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2.03 “어깨에 얹힌 벽돌 내려놨죠” (1)
  2. 2011.11.16 예매 톱10 톱배우
  3. 2011.02.13 “과연 베드신도 해냈을까?”

특별하다. 배우 황정민(41)이 ‘황정민’을 보여준다. 영화 <댄싱퀸>에서. ‘황정민’은 <댄싱퀸>의 남자 주인공. 수입이 변변찮은 인권변호사로서 한 정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너는 내 운명>(2005)의 ‘석중’, 장안의 화제가 된 ‘밥상’ 수상소감 등을 떠올리게 한다. 황정민이 털어놓은 ‘황정민’과 황정민.


황정민은 영화 <댄싱퀸>(감독 이석훈·제작 JK필름)에서 ‘황정민’이다. ‘황정민’의 아내 ‘엄정화’도 엄정화가 맡았다. ‘황정민’과 ‘엄정화’는 초등학교 때 한 반이었다. 황정민은 계원예고 동기동창인 뮤지컬 배우이자 제작자인 김미혜와 2004년 결혼했다. ‘황정민’은 경상도 남자, 황정민은 마산 출신이다.

-시나리오에 ‘황정민’이었나요.
“네. 시나리오 회의 당시 사무실에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그걸 계기로 저랑 정화라는 이름을 썼다더군요. 캐릭터에도 반영했고. 촬영을 앞두고 바꾸는 걸 고려했다가 백지화했어요. 너무나 익숙해진 데에다 새로운 시도이고 관객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중간에 한 번 바꿔봤는데 이미 젖어 오히려 어색했어요.”

-연기할 때 어땠나요

“재미있게 했어요. 엄정화랑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오감도>에서 함께 한 적이 있어 편했고. ‘황정민’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태도, 말할 때 전해지는 솔직함이 굉장히 저를 닮아 있는 그대로의 절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어깨에 얹혀진 벽돌을 내려놓고 연기했죠. 덕분에 더욱 자연스럽게 배어나온 것 같아요. 이제껏 출연한 영화 중 실제 제 모습에 가장 근접해 보여요. 관객들도 황정민이 시장이 된다는 이야기를 제 이름으로 보여주니까 더 벽이 없이 받아주시는 것 같고.”


-로맨틱 코미디는 처음인데요.

“이전에 코믹한 캐릭터를 안 해 본 건 아니지만 이번처럼 대놓고 한 건 처음이에요. 사실 <부당거래>(2010) <모비딕>(2011) 끝내고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어요. <노팅힐> <러브 액추얼리> 등 로맨틱 코미디를 무척 좋아해요. 저도 실은 유쾌한 사람이고요. 그런 저를 투영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는 언제든 또 하고 싶어요.”

-모처럼 온가족용 영화네요.

“제 아들(7세)이나 조카들과 함께 보는 걸 상상만 해도 설레요. 예전에 ‘전체관람가’ 영화도 했지만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가 많아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죽이고 살리는 영화를 했는지. 가족영화를 하니까 이렇게 기분이 좋고 마음도 편한데.”

‘엄정화’는 대학생 때 ‘신촌 마돈나’로 손꼽혔다. 이를 기억하는 기획사 직원을 만난 뒤 남편 몰래 댄스가수로 변신, 중년의 ‘섹시퀸’을 꿈꾼다. ‘황정민’은 이로인해 후보 경선 과정에 곤경에 처한다. ‘황정민’은 전당대회 때 소박하고 감동적인 정견을 발표, 극적으로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 ‘엄정화’는 화려한 데뷔 무대를 갖고.


-참고한 정치인이 있는지요.

“아뇨, 없어요. 그저 시나리오에 충실했어요. ‘황정민’은 얼떨결에 민주열사가 되고 어쩌다 보니 서울시장 후보가 되잖아요. 시나리오를 읽고 정치색을 띠지 않은 ‘꿈’에 관한 영화여서 선뜻 결정했어요. 결과물도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아녜요. ‘황정민’과 ‘엄정화’ 등 꿈을 잃고 살아온 사람들이 꿈을 찾고 이뤄가는 이야기를 그렸잖아요. 관객분들도 <댄싱퀸>을 보시고 자신의 꿈을 되찾고 다시 도전하는 용기가 생겼으면 해요.”

                                황정민이 엄정화와 호흡을 맞춘 건 <댄싱퀸>이 네 번째다. 전작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과 <오감도>(2009) <끝과 시작>(2009)이다. <끝과 시작>은 미개봉작. 옴니
                                버스 영화 <오감도>를 통해 일부가 소개됐다. 황정민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편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고 다음에는 ‘진한 멜로’를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댄싱퀸>으로 이뤘듯 꿈은
                                이뤄진다”면서.


-아내가 정민씨 몰래 키워 온 꿈을 펼치겠다고 하면 어떨는지요.

“존중해야죠.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요. 그런 친구가 하고 싶다는 건 들어줘야죠. 응원해 주고. 부부관계는 기찻길이라고 봐요. 붙어서 가는 게 아니라 떨어져서 나란히 쭉 함께 가는….”

-평소 아내에게 잘 하는지요.

“잘 하려고 노력해요. 작품 없을 때 아이 유치원 보내고 반상회도 곧잘 참석하고. 어려운 게 아니잖아요. 어려운 것도 해야 할 마당에…. 잘 하면, 잘 하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제가 더 좋아요. 밖에서 편하게 일 할 수 있고.”

-서울시장 등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황정민 후보는 순수하고 솔직하게 들이대는 사람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그런 사람이죠. 그는 정견 발표 때 가족은 다스려야 할 존재가 아니라고, 서울시민도 마찬가지라고 하죠.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각인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말이에요. 그 대사 읽으면서 감동 걱정은 붙들어 매두고 다른 점만 신경쓰자고 생각했어요. 아무튼 서울시장님도, 다른 정치인들도 시민은 다스려야 할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마음에 새겨주셨으면 해요.”


최근 <댄싱퀸>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 때 황정민은 “분명한 꿈이 있고 투비 컨티뉴드(To be continued)”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꿈을 밝히지 않았다.


-그 꿈이 뭔가요.

“혼자 간직하고 싶어요. 말씀드린 대로 To be continued이죠. 그러기 위해 현재 맡은 일에 몰입해요. 일 끝나면 백수로 돌아가 충전하고. 여행도 즐기지 않아요. 계획적 여행은 특히 별로예요. 집사람이랑 아이랑 어느날 갑자기 훌쩍 다녀오는 게 좋아요. 그 외에는 줄곧 집에 있어요. 집이 제일 편해요. 가족이 제일 좋고.”

황정민의 다음 작품은 TV조선의 드라마 <한반도>다. 그는 <한반도>에서 통일 한국의 초대 대통령이 된다. 서울시장 후보에 이어 대통령이 되는 그는 “정치 참여는 투표를 빠지지 않고 하는 걸로 만족한다”고 했다. <한반도> 다음 작품은 영화 <신세계>. <신세계>에는 조폭으로 등장한다. 황정민은 “작품이 없어 친구 따라 괌에서 여행 가이드가 되려고 했던 시절을 잊지 않고 있다”는 말로 내일의 행보를 대신했다. 

Posted by 배장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ㅋㅋㅋㅋ 2012.02.07 15: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종편 가시더니 인물 훤해 졌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재영·송강호·황정민·설경구·김수미·박해일·안성기·이범수·이문식·임창정…. 예매 톱10 순위(맥스무비 기준)에서 장기간 주목받은 배우들이다.


영화예매 사이트 맥스무비(www.maxmovie.com) 집계자료(2003년 2월~2011년 10월)에 따르면 예매 톱10 순위에서 1~10위는 정재영·황정민·송강호·설경구·김수미·박해일·안성기·이범수·이문식·임창정이 차지했다.

1위는 정재영이다. 82주 동안 톱10에 오른 작품에 출연했다. 출연작은 12편이다. <웰컴 투 동막골>(12주) <실미도>(12주) <강철중:공공의 적 1-1>(7주) <이끼>(6주) <신기전>(6주) <바르게 살자>(6주) <박수칠 때 떠나라>(5주) <아는 여자>(5주) <카운트다운>(4주) <나의 결혼원정기>(4주) <김씨표류기>(4주) <글러브>(4주) <귀여워>(3주) <거룩한 계보>(3주) <마이캡틴, 김대출>(1주) 등에 출연했다.


2위는 송강호와 황정민이다. 69주간 톱10에 오른 작품에 출연했다. 송강호 출연작은 <괴물>(11주) <살인의 추억>(11주) <의형제>(8주)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8주) <밀양>(6주) <박쥐>(6주) <효자동 이발사>(6주) <푸른소금>(4주) <우아한 세계>(4주) <남극일기>(3주) 등 10편이다. 황정민 출연작은 17편이다. <검은집>(6주) <부당거래>(6주) <바람난 가족>(6주) <너는 내 운명>(5주)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5주) <달콤한 인생>(5주) <천군>(4주) <사생결단>(4주) <헷지>(4주) <행복>(4주) <모비딕>(4주)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4주) <그림자살인>(4주) <여자, 정혜>(2주)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주) <지구를 지켜라>(2주) <마지막 늑대>(2주) 등이다.

4위는 63주간을 기록한 김수미와 설경구다. 김수미는 <그대를 사랑합니다>(9주)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8주) <위험한 상견례>(8주) 등 13편, 설경구는 <실미도>(12주) <해운대>(11주) <강철중:공공의 적 1-1>(7주) 등 12편에 출연했다.

6·7위는 박해일·안성기·이범수다. 박해일은 61주간, 안성기·이범수는 57주간이다. 박해일은 <괴물>(11주) <최종병기 활>(10주) <연애의 목적>(7주) <극락도 살인사건>(7주) 등 12편에 출연했다. 안성기는 <실미도>(12주) <화려한 휴가>(10주) <아라한-장풍대작전>(7주) 등 10편, 이범수는 <오!브라더스>(7주) <킹콩을 들다>(6주) <싱글즈>(6주) 등 15편에 출연했다.

9·10위는 이문식·임창정이다. 이문식은 55주간, 임창정은 54주간을 기록한 작품에 출연했다. 이문식은 <마파도>(9주) <황산벌>(7주) <강철중:공공의 적 1-1>(7주) 등 15편, 임창정은 <위대한 유산>(7주) <1번가의 기적>(7주) 등 14편에 출연했다.

이른바 ‘천만배우’ 중 <왕의 남자>의 정진영은 8편으로 44주간, <해운대>의 박중훈은 8편으로 40주간,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동건은 6편으로 33주간 주목받았다.


10위권 배우 중 여배우는 김수미가 유일하다. 여배우 상위권은 김수미·엄정화·손예진·하지원·나문희·김하늘·강혜정·엄지원·전도연·임수정·문소리 순이다. 엄정화는 <해운대> <싱글즈> <베스트셀러> 등 11편으로 50주간, 손예진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 <클래식>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등 9편으로 45주간 주목받았다. 이어 하지원 44주간, 나문희·김하늘·강혜정 41주간, 엄지원 37주간, 전도연·임수정 36주간, 문소리 34주간이다. 맥스무비 웹사업실 김형호 실장은 “남자영화가 어필한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여성영화 기획·개발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톱10 안에 오른 작품의 편당 평균 주간순위 1위는 송강호다. 송강호 출연작(10편)은 6.9주 동안 예매 톱10에 들었다.

2위는 최민식과 김윤석이다. 최민식은 <올드보이>(9주) <친절한 금자씨>(7주) <주먹이 운다>(6주) <마당을 나온 암탉>(6주) <악마를 보았다>(5주) <꽃피는 봄이 오면>(3주) 등 6편, 김윤석은 <추격자>(9주) <거북이 달린다>(7주) <전우치>(7주) <즐거운 인생>(5주) <황해>(4주) <완득이>(4주) 등 6편으로 각각 평균 6주간 톱10에 올랐다.


4위는 ‘국민배우’ 안성기다. 평균 5.7주간을 기록했다. 출연작은 <실미도>(12주) <화려한 휴가>(10주) <아라한-장풍대작전>(7주) <한반도>(6주) <라디오스타>(6주) <신기전>(6주) <형사>(3주) <7광구>(3주) <마이 뉴 파트너>(2주) <묵공>(2주)등 10편이다.

5위는 정재영·정진영·성지루·장동건이다. 정재영은 15편, 정진영과 성지루는 8편, 장동건은 6편으로 각각 5.5주간 동안 주목받았다.

9위는 설경구, 10위는 박해일·조승우·나문희·전도연이다. 설경구는 12편으로 5.3주간이다. 박해일은 12편, 조승우와 나문희는 8편, 전도연은 7편으로 각각 5.1주간을 기록했다. 이어 손예진·박중훈(5주), 김수미·차태현·차승원·권상우·강동원(4.8주), 임하룡·강신일(4.7주), 하정우·신하균·김하늘·강혜정(4.6주), 엄정화·류승범·정우성(4.5주) 등이 각광받았다.

김형호 맥스무비 웹사업실 실장은 이에 대해 “정재영·송강호·황정민·설경구·박해일이 2000년대 한국영화를 이끌어 온 주역이라는 걸 입증한다”면서 “이들이 독주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들의 존재로 영화 투자와 제작이 가능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가운데 특히 송강호는 ‘좋은 배우’이자 오랜 기간 관객의 관심을 끄는 ‘흥행배우’라는 점을 데이터로도 입증이 된다”며 “김수미·안성기·이문식·성지루·임하룡·강신일·나문희 등 중진 및 조연이 포진된 점 또한 주목된다”고 풀이했다.

Posted by 배장수

댓글을 달아 주세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에 한 치과의 과장으로
                                출연했다. 여주인공 '윤혜진'(엄정화)의 이력서를 검토한 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강석범 감독의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2004)에 출연할 때 일이다. ‘윤혜진’(엄정화)의 이력서를 검토하는 한 치과의 과장 역을 하면서 솔직히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다. 달려온, 가고 있는 길이 서로 다른 데 따른 당연한 편차였지만 나와 엄정화의 위상 차이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앞서 나와 엄정화는 영화 <마누라 죽이기>(1994)에 함께 출연했다. 나는 영화사 상무였고, 엄정화는 극중 영화 여주인공이었다. 영화사 사장(박중훈)의 내연녀이자 감독(조형기)하고도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는 극중 속초 촬영장에서 상무에게 자신의 방을 해변이 보이는 곳으로 배정해 주지 않았다고 상무에게 항의한다. 상무는 그의 항변을 무시하는데 사장의 아내이자 기획실장인 ‘소영’(최진실)이 여주인공과 방을 바꿔준다. 이로 인해 ‘킬러’(최종원)를 고용한 사장의 마누라 죽이기 작전은 차질을 빚는다.



10년 사이에 배우로서는 물론 가수로서도 톱스타로 손꼽히는 엄정화. 만약 내가 기자를 그만두고 배우의 길로 나섰다면 엄정화와 맘먹는 위치에 올랐을까? 아니, 명계남씨 정도는 됐을까? <… 홍반장>은 촬영을 마친 며칠 뒤까지 가지 않은 길, 가시밭길이라고 여겼던 배우의 길에 대한 갖가지 상상에 빠지게 했다.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다. 출연작이 많아지면서 단역이라도 비중과 개성이 있는, 대사도 더 많은 배역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고는 했다. 심지어 조연에 대한 욕심이 일기까지 했다. 빈 말일지도 모를 주위의 권유에 흔들리고는 했다.

돌이켜 보면 주연 제의를 받은 적이 딱 한 번 있다.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가 ‘신씨네’에 재직할 때인 1992년 가을 내게 회사를 그만두고 주인공을 맡아줘야 할 영화가 있다고 했다. “어떤 영화인지는 나중에 이야기해주겠다”며 “그 때 딴소리하지 말고 꼭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영화는 오석근 감독의 <101번째 프로포즈>(1993)다. 남자 주인공은 외모가 다소 쳐지는 데에다 무능하고 수줍음을 잘 타는 성격의 소유자다. 이 역은 문성근이 맡았는데 내게 어울리는 역이었다. 당시에는 송강호ㆍ황정민ㆍ류승범ㆍ오달수 등의 배우가 없었다.



나는 고민 끝에 기자를 그만두고 주인공을 맡겠다고 했다. 김희애보다 황신혜가 낫지 않겠느냐는 제안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정완씨의 전화를 받았다. 없었던 일로 하자는. 황당한 중에 들려온 그의 말은 수긍이 갔다. 상식적으로 보나 현실적으로 보나 내가 남자 주인공을 하는 데에는 무리가 많았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영화 제작비는 지방 배급업자들의 출자금과 비디오 사전판매 금액 등으로 충당됐다. 오정완씨는 지방 배급업자들에게 영화 기획안을 설명하면서 남녀 주인공으로 나와 김희애를 거론했다.


배급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흥행에서 남녀 주인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사람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한 업자가 “기자? 배장수? 사과장수로 하지 그래”라고 했다는 말에 일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거금을 투자하는 그들의 입장이 이해가 됐다. 돈 없이 영화를 찍을 수는 없는 법. 오정완씨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한 때나마 품었던 주연의 꿈을 미련 없이 지워야 했다.


조연 후보로 거론된 적도 있다. 육상효 감독의 <아이언 팜>(2002)이다. 첫사랑을 찾아 미국에 온 남자가 치르는 해프닝을 그린 캐릭터 코미디다. 내가 후보로 올랐던 배역은 택시기사 ‘동석’. ‘아이언 팜’(차인표) ‘지니’(김윤진) ‘에드머럴’(찰리 천) 다음으로 비중 있는 인물이다.



제작진은 이 배역에 조재현ㆍ․공형진 등을 캐스팅하려 했다. 그러나 두 배우는 TV 드라마 스케줄 때문에 출연이 불가능했다. 육상효 감독은 이 때 나를 떠올렸다고 한다. 나는 육상효 감독의 단편영화 <터틀넥 스웨터>(1998)와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조감독을 맡은 임권택 감독의 <축제>(1996)에 출연한 적이 있다. <터틀넥 스웨터>에는 ‘술집 손님’으로, <축제>에는 ‘문상객’으로 나왔다.
 

                                  <축제>는 유명작가 '이준섭'(안성기)과 그의 이복조카 '용순'(오정해) 등을
                                          중심으로 상가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와 가족 간의 화합을 그렸다.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용순이 못마땅한 문상객으로 출연했다.

어쨌든 <아이언 팜>에는 출연하지 않았다. 어떤 제의도 받지 못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촬영 현장 취재를 갔을 때 조연 후보였다는 말을 들었다. 육상효 감독은 “동석 역에 캐스팅하고 싶었지만 직장을 그만 두고 오게 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제외시켰다”고 말했다. 이 역은 고 박광정이 맡았다.

 

<101번째 프로포즈>에서 주인공을,  <아이언 팜>에서 조연을 맡았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계속 배우의 길을 가고 있을까, 그런 중 과연 베드신도 해냈을까? 가지 못한 길. 이에 대한 상상의 나래는 카메오로서 누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Posted by 배장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