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성(47)은 1980~90년대 연극배우 출신 영화배우 1세대로 손꼽힌다. 서울대 경영학과 84학번인 그는 1987년 극단 천지연을 필두로 한강·한양레파토리·연우무대·학전 등에서 활동했다.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1995)로 영화와 인연을 맺은 뒤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바리케이트> <억수탕> 등의 주연배우로 각광받았다. 이후 약 10년간 베트남에서 영화 수입·배급, TV드라마·연극 제작을 했다. 2010년 여름에 귀국, <북촌방향> <건축학개론> <남영동1985> <26년>에 출연했다. 요즘 송강호·이정재·백윤식·김혜수·조정석 등과 함께 <관상>을 찍고 있다.

 

 

■연극으로 사회 참여
김의성은 서울대 경영학과 2학년 때 연극과 인연을 맺었다. 교내 연극을 보고 뒤풀이에 따라 간 게 계기가 됐다. 김의성은 “이념 서클에 들어가고, 데모에 참여해 돌도 던졌지만 그보다 연극을 통해 발언을 하는 게 체질에 맞았다”며 “그게 지금 배우로 살아가는 운명의 출발점이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당시 많은 젊은이들이 그랬듯 실존 문제로 고민이 많았어요. 암울한 시대의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했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연극만 하면서 살 수 있을지…. 결국 휴학을 했고, 친구가 있는 부산의 한 공장에 취직해 공원 생활을 했어요. 영장이 나와 입대했고.”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뒤에는 1987년 대학 연극·탈춤반 출신으로 결성된 극단 천지연 활동에 주력했다. 졸업만 하면 어디든 취직이 가능한데 연극을 한다고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자 집안의 반대가 거셌다. 김의성은 극단에 불을 지르고 싶은 심정이라는 아버지와 형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연극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정진영과 함께 2인극 <동팔이의 꿈>을 전국의 공장·학교를 순회하며 1년 동안 공연하는 등 문화 운동에 앞장서고 파업 현장을 찾아 다녔다.

극단 한강 시절에는 밥만 먹어도 좋았다. 연우무대에서는 밥을 꼬박꼬박 사줘 더욱 좋았다. 학전에서는 계약까지 해줘 고마웠다. 하지만 수입은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과외교사로 한 달에 20만~30만원을 벌어 생활했다.

“당시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 월급이 70만원인가 했으니 꽤 많이 번 거죠. 당시 작품으로 가장 큰 돈을 받은 건 TV드라마 <머나먼 쏭바강>이에요. 최하등급으로 계약한 뒤 재계약을 했는데 7개월에 1000만원 정도를 받았어요.”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에서 김의성은 정선경·이경영·최진실 등과 호흡을 맞췄다.

 

김의성은 5년쯤 연극을 하던 시기에 이현승·여균동·김성수·이재용 감독들과 알고 지냈다. 그 인연으로 영화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감독 이현승)에서 비중있는 배역을 맡았다.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김동빈)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자>(〃 오병철)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홍상수) <바리케이트>(〃 윤인호) <억수탕>(〃 곽경택)의 주연배우로 각광받았다. 1997년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는 등 90년대 중후반 최고의 배우로 손꼽혔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 김의성은 김진성·조은숙·이응경 등과 호흡을 맞췄다.

 

■영화로 시대 발언
‘강 과장’과 ‘최 계장’. 김의성이 영화 <남영동1985>(감독 정지영)와 <26년>(감독 조근현)에서 맡은 경관 역이다. 강 과장은 <남영동1985>에서 민주화운동가 ‘김종태’(박원상)를 취조하고 동료들과 함께 고문전문가 ‘이두한’(이경영)을 돕는다. 최 계장은 <26년>에서 전 대통령 ‘그 사람’(장광)을 응징하려는 ‘곽진배’(진구) 등의 계획에 맞선다.

김의성은 두 인물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구분했다. 강 과장은 “평범한 사람, 피곤한 사람”이라고 했다. 최 계장에 대해서는 “노련한 사람, 안위에 민감한 사람”이라고 했다.

 

“강 과장에게 고문은 일의 하나에요. 그 일을 하면서도 프로야구에 관심이 많아요. 간혹 어깨·목을 주물러요. 고문·일과, 김종태 수사가 그저 빨리 끝났으면 하는 인물이에요. 최 계장에게 경호는 관할 서에서 하는 업무에요. 그 일에 능숙하죠. 일의 결과가 자신의 안위를 좌우하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처리해요.”


 

김의성은 두 영화에서 각기 다른 경험을 했다. <남영동1985>에서는 두 차례 소름이 돋았다. 두꺼비 출현과 귀신(?)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양수리 세트에 두꺼비가 나타났어요. 인근 숲에서 세트장까지 먼 길을 걸어 온 거에요. 그런데 인재근 의원이 ‘민청련’의 상징이 두꺼비였다고 하더군요. 뱀에게 먹혀 자신이 지닌 독으로 뱀을 죽여 종족을 보호한다면서. 그분께서 잘하라고 와주신 게 아닌가 했어요.”

김종태를 심하게 고문하는 장면을 찍을 때에는 아무도 ‘커트’(cut)를 하지 않았는데 여자가 커트하는 소리가 들렸다. 녹음도 됐다. 현장에 여자가 없었는데. 김의성은 “두꺼비 출현보다 더 불가사의했다”며 “사고가 날 수 있었던 걸 미연에 방지해준 게 아닌가”라고 풀이했다.

 

<26년>은 어렵게 시작한 데 비해 현장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김의성은 “고소공포증이 있어 크레인에 올라가 ‘심미진’(한혜진)의 저격을 저지할 때 정말 무서웠다”고 했다. “혜진이가 오르내리기 귀찮다며 더 높은 곳에서 머물며 간식도 먹는 걸 봤기 때문에 꾹 참고 촬영했다”고 털어놨다. <26년>에 대해 “촬영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편집본이 두 가지”라며 “상영작은 줄거리 전개가 보다 매끄러운 것보다 각 장면마다 날 것의 감정을 살린 편집본”이라고 공개했다.

 

                     지난 11월 16일 열린 ‘서울광장 <26년> 콘서트 ’에서 <26년> 출연진이 사회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재미있게 살아라”
김의성은 <남영동1985>와 <26년>에서 문성근·이경영 등과 함께했다. 김의성은 “감회가 새로웠다”고 했다. “두 분 선배를 보면서 ‘나이 먹는 게 괜찮구나’ ‘배우로 늙는 것도 참 좋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남영동1985>의 문성근은 영화 데뷔작 <네온 속으로 노을 지다>에서 만났다. 김의성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김원’ 역을 맡았고, 문성근은 CF감독 ‘김규환’으로 출연했다. 출판사가 경영난을 겪을 때 김원은 말도 없이 사라지고 광고회사에 카피라이터로 입사한 ‘이상민’(채시라)은 김원을 가슴에 묻어두고 김규환과 가까이 지낸다.


이경영은 <남영동1985>에 이어 <26년>에서도 함께했다. <네온 속으로 노을 지다>에 이어 주연을 맡은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에서 호흡을 맞춘 선배다. 두 번째 영화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에서 김의성은 유부녀 ‘은재’(최진실)와 조심스런 만남을 갖는 유부남 ‘진우’(이경영)의 친구 ‘창세’ 역을 맡았다. 창세는 의부증이 있는 아내를 둔 인물로 애정 없는 남편에게 실망한 은재의 친구 ‘윤수’(정선경)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이경영과는 인연이 남다르다. <네온~>에 앞서 출연한 드라마 <머나먼 쏭바강>에서도 함께했다. 이 드라마에서 김의성은 ‘황일천’ 병장(박중훈) ‘김기수 병장(이경영)’ 등이 소속한 1소대장 ‘이 중위’로 출연했다. 김의성은 원래는 병사였다. 첫 로케이션 때 촬영 준비가 덜 돼 한 장면도 못찍고 그냥 돌아왔고, 소대장 역을 맡은 배우가 아픈 바람에 대신 이 중위 역을 맡게 됐다.

 

 

요즘 출연작은 영화 <관상>이다. 이 영화에선 송강호 등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송강호는 김의성의 연우무대 후배이다.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김의성의 소개로 출연했다. 김의성은 “어느 날 술자리에서 강호가 대뜸 ‘이 형님이 나를 맨 처음 영화하게 해주신 분’이라고 했을 때 좀 쑥스러웠다”며 “예전과 다름없이 배우로 살아가는 선·후배들과 연기를 하는 나날이 즐겁다”고 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부딪쳤던 실존 문제에 대한 고민이 30년이 지난 뒤에 완전히 풀렸다”고 했다. “연극을 한다고 노발대발하셨던 아버지가 임종 하루 전에 ‘재미있게 살아라’고 하셨다”며 “살아온 날의 삶이 녹아든 연기로 오랫동안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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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가 더 중요해.” 배우 이경영(51)이 인터뷰 때 남긴 글이다. 이 말은 영화 <남영동1985>에서 이경영이 맡은 고문 기술자 ‘이두한’의 대사 가운데 하나다. 이경영이 다시 영화 전면에 나서면서 한 다짐이기도 하다. 이경영에게 <남영동1985> 출연기와 후일담을 들었다.

 


1985년 9월,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515호에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갔다. ‘인간도살장’으로 통했던 그곳에서 22일간 모진 고문을 받았고, 훗날 자전적 수기 <남영동>을 남겼다. 영화 <남영동1985>(감독 정지영)는 잔혹한 휴먼드라마다. 혹독한 고문 장면으로 관객을 고문하는, 야만성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을 절감하게 하는 영화다. 이경영은 일명 ‘장의사’로 불리는 고문 기술자 ‘이두한’으로 출연했다. 이두한과 그 일행의 갖은 고문에 견디다 못해 거짓 자백을 하는 민주화 운동가 ‘김종태’는 박원상이 맡았다. 명계남·김의성·서동수·이천희·김중기·문성근·우희진 등이 함께했다.

 

-<남영동1985> 이야기를 들은 게 언제인가.
“감독님의 전작 <부러진 화살>(개봉 1월 18일)이 한창 상영 중일 때다. 감독님이 다음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러 지방에 갔다고 하더라. 고문에 관한 영화고, 김근태님의 <남영동>이 원작이고, 가제가 <야만의 시대>라고 들었다.”

이경영은 그때 ‘감독님이 왜 그렇게 서두르지? <부러진 화살>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잘 마무리를 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에너지가 용솟음칠 때 하려고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하얀 전쟁>(1992)부터 <부러진 화살>(2012)까지 정 감독의 영화 네 편에 출연한, 정 감독과 인연이 남다른 이경영은 ‘고문관 역은 아니었으면…’ 했지만 어긋나지 않았다.

-출연 제안은 언제 받았나.
“2월 말에 감독님이 소주 한잔 하자고 하더라. 그때 ‘마침내 올 것이 왔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반갑지 않았다는 뜻인가.
“아니다, 배우라면 도전해 보고 싶은 역이지만 두려웠다. 잘 해낼 수 있을지. 언젠가 술자리에서 (박)원상이가 형이 김종태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하더라. 자신은 김근태님과 외모가 너무 다르다면서. 펄쩍 뛰었다. 네가 <부러진 화살>에서 정의로운 변호사를 했으니까 더 어울리고, 언제 ‘민주화의 대부’ 역을 해보겠느냐고. 나는 술을 좋아하고 다이어트를 할 자신이 도무지 없다는 말도 했다.”

또 하나, 촬영 일정이 문제였다. 이경영은 <베를린>(감독 류승완) 촬영을 위해 5월 초에, <남영동1985>를 한창 찍을 시기에 출국해야 했다. 이 때문에 이경영이 고민이 많다고, 출연을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 정 감독에게 전해졌다.

-실제로 못할 수도 있었는지.
“크게 다친다거나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모를까, 못한다거나 안한다고 한 적이 없다. 와전된 말을 듣고 감독님이 ‘메일 보냈으니까 빨리 열어보라’는 문자를 보내셨다. ‘못한다는 말 듣고 마음이 무거웠다’며 내가 해야 할 세 가지 이유가 적혀 있었다. ‘이 영화로 온전한 복귀를 했으면 좋겠다’ ‘가치 있는 영화다’ 등. ‘오해하셨어요, 안한다고 한 적 없습니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그래, 고맙다’는 문자와 하트(♡)가 왔다. 가슴이 짠했다.”

-성매매 스캔들은 어떻게 종결됐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고, 그 친구한테 사과도 받았다. 어쨌든 가족과 선후배 동료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어 10년 가까운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인터뷰와 <남영동1985>를 통해 미디어·관객과 다시 친숙해졌으면 한다.”

-촬영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했나.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했다. 감독님은 내가 출국하기 전에 다 찍자면서 불가능하면 내 장면을 우선 찍겠다고 하셨다. 그럴 수 없었다. 나 때문에 다른 배우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니까, 시나리오 순서대로 찍어야 집중력과 사실성을 높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베를린에 가지 않겠다고 하자 감독님이 반대하셨다. 먼저 선택한 작품을 안하는 건, 후배의 작품에 피해를 주는 건 도의가 아니라면서.”

-출국 전에 다 찍었는지.
“다 못찍었다. 김종태에게 자백받은 게 물거품이 돼 자존심이 몹시 상한 이두한의 심경이 크게 바뀌는 장면은 귀국한 뒤에 찍었다. 처음에는 목소리 톤이 좀 높았는데 무게감이 떨어져 보여 감독님 지시대로 표정은 예전과 그리 변함없이, 감정은 격렬하게 드러냈다. 그것이 더 무서워 보였다.”

-고문하고 고문받는 장면이 끔찍하다.
“실제나 다름없는 상황이어서 고문 강도가 세질수록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매일 파김치가 되기 일쑤였고, 씻지 않고 곯아떨어지는 날이 많았다. 감독님은 더 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두 고통을 동시에 받고 있으니까 우리보다 몇 배나 더 힘들었던 거다. 감독님은 시사회 후 관객들께 꼭 말하신다. ‘여러분은 1시간50분 동안 힘들었지만 배우들은 두 달 동안 힘들었고, 실제 고문 피해자들은 평생 힘들다’고. 이 영화의 의미가 바로 거기에 있다. 끔찍한 현장을 고발, 다시는 힘든 시대를 맞지 말자는 데 있다.”

-사고 방지가 관건이었겠다.
“집단최면에 걸린 듯 결속력이 응집돼 사고 없이 마칠 수 있었다. 촬영을 오래 하다보면 긴장감이 떨어지고는 하는데 다행히 잘 유지했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에는 (명)계남이 형이 농담으로 긴장감을 덜게 해 줬다. 그나마 우리는 먹을 거 다 먹으면서 찍었는데 원상이는 안먹거나 주먹 만큼만 먹었다. 안쓰럽고 미안했지만 외면했다. 극중 인물처럼 약을 올리기도 했다. 원상이가 우리를 정말 미워하는 것 같았다.”

고춧가루물로 하는 고문, 물 고문 등은 실제로 했다. 박원상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표시를 할 때까지 했다. 전기고문은 약한 전류로 맛보기를 시도한 다음에 했다.

-시사회 때 “죄송하다”고 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눈물만 계속 났다. 객석의 울음소리,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 분들의 고문 체험담이 뒤엉켜 귓가에 웅웅거리고 가슴에 먹먹한 게 밀려왔다. 김근태님과 엔딩 크레디트에 나온 분들에게 죄송했다. 우리는 민주화 투쟁에 앞장선 분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남영동1985> 같은 영화가 또 제작되는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실제 인물이 진정 사죄했다고 보나.
“그 장면 촬영을 앞두고 좀 헷갈렸다. 진심인지 아닌지. 감독님이 이 순간만큼은 진심이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연기하면서 진심과 함께 모호성도 담았다. 실제 인물이 어디에서든 꼭 보고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빌었으면 한다. 그리고 젊은 관객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고마움을 느꼈으면 한다. 1985년생, 85학번 등 1985컨셉트 시사회 때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1985년 당시 뭐했나.
“한대 연영과 1학년이었다. 제대하고 입학했는데 데모할 때 뒤에서 돌 던지고 운동권 친구들과 막걸리 마시면서 토론을 하고는 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회색분자였다. 시대상황을 인정하지 않지만 그런 시대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투쟁에 앞장서지 않았으니까.”

<남영동1985>에 ‘전두환 정권의 개’로 등장한 이경영은 29일 개봉되는 영화 <26년>(감독 조근현)에는 전두환 응징 작전을 주도하는 인물로 나온다. <베를린>을 비롯해 <소수의견>(감독 김성제) <화이>(감독 장준환) <군도>(감독 윤종빈) 등을 통해 이제부터가 중요한, 제2의 배우 인생 초반기를 펼쳐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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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창진 2012.11.26 09: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금요이 영통 CGV에 가족들 모두 데리고 강요하다시피 해서 데려 갔습니다.
    보기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봐야하는 영화입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우리의 이웃이 이렇게 처참히 인권이 유린되는데..
    성장이라는 미명하에.. 빨갱이라는 누명을 씌워 이리도 잔인하게 했을까요..
    군부의 독재야욕에 희생된 많은 시민들의 고통을 많이 알릴 수 있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정지영 감독님과 고생하신 박원상님 그리고 그 외의
    많은 연기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런 감독님들과 연기자분들이 살아 있는 한국영화.. 정말이지 사랑합니다.

  2. 이현민 2012.11.26 1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가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보는 내내 힘들었지만
    이런 영화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3. 천사 2012.11.26 17: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작 그당시의 정권에 상황을 고려하여 생각들 해보고
    이런영화 만들시간에 그러면 민주투사는 정작 김재규다 박정희 대통령님을 죽였으니 그런영화나 만들어라
    쓸때없는것으로 사람들 혼돈하게 만들지 말고 그떄의 역사와 사회 현실을 생각 하면 만들어야지 그럼그때있던 판사나 군인들은 모두 역적인감 도대채 진실을 너무 매도해 나쁜넘들

  4. 엿머거 2012.11.27 16: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소년매매 더러운 시키 제2 영화인은 무신 발찌나차라

  5. 최장윤 2012.11.28 13: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 이두한의 휘바람소리 환청때문에
    잠을 못듭니다.
    죽이고 싶도록 미웠습니다.
    그래서 참 고맙습니다.
    만년 조연으로만 생각했던 박원상님의 연기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감독님 이경영 박원상 명계남 문성근...
    모두 고맙습니다.
    참 좋은 영화였습니다.

  6. 아나키스트 2013.01.03 05: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영동 영화는 이경영 때문에 안봤습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 2000년대의 표현의 자유가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이 희생을 했고 또 아직도 휴유증으로 시달리고 있는지 잘알고 있지요..
    하필...언제 해명했는지는 모르지만 미성년 성매매 혐의로 활동중단 했다 복귀한 이경영씨가 출연했군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면..과연 도덕적으로 잘못된 짓을 하고도 버젓이 영화에 출현해도 되는지 그게 더 어불상설 같습니다. 전 앞으로도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다 안볼 생각입니다.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이 텔레비전을 통해 최초로 공개된다. 티캐스트 계열 케이블 영화 채널 SCREEN(스크린)에서 오는 20일 밤 11시에 방영돤다.

 

케이블 영화채널 SCREEN 편성 관계자는 18일 “<부러진 화살>의 주연배우 안성기 씨가 제32회 영평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연기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것을 기념해 ‘TV최초 영화 블록‘에 <부러진 화살>을 특별 편성했다”고 밝혔다. “요즘처럼 정치·사회적 이슈가 많은 시기에 수상의 영예까지 누리게 된 작품이 SCREEN에서 TV 최초로 방영돼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케이블 영화채널 SCREEN은 매일 밤 11시 TV최초 영화 블록을 신설, 작품성이 뛰어난 최신 인기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부러진 화살>은 5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일명 ‘석궁 테러 사건’을 바탕으로 재창조한 작품이다. 정지영 감독의 세심한 연출과 탄탄한 시나리오, 배우들의 명연기 등이 어울어진 수작으로 안성기·박원상을 비롯해 김지호·나영희·김응수·이경영·문성근·김준배 등이 열연을 펼쳤다. 지난 1월 18일 개봉, 344만3533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관람하는 등 사법부에 대한 질타와 시대 비판으로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작품상과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고, 제26회 후쿠오카아시안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제21회 금계백화영화제 금계국제영화전에서 ‘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감독상’을 수상했다. 대종상 최우수작품·감독·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다. 대종상 시상식은 오는 29일 마련된다.

 

올해 영평상 심사에서 <부러진 화살>은 ‘올해의 영화 베스트10’에 이어 남우연기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베스트10에 선정된 작품은 다음과 같다. <피에타> <부러진 화살>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건축학개론> <광해, 왕이 된 남자> <도둑들> <은교> <화차> <다른 나라에서> <내 아내의 모든 것>이다. 제32회 영평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7일에 열린다.

안성기는 영평상과 인연이 깊다. <오염된 자식들>(3회) <안개마을>(4회) <투캅스>(14회) <영원한 제국>(15회) <축제>(16회) <라디오스타>(26회)로 남우연기상을 받았다. <부러진 화살>로 다시 수상, 남우연기상은 물론 전 부문에서 최다 수상자이다. 안성기에 이어 정일성 촬영감독과 이창동 감독이 각각 여섯 번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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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이 제 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다른 나라에서>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도 같은 부문에 초청받았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오른쪽)가 <다른 나라에서> 중 두 번째 안느

                 로 변신, 불륜관계인 남자(문성근)를 반갑게 맞고 있다. 

홍상수 감독은 이번 초청으로 한국영화사에 남다른 기록을 세웠다.  이번 초청은 여덟 번째이다. 이로써 홍 감독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진출한  감독 중 한 명이라는 명예를 얻게 됐다. 국내에서는 홍 감독에 이어 이창동 감독이 네 번, 신상옥·봉준호·김기덕·임상수 감독이 각 세 번 초청받았다.

 

홍 감독은 또 2009년(62회)<잘 알지도 못하면서>부터 4년 연속 초청받았다. 2010년(63회) <하하하>, 2011년(64회) <북촌방향>, 2012년(65회)<다른 나라에서>다. 4년 연속 초청받은 건 한국 감독 가운데 홍 감독이 유일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감독주간’, <하하하>와 <북촌방향>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다른 나라>는 ‘경쟁’ 부문이다.

 

 

홍 감독은 두 번째 연출작 <강원도의 힘>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입성했다. 1998년 제 51회 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 부문은 최근 1년 동안 만든 세계 영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새로운 경향을 포착한 영화들을 대상으로 하는 섹션이다.

 

한국영화는 이 부문에 이제까지 열두 번 초청받았다. 이두용 감독이 <여인잔혹사:물레야 물레야>로 1984년(37회)에 처음으로 초청받았다. 그리고 배용균·전수일 감독이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42회)과 <내 안에 우는 바람>(50회)이 초청받았다. 홍 감독의 <강원도의 힘>과 <오! 수정>이 4·5번째로 입성했다. 이어 김의석 감독의 <청풍명월>(57회), 김기덕 감독의 <활>(58회),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59회), 봉준호 감독이 레오 카락스·미셸 공드리 등과 함께 연출한 옴니버스 영화 <도쿄>(61회), 봉준호 감독의 <마더>(62회),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63회),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64회) 등이 초청받았다.

 

홍 감독의 작품이 3편으로 가장 많다. 홍 감독은 또 <강원도의 힘>으로 ‘특별언급’을 받았다. 수상작 외 특별히 언급할 만한 작품에게 주는 상의 일종이다.  <하하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한국 감독 가운데 홍 감독이 최초로 수상했다. 홍 감독에 이어 2011년 제 64회 때 김기덕 감독이 <아리랑>으로 <스톱드 온 트랙>(Stopped on track)을 초청받은 독일의 안드레아스 드레센 감독과 함께 공동 수상했다.

 

홍 감독은 또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한국 감독 가운데 최다이다. 2004년(57회)에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5년(58회) <극장전>으로, 그리고 올해 <다른 나라에서>로 ‘경쟁’ 부문에 입성했다.

 

이 부문에 초청받은 한국 감독은 여섯 명이다. 임권택 감독이 <춘향뎐>(53회)과 <취화선>(55회), 이창동 감독이 <밀양>(60회)과 <시>(63회),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57회)와 <박쥐>(62회), 임상수 감독이 <하녀>(63회)와 <돈의 맛>(65회)으로 입성했다. 이밖에 김기덕 감독이 <숨>(60회)으로 초청받았다.

 

임권택 감독이 <춘향뎐>으로 최초로 초청받았고, <취화선>으로 최초로 수상(감독상)했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와 <박쥐>로 두 번 모두 수상하는(심사위원대상·심사위원상) 기염을 토했다. 이창동 감독은 <밀양>으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고 <시>로 각본상을 받았다.

 

<다른 나라에서>는 모항의 한 펜션으로 여름 휴가를 온 세 명의 안느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세 명의 안느로 등장, 1인 3역을 펼쳤다. 유준상·윤여정·문소리·정유미·문성근이 함께했고, 권해효와 도올 김용옥 등도 출연했다.  작년 여름 부안 모항에서 약 2주간 촬영했다. 제 65회 칸국제영화제는 오는 5월 16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홍 감독이 ‘경쟁’ 부문 세 번째 진출만에 수상, 임권택·박찬욱·이창동 감독의 뒤를 이을는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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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이다. 배우로 데뷔한 뒤 장편 극영화 주연을 맡은 게, 이 작품으로 폭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게. 배우 박원상(41)이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감독 정지영)의 열혈 변호사 ‘박준’으로 각광받고 있다. 마음을 비우고 기다린 덕분에, 박원상을 버리고 박준으로 달려든 데 힘입어. 박원상의 ‘부러지지 않은 화살’.


박원상은 최근 동숭동의 한 술집에서 자신을 알아보고 다가온 낯선 50대 아주머니의 충정에 가슴이 찡했다고 했다.
“<부러진 화살> 잘 봤어요…. 술 많이 드시지 마세요. 건강 헤치면 좋은 연기 못 보게 되잖아요….”

<부러진 화살>에서 박 변호사는 자책감을 술로 잊는다. ‘장은서’ 기자(김지호)의 중재로 ‘김경호’ 교수(안성기) 사건을 맡은 뒤 술을 끊고 변론에 최선을 다한다. 기대했던 특집 방송이 불방되자 화가 나 다시 술을 찾는다. 최종 변론을 통해 사법부에 일침을 놔 극중 방청객은 물론 극장 객석에서도 박수를 받는다.


-술 마시면서 찍었나요.

“물 마셨어요. 동료들 중에서도 몇몇은 정말 술 마시고 했느냐고 묻던데 홍조 띤 낯색은 전적으로 메이크업이에요.”

-캐스팅이 확정될 때까지 마음 졸였지요.

“아뇨. 후보라는 이야기는 이은 대표(명필름)에게 들었어요. 중간중간 누구누구를 섭외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고. 확답을 못 듣는 건 정지영 감독님께 신뢰감을 주지 못한 결과라고, 당연하다고 여겼어요. 그런 중 이은 대표가 감독님과 만나자고 했을 때 ‘제가 하는 거에요? 정말?’ 하고 반문했어요. 뜻밖이었거든요.”


시나리오는 2010년 가을에 일찌감치 받았다. 그런데 캐스팅을 위한 게 아니었다. 이 대표는 박원상에게 백기완 선생의 노래에 얽힌 인생 이야기를 그린 소극 <혁명이 늪에 빠지면 예술이 앞장 서는 법이다> 구성·출연·연출을 제안하면서 <부러진 화살>이 영화로 어떨는지 의견을 달라고 했다.


-어땠는지요.

“초고였어요. 120 신(scene)이 넘는. 출연한 작품은 80여 신이에요. 법정드라마여서 선입견이 있었는데 여느 작품과 달랐어요. 술술 한 번도 쉬지 않고 읽었거든요. 법정 장면이 더 좋았어요. 더 속도가 붙고 재밌고. 다음 날 전화 드렸죠. 요대로 찍어도 좋겠다고.”

-출연 확정은 언제 됐나요.

“크랭크 인 보름 쯤 전(정 감독은 상대 배우 안성기에 맞춰 톱스타를 원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에요. 그리고 3~4월 두 달 동안 일사천리로 찍었죠. 촬영 회차가 23회밖에 안 돼요.”

-○○○은 하려고 했는데 소속사 반대하는 바람에 다른 작품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가 VIP 시사회 때 악수하면서 손에 힘을 꽉 준 건가?”

-정 감독께서 원상씨에게 ‘연기로 복수해 달라’고 하셨다는데.

“감독님이 열심히 잘 하라는 말씀을 에둘러 하신 거죠. 그 말씀에 가슴이 뭉클했어요. 감독님 처음 뵈었을 때 진심으로 감사드렸고 기대에 부응하자고 다짐했죠.”


-생존 실존 인물인데 부담스럽지 않았나요.

“시나리오상의 인물을 연기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죠. 창원 가서 굳이 만나볼 필요가 없다고 하시면서.”

-만났지요.

“한 번 뵈었어요. 어느날 불쑥 뵙고 싶어서 감독님께 말씀 드리지 않고 내려갔죠. 공판 기록도 받아오고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인연이 묘했어요. <부러진 화살>에서 박준 변호사가 앞장섰던 자동차 노조 사건을 다룬 단편 <빗방울 전주곡>(2003)에 해직 노동자로 출연했었거든요.”

-박훈 변호사에게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성격이 시원시원해 금방 친해졌어요. 이후 촬영장에 오시겠다고 전화를 몇 번 주셨는데 그때마다 당부드렸죠. 오시지 말라고. 최종 변론 장면 촬영 때에는 간곡히 말씀드렸어요. 오시면 촬영하지 않고 그냥 가버릴 거라면서.”


-법정 장면 촬영은 어땠나요.

“쉽게 갔어요. 법정 장면은 촬영 막바지에 일주일 간 몰아서 찍었는데 체력이 바닥나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게 오히려 도움이 됐죠. 여유가 있었으면 군더더기가 붙거나 자칫 오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감독님이 정리해 주셨겠지만. 감독님과 작업한 게 처음인데 군더더기 없고, 템포감 빠르고…. 많이 배웠어요.”

-첫 주연 영화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부러진 화살> 관계자, 관객 모두에게 감사드려요. 안성기 선배님, 문성근 극단 ‘차이무’의 직속 선배님, <하얀전쟁>(1992) 등을 보고 존경했던 이경영 선배 등과 대사를 주고 받은 게 믿기지 않아요. 행복한 인생입니다.”

박원상은 <부러진 화살>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영화 출연 후 이렇게 많은 글을 대하는 게 처음”이라며 “설왕설래 난상토론이 벌어지는 걸 고맙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몇 프로(%)가 사실이다 아니다 등 핵심에서 벗어난 소모적인 논쟁도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과정의 하나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진실은 덮으려고 한다고 덮어지는 게 아니다”며 “권위는 주변의 인정이 뒤따라야 진정성을 지닌다”고 역설했다.


박원상은 숭실대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고 연극반에서 활동했다. 졸업 후 연극 <운명에 관하여>의 1인 7역으로 주목받은 뒤 ‘차이무’의 <비언소> 등에 출연했고 <행복한 가족> <양덕원 이야기> 등을 연출했다. 요즘 배우와 연극 연출가로 활동한, 2008년 세상을 떠난 박광정 추모 연극 <서울노트>(2~12일, 대학로 정보소극장)에 변호사로 출연하고 있다. 그림을 상속받은 여인의 기증을 도와주는 변호사다. 이와 함께 케이블 OCN에서 오는 3월부터 방영 예정인 <히어로>에서 양동근 등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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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65)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로. 처음에는 ‘13년 만의 컴백’이었다. 이제는 ‘2012년을 여는 문제작의 감독’이다.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0분 넘게 기립박수를 받으면서, 잇단 시사회를 통해 영화적 재미와 사회적 의미를 폭넓게 인정받으면서.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을 찾아서’.


<부러진 화살>. 이른바 ‘석궁 테러 사건’을 다뤘다. 2007년 1월에 발생한,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한 대학 교수가 판사에게 석궁을 쏴 다치게 했다는 사건이다. 그 교수는 4년 만기를 채우고 출감했다. <부러진 화살>은 그의 이유 있는 법정투쟁을 영화적으로 재창조했다. 실제 사건을 통렬하게 웃음을 실어가며 재조명, 법정영화의 틀을 새로 짰다. 모든 배우·스태프가 러닝캐런티로 참여, 한국영화의 지형도 드넓혔다. 내년 1월 19일 개봉된다.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요.
“재작년 가을에 배우 문성근씨 소개로 르포 <부러진 화살>을 읽었다. 단숨에. 곧장 작가를 만나고 복역중이던 김명호 교수 면회도 가고 수차례 편지를 주고받았다. 박훈 변호사도 당연히 만났고. 박 변호사에게 받은 자료가 네 박스나 된다.”

-동의받는 데 어렵지 않았는지.
“전혀. 김명호 교수는 실화인데, 널리 알려진 사건인데 당사자 동의가 필요하냐고 하더군요. 그럼에도 동의를 받았다.”


-두 주인공 설정이 돋보입니다.

“김 교수(안성기) 못지 않게 박 변호사(박원상) 또한 만만찮은 인물이더라. ‘김 교수 혼자 극을 어떻게 끌고가게 하나’ 하는 고민이 그를 만나면서 해소됐다. 두 인물은 대조적이다. 수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법은 아름답다’고, ‘법대로 하면 된다’고 한다. ‘안 지키는 게 문제’라며. 원칙을 중시한다. 고지식하다. 반면 법을 전공한 박 변호사는 ‘법은 쓰레기’라고 한다. ‘뒷북이나 치는’. 그는 원칙이 안 통하면 불법을 행사해서라도 잘못을 바로 잡고 싶어 한다. 자칭 ‘양아치 변호사’다. 이들은 보수와 진보로 대별되지만 함께 부당한 권력에 맞선다.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을 통해 보수와 진보가 공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문제는 불통이고 해법은 소통이다.”

-시나리오 작업은 얼마나 했나요.
“1년 넘게 걸렸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여느 작품과 달리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날 때까지 외부에 일체 노출시키지 않고 수정·보완을 거듭했다. 촬영도 언론 등에 일체 알리지 않았다. 사법부에서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에.”


-실제와 픽션의 비중은.

“드라마 부분에 픽션을 조금 가미했을 뿐 거의 사실이다. 법정장면은 90% 이상이다. 더러 ‘영화잖아’라고 하시는데 기가 막히는 건 그게 불과 5년 전에 발생한 사실이라는 거다. 극중에 교수는 ‘이게 재판이냐 개판이지’라고 말한다. 기득권 논리와 집단 논리가 개판을 치고 있는 세상에 대한 항변을 상징한다.”

-호화 캐스팅인데요..

“처음에는 유명세는 떨어지지만 실력은 뛰어난 배우 중심으로 가려고 했다. 돈이 없으니까. 시나리오를 쓸 때 주인공은 문성근씨였는데 정치 일정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런데 캐스팅 디렉터가 안성기씨를 추천했다. <페어러브>라는 저예산 영화를 했다면서. 그래서 만나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소재가 껄끄러웠지만 성공한 <남부군> (1990)과 <하얀 전쟁>(1992) 사례를 들면서. 시나리오 읽고 답을 달라고 했는데 다음 날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유명 배우 위주로. 독립영화에서 저예산 상업영화가 됐다.”

-박원상씨는.

“시간이 좀 걸린 편이다. 내가 더 욕심을 내는 바람에. 훗날 원상씨에게 에둘러 사과했다. ‘연기로 복수해 달라’고. 실제로 복수해 줬다. 보란듯이. 호연을 펼친 안성기씨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고.”

-‘꼴통판사’ 문성근씨도 눈길을 끕니다.

“정말 잘해줬다. ‘유쾌한 100만 민란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으로 야당 통합을 주도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 짬을 내줬다. 정치인으로 뜻을 잘 펼치고 다시 배우로 돌아왔으면 한다.”


-저예산 상업영화라고 하셨는데요.

“안성기씨는 물론 박원상·나영희·김지호·이경영·문성근씨 등 배우와 김형구 촬영감독 등 스태프도 모두 러닝 개런티로 참여했다. 이분들 덕분에 만족할만한 완성도를 꾀할 수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시사회 때마다 호평을 받은 데 힘입어 설 개봉작으로 확정됐다.”

-연출력이 여전합니다.

“기분이 좋기는 하다. 하지만 나이 먹은 사람들은 감각이 낡고 녹슬었다는 건 편견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나를 포함해 내 세대 감독들은 영화밖에 모른다. 쉬고 있지 않다. 내놓은 영화가 없을 뿐 항상 영화에 매달려 실력을 갈고 닦고 있다. 검증받은 이들이고. 차제에 우리 세대 감독들에게 눈을 돌려주었으면 한다.”

<부러진 화살> 순제작비는 5억원.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한 달여 동안 24회 촬영을 가졌다. 찍어놓고 버린 에피소드가 하나도 없다. 정 감독은 막바지에 <부러진 화살>에 대해 “철학적 성찰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지적인 영화가 아니다”고 했다. “어처구니 없는 일, 시비가 너무나 명약관화한 문제를 던지는 영화여서 서구의 유명 국제영화제에서 쳐다보지 않을 것”이라며. “프랑스에서 100여년 전에 발생한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사법부에서 일어났다는 게 황당하고 슬프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상식이 통하려면 국민 개개인이 부당한 권력과 조직논리에 맞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지영 감독은 ‘충무로의 행동하는 양심’으로 손꼽힌다. 영화산업의 구조적 모순을 깨뜨리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고 충무로가 금기해온 소재도 과감하게 다뤘다. <부러진 화살>은 <남부군> <하얀전쟁> 등에 이어 또 하나의 정점을 보여준다. 21세기 한국에서 누구든 법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는 다음 영화 또한 주목된다. 정 감독은 <부러진 화살>처럼 다 익힌 다음에 알릴 계획이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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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엄지원과 예지원이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식을 진행한다. 두 배우는 오는 10월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통해 영화제의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이래 두 여배우가 개막식 사회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떠나 실내에서, 새로 완공된 ‘영화의 전당’에서 마련되는 개막식 사회여서 특히 주목된다. 

 엄지원이 부산국제영화제 개ㆍ폐막식 사회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차례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 레드카펫을 화려하게 장식한 엄지원은 개막식 때 오랫 동안 연예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MC 경력을 살려 노련한 진행 솜씨를 선보일 예정이다.

예지원은 지난 2008년 배우 조재현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식 사회자를 맡은 바 있다. 올해에는 개막식 사회자이자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섹션의 <달빛 길어올리기>와 미드나잇 패션 초청작 <더 킥>의 배우로서 의미를 더하며 맛깔스러운 진행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충무로 파일] 유준상ㆍ홍은희 ‘전주’ 오픈
/배장수기자 cameo@kyunghyang.com
입력: 2010년 04월 20일 19:22:57

# 유준상·홍은희 부부가 사회
유준상·홍은희 부부가 제 1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는다.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20일 “오는 29일 열한 번째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식 사회자는 배우 유준상·홍은희 부부가, 5월 7일 열리는 폐막식 사회자는 고주원·임정은이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유준상은 <텔미썸딩>으로 데뷔, <가위> <빨간 피터의 고백> <쇼쇼쇼> <나의 결혼원정기> <리턴> <로니를 찾아서> 등에 출연했다. 개봉을 앞둔, 올해 제 63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은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와 강우석 감독의 올 여름 기대작 <이끼>에도 출연했다. 안방극장에서 활약해온 홍은희는 요즘 MBC 일일드라마 <살맛납니다>로 각광받고 있다.

유준상은 2009년 전주국제영화제 화제작 <로니를 찾아서> 주연배우로 전주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유준상은 이번 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홍은희는 유준상의 적극 추천으로 선정됐다. 이들 부부는 사회공헌활동 외에는 공식적인 자리에 함께 나선 적이 거의 없어 이번 영화제 개막식 공동 사회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제 1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은 오는 29일(목) 오후 6시 30분, 전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마련될 예정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개막식 사회를 부부가 맡는 것은 유준상·홍은희가 처음이다. 폐막식에서도 없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차인표·신애라 부부가 2006년 제 11회 때 폐막식, 장준환·문소리 부부가 제 12회 때 개막식 및 폐막식 사회를 맡은 바 있다.

# 안성기·문성근, 세 영화제 1회 장식
제 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는 안성기·김민, 폐막식 사회는 문성근·방은진이 맡았다. 제 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사회는 문성근, 폐막식 사회는 안성기가 봤다. 제 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은 문성근·김연주, 폐막식은 안성기·김연주가 진행했다.

이처럼 안성기와 문성근은 세 영화제 제 1회 개막식 혹은 폐막식 사회를 번갈아가며 모두 맡는 진기록을 세웠다. 방송인 김연주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폐막식을 모두 진행했다.

세 영화제는 국내 국제영화제를 대표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여름, 부산국제영화제는 가을에 마련된다. 세 영화제 역대 개·폐막식 사회자는 아래와 같다.

전주국제영화제: 안성기·김민, 문성근·방은진(1회) 김태우·조용원, 김갑수·염정아(2회) 조재현·김규리, 예지원·윤인구(3회) 문성근·문소리, 임성민·오동진(4회) 안성기·장나라, 김호정(5회) 정진영·장신영, 공형진·윤지혜(6회) 조재현·현영, 정찬·김지우(7회), 김명민·박솔미, 이동욱·소이현(8회) 안성기·최정원, 류수영·오승현(9회) 김태우·이태란, 오만석·서영희(10회) 유준상·홍은희, 고주원·임정은(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문성근·김연주, 안성기·김연주(1회) 문성근·김윤진, 김윤진(2회) 홍은철·배유정, 김윤진·홍은철(3회), 홍은철·배유정, 장진·김태연(4회) 홍은철·배유정, 홍은철·배유정(5회) 홍은철·정은임, 홍은철·정은임(
6회) 박중훈, 김창완·배유정(7회) 김홍준, 김규리·권병준(8회) 홍윤주·이재후, 박찬민·이혜승(9회) 공형진·정지영, 김범도·최윤영(10회) 추상미·김태우, 송지효·김혜나(11회) 민규동·방은진, 최익환·서지혜(12회) 이종혁·조은지, 장항준·홍지영(13회)


부산국제영화제: 문성근·김연주, 안성기·김연주(1회) 김의성·박정숙, 박중훈·배유정(2회) 명계남·배유정, 박중훈·배유정(3회) 문성근·방은진, 안성기·배유정(4회) 방은진·오동진, 여균동·배유정(5회) 송강호·방은진, 문성근·배유정(6회) 안성기·방은진, 문성근·배유정(7회) 박중훈·방은진, 황정민·김호정(8회) 안성기·이영애, 김태우·배종옥(9회) 한석규·강수연, 안성기·장미희(10회) 안성기·문근영, 차인표·신애라(11회) 장준환·문소리, 장준환·문소리(12회) 정진영·김정은, 조재현·예지원(13회) 김윤석·장미희, 박상민·김혜선(14회).

# 배유정, 12회로 역대 최다
세 영화제에서 개·폐막식 사회를 가장 많이 본 인물은 배우이자 동시통역사인 배유정이다. 부산에서 7회, 부천에서 5회 등 모두 12회를 맡았다.

두 번째는 안성기다. 10회를 봤다. 부산에서 6번, 전주에서 3번, 부천에서 1번이다. 세 번째는 문성근이다. 부산에서 4번, 부천과 전주에서 각 2번 등 총 8회를 맡았다. 이어 방은진과 홍은철이 각 7회, 박중훈과 김태우가 각 4회, 조재현·문소리·김윤진·김연주가 각각 3회를 진행했다.

배유정은 특히 부산 폐막식 사회를 제 2회부터 제 7회까지 6회를 연달아 맡았다. 파트너는 문성근·박중훈이 각 2번, 안성기와 여균동 감독이 각 1번이다. 6 연속 사회는 역대 최다이다. 두 번째는 홍은철 아나운서로 부천에서 제 3회부터 제 6회까지 4회를 연달아 진행했다.

배유정은 개·폐막식 동시 사회 최다 기록도 김연주·홍은철 등과 함께 갖고 있다. 배유정은 부산 제 3회와 부천 제 5회, 김연주는 부산 제 1회와 부천 제 1회, 홍은철은 부천 제 5·6회 개·폐막식 사회를 모두 맡았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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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에 한 치과의 과장으로
                                출연했다. 여주인공 '윤혜진'(엄정화)의 이력서를 검토한 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강석범 감독의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2004)에 출연할 때 일이다. ‘윤혜진’(엄정화)의 이력서를 검토하는 한 치과의 과장 역을 하면서 솔직히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다. 달려온, 가고 있는 길이 서로 다른 데 따른 당연한 편차였지만 나와 엄정화의 위상 차이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앞서 나와 엄정화는 영화 <마누라 죽이기>(1994)에 함께 출연했다. 나는 영화사 상무였고, 엄정화는 극중 영화 여주인공이었다. 영화사 사장(박중훈)의 내연녀이자 감독(조형기)하고도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는 극중 속초 촬영장에서 상무에게 자신의 방을 해변이 보이는 곳으로 배정해 주지 않았다고 상무에게 항의한다. 상무는 그의 항변을 무시하는데 사장의 아내이자 기획실장인 ‘소영’(최진실)이 여주인공과 방을 바꿔준다. 이로 인해 ‘킬러’(최종원)를 고용한 사장의 마누라 죽이기 작전은 차질을 빚는다.



10년 사이에 배우로서는 물론 가수로서도 톱스타로 손꼽히는 엄정화. 만약 내가 기자를 그만두고 배우의 길로 나섰다면 엄정화와 맘먹는 위치에 올랐을까? 아니, 명계남씨 정도는 됐을까? <… 홍반장>은 촬영을 마친 며칠 뒤까지 가지 않은 길, 가시밭길이라고 여겼던 배우의 길에 대한 갖가지 상상에 빠지게 했다.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다. 출연작이 많아지면서 단역이라도 비중과 개성이 있는, 대사도 더 많은 배역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고는 했다. 심지어 조연에 대한 욕심이 일기까지 했다. 빈 말일지도 모를 주위의 권유에 흔들리고는 했다.

돌이켜 보면 주연 제의를 받은 적이 딱 한 번 있다.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가 ‘신씨네’에 재직할 때인 1992년 가을 내게 회사를 그만두고 주인공을 맡아줘야 할 영화가 있다고 했다. “어떤 영화인지는 나중에 이야기해주겠다”며 “그 때 딴소리하지 말고 꼭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영화는 오석근 감독의 <101번째 프로포즈>(1993)다. 남자 주인공은 외모가 다소 쳐지는 데에다 무능하고 수줍음을 잘 타는 성격의 소유자다. 이 역은 문성근이 맡았는데 내게 어울리는 역이었다. 당시에는 송강호ㆍ황정민ㆍ류승범ㆍ오달수 등의 배우가 없었다.



나는 고민 끝에 기자를 그만두고 주인공을 맡겠다고 했다. 김희애보다 황신혜가 낫지 않겠느냐는 제안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정완씨의 전화를 받았다. 없었던 일로 하자는. 황당한 중에 들려온 그의 말은 수긍이 갔다. 상식적으로 보나 현실적으로 보나 내가 남자 주인공을 하는 데에는 무리가 많았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영화 제작비는 지방 배급업자들의 출자금과 비디오 사전판매 금액 등으로 충당됐다. 오정완씨는 지방 배급업자들에게 영화 기획안을 설명하면서 남녀 주인공으로 나와 김희애를 거론했다.


배급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흥행에서 남녀 주인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사람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한 업자가 “기자? 배장수? 사과장수로 하지 그래”라고 했다는 말에 일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거금을 투자하는 그들의 입장이 이해가 됐다. 돈 없이 영화를 찍을 수는 없는 법. 오정완씨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한 때나마 품었던 주연의 꿈을 미련 없이 지워야 했다.


조연 후보로 거론된 적도 있다. 육상효 감독의 <아이언 팜>(2002)이다. 첫사랑을 찾아 미국에 온 남자가 치르는 해프닝을 그린 캐릭터 코미디다. 내가 후보로 올랐던 배역은 택시기사 ‘동석’. ‘아이언 팜’(차인표) ‘지니’(김윤진) ‘에드머럴’(찰리 천) 다음으로 비중 있는 인물이다.



제작진은 이 배역에 조재현ㆍ․공형진 등을 캐스팅하려 했다. 그러나 두 배우는 TV 드라마 스케줄 때문에 출연이 불가능했다. 육상효 감독은 이 때 나를 떠올렸다고 한다. 나는 육상효 감독의 단편영화 <터틀넥 스웨터>(1998)와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조감독을 맡은 임권택 감독의 <축제>(1996)에 출연한 적이 있다. <터틀넥 스웨터>에는 ‘술집 손님’으로, <축제>에는 ‘문상객’으로 나왔다.
 

                                  <축제>는 유명작가 '이준섭'(안성기)과 그의 이복조카 '용순'(오정해) 등을
                                          중심으로 상가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와 가족 간의 화합을 그렸다.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용순이 못마땅한 문상객으로 출연했다.

어쨌든 <아이언 팜>에는 출연하지 않았다. 어떤 제의도 받지 못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촬영 현장 취재를 갔을 때 조연 후보였다는 말을 들었다. 육상효 감독은 “동석 역에 캐스팅하고 싶었지만 직장을 그만 두고 오게 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제외시켰다”고 말했다. 이 역은 고 박광정이 맡았다.

 

<101번째 프로포즈>에서 주인공을,  <아이언 팜>에서 조연을 맡았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계속 배우의 길을 가고 있을까, 그런 중 과연 베드신도 해냈을까? 가지 못한 길. 이에 대한 상상의 나래는 카메오로서 누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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