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휘 감독(43)의 영화 연출 데뷔작 <이웃사람>이 ‘스릴러’ ‘청소년 관람불가’ 등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22~25일에 81만5870명을 동원, <도둑들> 등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웃사람>은 강풀의 동명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김휘 감독은 <이웃사람>에 앞서 프로듀서·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연출 데뷔작으로 인기 웹툰을 영화로 재창작하면서 김휘 감독에게는 어떤 곡절이 있었을까?

 
유명 소설·만화 등이 원작인 영화는 두 관문을 거친다. 창작과정에 원작의 각색, 캐릭터·무대 구현을 비롯해 제작비, 러닝타임 등의 제약을 받는다. 개봉 전후에는 여느 영화와 달리 원작과 비교된다. 문자언어와 영상언어 등의 차이에 관계 없이 대부분 원작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가운데 한 맨션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과 가해·피해자인 이웃사촌의 이야기를 다룬 <이웃사람>은 원작의 영상화에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작은 언제 봤는지.
“2008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연재될 때 다음 편을 기다리면서 봤다. 열혈 독자였다.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인데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감동적인 에피소드와 주제에 매료됐다. 이전부터 강풀 작가의 팬이다. 강 작가의 작품은 쉽고 재미있고 깊이도 있다. <이웃사람>을 만든 것도 그 점에 기인한다.”

-판권 구입은 어땠나.
“강풀 작가의 <바보>(2008)를 만든, <이웃사랑> 제작자인 구성목 대표께서 판권을 갖고 계셨다. 판권 경쟁이 치열했다고 들었다.”

-각색·각본 작업은 얼마나 걸렸나.
“처음에는 각색 작업만 의뢰받았다. 원작을 근간으로 새엄마와 살인마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써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원작의 장점을 부분적으로 취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영화제작이 미뤄져 중단했다.”

 

-언제 다시 시작했나.
“2년 뒤에 다시 연락을 받았다. 각본 겸 감독도 제안받고 고심했다. 과거 경험이 떠올라 원작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 조건하에 각본·연출을 맡았다.”

-원작이 방대해 그 작업도 어려웠겠다.
“첫 작업을 원작대로 했다. (러닝타임이) 4시간 30분쯤 나왔다. 그 걸 줄여나갔다. 개개인의 인물 정보와 웹툰의 특성상 중복적으로 언급되는 내용을 압축하거나 생략했다. 긴 독백이나 대사를 배우들의 연기나 화면 정보로 처리했고, 이야기를 압축하는 과정에 에피소드를 변형했다. 큰 맥락에서 이야기의 흐름은 원작과 동일하게 진행했다. 시나리오 작업에 8개월이 걸렸다. 영화 러닝 타임은 엔딩 크레디트를 포함해 115분이다.”

-추가한 인물은 없는지.
“새로운 캐릭터는 없다. 살인마 ‘승혁’(김성균)등의 인물 정보를 약간 보강한 정도다. 캐릭터를 강조하거나 설명하는 이미지는 원작보다 더 많이 사용했다. 새로운 에피소드도 첨가했다.”

-까치·까치밥·정전 등도 원작에 있나.
“물론이다. 폭력적인 사채업자 ‘혁모’(마동석)의 외삼촌 ‘홍중’(정인기), 경비원 ‘종록’(천호진)이 마주하는 ‘종국’(김정태) 등도 모두 원작에 나오는 인물이다. 강풀 작가의 작품은 그림은 떨어지지만 다양하고 적절한 인물 설정과 이들 간의 이야기 전개와 구성이 뛰어난 게 매력적이다.”

-<이웃사람>의 매력은 무엇인가.
“미스터리 스릴러의 외형에 연쇄살인이라는 첨예한 사회문제를 흥미롭게 다뤘다. 장르적 재미와 함께 ‘소통과 단절’이라는 메시지의 울림이 강렬하다. 손에 땀이 배게, 재미있게 보게 하면서 작품이 던지는 주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캐스팅은 수월했나.
“캐스팅 당시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원작의 캐릭터에 얼마나 닮았나, 연기력, 예전 출연작에 현재의 캐릭터와 유사한 역할 이미지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인물 소개에 할애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각 캐릭터의 정보와 이미지를 좀 더 빨리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세 조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각본 작업을 하면서 염두에 두었던 분들이 모두 흔쾌히 응해줘 고맙고 행복했다.”

-가장 힘들었던 배우는 누구인지.
“힘들었다기 보다 가장 장고한 배우는 김새론이다. 원작에서 ‘수연’과 ‘여선’은 여고생, 영화에서는 여중생, 김새론은 초등학생이다. 김새론은 원작을 봤다면서 하고 싶다고 했다. 연기력은 믿지만 초등학생으로서 1인 2역을 해야 하는 점, 극중 나이·인물과의 정서적 차이 등을 놓고 고민하다가 맡기기로 했다.”

김윤진은 자원했다. 김 감독은 각색을 맡은 <하모니>(2009) 등을 통해 김윤진과 친분이 있었다. 김 감독은 <이웃사람> 캐스팅 때 김윤진에게 조언을 구했다. 중요한 인물인데 출연 분량은 적은 배역을 맡아줄 만한 지명도 있는 배우를 알아봐 달라며 시나리오를 보냈다. 그런 뒤 뜻밖의 답을 들었다. 김윤진이 “내가 할 수 있겠다”고 나선 것이다.

-촬영 중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촬영할 장소를 섭외하는 문제였다. 문의하는 곳마다 거절해 애를 먹었다. 천신만고 끝에 재건축 공사가 진행되기 직전인 아파트 단지를 구할 수 있었다. 원작의 ‘강산빌라’를 ‘강산맨션’으로 바꿨고, 재건축을 앞둔 맨션의 느낌을 다소 강조했다. 이런 외경과 미술작업에 힘입어 살인범이 드나드는 지하실의 음습함과 기괴함도 살려냈고, 주민들이 모두 떠나 주변의 방해 없이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원작에 비해 이웃사람들의 연대가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작은 빌라 주민들을 굉장히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 사건 종결 과정의 연대도 공고하다. 영화에서는 이 부분을 비틀고 냉소적으로 바라봤다. 각자 이기적인 목적으로 사건을 외면하거나 개입하고, 연대도 느슨한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끔찍한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는 데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

-4월에 촬영을 시작, 6월에 마치고 8월에 개봉했다.
“57일에 걸쳐 39회 촬영을 했다. 예산은 20억원이 채 안 된다. 일정이 빠듯해 대부분의 촬영을 콘티대로 한두 번에 마쳤다.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에 주어진 시간 안에 마칠 수 있었다. 함께한 배우·스태프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김 감독은 고교시절에 소설가 등을 꿈꿨다. 졸업 후에는 부산의 ‘부산무대’와 서울의 ‘파벽’에서 3년간 연극을 했다. 뒤늦게 부산의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 연출을 전공했다. 졸업 즈음부터 5년간 부산국제영화제에 언론·홍보 스태프로 참여했고, 부산독립영화협회 초대 사무국장을 지냈고, 올해 7회를 연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창립에 기여했다.

김 감독은 <해운대>(2009) 등을 연출하고 <댄싱퀸>(2012) 등을 제작한 윤제균 감독과 초등학교 동창이다. <색즉시공2>(2007) 각색 겸 프로듀서를 필두로 <7광구>(2011) <심야의 FM>(2010) <해운대> 등의 시나리오를 썼고 <시체가 돌아왔다>(2012) <하모니> 등을 각색했다. <댄싱퀸>의 원안을 제공했다. 김 감독은 “재미있고 의미있는 영화, 관객과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기원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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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가제).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이지승 감독(42)이 연출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미국의 뉴욕대에서 영화이론을 전공한 이 감독은 <색즉시공> <청춘만화> <해운대> <통증> 등의 프로듀서로 활동했고, 영화진흥위원회 부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장편 총괄 책임 교수로 4년째 재직하고 있다. <공정사회>는 감독 데뷔작이다.

 

 

<공정사회>는 딸을 성폭행한 자를 응징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감독은 “3년쯤 전에 인터넷에 난 ‘딸 성폭행한 범인 직접 찾아낸 엄마의 40일 추적기-세상의 모든 엄마가 울었다’는 기사를 보고 만든 영화”라고 했다.

 

“그 엄마를 찾아가려고 했다가 그만뒀어요. 그 엄마에게 사건을 다시 상기시키는 게 마음에 걸리고, 영화적으로 구성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를 것 같아서. 그래서 국내외의 유사사건을 참조해 실제와 허구의 조화를 꾀했어요.”

시나리오는 지난해 연말부터 썼다. 자녀를 둔 부모의 심정으로 드라마를 구성했다. 올해 3월 말에 완성한 뒤 장영남·마동석·배성우·황태광 등을 캐스팅했다. 아역 이재희는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장영남은 엄마, 마동석은 비리형사, 배성우는 장영남의 남편,  황태광은 범인, 이재희는 딸 역을 맡았다.

 

                  <공정사회>에서 장영남(왼쪽)은 딸 성폭행범을 직접 찾아내 응징하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마동석(오른쪽)

                   은 장영남의 신고에 부실 수사를 하는 비리 형사로 출연, 장영남과 호흡을 맞췄다.

 
“예산을 짜보니까 10억원 이상이 필요하더군요. 오랜 경험상 대기업 투자를 받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출연·제작진에게 러닝캐런티로 하자고 했어요. 촬영·연출 계획서를 보여주면서. 모두들 기꺼이 동참해 줬고, 덕분에 5000만 원으로 가능했죠. 배우·스태프에게 큰 빚을 졌어요. 앞으로 갚을 수 있게 되었으면 해요.”

촬영은 지난 5월 17일부터 6월 4일까지 했다. 이 기간 중 촬영을 한 날은 9일이다. 뉴욕대 동문인 황기석 촬영감독과 논의, 두 대의 중소형 HD 카메라로 여느 영화 3~4일 간 촬영분을 하루에 마쳤다. 낮은 물론 밤 장면도 자연광을 이용했다. 이 감독은 “영상이 다소 투박하고 거칠 수밖에 없는 점이 스릴러 장르에 더 어울린다”며 “사실주의와 더불어 표현주의를 추구했다”고 밝혔다.

 

“하이라이트는 엄마가 범인에게 응징하는 거에요. 경찰의 부실수사 등으로 인해 더욱 상처를 받는 피해자들을 비롯해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풀었어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영화로는 가능하잖아요.”

이 감독은 태흥영화사 이태원 대표(74)의 셋째 아들이다. 태흥영화사는 <무릎과 무릎사이> <기쁜 우리 젊은 날> <아제아제 바라아제> <젊은날의 초상> <장군의 아들> <경마장 가는 길> <서편제> <화엄경> <태백산맥> <춘향뎐> <취화선> 등 38편(한국영상자료원 기준)을 제작해 1980~2000년대 한국영화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대표적인 영화사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극력 반대하셨어요. 아버지는 무척 힘들 거라고 하셨고. 아버지가 하신 말씀의 의미를 대학에 들어가서야 알았어요. 누구의 아들이란 점 때문에 정말 힘들었거든요. 뉴욕대에서 영화이론을 전공해 교수를 지망하고, 귀국 후 프리랜서로 활동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현장 데뷔는 미국에서 했다. 박사과정을 앞두고 뉴욕에서 찍은 김혜수·금성무·미라 소르비노 주연 <투 타이어드 투 다이>(감독 진원석), 데이비드 맥기니스 주연 <컷 런스 딥>(감독 이재한)에서 프로듀서를 맡았다. 진·이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여. 귀국한 뒤 태흥영화사의 <세븐틴> <세기말> <춘향뎐> 등을 거쳐 프리랜서 프로듀서로 활동해 왔다.

 

“아버지를 존경해요. 감독·배우를 발굴하고, 국제영화제를 개척하고, 웰메이드 필름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내는 과정을 통해 아버지에게 배운 게 도전정신이에요. 프리랜서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5000만원을 지원하는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장편영화 제작연구과정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도전정신은 저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됐어요.”

장편 스릴러를 9회 촬영으로 마치는 등 <공정사회>도 도전정신으로 만들었다. <공정사회>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잇 프로젝트’에 출품, 21개국 93개 프로젝트 가운데 20편에 선정돼 최종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제 기간 중 심사를 거쳐 지원작에 선정되면 후반작업 등에 도움을 받게 된다.

 

“후반작업 일정상 7월말에 마감하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은 어려울 것 같아요. 내년 초에 열리는 선댄스영화제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개봉은 그 이후에 했으면 해요.”

이 감독은 “제작비가 적게 든 영화 개봉·흥행은 국제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아야 유리하다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한국영화가 더욱 발전하려면 다양성이 구현되어야 한다”고 했다. “영화 다양성은 창작인의 열정과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가능하다”면서 “다양한 영화로 국내외 시장과 영화제를 개척하는 데 혼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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