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B.E.D), <생생활활>(Eating, Talking, Fucking), <러브 컨셉추얼리>(Love Conceptually). 박철수 감독의 최근 영화다. 이 가운데 <베드>는 지난해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받았고 요즘 극장과 온라인에서 상영 중이다. <생생활활>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러브 컨셉추얼리>는 후반 작업을 하고 있다.

 


<베드>는 침대와 세 색깔의 사랑과 성을 그렸다. 침대를 두고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세 남녀의 엉킴과 풀림을 그들 각각의 관점과 시점에 따라 순환구조로 엮었다. 장혁진·이민아·김나미 등이 호흡을 맞췄다. <생생활활>은 사람들의 일상과 성을 21개 장에 담았다. 오인혜가 간호장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꽃제비, 기자 및 작가, 보신탕집 아낙, 게이샤, 폭력 여고생, 여대생, TV토론 진행자, 갓 결혼한 신부, 간통녀 등의 캐릭터를 소화했다. <러브 컨셉추얼리>는 30대 이혼녀와 10대 고교생을 중심으로 사랑과 욕망의 실체, 그것의 같음과 다름에 대해 풀었다. 진혜경·김도성 등이 함께했다.


-성(性)이 최근 세 작품의 공통된 소재다.
“일상 다시 보기, 들여다 보기는 내 영화의 오랜 지향점이다. 성은 인간의 일상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은 성에 대한 콤플렉스와 판타지를 갖고 있다. 이것은 삶의 영원한 화두로 자리한다. 섹스와 섹스 사이콜로지(심리학)는 영화의 영원한 소재이자 주제다. <베드>에서 남자는 침대를 사랑의 개념에, 한 여자는 욕망의 선상에 놓고 있다. 다른 여자는 휴식의 수단으로 보고. <베드>는 그 삶의 각기 다른 이미지를 담았다. 본질적으로 섹스 영화가 아닌데, 성행위가 영화의 메인이 아닌데…. 에로로 보든 예술로 보든 영화는 관객 저마다의 평가로 남을 것이다.”

-모두 신인을 캐스팅하고, 적은 예산으로 완성했다.
“내 영화는 ‘3무영화’다. 세 가지가 없다. 스타, 거대 자본, 스토리 텔링이다. 스타·자본 권력에 휘둘리지 않은, 여느 드라마적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작업 과정을 통해 완성한 영화다. 감독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고, 관객은 그런 작품을 즐길 권리가 있다.”

 

-평균 제작비와 촬영 기간은.
“제작비는 편당 1억5000만원 안팎이고, 촬영 기간은 보름 내외이다. 제작비는 더 줄일 수 있다. 김기덕·홍상수 감독 영화처럼 스타 배우의 참여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부단히 자기 영화의 색깔과 방식을 지켜가는 그들이 고맙다. 예전에는 내가 그들의 롤모델이었는데 요즘은 그들이 나의 롤모델이다.”

박철수 감독은 ‘충무로의 게릴라’였다. <어미>(1985), <안개기둥>(1986), <접시꽃 당신>(1988), <오늘 여자>(1989) 등으로 주목받은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자본과 스타에 의존하는 ‘할리우드적 충무로 방식’에서 벗어나 ‘감독이 창작의 주체가 되는 영화 만들기’에 앞장섰다. 저예산으로 10~20일 만에 창작성이 돋보이는 영화를 속속 완성, 국내외에서 각광받았다. 베를린·선댄스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고 미국 등 세계 시장에 배급된 <301 302>(1995), <학생부군신위>(1996), <산부인과>(1997), <녹색의자>(2003) 등이 대표작이다.

-저예산 독립영화 제작방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자본·스타에 끌려가는 영화에 흥미를 못 느낀다. 영화의 백미는 창작성에 있다. 그래야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그것에 재미를 느낀다. 스타를 기용한 거대 자본의 영화는 창작성을 발휘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특히 도발·실험을 감행할 수 없다. 실패하면 피해가 크니까. 반대로 저예산 독립영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영화 발전은 사실 이런 도전을 통해 가능하다. 거대 자본이나 스타 시스템에 구속되지 않는 창작을 통해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처음에는 콧방귀를 뀌던 할리우드가 선댄스를 주목하는 이유다. 국내 메이저에서 미쟝센단편영화제 수상자 등을 예의주시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녹색의자> 이전처럼 소재가 다양하지 않다. 성에 국한돼 있다.
“인정한다. 아직 성에 대한 판타지가 덜 깨졌기 때문이다. 인디(독립)영화가 IPTV·온라인 등의 새로운 미디어 산업과 접목하는 과정에 자의반 타의반 섹스 코드를 선정적·자극적으로 활용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 관객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소화 매체 또한 더 많아지면서 소재와 주제의 다양성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인디영화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절실하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데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어떤 선에서 풀어내느냐가 관건인데 인디 문화를 육성해야 대중문화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을 놓고 실질적 정책이 입안·시행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는 것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만큼, 환경과 여건 탓만 할 수 없는 만큼, ‘영화=필름=스크린’이라는 질서 외에 ‘영화=디지털=TV·온라인’이라는 또 하나의 길을 역동적으로 개척했으면 한다. 새 미디어를 잘 활용하면 인디가 살 수 있다. 수입이 만만찮다. 더 활성화될 것이다. 그럴 수 있도록 정책 입안 또한 필요하다.”

-여전히 작품 활동이 왕성하다.
“한국에서는 퇴물 취급을 받지만 미국에 가면 젊은 감독에 속한다. 미국 프로듀서들은 ‘이제부터가 영화를 본격적으로 만들 시기’라고 한다. 미국 활동도 병행하려고 한다. 좋은 영화는 큰 돈과 큰 배우와 고난도 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단히 일상과 영화의 접목을 시도하려고 한다. 한국에서 감독이 40대 이후에 생산 주체에서 도태되는 건 문화 소비층의 소비행태와 관련이 깊다. 20대 장르 영화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증가하는 50~70대를 염두에 두는 동년배 감독들의 작품 활동이 활기를 띠었으면 한다.”

박철수 감독은 60대 현역이다.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 60대 이상 가운데 근래에 작품을 내놓은 이는 박철수·정지영 감독 등에 지나지 않는다.

 


<메데이아>(Medeia), <아버지의 모든 것>(가제), <스시바 인 LA>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 박 감독의 다음 영화다. <메데이아>는 성폭행 피해 여성의 복수를 그린다. 박철수 감독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악녀 메데이아 콤플렉스를 소재로 한 아름다운 살해극”이라고 소개했다. <아버지의 모든 것>은 한 여인과 그의 늙은 전 남편, 젊은 현 남편의 기묘한 동거를 통해 가족의 해체와 봉합·복원을 다룬다. 박 감독은 “각자의 삶을 반추, 화해와 용서가 가능한지 물을 것”이라고 했다.

또 <스시바 인 LA>는 다양한 인종의 식생활과 일상에 주목한다. 박 감독은 “<301 302> 때부터 구상했던 작품”이라며 “사람의 본능과 본질을 조명해보겠다”고 했다.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는 남북분단과 동북아 문제에 접근한다. 박 감독은 “탈북보다 탈남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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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재현(47)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DMZ Docs) 집행위원장이다. 2009년 제1회 때부터 집행위원장을 맡아 4년째 꾸려오고 있다. 안성기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에 이어 배우 활동과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업무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올해 영화제에선 그간의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대중과의 소통에 역점을 두고 있다. 조재현 집행위원장과 올해 영화제와 연기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다가왔다.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전세계 36개 나라에서 만든 115편을 상영한다. 작년에는 31개국 101편이었다. 21일 오후 6시에 도라산역,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개막식을 갖고 롯데시네마 파주아울렛 4개관과 메가박스 출판도시점 4개관에서 초청작을 상영한다.”

-개막작 <핑퐁>은 어떤 작품인가.
“스포츠 다큐멘터리다. 80~100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세계 탁구 챔피언 대회를 다룬 영국 작품이다. 전세계에서 심화되고 있는 노령화·고령화 문제를 경쾌하게 조명했다. 참가 선수들을 통해 불굴의 의지와 죽음에 대한 반추 등을 감동적으로 담았다.”

폐막작은 ‘경쟁’ 부문 수상작 가운데 한 편이다. 경쟁 부문은 국제·한국·청소년으로 나뉜다. 국제경쟁 흰기러기상(대상)에 1500만원 등 수상작에 총 3650만원의 상금을 준다.

-경쟁 부문 응모작은 많았나.
“총 665편이 응모했다. 지난해보다 142편이 많다. 응모작 중 25편을 선정했다. 국제 부문에 11편, 한국에 8편, 청소년에 6편을 뽑았다. 경합이 치열했다. 애석하게 떨어진 작품 중 일부는 ‘비경쟁’ 부문에서 소화했다.”

 

비경쟁은 아홉 부문으로 엮는다. 글로벌 비전·닥 얼라이언스 걸작선·아시아의 시선·아트 링크·현장 속의 카메라·자연 다큐멘터리·다 함께 다큐를!·폴란드 다큐멘터리 특별전·특별상영 부문에서 90편을 상영한다. 이 가운데 정우정 프로그래머 추천작은 <핑퐁>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 <인터럽터스> <팔레스타인 점령의 적법성에 대한 보고서> <헤드라인-뉴욕 타임즈의 모든 것> <아이 웨이웨이-난 멈추지 않는다> <우디 앨런-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등이다.

-어떤 점에 역점을 뒀나.
“대중과의 소통이다. 지난 3년간 일궈온 괄목할 만한 성과를 근간으로 영화제의 진정성을 견지하면서 더 많은 관객, 더 폭넓은 관객층이 평화·생명·소통에 관한 다양한 소재·주제의 다큐멘터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입시경쟁 과열, 환경·노인 문제, 부패한 사법계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사안을 조명한 작품이 많다. 2AM이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배수빈·류현경·박철민·이한위 등 선후배 배우들이 ‘다큐 패밀리’로 함께한다.”

 

-프로젝트 마켓을 연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다큐멘터리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마켓 크로싱 보더스(Crossing Borders) 2012’를 유치했다. 이를 통해 한국 다큐멘터리의 해외 진출 및 국내외 투자유치를 꾀할 것이다. 독자적인 국제 다큐멘터리 네트워크를 점차 구축, 향후에는 자체적인 ‘DMZ Docs 프로젝트 마켓’을 출범할 계획이다.”

-어떤 부대행사를 갖나.
“마스터클래스, DMZ Docs 강연 및 세미나, DMZ Docs 토크, 교실로 간 다큐:Docs for Edu 등이다. 야체크 페트리츠키를 비롯해 안제이 바이다 영화학교 출신인 폴란드의 감독과 촬영감독, 일본의 감독과 영화평론가, 미국의 프로듀서 등이 참여한다. 대구대 외국인 초빙교수(찰리 한)는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세계를 통해 미술과 다큐의 만남에 대해 강연한다.”

-관객을 위한 일반 행사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많다. ‘DMZ 와인시네마열차’를 운행하고 ‘DMZ 평화자전거행진’을 갖는다. ‘김중만 DMZ people 사진전’ ‘Book·Film페스티벌-필리핀의 날’ 등도 열린다. 사진전 수익금은 대성동 마을에 기부한다. 필리핀의 날에서는 필리핀 다큐와 전통 공연 등을 감상하고 전통 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DMZ 문화의 Zone’도 마련하고 거리의 악사 공연도 갖는다.”

-3년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첫 회에 자원봉사자 60명을 뽑는데 미달됐다. 1차에 30명, 추가 모집에 28명이 응모했다. 나와 집행위원이 한 명씩 보태 60명을 채웠다. 반면 올해에는 580명이 응모했다. 제주와 일본에서도 왔다. 130명을 선발했다. 출품작이 해마다 늘고 있고 우수 작품 초청에 따른 어려움이 없다. 처음에 집행위원장을 맡았을 때 ‘배우가 무슨…?’ 하며 부정적으로 보거나 아예 관심이 없었다. 지자체의 이벤트로 보는 이들도 많았다. 이런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맞서 좋은 작품을 초청·상영하고 지원한 결과 국내외에서 진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제작지원 프로그램 성과는 어떤가.
“기대 이상이다. <두 개의 문> <어머니> 등이 대표적인 지원작이다. <두 개의 문>은 올해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극장에서도 7만여 명이 관람할 정도로 이례적인 흥행기록을 세웠다. 올해에는 신설한 ‘BCPF다큐펀드’를 포함해 총 1억원을 지원한다. ‘신진 다큐멘터리 작가 제작지원’, 부산국제영화제 AND와 함께 아시아 다큐멘터리를 지원하는 ‘DMZ펀드’ 등을 통해 국내외 우수 다큐 발굴과 제작 활성화에 앞장선다.”

 

-트레일러에 출연했다.
“대중과의 소통을 궁리하다가 아이디어를 내고 출연도 했다. 수많은 사연이 오가는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소통에 대해 넋두리를 하는 남자로 나온다. 다큐영화제 성격에 맞춰 실제로 소주를 마시면서 찍었다. 올해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베니스 데이즈’ 부문에 초청받아 ‘퀴어 라이온’상을 받은 <무게>(가제)의 전규환 감독이 연출했다.  전 감독은 나와 설경구가 신인일 때 우리들 매니저였다. 뒤늦게 <모차르트 타운>(2008)으로 데뷔, <애니멀 타운>(2009) <댄스타운>(2010) <바라나시>(2011) <무게> 등을 연출했다. 전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대단한 감독이다.”

-<무게>는 어떤 작품인가.
“인간이 짊어지는 삶의 무게를 절묘한 캐릭터와 독보적 영상을 통해 담아낸 재미있는 예술영화다. 내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기영상위원회에서 출자·투자했다.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신체장애인 역을 맡았다.”


 

-전수일 감독의 <콘돌은 날아가고>에도 출연했다.
“한 사제의 육체적·정신적 시련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성찰에 대해 조명한 휴먼 드라마다. <콘돌은… > <무게>, 둘 다 초저예산 독립영화다. 작품·오락성을 갖춘 상업영화도 좋지만 독립영화는 배우로서 원래 내 모습을 찾게 해준다. 오는 11월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연극을 올릴 예정이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경기영상위원회 조직위원장, 경기도 문화의 전당 이사장, 성신여대 부교수…. 하는 일이 많다는 데 대해 조 위원장은 “연기처럼 일로 여기지 않고 열심히 즐긴다”고 했다. “운동선수들이 경기하면서 일한다고 하느냐”며 “열심히 즐기다보면 의미와 보람도 커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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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관객 1만 명은 상업영화 관객 100만 명에 해당하는 상징성을 지닌다. 정재은 감독(43)의 휴먼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 관객이 4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3월 8일 개봉, 지난달 30일까지 4만637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공동체상영 2015명 포함)이 관람했다. 정 감독과 <말하는 건축가> 제작과정 등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고 정기용(1945~2011) 건축가. <말하는 건축가>의 주인공이다. 고인은 서울대 응용미술학과와 대학원 공예과를 졸업했다. 1971년 프랑스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돼 파리 장식미술학교·제6대학·제8대학에서 실내건축·건축·도시계획을 전공했다. 1986년 귀국, 기용건축을 설립한 뒤 대한민국 공공건축사를 새로 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그는 자신의 집을 가져본 적이 없다. 평생을 월셋방에서 살았다. 가족·지인과 나무·바람·하늘·공기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말하는 건축가>는 그의 2년여 마지막 여정을 담고 있다.

-고인의 죽음을 예상했는지.
“선생님은 자신의 병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하신 적이 없다. 나중에 사모님에게 자세히 듣고 실로 괴로웠다. 촬영한 지 6~7개월이 지난 2010년 초여름에 선생님이 건강이 너무 안 좋고, 더 나빠지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그만 찍자고 했다. 그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씀드리자 ‘그러면 됐다’면서 지리산 실상사 리모델링 하는 걸 찍자고 했다. 5년여 투병 중에 총 여섯 권의 책을 정리하셨고, 회사 일과 강의를 하시고, 다큐멘터리를 위해 일하고, 전시회를 치르고, 작품집도 정리 하고…. 그렇게 빨리 운명하실 줄 몰랐다.”

 

-마지막 봄나들이 장면이 압권이다.
“타계 1주일 전에 선생님이 앰뷸런스를 대절해 ‘기용건축’ 직원들과 함께 경기도 과천 아천동에 갔다. 급작스런 일이어서 촬영할 사람을 구할 시간이 없어 가지고 있던 아이폰으로 찍었다. 2011년 초 선생님의 건강이 악화됐고, 운명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매일 8~10시간씩 편집에 매달렸는데 보여드리지 못 했다.”

-처음에는 어떤 다큐를 만들려고 했나.
“스타일리시한 건축 다큐였다. 한 건축물이 완성되는 과정을 담으면서 그 건물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다.”

-건축 다큐를 기획한 동기는.
“평소 건축에 관심이 많았다. 극영화 <고양이를 부탁해>(2001)와 <태풍태양>(2005), 인권영화 <여섯개의 시선> 중 <그 남자의 사정>(2003)을 연출할 때 도시 풍경, 건물 공간을 중시했다. 개봉 후 매 번 여러 차례 건축가들 모임에 초청을 받았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됐고, 2009년 서울국제건축영화제를 관람한 뒤 기획했다.”

-고인은 어떻게 만났나.
“누구를 할지 알아보던 중 추천을 받았다. 고인의 <감응의 건축>을 읽은 뒤 무주 프로젝트를 둘러봤는데 건축에 대한 내 생각이 편견이란 걸 깨달았다. 면사무소에 목욕탕을 만들었고 공설운동장은 등나무가 둘러싸고 있었다.”

 

 

고인은 사람·자연과 소통하는 건축을 지향했다. 건축의 사회적 양심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건축을 통해 공동체성 회복을 열망했다. <말하는 건축가>에는 도서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기적의 도서관’과 시공할 곳에 있는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그 나무를 감싼 원형 건물 등이 소개된다.

-첫 만남 때 동의를 받았는지.
“안국동의 선생님 단골 밥집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취지를 듣고 ‘그러면 네가 계속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것이냐, 그것 참 재미있겠다’면서 단번에 오케이를 했다. 이후 두세 달 동안 매주 수요일에 기용건축 사무실에서 반나절 안팎 인터뷰를 했다. 지난 삶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소격동 한옥 프로젝트를 영화의 기둥으로 삼았다.”


-그 프로젝트는 연기된다.
“두 번 정도 찍었을 때 선생님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본관 자리 옆인데 완공되면 땅의 조건과 상황이 많이 바뀔 거니까 이 한옥은 그 이후에 어떤 집으로 만들는지 결정해도 될 거다’면서 연기했다. 실상사 리모델링도 ‘100년을 내다봐야 한다’면서 몇 개월 간 세미나만 계속했다. 애초 의도를 살릴 수 없는 이런 상황이 2010년 초여름까지 계속됐다. 독립 다큐멘터리로 시작한 만큼 경비가 부담 돼 촬영을 최소화, 이벤트 중심으로 했다. 7~8개월 간 영화의 기둥이 잡히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했나.
“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고 아르바이트를 계속 했다. EBS와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지원작 심사에 떨어졌다. ‘두타연’의 투자와 서울·제주영상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지만 후반작업을 앞두고 영화 완성과 개봉이 불투명했다. 건축 분야의 인문학적 연구작업을 지원해온 ‘심원문화사업회’ 후원 덕분에 빛을 봤다.”

-일민미술관 건축전이 비중 있게 나온다.
“가뭄에 단비 같은 소재였다. 건축전을 기획한, 선생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다른 강성원 큐레이터가 다른 분들과 달리 선생님의 말씀을 과감히 자르거나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해 쾌재를 불렀다. 영화의 보편적인 갈등의 축이 형성된 거다.”

-춘천 자두나무집과 고인의 월셋집인 명륜동 다가구 주택이 대조를 이룬다.
“자두나무집은 지은 지 10년 됐다. 선생님은 거실에서 보이는 논에 사계절 풍광이 담기도록 설계했다. 실제로 황금빛 들판이 펼쳐진 걸 보고 무척 행복해 했다. ‘이 집에서 몇 달만 쉴 수 있다면 내 병이 다 나을 텐데….’라고 하실 때 찡했다. 거실에 햇살이 드는 월셋집에 대해 ‘나의 집은 백만 평’이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만족하고 의식 또한 자유로웠지만 자연에 파묻힌 자두나무집 같은 곳을 필요로 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인이 마을회관을 찾은 장면을 영화의 앞뒤에 편집했다.
“돌아가신 걸로 끝맺음을 할 수 없어 그 동안 찍은 장면을 다시 보고, 2년여 동행과정을 돌이켜보면서 선생님이 누굴 위해, 왜 건축을 하는지 알게 됐다. 설계를 할 때 건물을 사용할 사람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많이 듣고 반영을 하는 것이다. 엔딩 장면에 대해 스태프들은 의아해 했지만 지금 생각도 다르지 않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은.
“무주 프로젝트 중 ‘추모의 집’이다. 산꼭대기에 있는 납골당인데 산하와 자연을 전혀 거스르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디든 좋아하는 공간에 가면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추모의 집에서 그랬다.”

<말하는 건축가> 촬영 분량은 400시간이고, 러닝타임은 92분이다. 스폰지하우스 광화문 등에서 상영중이다. 네이버·다음·맥스무비·벅스·곰TV·씨네21즐감·인디플러그·예스24 등에서 굿다운로더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정 감독은 “영화에 담지 못해 안타까운 장면이 많다”면서 “선생님을  추모하고 고인의 지인과 관객들을 위해 DVD에는 넉넉하게 넣고 유튜브에 올리겠다”고 했다. 요즘 서울시청 신청사 완공 과정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시티:홀>을 찍고 있는 정 감독은 빌딩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SF호러도 준비하고 있다. 배두나·이요원·옥지영 등과 <고양이를 부탁해>의 스무 살 주인공들이 마흔 살이 됐을 때 이야기도 찍기로 했다. 정 감독은 “선생님과 <말하는 건축가>는 내가 왜 영화를 만드는지에 대한 소중한 깨달음을 줬다”면서 가슴을 여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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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주연 10개국 합작 독립영화 제작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미쟝센단편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나를 잊지 말아요>를 장편으로 만드는 작품으로 미국 최대 예술 전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Kickstarter.com)에 등록, 제작비 모금 캠페인을 갖고 있다.

 

                

목표 모금액은 3만 달러(USD). <나를 잊지 말아요>(Remember O Goddess)는 지난 5일 모금을 시작, 20일이 지난 25일 오후 6시 현재 63%에 달하는 1만9112달러가 모금됐다. 킥스타터 프로젝트들의 평균 모금액이 1만 달러 이하인 점과 외국인이 감독하는 외국어 영화임을 고려할 때 보기 드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윤정 감독에 따르면 미국 뿐 아니라 영국·캐나다·호주·이태리·페루·스웨덴·그리스·일본, 그리고 한국 등 전세계 각국에서 후원금이 도착하고 있다. <똥파리> <무산일기> 등이 해외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한국독립영화를 알리는 데 선전하고 있지만 제작비 모금 단계에서부터 해외 관객의 지지를 얻고 있는 영화는 <나를 잊지 말아요>가 최초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크라우드(Crowd) 펀딩은 군중, 다수의 사람에게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소액을 후원받는 자금 조달 방식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강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영상화하는 <26년>(제작 영화사 청어람)이 이 방식을 도입, 26일간 모금한 뒤 오는 5월 31일까지 기간을 연장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주로 SNS, 소셜 커머스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빠르게 전달되기 때문에 언론 등에서 ‘소셜 펀딩’이라고도 불린다. 작년 연말에 미국 상원에 제출된 ‘크라우드 펀딩 법안’은 크라우드 펀딩을 ‘전문적 자본가가 아닌 개인으로부터 기부, 후원, 투자 약정을 얻어내기 위해 일반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킥스타터는 미국의 대표적인 예술 전문 펀딩 사이트다. 출범 2년 만에 올해 모금 총액이 미국국립예술기금(The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의 1년 예산(14.6억 달러)을 상회하는 15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될 만큼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예술 창작자와 대중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최고의 핫 이슈가 되고 있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이윤정 감독이 고등학교 시절 쓴 소설을 바탕으로 각색, 영상화했다. 여성 감독으로서는 특이하게 고독한 남자 주인공의 내면을 블랙유머를 곁들여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처음부터 장편영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 영화의 첫 번째 챕터가 되는 25분 분량의 단편을 먼저 완성해 지난해 미쟝센단편영화제 ‘사랑을 위한 짧은 필름’ 경쟁부문에 선정되었다. 기억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불안과 고독을 필름 느와르의 형식을 빌어 풀어낸 이 단편은 이후 LA아시안퍼시픽 영화제, 뉴욕시 국제영화제, 샌디에고 아시안 영화제 등에서 상영되어 호평을 받았다. 현재 온라인에서 공개되어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전세계 관객들의 후원이 줄을 잇고 있다. 알버트 리 엘에이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프로듀서는 <나를 잊지 말아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이윤정 감독이 전하는 ‘기억, 시간, 그리고 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묵상, 눈으로 보는 시와 같은 이 영화는 잊혀지지 않는 꿈 같은 여행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윤정 감독은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CalArts: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달콤, 살벌한 연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스크립터로 현장 경험을 쌓았다. 직접 극본을 쓰고 감독한 <오 사랑스런 처녀>, <텔레비전에, 정말 좋겠네> 등의 단편영화가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다. 연극 <클로저>, 현대무용 <침묵하라> 등의 공연에서 영상 감독으로도 활동하였다.

 

<나를 잊지 말아요> 시나리오는 십수년간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면서 한 번도 독립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었던 김정태는 “전에 해보지 못한 은밀하고 숨겨진 과거 이야기에 끌려 출연료도 받지 않고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정태는 이 영화를 촬영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바쁜 스케줄 중에 짬을 내 모금 활동을 독려하는 영상 메세지를 직접 촬영해 보내는 등 누구보다 <나를 잊지 말아요>의 장편 제작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윤정 감독이 <놈놈놈>의 스크립터로 일하며 인연을 맺은 배우 정우성도 <나를 잊지 말아요>의 시나리오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모금 활동을 응원하는 동영상 메세지를 보냈고,  김지운 감독 역시 모금 활동을 독려하는 메세지를 이윤정 감독에게 전달하는 등 충무로의 관심이 뜨겁다.

 

<나를 잊지 말아요>의 킥스타터 모금 캠페인은 한국 시각으로 5월 9일까지 계속된다. Kickstarter.com에서 Remember O Goddess를 검색하면 후원에 참여할 수 있다. 후원은 1달러 이상부터 1만 달러 이상까지 할 수 있다. 후원금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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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현경이 각본·연출·제작·주연을 맡은 단편 <날강도>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독립영화축제 인디포럼2011 ‘신작전’(7월 6~12일)에 초청받았다. 지난해 제9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단편영화를 사랑한 배우들’ 부문과 제8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데 이어. 윤성현 감독과 함께 인디포럼2011 개막식 사회도 맡은 류현경은 인디포럼이 출범한 1996년에 아역배우로 데뷔했다. 지난해의 경우 <방자전> <시라노; 연애 조작단> <쩨쩨한 로맨스> 등을 통해 각광받은 배우 겸 감독 류현경의 ‘영화는 꿈을 싣고’.

류현경(28)은 한양대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날강도>는 졸업작품이다. 한 여대생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예쁜 사랑도 미워지더라는, 그럴 수 있느냐는 여대생은 뭇 남자와의 자발적 ‘원 나잇 스탠드’를 계속한다. 각본·연출·제작을 맡은 류현경은 여주인공으로 출연, 오태경 등과 호흡을 맞췄다.

-1인4역을 하느라 힘들었겠네요.

“언제 또 그런 기회를 갖겠어요. 신경 쓸 게 많아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을 쌓았고, 영화제에 계속 초청받아 한편으로는 얼떨떨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아요.”

-<날강도>를 쓰고 연출한 계기는.

“대학가 청춘물을 찍어본 적이 없는데 어느 순간 접신(接神)하듯 떠올랐어요. 하루를 배경으로 한 청춘의 일상이. 단번에 초고를 썼고, 수정도 하지 않고, 촬영하면서 다시 고민하고 보완했어요.”

-왜 <날강도>인가요.

“남들 눈에 그렇게 보이는 거죠. 친한 남자 동기 ‘민구’(오태경)에게조차. ‘수현’(류현경)의 진면을 모르고.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기억하고 있는 게 각자 다른 걸 곧잘 경험하잖아요. 실체는 하난데. 수현은 이래저래 힘든데 민구는 ‘여자가 씩씩하게….’라는 편견을 갖고 있어요.”

-연출 당시 역점을 둔 점은.

“너무 예쁘거나 나쁘게 그리지 않고 중간을 지키려고 했어요. 너무 일상적이지도, 너무 극적이지도 않게. 예쁜 청춘물은 별로예요. 생활고, 사랑의 상처 등 나름 어려움이 많잖아요. 반복되는 최악의 일상을 그리면서 영상은 예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연출만 했다면 여배우에게 노출을 더 요구했을까요.

“더 노출하는 걸 고려했는데 전체적으로 안 어울렸어요. <방자전>에선 필요하니까 했고, <쩨쩨한 로맨스>에서는 아니라고 생각돼 하지 않았어요. 상상속 장면인데 제 예상대로 그 신은 편집할 때 다 없어졌어요.”


<날강도>는 류현경의 다섯 번째 단편 연출작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연출한 <불협화음>을 비롯해 <사과 어떨까> <다리> <광태의 기초> 등을 연출했다. 자전적 연애담을 소재로 한 <광태의 기초>는 충무로국제영화제와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연출을 전공한 동기는 뭔가요.

“감독이 멋있고 하는 일이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고 곽지균 감독님의 <깊은 슬픔>을 찍을 때 감독님이 배우·스태프와 즐겁게 일하는 걸 보면서.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했고 학교 영화반에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콘티를 짜고 촬영하면서 재미를 느껴 더 배우기로 한 거에요.”

-장편 연출 계획은.

“없어요. 영화를 만드는 건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연륜을 더 쌓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서 욕구가 일면은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녜요.”

류현경은 어릴 때 서태지의 열혈 팬이었다. 서태지의 뮤직드라마에 이재은이 나온 걸 보고 부모님을 졸라 연기학원에 등록, 배우가 됐다. 중학생 때 혼자 영화 <브래스드 오프>를 보고 이완 맥그리거에 빠져 이후 영국에 가 새벽 2시부터 줄을 서서 티켓을 구입, 그가 나오는 연극 <오셀로>를 보고 돌아왔다. ‘한다면 하는’ 류현경. 그는 1996년 초등학교 6학년 때 SBS 설날특집극 <곰탕>에서 김혜수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영화 <깊은 슬픔>에서 강수연의 아역, <마요네즈>에서는 고 최진실의 아역을 맡았다. 중학생 때 혼자 영화 <브래스드 오프>를 보고 이완 맥그리거에 빠져 이후 영국에 가 새벽 2시부터 줄을 서서 티켓을 구입, 그가 나오는 연극 <오셀로>를 보고 돌아왔다. ‘한다면 하는’ 류현경의 꿈 나들이가 기대된다.이후 드라마 <무인시대> <김약국의 딸들> <떼루아>, 영화 <조폭마누라2:돌아온 전설> <일단 뛰어> <물좀주소> <신기전> <방자전> <시라노; 연애 조작단> <쩨쩨한 로맨스> <마마> 등과 독립영화 <필통낙하시험> <그러나> <슬로우 푸드 패스트 푸드> <슈퍼 덕후> <굿바이 보이> <Departure> <스마일 버스> 등에 출연했다. <Departure>와 <스마일 버스>에서는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선보였다.


-일본어는 언제 공부했나요.

“스무살 때요. 일본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해요. 원어로 감상하고 싶어서 배웠고 계속 보다보니 실력이 늘었는데 지금은 많이 까먹었어요.”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네요.

“저는 영화는 영화, 영화는 하나라고 생각해요. 상업·독립영화를 구분하는 게 오히려 이상해요. 상업영화로 주목받은 게 독립영화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고 활성화에 이바지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어요.”

-배우로서의 꿈은.

“평생,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게 인생의 목표예요. 그렇게 되려면 영화에 잘 쓰일 수 있는 배우가 되어야죠. 주연·조연·단역 등 가리지 않아요. 여러 영화에 꾸준히 잘 쓰이면서 저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으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거에요. 무척 어려운 꿈일 수 있겠지만 저를 (감독들이) 잘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잘 이용당할 테니까요.”

-연기와 연출의 재미는.

“연기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거에요. 그것을 통해 저의 이런저런 무수한 내면을 알게 되는 재미가 남달라요. 촬영 현장에서는 희열을 느끼는데 끝나면 허탈해요. 연출은 촬영 당시에는 정말 괴로워요. 순발력과 판단력을 발휘해야 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완성하고 나면 보람을 느껴요. 관객 앞에 내놓을 때 가장 행복해요.”

류현경은 결혼계획을 묻자 고개를 저었다. “살다보면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안중에 없다”면서 “부모님께서도 좋은 생각이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잘 얹는 배우가, 그런 배우를 완성시켜 줄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기원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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