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등급위원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6.12 김기덕 <뫼비우스> 비상할까?
  2. 2012.11.10 <터치> 민병훈 감독 “터치하면 기적 생긴다”

<뫼비우스>(감독 김기덕)에 비상이 걸렸다. 비상할는지 주목된다.

 

김기덕필름의 김순모 프로듀서는 “김기덕 감독이 지난 5일 ‘<뫼비우스> 제한상영가에 대한 제작사 감독 의견서’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위원장께 보냈다”며 “재심의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이를 통해 <뫼비우스>가 원안대로 일반에 공개될 수 있을는지 영화계 및 관객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 <뫼비우스>, <무게> 뛰어넘을까?


재심의는 영등위의 ‘등급분류 절차규정’에 따르면 재분류를 말한다. 처음에 심의받은 필름을 놓고 다시 심의하는 걸 말한다. 영등위 결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 해당 영화인은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재분류 신청을 할 수 있다. 영등위는 재분류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당사자 또는 대리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재분류는 9인으로 구성된 위원회위원이 맡는다. 재분류는 1회에 한한다. 그 결과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위원회 결정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한 뒤에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첫 등급분류 심의는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이하 소위원회) 7인이 한다. 필름을 수정한 뒤 다시 신청한 심의도 처음받는 심의에 해당한다. 심의도 소위원회가 맡는다.

 

영등위 등급자료통계에 따르면 2008년 1월 1일부터 2013년 6월 11일 현재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총 30편이다. 한국영화가 11편, 외국영화가 19편이다. 대부분의 작품이 제한상영가를 받은 뒤 필름을 수정, 심의를 다시 신청해 청소년관람불가(이하 청불) 등급을 받았다. 한국영화는 <악마를 보았다>(2010) <트로피컬>(2011) <아버지는 개다>(2012) <줄탁동시(2012)> 등이고, 외국영화는 <기둥서방 히로시>(2008) <미트그라인더:인육국수>(2009) <감각의 제국2:사다의 사랑>(2009) <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2012) <홀리 모터스>(2013) <브루노>(2013) 등이다.

 

<자가당착: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 <무게> 등은 이와 다르다. <자가당착>은 2011년 6월 14일과 2012년 9월 22일,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제작사(곡사필름)는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에 영등위를 상대로 ‘<자가당착> 제한상영가 등급분류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5월 10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영등위는 이에 불복, 5월 24일 항고를 제기했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퀴어라이온상 수상작 <무게>는 지난해 11월 13일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제작사(트리필름)는 세 커트를 편집한 필름으로 심의를 신청했는데 지난 2월 12일 또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제작사는 2월 21일 재분류를 신청했다가 다음 날 취하했다. 그리고 3월 14일에 재분류를 신청했고, 3월 23일에 청불 등급을 받았다. 이처럼 한 차례 수정을 했지만 어쨌든 같은 필름으로 재분류에서 제한상영가가 아닌 청불을 받은 사례는 <무게>가 유일하다. <나는 행복합니다>(2009) <반두비>(2009) <귀향>(2009) <시크릿>(2009) 등이 소위원회 심의에서 청불을 받은 뒤 재분류를 신청한 뒤 다른 결과를 기대했지만 위원회위원이 심의한 재분류에서도 모두 청불을 받은 것이다.

 

 


# 바뀌지 않으면 국내 상영 포기하겠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2001년 12월 영화진흥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 이 등급을 받은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다. 이때 광고 등을 할 수 없고 이후 DVD 등도 발매할 수 없다. 제한상영관은 2004년 5월 대구에서 처음으로 개관했지만 3개월만에 문을 닫는 등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2013년 6월 현재 제한상영관은 전국에 한 곳도 없다. 따라서 제한상영가 등급은 상영금지라는 사형 선고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

 

김기덕 감독이 보낸 의견서에서 우선 눈길을 끄는 대목이 사형선고를 받은 창작자가 느끼는 고통이다. 김 감독은 “<뫼비우스>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하기로 결정하는 데 창작자의 양심으로 저 자신과 긴 시간 동안 싸웠다”면서 “몇 차례 제작을 중단했고 최종 포기상황에서 시나리오를 본 한 유명 여배우와 존경하는 한 감독님이 꼭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는 지지와 용기를 줘서 다시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촬영 중에도 내가 왜 논란의 중심에 서야하나? 수없이 자문자답했다”면서 “제한상영가의 결정적인 문제가 되는 장면을 찍을 때는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창작이 뭔데 이런 고통을 겪으며 영화를 찍어야 하나? 도망치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김 감독은 이어 “이 시대는 성과 욕망 때문에 무수한 사건과 고통이 있다”면서 “<뫼비우스>의 줄거리는 관계에서 믿음을 잃은 부부의 질투와 증오가 아들에게 전이되고 결국 모두가 죄책감과 슬픔에 빠지고 결국 쾌락과 욕망르 포기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제한상영가 결정의 핵심 이유는 엄마와 아들의 근친 성관계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영화의 전체 드라마를 자세히 보면 주제를 관통하는 중요한 장치이고 연출자로서는 불가피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또 “심의 권리를 부여받은 영등위와 제 생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일반 성인 관객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면서 “미성년 학생들이 이 영화를 보면 주제나 내용을 잘못 받아들일 위험이 있지만 19세가 넘은 대한민국 성인이 <뫼비우스>의 주제와 의미를 위험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칸 마켓 상영을 통해 이 영화를 보고 수입해 상영하려는 여러 유럽 선진국의 성인보다 대한민국 성인의 의식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개인적으로 영등위원들의 입장을 여러 가지로 이해하면서도 표현의 가치 또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무엇이 부족해 단순히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섹스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겠느냐”는 반문도 주목을 끈다. <사마리아>(2004)로 베를린에서 감독상, <빈집>(2004)으로 베니스에서 감독상, <아리랑>(2011)로 칸에서 주목할만한 시선상, 그리고 <피에타>(2012)로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거장으로 손꼽히는 김 감독이 <뫼비우스>에 쏟은 창작성과 진정성을 읽게 하는 대목인 것이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마지막 꿈 장면이 본래 시나리오에서 현실로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여러 가지 한국 사회의 도덕과 윤리를 감안한 작가로서의 깊은 고민 끝에 꿈으로 표현했다”고 털어놨다. “제한상영가결정이 바뀔 수 없다면 배우·스태프들이 갖고 있는 지분(50%)을 자기가 지급하고 국내 상영을 포기하겠다”면서 “그 동안 제 영화의 18편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인정해 주신다면 성숙한 대한민국 성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 <뫼비우스> 제한상영가에 대한 제작사 감독 의견서


‘안녕하세요? 먼저 소중한 시간을 내어 <뫼비우스> 등급심사를 해주셔서 먼저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작자로서 또한 감독으로서 제한 상영가에 대한 의견을 드립니다.

 

영화 <뫼비우스>의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하기로 결정하는데 창작자의 양심으로 저 자신과 긴 시간동안 싸웠습니다. 윤리와 도덕이 중요한 한국사회에서 <뫼비우스>를 꼭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었습니다. 애초 희망했던 배우들이 거절하는 상황에서 제 자신을 의심하며 몇 차례 제작 중단을 했었습니다. 최종 포기상황에서 시나리오를 본 한 유명여배우와 존경하는 한 감독님이 <뫼비우스>가 꼭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며 지지와 용기를 주셔서 다시 만들기로 결심하고 스탭 배우들을 꾸려 촬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촬영 중에도 ‘내가 왜 이런 영화로 또 논란의 중심에 서야하나?’ 라고 수없이 자문자답했습니다. 제한상영가의 결정적인 문제가 되는 장면을 찍을 때는 너무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창작이 뭔데 이런 고통을 겪으며 영화를 찍어야 하나?’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는 성과 욕망 때문에 무수한 사건과 고통이 있습니다. 저는 <뫼비우스>로 그 정체를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성은 무엇이고 성기는 무엇이기에 이 시대 우리들은 이렇게 욕망과 고통에서 허우적거릴까? 이것은 저 자신만의 문제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뫼비우스>의 줄거리는 관계에서 믿음을 잃은 부부의 질투와 증오가 아들에게 전이되고 결국 모두가 죄책감과 슬픔에 빠지고 결국 쾌락과 욕망을 포기하는 이야기입니다.

 

제 영화는 항상 제가 판단하는 결론이 아니라 늘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었습니다. 이번 영등위에서 제한상영가 결정의 핵심 이유는 엄마와 아들의 근친 성관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줄거리를 자세히 보면 엄마와 아들의 성관계가 아니라 결국 엄마와 아버지의 성관계의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하고 연출을 했습니다.

 

이런 제 생각에도 불구하고 영등위원 분들 생각에는 물리적으로 아들의 몸을 빌리니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화의 전체 드라마를 자세히 보면 그 의미가 확실히 다르며 그것이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중요한 장치이고 연출자로서는 불가피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영화라 자세한 내용을 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심의 귄리를 부여받은 영등위와 저의 생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차이와 생각도 일반 성인관객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성년 학생들이 이 영화를 보면 주제나 내용을 잘 못 받아들일 위험이 있지만 19세가 넘은 대한민국 성인들이 <뫼비우스>의 주제와 의미를 위험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칸 마켓상영을 통해 이 영화를 보고 수입 상영하려는 여러 유럽 선진국의 성인들보다 대한민국 성인들이 의식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전 <올드보이>도 불가피한 아버지와 딸의 내용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영화로 많은 매니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정한 문화 선진국은 쉬쉬하는 인간의 문제를 고름이 가득차기 전에 자유로운 표현과 논쟁을 통해 시원하게 고름을 짜 내고 새로운 의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의미 있는 주제보다 물리적인 영상만을 못 보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무엇이 부족해 단순히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엄마와 아들의 금기인 섹스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겠습니까? 전 그동안 제 18편의 영화 중 한편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9월 배급사 ‘뉴’에서 배급을 하기로 한 상태인데 제한상영가로 개봉을 못한다면 저를 믿고 참여한 배우, 스탭들이 크게 실망할 것입니다. 스탭, 배우들은 <뫼비우스> 공동제작자로 국내 극장수익 지분도 50프로가 있습니다.

 

영등위원 여러분, 다시 한 번 영화의 진정한 의미와 주제를 헤아려 다시 조정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뫼비우스>는 인간의 수많은 문제 중에 하나인 성과 성기에 대해 질문하는 한 번 쯤 생각해 볼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러한 간곡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뫼비우스>를 선정성과 폭력성과 범죄적인 영화라고 만 판단해 결국 제한상영가로 개봉을 못한다면 제가 어쩔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제가 영화를 잘 못 만들었거나 영화를 다르게 이해 한 영등위원들의 의식 문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성인들인 영등위원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말 할 수없는 정신적인 상처를 입었나요? 심의위원들만 특별한 강심장들이 아니라면 19세 이상 대한민국 성인들도 영화를 보고 판단해야 되지 않을까요?

 

제 개인적으로 영등위원들의 입장을 여러 가지로 이해하면서도 표현의 가치 또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지막 꿈 장면은 본래 시나리오에서 현실로 보여주는 거였음에도 여러 가지 한국 사회의 도덕과 윤리로 볼 때 작가로서 깊은 고민 끝에 꿈으로 표현했음을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이런 제 간절한 의견에도 제한상영가 결정이 바뀔 수 없다면 배우 스탭 지분을 제가 지급하고 국내 상영을 포기하겠습니다. <뫼비우스>로 깊은 고민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부디 그동안 제 영화의 18편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인정해 주신다면 성숙한 대한민국 성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수 기회를 주십시요.

 

2013년 6월5일 김기덕 필름 영화감독 김기덕 드림.’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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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훈 감독(43)이 새 영화 <터치>(Touch)로 돌아왔다. 오는 8일 개봉되는 이 영화는 일본·중국·홍콩·대만·필리핀·베트남 등 6개국에 사전 판매된 데 이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아메리칸필름마켓(10.31~11.7·현지시간)에서 추가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터치>를 계기로 다시 달리는 민병훈 감독과 ‘힐링타임’을 가졌다. 

 

 

‘동식’(유준상)은 알코올 중독으로 올림픽 메달의 꿈을 접고 중학교 사격부 코치로 지낸다. ‘수원’(김지영)은 병원에서 간병 일을 한다. 영화 <터치>(Touch)는 이들 부부가 절망의 나날 끝에 만나는 기적을 그렸다. 러시아 시인 푸슈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떠올리게 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포도나무를 베어라> 이후 6년 만이다.
“2009년에 좀 아팠다.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모두에게 ‘힐링’(healing·치유)이 되는, 나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들도 행복한 영화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생명’에 관한 3부작(터치·사랑이 이긴다·설계자)을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다 썼는데 첫 편을 제작·개봉하는 데 6년이 걸렸다.”

그간 <터치>만 만든 것은 아니다. 장편 <아! 굴업도>와 <열정>, 15분짜리 단편 다섯 편(노스탤지아·가면과 거울·패션·생명·눈동자)도 만들었다. <아! 굴업도>는 1994년 핵폐기장 건설 반대와 골프장 개발 논란으로 사회적 화제가 된 인천 옹진군의 외딴 섬 굴업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올해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됐다.

 

-<터치>는 언제 만들었나.
“원래는 <천국의 향기>였다. 남편은 <터치>의 동식과 다르고 아내는 수원과 같은 인물이다. 어쨌든 <천국의 향기>는 2년 동안 크랭크인이 일곱 번이나 무산됐다. 그래서 내 영화사(민병훈필름)를 설립하고 직접 제작에 나섰다. 스태프진과 주변의 많은 분들이 마련해준 성금과 인천영상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아서 만들고 배급도 직접 하느라 이제야 개봉하게 됐다.”

이 과정에 심정적으로 힘든 상황에 몰린 민 감독은 제목을 <터치>로 변경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바뀐 제목은 서로 마음과 몸을 나누면 모두 함께 용기와 희망, 기적을 만날 수 있다는 영화의 주제를 담고 있다.

-촬영을 13회차 만에 끝냈다고 했다.
“세 대의 디지털 카메라로 100% 핸드헬드(들고찍기)로 찍었다. 촬영을 할 때마다 평균 10신(scene) 넘게 찍었다. 한 대는 인물의 감정을, 다른 한 대는 상황을 잡는 식으로 카메라의 시점과 거리 등을 달리해 작년 8월 3일부터 27일까지 13회차 만에 촬영을 마쳤다. 그 전에 콘티(만화 형식의 대본)를 면밀이 구성했고 연극처럼 6개월간 리허설을 했다. 배우들은 현장에 오면 촬영하기에 바빴다. 연기할 때 이성이 개입되는 걸 경계했다. 연기 아니 연기를 하는 걸 원했다.”

-이전 작품과 달리 장면 전환이 많고 전개도 빠르다.
“이 영화는 ‘생명’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여서 정적인 표현 양식을 지양했다. 스릴러 형식의 긴장감과 속도감이 ‘생명’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핸드헬드로 현장성과 즉흥성, 민첩성을 살렸다. 다소 거칠더라도 주인공의 심리와 행동을 쫓아가는 식으로 표현했다. 설명하기 보다는 감정으로 이야기했다. 이전 ‘두려움’에 관한 3부작(벌이 날다·괜찮아 울지마·포도나무를 베어라)은 긴 호흡과 여백을 중요시해 800컷(cut) 정도인데 이번에는 2500컷이다.”

-과감한 생략도 돋보인다.
“기획할 때부터 상영시간(러닝타임)을 100분 이내로 하려고 했다. 병원에서 할아버지가 수원을 성추행하는 이유, 이 할아버지의 통장을 유용(남편의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한 수원을 할아버지의 딸이 때리는 장면, 수원의 어린 딸 ‘주미’(김지영)가 ‘채빈’(채빈)의 아버지에게 아버지(동식)를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는 부분 등을 생략했다. 러닝타임이 99분이다.”

-사슴이 몇 차례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사슴은 두려움과 구원의 상징이다. 생명의 순환 고리 역할을 한다. 각각 두려움의 존재로 다가왔다가 수원에게는 용기를 내게 하고, 동식에게는 생명의 열쇠를 찾게 하는 존재로 작용한다. 그것은 신의 모습일 것이고 신은 생명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한다. 영화는 <그것이 알고 싶다>나 <PD수첩>이 아니다. 사슴의 출현은 판타지다. 판타지는 영화의 맛과 재미를 더해준다.”

사슴은 길들여지지 않는 동물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해를 서슴지 않는다. 민 감독 등 제작진이 살펴본 서울과 인천의 사슴은 기가 셌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홍성의 한 농장에서 1박2일에 500만원을 주고 두 마리를 캐스팅했다. 사슴의 특성을 감안, 촬영은 주인이 마취주사를 놓은 다음에 시작했다. 그런데 한 마리는 주사를 맞은 뒤 쓰러져버렸다. 다른 한 마리는 시나리오대로 걸어오고 멈추고 두리번거리는 연기를 해줬다. 제작진은 쾌재를 불렀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 ‘청소년관람불가’(청불) 등급을 받았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부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터치하고 해법을 찾아보자는 데 청소년도 동참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런데 ‘청불’이라니…. 왜 그들이 봐서는 안 될 영화인지, 흥행 때문에 화가 나는 게 아니다. 청소년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는데 그걸 막기 때문이다.”

-이른바 ‘작은 영화’가 설 자리가 좁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문화부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심사위원단을 구성, 매년 ‘올해의 영화’를 10편 이상 선정해서 DVD 15만 장 정도를 구입해 전국의 학교·도서관에 공급해 주는 게 한 방법이라고 본다. 관객들이 이곳을 통해 작은 영화들을 자주 감상하면 영화의 다양성이 구현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해외 공관에도 보내 한국영화(문화)도 알리고 이를 통해 수출도 꾀할 수 있다. 하드웨어(전용관)를 늘리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관리·유지비도 많이 든다.”

<터치>는 관객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존엄사·의료체계·성폭력·음주문화를 비롯해 교사 임용·복지·간병인 제도·부부 및 부모와 자식의 관계 등에 대해 자연스레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환자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수원은 전화로 사제(司祭)에게 도움을 청한다. 사제는 그간 수원이 잘못한 점을 든다. 수원은 “죽어가는 환자를 보지 않고 내 잘못을 본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제반 문제가 얽히고설키는 것은 이처럼 본질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실마리를 푸는 것은 관심을 갖고 터치하는 데에 있다. 월드비전 아동보건 글로벌 홍보대사로 활동해온 유준상은 6일 열리는 <터치> 나눔 특별 시사회에서 가장이 환자인 가정과 아동양육시설을 돕기 위해 6000만원을 기부한다. 민 감독은 “터치하면 기적이 생긴다”고 역설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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