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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20 우선호, <시체가 돌아왔다>로 18년 만에 감독 데뷔

영화감독이 되려면 ‘머나먼 다리’를 건너야 한다. 장편 극영화 데뷔작 <시체가 돌아왔다>(제작 씨네2000)로 주목받고 있는 우선호 감독(38)도 실로 멀고 먼 길을 걸어왔다.

 

 

고3 때 그의 지망 대학은 한의대였다. 수능 성적이 기대한 만큼 안 나오자 그는 부모에게 돌연 연극영화과를 가겠다고 했다. 아버지의 극력 반대에 부딪쳐 1994년 중앙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연극반(또아리) 활동을 하면서 단편영화 작업에 매달렸다. 2003년 졸업 후 영화진흥위원회 부설 한국영화아카데미(20기)에 입학, 연출 공부를 했다. 2005년 2월에 졸업했고 졸업작품으로 만든 <정말 큰 내 마이크>로 미쟝센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그로부터 약 7년이 지난 2012년 3월에야 각본·연출을 맡은 <시체가 돌아왔다>를 내놓았다. 영화감독을 떠올린 뒤 장편 극영화로 그 꿈을 이루는 데 무려 18년이 걸렸다. 영화아카데미 20기 중에 데뷔한 감독은 그가 유일하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처음부터 씨네2000에서 준비했어요. 산에 들어가 두 달 동안에 쓴 시나리오 초고가 이미 나와 있었고 (제작사에서) 마음에 들어했는데 개봉까지 7년이 걸릴 줄이야….”

물론 7년 동안 <시체가 돌아왔다>에만 전념한 건 아니다. 씨네2000에서 <거북이 달린다>(2009) <체포왕>(2011) 등을 제작하느라 <시체가 돌아왔다>를 진행할 수 없을 때에는 오리온·대한항공 등의 CF와 TV드라마 <시리즈 다세포 소녀>(2006) 40부작 중 6부작을 연출했다. 연기학원에서 연기지도를 맡기도 했고, <시체가 돌아왔다> 외 두 장편 시나리오와 저예산 로맨틱코미디 시나리오도 썼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범죄사기극이다. 우 감독이 외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불쑥 든 ‘만약 시신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을 발전시킨 작품이다. 시신이 바뀌면서 일파만파로 번지는 소동을 코미디·범죄·사기·추격 드라마로 풀었다. 시나리오 작업 당시 주·조연의 개성과 드라마의 구성을 수없이 새로 설정하고 구축했다. 원하는 것은 같지만 목적은 각기 다른 개인·기업·사체업자·국정원 등이 뒤얽힌 각축전으로 빚어냈다. 지난달 29일 개봉, 17일 현재 90만여 명이 관람했다.

“영화는 배우(캐릭터)가 살아야 해요. <시체가 돌아왔다>를 하면서 그 점을 가장 염두에 뒀어요. ‘배우를 통제하지 못 했다’는 말이 있는데 천만에요. 배우들이 충분히 놀 수 있게 마당을 펼쳐주고 그것들 중에서 선택을 하자는 방식을 택했어요. 캐릭터·이야기·상황이 맞물려 흐르면서 객석에서 자연스런 웃음이 터지도록 유념했고. 특히 코미디로 가다가 신파로 빠지는 걸 지양했어요. 어쨌거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건 제가 짊어져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우 감독은 고3 때 난데없이 연극영화과를 가겠다고 밝힌 데 대해 “핏줄”을 들었다. “중고교 시절 영화광”이었다며 “아버지가 고 고영남·이형표 감독님 연출부에서 조감독까지 했는데 데뷔를 못 했고, 그런 점 등을 고려해 극력 반대를 한 걸 훗날 알았다”고 했다. 학창시절 인상깊게 본 영화로 <시네마천국>(1988)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집시의 시간>(1989) <하얀전쟁>(1992) 등을 들었다.

 

우 감독은 대학시절 전공 공부는 뒷전이었다. 최전방 수색대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뒤에도 취직은 안중에 없었다. 연극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 <윈터 헌터> 등에 출연하고, 세 찌질이 탈옥범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스튜디오 점령 소동을 그린 창작 희곡 <드림 캐스팅>을 써 연출도 했다. 아르바이트로 마련한 캠코더로 금단 현상과 실연의 아픔을 엮은 <금연>(禁緣)을 비롯해 <메모리얼 #1> 등의 단편을 기획,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감독·편집 등을 도맡았다. 도시에서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혼자 있는 시간> 등도 만들었다. <금연>으로 삼성디지털창작제(2000)에서 3등, <메모리얼 #1>로 KBS 디지털영상제(2001)로 금상, <혼자 있는 시간>으로 SBS VJ영상제(2002)에서 4등상을 받았다.

“4학년 때 야심차게 단편을 하나 찍었는데 편집한 뒤 곧바로 태워버렸어요. 너무나 마음에 안 들어서. 그때에야 영화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있다는 걸 알고 부랴부랴 입시 준비를 해 합격했고. 연극·단편영화를 하느라 대학을 10년 만에 졸업했는데 도서관에서 3개월 공부한 게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시체가 돌아왔다> 원제는 <시체는 울지 않는다>였다. 우 감독은 “제목 교체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지만 ‘시체’를 뺀 적은 없다”고 했다. 제목이 주는 거부감이나 선입견에 대해 “영화상에 시신이 나오는 건 한 번밖에 없다”며 “개봉되면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도록 각본·연출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다음 영화로 트렌스젠더가 차력하는 이야기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제는 결혼도 하고 관객분들에게 유쾌한 에너지를 심어주는 정서적인 장르 영화를 만들겠다는 소임을 언제까지나 다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독립영화를 찍던 그 순수한 열정을 잊지 않고, 열심히 하되 미련하게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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