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군신위>(1996)가 네티즌이 뽑은 고(故) 박철수 감독의 영화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꼽혔다. <301, 302>(1995)와 <녹색의자>(2003)가 그 뒤를 이었다.

                <학생부군신위>의 각본과 연출은 맡은 박철수 감독은 맏상주로 출연해 남다른 연기력도 보여주었다.

국내 최대 영화포털사이트 맥스무비(www.maxmovie.com)가 지난 2월 19일부터 25일까지 “2월 19일 별세한 故 박철수 감독 최고의 작품은?”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펼쳤다. 이번 설문에는 실명 네티즌 892명이 참여했다.

설문 결과 <학생부군신위>(아래 박철수 감독 인터뷰 기사 참조)가 1위를 차지했다. <학생부군신위>은 67.4%(601명)라는 과반수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 <301, 302>는 5.9%(53명), <녹색의자>는 4,8%(43명)를 차지했다. 이어 <베드>(2012)와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1996)가 3.4%(30명), <눈꽃>(1992)이 2.8%(25명), <어미>(1985)가 2.7%(24명), <산부인과>(1997)가 2.5%(22명),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2011)이 1.9%(17명),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2011)과 <봉자>(2000)가 1.8%(16명), <가족시네마>(1998)가 1.7%(15명)의 지지를 얻었다.

투표자 남녀 성비를 보면 1위를 차지한 <학생부군신위>는 남성 50%, 여성 50%로 남녀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나타났다. <301, 302>와 <눈꽃>을 제외하고는 여성보다 남성의 지지율이 월등히 높았다. 네티즌들은 <학생부군신위>를 고 박철수 감독의 영화 중 최고의 작품으로 선택한 데 대해 “어렸을 때는 뭘 뜻하는지 정확히 몰랐는데 커서 보니 참 괜찮았다” “가장 사람 냄새가 나는 영화” “다른 영화는 생각이 안 날 정도” 등의 한 줄을 남겼다.

고 박철수 감독은 홍상수·김기덕 감독에 앞서 독립영화로 한국영화의 기치를 드높인 감독이다. 네티즌이 1~3위로 꼽은 <학생부군신위> <301, 302> <녹색의자>는 모두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로 인정받고 있는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받은 작품이다.

 

가장 먼저 초청받은 작품은 <301, 302>다. 1996년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듬해 <학생부군신위>가 같은 부문에 초청받았고, <녹색의자>는 ‘월드 시네마 드라마틱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참고로 한국영화는 1985년 창립된 선댄스영화제와 1995년에 인연을 맺었다.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감독 정지영)가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받았다. 네이버 등에 <301, 302>가 처음으로 초청받은 작품이라고 기술돼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연감 및 선댄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국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선댄스에 입성한 작품은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이다.

세 작품은 또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도 초청받았다. <학생부군신위>는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뒤 예술공헌상을 수상했다. <학생부군신위>는 또

고 박철수 감독은 19일 오전 0시 30분경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윤모 씨가 운전하던 승합차에 치여 사망했다. 향년 65세에 세상을 떠난 고 박철수 감독은 신작 <러브 컨셉츄얼리>를 준비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학생부군신위> 감독 박철수 
[경향신문]|1996-03-09|34면 |기획,연재 |1664자

“일상적 삶을 소재로한 작품연출은 75년 영화를 시작하면서 늘상 생각해 왔지만 영화환경 관객성향등과 맞지 않아 미뤄왔습니다. <학생부군신위> 의 경우 보다 많은 인생경험을 갖고 죽음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난뒤 연출하게 돼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부군신위>는 상가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그린 토속색 짙은 코미디. 죽음과 연계돼 떠오르는 비극성과 엄숙함에서 탈피,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이라는 시각에서 그로인한 삶의 현상과 그속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상주의 눈으로 스케치하듯 그려냈다.

박감독이 이 작품을 기획한 건 85년. 이윤택씨의 마당극 <오구>를 접한뒤 시나리오 작업, 그 이후 한 작품을 끝내고 다음 영화를 기획할 때마다 0순위에 올리곤 했다. 그리고 황지우씨의 시 <여정>을 읽고 시나리오를 개작, 다시 매달렸고 원로 유현목 감독에게 작품을 추천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제작자와의 의견차이로 무산됐음은 물론이다.

“3년 전 부친상을 당했을 때였어요. 상주로서 상을 치르면서 문상객이었을 때와는 꽤 다른 차이를 보고 느꼈어요. 이게 바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고 밤을 새면서 틈틈이 메모, 영화로 만들 것을 결심했어요.”

작품의 맏상주를 영화감독으로 설정, 직접 출연한 것도 그 때문. 문상객이 바뀌면서 영정을 모셔놓은 주변상황이 변하고 상주도 거기에 대처해야 했다. 그와 관계없이 주변 문상객들은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그들에게 죽음은 삶의 한 현상이었고 또 하나의 배설현상 같았다. 박 감독은 이같은 모습이 신문 사회면 기사보다, 어떤 소설보다 재밌다는 생각에 다시 시나리오작업과 연출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학생부군신위>에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특징은 제작방식의 변화로 한국영화의 체질개선을 유도한 점. 거액의 제작비와 스타시스템에서 탈피, 탄탄한 연기력으로 무장된 연극배우를 대거 기용해 20여일만에 작품을 완성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스모크>는 15일,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네이키드」>는 7일, <중경삼림>은 10일만에 완성된 작품이라며 제작비와 촬영기간은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라고 주장한다.

“새로운 한국영화에 대한 갈망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우리가 사는 공간을 토대로 욕심없이 진솔하게 만들어내는 게 그중 하나일 것입니다. 거대 자본으로 돌진해오는 할리우드영화와의 대적은 자본·기술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와는 다른, 우리 것이면서 세계적인 소재를 극화한 작품으로 한국영화 체질을 개선해 나간다면 우리 영화에 대한 세계시장의 인식도 변할 거라고 믿습니다.”

<301, 202>의 미국내 75개 극장 상영으로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는 박철수 감독. <301·302>에 이어 <학생부군신위>도 미국의 배급전문회사 애로 릴리싱사를 통해 세계시장에 선보일 것이라는 박감독은 앞으로도 「일상으로의 회기」 「일상 다시 보기」로 우리네 삶과 사람을 담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한다. <배장수 기자>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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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가제).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이지승 감독(42)이 연출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미국의 뉴욕대에서 영화이론을 전공한 이 감독은 <색즉시공> <청춘만화> <해운대> <통증> 등의 프로듀서로 활동했고, 영화진흥위원회 부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장편 총괄 책임 교수로 4년째 재직하고 있다. <공정사회>는 감독 데뷔작이다.

 

 

<공정사회>는 딸을 성폭행한 자를 응징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감독은 “3년쯤 전에 인터넷에 난 ‘딸 성폭행한 범인 직접 찾아낸 엄마의 40일 추적기-세상의 모든 엄마가 울었다’는 기사를 보고 만든 영화”라고 했다.

 

“그 엄마를 찾아가려고 했다가 그만뒀어요. 그 엄마에게 사건을 다시 상기시키는 게 마음에 걸리고, 영화적으로 구성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를 것 같아서. 그래서 국내외의 유사사건을 참조해 실제와 허구의 조화를 꾀했어요.”

시나리오는 지난해 연말부터 썼다. 자녀를 둔 부모의 심정으로 드라마를 구성했다. 올해 3월 말에 완성한 뒤 장영남·마동석·배성우·황태광 등을 캐스팅했다. 아역 이재희는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장영남은 엄마, 마동석은 비리형사, 배성우는 장영남의 남편,  황태광은 범인, 이재희는 딸 역을 맡았다.

 

                  <공정사회>에서 장영남(왼쪽)은 딸 성폭행범을 직접 찾아내 응징하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마동석(오른쪽)

                   은 장영남의 신고에 부실 수사를 하는 비리 형사로 출연, 장영남과 호흡을 맞췄다.

 
“예산을 짜보니까 10억원 이상이 필요하더군요. 오랜 경험상 대기업 투자를 받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출연·제작진에게 러닝캐런티로 하자고 했어요. 촬영·연출 계획서를 보여주면서. 모두들 기꺼이 동참해 줬고, 덕분에 5000만 원으로 가능했죠. 배우·스태프에게 큰 빚을 졌어요. 앞으로 갚을 수 있게 되었으면 해요.”

촬영은 지난 5월 17일부터 6월 4일까지 했다. 이 기간 중 촬영을 한 날은 9일이다. 뉴욕대 동문인 황기석 촬영감독과 논의, 두 대의 중소형 HD 카메라로 여느 영화 3~4일 간 촬영분을 하루에 마쳤다. 낮은 물론 밤 장면도 자연광을 이용했다. 이 감독은 “영상이 다소 투박하고 거칠 수밖에 없는 점이 스릴러 장르에 더 어울린다”며 “사실주의와 더불어 표현주의를 추구했다”고 밝혔다.

 

“하이라이트는 엄마가 범인에게 응징하는 거에요. 경찰의 부실수사 등으로 인해 더욱 상처를 받는 피해자들을 비롯해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풀었어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영화로는 가능하잖아요.”

이 감독은 태흥영화사 이태원 대표(74)의 셋째 아들이다. 태흥영화사는 <무릎과 무릎사이> <기쁜 우리 젊은 날> <아제아제 바라아제> <젊은날의 초상> <장군의 아들> <경마장 가는 길> <서편제> <화엄경> <태백산맥> <춘향뎐> <취화선> 등 38편(한국영상자료원 기준)을 제작해 1980~2000년대 한국영화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대표적인 영화사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극력 반대하셨어요. 아버지는 무척 힘들 거라고 하셨고. 아버지가 하신 말씀의 의미를 대학에 들어가서야 알았어요. 누구의 아들이란 점 때문에 정말 힘들었거든요. 뉴욕대에서 영화이론을 전공해 교수를 지망하고, 귀국 후 프리랜서로 활동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현장 데뷔는 미국에서 했다. 박사과정을 앞두고 뉴욕에서 찍은 김혜수·금성무·미라 소르비노 주연 <투 타이어드 투 다이>(감독 진원석), 데이비드 맥기니스 주연 <컷 런스 딥>(감독 이재한)에서 프로듀서를 맡았다. 진·이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여. 귀국한 뒤 태흥영화사의 <세븐틴> <세기말> <춘향뎐> 등을 거쳐 프리랜서 프로듀서로 활동해 왔다.

 

“아버지를 존경해요. 감독·배우를 발굴하고, 국제영화제를 개척하고, 웰메이드 필름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내는 과정을 통해 아버지에게 배운 게 도전정신이에요. 프리랜서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5000만원을 지원하는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장편영화 제작연구과정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도전정신은 저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됐어요.”

장편 스릴러를 9회 촬영으로 마치는 등 <공정사회>도 도전정신으로 만들었다. <공정사회>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잇 프로젝트’에 출품, 21개국 93개 프로젝트 가운데 20편에 선정돼 최종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제 기간 중 심사를 거쳐 지원작에 선정되면 후반작업 등에 도움을 받게 된다.

 

“후반작업 일정상 7월말에 마감하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은 어려울 것 같아요. 내년 초에 열리는 선댄스영화제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개봉은 그 이후에 했으면 해요.”

이 감독은 “제작비가 적게 든 영화 개봉·흥행은 국제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아야 유리하다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한국영화가 더욱 발전하려면 다양성이 구현되어야 한다”고 했다. “영화 다양성은 창작인의 열정과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가능하다”면서 “다양한 영화로 국내외 시장과 영화제를 개척하는 데 혼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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