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훈 감독(43)이 새 영화 <터치>(Touch)로 돌아왔다. 오는 8일 개봉되는 이 영화는 일본·중국·홍콩·대만·필리핀·베트남 등 6개국에 사전 판매된 데 이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아메리칸필름마켓(10.31~11.7·현지시간)에서 추가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터치>를 계기로 다시 달리는 민병훈 감독과 ‘힐링타임’을 가졌다. 

 

 

‘동식’(유준상)은 알코올 중독으로 올림픽 메달의 꿈을 접고 중학교 사격부 코치로 지낸다. ‘수원’(김지영)은 병원에서 간병 일을 한다. 영화 <터치>(Touch)는 이들 부부가 절망의 나날 끝에 만나는 기적을 그렸다. 러시아 시인 푸슈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떠올리게 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포도나무를 베어라> 이후 6년 만이다.
“2009년에 좀 아팠다.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모두에게 ‘힐링’(healing·치유)이 되는, 나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들도 행복한 영화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생명’에 관한 3부작(터치·사랑이 이긴다·설계자)을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다 썼는데 첫 편을 제작·개봉하는 데 6년이 걸렸다.”

그간 <터치>만 만든 것은 아니다. 장편 <아! 굴업도>와 <열정>, 15분짜리 단편 다섯 편(노스탤지아·가면과 거울·패션·생명·눈동자)도 만들었다. <아! 굴업도>는 1994년 핵폐기장 건설 반대와 골프장 개발 논란으로 사회적 화제가 된 인천 옹진군의 외딴 섬 굴업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올해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됐다.

 

-<터치>는 언제 만들었나.
“원래는 <천국의 향기>였다. 남편은 <터치>의 동식과 다르고 아내는 수원과 같은 인물이다. 어쨌든 <천국의 향기>는 2년 동안 크랭크인이 일곱 번이나 무산됐다. 그래서 내 영화사(민병훈필름)를 설립하고 직접 제작에 나섰다. 스태프진과 주변의 많은 분들이 마련해준 성금과 인천영상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아서 만들고 배급도 직접 하느라 이제야 개봉하게 됐다.”

이 과정에 심정적으로 힘든 상황에 몰린 민 감독은 제목을 <터치>로 변경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바뀐 제목은 서로 마음과 몸을 나누면 모두 함께 용기와 희망, 기적을 만날 수 있다는 영화의 주제를 담고 있다.

-촬영을 13회차 만에 끝냈다고 했다.
“세 대의 디지털 카메라로 100% 핸드헬드(들고찍기)로 찍었다. 촬영을 할 때마다 평균 10신(scene) 넘게 찍었다. 한 대는 인물의 감정을, 다른 한 대는 상황을 잡는 식으로 카메라의 시점과 거리 등을 달리해 작년 8월 3일부터 27일까지 13회차 만에 촬영을 마쳤다. 그 전에 콘티(만화 형식의 대본)를 면밀이 구성했고 연극처럼 6개월간 리허설을 했다. 배우들은 현장에 오면 촬영하기에 바빴다. 연기할 때 이성이 개입되는 걸 경계했다. 연기 아니 연기를 하는 걸 원했다.”

-이전 작품과 달리 장면 전환이 많고 전개도 빠르다.
“이 영화는 ‘생명’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여서 정적인 표현 양식을 지양했다. 스릴러 형식의 긴장감과 속도감이 ‘생명’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핸드헬드로 현장성과 즉흥성, 민첩성을 살렸다. 다소 거칠더라도 주인공의 심리와 행동을 쫓아가는 식으로 표현했다. 설명하기 보다는 감정으로 이야기했다. 이전 ‘두려움’에 관한 3부작(벌이 날다·괜찮아 울지마·포도나무를 베어라)은 긴 호흡과 여백을 중요시해 800컷(cut) 정도인데 이번에는 2500컷이다.”

-과감한 생략도 돋보인다.
“기획할 때부터 상영시간(러닝타임)을 100분 이내로 하려고 했다. 병원에서 할아버지가 수원을 성추행하는 이유, 이 할아버지의 통장을 유용(남편의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한 수원을 할아버지의 딸이 때리는 장면, 수원의 어린 딸 ‘주미’(김지영)가 ‘채빈’(채빈)의 아버지에게 아버지(동식)를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는 부분 등을 생략했다. 러닝타임이 99분이다.”

-사슴이 몇 차례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사슴은 두려움과 구원의 상징이다. 생명의 순환 고리 역할을 한다. 각각 두려움의 존재로 다가왔다가 수원에게는 용기를 내게 하고, 동식에게는 생명의 열쇠를 찾게 하는 존재로 작용한다. 그것은 신의 모습일 것이고 신은 생명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한다. 영화는 <그것이 알고 싶다>나 <PD수첩>이 아니다. 사슴의 출현은 판타지다. 판타지는 영화의 맛과 재미를 더해준다.”

사슴은 길들여지지 않는 동물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해를 서슴지 않는다. 민 감독 등 제작진이 살펴본 서울과 인천의 사슴은 기가 셌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홍성의 한 농장에서 1박2일에 500만원을 주고 두 마리를 캐스팅했다. 사슴의 특성을 감안, 촬영은 주인이 마취주사를 놓은 다음에 시작했다. 그런데 한 마리는 주사를 맞은 뒤 쓰러져버렸다. 다른 한 마리는 시나리오대로 걸어오고 멈추고 두리번거리는 연기를 해줬다. 제작진은 쾌재를 불렀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 ‘청소년관람불가’(청불) 등급을 받았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부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터치하고 해법을 찾아보자는 데 청소년도 동참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런데 ‘청불’이라니…. 왜 그들이 봐서는 안 될 영화인지, 흥행 때문에 화가 나는 게 아니다. 청소년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는데 그걸 막기 때문이다.”

-이른바 ‘작은 영화’가 설 자리가 좁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문화부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심사위원단을 구성, 매년 ‘올해의 영화’를 10편 이상 선정해서 DVD 15만 장 정도를 구입해 전국의 학교·도서관에 공급해 주는 게 한 방법이라고 본다. 관객들이 이곳을 통해 작은 영화들을 자주 감상하면 영화의 다양성이 구현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해외 공관에도 보내 한국영화(문화)도 알리고 이를 통해 수출도 꾀할 수 있다. 하드웨어(전용관)를 늘리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관리·유지비도 많이 든다.”

<터치>는 관객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존엄사·의료체계·성폭력·음주문화를 비롯해 교사 임용·복지·간병인 제도·부부 및 부모와 자식의 관계 등에 대해 자연스레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환자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수원은 전화로 사제(司祭)에게 도움을 청한다. 사제는 그간 수원이 잘못한 점을 든다. 수원은 “죽어가는 환자를 보지 않고 내 잘못을 본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제반 문제가 얽히고설키는 것은 이처럼 본질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실마리를 푸는 것은 관심을 갖고 터치하는 데에 있다. 월드비전 아동보건 글로벌 홍보대사로 활동해온 유준상은 6일 열리는 <터치> 나눔 특별 시사회에서 가장이 환자인 가정과 아동양육시설을 돕기 위해 6000만원을 기부한다. 민 감독은 “터치하면 기적이 생긴다”고 역설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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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동 감독이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홈런을 날렸다. 개봉 21일째인 지난 6일, 300만명(307만4372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했다. 이는 <써니>(736만2467명)보다 3일, <건축학개론>(10일 현재 410만3582명)보다 7일이 빠른 기록이다. 민 감독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를 거쳐 프랑스 파리 8대학 영화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로 데뷔했고 이전 최고 흥행작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253만3103명)이다.

 

 

“시작할 때 바람은 손익분기점(150만명)을 넘기는 거였어요. 소박했죠. 촬영 당시에는 잘될 것 같아 기대를 했고. 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공감대도 지금 정도까지 기대하지 않았고.”

<내 아내의~ >는 코믹 로맨스다. 결혼 7년차인 ‘정인’(임수정) ‘두현’(이선균) 부부와 이웃의 카사노바 ‘성기’(류승룡) 사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혼하고 싶은 남편이 카사노바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엮었다. 말 많은 까칠한 아줌마, 그런 아내와 헤어지기 위해 카사노바에게 도움을 청하는 남편, 그 부탁을 들어주는 바람둥이. 세 인물의 비호감적 캐릭터를 매력적인 인물로, 영화적인 드라마를 현실감 넘치게 그려냈다.

“일상의 소시민적 욕망을 단순하게 풀었어요. 예전 어느 영화보다 감명이 커요. 감성을 배제한다고 했는데 외로워서 말이 많아진 ‘정인’이 자신의 매력을 되찾는 과정에 여성 관객들이 많이 울고, 박수를 쳐요. 부부간의 문제는 대화 부재에 있다는 메시지에 남성 관객들도 동감하고. 만난 지 30년 된 동창한테 ‘영화 보고 마누라와 다시 친해졌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어요.”

 


 

결과는 이처럼 좋지만 제작과정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민 감독은 ‘세 배우의 조합이 썩 어울리지 않는다, 세 캐릭터는 낯설고, 이야기가 완전히 새롭지는 않다’는 인식을 극복해야 했다. 처음으로 하는 코미디여서 부담감도 적잖았다. 크랭크인 전후로 이선균은 어머니, 류승룡은 장모를 잃었다. 두 배우는 이와중에 코미디 연기를 해야 했다. 류승룡은 부고를 들은 날 밤에 파도가 넘실거리는 겨울바다에 뛰어들어야 했다. 변발에 갑옷을 입고 6개월여 <최종병기 활>을 찍을 때에도 끄떡없던 그는 대상포진에 걸려 치료를 병행해야 했다. 임수정은 제법 긴 대사를 한 호흡에 처리해야 하는 장면을 20번쯤 찍으면서 공항상태에 이르렀다. 류승룡과 임수정은 응급실에서 링거를 맞고 있는 서로를 발견하기도 했다.

“배우들이 자기 인생을 건 것 같았어요. 치열했죠. 외적으로는 꿋꿋하게 버티는데 내적으로는 냉랭한, 탱탱한 줄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상황을 맞고는 했어요. 폭발하기도 했고. 그런 중 어느 시점부터 톱니바퀴가 완전히 맞물려 돌아가듯 앙상블이 이뤄졌어요. 등장인물 간의 물리적·화학적 파장이 기대 이상으로 빚어져 스크린을 가득 채워줄 정도로. 이 배우들이 아니었으면 과연 어떻게 나왔을는지…. 평소 운명·기적을 믿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하면서 믿게 됐어요. 연출을 맡게 되고, 출연·제작진과 갖가지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내 아내의~ >는 영어제목이 <아내를 위한 남자친구>인 아르헨티나 영화가 원작이다. 민 감독은 지난해 봄 연출 의뢰를 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011)을 마치고 스릴러를 준비하고 있던 민 감독은 시나리오를 읽고 재창작 의욕이 일지 않아 영화를 아예 보지 않았다.

 

“보통의 이야기, 지리멸렬한 부부관계를 다뤘는데 독특해요. 드라마에 코미디와 다큐멘터리 기법이 가미돼 있고, 신(scene)이 60신 정도(대개의 장편은 100신 안팎임)예요. 카사노바는 순진하고 심심한 인물로 10신쯤 등장하는데 이질감이 들었고. 정열적인 탱고의 나라에서 느낌상 담담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는 게 의외였어요”
 그런데 한 달쯤 고민하던 중 현재의 ‘정인’ 캐릭터가 떠올랐다. ‘두현’은 아내와 헤어지고 싶어 안달이지만 ‘착한 남자 콤플렉스’가 있는 남편으로, ‘성기’는 연인을 잃은 아픔에 시달리는 가운데 정인을 유혹하려는 다재다능한 카사노바로 설정했다. 신인작가 허성혜와 1개월 동안 시나리오를 쓴 뒤 2개월쯤 수정, 한국적 이야기를 구축했다. 독설을 여자가 퍼부으면서 쾌감이 세졌고, 카사노바는 웃음을 증폭시켰다.

곧바로 캐스팅을 마치고 지난해 11월 27일 촬영에 돌입, 지난 2월 13일에 마쳤다. 지난달 17일 개봉,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영화인은 “저번 칸국제영화 필름마켓에서 남미 영화 리메이크 판권을 사려는 제작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며 “남미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 또 나올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아무리 찍어도 안 돼 결국 미룬 장면이 있는데 한 달 뒤에 촬영할 때에는 단번에 O.K가 났어요. 밝은 장면을 찍으면서 어둠의 끝까지 가는 이상한 느낌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고…. 어느날 일기에 이렇게 썼더군요. ‘배우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처음으로 깊이 깨달았다’고.”


 

 

민 감독은 임수정에 대해 “매순간 새 느낌을 보여주는 양파 같은 배우”라고 했다. 류승룡은 “지문 사이 행간도 읽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배우”고, 이선균은 “코미디와 드라마를 유연하게 오간 생활연기의 명인”이라고 했다. 이광수는 “애드리브의 신”이고 김지영은 “천상 연기자로 많이 연구하고 준비도 철저하게 하는 배우”라고 소개했다. “출연·제작진이 극중 인물처럼 관계의 변화·진화를 체험하고, 그 에너지가 영화에 그대로 반영돼 관객에게도 전달되고 있는 데에 감사한다”고 했다. “써놓은 시나리오가 여섯 편 있고 다음 영화는 그 가운데 서사 멜로영화를 하고 싶은데 <내 아내의~ > 경우처럼 의외로 다른 작품을 할는지 모르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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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여성(女聖)이다.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감독 민규동)의 ‘인희’도 그런 엄마다. 인간적이면서 신적이다. 배우 배종옥(47)이 맡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로 살려냈다. 배종옥의 엄마, 그리고 엄마.

배종옥은 엄마다. 실제로, 그리고 극중에서. 열일곱 살 난 딸을 둔 배종옥은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 영화 <안녕, 형아> <허브> 등에 이어 요즘 방영 중인 SBS 일일극 <호박꽃 순정>과 상영 중인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엄마 역을 맡았다. <호박꽃…>에선 그악한 엄마, <세상에서…>는 지극한 엄마다.


-두 작품 다 엄마네요.

“이제까지 엄마 역을 여러 번 맡았어요. 이미지도 감정도 매번 달랐죠. 인물과 인물 간의 관계에서 부딪치는 지점도 다르고. 두 작품도 그래요. 극적으로 설정된 측면이 있지만 모두 우리 엄마들의 내면이자 외면이라고 봐요. 다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영화 <세상에서…>는 1996년 MBC에서 방송된 4부작 동명 드라마가 원작이다. 당시에는 나문희·주현·김영옥씨 등이 주역을 맡았다.


-드라마는 봤죠.

“그럼요. 장안의 화제였잖아요. 노희경 작가가 누구냐는 궁금증도 대단했죠. 지난해 11월 <호박꽃…>을 준비하고 있을 때 <세상에서…>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랑은 상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 나이 대를 하기에는 이르고, <호박꽃…>을 열심히 하는 데 부담도 되니까.”

영화는 원작보다 배역의 나이 대를 낮춰 구성됐다. 김갑수가 가장 먼저 캐스팅됐다. 그가 아내 역 후보 가운데 배종옥을 원했고, 배종옥의 출연이 확정되자 유준상·서영희 등이 속속 참여했다. 김지영·박하선·류준상 등과 함께 최상의 출연진이 구성됐다.



-두 작품을 함께했는데….

“내 나이에 좋은 영화에서 매력적인 배역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아요. <세상에서…>는 작품 좋고, 감독님 믿을 만하고, 나이 넘나들며 연기의 폭 넓히고, 이미지의 조화도 꾀하는 데 더없이 좋은 작품이어서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겹치기를 감행했어요.”

-좋은 작품의 기준은 뭐죠.

“창작성·실험성·다양성 등도 좋지만 메시지가 살아 있어야 해요. 삶이 아름답다고, 세상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저는 <아메리칸 뷰티> 같은 작품도 씁쓸함 때문에 싫어요.”

배종옥은 <세상에서…> 가운데에도 에필로그에 애착이 간다고 했다. “제목의 따뜻한 느낌이 오롯이 살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뒤에 후회하지 말고 평소에 함께할 때 더욱 잘하자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면서.



-첫 모임 후 집에서 파티를 했다고요.

“그냥 헤어지는 게 섭섭한 데다 제가 딸이 있는 미국에 잠시 다녀와야 해 저희 집에서 자리를 함께했어요. 밤 12시가 넘도록. 촬영을 앞두고 친숙해지는 시간을 가져 좋았죠. 예전에 <오감도> 때에도 그런 적이 있어요.”

-연기할 때 신경쓴 점은.

“배우는 울지 않는데 관객은 아픔이 느껴지는 연기를 좋아해요. 눈물을 강요하는 작품과 배우가 눈물을 줄줄 흘리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눈물이 아닌 다른 것으로 아픔과 슬픔을 표현해 그것이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려고 했어요.”

-영화는 몇 번 봤나요.

“세 번 봤어요. 더 볼 거예요. <세상에서…>는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는, 슬픔을 강요할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원작의 힘을 잘 살려 깔끔하게 풀어냈어요. VIP 시사회를 마친 뒤 감독에게 악수를 청했어요.”

                                  ‘연기파 배우’로 손꼽히는 배종옥은 올해로 데뷔한 지 26년째를 맞았다. 2009년
                                           7월 고려대 언론대학원에서 ‘텔레비전 드라마 게시판 반응과 제작 구성원의 상호
                                           작용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8년째 모교 중앙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로 재직
                                           하며 후학도 가르치고 있다.
                                                           

-‘인희’ 역에 롤모델이 있었는지.

“우리 엄마요. 2년 반 동안 암 투병 끝에 돌아가셨는데…. 늦둥이로 태어나 오랜 시간 엄마와 나누었던 희로애락을 되살려 연기를 하는 데 공을 많이 들였어요.”

-어떤 어머니셨나요.

“강한 분이셨어요. 투병 중에도 부정적인 말씀을 하지 않으셨죠. 제가 배우가 된 것도 엄마 덕분이에요. 내성적인 제가 연극영화과를 지망했을 때 주변 반대가 심했는데 엄마가 적극적으로 밀어주셨거든요. ‘남들 하는 거 니가 왜 못 하겠느냐’면서.”

-종옥씨는 딸에게 어떤 엄마인지.

“친구 같은 엄마예요. ‘인희’처럼 가족에게 모든 걸 주는 엄마는 아녜요. 오히려 딸이 나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편이에요.”

 


-향후 계획은.

“노래를 배울 거예요. 3~4년 걸린다는데 꾸준히 배워 <맘마미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같은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어요. 정극에서도 하고. 메릴 스트립을 존경해요. 못생겼는데 작품을 보면 저 여자밖에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종옥밖에, 나 아니면 할 수 없겠다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작품에서 무슨 역을 맡든 ‘진심’을 담아내는 연기로 ‘신뢰감’을 주는 ‘좋은 배우’로 살아가는 게 꿈이에요.”

배종옥은 <세상에서…>를 자신의 대표작이라며 하늘에 계신 엄마에게 바친다고 했다. 여름방학 때 오는 딸에게 보여줬을 때 “우리 엄마 작품 중에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면서 “떨어져 지내느라 다하지 못한 엄마의 사랑을 듬뿍 주겠다”고 언약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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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본좌’. 배우 김갑수(54)의 별명이다. 그의 연기력에서 비롯된. 삭발. 김갑수의 연기 인생을 상징한다. 그는 극중에서 일곱 번 완전 삭발, 투혼을 보였다. 요즘 MBC 시트콤 <몽땅 내 사랑>에서 웃음,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는 눈물을 흠씬 자아내는 배우 김갑수의 ‘마이 웨이’(My Way).

김갑수는 한때 ‘비디오 가게 아저씨’였다. 연극 공연이나 영화 촬영이 없을 때 아내가 운영하는 비디오점을 지키고는 했다. 김갑수는 1년 전에 당시 고객 가운데 한 분을 우연히 만났다. 김갑수는 “영화 조명팀 소속인데 그 친구가 먼저 말을 해서 알았다”면서 “입에 붙어선지 그 후배는 그때도 지금도 나를 아저씨라고 부른다”고 했다.


-<태백산맥> 때에도 비디오점을 했다.

“그때(1994)에도 시간이 나면 비디오숍에 있었다. 빌려주고 반납받고 정리하고…. 간혹 미니홈피나 트위터에 ‘비디오 가게 아저씨’라고 부르는 분들 글 보면 반갑다. 당시 추억이 눈에 선하다.”

-다들 배우인 줄 몰랐나.

“연극만 했으니까 대부분 몰랐다. <태백산맥>으로 유명해지면서 알려졌다. 그 전에는 그저 ‘비디오 가게 아저씨’였다.”

김갑수는 고교 졸업 후 해병대에 지원했다. 친구 3명과 함께 대학 대신 군대나 마치자고, 뭘 하든 군대를 갔다와서 해보자면서.


-연극은 어떻게 시작했나.

“1977년 창단된 극단 ‘현대극장’ 연구생 1기로 시작했다. 친구가 신문에 난 연구생 모집 기사를 오려 온 게 계기가 됐다. 해병대 지원 서류를 낸 지 며칠 뒤에. 하고는 싶지만, 숫기가 없어 멍석 깔아놓으면 못 하는 성격이어서 망설이다가 떨어질 걸 각오하고 응모했다. 돌이켜보면 모든 게 운명인 것 같다. <태백산맥>에 출연한 것도.”

-<태백산맥> 출연은?

“태흥영화사에서 한번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등장인물이 워낙 많은 작품이어서 단역일 거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안 가려고 했다. 연극을 한 지 15~16년 된 배우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연극만 하다가 죽겠다고 했던 때였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또 연락이 왔었나.

“아니다. 집사람이 ‘어른이 보자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하더라. ‘인사라도 하고 오라’면서. 그래서 찾아뵙는데 ‘염상구’를 하라고 해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가슴이 벌렁벌렁했고.”

-한 유명 배우가 맡기로 했었는데.

“나도 그렇게 들었는데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 어쨌든 뜻밖이었고 겁도 났다. 잘 할 수 있을는지…. 염상구는 가해자로 보이지만 사실 그도 이데올로기의 피해자다. 명작에 좋은 배역, 임권택 감독님과 굴지의 영화사, 더없는 기회이자 영광이었다.”


김갑수는 <태백산맥>으로 연기상을 휩쓸었다. 제15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제5회 이천춘사대상영화제 새얼굴 남자연기상, 제33회 대종상 남우주연상, 제31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연기상 등을 수상하면서 영화배우로 각광받았다.


-<태백산맥>서도 삭발을 했다.

“완전 삭발은 아니고 스포츠형으로 아주 짧게 깎았다. 캐릭터에 맞춰.”

김갑수는 극중에서 완전 삭발을 일곱 번 했다. 뮤지컬 <님의 침묵>, 연극 <아일랜드>, TV드라마 <찬란한 여명> <사람의 아들> <바라밀> 등에서 완전 삭발을 하고 열연을 펼쳤다. 일곱 번 완전 삭발은 배우 가운데 가장 여러 차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에도 자주 삭발을 했다고.

“잡념을 떨쳐내려고,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려고 오전에 연습하다가 오후에 깎아버리고는 했다. 주위에서 ‘무섭다’고들 했다. 삭발은 인간 김갑수에서 배우 김갑수가 되기 위한 의식행위이다. 무당이 굿을 할 때 자기를 털어내고 신을 불러오는 것과 비슷하다. 나를 버리고 극중 인물이 되기 위해 내면에 충격을 주는 행위의 하나다.

김갑수는 데뷔 이래 처음으로 시트콤 <몽땅 내사랑>에서 웃음을 낳고 있다. 그는 “진지한 데서 벗어나 가볍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하고 싶었는데 예능 프로에서 극중 모습과 다른 새로운 면을 보여준 게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원래 100회를 하기로 했는데 반응이 좋아 9월까지 연장해 200회를 한다”고 덧붙였다.

 


김갑수는 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감독 민규동)에서는 눈물을 쏙 빼놓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이른바 ‘클리넥스 무비’(눈물 폭탄 영화)다. 아내가 말기 암 환자인 걸 뒤늦게 안 의사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배종옥·김지영·유준상·서영희·박하선·류덕환 등이 호흡을 맞췄다.


김갑수는 시나리오를 쓴 노희경 작가와 1999년 TV문학관 <슬픈 유혹>으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김갑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 대해 “참 많이 울리고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좋은 영화”라면서 “몇 번 하지 않았지만 예능 프로에서 사생활 이야기는 그만 하고 앞으로는 연기에만 전념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처럼 좋은 작품으로 교감을 나누고 싶다”고 기원했다. 


김갑수는 ‘중년돌’로 손꼽힌다. 중년의 ‘아이돌’이라는 거다. 50대 중견 배우로서 10대 아이들 스타들과 가까이 지내는 그는 딸에게 배운 트위터도 즐긴다. 그는 “쉽고 간편하게 소통할 수 있어 좋다”면서 “연극을 알리고 할인해주는 데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1997년 극단 ‘배우세상’을 창단, 5년 전 대학로에 소극장을 낸 그는 “오는 5월 5일부터 뇌성마비 아들을 둔 가족을 조명하는 <녹색정원>을 올린다”면서 “요즘은 뜸하지만 연극은 언제나 찾고 싶은 영원한 고향”이라고 역설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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