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B.E.D), <생생활활>(Eating, Talking, Fucking), <러브 컨셉추얼리>(Love Conceptually). 박철수 감독의 최근 영화다. 이 가운데 <베드>는 지난해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받았고 요즘 극장과 온라인에서 상영 중이다. <생생활활>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러브 컨셉추얼리>는 후반 작업을 하고 있다.

 


<베드>는 침대와 세 색깔의 사랑과 성을 그렸다. 침대를 두고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세 남녀의 엉킴과 풀림을 그들 각각의 관점과 시점에 따라 순환구조로 엮었다. 장혁진·이민아·김나미 등이 호흡을 맞췄다. <생생활활>은 사람들의 일상과 성을 21개 장에 담았다. 오인혜가 간호장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꽃제비, 기자 및 작가, 보신탕집 아낙, 게이샤, 폭력 여고생, 여대생, TV토론 진행자, 갓 결혼한 신부, 간통녀 등의 캐릭터를 소화했다. <러브 컨셉추얼리>는 30대 이혼녀와 10대 고교생을 중심으로 사랑과 욕망의 실체, 그것의 같음과 다름에 대해 풀었다. 진혜경·김도성 등이 함께했다.


-성(性)이 최근 세 작품의 공통된 소재다.
“일상 다시 보기, 들여다 보기는 내 영화의 오랜 지향점이다. 성은 인간의 일상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은 성에 대한 콤플렉스와 판타지를 갖고 있다. 이것은 삶의 영원한 화두로 자리한다. 섹스와 섹스 사이콜로지(심리학)는 영화의 영원한 소재이자 주제다. <베드>에서 남자는 침대를 사랑의 개념에, 한 여자는 욕망의 선상에 놓고 있다. 다른 여자는 휴식의 수단으로 보고. <베드>는 그 삶의 각기 다른 이미지를 담았다. 본질적으로 섹스 영화가 아닌데, 성행위가 영화의 메인이 아닌데…. 에로로 보든 예술로 보든 영화는 관객 저마다의 평가로 남을 것이다.”

-모두 신인을 캐스팅하고, 적은 예산으로 완성했다.
“내 영화는 ‘3무영화’다. 세 가지가 없다. 스타, 거대 자본, 스토리 텔링이다. 스타·자본 권력에 휘둘리지 않은, 여느 드라마적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작업 과정을 통해 완성한 영화다. 감독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고, 관객은 그런 작품을 즐길 권리가 있다.”

 

-평균 제작비와 촬영 기간은.
“제작비는 편당 1억5000만원 안팎이고, 촬영 기간은 보름 내외이다. 제작비는 더 줄일 수 있다. 김기덕·홍상수 감독 영화처럼 스타 배우의 참여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부단히 자기 영화의 색깔과 방식을 지켜가는 그들이 고맙다. 예전에는 내가 그들의 롤모델이었는데 요즘은 그들이 나의 롤모델이다.”

박철수 감독은 ‘충무로의 게릴라’였다. <어미>(1985), <안개기둥>(1986), <접시꽃 당신>(1988), <오늘 여자>(1989) 등으로 주목받은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자본과 스타에 의존하는 ‘할리우드적 충무로 방식’에서 벗어나 ‘감독이 창작의 주체가 되는 영화 만들기’에 앞장섰다. 저예산으로 10~20일 만에 창작성이 돋보이는 영화를 속속 완성, 국내외에서 각광받았다. 베를린·선댄스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고 미국 등 세계 시장에 배급된 <301 302>(1995), <학생부군신위>(1996), <산부인과>(1997), <녹색의자>(2003) 등이 대표작이다.

-저예산 독립영화 제작방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자본·스타에 끌려가는 영화에 흥미를 못 느낀다. 영화의 백미는 창작성에 있다. 그래야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그것에 재미를 느낀다. 스타를 기용한 거대 자본의 영화는 창작성을 발휘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특히 도발·실험을 감행할 수 없다. 실패하면 피해가 크니까. 반대로 저예산 독립영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영화 발전은 사실 이런 도전을 통해 가능하다. 거대 자본이나 스타 시스템에 구속되지 않는 창작을 통해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처음에는 콧방귀를 뀌던 할리우드가 선댄스를 주목하는 이유다. 국내 메이저에서 미쟝센단편영화제 수상자 등을 예의주시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녹색의자> 이전처럼 소재가 다양하지 않다. 성에 국한돼 있다.
“인정한다. 아직 성에 대한 판타지가 덜 깨졌기 때문이다. 인디(독립)영화가 IPTV·온라인 등의 새로운 미디어 산업과 접목하는 과정에 자의반 타의반 섹스 코드를 선정적·자극적으로 활용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 관객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소화 매체 또한 더 많아지면서 소재와 주제의 다양성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인디영화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절실하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데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어떤 선에서 풀어내느냐가 관건인데 인디 문화를 육성해야 대중문화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을 놓고 실질적 정책이 입안·시행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는 것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만큼, 환경과 여건 탓만 할 수 없는 만큼, ‘영화=필름=스크린’이라는 질서 외에 ‘영화=디지털=TV·온라인’이라는 또 하나의 길을 역동적으로 개척했으면 한다. 새 미디어를 잘 활용하면 인디가 살 수 있다. 수입이 만만찮다. 더 활성화될 것이다. 그럴 수 있도록 정책 입안 또한 필요하다.”

-여전히 작품 활동이 왕성하다.
“한국에서는 퇴물 취급을 받지만 미국에 가면 젊은 감독에 속한다. 미국 프로듀서들은 ‘이제부터가 영화를 본격적으로 만들 시기’라고 한다. 미국 활동도 병행하려고 한다. 좋은 영화는 큰 돈과 큰 배우와 고난도 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단히 일상과 영화의 접목을 시도하려고 한다. 한국에서 감독이 40대 이후에 생산 주체에서 도태되는 건 문화 소비층의 소비행태와 관련이 깊다. 20대 장르 영화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증가하는 50~70대를 염두에 두는 동년배 감독들의 작품 활동이 활기를 띠었으면 한다.”

박철수 감독은 60대 현역이다.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 60대 이상 가운데 근래에 작품을 내놓은 이는 박철수·정지영 감독 등에 지나지 않는다.

 


<메데이아>(Medeia), <아버지의 모든 것>(가제), <스시바 인 LA>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 박 감독의 다음 영화다. <메데이아>는 성폭행 피해 여성의 복수를 그린다. 박철수 감독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악녀 메데이아 콤플렉스를 소재로 한 아름다운 살해극”이라고 소개했다. <아버지의 모든 것>은 한 여인과 그의 늙은 전 남편, 젊은 현 남편의 기묘한 동거를 통해 가족의 해체와 봉합·복원을 다룬다. 박 감독은 “각자의 삶을 반추, 화해와 용서가 가능한지 물을 것”이라고 했다.

또 <스시바 인 LA>는 다양한 인종의 식생활과 일상에 주목한다. 박 감독은 “<301 302> 때부터 구상했던 작품”이라며 “사람의 본능과 본질을 조명해보겠다”고 했다.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는 남북분단과 동북아 문제에 접근한다. 박 감독은 “탈북보다 탈남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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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만대 감독(42)은 ‘에로영화 거장’ 혹은 ‘작가주의 에로감독’으로 손꼽힌다. <이천년> <연어> <아파바> <딴따라> 등 열다섯 편의 에로 비디오로 각광받은 뒤 극장 개봉작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2003)을 선보였다. 이어 공포영화 <신데렐라>(2006), 케이블TV 드라마 <동상이몽>(2005) <TV방자전>(2011) 등을 만들었다. 12일 ‘에로틱 불량 코미디’라고 명명한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를 내놓는다.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이하 맛섹사)에서 두 남녀는 둘만의 공간에서 서로의 몸을 탐닉한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이하 섹거비)에서 두 남녀는 카메라 앞에서 몸을 섞는다. ‘리허설이니까 살살하자’고 하고, 카메라를 든 감독의 ‘실제로 해보라’는 주문에 응하기도 한다. <맛섹사>의 베드신은 에로티시즘, <섹거비>의 정사신은 포르노그라피에 가깝다.

■“베드신 포인트는 배우와 관객의 정서 공유”
‘내숭떠는 대한민국 선남선녀를 향한 뻔뻔하고 발칙한 알몸 연애담’. <맛섹사>의 헤드카피다. 봉만대 감독은 <맛섹사> 연출 당시 데뷔작이 아니라 열여섯 번째 영화라고 했다. 전작의 연출 경험과 노하우, 자부심을 살려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양지로 도약하려고 했다. 그 과정은 지난했다. 2002년 봄부터 준비, 가을에 촬영에 들어갔지만 이듬해 초여름에야 개봉할 수 있었다.

시작은 좋았다. 제작비 예산이 8억원. 1000~2000만원으로 4박 5일 동안 90분짜리 한 편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됐다. 오디션을 통해 뽑은 배우들도 흡족했다. 노출과 체위에 대한 이해와 공감, 열정과 연기력이 돋보였다. 옷은 잘 벗지만 연기가 안 되는 예전 배우들이 아니었다.

 

그런데 에로 비디오와 극장용 상업영화는 달랐다. 100m 단거리와 42.195㎞ 마라톤의 차이처럼 그 간극은 현격했다. 비디오는 약속한 기일에 맞추는 게 우선, 현장 여건에 따라 촬영하는 게 자유로웠다. 반면 상업영화는 시나리오대로 완성도를 담보해내야 했다. 예전에는 대여섯 명을 이끌고 혼자 내달리면 됐지만 이번에는 50여명의 출연·제작진과 호흡을 맞춰가는 게 중요했다.

이 와중에 제작사의 투자 유치가 차질을 빚어지면서 촬영이 중단되고 말았다. 제작자가 백방으로 뛰는 동안 봉 감독은 출연·제작진 회의를 계속 가졌다. 하나 둘 불참하면서 나중에는 한 명도 오지 않게 되자 봉 감독은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했다. 남은 촬영을 최소화해 영화를 완성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했다. 여관방에서 혼자 골몰하면서 너무나 외로워 메모지에다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을 끄적이기도 했다.

중단 기간이 3개월을 넘기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촬영감독 등이 <맛섹사> 이후에 하기로 한 작품 때문에 현장을 떠나야 했다. 광고를 하던 시절에 만나 의기투합했던 그들을 위해 봉 감독은 돌아올 때까지 자리를 비워두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봉 감독은 촬영이 재개된 뒤 직접 카메라를 잡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 개봉을 앞두었을 때에는 제목에서 ‘섹스’를 빼야 하는 문제에 시달렸다. 포스터 문구도 ‘유해광고선전물’이라는 이유로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에서 반려됐다. 네티즌 참여 홍보 이벤트를 펼칠 때에는 <맛있는 XY, 그리고 사랑>으로 바꾸는 소동을 빚었다. 시내에 붙인 포스터가 찢기고 지하철역에 붙인 건 시민들 항의로 떼어야 하는 일이 잇따랐다.

 

<맛섹사>는 2003년 6월 27일 개봉, ‘극장 에로영화의 새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전국에서 22만3000명(한국영화연감 기준)이 관람하는 데 그쳤지만 요즘도 수익을 내고 있다. 봉 감독은 개봉한 지 1년이 지난 뒤에 한 포장마차에서 여섯 번을 봤다는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며 요즘도 잘 봤다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말로 하는 사랑보다 몸으로 느끼는 사랑이 더 솔직하죠. 에로영화는 섹스로 눈길을 끌면서 스토리로 공감을 얻어야 해요. 섹스신도 정서를 자아내지 못하면 죽은 장면이에요. 섹스하는 사람의 정서를 보는 사람들이 공유해야 살아있는 장면이 돼요. 에로와 애로의 조화를 꾀하는 게 관건이죠.”


■“남녀가 손잡고 볼 수 있는 에로영화 만들겠다”
봉 감독은 배우 지망생이었다. 열여덟 살 때 진주 개천예술제에서 <방황하는 별들>로 연기상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배우를 포기한 뒤에는 연출부에서 활동했다. <돌아온 손오공> <영웅 후레쉬> <휘파람 부는 여자> <언더 그라운드> 등에서 조감독을 맡았다.

 

감독 데뷔는 1999년 한·일 합작 에로 비디오 <테크니컬 파울>(일본 제목, 도쿄 섹스피아)로 했다. <이천년> <연어> <아파바> <모모> <스파링 파트너> <귀공녀> <딴따라> <터치> <디지털 비디오> 등을 연출, 선풍을 일으켰다. 이름만 보고 선택하게 하는, 영화과 학생들이 찾는 감독으로 주목받으면서 팬카페 ‘애로(愛路) 감독 마니아존’도 만들여졌다.

봉 감독은 여느 감독과 달리 별다른 내용 없이 성애 장면이 이어지는 에로영화를 지양했다. 과감한 노출과 다양한 체위를 보여주는 데 연연하지 않았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감각적 영상을 지향했다. 드라마 구성에 역점을 두면서 베드신은 양보다 질로 승부했다. 다른 위치·앵글에서 네 대의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한 화면으로 구성하는 등 파격을 마다하지 않았다.

<맛섹사> 연출 당시 봉 감독은 배우들과 교감을 나누는 걸 우선했다. 베드신의 경우 직접 남녀 배우를 상대로 시연을 했고, 배우끼리 합을 맞춰 연습하도록 했다. 그런 뒤에도 배우들이 마음과 몸으로 베드신을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렸다. 낮 장면은 낮에, 밤 장면은 밤에 찍었다. 극중 인물이 처음 하는 섹스는 촬영 초반에, 익숙해진 다음에 하는 섹스는 후반에 찍었다. 러브신은 몰아서 촬영했다. 배우들이 벗는 데 따른 번거로움, 부담감 등을 덜어주었다.

 


봉 감독은 <섹거비>에서도 이 원칙을 고수했다. <섹거비>는 포르노 유통 1번지였던 1990년대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포르노 테이프 유통이 자주국방·부국강병을 위한 핵개발 비자금 마련의 일환이라는 소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무생이 에로영화 감독, 슈퍼모델 출신 티나와 심재균이 에로배우, 고수희가 유통업자, 이무영이 신분을 감추고 우동집을 하면서 비자금을 모으는 인물, 배한성이 안기부 팀장으로 출연했다. 극중 30%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스마트폰의 장점을 활용, 실험성을 꾀하면서 사실감을 높였다. 영화진흥위원회 심의에서 예술영화로 인정받았다.

봉 감독은 배우 복이 많다고 했다. 감독으로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배우들 덕분이라고 했다. 자신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세월이 흐른 뒤에 에로 이미지에 다시 엮이는 게 싫다면서 이전 영화의 배우들 이름을 사석에서도 거론하지 않는다고 했다.

“저는 ‘주말의 명화’ 세대에요. 에로영화가 아니라 에로명화를 만들고 싶어요. 솔직한 영화가 좋아요. 남자랑 여자랑 손잡고 볼 수 있는 솔직한 에로영화를 보고 싶어요. 보고 싶어서 만드는 거에요. 제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진정한 에로영화를 만들겠다는 제가 좋아요.”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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