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규 감독(53)은 영남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김현명 감독의 <아가다>(1984) 연출부로 충무로에 입문했다. 1986~1991년 일본대학·일본영화학교·와세다 대학원에서 영화공부를 했다. 귀국 후 프로덕션을 설립, SBS의 <꾸러기 카메라> <스타, 이런 모습 처음이야> <악마의 속삭임> <결혼할까요> 등을 연출·제작했다. 영화 데뷔작 <조폭마누라>(2001)로 공전의 히트를 친 뒤 <어깨동무>(2004) <조폭마누라3>(2006) 등에 이어 9일 박신양·김정태·엄지원·정혜영 주연 <박수건달>을 내놨다. 

 

 

“지랄 같아도 지나고 나믄 다 이유가 있는 기다” “그라믄 사람 패고 해꼬지하고, 그건 니가 할 짓이가” “다 필요 없드라. 죽도록 용 써봤자 옷 한 벌이다. 나중에 니는 무슨 옷을 입고 갈 낀데….”

영화 <박수건달>의 주제를 대변하는 대사들이다. 이 말을 듣는 사람은 주인공 ‘광호’(박신양)다. 그는 건달이다. 그 세계에서 잘 나가던 그는 어느 날 신내림을 받는다. 박수(남자 무당)와 건달, 이중생활을 한다. <박수건달>은 바람직한 삶과 삶의 구원에 대해 묻는다. 코미디에 액션, 판타지를 곁들여 웃음은 물론 눈물도 쏙 빼놓게 한다. 그간 심심찮게 영상화된 이른바 ‘조폭 코미디’와 차원을 달리 한다. 제목은 B급 영화의 전형이지만 보고 나면 생각을 바꾸게 된다.

-왜 <박수건달>인가.
“딜레마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코미디에 딱 맞는 소재이다. <박수건달>은 딜레마에 관한 영화다. 한 남자가 성공을 목전에 두고 신이 내리는 바람에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남자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를 치러내면서 삶의 가치관이 달라지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의 재미를 더 끌어올리고 다양한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복합 장르로 그려냈다. 요즘은 관객의 욕구가 실로 다양해 한 영화를 한 장르로만 그려내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

 

-언제 기획했나.
“동료인 정연원 감독에게 이야기를 들은 건 4년쯤 전이다. ‘조폭에게 신이 내렸다’는 인터넷 뉴스를 봤다면서 이 소재를 코미디로 만들 때 가장 쉽고 재미있게 풀 수 있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정 감독 얘기를 듣고 안 하겠다고 했다. ‘또 조폭이냐’는 말을 듣기 싫어서, 자칫 ‘조폭 영화 전문 감독’으로 분류될 것 같아서, 이제는 다른 장르 영화를 하려고 한다고 사양했다.”

그리고 3개월이 넘게 지났다. 조 감독은 자신의 의지와 달리 무당인 조폭 이야기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자 결국 생각을 달리 먹었다. 도망치지 말고 정면 돌파하기로. 건달이 처한 딜레마를 소재로 삶의 깨달음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를 만들어 보자고, 장르의 생산적·발전적 진화를 꾀해 보자고 달려들었다. 우선 <사랑과 영혼>을 수십 번 봤다.

-시나리오 작업을 얼마나 했나.
“3년간 했다. 50~60번쯤 새로 쓴 것 같다. 주인공을 건달이 아닌, 직업이 검사·교수 등인 남자로도 여러 차례 설정했다. 그런데 쓰기 힘들었고, 만족도가 떨어졌고, 주위 반응도 좋지 않았다. 광호가 신을 받는 게 죽는 것 만큼 싫은데 받아야 했듯, 나 역시 주인공이 건달인 게 누구보다 싫어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데 피할 수 없었다. 마초적이고 욕망과 허세가 강한 집단이고 그 소속이어야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구축하고 복합 장르로 구성하는 게 용이한 측면이 많았다. 깨달음의 극대화도 꾀할 수 있고. 재미있고 구성도 좋은데 시나리오가 맛있게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

 

-무속을 취재하고 영화에 반영하는 건 어떠했나.
“광호의 두 면 가운데 박수를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게 관건이었다. 신병에 시달릴 때와 내림굿 진행과정, 작두에서 춤출 때, 무속인으로 첫 손님을 받고 점을 볼 때의 심정·모습…. 많은 무속인들을 찾아가 손님 입장으로 관찰했고, 솔직히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집요하게 물어보고 조목조목 캐내 시나리오에 반영했다. 무속을 문화적 관점으로 연구하고 문화계 인사들과 폭넓은 인맥을 지닌 황해도 만신(무녀) 이해경 선생의 조언과 도움을 많이 받았다.”


-광호 캐릭터와 박신양의 연기가 매력적이다.
“광호는 박수와 건달을 오가는 캐릭터다. 마초적인 건달은 물론 박수무당이 지닌 여성성도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손꼽을 때 가장 먼저 박신양이 떠올랐다. 터프한 남자와 그 남자가 커밍아웃을 선언했을 때 느낌을 표현해 달라고 했다. 기대한 대로 상반적인 두 면을 잘 조합해 냈다.”

-캐스팅은 어떠했나.
“캐스팅이 쉬운 영화나 드라마는 없다고 본다. <박수건달>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박신양·김정태·엄지원·정혜영·조진웅·김성균·윤송이, 적재적소에 좋은 배우들이 들어와 자신의 역할을 십분 발휘해 주었다. 아역 윤송이는 오디션 응모자 700~800명 가운데 뽑았다. 3개월간 부산 사투리 연습을 시켰는데 이 또한 소화 능력이 뛰어나 안심하고 맡겼다. 눈물연기 등이 정말 탁월했다.”

-광호는 유령을 보고 대화도 나눈다.
“무속 취재 당시 무당이 유령을 보거나 목소리를 듣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특별해야 해 박수와 유령의 접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령이 나오는 영화의 재미는 동종 혹은 이종 간의 접촉과 대화, 이에 따른 업보의 해소에 있다. 그걸 어떻게, 다른 영화와 다르면서 재미있게, 의미있게 승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유령은 무서운 존재로 인식돼 있지만 사실은 불쌍한 존재다. 건달은 일견 폼나 보이지만 실제로는 범법자다. 무당은 숨기고 싶은 신분인데 실질적으로 좋은 일을 한다. 이 세 점을 염두에 두고 구성했다.”

광호가 못 다한 사랑에 아파하는 여인(천민희)과 검사(조진웅), 딸(윤송이)과 의사(정혜영)의 한을 풀어주는 과정과 장면이 영화의 재미와 의미를 더해준다. 광호와 검사 사이에 진지하고 웃기고 슬픈 상황이 번갈아 펼쳐지는 취조실 장면이 압권이다. 웃기다가 울리고 다시 웃기는 걸 반복, 희·비극의 공존을 보여준다. “코미디 영화의 명장면으로 오래도록 회자될 것”이라는, “코미디 영화의 미래를 내다보게 한다”는 네티즌의 감상평이 잇따르고 있다.

조진규 감독은 “코미디는 일단 재미있어야 하지만 관객은 기존의 조폭 코미디에 식상해 있다”면서 “새로운 코미디의 방향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박수건달>에 대해 “재미와 성찰의 미덕을 담는 데 최선을 다했다”며 “다음에는 인간과 영혼, 초능력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삶을 돌아보고 내다보는 시간을 관객과 나누고 싶다”고 기원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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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출어람> <스토커> <설국열차> <만신>(가제)…. 박찬욱(사진 왼쪽)·찬경(오른쪽) 형제 감독의 최근 영화다. <청출어람>은 형제가 함께 만든 단편이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다. <스토커>는 박찬욱 감독(49)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오는 2월 28일(미국에서는 3월 2일)부터 선보인다. <설국열차>는 박찬욱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다. 오는 8월쯤 국내외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만신>은 박찬경 감독(47)의 다큐멘터리다. 올해에 개봉하려고 한다.

 

 

<청출어람>은 득음 연습을 위해 산을 찾은 백발의 스승(송강호)과 소녀 제자(전효정)의 특별한 하루를 그렸다.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가 올해 40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필름 프로젝트’ 첫 번째 작품이다. 브랜드 슬로건(Your Best Way to Nature)을 모티브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다른 유명 감독의 작품 두 편을 더 선보일 예정이다.

 
-제안받은 건 언제인가.
“지난해 10월이다.  미국에서 작업하는 게 신선하고 재미 있었지만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과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빨리 작업하고 싶어서 기회를 덥썩 잡았다. 장편 영화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단편이라는 점이 잘 맞았다. 옷이 한 번은 나와야 한다는 거 외 다른 조건이 없었다.”(박찬욱)

 

-시나리오 작업은 어떻게 했나.
“서로 작업을 하면서 만나거나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일주일 정도 한 것 같다.”(박찬욱)
“<파란만장>에 이어 연속성을 갖고 싶어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재로 삼았다. 험악과 자연과 스펙터클한 이미지를 앞세운 여느 아웃도어 브랜드 이미지와 반대되는 한국의 아기자기한 자연의 정취를 소리꾼 스승과 제자의 여정을 통해 담았다. KBS 국악방송을 자주 들으면서 생각했던 아이템 가운데 하나다. 이동백 명창이 <새타령>을 하면 새들이 화답했다는 전설을 소재로 자연으로 가는 길을 그렸다.”(박찬경)
“선곡은 동생이 다했다. <새타령>, <사철가>, <심청전>에서 심청이 인당수 빠지는 대목…. 자연으로 가는 길의 개념을 달리 해석했다. 인생의 기본이고 삶의 일부인 죽음을 통해 이르는 방식으로 묘사했다.  화려한 소멸과 생성으로 이어지는 인간관계 전체가 청출어람이다.”(박찬욱)”

 

백발 노인으로 변신한 송강호의 상대역 전효정은 수도권 지역 판소리 전공자들 가운데에서 뽑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판소리를 시작한 전효정은 전통예술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며 국립극단에서 주최한 ‘차세대 꿈나무’ 명창에 뽑힌 바 있다. 촬영은 경주 남산·삼릉·토함산 등에서 사흘간 했고, 편집과 후시녹음을 사흘간 했다. 먹구름·번개·파도 등 CG작업을 2주간 했다.

 

 

-오디션은 몇 명이나 봤는지.
“현장에 직접 가지 않았다. 찍어온 필름을 봤다. 모두 몇 명을 찍어왔는지는 모른다. 동생과 함께 비디오를 보다가 더 봐야 할 사람들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전효정으로 확정했다. ”(박찬욱)

 

각본·감독이 박찬욱·찬경 형제가 자신들의 이름을 따서 만든 ‘PARKing CHANce’(주차기회)로 명명돼 있다. <청출어람>은 PARKing CHANce의 세 번째 작품이다. 앞서 선보인 작품은 <파란만장>과 <오달슬로우>다. 이 가운데 <파란만장>은 2011년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서 금곰상을 받았다. 이른바 3대 국제영화제 장편이나 단편 경쟁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한국영화는 <파란만장>이 처음이다.

-PARKing CHANce는 
“거대 자본의 극장 중심의 상업영화가 아니라 자유로운 작업을 위해 만든 브랜드다. 주차할 자리가 났을 때 재빨리 주차하는 것처럼 좋은 기회가 있을 때 망설이지 말고 함께 해보자는 뜻이 담겨 있다. 어느 선을 나눠 역할을 배분하기보다 작업할 때 모든 과정을 협의하면서 함께한다.”(박찬욱)
“단편이든 다큐멘터리든 파킹 찬스가 ‘출동’할 만한 좋은 일거리가 속속 생겼으면 좋겠다. 형과 함께 작업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작업하면서 어떻게 할는지 고민하면서 소모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형은 정말 판단하는 속도가 빨랐다.”(박찬경)

 

박찬경 감독은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 출신으로 미국 칼아츠(CalArts)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냉전과 분단, 전통 종교·문화를 다룬 사진·비디오·설치 작품을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해 왔다. 단편 <비행>(2005), 중편 <신도안>(2009), 장편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 등의 다큐멘터리도 연출, 국내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이 가운데 <다시~ >는 88올림픽을 앞두고 여성 노동자 22명이 감금된 채 사망한 봉제공장 화재사건을 다뤘다.

·

-공동 작업은 좋은 점은.
“지각하거나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다. 나 같은 사람이 한 명만 더 있으면 하는 의미이다.”(박찬욱)“영화가 잘못됐을 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웃음).” (박찬경) “잘 됐을 때 공을 독차지 할 수 없다(웃음).”(박찬욱)

 

<스토커>는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친 소녀의 집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다. 미아 바시코브스카·매튜 구드·더모드 멀로니·니콜 키드먼 등이 호흡을 맞췄다. <설국열차>는 이상 기후로 인해 세상이 영하 80도로 얼어붙은 미래를 배경으로 ‘노아의 방주’ 같은 ‘설국열차’에 탑승한 사람들의 생존 경쟁을 그린 SF·모험·액션영화다. 송강호·고아성과 크리스 에반스·송강호·에드 해리스·존 허트·틸다 스윈튼 등이 함께했다. <만신>은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인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예능보유자 김금화(82)의 일생을 다뤘다. 과거 장면은 재현했다.

-다음 작품은 서부극 <더 브리건즈 오브 래틀보지>(The Brigands of Rattleborge)인가.
“제작사와 계약이 안 된 상태다.  다른 작품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한 편 더 연출한 뒤에 <아가씨>(원작 핑거 스미스)를 만들 계획이다. 그간 준비해온 <도끼>는 언젠가는 만들 것이다.”(박찬욱)
“<만신>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마친 뒤에는 무녀의 이야기를 다룬 공포영화를 만들 계획이다.”(박찬경)
“연출은 동생이 하고 나는 제작을 맡을 것이다. <설국열차>(감독 봉준호)를 마지막으로 내가 연출하지 않는 영화는 그만하려고 했는데 계획을 바꿔 제작도 계속 하려고 한다.”(박찬욱).
“형의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1992)에 미술 스태프로 참여했었다. 세트 벽에 그림도 그리고 주연배우 이승철의 등 뒤 용문신도 내가 그렸다. 다큐 작업 때 형의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 형의 작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면 기꺼이 맡아 소임을 다하고 싶다.”(박찬경)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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