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권현상(31)과 남보라(22)가 영화 <돈 크라이 마미>(감독 김용한)에서 함께했다. <돈 크라이 마미>는 청소년 성폭력 사건을 다룬, 실화를 근간으로 한 픽션이다. 권현상은 가해자 ‘박준’, 남보라는 피해자 ‘유은아’ 역을 맡아 유선·유오성·동호·이상민 등과 호흡을 맞췄다. 권현상·남보라와 함께 <돈 크라이 마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검찰청 2009년 집계에 따르면 성폭행 사건이 하루 44.3건, 시간당 1.8건 발생했다. 이 사건에서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대부분 무죄, 또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돈 크라이 마미>에서 세 청소년 폭행범 가운데 두 명은 증거불충분 등으로 무죄를 선고받는다. ‘박준’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년 6개월을 받는다. 이에 앞서 잇단 성폭행에 시달리던 ‘유은아’는 생일에 목숨을 끊는다. 엄마(유선)에게 ‘Don’t Cry Mommy’가 새겨진 케이크를 남기고. 엄마는 개전의 의지가 없는 박준 등을 직접 응징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다.

-시나리오를 읽고 어땠나.
권현상= 어찌나 가슴이 울렁거리고 심장박동이 가빠지는지 단숨에 읽을 수 없었어요. 픽션이지만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어서 눈을 감고 가슴을 진정시켜 가면서 읽었어요. 가해자 역할이어서 특히 그랬던 것 같아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치를 떤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남보라=전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은아 입장과, 딸보다 더 고통스러운 엄마 생각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두 모녀가 너무나 안타깝고, 이런 모녀가 단지 영화속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사회에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졌어요.

 

-배역을 맡는 게 꺼려지지 않았는지.
권현상=주변 반대가 좀 셌어요. 박준이 은아를 잇달아 강간하면서도 죄책감을 못 느끼는 ‘인간 쓰레기’거든요.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혼> 등 그간의 작품에서 악역을 많이 했는데 이번 역할이 가장 세요. 악역 이미지가 고착될까봐 우려하는 주변 반대 때문에 고민하던 중 결심했죠. ‘나는 배우다, 이제 4년밖에 안된 배우다. 변신기회는 앞으로 있을 것이다. 지금은 구제불능인 박준이 되자. 그게 배우다….’ 그렇게 마음먹고 달려들었어요.

남보라=초고를 오래 전에 받았어요. 영화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TV드라마 <로드 넘버원>을 할 때에요. 그때부터 하고 싶었어요. 잘할 수 있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들었고. 완고(完稿)는 초고와 많이 달라요. 더욱 극적이고 구성도 세련됐어요. ‘하자, 잘 하자, 극한에 처하는 인물의 격한 감정을 실감나게 연기해서 은아 같은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된다는 영화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각인시키는 데 기여하자’고 다짐했죠.

김용한 감독은 <돈 크라이 마미> 초고를 2008년 후반기에 썼다. 2009년 상반기에 완고를 내고, 하반기에 캐스팅 작업에 들어갔다. 투자를 받는 게 차질을 빚으면서 2011년 3월에야 현재의 배우들로 출연진을 확정,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촬영을 했다.

 

-촬영은 순조로웠나.
권현상=그땐 정말 바빴어요. 드라마 <공주의 남자>, 영화 <도시의 풍년>과 촬영 일정이 우연찮게 겹치는 바람에. <공주의 남자>에서는 병약한 왕세자, <도시의 풍년>에서는 부지런한 공무원을 맡았어요. 세 작품 모두 캐릭터가 달라요. 하루에 세 작품을 모두 찍은 적도 있어요. 정말 신나고 재밌었죠. 부담도 됐지만 상호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느낌을 받았고 ‘연기가 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남보라=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무척 힘들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힘들 줄이야, 요즘 말로 ‘멘붕’(멘탈 붕괴)이었어요. 두 달 정도 은아의 감정을 유지하면서 일상 생활에도 지장을 받고는 했어요.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예요.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벗어나려고, 잊어버리기 위해 온 종일 잔 적도 있어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고 우울증세가 나타나 심리 상담도 받았어요.

인터넷 등에 공개된 <돈 크라이 마미> 티저·메인 예고편, 열연 영상, 사건파일 영상 등을 보면 남보라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느낄 수 있다. 성폭행이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에게도 얼마나 깊은 상처와 아픔을 주는지 전해준다. <돈 크라이 마미>가 시사하는 의미를 실로 절감하게 한다.

-남보라(은아)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겠다.
권현상=촬영할 때 보라가 많이 울었는데 그때마다 측은하고 미안했어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고. 그래서 일부러 보라 옆에 잘 가지 않았고, 말도 잘 안걸었어요. 그게 보라가 감정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니까.

-권현상(박준)을 대할 때마다 오싹했겠다.
남보라=오빠들 덕분에 제가 더 극중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극중 상황은, 액션에 리액션이 착착 맞아 떨어질 때 잘 살아나잖아요. 오빠들은 카메라 앞에 있을 때와 바깥에 있을 때가 달랐어요. 그런 게 눈에 보일 때 자극을 받았어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처음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을 때 어땠나.
권현상=박준과 ‘윤조한’(동호) ‘한민구’(이상민) 등은 정상적인 10대가 아니에요. 교복을 입은 파렴치한이에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딘가에 있을 인물이죠. 그들이 영화를 보면 엄청 찔릴 거에요. 거울을 보는 것 같을수록 그들은 반성하게 될 겁니다. 그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봐 못보게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봐요.

남보라=종종 뉴스로 접하듯 <돈 크라이 마미> 이야기는 단순한 픽션이 아니에요. 극중의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실제로도 적지 않다고 봐요. 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그들이 영화를 보면 느끼는 게 많을 거에요. 반성하고 경각심을 가질 겁니다. <돈 크라이 마미>를 만든 이유가 그런 데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권현상은 임권택 감독의 둘째 아들이다. 임 감독이 배우가 되는 걸 반대,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에도 쇼핑몰 사업 등을 했다. 그런 중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버지의 후광을 입지 않고 홀로 서기 위해 예명을 짓고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스물여덟 살에 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2008)로 데뷔했다. 올해 <돈 크라이 마미>에 앞서 MBC 드라마 <더 킹 투 하츠>, OCN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2>, 영화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등에 나왔다. <강철대오>에서는 미문화원을 점거한 운동권 대학생 리더 ‘남정’으로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남보라는 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를 졸업했다. 배우로 데뷔하기 전 MBC <우리들의 일밤-천사들의 합창>과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13남매의 맏딸로 주목받았다. KBS 시트콤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로 데뷔, 영화 <악마를 보았다>와 tvN 시트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생초리> 등을 거쳐 영화 <써니> <하울링> <무서운 이야기>,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성폭행은 육체적 상흔을 넘어 영혼을 살해한다. 권현상은 “악역은 좀 그만하고 싶다”고, 남보라는 “이제는 웃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둘 다 “작품이 좋으면 또 할 것”이라며 배우로서의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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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해일(34)이 사극액션 <최종병기 활>로 질주하고 있다. 개봉 18일 만에 400만명(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 올해 개봉 한국영화 중 최고속 흥행가도를 달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올해 최고 흥행작 <써니>(27일 현재 745만47명)는 32일 만에 400만명을 넘어섰다. 박해일이 <최종병기 활>로 해일을 일으킬는지 기대된다. 박해일의 <최종 병기 활>과 ‘최종병기’.

 
<최종병기 활>은 이를테면 ‘전투 스릴러’다. 조선 신궁 ‘남이’(박해일)와 청나라 명궁 ‘쥬신타’(류승용) 사이의 긴박감 넘치는 활싸움이 시종 긴장감을 자아낸다. 박해일은 청나라로 끌려가는 여동생 ‘자인’(문채원)을 사력을 다해 구해내는 용감무쌍하고 매력적인 ‘국민 오빠’로 변신, 최고속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좋은 평을 듣고 있습니다.

“몸도 힘들었고 마음 고생도 심했는데 싹 가셨어요. 칭찬해주시는 진심어린 표정·눈빛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자극도 받아요.”

-기술시사 등 시사회 때에는 어땠나요.

“대부분 그렇듯 기술시사 때에는 제것만 보였어요. 구멍들만 보여 착잡했죠. VIP·일반시사회를 가지면서 점점 가셨고. VIP시사 때에는 오신 분들이 엄청 많아 자리를 내주고 저는 바닥에 앉아서 봤는데 다들 편안하게 즐기시고, 주위에서들 ‘대박’ 운운하시더군요.”

-촬영할 때에는 어땠는지요.

“예정대로 여름에 개봉할 수 있을는지 불안했어요. 일정이 빠듯해 3~4주를 요하는 부상을 입으면 연기가 불가피했거든요. 중후반부로 가면서 쫓고 쫓기는 상황이 고조돼 더욱 전력투구해야 하는데 그럴수록 다칠까봐 조심해야 하고…. 그런데 그런 상황이 일촉즉발의 극중 상황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에는요.

“활이 가장 와닿았어요. 주요하고 상징적인 서브 텍스트인데 시대상황을 바탕으로 전면에 동적으로 묘사돼 있었거든요. 활과 활의 전투를 그린, 기존 사극과 차별화된 사극이어서 낯설었지만 그 점이 오히려 매력적이었죠. 배우로서 감독님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하느냐가 관건이었어요.”

 



박해일은 <최종병기 활>의 대본보다 활을 먼저 받았다. 김한민 감독에게. 1년 반 동안 시나리오를 쓰면서 배웠다는 김 감독은 박해일에게 심신을 단련하는 데 좋고 배우로서도 좋을 거라며 국궁세트를 선물, 배워보라고 했다. 박해일은 김 감독의 말대로 국궁을 배우면서 원초적인 매력을 느꼈다. 훗날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더욱 활에 꽂혔다.

“활은 총·검과 다른 명백하고 특출난 차이가 있어요. 피아간에 겨누고 당기고 쏘고…. 이 과정에 은폐·엄폐물이 중요해요. 놓여진 상황, 사거리 등에 따라 다른 카메라 움직임과 앵글, 화살의 역동성 등이 달라져요. 이 영화 주인공은 활이에요.”

-사극 출연은 처음인데요.

“다들 한 번씩은 해 저도 언젠가는 하겠지 했어요. 그게 <최종병기 활>이 된 거죠. 촬영에 앞서 활·승마·만주어 등 배워야 할 게 많았어요. 3~4개월 동안 많은 걸 배우고 시작한 것도 처음이고, 두세 시간 분장을 하고, 들과 산을 달리면서 몸을 많이 쓴 연기를 한 것도 처음이고…. 그런 만큼 힘들었고 그 이상으로 느끼고 배운 게 많았어요.”

-첫 촬영 때 다쳤는데요.

“부상 위험이 많은 영화인데 처음부터 다쳐 아찔했어요. 기생집 장면인데 첫 촬영 때 캐릭터를 잘 잡아야 해 고심하면서 여러 톤으로 치열하게 찍었어요. 사냥 후 술을 마시고, 그와 연결된 장면이어서 취기가 있어야 했죠. 그래서 미리 좀 마셨는데 그게 과했었나 봐요. 술잔을 내려놓을 때 잔이 깨지는 바람에 일곱 바늘을 꿰매야 했어요. 꿰매고 와서 다시 찍었죠.”

불 때문에 흥분한 말(馬)에서 떨어졌을 때에도 마찬가지. 메트리스에 누워있을 때 별의별 생각이 다들었다. ‘얼마 안 남았는데 나 때문에 종 치면 안 되는데….’ 무조건 일어나야 했다. 박해일은 병원에 가 물리치료를 받고 다시 촬영에 임했다.



-두 편을 함께한 것도 김한민 감독이 처음인데요.

“감독과 배우는 서로를 잘 알아야 해요. 촬영하기 전에 그런 시간이 필요해요. 이미 아는 사이면 효율적으로 본질로 빨리 들어갈 수 있죠. 자연인으로도 알고 있으니까 서로 배려해주는 것도 충분히 원활하고. <극락도 살인사건> 때보다 훨씬 좋았어요.”

박해일은 1998년 동화극단 ‘동아예술단’에서 아동 뮤지컬로 데뷔했다. 극단 ‘동숭무대’의 <청춘예찬>(2000)으로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남자신인상을 수상하고, <와이키키 브라더스>(01)에 이어 <질투는 나의 힘>(02)으로 영평상·대한민국영화대상 등의 신인상을 휩쓸면서 충무로에 안착했다. <살인의 추억>(03) <인어공주>(04) <연애의 목적>(05) <괴물>(06) <극락도 살인사건>(07) <모던 보이>(08) <10억>(09) <이끼>(10) <짐승의 끝>(10) 등을 통해 변신을 거듭, ‘연기파 흥행배우’로 각광받아 왔다.


                                  박해일은 남서울대학교 영어과 1학년 때 소일거리나 아르바이트를 찾던 중 한 PC통신에
                                  난 구인·구직광고를 보고 ‘동아예술단’을 찾아간 걸 계기로 배우가 됐다. 1년여 승합차로 
                                  전국을 순회, 아이들을 상대로 뮤지컬을 하면서 연기에 매력을 느꼈다. 연극배우를 거쳐
                                  인기 영화배우가 됐다. <최종병기 활> 다음 작품은 <은교>. 박범신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박해일은 70대 노인 역을 맡아 <모던 보이>에 이어 정지우 감독과 함께 한다. 
                                  오는 9월 중순 촬영에 들어간다. 그의 변신과 열연이 기대된다.


-박해일의 최종병기는 뭔가요.

“흐음~ 동화극단 시절부터 보고 느낀 선배·동료들의 기운·열정, 그 분들과 저의 기억, 직감과 경험, 그에 따른 결과…. 사람을 좋아하고 칭찬받거나 외면받은 게 모두 병기가 돼 난관을 헤쳐온 자양분이 됐다고 봐요.”

박해일은 이와 관련, “남이 아역(이다윗)의 연기가 캐릭터를 잡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남이는 <무사>(01)의 안성기 선배에 대한 오마주”라고도 했다. 이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들었다. “매니저 아버님이 가화만사성을 조각해 액자로 선물해주신 걸 현관 벽에 걸어두고 돼새기고 있다”면서. 아들 돌찬치와 제작보고회가 겹치자 단촐하게 온 가족이 식사를 한 뒤 급히 현장으로 달려간 박해일. 그의 최종 병기는 사람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여겨졌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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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흥행은 초반 성적과 관객 입심에 좌우된다. 개봉 2주간 성적이 <써니>
                                          는 203만1891명, <과속스캔들>(820만1986명·역대 8위)은 191만1318명, 올
                                          상반기 최고 히트작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478만5312명·역대 29위)
                                          은 309만9514명이다. <과속스캔들>은 뜨거운 입심에 힘입어 뒷심을 발휘,
                                          대박을 기록했다. <써니>가 그 전례를 밟을는지 주목된다.


강형철·안병기 감독이 또 홈런을 날렸다. <써니>로. <과속스캔들>에 이어. <써니>는 1980년대와 현재를 배경으로 일곱 여성의 남다른 여고시절과 주부생활을 코미디와 드라마로 버무렸다. 개봉 2주만에 200만명 이상이 관람하는 등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과속스캔들>은 820만1986명이 관람(한국영화 역대 흥행순위 8위)했다. 강 감독은 두 히트작을 낳았고, 안 감독은 제작자(토일렛픽쳐스 대표)로서 두 작품의 출산과정을 도우면서 이끌었다. 이를테면 산모와 산파 사이인 두 감독의 “영화는 즐거움”이다.

 
강 감독과 안 감독은 2006년에 만났다. 그 전에는 일면식이 없었다. 강 감독은 공포영화 전문인 안 감독의 명성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 감독은 무서운 걸 싫어해 공포영화를 보지 않는다. 안 감독의 <폰> <분신사바> <아파트> 등을 아직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

                                  <폰> <분신사바> 등 공포영화 전문 으로 유명한 안병기 감독은 중국 공포
                                  영화에 이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는 <폰>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

-이안나 PD에게 소개받았어요-이 PD는 저랑 용인대 영화영상학과 동기에요. 감독님의 <폰> <분신사바> 등의 PD고, <과속스캔들>과 <써니> PD도 했어요-어느날 이 PD가 자기 동기가 쓴 거라면서 시나리오를 한번 봐달라더군요. <인생리콜 됩니다>라는, 하자(瑕疵) 인생의 리콜을 그린-이 PD가 동창 모임 때 시나리오 쓴 거 있냐길래 줬는데 안 감독님이 좋게 보셨어요-시나리오 작가로 계약을 하고 데뷔도 시키려고 했는데 미국발 서브프라임이 닥치는 바람에 중단됐죠. 당시 다른 작품도 서너 편 준비하고 있었고, 캐스팅이 된 영화도 있었는데 모두 올스톱되고 말았어요.


강 감독은 암담했다. 2년여 연출부·조감독 시절과 2년여 시나리오를 쓰면서 경험했던 사례들이 떠올라. 이 가운데에는 크랭크인 며칠을 앞두고 엎어진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강 감독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걱정하고 한숨 쉬지 말고 그 시간에 뭐든 하자’는 평소 주관을 행동에 옮겼다. 예전에 써놓은 시나리오 가운데 <과속스캔들>을 다시 꺼내들었다.

                                  <과속스캔들>에 이어 <써니>로 2연타석 장외 홈런을 날린 강형철 감독은 
                                  당분간은 인생의 아이러니를 다루는 작품에 주력할 계획이다.
  
 
-2007년 1월에 이 PD가 다른 시나리오를 가져왔어요. <과속삼대>예요-<과속스캔들>로 바뀌는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죠-예산 등 모든 게 좋아 곧장 들어갔는데 의외로 오래 걸렸어요. 투자받는 게 순조롭지 않아-그러려니 했어요. 원체 많이 겪어봐서-아이디어가 많아요. <써니>도 그 가운데 하나에요.


이와 관련, 강 감독은 써놓은 시나리오가 18편이라고 소개된 바 있다. 강 감독은 이에 대해 “아침에 전화받고 ‘여러 편’이라고 했는데 그게 ‘열여덟 편’으로 나왔다”면서 “이번에 정정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연히 본 어머니의 소녀 때 사진, 아는 누나가 전형적인 주부인데 여고생 때 칠공주였다는 점, 흔히 들을 수 있는 첫사랑 애환과 학창시절 에피소드, 1980년대에 즐겨 듣던 팝송 등등이 <써니>를 쓰게 된 출발점”이라고 소개했다.


-11~12월(2009)에 이제는 써야지 해도 안 쓰더라고요. 1년은 쉬어야 한다면서, 해 넘기고 쓰겠다면서-사실은 쓰고 있었어요. 금방 쓴 것처럼 내놓으려고-2010년 3월에 시나리오를 읽고 놀랐어요. 어떻게 3개월 만에….-고향(제주)에 있다가 빨리 오라는 전화받고 그 때부터 준비했어요. 시나리오 손 보면서 오디션·캐스팅하고….-모든 과정이 수월했죠. 딱히 들려 줄 만한 에피소드가 없을 정도로. 강 감독은 내심 힘들었겠지만….-합천 세트장에서 데모 장면 찍을 때에는 올망졸망했어요. 3일 동안 찍기로 했는데 계획한 대로 못 찍을까봐-강 감독은 거북이과예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콘티대로 다 찍어와요. 계획한 일정에 맞춰. 후배지만 배울 게 많아요.


안 감독은 강 감독의 장점으로 ‘성실함’을 우선 꼽았다. “감독으로서 캐릭터·스토리·비주얼 등을 살려내는 게 중요하지만 이보다 성실이 더 앞선다”면서. 강 감독은 안 감독의 장점에 대해 “엄청난 노하우”라고 했다. “평소 간섭하지 않고 믿고 맡겨주시는데 어쩌다 하시는 지적에 고수의 면면이 느껴진다”면서 “데뷔 때부터 운이 좋았다”고 했다.


-현장에 잘 안 가요. 감독·PD가 알아서 잘 하니까 관여할 게 없거든요. 하루는 “감독님”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고 머쓱했어요. 내가 아니라 강 감독을 부르는 거여서. 강 감독이 춥다길래 오리털 파커 챙겨줬어요-70%쯤 찍었을 때 감독님이 미국 가시면서 ‘지금까지 잘돼 왔으니까 돈 다 써라. 힘들어 항복하고 싶을 때에는 전화하고’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미국 갔다왔을 때 강 감독이 ‘술사주세요. 한 번만 안아주세요. 너무 힘들었어요’라고 해 순간 아찔했죠. ‘큰 일 났네’ 싶어. 그런데 편집본을 보면서 눈물이 쭉 났어요. 화법도 완숙해져 정말 고마웠어요-감독님은 큰 그림 상태에서 조율하고 티 나지 않게 밀어주고 가려주셔요. 외풍을 막아주는 병풍 같으세요.


안 감독은 영화에 대해 “즐거움”이라고 했다. “즐거운 고통, 창작의 즐거움을 준다”면서 “만든 사람의 즐거움을 대중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강 감독은 “선생님”이라고 했다. “인생을 가르쳐주고 자라게 해주는 동반자”라면서 “우선 내가 즐거워야 대중도 즐거울 수 있다”고 했다.


안 감독은 “곧 중국영화 <치명적 답안>을 연출하고 투자상황에 따라 미국에서 진행되어온 <폰> 리메이크 연출을 맡는다”고 했다. “미국에 판권이 팔린 <과속스캔들> 리메이크도 진행중”이라고 했다. 강 감독은 “현재로선 <써니> 외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인생의 아이러니를 다루는 데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두 감독은 다음 영화도 함께 할 거냐는 물음에 “우선 논의하기로 했다”며 “논의 결과에 따라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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