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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27 문소리, 대학 졸업후 <박하사탕>으로 늦깎이 데뷔

문소리(38)는 <박하사탕>(2000)으로 데뷔했다. <오아시스>(2002)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상(신인배우상)을 수상, 월드스타로 등극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연기상,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받은 뒤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는 신인여우상과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옥관문화훈장도 받았다. <바람난 가족>(2003)으로 대종상영화제·시애틀국제영화제·대한민국 영화대상 등의 여우주연상, <하하하>(2009)로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분노의 윤리학>에 이어 <협상종결자> 개봉을 앞두고 있다.

 

■대학이냐, 오디션이냐
한 편의 영화(연극)가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 평범한 여고생이던 문소리가 배우가 된 것도 이에 해당한다.

<에쿠우스>. 문소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연극이다. 신구·최민식이 주연을 맡았다. 1990년 여고 1학년 때 문소리는 이 연극을 본 뒤부터 배우를 동경했다. 1993년 성균관대 교육학과에 입학한 뒤 연극·국악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3학년 1학기 때에는 기성 극단 한강에 입단했다. 우편물 작업 등 사무보조를 하면서 청소도 했다.

그런 중 창작극 <교실 이데아>로 데뷔했다. 다른 배우들과 달리 연습이 한창 진행되던 중간에 들어갔다. 극중에서 배우들이 다루는 악기가 하모니카 등에 지나지 않아 보완이 필요했다. 문소리는 중학생 때부터 바이올린을 켤 줄 알았다. 덕분에 부잣집 여학생 역을 맡아 예상보다 빨리 무대에 섰다.

연극 공연 외 판소리·발레 등을 배우고 익히느라 문소리는 동기들보다 대학을 1년 반 늦게 졸업했다. 문소리는 지식과 실력을 쌓고 인맥을 넓히기 위해 서울예대 연극학과를 지망, 합격했다.

 

그 무렵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2000) 오디션에 경험 삼아 응모했다. 될 거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잇달아 예심을 통과, 고민에 빠졌다. 최종 합격이 불투명한 가운데 오디션을 포기해야 할지, 대학을 포기해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했다. 문소리는 고민 끝에 대학을 포기했다. 2~3개월이 걸린 오디션에 최종 합격, ‘영호’(설경구)의 첫사랑 ‘순임’ 역을 맡았다.

이창동 감독은 당시 남자주인공은 신인으로 하더라도 여자주인공은 유명 배우로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하지만 오디션 때 얼굴부터 목까지 붉어지며 연기하는 문소리가 적임자임을 굽히지 않았다. 만약 문소리가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면, 이 감독이 자신의 주장을 굽혔다면, 오늘의 문소리는 존재하지 않을지 모를 일이다.

■‘한공주’로 공주 등극
문소리는 <박하사탕>으로 데뷔한 뒤에도 충무로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블랙컷> <외계의 제19호 계획> <봄산에> <상암동 월드컵> <승부> 등 단편영화에 출연하거나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교사자격증이 있는 문소리는 이와 함께 한 복지관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장애인들을 가르쳤다. 초등학생 대상 한자교실 수업도 맡았다. <오아시스>의 여주인공 ‘한공주’ 역을 맡게 된 것은 이와 관련이 깊다.

한공주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한국은 물론 외국의 경우도 유명 여배우가 이런 배역을 해낸 전례가 없다. 이창동 감독은 유명 여배우의 출연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점을 감안, 문소리에게 6mm 비디오 카메라를 주고 2주 동안 연습하면서 그 과정을 찍어오라고 했다.

문소리는 <나의 왼발> 등 장애인이 나오는 비디오는 빼놓지 않고 관람하고, 방문을 잠그고 연습을 거듭했다. 눈을 돌리면 팔과 입이 풀리고, 몸이 되면 감정이입이 안 돼 애를 먹었다. 2주 뒤 오디션장에서는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여 카메라의 플레이 버튼을 못 누르고 그만 눈물을 쏟았다. 그러고는 못 하겠다면서 카메라를 들고 도망치듯 영화사를 나와 버렸다.

이 감독은 이때 <오아시스>를 덮어야 하나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여자로서, 여배우로서 문소리와 얘기를 나눠봐 달라고 오지혜에게 도움을 청했다. 오지혜는 신인에게 오디션 기회가 주어진 게 어딘데 거부하느냐고, 그런다고 자존심이 사느냐고 문소리를 나무랐다. 어설픈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던 문소리는 선배의 말에 자신이 부끄러웠고,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카메라를 내놓았다. “해볼만 하다”는 오지혜의 말에 용기를 냈다.

문소리는 이후 2개월여 동안 연습에 몰두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또 읽었고 휠체어를 타고 거리로 나가 장애체험도 했다. 이어 6개월의 촬영기간에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살았다. 한공주가 일종의 사회부적응자 ‘홍종두’(설경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과일 깎는 칼로 손목을 그어 자살하는 장면 등을 놓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남성 중심적인 시각이 녹아들지 않도록 제작진과 논의를 많이 했다. 이 감독의 주문에 응하느라 실신 지경에 이를 만큼, 촬영을 모두 마쳤을 때에는 골반이 약간 뒤틀려 교정이 필요할 정도로 혼신을 다했다.

■“우리가 좋은 영화 만들어보자”
<분노의 윤리학>(감독 박명랑). 21일 개봉되는 문소리의 최근 영화다. 미모의 여대생 살인사건의 전말을 그린 블랙코미디이다. 나쁜 놈, 잔인한 놈, 찌질한 놈, 비겁한 놈, 그리고 단호한 여자가 얽히면서 드러나는 살인사건의 전모와 인간의 각기 다른 본색을 다뤘다.

이 영화는 문소리를 비롯해 유명 배우·스태프가 제작을 이끈 국내 최초의 작품이다. <부러진 화살>(감독 정지영)이 모든 배우·스태프의 러닝개런티 수용에 힘입어 저예산으로 제작된 데 반해 <분노의 윤리학>은 문소리·이제훈·조진웅·김태훈·곽도원과 김우형(촬영)·조화성(미술)·김선민(편집) 등 배우와 스태프가 의기투합, 지분 참여 형식으로 함께 제작을 주도했다. 참여한 배우들은 자신의 배역도 시나리오를 읽은 뒤에 스스로 정했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있는데 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재미있게 만들어 볼 방법이 없을는지….’

문소리가 지난해 초에 들은 말이다. 문소리는 호기심이 발동, 시나리오를 읽고 출연 의사를 밝혔다. 동료 배우·스태프들이 뜻을 함께하면서 국내 최초로 유명 배우·스태프가 제작을 주도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문소리는 “배역의 비중을 떠나 한 명의 관객으로서 보고 싶은 영화였다”며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도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함께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에도 이렇게 독특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한 편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보고 역할을 골랐는데 신기하게도 주요 배우분들이 선택한 역할이 겹치지 않았고, 감독님 의견과 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문소리의 다음 영화는 <협상종결자>(감독 이승준)다. 남편의 정체를 모르는 비밀요원의 아내가 일급 첩보작전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박하사탕>과 <오아시스>에서 함께한 설경구 등과 호흡을 맞췄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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