 전화를 해 하지 않겠다고 했다.

강이관 감독은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자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이정현은 강 감독을 만나기 전에 그의 데뷔작, 문소리·김태우·이선균 주연 <사과>(2008)를 봤다. 강 감독의 연출력에 믿음을 가진 뒤에 만나 대화를 나눈 끝에 출연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범죄소년>의 기획·제작 의도에 공감, 출연료를 받지 않고(재능 기부) 참여했다. 한 차례 중국 공연 외 해외의 모든 콘서트를 취소하거나 미뤘다. <범죄소년>에만 전념했다. “이정현의 재발견”(감독 이현승) “폭발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연기가 놀랍다. 영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어머니상”(토론토국제영화제) 등의 찬사를 받았다. 

■ 비정상 소녀, 문제적 엄마
5자매의 막내로 태어난 초등학생 때 기계체조·발레·한국무용을 익혔다. 중학생 때에는 배우가 되려고 했다. 갖가지 남의 인생을 펼쳐내는 게 재미있고 폭넓은 인간 관계와 사회 생활로 풍성하고 값진 삶을 누리고 싶었다.

뤽 베송 감독의 <레옹>(1994)을 즐겨 봤다. ‘레옹’(장 르노)과 ‘마틸다’(나탈리 포트먼)의 순수한 사랑이 감동적이었고, 마틸다가 레옹 앞에서 갖가지 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는 장면이 좋아 종종 따라하고는 했다.

 

<꽃잎>에는 이와 유사한 장면이 있다. 소녀는 김추자의 ‘꽃잎’을 즐겨 부른다. 이정현은 이를 위해 공연 장면이 담긴 테이프를 구해 김추자의 춤과 노래를 연습했다. 소녀가 술에 취해 등장하는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술을 마시고 취한 상황을 반복 연습한 뒤에 촬영에 응했다.

광주 일원에서 방황하던 소녀가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장면을 찍을 때에는 제작진에게 수영을 못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웅덩이로 뛰어들었다. 소녀가 웅덩이에서 빠져나오려고 바둥거리는 모습은 제작진의 기대 이상이었다. 장 감독은 흡족한 표정으로 ‘오케이’(O.K.)를 외쳤다. 그런데 이정현은 멈추지 않았다. 뒤늦게 실제 상황임을 깨달은 제작진이 뛰어든 덕분에 구조되었다.

<꽃잎>에서 이정현은 전라 노출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정현은 당시 “영화는 예술이고 그 예술의 한 장면이니까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배우로서 당연하다”고 했다.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가 아닌 만큼 작품이 필요로 하는 대로 연기하는 게 배우로서의 의무”라고 했다.

<범죄소년> 촬영 전에는 미혼모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 시나리오를 되풀이해 읽으면서 어떤 미혼모를 보여줄는지를 고심했다. 어두운 인물로 나오면 그간 수없이 봐온 캐릭터여서 식상해 보일 것 같고, 뻔한 이야기로 치부될 것 같아 달리 설정하고 그 범주 안에서 변화를 꾀했다.

13년 만에 소년원에 있는 아들을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의 경우 아들에게 애절하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부여 안고 통곡하지도 않고, 조심스레 진짜 자기 아들이 맞는지를 확인했다. 경제적 기반이 전혀 없어 주변의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마음 속은 첩첩산중인데 표정은 밝고 애교가 넘치는 걸로 펼쳐냈다. 훗날 아들에게 출산 연유를 밝힐 때에는 남 이야기하듯 털어놓으면서 눈가에 얼핏 눈물이 맺히는 걸로 했다. 미혼모와 범죄소년에게 따뜻한 관심과 배려심을 갖게 했다.

이 과정에 밤샘 촬영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들과 나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여야 하고, 세파에 시달린 지난 삶 등을 고려해 눈 밑에 다크서클을 그려넣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랜만의 영화여서 예쁘게 나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미련 없이 포기했다.

“예전에 비해 영화제작 방식이 체계적으로 바뀌고, 현장에서 곧바로 1차 편집을 하는 등 기술 발전도 놀라웠어요. 현장으로 밥차가 와 식사 때마다 식당을 찾아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그런데 밤샘 촬영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어요. 예전에도 몸살을 앓거나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는데 이번 촬영(지난 12월 중순~1월 말)에도 거뜬히 해냈어요.”

이정현은 당분간 배우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범죄소년> 이후에 출연할 영화도 확정됐다. 조만간 공식 발표될 이 작품에서는 두 연기파 남자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 한류스타로 손꼽히는 가수에 이어 한국영화가 새계로 뻗어나가는데 배우로서 일조하고 싶다는 이정현의 비상이 기대된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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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32·사진)이 배우로 돌아왔다. 영화 <범죄소년>(감독 강이관)의 이른바 ‘문제적 엄마’로 복귀, 22일부터 관객과 만난다. “이정현의 재발견”(감독 이현승) “폭발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연기가 놀랍다. 영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어머니상”(토론토국제영화제) 등 벌써부터 데뷔작 <꽃잎>(1996)의 ‘소녀’처럼 주목받고 있다.

“박찬욱 감독님에게 감사드려요. 단편 <파란만장>(2011) 덕분에 출연제의를 많이 받았거든요. <범죄소년>도 그 가운데 하나예요. 조만간 공식 발표될 예정인 새 영화도 <파란만장>을 보고 연락주신 작품이에요.”

<범죄소년>은 사회에서 소외받는 ‘범죄소년’과 미혼모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소년원을 드나들던 범죄소년이 13년 만에 찾아온 엄마와 재회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냉혹한 현실과 진실을 조명했다. 공포영화 <하피> 이후 12년 만에 출연한 장편영화에서 이정현은 엄마 같지 않은 엄마, 모정은 절절하지만 표정은 천진난만한 엄마를 실감나게 펼쳐냈다.

“작품은 좋지만 오랜만에 촬영하는 영화에서 맡을 배역이 미혼모여서 처음에는 출연을 꺼렸어요. 내면 연기와 가끔씩 터지는 폭발적인 연기를 해낼 수 있을지도 부담스러웠고…. 강이관 감독님을 만난 뒤 마음을 바꿨는데 안 바꿨으면 후회했을 거예요.”

이정현이 해낸 ‘문제적 엄마’는 미혼모 ‘효승’이다. 효승은 17세에 아들 ‘지구’(서영주)를 낳고 도망쳤다. 가출한 뒤 자살을 기도하는 등 심상찮은 삶을 살아온 효승은 13세가 된 아들을 소년원에서 처음으로 만난다. 효승은 아들에게 애절하게 용서를 구하지도, 부여안고 통곡하지도 않고 조심스레 친아들인지를 확인한다. 경제적 기반이 전혀 없어 주변의 도움을 구할 때에는 애교가 넘친다. 궁지에 몰리는 순간에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된다. 훗날 아들에게 출산 연유를 남 이야기하듯 털어놓을 때 눈가에는 얼핏 눈물이 어린다. 미혼모와 범죄소년에게 따뜻한 관심과 배려심을 갖게 한다.

“촬영하기 전에 미혼모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어요. 시나리오도 수없이 되풀이해 읽었고…. 어떤 미혼모를 연기해야 할지 고심했죠. 많이 본 인물들처럼 어둡게 하면 캐릭터가 식상해 보일 것 같고 이야기도 일반적으로 치부될 것 같더군요. 새롭게 설정하고 그 범주 안에서 변화를 꾀했는데 평이한 패턴대로 했으면 쉬웠을 것 같아요. 달리하면서 설득력을 불어넣느라 힘은 들었지만 의미있는 작업을 잘 끝내 보람을 느껴요.”

이정현은 <범죄소년> 제작 취지에 동의, 노개런티(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한 차례의 중국 공연 외 해외의 모든 콘서트를 취소하거나 미루고 <범죄소년>에만 전념했다. 잇단 밤샘 촬영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랜만의 영화여서 솔직히 여배우로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포기했다. 세파에 시달려온 삶을 상징하는 다크서클을 그려넣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범죄소년>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제작했고, 부산·토론토·도쿄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았다. 도쿄에서는 심사위원특별상과 최우수남우상을 받았다. 대만 금마장영화제 등 해외 나들이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제작 방식이 체계적으로 바뀌고 현장편집 등 기술발전도 놀라울 정도였어요. 좋은 작품을 통해 다시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데 감사해요. 앞으로 한국영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배우로서 일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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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빈과 임슬롱이 화제의 영화 <26년> 촬영에 본격 합류했다. 이 영화 제제작사인 영화사 청어람은 두 배우의 촬영 스틸컷을 최근 공개했다. 지난달 19일 크랭크인 소식과 함께 공개되었던 진구와 한혜진에 이어 두 배우 역시 원작 웹툰 속의 인물들이 살아난 듯한 대단한 싱크로율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배수빈(왼쪽)과 임슬옹이 영화 <26년> 촬영에 합류, 원작 웹툰 속 인물들이 살아난 듯한 싱크로율로 제작진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영화 <26년>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조직폭력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펼치는 극비 프로젝트를 그린다. 2008년부터 몇 차례 제작이 무산되었다가 많은 관객들의 간절한 열망에 힘입어 제작에 착수한 후 불철주야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배수빈은 극비 프로젝트를 계획한 대기업 총수 ‘김갑세’의 비서실장이자 사연을 지닌 아들 ‘김주안’ 역으로서 전체 작전을 설계하고 진두 지휘하는 브레인의 역할을 맡는다. 강풀의 동명 원작 웹툰 속 인물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외모도 눈길을 끌지만 냉정하고 철저한듯하면서도 사려 깊은 캐릭터를 안정된 연기력과 특유의 진중한 매력을 더해 완성한다.

 

그룹 2AM의 멤버로서 배우로도 활약 중인 임슬옹은 현직경찰로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권정혁’ 역을 맡았다. <26년>은 본격적인 영화 출연작품일 뿐만 아니라 관심이 큰 작품인 만큼 임슬옹은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선보이기 위해 대본이 너덜거릴 정도로 연습하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어 한층 성장한 연기력을 예고한다. 또한 임슬옹의 팬클럽은 더운 현장에서 고생하는 배우들과 스탭들을 위해 밥차를 준비해 삼계탕 등의 음식을 대접하며 응원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 훈훈한 현장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영화 <26년> 연출은 조근현 감독이 맡았다. <후궁: 제왕의 첩> <마이웨이> <형사 Duelist> <장화, 홍련> <음란서생> 등 많은 한국영화에서 미술감독으로 참여해 감각적인 미술로 각종 영화제 미술상을 휩쓴 그의 연출 데뷔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주요 배역은 진구·한혜진·이경영·배수빈·임슬옹·장광 등이 맡았다. 진구는 조직폭력배 ‘곽진배’, 한혜진은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 이경영은 재벌회장 ‘김갑세’, 장광은 ‘그 사람’으로 출연해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한편 <26년>의 홈페이지(www.26years.co.kr)에서 진행 중인 ‘영화 <26년>의 제작두레’는 예비 관객 7526명(8일 오후 1시30분 현재)이 참여, 3억 7934만원을 약정했다. 제작두레의 회원으로 참여하면 전국 6대 도시에서 열릴 시사회권과 특별포스터, 소장용 DVD, 미공개 제작정보, 엔딩크레딧에 이름 올리기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만원 회원, 5만원 회원, 29만원 특별 회원으로 구분된다. 2만원 권에는 전국 6대 도시에서 열리는 시사회권 2장, 특별포스터, 미공개 제작정보가 제공된다, 5만 원 권에는 소장용 DVD, 엔딩크레딧에 이름 올리기가 추가된다. 29만원 권에는 5만원 권 제공사항 외에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는 ‘그 사람’에 대한 참여 관객의 생각 등 특별한 의미를 담는다. 공식 홈페이지(www.26years.co.kr)에서 참여할 수 있으며 촬영이 진행되는 중에도 계속된다.

강풀 원작 <26년>은 연재 당시 온라인 일일 평균 200만 클릭, 1만여 페이지뷰 등 숱한 기록들을 남겼다. 탄탄하고 치밀한 줄거리와 긴박감 넘치는 전개로 뜨거운 감동을 자아내면서 영화화를 예고했다. 조근현 감독의 <26년>은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과감하고 흥미로운 상상력이 더해진 픽션으로서 ‘액션복수극’을 표방한다. 영화 <26년>이 관객들에게 대리만족과 확실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할는지 주목된다. 청어람은 오는 9월까지 촬영을 마친 뒤 올해 하반기에 개봉할 계획이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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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6년>(감독 조근현·제작 영화사 청어람)이 지난 19일 크랭크인, 본격 촬영에 돌입했다. 공식 홈페이지(www.26years.co.kr)를 연 뒤 시작한 ‘영화 <26년>의 제작두레’는 26일 오후 9시 30분 현재 5042명이 참여해 2억8430만원을 입금·약정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영화 <26년>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을 그린다. 그 날의 비극과 연관있는 조직폭력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 등이 26년 후 바로 그 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펼치는 극비 프로젝트를 담는다.

주요 배역은 진구·한혜진·이경영·배수빈·임슬옹·장광 등이 맡았다. 진구는 조직폭력배 ‘곽진배’, 한혜진은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 이경영은 재벌회장 ‘김갑세’, 배수빈은 김갑세의 아들이자 비서 ‘김주안’, 임슬옹은 경찰 ‘권정혁’, 장광은 ‘그사람’이다. 조근현 감독이 연출한다. 조 감독은 <후궁: 제왕의 첩> <마이웨이> <형사 Duelist> <장화, 홍련> <음란서생> 등의 감각적인 미술로 각종 영화제의 미술상을 휩쓴 바 있다.

 

 

이 영화는 강풀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탄탄하고 치밀한 줄거리와 긴박감 넘치는 전개로 연재 당시 온라인 일일 평균 200만 클릭, 1만여 페이지뷰 등 숱한 기록을 남기면서 영화화를 예고했다.

최용배 영화사 청어람 대표는 2006년 판권을 구입, 2008년부터 몇 차례 제작을 시도했지만 그 때마다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3월에는 ‘10억원 온라인 펀딩’을 시도했으나 목표액을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이후 여러 시민들이 영화화에 동참하고 싶다며 개별적으로 투자를 해왔다. 가수 이승환씨도 투자에 참여했다.

 

                 영화 <26년> 원작자 강풀(왼쪽), 최용배 영화사 청어람 대표(오른쪽)

최 대표는 “영원히 제작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많은 관객들이 희망을 놓지 않고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며 “이제 ‘정말로’ 제작을 진행하게 돼 가슴이 뛴다”고 했다. “단순히 역사 속 이야기를 재현하는 영화가 아니라 과감하고 흥미로운 상상력이 더해진 픽션으로 관객들에게 대리만족과 확실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뜨겁고 격한 감동과 재미의 중심에 서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을 흥분시킬 2012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6년>은 오는 9월까지 촬영을 마친 뒤 올해 하반기 개봉을 목표하고 있다. 제작사는 촬영이 진행되는 과정과 관련된 소식, 관객들의 응원 메시지를 홈페이지(www.26years.co.kr)와 공식 트위터(@movie26years) 페이스북(Facebook.com/movie26years)을 통해 지속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한편 ‘영화 <26년>의 제작두레’는 예비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26일 현재 5024명이 참여, 2억8246만원이 약정됐다. 촬영이 진행되는 중에도 ‘영화 <26년> 제작두레’는 계속된다. 제작두레에 참여하면 전국 6대 도시에서 열릴 시사회권과 특별포스터, 소장용 DVD, 미공개 제작정보, 엔딩크레딧에 이름 올리기 등의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

 

최근 영화계는 대기업의 투자 없이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영화제작두레는 우리 고유의 ‘두레’를 본받아 시작했다. 십시일반으로 제작비를 마련하여 영화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이다. 최 대표는 “두레에 참여한 한 분 한 분이 직접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아니지지만 두레를 통해 모두가 함께 영화를 만들 수는 있다”면서 “제작두레는 거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우리의 영화문화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영화 <26년> 제작두레는 참여는 2만원 권과 5만원 권, 그리고 29만원 특별권으로 구분된다. 2만원 권에는 전국 6대 도시에서 열리는 시사회권 2장, 특별포스터, 미공개 제작정보가 제공된다. 5만원 권에는 소장용 DVD, 엔딩크레딧에 이름 올리기가 추가된다. 29만원 권에는 5만원 권 제공사항 외에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는 ‘그 사람’에 대한 참여 관객의 생각 등 특별한 의미를 담는다. 영화 <26년> 공식 홈페이지(www.26years.co.kr)에서 참여할 수 있다.

 

[카메오 배기자의 지상 트위터](스포츠경향 2012년 4월 16일)

 

최용배 ‘영화사 청어람’ 대표(49)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강풀의 인기 웹툰 <26년>을 영화로 만든다. 2008년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이를 위한 한 방편으로 시민들이 투자를 하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했고, 신승수·정지영 감독의 연출부를 거쳐 대우 영화사업부와 시네마서비스에서 투자·배급을 맡았다. 청어람을 창립,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괴물> 등 40여 편을 선보였다. 최 대표를 만나 도전으로 점철된 삶을 들었다.

영화 <26년>은 액션복수극이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2세들이 펼치는 극비 프로젝트를 담는다. 그 날로부터 26년이 지난 현재 국가대표 사격선수, 조직폭력배,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 등이 된 이들은 학살의 주범을 단죄하자는 데 뜻을 같이 한다.

-2008년에 무산될 때 상황이 어땠는지요.
“2년 간 준비해 촬영을 10일 남짓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투자를 약속했던 한 회사가 갑자기 투자를 철회하더군요. 이어 도미노현상이 일어나 다른 회사들도 속속 빠져나갔고. 다른 투자사를 찾았지만 역부족이었죠.”

-당시 주연·감독은.
“주연은 류승범·김아중 등이고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어요.”

-정권의 외압설이 나돌았는데.
“투자를 약속했다가 철회한 투자자는 아무런 해명도 없고. 그후에 저도 소문으로 들었을 뿐이에요. ‘모처에서 압력을 가했다더라’는….”

-중단되면서 입은 금전적 피해는.
“15억 원 정도예요. 청어람이 만든 영화는 모두 제가 메인 투자자예요. 대기업의 메인투자는 한 번도 받지 않았습니다. <괴물>처럼 <26년>도 메인 투자는 청어람이 하고 나머지는 부분투자를 받으려고 했어요. 제작비는 60억원이었고, 투자자들에게 70%를 약속받으면서 청어람 자본을 우선 투입했죠. 예정된 투자가 취소된 이후 더 밀고 나가는 건 내 의지를 떠나 이미 불가능했어요. 추가 투자를 받으러 다닐 때 반응이 모두들 냉담했거든요. 이전과 달리.”

-<괴물>때 번 돈으로 강행할 수 있지 않았나요.
“그런 말씀 여러 차례 들었는데 <괴물>(2006) 전후로 잃은 영화도 많아요. <꽃피는 봄이 오면>(2004)부터 <사과>(2008)까지 10여 편을 했거든요. 그 보다 이번에 시민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소셜필름메이킹(Social Film Making) 방식을 도입한 건 많은 분들과 함께 만들어보자는 데 있어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26년>의 영화화를 바라고 있는지를 보여주면 이 결과가 투자하실 분들의 의지에 영향을 미쳐 함께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거예요. 실제로 예비 관객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펀딩 소식을 알리며 주변의 참여를 독려하고, 각계에서 후원 및 재능기부를 문의하는 등 전국적으로 참여가 확산되고 있어요. 목표액이 10억원인데 이 금액을 바탕으로 30억원을 투자받을 계획이에요.”

크라우드 펀딩은 다수의 사람들이 특정 프로젝트에 소액을 기부, 후원하는 데 따라 자금을 조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26년> 진행 사이트는 굿펀딩(www.goodfunding.net), 팝펀딩(www.popfunding.com), 소셜펀딩 개미스폰서(www.socialants.org) 등이다. 지난달 26일에 시작, 오는 20일까지 26일간 모금한다. 2만원을 후원하면 특별시사회에 두 사람을 초대하고, 영화 <26년> 포스터를 증정한다. 5만원을 후원하면 특별시사회에 두 사람을 초대하고, 영화 <26년> 포스터를 증정하고,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명시하며, 후에 크레디트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영화 DVD를 제공받는다.

-기어코 <26년>을 제작하고 싶은 까닭은.
“의미있고 재미있는 영화라는 점, 두 가지에요. <26년>은 ‘5·18’을 소재로 한 여느 작품과 달라요. 당시 재현 방식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통해 조명해요. 저는 이 영화를 통해 한국사회가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통 받은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부끄러운 현실을 묻고 싶어요. 영화는 액션복수극이라는 대중적 장르로 그려낼 겁니다.”

최용배 대표는 1986년 서울대 서양사학과, 89년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했다. 이후 94년까지 신승수 감독의 <빨간 여배우>, 정지영 감독의 <남부군> 등에서 현장 수업을 받았고 대우 영화사업부와 시네마서비스에서 투자·배급을 맡았다. 2001년 청어람을 창립, <효자동 이발사> <작업의 정석> <괴물> <사과> 등을 제작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바람의 파이터> <장화, 홍련> <싱글즈> <바람난 가족> <흡혈형사 나도열> <바람불어 좋은 날> 등 흥행작과 <죽어도 좋아> <빈집> <극장전> <용서받지 못한 자> <밤과 낮> 등 3대 국제영화제 초청작을 선보였다.

-영화감독은 언제부터 하고 싶었는지.
“영화청년이었어요. 한국영화의 경우 개봉작의 90%를 볼 정도로. 점수따라 서울대에 갔지만 정말 하고 싶은 건 영화였죠. 서울예대에서 영화를 배운 뒤 5년 동안 충무로 현장에 있었는데 무척 재밌었어요. 경제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그래서 대우로 옮겼나요.
“대기업이 영화사업을 시작하면서 영화경력자를 필요로 했고, 결혼한 직후여서 생활고를 해결하면서 감독 데뷔작을 준비하려고 들어갔죠. 그런데 영화의 또 다른 세계에 빠져 지냈어요. 영화를 상품으로 접근하고, 산업으로 고찰하는 과정이 흥미로웠거든요.”

-시네마서비스로 옮긴 건.
“대우에서 만 3년간 근무했고, 당시 강우석프로덕션 담당자였어요. 그 인연으로 강우석프로덕션이 시네마서비스로 출범, 본격적인 투자·배급사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던 97년에 합류했죠. 5년간 투자·배급을 맡으면서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보람을 느꼈는가 하면,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한국영화가 무시당하던 현실을 겪으면서 많이 힘들기도 했죠. 예를 들어 제가 배급한 <여고괴담>이 <고질라>보다 관객이 훨씬 많이 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극장에서는 <여고괴담>을 자르려는 거예요. 또 한 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상영하려고. 자주 싸울 수밖에 없었죠. 지금은 달라졌지만 당시 극장들은 미국 메이저 배급사들의 위력에 꼼짝 못했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곤 했죠. 여름시장에서는 한국영화가 특히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엽기적인 그녀>(488만2495명·이하 배급사 집계)와 <신라의 달밤>(441만8658명)을 연이어 배급하면서 통쾌했던 2001년의 여름이 기억나네요”

최 대표는 청어람을 창립한 뒤에는 한국영화 투자, 제작, 배급에만 전념하고 있다. 회사 성장을 위해 외국영화 배급이 절실했지만 외면했다. 영화를 하는 목적과 보람이 한국영화 발전에 있기에. 그런 그는 2008년 <26년> 제작이 무산된 뒤 공교롭게 한 편도 내놓지 못했다. <26년> 크라우드 펀딩에는 14일 현재 2억3천만원 정도가 모였다. 이 외에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서고 있다. 최 대표는 “5·18은 현재진행형”이라며 “이념과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상식과 양심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숙제”라고 했다. “<26년>은 그 방법 가운데 하나”라며 “올해가 가기 전에 숙제를 풀 수 있도록 관객 여러분들의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당부드린다”고 기원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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