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경'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2.09 ‘견우’의 고백, ‘수일’의 프로포즈

 
                                          <엽기적인 그녀>에서 원조교제를 하기 위해 어린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던
                                          나(오른쪽)는 ‘그녀
’(전지현)의 느닷없는, 따끔한 지적에 당황한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견우’(차태현)는 ‘그녀’(전지현)에게 충고한다. “난 괜찮지만”이라는 전제를 단 뒤  “잘 모르는 남자에게 성질 좀 죽여라, 남자들은 여자다운 걸 좋아한다”고, “남자에게 뭐든 한번 져줘봐, 이길려고 하지 말고”고 조언한다. ‘견우’는 이어 ‘그녀’가 엄마 등쌀에 밀려 선본 남자(임호)에게 지켜야 할 수칙을 10가지 정도 알려준다. 신승훈의 ‘I Believe’가 흐르는 가운데 소개되는 사랑의 고백은 다음과 같다. 

‘여자다운 거 요구하지 말아라’ ‘술은 절대로 세 잔 이상 먹이면 안 돼요’ ‘카페 가면 콜라나 주스 마시지 말고 커피 드세요’ ‘가끔 때리면 안 아파도 아픈 척 하거나 아파도 안 아픈 척 하는 거 좋아해요’ ‘만난 지 백일 되면 강의실 찾아가서 장미꽃 한 송이 내밀어보세요’ ‘검도 하고 스쿼시는 꼭 배우세요’ ‘가끔 유치장 가는 거 감수할 수 있어야 해요’ ‘가끔 죽인다고 협박하면 진짜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세요’ ‘가끔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 신발 도 바꿔 신어주세요’ ‘글 쓰는 거 좋아하거든요, 칭찬 많이 해주세요’


                                  ‘견우’는 이 장면 이후 ‘그녀’가 선본 남자에게 10가지 수칙을 들려준다. 

<조폭 마누라>에서 다소 덜 떨어져 보이는 ‘수일’(박상면)은 ‘은진’(신은경)에게 청혼한다. “청혼할 때 쓰려고 늘 외우고 다녔다”면서 영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해 나름 진지하게 프로포즈를 한다.

“한 가지 할 이야기가 있오. 다시는 이야기하지 않을 거요, 누구에게도. 당신이 들어줬으면 좋겠소. 애매함으로 둘러쌓인 이 우주에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말이오. 은진씨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이 꽃을 받아주십시오”    

                                  ‘수일’의 어수룩하지만 진지한 프로포즈에 ‘은진’은 마침내 꽃을 받아든다.

’‘견우’의 고백은 <엽기적인 그녀>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손꼽힌다. ‘그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견우’를 찾아나섰듯 떠나려는 연인의 마음을 돌이켜놓고 싶을 때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조폭마누라>에서 ‘수일’처럼 유명 영화 중에서 자기의 경우에 적용할 만한 명대사를 외워뒀다가 인용하는 것도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전지현ㆍ차태현 주연 <엽기적인 그녀>(감독 곽재용)는 2001년 7월 27일에 개봉, 488만2495명(이하 배급사 자료 기준)이 감상했다. 신은경 주연 <조폭마누라>(감독 조진규)는 2001년 9월 28일에 개봉, 526만451명이 관람했다. 2011년 2월 현재 한국영화 역대 흥행 톱100에서 <조폭마누라>는 22위, <엽기적인 그녀>는 28위에 올라 있다.  



<엽기적인 그녀>는 <조폭마누라>와 달리 속편이 제작되지 않았다. 기자는 이 영화 속편을 준비한 바 있다. “그간 속편 제의를 얼마나 받았겠느냐”며 “독창성과 완성도가 어지간히 뛰어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의 전언에 오기를 발동했지만 결국 제풀에 포기하고 말았다. 전편에 버금가는 웃음 코드를 이어가는 게 어려울 뿐더러 무엇보다 ‘견우’의 고백을 능가하는 멜로 코드를 만드는 데 힘이 턱없이 딸렸기 때문이다.

‘견우’의 고백은 또 문성근ㆍ김희애 주연 <101번째 프로포즈>(1993)를 떠올리게 한다. <엽기적인 그녀>에 앞서 신씨네에서 만든 이 영화는 기획 당시 내가 남자 주인공 후보였다. 김희애보다 황신혜가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기까지 했다. To be continued.

Posted by 배장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