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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08 박철수 감독, 3무(無) 영화로 롱런!

<베드>(B.E.D), <생생활활>(Eating, Talking, Fucking), <러브 컨셉추얼리>(Love Conceptually). 박철수 감독의 최근 영화다. 이 가운데 <베드>는 지난해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받았고 요즘 극장과 온라인에서 상영 중이다. <생생활활>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러브 컨셉추얼리>는 후반 작업을 하고 있다.

 


<베드>는 침대와 세 색깔의 사랑과 성을 그렸다. 침대를 두고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세 남녀의 엉킴과 풀림을 그들 각각의 관점과 시점에 따라 순환구조로 엮었다. 장혁진·이민아·김나미 등이 호흡을 맞췄다. <생생활활>은 사람들의 일상과 성을 21개 장에 담았다. 오인혜가 간호장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꽃제비, 기자 및 작가, 보신탕집 아낙, 게이샤, 폭력 여고생, 여대생, TV토론 진행자, 갓 결혼한 신부, 간통녀 등의 캐릭터를 소화했다. <러브 컨셉추얼리>는 30대 이혼녀와 10대 고교생을 중심으로 사랑과 욕망의 실체, 그것의 같음과 다름에 대해 풀었다. 진혜경·김도성 등이 함께했다.


-성(性)이 최근 세 작품의 공통된 소재다.
“일상 다시 보기, 들여다 보기는 내 영화의 오랜 지향점이다. 성은 인간의 일상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은 성에 대한 콤플렉스와 판타지를 갖고 있다. 이것은 삶의 영원한 화두로 자리한다. 섹스와 섹스 사이콜로지(심리학)는 영화의 영원한 소재이자 주제다. <베드>에서 남자는 침대를 사랑의 개념에, 한 여자는 욕망의 선상에 놓고 있다. 다른 여자는 휴식의 수단으로 보고. <베드>는 그 삶의 각기 다른 이미지를 담았다. 본질적으로 섹스 영화가 아닌데, 성행위가 영화의 메인이 아닌데…. 에로로 보든 예술로 보든 영화는 관객 저마다의 평가로 남을 것이다.”

-모두 신인을 캐스팅하고, 적은 예산으로 완성했다.
“내 영화는 ‘3무영화’다. 세 가지가 없다. 스타, 거대 자본, 스토리 텔링이다. 스타·자본 권력에 휘둘리지 않은, 여느 드라마적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작업 과정을 통해 완성한 영화다. 감독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고, 관객은 그런 작품을 즐길 권리가 있다.”

 

-평균 제작비와 촬영 기간은.
“제작비는 편당 1억5000만원 안팎이고, 촬영 기간은 보름 내외이다. 제작비는 더 줄일 수 있다. 김기덕·홍상수 감독 영화처럼 스타 배우의 참여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부단히 자기 영화의 색깔과 방식을 지켜가는 그들이 고맙다. 예전에는 내가 그들의 롤모델이었는데 요즘은 그들이 나의 롤모델이다.”

박철수 감독은 ‘충무로의 게릴라’였다. <어미>(1985), <안개기둥>(1986), <접시꽃 당신>(1988), <오늘 여자>(1989) 등으로 주목받은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자본과 스타에 의존하는 ‘할리우드적 충무로 방식’에서 벗어나 ‘감독이 창작의 주체가 되는 영화 만들기’에 앞장섰다. 저예산으로 10~20일 만에 창작성이 돋보이는 영화를 속속 완성, 국내외에서 각광받았다. 베를린·선댄스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고 미국 등 세계 시장에 배급된 <301 302>(1995), <학생부군신위>(1996), <산부인과>(1997), <녹색의자>(2003) 등이 대표작이다.

-저예산 독립영화 제작방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자본·스타에 끌려가는 영화에 흥미를 못 느낀다. 영화의 백미는 창작성에 있다. 그래야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그것에 재미를 느낀다. 스타를 기용한 거대 자본의 영화는 창작성을 발휘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특히 도발·실험을 감행할 수 없다. 실패하면 피해가 크니까. 반대로 저예산 독립영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영화 발전은 사실 이런 도전을 통해 가능하다. 거대 자본이나 스타 시스템에 구속되지 않는 창작을 통해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처음에는 콧방귀를 뀌던 할리우드가 선댄스를 주목하는 이유다. 국내 메이저에서 미쟝센단편영화제 수상자 등을 예의주시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녹색의자> 이전처럼 소재가 다양하지 않다. 성에 국한돼 있다.
“인정한다. 아직 성에 대한 판타지가 덜 깨졌기 때문이다. 인디(독립)영화가 IPTV·온라인 등의 새로운 미디어 산업과 접목하는 과정에 자의반 타의반 섹스 코드를 선정적·자극적으로 활용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 관객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소화 매체 또한 더 많아지면서 소재와 주제의 다양성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인디영화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절실하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데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어떤 선에서 풀어내느냐가 관건인데 인디 문화를 육성해야 대중문화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을 놓고 실질적 정책이 입안·시행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는 것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만큼, 환경과 여건 탓만 할 수 없는 만큼, ‘영화=필름=스크린’이라는 질서 외에 ‘영화=디지털=TV·온라인’이라는 또 하나의 길을 역동적으로 개척했으면 한다. 새 미디어를 잘 활용하면 인디가 살 수 있다. 수입이 만만찮다. 더 활성화될 것이다. 그럴 수 있도록 정책 입안 또한 필요하다.”

-여전히 작품 활동이 왕성하다.
“한국에서는 퇴물 취급을 받지만 미국에 가면 젊은 감독에 속한다. 미국 프로듀서들은 ‘이제부터가 영화를 본격적으로 만들 시기’라고 한다. 미국 활동도 병행하려고 한다. 좋은 영화는 큰 돈과 큰 배우와 고난도 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단히 일상과 영화의 접목을 시도하려고 한다. 한국에서 감독이 40대 이후에 생산 주체에서 도태되는 건 문화 소비층의 소비행태와 관련이 깊다. 20대 장르 영화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증가하는 50~70대를 염두에 두는 동년배 감독들의 작품 활동이 활기를 띠었으면 한다.”

박철수 감독은 60대 현역이다.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 60대 이상 가운데 근래에 작품을 내놓은 이는 박철수·정지영 감독 등에 지나지 않는다.

 


<메데이아>(Medeia), <아버지의 모든 것>(가제), <스시바 인 LA>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 박 감독의 다음 영화다. <메데이아>는 성폭행 피해 여성의 복수를 그린다. 박철수 감독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악녀 메데이아 콤플렉스를 소재로 한 아름다운 살해극”이라고 소개했다. <아버지의 모든 것>은 한 여인과 그의 늙은 전 남편, 젊은 현 남편의 기묘한 동거를 통해 가족의 해체와 봉합·복원을 다룬다. 박 감독은 “각자의 삶을 반추, 화해와 용서가 가능한지 물을 것”이라고 했다.

또 <스시바 인 LA>는 다양한 인종의 식생활과 일상에 주목한다. 박 감독은 “<301 302> 때부터 구상했던 작품”이라며 “사람의 본능과 본질을 조명해보겠다”고 했다.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는 남북분단과 동북아 문제에 접근한다. 박 감독은 “탈북보다 탈남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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