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32)은 1996년 여고 1학년일 때 영화 <꽃잎>(감독 장선우)으로 데뷔했다.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 <루트7> <침향> <하피> 등에 출연했고 국내외에서 가수로 더 각광받았다.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서 금곰상을 받은 <파란만장>(감독 박찬욱·박찬경)을 선보인 데 이어 오는 22일 개봉되는 <범죄소년>(감독 강이관)에서 이른바 ‘문제적 엄마’로 열연을 펼쳤다.

 


■ <꽃잎>, 그리고 <범죄소년>
1980년 2월 7일에 태어난 이정현은 숫자 16과 인연이 깊다. <꽃잎>은 16살에 출연한 데뷔작이다. 이정현이 태어난 해, 16년 전 5월에 일어난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다. <범죄소년>은 <꽃잎>이 개봉된 지 16년 만에 선보이는 새 영화다. ‘효승’(이정현)은 ‘범죄소년’(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범)이 된 아들을 16살에 가졌다.

비정상인 소녀, 엄마 같지 않은 엄마. 이정현이 <꽃잎>과 <범죄소년>에서 맡은 인물이다.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때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친 충격과 죄책감으로 정상에서 벗어난 소녀는 30대 공사장 인부 ‘장’(문성근)을 무작정 따라가 동거한다. 여고생 때 덜컥 임신, 아들을 낳은 효승은 13년 만에 소년원에서 처음으로 대면한 아들(서영주)과 새 삶을 영위한다. 두 삶 모두 순탄하지 않다.

<꽃잎>은 격변기를 맞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삶을 조명했다. <범죄소년>은 ‘범죄소년’과 미혼모의 팍팍한 삶을 풀어냈다. <꽃잎>은 서울에서 21만3979명이 관람, <투캅스2> <은행나무침대>에 이어 1996년 한국영화 흥행 3위를 차지했다. 이정현은 대종상·청룡영화상·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제작한 <범죄소년>은 부산·토론토·도쿄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았다. 도쿄에서 심사위원특별상과 최우수남우연기상을 받았다.

 

이정현은 <꽃잎>에 무려 3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다. 마지막 3차 관문에서 펑펑 우는 연기를 해 여주인공을 따냈다. 이정현은 신문에 실린 여주인공 공모기사를 읽은 한 선생님의 권유로 응모했다. 수학여행 장기자랑 시간에 이정현이 서태지의 ‘교실이데아’와 룰라의 ‘비밀은 없어’ ‘프로와 아마추어’ 등을 춤추면서 열창, 친구들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게 추천받은 계기가 됐다.

당시 이정현은 친구들 사이에 영웅이나 다름없었다. 선물과 편지를 보내는 친구들이 잇따랐고, 팬클럽까지 결성됐다. TV 드라마는 물론 잡지·CF 등에도 출연한 경험이 없는 생짜 신인으로 소녀 역을 소화, <꽃잎>이 개봉된 뒤에는 ‘연기 천재 소녀’로 손꼽혔다.

<범죄소년>은 제안을 받았다. 이정현은 배역이 엄마라는 데 의아했다. ‘내가 벌써 엄마를?’ 이 의문은 시나리오를 읽은 뒤에 풀렸다. 엄마처럼 보이지 않는 엄마였다. 또래를 임신시킨,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범죄소년과 이 소년을 여고생 때 낳은 미혼모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작품성은 마음에 와닿았다. 그러나 공포영화 <하피>(2000) 이후 처음으로 하는 장편 영화에서 미혼모를 맡는 게 내키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은 지 사흘쯤 뒤에 전화를 해 하지 않겠다고 했다.

강이관 감독은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자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이정현은 강 감독을 만나기 전에 그의 데뷔작, 문소리·김태우·이선균 주연 <사과>(2008)를 봤다. 강 감독의 연출력에 믿음을 가진 뒤에 만나 대화를 나눈 끝에 출연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범죄소년>의 기획·제작 의도에 공감, 출연료를 받지 않고(재능 기부) 참여했다. 한 차례 중국 공연 외 해외의 모든 콘서트를 취소하거나 미뤘다. <범죄소년>에만 전념했다. “이정현의 재발견”(감독 이현승) “폭발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연기가 놀랍다. 영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어머니상”(토론토국제영화제) 등의 찬사를 받았다. 

■ 비정상 소녀, 문제적 엄마
5자매의 막내로 태어난 초등학생 때 기계체조·발레·한국무용을 익혔다. 중학생 때에는 배우가 되려고 했다. 갖가지 남의 인생을 펼쳐내는 게 재미있고 폭넓은 인간 관계와 사회 생활로 풍성하고 값진 삶을 누리고 싶었다.

뤽 베송 감독의 <레옹>(1994)을 즐겨 봤다. ‘레옹’(장 르노)과 ‘마틸다’(나탈리 포트먼)의 순수한 사랑이 감동적이었고, 마틸다가 레옹 앞에서 갖가지 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는 장면이 좋아 종종 따라하고는 했다.

 

<꽃잎>에는 이와 유사한 장면이 있다. 소녀는 김추자의 ‘꽃잎’을 즐겨 부른다. 이정현은 이를 위해 공연 장면이 담긴 테이프를 구해 김추자의 춤과 노래를 연습했다. 소녀가 술에 취해 등장하는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술을 마시고 취한 상황을 반복 연습한 뒤에 촬영에 응했다.

광주 일원에서 방황하던 소녀가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장면을 찍을 때에는 제작진에게 수영을 못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웅덩이로 뛰어들었다. 소녀가 웅덩이에서 빠져나오려고 바둥거리는 모습은 제작진의 기대 이상이었다. 장 감독은 흡족한 표정으로 ‘오케이’(O.K.)를 외쳤다. 그런데 이정현은 멈추지 않았다. 뒤늦게 실제 상황임을 깨달은 제작진이 뛰어든 덕분에 구조되었다.

<꽃잎>에서 이정현은 전라 노출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정현은 당시 “영화는 예술이고 그 예술의 한 장면이니까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배우로서 당연하다”고 했다.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가 아닌 만큼 작품이 필요로 하는 대로 연기하는 게 배우로서의 의무”라고 했다.

<범죄소년> 촬영 전에는 미혼모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 시나리오를 되풀이해 읽으면서 어떤 미혼모를 보여줄는지를 고심했다. 어두운 인물로 나오면 그간 수없이 봐온 캐릭터여서 식상해 보일 것 같고, 뻔한 이야기로 치부될 것 같아 달리 설정하고 그 범주 안에서 변화를 꾀했다.

13년 만에 소년원에 있는 아들을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의 경우 아들에게 애절하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부여 안고 통곡하지도 않고, 조심스레 진짜 자기 아들이 맞는지를 확인했다. 경제적 기반이 전혀 없어 주변의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마음 속은 첩첩산중인데 표정은 밝고 애교가 넘치는 걸로 펼쳐냈다. 훗날 아들에게 출산 연유를 밝힐 때에는 남 이야기하듯 털어놓으면서 눈가에 얼핏 눈물이 맺히는 걸로 했다. 미혼모와 범죄소년에게 따뜻한 관심과 배려심을 갖게 했다.

이 과정에 밤샘 촬영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들과 나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여야 하고, 세파에 시달린 지난 삶 등을 고려해 눈 밑에 다크서클을 그려넣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랜만의 영화여서 예쁘게 나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미련 없이 포기했다.

“예전에 비해 영화제작 방식이 체계적으로 바뀌고, 현장에서 곧바로 1차 편집을 하는 등 기술 발전도 놀라웠어요. 현장으로 밥차가 와 식사 때마다 식당을 찾아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그런데 밤샘 촬영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어요. 예전에도 몸살을 앓거나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는데 이번 촬영(지난 12월 중순~1월 말)에도 거뜬히 해냈어요.”

이정현은 당분간 배우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범죄소년> 이후에 출연할 영화도 확정됐다. 조만간 공식 발표될 이 작품에서는 두 연기파 남자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 한류스타로 손꼽히는 가수에 이어 한국영화가 새계로 뻗어나가는데 배우로서 일조하고 싶다는 이정현의 비상이 기대된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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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현경이 각본·연출·제작·주연을 맡은 단편 <날강도>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독립영화축제 인디포럼2011 ‘신작전’(7월 6~12일)에 초청받았다. 지난해 제9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단편영화를 사랑한 배우들’ 부문과 제8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데 이어. 윤성현 감독과 함께 인디포럼2011 개막식 사회도 맡은 류현경은 인디포럼이 출범한 1996년에 아역배우로 데뷔했다. 지난해의 경우 <방자전> <시라노; 연애 조작단> <쩨쩨한 로맨스> 등을 통해 각광받은 배우 겸 감독 류현경의 ‘영화는 꿈을 싣고’.

류현경(28)은 한양대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날강도>는 졸업작품이다. 한 여대생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예쁜 사랑도 미워지더라는, 그럴 수 있느냐는 여대생은 뭇 남자와의 자발적 ‘원 나잇 스탠드’를 계속한다. 각본·연출·제작을 맡은 류현경은 여주인공으로 출연, 오태경 등과 호흡을 맞췄다.

-1인4역을 하느라 힘들었겠네요.

“언제 또 그런 기회를 갖겠어요. 신경 쓸 게 많아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을 쌓았고, 영화제에 계속 초청받아 한편으로는 얼떨떨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아요.”

-<날강도>를 쓰고 연출한 계기는.

“대학가 청춘물을 찍어본 적이 없는데 어느 순간 접신(接神)하듯 떠올랐어요. 하루를 배경으로 한 청춘의 일상이. 단번에 초고를 썼고, 수정도 하지 않고, 촬영하면서 다시 고민하고 보완했어요.”

-왜 <날강도>인가요.

“남들 눈에 그렇게 보이는 거죠. 친한 남자 동기 ‘민구’(오태경)에게조차. ‘수현’(류현경)의 진면을 모르고.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기억하고 있는 게 각자 다른 걸 곧잘 경험하잖아요. 실체는 하난데. 수현은 이래저래 힘든데 민구는 ‘여자가 씩씩하게….’라는 편견을 갖고 있어요.”

-연출 당시 역점을 둔 점은.

“너무 예쁘거나 나쁘게 그리지 않고 중간을 지키려고 했어요. 너무 일상적이지도, 너무 극적이지도 않게. 예쁜 청춘물은 별로예요. 생활고, 사랑의 상처 등 나름 어려움이 많잖아요. 반복되는 최악의 일상을 그리면서 영상은 예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연출만 했다면 여배우에게 노출을 더 요구했을까요.

“더 노출하는 걸 고려했는데 전체적으로 안 어울렸어요. <방자전>에선 필요하니까 했고, <쩨쩨한 로맨스>에서는 아니라고 생각돼 하지 않았어요. 상상속 장면인데 제 예상대로 그 신은 편집할 때 다 없어졌어요.”


<날강도>는 류현경의 다섯 번째 단편 연출작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연출한 <불협화음>을 비롯해 <사과 어떨까> <다리> <광태의 기초> 등을 연출했다. 자전적 연애담을 소재로 한 <광태의 기초>는 충무로국제영화제와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연출을 전공한 동기는 뭔가요.

“감독이 멋있고 하는 일이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고 곽지균 감독님의 <깊은 슬픔>을 찍을 때 감독님이 배우·스태프와 즐겁게 일하는 걸 보면서.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했고 학교 영화반에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콘티를 짜고 촬영하면서 재미를 느껴 더 배우기로 한 거에요.”

-장편 연출 계획은.

“없어요. 영화를 만드는 건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연륜을 더 쌓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서 욕구가 일면은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녜요.”

류현경은 어릴 때 서태지의 열혈 팬이었다. 서태지의 뮤직드라마에 이재은이 나온 걸 보고 부모님을 졸라 연기학원에 등록, 배우가 됐다. 중학생 때 혼자 영화 <브래스드 오프>를 보고 이완 맥그리거에 빠져 이후 영국에 가 새벽 2시부터 줄을 서서 티켓을 구입, 그가 나오는 연극 <오셀로>를 보고 돌아왔다. ‘한다면 하는’ 류현경. 그는 1996년 초등학교 6학년 때 SBS 설날특집극 <곰탕>에서 김혜수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영화 <깊은 슬픔>에서 강수연의 아역, <마요네즈>에서는 고 최진실의 아역을 맡았다. 중학생 때 혼자 영화 <브래스드 오프>를 보고 이완 맥그리거에 빠져 이후 영국에 가 새벽 2시부터 줄을 서서 티켓을 구입, 그가 나오는 연극 <오셀로>를 보고 돌아왔다. ‘한다면 하는’ 류현경의 꿈 나들이가 기대된다.이후 드라마 <무인시대> <김약국의 딸들> <떼루아>, 영화 <조폭마누라2:돌아온 전설> <일단 뛰어> <물좀주소> <신기전> <방자전> <시라노; 연애 조작단> <쩨쩨한 로맨스> <마마> 등과 독립영화 <필통낙하시험> <그러나> <슬로우 푸드 패스트 푸드> <슈퍼 덕후> <굿바이 보이> <Departure> <스마일 버스> 등에 출연했다. <Departure>와 <스마일 버스>에서는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선보였다.


-일본어는 언제 공부했나요.

“스무살 때요. 일본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해요. 원어로 감상하고 싶어서 배웠고 계속 보다보니 실력이 늘었는데 지금은 많이 까먹었어요.”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네요.

“저는 영화는 영화, 영화는 하나라고 생각해요. 상업·독립영화를 구분하는 게 오히려 이상해요. 상업영화로 주목받은 게 독립영화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고 활성화에 이바지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어요.”

-배우로서의 꿈은.

“평생,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게 인생의 목표예요. 그렇게 되려면 영화에 잘 쓰일 수 있는 배우가 되어야죠. 주연·조연·단역 등 가리지 않아요. 여러 영화에 꾸준히 잘 쓰이면서 저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으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거에요. 무척 어려운 꿈일 수 있겠지만 저를 (감독들이) 잘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잘 이용당할 테니까요.”

-연기와 연출의 재미는.

“연기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거에요. 그것을 통해 저의 이런저런 무수한 내면을 알게 되는 재미가 남달라요. 촬영 현장에서는 희열을 느끼는데 끝나면 허탈해요. 연출은 촬영 당시에는 정말 괴로워요. 순발력과 판단력을 발휘해야 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완성하고 나면 보람을 느껴요. 관객 앞에 내놓을 때 가장 행복해요.”

류현경은 결혼계획을 묻자 고개를 저었다. “살다보면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안중에 없다”면서 “부모님께서도 좋은 생각이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잘 얹는 배우가, 그런 배우를 완성시켜 줄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기원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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