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42)은 연극배우로 데뷔, 영화배우로 각광받고 있다. <박봉곤 가출사건>(1996)의 단역으로 영화에 입문, <킬러들의 수다>(2001) 등을 거쳐 <아는 여자>(2004)부터 주연배우로 자리잡았다. <실미도>(2003)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웰컴 투 동막골>(2005)과 <나의 결혼원정기>(2005)로 디렉터스 컷 올해의 남자연기상, <바르게 살자>(2007)로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 남자배우상, <김씨 표류기>(2009)로 황금촬영상 남우주연상, <이끼>(2010)로 청룡영화상·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요즘 <내가 살인범이다>로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제목 미정) 촬영을 마쳤다. 다음 작품은 <AM 11:00> <방황하는 칼날> 등이다.


 

 
■‘지현’에서 ‘재영’으로
<내가 살인범이다>의 주인공 ‘최형구’는 한국영화에서 전례가 없는 형사다. 깡패 같은 형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략적인 형사다. 그 지략이 상상을 초월한다. 공소시효가 끝나가는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구사한다.

 

지난달 <내가 살인범이다> 제작보고회와 기자시사회를 마친 뒤에 각본·연출을 맡은 정병길 감독은 최형구 역에 정재영을 놓고 썼다고, 캐스팅에 성공한 뒤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정재영은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송강호), <공공의 적>의 ‘강철중’(설경구), <거북이 달린다>의 ‘조필성’(김윤석) 등을 아우르는 형사 캐릭터로 스크린을 감칠맛 나게 수놓았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정재영의 30번째 장편 영화다. 최형구는 그의 배우 인생에서 특별한 인물이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맡은 본격 형사다. <이끼>에서 젊었을 때 잠시 형사였던 인물로, <바르게 살자>에서 은행강도를 가장한 순경이었던 그는 선량한 역보다 불량한 역을 많이 했다.

 

데뷔도 나쁜 남자로 했다. 1996년 <박봉곤 가출사건>(감독 김태균)에 ‘불량배’로 출연했다. ‘박봉곤’(심혜진)에게 기웃거리는 동네 건달이다. 1996년 <산부인과>(감독 박철수)에 의사 ‘정연’(황신혜)의 환자 남편, 1997년 <초록물고기>(감독 이창동)에 가수 ‘미애’(심혜진)가 출연하는 카바레에 술에 취한 ‘손님’으로 등장했다.

<박봉곤 가출사건>에는 황규덕 감독의 소개로 출연했다. 황 감독은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1990)에서 만났다. 이 영화에는 고교시절 연극반 지도교사의 소개로 출연했다. 엔드 크레디트에 ‘청소년 연기자’로 나온다. 본명(정지현)으로. <초록물고기>는 촬영 하루 전 날 연락을 받았다. 현장에서 본인이 나오는 장면만 기록된 이른바 ‘쪽대본’을 받았다. 정재영은 “옆모습만 조금 나온다”면서 “<박봉곤 가출사건> <산부인과> 때와 마찬가지로 카메라에 주인공이랑 함께 잡혀 잘리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박봉곤 가출사건>의 정재영(가운데). 박봉곤(심혜진)에게 추근대는 동네 불량배로 나왔다.

 

<초록물고기> 이후 1998년 <기막힌 사내들>(감독 장진)과 <조용한 가족>(감독 김지운), 1999년 <간첩 리철진>(감독 장진),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감독 류승완), <극단적 하루>(감독 장진), <공포택시>(감독 허승준) 등에 출연했다. <기막힌 사내들>에 ‘낯익은 기사’, <조용한 가족>에 ‘제비’, <간첩 리철진>에 ‘잔머리 택시강도’, 우정 출연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는 ‘성빈’(박성빈)의 형으로 등장했다.

 


정재영은 “당시에 오디션을 본 작품이 20편쯤 되는 것 같다”며 “한 편도 붙은 게 없다”고 털어놨다. “<삼인조>(감독 박찬욱)의 경우 ‘연기는 좋은데 이미지가 평범하다. 단역은 개성있게 생겨야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하도 떨어져 오디션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다”고 덧붙였다.


 

예명(정재영)은 <극단적 하루>부터 사용했다. <극단적 하루>에서는 청부 살인자의 매니저를 맡았다. 의뢰인들에게 ‘사다리 타기’로 살해 방법을 고르게 하는 인물이다. <공포택시>에는 여러 택시 기사 가운데 ‘논스탑’으로 출연했다. 정재영은 예명에 대해 “장모님이 사위 하는 일이 잘 되라는 바람을 담아 스님에게서 받아온 이름”이라고 했다. 2001년 신현준·신하균·원빈과 함께 공동주연을 맡은 <킬러들의 수다>(감독 장진)에 정재영은 사격의 불사신 ‘재영’으로 출연했다.

 

■“왜 이렇게 운이 없지?”
정재영은 고교시절 운동을 좋아했다. 3년 내내 복싱을 했고 야구·농구·축구 등 모든 운동을 좋아했다. 기자나 방송 프로듀서를 꿈꿨다. “선생님의 꼬임에 넘어가 연극반에서 활동했다”는 정재영은 처음으로 출연한 <봄날>로 동랑청소년연극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받는 등 연기력을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1992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 황정민·류승룡·임원희·신동엽·안재욱·최성국·최덕문 등과 함께 수학했다. 한 해 선배가 장진 감독. 졸업 후 장진 감독의 ‘문화창작집단 수다’에서 활동, 연극 <허탕> <박수칠 때 떠나라> <매직타임> 등에 출연했다. 안내상·이문식 등과 함께 <라이어> 초연 무대를 장식하기도 했다.

 

정재영은 연극을 하면서 충무로를 잇따라 두드렸지만 외면받기 일쑤였다. 정재영은 당시 조급했고 ‘왜 이렇게 운이 없지?’라고 불평도 많이 했다. 정재영은 “어느날 어머니가 ‘운이라는 것은 길을 열심히 가다보면 저절로 와서 탁 붙는 거다’라고 한 말이 가슴에 확 와닿았다”며 “그때부터 조급해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영화 오디션마다 떨어져 빈둥거리던 20대 중반, 그는 자작 모노드라마를 즐겨 찍었다. 비디오카메라를 구입해 방 안 맞은 편에 켜놓곤 혼자서 연기수업을 했다. 한 캐릭터로 연기를 하다가 카메라 밖으로 숨고, 다른 캐릭터로 들어와 마구 주절거리고는 했다. 그 테이프 분량이 엄청났다. 정재영은 “결혼하기 전에 완전 폐기했다”며 “애드립은 그때 꽤 연구한 것 같다”고 기억했다. “내가 아는 한 정재영은 리액션이 최고로 좋은 배우”(감독 장진)라고 했듯 그의 장기로 손꼽히는 리액션도 그때 연마했다.


 

 

정재영의 출세작은 <아는 여자>(2004)다. 오진으로 암 선고를 받은 야구선수 ‘동치성’으로 출연해 이나영 등과 호흡을 맞췄다. <거룩한 계보>(2006)에도 호남 지방을 주름 잡는 조폭 ‘동치성’으로 등장, 정준호·류승룡 등과 함께했다. 정재영은 “<웰컴 투 동막골>에서도 이름이 처음에는 ‘동치성’이었다”며 “장 감독에게 바꿔달라고 해 ‘리수화’가 됐다”고 밝혔다.

정재영은 5년여 단역 생활을 거쳐 스타덤에 올랐다. 정재영은 “아내에게 서른다섯 살까지 해보고 안되면 포기하겠다 했다”면서 “하지만 실제로 그만 둘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주변에서 조금씩 배우로 보기 시작하는, 배우로 인정하는 것 같은 시선을 느낄 때 희망을 봤다”고 했다. “예전에는 ‘한 작품이라도 더 해야 되는데’ 였다면 지금은 ‘더 후퇴하면 안 되는데’로 고민이 바뀌었다”고 했다. “어떤 일이든 하다 보면 질리게 마련인데 ‘내가 처음에 이 일을 왜 했는지’를 떠올리고 ‘이게 나의 운명’이라는 마음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실미도>(1108만1000명) <웰컴 투 동막골>(800만8622명) <강철중 : 공공의 적 1-1>(430만670명) <신기전>(372만6134명) <이끼>(335만3897명) <킬러들의 수다>(225만4206명) <바르게 살자>(219만250명)…. 정재영의 흥행작이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지난 8일 개봉, 26일 현재 215만8431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관람,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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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과 티켓파워, 송강호(44)는 이 둘을 모두 겸비한 배우로 손꼽힌다. 연기력은 두말 할 나위 없고 티켓파워 또한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송강호의 영화 데뷔작은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 주인공 3류 소설가 ‘효섭’(김의성)의 친구 ‘동석’으로 출연했다. 극단 ‘연우무대’에서 인연을 맺은 김의성의 추천으로.

이후 <초록물고기>(1997) <넘버3>(1997) <나쁜 영화>(1997) <조용한 가족>(1998) 등을 거쳐 주연배우로 활약했다. <쉬리>(1999)부터 <푸른소금>(2011)까지 15편에서 주연을 맡았다.


주연작 15편을 통해 송강호는 한국영화 흥행을 주도했다. 15편 가운데 9편(60%)이 각 연도별 한국영화 흥행 베스트 10에 올랐다. <쉬리> <공동경비구역JSA>(2000)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등 5편이 1위, <반칙왕>(2000)과 <의형제>(2010)가 2위, <YMCA야구단>(2002)과 <효자동 이발사>(2004)가 10위에 올랐다.

베스트 10에는 들지 못했지만 <박쥐>(2009) <밀양>(2007) <우아한 세계>(2007) <남극일기>(2005) <복수는 나의 것>(2002) 등의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박쥐>는 221만2246명(전국 관객 수·한국영화연감 기준), <밀양>은 171만364명, <우아한 세계>는 102만5781명, <남극일기>는 105만7311명, <복수는 나의 것>은 16만2517명(서울 관객 수·한국영화연감 기준)이 관람했다.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살인의 추억> <괴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1위작 5편은 외국영화를 포함한 전체 1위이기도 하다. <반칙왕>과 <의형제>는 4위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1301만9740명)은 한국영화 역대 1위(9월 9일 현재)를 5년째 고수하고 있다.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668만5988명)이 14위, 강제규 감독의 <쉬리>(620만9893명)가 16위,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JSA>(583만228명)가 20위, 장훈 감독의 <의형제>(541만9450명)가 22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525만5376명)이 25위에 올라 있다. 이밖에 박찬욱 감독의 <박쥐>(221만2246명)가 100위에 랭크돼 있다.

송강호는 유명 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영화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 데에도 기여했다. 주연작 15편 중 이른바 3대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작품이 7편(약 47%)이다. <괴물>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이상 칸국제영화제) <공동경비구역JSA> <반칙왕> <복수는 나의 것>(이상 베를린국제영화제) 등이다.

이 가운데 이창동 감독의 <밀양>과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칸국제영화제,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JSA>는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밀양>은 여우주연상(전도연), <박쥐>는 심사위원대상(박찬욱)을 수상했다. <괴물>은 ‘감독주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비경쟁’, <반칙왕>과 <복수는 나의 것>은 ‘포럼’ 부문에서 소개됐다.

송강호는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넘버3>(감독 송능한)로 대종상 신인남우상,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자연기상을 필두로 남우주연상을 11번 받았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대종상(공동경비구역JSA), 대종상·이천춘사대상영화제·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대한민국 영화대상(살인의 추억), 청룡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우아한 세계), 대한민국 영화대상(밀양), 이천춘사대상영화제(박쥐) 등이다.

그런데 송강호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티켓파워 부문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상영중인 <푸른소금>이 2주차 주말을 앞둔 9일 현재 47만8084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관람, 비상등이 깜박거리고 있다.

<푸른소금>(감독 이현승)에서 송강호는 조폭 두목이었던 중년의 ‘두헌’. 그는 새 삶을 찾기 위해 요리학원에 다닌다. 이곳에서 20대 초반의 ‘세빈’(신세경)을 만난다. 세빈은 누군가에게 고용돼 두헌을 감시한다. 두헌은 이를 알면서도 세빈에게 각별히 대한다. 딸처럼, 친구처럼, 연인처럼.

송강호는 이처럼 애매한, 같아 보이지만 다른 두헌의 외면과 내면을 설득력 있게 펼쳐보인다.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털어내고, 본인이 “파격”이라고 할 정도로 유머러스한 면면을 걷어내고 따뜻한 인간미와 냉철한 카리스마를 넘나든다. 명배우 송강호답게. “아저씨…미안” “괘찮아, 너라면” ‘아름답고 슬픈 저격’ <푸른소금>이, 송강호의 변신과 도전이 앞으로 얼마나 주목받을는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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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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