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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13 <범죄소년> 강이관 감독 “미혼모ㆍ범죄소년과 따뜻한 동행을…”

강이관 감독(41)은 ‘올해의 감독’ 가운데 한 명이다. 서영주·이정현 주연 영화 <범죄소년>의 각본·연출을 맡아 토론토·도쿄·부산·우디네이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았다. 도쿄에서는 심사위원특별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지난달 22일 개봉, 인권영화로는 드물게 1만 명이 넘게 본 가운데 6일부터는 온라인 상영도 시작했다. 강이관 감독과 <범죄소년> 및 ‘범죄소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범죄소년’은 14세 이상 19세 미만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자를 말한다. 이들은 형사책임을 진다. 영화 <범죄소년>은 이를테면 강이관 감독의 해피엔딩 <피에타>다. 범죄소년(서영주)에게 어느날 죽은 줄 알았던 엄마(이정현)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가짜 모자(母子)의 자살에 구하는 자비 못지않게 가진 것 없는 진짜 모자의 새로운 동행에 햇살이 가득하기를 기원하게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강이관 감독의 영화사 남원이 함께 만들었다. 강 감독은 <범죄소년>에 대해 ‘철없는 엄마와 조숙한 아들의 사랑 만들기’라고 소개했다.

 


-범죄소년 이야기를 택한 동기는.
“평소 청소년 문제, 특히 중학생에게 관심이 많았다. 청소년 문제는 상업영화로 만드는 게 힘들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연출 제안을 받고 물어보니 그간 공개된 작품 중 재소자·노인 문제를 다룬 영화가 없었다. 그래서 청소년 재소자, 범죄소년을 선택했다.”

-시나리오 작업은 얼마나 했나.
“시나리오 작업에 앞서 5개월간 국가인권위와 법무부의 도움을 받아 전국의 소년원, 보호관찰소, 청소년 쉼터 등을 찾아 자료 조사를 했다. 자료 조사 후반부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 3개월 만에 완성했다. 연출 제안을 받은 건 작년 4월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예산 문제로 늦어도 12월 중으로 촬영을 시작해야 했고 그래서 자료 조사와 시나리오 작업에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작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장편 극영화를 1년 만에 만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고, 영화사도 만들어야 했고, 연출 외 돈 문제까지 신경써야 해 여러모로 힘들었다.”

강이관 감독은 고려대 사회학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했다. 데뷔작 <사과>(2008)로 제3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제53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신인각본상을 받았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8번째 영화 <시선 너머> 중 탈북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이빨 두 개>를 연출했다.

 

-자료 조사 때 실상이 어땠는지.
“80% 이상이 가정 환경이 안 좋은 학생들이었다.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사이가 안 좋거나, 한부모 가정 아이였다. 그리고 뉴스에 나오는 어른 같은 범죄를 지은 아이들은 일부였다. 단순 절도나 폭행으로 들어온 아이들이 70%였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절도·폭행을 반복한 거다. 개인의 잘못에 앞서 구조적인 탓이 컸다. 어른들이 그들을 만들고 사회는 그들을 사회 바깥으로 밀어내고 있는 거다. <범죄소년>을 만들기로 한 출발점이 거기에 있다.”

영화 속의 법원·경찰서·유치장·보호관찰소·소년원 등은 모두 실제다. 배경으로 흐릿하게 나오는 아이들은 실제 소년원생들이다.

-중학생 아들과 30대 미혼모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한 쉼터에서 가출한 아이들이 역할극을 하면서 자기들끼리 노는 걸 봤다. 저희들끼리 엄마·아빠 역할을 하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내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때 한 소년과 젊은 엄마를 떠올렸다.”

-중학생 배우는 공모를 했다.
“우리나라에 초등학생과 고교생 배우는 많다. 중학생 때는 공부를 하느라 활동하는 이들이 적다. 배우 에이전시를 통해 적임자를 찾다가 포기하고 서울·경기 지역 중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공고도 내 공개 오디션을 봤다. 서류 심사-면접-토론회를 가졌다. 면접 때 연기력과 장기를 심사, 20명을 뽑았다. 토론회 때 역할 바꾸기와 주제 토론을 갖고 서영주(15) 등 청소년 배우들을 뽑았다.”

6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서영주는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에서 어린 김윤석 역할을 맡았다. 이에 앞서 영화 <살인의 강> <쌍화점>, TV드라마 <메이퀸> <패션왕> <계백> 등에 출연했다. <범죄소년>에 ‘지구’로 출연, 제25회 도쿄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엄마 ‘효승’ 역은 이정현이 맡았다.
“극중 엄마는 17살, 여고생 때 아이를 낳은 미혼모다. 엄마 같지 않은 엄마다. 30대 초반의,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결혼하지 않은, 연기의 폭이 넓은 배우를 찾았다.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곰상 수상작 <파란만장>(감독 박찬욱·박찬경)을 봤을 때 이정현이 인상적이었다. <꽃잎>의 소녀만큼 돋보였다. 가수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정현이면 충분히 소화해 줄 같았다. 배역이 미혼모여서 선뜻 응하지 않았는데 몇 차례 대화 이후 개런티도 받지 않고(재능 기부) 출연해 줬다. 장석용·강래원 등 배우들과 스태프들, 재능 기부로 참여해 준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지구는 실제 인물을 기초로 했나.
“인물과 드라마 모두 취재한 내용에 상상력을 덧붙인 거다. 지구의 경우 어렸을 때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본 적이 없다. 병든 외할아버지와 살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여자친구이다. 빈집 절도 사건에 휘말리고 돌봐줄 어른이 없어 소년원에 들어간다. 복역 중 외할아버지가 사망하고, 세상에서 완전히 버려졌다고 느꼈을 때 죽은 줄 알고 지낸 엄마를 만나게 된다.”

-엄마 캐릭터가 영화의 재미와 의미를 한층 더해준다.
“엄마는 조숙한 아들에 비해 다소 철 없어 보이는 인물이다. 모정은 절절한데 표정은 천진난만하다. 효승은 극중에 나오듯 17살에 놀러갔다가 덜컥 임신했다. 가출한 뒤 온갖 세파를 겪었다. 위기를 거짓말과 애교로 넘기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13년 만에 만나게 된 아들과 잘 살아보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다. 아들의 여자친구가 임신했었다는 데 분개하고 절망한다. 아들에게서 아들의 아빠를, 자신의 과거를 본 거다. 하지만 효승은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일어선다. 서로가 과거와 현재를 공유, 모자 간에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이뤄진 거다. 부동산 중개소 앞에서 얘기를 하는 효승의 미소와 햇살은 모자의 삶에 드리우는 희망을 말한다.”

-보호관찰소에서 가진 시사회 때 실제 인물들 반응은 어땠나.
“영화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찰소 관계자가 여태까지 한 시사회 중 아이들의 집중도가 가장 높았다고 하더라. 관객과의 대화 때 ‘내 상황과 맞는 부분이 많아 공감했다. 주인공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재미있게 봤다. 의미있는 영화다. 나가면 잘 살아야겠다는 교훈을 받았다…’고들 하더라. 국제영화제 관계자·관객들 평가나 개봉 이후 극장 관객들 반응도 다르지 않다.”

제작 당시 여건이 너무 안 좋아 강이관 감독은 과연 완성할 수 있을는지 걱정했다. 다 만든 다음에는 개봉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했다. 개봉한 지 2주가 지난 요즘 바람은 두 가지다. 완성하게, 개봉하게 해달라고 했던 당시보다 더 간절한 바람이다.

“좀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해요. 범죄소년과 미혼모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이라도 불식돼 그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배려심을 갖게 되었으면, 나아가 재능 기부로 참여해 주신 배우·스태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을 할 수 있으면 합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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