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주연 10개국 합작 독립영화 제작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미쟝센단편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나를 잊지 말아요>를 장편으로 만드는 작품으로 미국 최대 예술 전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Kickstarter.com)에 등록, 제작비 모금 캠페인을 갖고 있다.

 

                

목표 모금액은 3만 달러(USD). <나를 잊지 말아요>(Remember O Goddess)는 지난 5일 모금을 시작, 20일이 지난 25일 오후 6시 현재 63%에 달하는 1만9112달러가 모금됐다. 킥스타터 프로젝트들의 평균 모금액이 1만 달러 이하인 점과 외국인이 감독하는 외국어 영화임을 고려할 때 보기 드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윤정 감독에 따르면 미국 뿐 아니라 영국·캐나다·호주·이태리·페루·스웨덴·그리스·일본, 그리고 한국 등 전세계 각국에서 후원금이 도착하고 있다. <똥파리> <무산일기> 등이 해외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한국독립영화를 알리는 데 선전하고 있지만 제작비 모금 단계에서부터 해외 관객의 지지를 얻고 있는 영화는 <나를 잊지 말아요>가 최초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크라우드(Crowd) 펀딩은 군중, 다수의 사람에게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소액을 후원받는 자금 조달 방식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강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영상화하는 <26년>(제작 영화사 청어람)이 이 방식을 도입, 26일간 모금한 뒤 오는 5월 31일까지 기간을 연장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주로 SNS, 소셜 커머스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빠르게 전달되기 때문에 언론 등에서 ‘소셜 펀딩’이라고도 불린다. 작년 연말에 미국 상원에 제출된 ‘크라우드 펀딩 법안’은 크라우드 펀딩을 ‘전문적 자본가가 아닌 개인으로부터 기부, 후원, 투자 약정을 얻어내기 위해 일반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킥스타터는 미국의 대표적인 예술 전문 펀딩 사이트다. 출범 2년 만에 올해 모금 총액이 미국국립예술기금(The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의 1년 예산(14.6억 달러)을 상회하는 15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될 만큼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예술 창작자와 대중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최고의 핫 이슈가 되고 있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이윤정 감독이 고등학교 시절 쓴 소설을 바탕으로 각색, 영상화했다. 여성 감독으로서는 특이하게 고독한 남자 주인공의 내면을 블랙유머를 곁들여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처음부터 장편영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 영화의 첫 번째 챕터가 되는 25분 분량의 단편을 먼저 완성해 지난해 미쟝센단편영화제 ‘사랑을 위한 짧은 필름’ 경쟁부문에 선정되었다. 기억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불안과 고독을 필름 느와르의 형식을 빌어 풀어낸 이 단편은 이후 LA아시안퍼시픽 영화제, 뉴욕시 국제영화제, 샌디에고 아시안 영화제 등에서 상영되어 호평을 받았다. 현재 온라인에서 공개되어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전세계 관객들의 후원이 줄을 잇고 있다. 알버트 리 엘에이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프로듀서는 <나를 잊지 말아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이윤정 감독이 전하는 ‘기억, 시간, 그리고 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묵상, 눈으로 보는 시와 같은 이 영화는 잊혀지지 않는 꿈 같은 여행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윤정 감독은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CalArts: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달콤, 살벌한 연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스크립터로 현장 경험을 쌓았다. 직접 극본을 쓰고 감독한 <오 사랑스런 처녀>, <텔레비전에, 정말 좋겠네> 등의 단편영화가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다. 연극 <클로저>, 현대무용 <침묵하라> 등의 공연에서 영상 감독으로도 활동하였다.

 

<나를 잊지 말아요> 시나리오는 십수년간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면서 한 번도 독립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었던 김정태는 “전에 해보지 못한 은밀하고 숨겨진 과거 이야기에 끌려 출연료도 받지 않고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정태는 이 영화를 촬영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바쁜 스케줄 중에 짬을 내 모금 활동을 독려하는 영상 메세지를 직접 촬영해 보내는 등 누구보다 <나를 잊지 말아요>의 장편 제작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윤정 감독이 <놈놈놈>의 스크립터로 일하며 인연을 맺은 배우 정우성도 <나를 잊지 말아요>의 시나리오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모금 활동을 응원하는 동영상 메세지를 보냈고,  김지운 감독 역시 모금 활동을 독려하는 메세지를 이윤정 감독에게 전달하는 등 충무로의 관심이 뜨겁다.

 

<나를 잊지 말아요>의 킥스타터 모금 캠페인은 한국 시각으로 5월 9일까지 계속된다. Kickstarter.com에서 Remember O Goddess를 검색하면 후원에 참여할 수 있다. 후원은 1달러 이상부터 1만 달러 이상까지 할 수 있다. 후원금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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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 되려면 ‘머나먼 다리’를 건너야 한다. 장편 극영화 데뷔작 <시체가 돌아왔다>(제작 씨네2000)로 주목받고 있는 우선호 감독(38)도 실로 멀고 먼 길을 걸어왔다.

 

 

고3 때 그의 지망 대학은 한의대였다. 수능 성적이 기대한 만큼 안 나오자 그는 부모에게 돌연 연극영화과를 가겠다고 했다. 아버지의 극력 반대에 부딪쳐 1994년 중앙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연극반(또아리) 활동을 하면서 단편영화 작업에 매달렸다. 2003년 졸업 후 영화진흥위원회 부설 한국영화아카데미(20기)에 입학, 연출 공부를 했다. 2005년 2월에 졸업했고 졸업작품으로 만든 <정말 큰 내 마이크>로 미쟝센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그로부터 약 7년이 지난 2012년 3월에야 각본·연출을 맡은 <시체가 돌아왔다>를 내놓았다. 영화감독을 떠올린 뒤 장편 극영화로 그 꿈을 이루는 데 무려 18년이 걸렸다. 영화아카데미 20기 중에 데뷔한 감독은 그가 유일하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처음부터 씨네2000에서 준비했어요. 산에 들어가 두 달 동안에 쓴 시나리오 초고가 이미 나와 있었고 (제작사에서) 마음에 들어했는데 개봉까지 7년이 걸릴 줄이야….”

물론 7년 동안 <시체가 돌아왔다>에만 전념한 건 아니다. 씨네2000에서 <거북이 달린다>(2009) <체포왕>(2011) 등을 제작하느라 <시체가 돌아왔다>를 진행할 수 없을 때에는 오리온·대한항공 등의 CF와 TV드라마 <시리즈 다세포 소녀>(2006) 40부작 중 6부작을 연출했다. 연기학원에서 연기지도를 맡기도 했고, <시체가 돌아왔다> 외 두 장편 시나리오와 저예산 로맨틱코미디 시나리오도 썼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범죄사기극이다. 우 감독이 외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불쑥 든 ‘만약 시신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을 발전시킨 작품이다. 시신이 바뀌면서 일파만파로 번지는 소동을 코미디·범죄·사기·추격 드라마로 풀었다. 시나리오 작업 당시 주·조연의 개성과 드라마의 구성을 수없이 새로 설정하고 구축했다. 원하는 것은 같지만 목적은 각기 다른 개인·기업·사체업자·국정원 등이 뒤얽힌 각축전으로 빚어냈다. 지난달 29일 개봉, 17일 현재 90만여 명이 관람했다.

“영화는 배우(캐릭터)가 살아야 해요. <시체가 돌아왔다>를 하면서 그 점을 가장 염두에 뒀어요. ‘배우를 통제하지 못 했다’는 말이 있는데 천만에요. 배우들이 충분히 놀 수 있게 마당을 펼쳐주고 그것들 중에서 선택을 하자는 방식을 택했어요. 캐릭터·이야기·상황이 맞물려 흐르면서 객석에서 자연스런 웃음이 터지도록 유념했고. 특히 코미디로 가다가 신파로 빠지는 걸 지양했어요. 어쨌거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건 제가 짊어져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우 감독은 고3 때 난데없이 연극영화과를 가겠다고 밝힌 데 대해 “핏줄”을 들었다. “중고교 시절 영화광”이었다며 “아버지가 고 고영남·이형표 감독님 연출부에서 조감독까지 했는데 데뷔를 못 했고, 그런 점 등을 고려해 극력 반대를 한 걸 훗날 알았다”고 했다. 학창시절 인상깊게 본 영화로 <시네마천국>(1988)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집시의 시간>(1989) <하얀전쟁>(1992) 등을 들었다.

 

우 감독은 대학시절 전공 공부는 뒷전이었다. 최전방 수색대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뒤에도 취직은 안중에 없었다. 연극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 <윈터 헌터> 등에 출연하고, 세 찌질이 탈옥범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스튜디오 점령 소동을 그린 창작 희곡 <드림 캐스팅>을 써 연출도 했다. 아르바이트로 마련한 캠코더로 금단 현상과 실연의 아픔을 엮은 <금연>(禁緣)을 비롯해 <메모리얼 #1> 등의 단편을 기획,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감독·편집 등을 도맡았다. 도시에서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혼자 있는 시간> 등도 만들었다. <금연>으로 삼성디지털창작제(2000)에서 3등, <메모리얼 #1>로 KBS 디지털영상제(2001)로 금상, <혼자 있는 시간>으로 SBS VJ영상제(2002)에서 4등상을 받았다.

“4학년 때 야심차게 단편을 하나 찍었는데 편집한 뒤 곧바로 태워버렸어요. 너무나 마음에 안 들어서. 그때에야 영화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있다는 걸 알고 부랴부랴 입시 준비를 해 합격했고. 연극·단편영화를 하느라 대학을 10년 만에 졸업했는데 도서관에서 3개월 공부한 게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시체가 돌아왔다> 원제는 <시체는 울지 않는다>였다. 우 감독은 “제목 교체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지만 ‘시체’를 뺀 적은 없다”고 했다. 제목이 주는 거부감이나 선입견에 대해 “영화상에 시신이 나오는 건 한 번밖에 없다”며 “개봉되면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도록 각본·연출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다음 영화로 트렌스젠더가 차력하는 이야기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제는 결혼도 하고 관객분들에게 유쾌한 에너지를 심어주는 정서적인 장르 영화를 만들겠다는 소임을 언제까지나 다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독립영화를 찍던 그 순수한 열정을 잊지 않고, 열심히 하되 미련하게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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