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동 감독이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홈런을 날렸다. 개봉 21일째인 지난 6일, 300만명(307만4372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했다. 이는 <써니>(736만2467명)보다 3일, <건축학개론>(10일 현재 410만3582명)보다 7일이 빠른 기록이다. 민 감독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를 거쳐 프랑스 파리 8대학 영화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로 데뷔했고 이전 최고 흥행작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253만3103명)이다.

 

 

“시작할 때 바람은 손익분기점(150만명)을 넘기는 거였어요. 소박했죠. 촬영 당시에는 잘될 것 같아 기대를 했고. 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공감대도 지금 정도까지 기대하지 않았고.”

<내 아내의~ >는 코믹 로맨스다. 결혼 7년차인 ‘정인’(임수정) ‘두현’(이선균) 부부와 이웃의 카사노바 ‘성기’(류승룡) 사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혼하고 싶은 남편이 카사노바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엮었다. 말 많은 까칠한 아줌마, 그런 아내와 헤어지기 위해 카사노바에게 도움을 청하는 남편, 그 부탁을 들어주는 바람둥이. 세 인물의 비호감적 캐릭터를 매력적인 인물로, 영화적인 드라마를 현실감 넘치게 그려냈다.

“일상의 소시민적 욕망을 단순하게 풀었어요. 예전 어느 영화보다 감명이 커요. 감성을 배제한다고 했는데 외로워서 말이 많아진 ‘정인’이 자신의 매력을 되찾는 과정에 여성 관객들이 많이 울고, 박수를 쳐요. 부부간의 문제는 대화 부재에 있다는 메시지에 남성 관객들도 동감하고. 만난 지 30년 된 동창한테 ‘영화 보고 마누라와 다시 친해졌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어요.”

 


 

결과는 이처럼 좋지만 제작과정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민 감독은 ‘세 배우의 조합이 썩 어울리지 않는다, 세 캐릭터는 낯설고, 이야기가 완전히 새롭지는 않다’는 인식을 극복해야 했다. 처음으로 하는 코미디여서 부담감도 적잖았다. 크랭크인 전후로 이선균은 어머니, 류승룡은 장모를 잃었다. 두 배우는 이와중에 코미디 연기를 해야 했다. 류승룡은 부고를 들은 날 밤에 파도가 넘실거리는 겨울바다에 뛰어들어야 했다. 변발에 갑옷을 입고 6개월여 <최종병기 활>을 찍을 때에도 끄떡없던 그는 대상포진에 걸려 치료를 병행해야 했다. 임수정은 제법 긴 대사를 한 호흡에 처리해야 하는 장면을 20번쯤 찍으면서 공항상태에 이르렀다. 류승룡과 임수정은 응급실에서 링거를 맞고 있는 서로를 발견하기도 했다.

“배우들이 자기 인생을 건 것 같았어요. 치열했죠. 외적으로는 꿋꿋하게 버티는데 내적으로는 냉랭한, 탱탱한 줄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상황을 맞고는 했어요. 폭발하기도 했고. 그런 중 어느 시점부터 톱니바퀴가 완전히 맞물려 돌아가듯 앙상블이 이뤄졌어요. 등장인물 간의 물리적·화학적 파장이 기대 이상으로 빚어져 스크린을 가득 채워줄 정도로. 이 배우들이 아니었으면 과연 어떻게 나왔을는지…. 평소 운명·기적을 믿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하면서 믿게 됐어요. 연출을 맡게 되고, 출연·제작진과 갖가지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내 아내의~ >는 영어제목이 <아내를 위한 남자친구>인 아르헨티나 영화가 원작이다. 민 감독은 지난해 봄 연출 의뢰를 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011)을 마치고 스릴러를 준비하고 있던 민 감독은 시나리오를 읽고 재창작 의욕이 일지 않아 영화를 아예 보지 않았다.

 

“보통의 이야기, 지리멸렬한 부부관계를 다뤘는데 독특해요. 드라마에 코미디와 다큐멘터리 기법이 가미돼 있고, 신(scene)이 60신 정도(대개의 장편은 100신 안팎임)예요. 카사노바는 순진하고 심심한 인물로 10신쯤 등장하는데 이질감이 들었고. 정열적인 탱고의 나라에서 느낌상 담담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는 게 의외였어요”
 그런데 한 달쯤 고민하던 중 현재의 ‘정인’ 캐릭터가 떠올랐다. ‘두현’은 아내와 헤어지고 싶어 안달이지만 ‘착한 남자 콤플렉스’가 있는 남편으로, ‘성기’는 연인을 잃은 아픔에 시달리는 가운데 정인을 유혹하려는 다재다능한 카사노바로 설정했다. 신인작가 허성혜와 1개월 동안 시나리오를 쓴 뒤 2개월쯤 수정, 한국적 이야기를 구축했다. 독설을 여자가 퍼부으면서 쾌감이 세졌고, 카사노바는 웃음을 증폭시켰다.

곧바로 캐스팅을 마치고 지난해 11월 27일 촬영에 돌입, 지난 2월 13일에 마쳤다. 지난달 17일 개봉,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영화인은 “저번 칸국제영화 필름마켓에서 남미 영화 리메이크 판권을 사려는 제작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며 “남미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 또 나올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아무리 찍어도 안 돼 결국 미룬 장면이 있는데 한 달 뒤에 촬영할 때에는 단번에 O.K가 났어요. 밝은 장면을 찍으면서 어둠의 끝까지 가는 이상한 느낌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고…. 어느날 일기에 이렇게 썼더군요. ‘배우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처음으로 깊이 깨달았다’고.”


 

 

민 감독은 임수정에 대해 “매순간 새 느낌을 보여주는 양파 같은 배우”라고 했다. 류승룡은 “지문 사이 행간도 읽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배우”고, 이선균은 “코미디와 드라마를 유연하게 오간 생활연기의 명인”이라고 했다. 이광수는 “애드리브의 신”이고 김지영은 “천상 연기자로 많이 연구하고 준비도 철저하게 하는 배우”라고 소개했다. “출연·제작진이 극중 인물처럼 관계의 변화·진화를 체험하고, 그 에너지가 영화에 그대로 반영돼 관객에게도 전달되고 있는 데에 감사한다”고 했다. “써놓은 시나리오가 여섯 편 있고 다음 영화는 그 가운데 서사 멜로영화를 하고 싶은데 <내 아내의~ > 경우처럼 의외로 다른 작품을 할는지 모르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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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김수미는 김치’라고 했다. 몇 해를 곰삭은, 갖가지 요리가 가능한. 그런 그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이제까지 선보인 것과 다른 김치맛을 보여준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올해 예순인 김수미의 일과 이웃사랑.

# 연신 웃다가 울다가
<그대를 사랑합니다>. 노년의 네 남녀 사이의 사랑을 그렸다. 강풀의 인기 동명 웹툰을 <마파도>와 <사랑을 놓치다>로 주목받은 추창민 감독이 영상화했다. 오는 17일 개봉된다.

주인공은 까칠한 도시 남자 ‘김만석’(이순재)과 심성 고운 ‘송이뿐’(윤소정), 따뜻한 도시 남자 ‘장군봉’(송재호)과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군봉 처’(김수미). 청춘남녀와 다름없는 ‘만석’과 ‘이뿐’은 로맨틱 코미디의 웃음을, 신혼부부처럼 애정이 넘치는 ‘군봉’과 ‘군봉 처’는 멜로드라마의 눈물을 자아낸다.

-추창민 감독과 다시 만났네요. “좋은 인연은 인연을 키워요. <마파도>로 맺은 인연 <그대사>(그대를 사랑합니다)로 더욱 돈독해졌어요.”

-‘욕쟁이 할머니’가 아닙니다. “애드립이 없고 오버하지 않았죠. 감독이 <마파도> 때는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죽여달라’고 하더군요. 분재처럼 이쁘게 곱게 보이도록. 감독의 주문에 100% 따랐어요.”

조용히 연기하니까 손발이 묶여 있는 것 같아 나름 힘들었다. 연기를 안 하는 느낌, 몸을 안 풀고 돌아가는 느낌이 들고는 했다.


-배역 비중이 적습니다. “원래 적었어요. 먼저 죽고.”

-시사회 때 어땠나요.
“우느라고 내 연기를 제대로 못 봤어요. 끝날 때까지 줄줄. 10대들도 어쩌면 그렇게 우는지….

집에 와서도 슬퍼 혼자서 또 울었어요.” 보람을 느꼈다. 관객의 고운 마음을 지펴주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화를 하길 잘했다는. 불륜·살인·액션 등 너무 강한 게 많은 반면 고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드물다는 데 대한 책임도 느꼈다. ‘군봉’을 빼닮은 남편이 고맙고, 늙을수록 부부밖에 없다는 걸 새삼 확인했다. 남편과 자식 등 가족에게 큰 짐을 주는 치매나 중풍만은 걸리지 않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이뿐이 역을 하고 싶지 않았나요.
“처음에는 그 역인 줄 알았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분석하면서 내가 잘 소화할 수 있을는지 부담스럽기도 했죠. 내 말에 감독의 얼굴이 빨개지더군요.”

성격이 판이한 ‘만석’과 ‘이뿐’이 사랑을 키워가는 장면에도 눈시울이 붉여졌다. 20~30대 관객이 폭소를 터뜨리는 것과 달리. 몸은 70대지만 마음은 20대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둘의 마음 씀씀이에 동화되면서 멜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 졌다.

“노역을 일찍 시작해 다른 배우처럼 멜로를 못 했어요.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를 스물아홉 살에 맡아 20년 넘게 했으니까. 아름다운 사랑, 애닯은 사랑…. 나이에 맞는 <그대사> 같은 영화라면 백 편이라도 할 거에요. 그런데 <그대사> 같은 작품이 없으니까, 욕심이겠지만 연하와의 멜로를 하려는 거에요. 상품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신현준씨에게 받은 시나리오는. “코미디에요. <흥신소 기봉이>. ‘기봉’이가 수의사인데 벼락을 맞은 뒤 동물의 말을 알아듣게 되면서 뺑소니 등등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에요. 저는 ‘기봉’이 엄마고. 제의받은 작품이 대여섯 편인데 한꺼번에 몰려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조만간 정해야죠.”

# 입 닫고, 지갑 열고
김수미씨의 삶은 화려한가 하면 신산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자신의 자동차 급발진으로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빙의, 우울증 등에 시달렸다. 이로인해 자살 시도도 몇 차례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죠. “돌이켜 보면 가장 힘들었죠. 어려운 고비를 잘 넘겼어요. 류시화 시인의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시 구절에 공감해요. 살아보니까 인생의 절반은 후회에요. 누구나 후회하고 반성하면서 살지요.”

-살면서 곤란 없기를 기대하지 마라고 하셨어요. “제 침대 머리 맡에 써놓은 글귀에요.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사람 무시하고 삶에 소홀하게 된다. 힘 들면 힘든 만큼, 겪은 만큼 얻는다….’ 누구의 삶에든 고비가 있죠. 자연의 섭리잖아요. 고비를 넘고 넘고 그리고 가는 게 우리의 인생이고요.”

그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리운 것은 말하지 않겠다> <김수미의 전라도 음식이야기> <너를 보면 살고 싶다> <나는 가끔 도망가 버리고 싶다> <그해 봄 나는 중이 되고 싶었다>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 등 이제까지 여덟 권의 수필집·요리책·소설을 냈다.

-책은 언제 쓰나요. “시간 날 때마다 써요. 작품 사이사이의 공백기 때 많이 써요. 소설, 에세이, 잡문 가리지 않고. 문학에 대한 열정이 강해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아요. 글을 읽고 글을 쓸 때에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그는 가정형편 때문에 국문과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입학금을 벌기 위해 탤런트 공모에 응모한 걸 계기로 오늘에 이르렀다. 그는 또 중학생 때부터 새벽에 일기를 쓰고 있다. 오늘날까지. 밤에는 후회, 아침에는 새 출발을 다짐하는 경험을 살려 매일 아침 5시30분쯤에 일기를 쓴다.


-그냥 쉬고 싶지 않나요.
“노예근성이 있는지 일을 안 하면 견딜 수 없어요. 일을 하고 있어야 편해요.”
식사 준비 등도 직접 한다. 갖가지 김치와 반찬을 수시로 만들어 촬영장에 가져가고,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목욕탕 아줌마 등 주민들과 나눠먹는다. ‘수미식품’도 이를 계기로 하게 됐다. 양로원 등에 김치를 수시로 전하는 기부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나누는 삶이 즐겁죠.
“그럼요. 해보지 않으면 몰라요. 최근에는 신발장을 정리했어요. 60여 켤레 가운데 40여 켤레를 주변에 나눠주면서 얼마나 속이 쉬원한지…. 법정 스님 말씀처럼 다 덜어내고 가볍게 떠나야죠. 나이 먹어 재물을 탐하면 못 살아요. 나이를 먹을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잖아요.”

일기 쓰고, 아침 짓고, 등산·헬스·목욕하고, 일 하고, 요리 하고, 글 쓰고…. 김수미씨는 집과 일터밖에 모른다고, 쇼핑도 집과 일터를 오가는 중에 잠시 한다고 했다. 경조사를 챙길 때면 특히 단순하게, 가볍게 지내자면서 이웃을 위하는 아름다운 삶을 찾는다고 읊조렸다. ‘나팔꽃을 사랑한 여자, 잠들다’. 들꽃을 좋아하는, 명함에 나팔꽃 사진을 새겨놓은 김수미가 정한 자신의 묘비명이다. 그대를 사랑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짐작하게 한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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