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44)는 <꽃잎> <처녀들의 저녁식사> 등을 거쳐 <박하사탕>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연기력은 물론 흥행성적도 돋보인다. 12월 현재 3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한국영화 78편 중 그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 7편이다. 배우 가운데 가장 많다. 천만 영화 <해운대>와 <실미도>를 비롯해 <강철중: 공공의 적 1-1> <그놈 목소리> <공공의 적2> <광복절특사> <공공의 적> 등이다. <타워>에 이어 문소리 등과 <협상종결자> 촬영을 마쳤고 요즘 정우성·한효주 등과 <감시>를 찍고 있다. 

 

 

설경구는 <실미도>(감독 강우석·2003)에서 비운의 북파공작원으로, <해운대>(〃 윤제균·2009)에서 초대형 쓰나미에 휩쓸린 시민으로 출연해 온몸을 던졌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타워>(〃 김지훈)에서도 다르지 않다. 후배들에게 ‘전설’로 불리는 소방대장 역을 맡아 혼신을 다했다. 최악의 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리 판단에 능하고 과감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마침내 울먹이게 만드는 영웅상을 펼쳐냈다.


설경구는 이처럼 극중에서 온몸으로 고초를 겪는 인물과 인연이 깊다. 첫 영화 <꽃잎>(〃 장선우·1996), 첫 주연 영화 <송어>(〃 박종원·1999), 출세작 <박하사탕>(〃 이창동·1999), 그리고 <광복절특사>(〃 김상진·2002), <그놈 목소리>(〃 박진표·2007) 등에서, 그의 아바타라고 할 수 있는 ‘강철중’을 낳은 <공공의 적>(〃 강우석·2002) 시리즈 3편에서도 쓴맛 끝에 단맛을 보거나 끝내 보지 못하는 인물로 각광받았다.

 

■“연기도 해봐야”
설경구는 영화감독 지망생이었다. “감독 잘하려면 연기도 해봐야 한다”는 선배의 말에 따라 연극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배우가 됐다. 1학년 때 출연한 <만선>에서 전수경·유오성·박미선 등과 함께한 설경구는 공연이 끝난 뒤 한참을 울었다. 심혈을 기울인 뒤 밀려온 허탈감을 주체하지 못해…. 그런 그는 며칠 뒤 연출을 맡았던 4학년 여자 선배의 편지를 받았다. 연습·공연 과정, 그리고 울음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영화보다 연극을 전공하라는 권유가 담긴 편지였다.

설경구는 이후 연극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자연스레 영화감독의 꿈을 접고 연극을 전공했다. 4학년 때에는 제1회 젊은 연극제 공연작 <달아 달아 밝은 달아>를 연출했고, 덕성여대 약대 연극반 공연작 <들소> 객원 연출을 맡기도 했고, 4학년 2학기 때부터 동숭동에서 활동했다. 극단 ‘한양 레파토리’에 입단, <심바새매>(‘심야에는 바바라, 새벽에는 매리와’. 원제 <라이어>)에 동성애자로 출연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한 설경구는 신문보급소에서 삽지 작업을 하고, 시내 곳곳에 연극 포스터를 붙였다. 포스터 부착 작업을 한 작품 가운데 하나가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 대학 선배인 학전 기획실장의 배려로 포스터 부착 작업을 하던 어느 날 설경구는 김민기 대표의 눈에 띄었다. 김 대표는 기획실장에게 설경구에 대해 묻고 그 자리에서 설경구를 <지하철 1호선>에 캐스팅했다.

설경구는 이 작품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1994년 초연 때부터 96년까지 참여했다. 80여 가지 배역 가운데 두 역을 빼고 다해보면서 다양한 경험과 연기력을 쌓았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해 “어차피 길게 할 연기생활인데 ‘왕자병’에 걸리지 말라고 연기력이 필요한 삼류 역할을 많이 맡겼다”면서 “그런데 불평 안 하고 항상 성실하게 준비하고 연기를 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꽃잎>에서 설경구가 추상미·나창진·박철민(왼쪽부터)과 ‘소녀’(이정현)를 찾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10㎏ 정도 빼라”
첫 영화 <꽃잎>에는 장선우 감독에게 연출 수업을 받던 대학 동기, 훗날 <이대근 이댁은>(2006) <불후의 명작>(2000) 등을 연출한 심광진 감독의 추천에 힘입어 출연했다. 여주인공 ‘소녀’(이정현)의 행방을 쫓는 대학생 ‘우리들’ 역을 맡아 박철민·추상미·나창진 등과 함께했다.

이 영화 ‘쫑파티’ 때 설경구는 구원의 천사를 만났다. ‘호랑이 선생님’이던 고 유영길 촬영감독이다. 유 감독이 “경구야! 너 같은 얼굴이 배우를 하는 데 좋아. 평범하기 때문에 네가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얼굴이 나올 수 있어”라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은 것이다. 한국 최고의 촬영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데에다 배우로서 장점을 지녔다면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해 주자 설경구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설경구가 배우로 성장하는 데에는 <처녀들의 저녁식사>(감독 임상수·1998)가 밑거름이 됐다. 그는 호텔 직원 ‘연’(진희경)과 하룻밤을 보내는 만화가로 6분쯤 나왔다. 짧은 시간이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유령>(〃 민병천·1999) <송어>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전수일·1999) <박하사탕> 등에 잇따라 캐스팅되면서 ‘연기파’ 배우로 손꼽혔다.

임상수 감독은 <지하철 1호선>을 보고 설경구를 캐스팅했다. 설경구가 출연한 장면은 편집 작업 때 절반 정도가 잘릴 뻔했다. 여자 스크립터가 임상수 감독에게 자르면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해 6분쯤 나왔다. 스크립터가 자신의 주장을 굽혔다면 그의 출연 장면은 3분 정도에 그쳤고, 그랬다면 설경구는 주목받지 못했고, <송어>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박하사탕> 등과 인연을 맺지 못했을는지 모를 일이다.

임상수 감독의 조언도 큰 몫을 했다. 임 감독은 설경구에게 살을 뺄 것을 권했다. “10Kg 정도 빼면 아마 감독들이 엄청 찾을 것”이라면서. 설경구는 임 감독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 새벽과 밤, 매일 두 차례씩 뛰면서 식사를 조절해 10Kg을 뺐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보고 설경구를 찾은 박종원·전수일·이창동 감독이 그를 몰라볼 정도로. 특히 박종원 감독은 오디션을 보러 온 설경구를 옆에 두고 “설경구는 안 왔었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연기 하지 마라”
<박하사탕>의 주인공 ‘김영호’는 원래 한석규였다. 이창동 감독이 <초록물고기> 때 일찌감치 거론, 한석규가 맡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나온 뒤 한석규가 고사해 설경구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설경구는 첫 오디션에서는 떨어졌다. 이후 TV드라마 <고백> 등의 작가인 이창동 감독 부인의 제안으로 다시 기회를 잡았다. 거실에서 우연히 본 오디션 필름에서 설경구를 보고 “김영호 여기 있네”라며 설경구를 추천한 것이다.

삼척에서 <송어>를 찍고 있던 설경구는 이 감독의 “함께 하자”는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한 뒤 바깥에서 담배를 엄청 피웠다. “내일 책 읽어보자”는 이 감독의 말에 설경구는 “하고는 싶지만 능력이… 자신이 없다”고 했다. 큰절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후 10일이 지나도록 답을 안 했다. 자신 때문에 영화가 망가지는 악몽에 시달리다가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 달려들기로 마음먹었다. 이 감독은 “다른 배우들과 달리 자신이 없다고 한 게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면서 “평범한 마스크에 카리스마가 약해 보였지만 볼 때마다 얼굴이 달랐고, 그 점이 선악은 물론 다양한 색깔의 표현이 가능해 보여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박하사탕>은 1999년 4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찍었다. 설경구는 IMF로 망한 사업가, 악질 형사,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계엄군, 순진한 공장 노동자 등 복잡다단한 40대에서 20대를 살아내느라 고역을 치렀다. 이 감독의 한결 같은 주문은 “연기를 하지 마라”였다. 설경구는 연기를 하면서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스태프들이 무서워서 가까이 가는 걸 꺼려 할 정도로 배역에 몰입, 진짜 배우로 거듭났다.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으로 대종상·백상예술대상·이천춘사대상영화제·청룡영화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7개의 신인남우·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설경구 시대’를 열었다.

 

                   <타워>에서 설경구는  후배들에게 ‘전설’로 불리는 소방대장 역을 맡아 혼신을 다했다. 최악의 화재 현장

                        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리 판단에 능하고 과감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마침내

                        울먹이게 만드는 영웅상을 펼쳐냈다. 김상경·손예진·조민아·김성오(왼쪽부터)를 비롯해 김인권·도지환·안

                        성기·차인표·박철민·이한위·정인기·송재호·이주실·이창주·이창용·권현상 등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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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32)은 1996년 여고 1학년일 때 영화 <꽃잎>(감독 장선우)으로 데뷔했다.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 <루트7> <침향> <하피> 등에 출연했고 국내외에서 가수로 더 각광받았다.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서 금곰상을 받은 <파란만장>(감독 박찬욱·박찬경)을 선보인 데 이어 오는 22일 개봉되는 <범죄소년>(감독 강이관)에서 이른바 ‘문제적 엄마’로 열연을 펼쳤다.

 


■ <꽃잎>, 그리고 <범죄소년>
1980년 2월 7일에 태어난 이정현은 숫자 16과 인연이 깊다. <꽃잎>은 16살에 출연한 데뷔작이다. 이정현이 태어난 해, 16년 전 5월에 일어난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다. <범죄소년>은 <꽃잎>이 개봉된 지 16년 만에 선보이는 새 영화다. ‘효승’(이정현)은 ‘범죄소년’(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범)이 된 아들을 16살에 가졌다.

비정상인 소녀, 엄마 같지 않은 엄마. 이정현이 <꽃잎>과 <범죄소년>에서 맡은 인물이다.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때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친 충격과 죄책감으로 정상에서 벗어난 소녀는 30대 공사장 인부 ‘장’(문성근)을 무작정 따라가 동거한다. 여고생 때 덜컥 임신, 아들을 낳은 효승은 13년 만에 소년원에서 처음으로 대면한 아들(서영주)과 새 삶을 영위한다. 두 삶 모두 순탄하지 않다.

<꽃잎>은 격변기를 맞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삶을 조명했다. <범죄소년>은 ‘범죄소년’과 미혼모의 팍팍한 삶을 풀어냈다. <꽃잎>은 서울에서 21만3979명이 관람, <투캅스2> <은행나무침대>에 이어 1996년 한국영화 흥행 3위를 차지했다. 이정현은 대종상·청룡영화상·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제작한 <범죄소년>은 부산·토론토·도쿄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았다. 도쿄에서 심사위원특별상과 최우수남우연기상을 받았다.

 

이정현은 <꽃잎>에 무려 3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다. 마지막 3차 관문에서 펑펑 우는 연기를 해 여주인공을 따냈다. 이정현은 신문에 실린 여주인공 공모기사를 읽은 한 선생님의 권유로 응모했다. 수학여행 장기자랑 시간에 이정현이 서태지의 ‘교실이데아’와 룰라의 ‘비밀은 없어’ ‘프로와 아마추어’ 등을 춤추면서 열창, 친구들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게 추천받은 계기가 됐다.

당시 이정현은 친구들 사이에 영웅이나 다름없었다. 선물과 편지를 보내는 친구들이 잇따랐고, 팬클럽까지 결성됐다. TV 드라마는 물론 잡지·CF 등에도 출연한 경험이 없는 생짜 신인으로 소녀 역을 소화, <꽃잎>이 개봉된 뒤에는 ‘연기 천재 소녀’로 손꼽혔다.

<범죄소년>은 제안을 받았다. 이정현은 배역이 엄마라는 데 의아했다. ‘내가 벌써 엄마를?’ 이 의문은 시나리오를 읽은 뒤에 풀렸다. 엄마처럼 보이지 않는 엄마였다. 또래를 임신시킨,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범죄소년과 이 소년을 여고생 때 낳은 미혼모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작품성은 마음에 와닿았다. 그러나 공포영화 <하피>(2000) 이후 처음으로 하는 장편 영화에서 미혼모를 맡는 게 내키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은 지 사흘쯤 뒤에 전화를 해 하지 않겠다고 했다.

강이관 감독은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자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이정현은 강 감독을 만나기 전에 그의 데뷔작, 문소리·김태우·이선균 주연 <사과>(2008)를 봤다. 강 감독의 연출력에 믿음을 가진 뒤에 만나 대화를 나눈 끝에 출연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범죄소년>의 기획·제작 의도에 공감, 출연료를 받지 않고(재능 기부) 참여했다. 한 차례 중국 공연 외 해외의 모든 콘서트를 취소하거나 미뤘다. <범죄소년>에만 전념했다. “이정현의 재발견”(감독 이현승) “폭발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연기가 놀랍다. 영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어머니상”(토론토국제영화제) 등의 찬사를 받았다. 

■ 비정상 소녀, 문제적 엄마
5자매의 막내로 태어난 초등학생 때 기계체조·발레·한국무용을 익혔다. 중학생 때에는 배우가 되려고 했다. 갖가지 남의 인생을 펼쳐내는 게 재미있고 폭넓은 인간 관계와 사회 생활로 풍성하고 값진 삶을 누리고 싶었다.

뤽 베송 감독의 <레옹>(1994)을 즐겨 봤다. ‘레옹’(장 르노)과 ‘마틸다’(나탈리 포트먼)의 순수한 사랑이 감동적이었고, 마틸다가 레옹 앞에서 갖가지 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는 장면이 좋아 종종 따라하고는 했다.

 

<꽃잎>에는 이와 유사한 장면이 있다. 소녀는 김추자의 ‘꽃잎’을 즐겨 부른다. 이정현은 이를 위해 공연 장면이 담긴 테이프를 구해 김추자의 춤과 노래를 연습했다. 소녀가 술에 취해 등장하는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술을 마시고 취한 상황을 반복 연습한 뒤에 촬영에 응했다.

광주 일원에서 방황하던 소녀가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장면을 찍을 때에는 제작진에게 수영을 못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웅덩이로 뛰어들었다. 소녀가 웅덩이에서 빠져나오려고 바둥거리는 모습은 제작진의 기대 이상이었다. 장 감독은 흡족한 표정으로 ‘오케이’(O.K.)를 외쳤다. 그런데 이정현은 멈추지 않았다. 뒤늦게 실제 상황임을 깨달은 제작진이 뛰어든 덕분에 구조되었다.

<꽃잎>에서 이정현은 전라 노출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정현은 당시 “영화는 예술이고 그 예술의 한 장면이니까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배우로서 당연하다”고 했다.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가 아닌 만큼 작품이 필요로 하는 대로 연기하는 게 배우로서의 의무”라고 했다.

<범죄소년> 촬영 전에는 미혼모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 시나리오를 되풀이해 읽으면서 어떤 미혼모를 보여줄는지를 고심했다. 어두운 인물로 나오면 그간 수없이 봐온 캐릭터여서 식상해 보일 것 같고, 뻔한 이야기로 치부될 것 같아 달리 설정하고 그 범주 안에서 변화를 꾀했다.

13년 만에 소년원에 있는 아들을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의 경우 아들에게 애절하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부여 안고 통곡하지도 않고, 조심스레 진짜 자기 아들이 맞는지를 확인했다. 경제적 기반이 전혀 없어 주변의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마음 속은 첩첩산중인데 표정은 밝고 애교가 넘치는 걸로 펼쳐냈다. 훗날 아들에게 출산 연유를 밝힐 때에는 남 이야기하듯 털어놓으면서 눈가에 얼핏 눈물이 맺히는 걸로 했다. 미혼모와 범죄소년에게 따뜻한 관심과 배려심을 갖게 했다.

이 과정에 밤샘 촬영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들과 나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여야 하고, 세파에 시달린 지난 삶 등을 고려해 눈 밑에 다크서클을 그려넣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랜만의 영화여서 예쁘게 나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미련 없이 포기했다.

“예전에 비해 영화제작 방식이 체계적으로 바뀌고, 현장에서 곧바로 1차 편집을 하는 등 기술 발전도 놀라웠어요. 현장으로 밥차가 와 식사 때마다 식당을 찾아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그런데 밤샘 촬영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어요. 예전에도 몸살을 앓거나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는데 이번 촬영(지난 12월 중순~1월 말)에도 거뜬히 해냈어요.”

이정현은 당분간 배우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범죄소년> 이후에 출연할 영화도 확정됐다. 조만간 공식 발표될 이 작품에서는 두 연기파 남자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 한류스타로 손꼽히는 가수에 이어 한국영화가 새계로 뻗어나가는데 배우로서 일조하고 싶다는 이정현의 비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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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32·사진)이 배우로 돌아왔다. 영화 <범죄소년>(감독 강이관)의 이른바 ‘문제적 엄마’로 복귀, 22일부터 관객과 만난다. “이정현의 재발견”(감독 이현승) “폭발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연기가 놀랍다. 영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어머니상”(토론토국제영화제) 등 벌써부터 데뷔작 <꽃잎>(1996)의 ‘소녀’처럼 주목받고 있다.

“박찬욱 감독님에게 감사드려요. 단편 <파란만장>(2011) 덕분에 출연제의를 많이 받았거든요. <범죄소년>도 그 가운데 하나예요. 조만간 공식 발표될 예정인 새 영화도 <파란만장>을 보고 연락주신 작품이에요.”

<범죄소년>은 사회에서 소외받는 ‘범죄소년’과 미혼모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소년원을 드나들던 범죄소년이 13년 만에 찾아온 엄마와 재회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냉혹한 현실과 진실을 조명했다. 공포영화 <하피> 이후 12년 만에 출연한 장편영화에서 이정현은 엄마 같지 않은 엄마, 모정은 절절하지만 표정은 천진난만한 엄마를 실감나게 펼쳐냈다.

“작품은 좋지만 오랜만에 촬영하는 영화에서 맡을 배역이 미혼모여서 처음에는 출연을 꺼렸어요. 내면 연기와 가끔씩 터지는 폭발적인 연기를 해낼 수 있을지도 부담스러웠고…. 강이관 감독님을 만난 뒤 마음을 바꿨는데 안 바꿨으면 후회했을 거예요.”

이정현이 해낸 ‘문제적 엄마’는 미혼모 ‘효승’이다. 효승은 17세에 아들 ‘지구’(서영주)를 낳고 도망쳤다. 가출한 뒤 자살을 기도하는 등 심상찮은 삶을 살아온 효승은 13세가 된 아들을 소년원에서 처음으로 만난다. 효승은 아들에게 애절하게 용서를 구하지도, 부여안고 통곡하지도 않고 조심스레 친아들인지를 확인한다. 경제적 기반이 전혀 없어 주변의 도움을 구할 때에는 애교가 넘친다. 궁지에 몰리는 순간에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된다. 훗날 아들에게 출산 연유를 남 이야기하듯 털어놓을 때 눈가에는 얼핏 눈물이 어린다. 미혼모와 범죄소년에게 따뜻한 관심과 배려심을 갖게 한다.

“촬영하기 전에 미혼모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어요. 시나리오도 수없이 되풀이해 읽었고…. 어떤 미혼모를 연기해야 할지 고심했죠. 많이 본 인물들처럼 어둡게 하면 캐릭터가 식상해 보일 것 같고 이야기도 일반적으로 치부될 것 같더군요. 새롭게 설정하고 그 범주 안에서 변화를 꾀했는데 평이한 패턴대로 했으면 쉬웠을 것 같아요. 달리하면서 설득력을 불어넣느라 힘은 들었지만 의미있는 작업을 잘 끝내 보람을 느껴요.”

이정현은 <범죄소년> 제작 취지에 동의, 노개런티(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한 차례의 중국 공연 외 해외의 모든 콘서트를 취소하거나 미루고 <범죄소년>에만 전념했다. 잇단 밤샘 촬영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랜만의 영화여서 솔직히 여배우로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포기했다. 세파에 시달려온 삶을 상징하는 다크서클을 그려넣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범죄소년>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제작했고, 부산·토론토·도쿄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았다. 도쿄에서는 심사위원특별상과 최우수남우상을 받았다. 대만 금마장영화제 등 해외 나들이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제작 방식이 체계적으로 바뀌고 현장편집 등 기술발전도 놀라울 정도였어요. 좋은 작품을 통해 다시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데 감사해요. 앞으로 한국영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배우로서 일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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