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에타>의 남녀 주인공 이정진과 조민수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로 베니스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피에타>가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는 기쁨을 만끽했다. 조민수는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내정됐지만 ‘황금사자상 수상작은 다른 주요 부문 상을 함께 받을 수 없다’는 영화제 규정에 따라 제외되는 안타까움을 삭여야 했다.

 

                 김기덕 감독과 조민수, 이정진 등 <피에타> 관계자들이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중 전세계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피에타> 투자ㆍ배급사 NEW.

#이지은·조민수 등 10여 명, 3대 국제영화제 직행
이정진과 조민수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것은 <피에타>가 처음이다. 두 배우와 달리 조재현은 김 감독과 네 번째로 함께한 영화 <섬>으로 베니스 레드카펫을 밟았다.

                    김기덕 감독과 조민수ㆍ이정진이 알레르토 바르베라 베니스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 제공 <피에타> 투자ㆍ배급사 NEW.

 

이정진·조민수처럼 김 감독의 영화에 처음으로 출연, 베니스·베를린·칸 등 이른바 3대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배우들은 10여 명이다. 곽지민·김유석·서원·서정·양동근·이승연·이지은·이혜은·장첸·재희·전성환·한여름(가나다 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가운데 처음으로 베니스·베를린·칸 등 이른바 3대 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배우는 이지은과 이혜은이다. <파란대문>(1998)으로 제49회(1999)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진출했다. 파노라마는 최근 1년간 만든 영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품을 소개하는 부문이다. 판이한 두 동갑 여성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파란대문>에서 이지은은 창녀 ‘진아’, 이혜은은 진아를 저주하다가 동질감을 느끼는 여대생 ‘혜미’로 출연했다.

                                           <섬>의 ‘희진’(서정)과 ‘현식’(김유석). 더이상의 탈출구가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힌 이들은 미묘한 교감을 나누면서 파국을 맞는다.

 

서정·김유석·조재현은 처음으로 장편 ‘경쟁’ 부문에 입성했다. <섬>(2000)으로 제57회(2000)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서정은 낮에는 음식을, 밤에는 몸을 파는 낚시터 주인 ‘희진’ 역을 맡았다. 김유석은 살인을 한 뒤 낚시터에 숨은 경찰 ‘현식’, 조재현은 낚시꾼들에게 성 매매를 알선하는 ‘망치’로 출연했다.

조재현은 이후 2년 연속 국제적 주목을 끌었다. <수취인불명>(2000)으로 제58회(2001) 베니스국제영화제, <나쁜 남자>(2001)로 제52회(2002)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처럼 3년 연속 3대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은 한국 배우는 조재현이 유일하다. <수취인불명>에서는 혼혈이어서 따돌림을 받는 ‘창국’(양동근)을 받아준 개장수 ‘개눈’으로, <나쁜 남자>에서는 여대생 ‘선화’(서원)를 창녀로 만든 사창가 깡패 두목 ‘한기’로 열연을 펼쳤다.

                   <사마리아>의 ‘재영’(한여름ㆍ오른쪽)과 ‘여진’(곽지민). 원조교제를 하던 재영이 사고를 당한 뒤 여진은

                        재영의 수첩에 적혀있는 남자들을 차례로 찾아가던 중 형사인 아버지(이얼)의 눈에 띄게 된다.

 

곽지민·한여름·이얼은 김기덕 감독의 3대 국제영화제 첫 수상작 <사마리아>에서 호흡을 맞췄다. <사마리아>(2004)는 제54회(2004)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은곰상’(감독상)을 받았다. 세 배우 가운데 곽지민은 엄마와 함께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동행, 레드카펫을 밟았다. 시상식 전에 귀국, 현장에서 김 감독의 수상을 축하하지 못했다.

 

이승연·재희는 김기덕 감독의 3대 국제영화제 두 번째 수상작 <빈집>에서 함께했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 ‘선화’(이승연)와 빈집만 골라 전전하는 남자 ‘태석’(재희)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제61회 베니스국제영화제(2004)에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았다. 김 감독은 한 해에 베를린과 베니스에서 연거푸 감독상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전성환·한여름은 <활>(2005), 장첸·지아는 <숨>(2007)으로 칸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활>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숨>은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들과 달리 김예나·이나영·오다기리 조·주진모·장동건(가나다 순) 등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로 3대 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주진모는 <실제상황>(2000), 장동건은 <해안선>(2002), 이나영과 오다기리 조는 <비몽>(2008), 김예나는 <아멘>(2011)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실제상황>은 제25회(2001) 모스크바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고, <해안선>은 제7회(2002)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비몽>은 제57회(2009) 산세바스찬국제영화제 ‘공식’ 부문, <아멘>은 제59회 산세바스찬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조재현, 김 감독과 다섯 번 찰떡 궁합
김영민·지아·조재현·하정우·한여름 등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두 편 이상 출연했다. 김영민은 <수취인불명>과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2003), 지아는 <해안선>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숨> <비몽> 등 네 편, 조재현은 <악어>(1996) <야생동물보호구역>(1997) <섬> <수취인불명> <나쁜 남자> 등 다섯 편, 하정우는 <시간>(2006)과 <숨>, 한여름은 <사마리아>와 <활>에 출연했다.

 

이들 가운데 조재현은 오늘의 김기덕 감독이 존재하게 된 데 일등공신이다. <악어> <야생동물보호구역> <나쁜 남자>에서 주연, <섬>과 <수취인불명>에서 조연을 맡았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조재현이 다섯 편의 영화에서 펼쳐낸 각각의 인물은 김기덕 감독 영화의 뿌리에 다름 아니다. 이 뿌리는 김 감독의 초창기 영화는 물론 최근작 <피에타>까지 뻗어 있다. <피에타>의 ‘강도’(이정진)는 ‘용패’ ‘청해’ ‘망치’ ‘개눈’ ‘한기’ 등과 궤를 같이 한다. 한 뿌리에서 자란 줄기이자 가지이다. 사는 곳이 달라지면서 매번 그곳에서 달리 또아리를 튼 인물로도 읽힌다.

<악어>의 용패는 한강다리 밑에서 자살한 사람의 시체를 숨겨두었다가 유족에게 뜯어낸 돈으로 살아간다. 애인에게 버림받고 자살한 여자를 구해준 뒤 그녀를 강간하고 학대하면서 곁에 둔다. 동료의 그림을 훔쳐 판 돈으로 살아온 <야생동물보호구역>의 청해는 밀입국한 북한 특수부대 출신 ‘홍산’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범죄에 끌어들인다. <섬>의 망치는 낚시꾼들에게 여자를 데려다주고 받은 돈으로 티켓다방 주인이다. “개를 잡으려면 개와의 눈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변하는 <수취인불명>의 개장수 개눈은 혼혈아 ‘창국’을 개처럼 다룬다. 우리에 집어넣은 뒤 오토바이에 싣고 달리기도 한다. <나쁜 남자>의 한기는 여대생 ‘선화’를 납치, 모든 것을 빼앗은 뒤 사창가의 창녀로 만든다.

 

조재현은 실로 악락한 이들의 안팎을 심도있게 그려냈다. 저주를 퍼부으면서 한편으로 동정심을 자아내게 하는 캐릭터로 형상화했다. 김 감독은 전작과 달리 <피에타>에서는 ‘강도’의 양면을 보여준다. 나아가 ‘미선’(조민수)으로 하여금 “왜 이렇게 슬프냐… 놈도 불쌍하다”고 말하게 한다.

조재현은 한때 ‘김기덕의 페르소나(분신)’로 손꼽혔다. 조재현은 이를 통해 ‘연기파 배우’로 각광받았다. 김 감독은 조재현을 등에 업고 국내외 영화계의 물꼬를 텄다. 험난한 파고를 넘나들면서 ‘실력있는 감독’으로 자리를 잡아나갔다.

 

#김기덕, <봄여름가을겨울~ >서 주인공
조재현과 김 감독은 <악어>에서 ‘운명적으로’ 만났다. <악의>의 ‘용패’ 후보자는 원래 최재성·박상민·한석규 등이었다. 김 감독은 이들이 내건 출연 조건을 수용할 수 없었다. 이들을 캐스팅하는 데 실패한 뒤 어느날 김 감독은 우연히 MBC 특집극 <신화>를 보고 조재현을 찾았다. 이렇듯 조재현의 이들의 대안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최고의 배우였다.

조재현은 김 감독을 만난 뒤에 시나리오를 읽었다. 어린 시절과 파리에서의 유랑생활, 시나리오작가 등단 과정 등은 이제껏 만나온 여느 감독과 달랐다. <악어>는 더더욱 달랐다. 조재현은 이런 저런 조건을 따지지 않고 출연키로 했다. 방송국 카메라맨이었던 형이 사고로 세상을 뜬 뒤 배회하던, 배우로서 달려들만한 새로운 무엇인가를 기다리던 그는 거침없이 용패로 변신했다.

<악어>를 통해 연기에 쾌감을 느낀 조재현은 김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야생동물보호구역>에 흔쾌히 동참했다. ‘청해’든 ‘홍산’이든, 어떤 역이 주어지든 개의치 않았다. 조재현의 상대역 후보는 최민수·유오성·박철 등이었다. 조재현은 최민수가 어떤 역을 택하느냐에 따라 다른 역을 하기로 했다. 유오성과 박철에게는 청해 역을 제안했다. 세 배우 모두 불가. 장동직이 홍산을 맡으면서 조재현은 청해로 출연했다. 5억원의 예산으로 파리 올로케이션을 하느라 조재현은 주연 배우 외 제작부장 일까지 도맡았다. 이런저런 막일에 엑스트라 통제도 했다.

<파란대문>에는 맡기로 한 역이 없어지면서 출연하지 않았다. <섬>에서는 티켓다방 주인 역을 맡았다. <실제상황>은 연습까지 했다. 크랭크인 3일을 앞두고 조재현은 김감독의 휴대폰에 ‘느낌이 안와 못하겠다,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김 감독은 ‘내가 미안하다’고 응답했다. ‘어떻게 할 거냐’는 조재현의 물음에 김 감독은 ‘물색하겠다’고 했다. 크랭크인을 불과 3일 앞둔 상황에서. 조재현은 김 감독의 인간성에 매료됐고 깊은 신뢰감을 갖게 됐다.

                                  조재현은 <수취인불명>에 TV드라마를 찍으면서 ‘개눈’ 역을 해냈다. 극악한

                                           인물의 면면을 가감없이 펼쳐냈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김 감독과 함께 하는

                                           걸 자제하자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수취인불명>은 이 일환으로 출연했다. 김 감독은 촬영 사흘 전 조재현에게 “머리 깎고 내가 해야 할 상황인데 그조차 주위에서 반대한다”며 도움을 청했다. SBS 미니시리즈 <루키>로 바빴던 조재현은 김 감독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마를 찍으면서 개눈에 몰입하는 게 쉽지 않았다. 배역에 대해 준비할 시간도 없이 짬을 내서 찍다보니 아쉬움이 많았다. 조재현은 이에 대해 “애무도 않고 일방적으로 섹스를 한 듯한 느낌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취인불명> 이후 두 사람은 서로의 발전을 위해 “함께하는 걸 자제하자”고 했다. “한다면 미리 충분한 시간을 갖자”고 했다. 실제로 조재현은 <나쁜 남자>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김 감독 역시 다른 배우를 염두에 뒀다. 조재현은 김 감독에게 한 배우를 추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조재현은 김 감독으로부터 함께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촬영까지 남은 시간은 1개월 정도였다. 조재현은 보름을 더 요구하고 김 감독의 제안에 응했다.

조재현은 <나쁜 남자>의 한기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는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목됐다. 조재현은 “당시 데일리지에 남우주연상 후보로 게재됐는데 평점이 좋지 않아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반면 이번에 조민수는 작품이 너무 좋아 못받은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김기덕 감독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 ‘장년 승’으로 출연했다. 안성기, 도올 김용옥 교수, 조재현과

                    김갑수 등을 섭외하는 데 실패, 장년 승으로 출연해 남다른 연기력을 선보였다.

 

조재현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2003)의 ‘장년 승’ 제안도 받았다. 김 감독이 이 배역에 우선 손꼽은 후보는 안성기, 도올 김용욕 교수 등이었다. 김 감독은 조재현 외 김갑수를 캐스팅하려고 했다. 다른 작품과의 스케줄·삭발 등의 문제로 모두 백지화된 뒤에 이 배역은 김 감독이 직접 해냈다. <나쁜 남자>에 한기 수하들의 몰래카메라에 찍힌, 엉덩이만 보이는 손님으로 출연한 적이 있는 김 감독은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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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MY WAY). 강제규 감독(48)의 새 영화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오는 21일부터 상영된다. <은행나무 침대>(1996) <쉬리>(1998)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을 연출, 한국영화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강 감독의 <마이웨이>는 대미를 어떻게 장식할는지 기대된다. <은행나무 침대>는 서울에서 45만2580명(한국영화연감 기준), 전국에서 <쉬리>는 620만9893명, <태극기 휘날리며>는 1174만6135명이 감상했다. 웰메이드 상업영화 개척자 강제규 감독의 ‘마이 웨이’


<마이웨이>(MY WAY)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1940년대를 배경으로. 두 남자는 ‘김준식’(장동건)과 ‘다츠오’(오다기리 조). 마라토너 라이벌이던 이들은 군대에서 상관과 부하, 전우, 그리고 ‘하나’가 된다. 일본과 소련의 노몬한 전투, 독일과 소련의 독소전, 독일군과 연합군의 노르망디 해전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각 등장인물의 캐릭터, 드라마·주제·볼거리 등이 주목된다.

-또, 다시, 전쟁영화네요.

“<마이웨이>는 휴먼드라마예요.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전쟁영화로 여겼다면 안 했을 겁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이 한국인에게 끼친 영향, 전쟁의 비극성이 화두예요. 반면 <마이웨이>는 두 남자의 휴먼이에요. 적대적인 관계로 만났지만 전쟁을 치르면서 서로에게 희망이 된 두 남자의 인생여정을 그렸어요. ‘이제까지 연출한 영화 가운데 가장 만족도가 높습니다. 두 남자의 반목과 화해 과정이 잘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전쟁 장면이 돋보입니다.

“여한이 없어요. 여느 전쟁영화는 물론 세 전쟁 역시 차별화를 꾀하면서 최상의 비주얼을 보여주기 위해 사력을 다했죠. 예산·시간·장소 등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열정이 넘치는 스태프 덕분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무엇이든지 표현하지 못할 게 없겠다는 자신감도 얻었고.”


-촬영은 어디에서 했나요.

“벌목장은 강원도, 포로수용소·노몬한 전투·독소전은 새만금에서 찍었어요. 컴퓨터그래픽 등 기술력이 뒷받침돼 가능했죠. 하지만 노르망디 전투는 장소의 특성상 해외 로케가 불가피했어요. 그런데 노르망디는 관광지에다 문화자산보호구역이어서 촬영이 불가능해요. <라이언일병 구하기>도 다른 곳에서 찍었죠. 저희는 노르망디와 유사한 라트비아의 한 해안을 극적으로 찾아 그곳에서 했어요. 그곳 역시 보호구역이어서 유해성 물질을 제거하는 등 환경청에 자료·계획을 제시, 하나하나 허락을 받아야 했습니다.”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는 완벽한 고증과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3년간 수집한 자료의 양이 무려 300GB. 강 감독은 “독일과의 전쟁에 투입된 소련의 ‘동방부대’ 병사가 100만 명이어서 준식이나 다츠오처럼 독일군의 포로가 된 동양인이 많았을 것 같다”고 했다. <마이웨이>의 시초가 된 사진 속의 주인공은 그 가운데 한 명. 강 감독은 “그의 생존 본능을 가족·연인 이상의 무엇에서 찾았다”며 “준식(장동건)을 마라토너로 설정한 것은 일제시대 한국인의 우상이 고 손기정 선수인 데에 있다”고 설명했다.

-준식이 어디에서든 달리기 연습을 하는데요.

“준식의 꿈은 제2의 손기정이 되는 거예요. 일본·소련·독일군이 되는 준식이 반드시 살아돌아가야 할 이유이자 목적이 거기에 있어요. 격랑에 휩쓸리지만 변치 않아요. 우직한 인물이죠. 반면 다츠오는 변해요. 준식을 보면서.”


강 감독은 미국에 있을 때 <마이웨이> 연출의뢰를 받았다. 당시 제목은 <D-Day>. 실화를 소재로 한 기구한 삶을 다룬 데 끌렸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서에 나온 한 장의 사진과 이 사진의 사연을 담은 SBS 다큐멘터리를 보고 피가 끓었다. 한국시간에 맞춰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전화한 뒤 미국에서 하려고 4년간 준비했던 작품을 미루고 2009년 11월 귀국했다. 이후 14개월 간 시나리오를 다시 쓰면서 준비작업을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20일간 국내 및 해외촬영을 가졌다. 국내외 촬영에 약 340명의 스태프와 1만6천명에 달하는 보조출연자를 동원했다. 전투 장면에는 다섯 대의 카메라를 사용, 기존 방식과 독자적으로 개발한 유압 촬영 시스템 등 10여 가지를 모두 활용했다. 완성한 영화 커트 수가 5400여 커트로 여느 영화의 4~5배에 달한다.


-손예진씨가 출연하기로 했다가 백지화됐는데요.

“시나리오 버전이 너댓 개예요. 그 버전은 두 남자와 한 여자의 멜로라인 비중이 높아요. 마라토너 준식과 재즈가수가 된 여자가 베를린에서 조우하죠. 그런데 멜로라인으로 인해 두 남자 사이의 이야기가 약화돼 접어야 했어요. 많이 미안해요.”

-일본판은 재편집을 하는지요.

“아니에요. 기우예요. 시나리오를 쓸 때 일본 사람들에게 모니터를 했고 30명을 초청해 가편집본으로 시사회도 가졌어요. 정서적으로 반감이 전혀 없다는 걸 확인했고. 하지만 중국판은 고려하고 있어요. 중국은 한국·일본과 심의기준이 많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그쪽에서 우선 체크를 해서 보내주면 그 점을 감안해 편집할 계획이에요.”

-해외 개봉 일정은.

“일본은 내년 1월 14일에 개봉해요. 중국과 미국은 2~3월로 예정돼 있고. 이어 영국·프랑스·독일·호주에서 개봉할 예정이에요. 가야할 길이 멀어요. 국내 일정을 소화하면서 각 나라마다 다른 심의기준을 감안, 필요할 경우 편집을 새로 해야 하고 현지 프로모션도 가져야 해요. 예상컨데 5~6월이 돼야 <마이웨이>를 놔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할리우드 진출 다시 시도하나요.

“미국에 있는 동안 제가 선호하는 작품을 하려고 했어요. 그쪽에서 원하는 작품을 연출, 영향력을 키운 다음에 제 걸 해야 했는데…. 그쪽 시나리오를 택했으면 아마 데뷔했을 거에요. 아무튼 4년간 학교 다녔다고 생각해요. 다시 기회가 오면 지혜롭게 대처해야죠.”

강제규 감독은 2009년 김용화 감독과 함께 영화사 ‘디렉터스’(DIRECTORS)를 설립, <마이웨이>에 이어 김 감독이 연출하는 3D영화 <미스터 고>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2월 크랭크인 예정인 <미스터 고> 역시 세계시장을 겨냥한다. 강 감독은 “계속 진보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고 이점이 나를 변화하게 만든다”면서 “미국에서 하려고 했던 <SF>나 그 외 두세 편을 다음 연출작으로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감독의 마이 웨이는 “품격있는 상업영화를 만드는 것”. 어떤 상황에서든 꿈을 포기하지 않는 <마이웨이>의 준식은 강 감독의 ‘아바타’로 읽힌다. <마이웨이>와 이후 작품으로 열어갈 그의 길이 기대된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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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reamwork 2012.10.23 01: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마이웨이를 보았습니다. 엄청난 스케일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스토리가 너무 엉성해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장준하 선생님 죽음의 의혹을 접하면서 예전에 읽은 고인의 자서전 "돌베게"를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일본군 병영을 탈출하여 광복군이 되는 과정은 너무나 극적이고도 후련한 역사적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분의 삶은 마이웨이 보다 훨씬 훌륭한 영화가 되고도 남음이 있는 소재임을 확신합니다.

    국민의 성금을 모아 장준하 선생님 일생과 관련된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요. 이 영화가 제작되면 고인을 잘 모르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큰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수익이 발생해서 장준하 기념사업회나 핍박받아온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정말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강제규 감독(48)이 새 영화 <마이웨이>(My Way)를 오는 21일 내놓는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7년 만에. 14일 호텔신라에서 만난 강 감독은 표정이 밝았다. <마이웨이>에 대해 “전쟁영화가 아니라 휴먼드라마”라며 “이제까지 연출한 영화 가운데 가장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일본·소련·독일군을 거치는 ‘김준식’(장동건)과 ‘다쓰오’(오다기리 조)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들이 끝까지 잃지 않은 꿈과 희망을 그렸어요. 두 남자의 반목과 화해 과정이 잘 살아 있는 것 같아요.”


강 감독은 이어 전쟁·전투장면에 대해 “여한이 없다”고 털어놨다. “일본과 소련, 소련과 독일, 독일과 연합군 사이의 전쟁·전투는 두 남자의 삶에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여느 전쟁영화와 차별화를 꾀하면서 최상의 비주얼을 보여주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예산·시간·장소 등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열정이 넘치는 스태프 덕분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무엇이든지 표현하지 못할 게 없겠다는 자신감도 얻었고.”



강 감독은 미국에 있을 때 <마이웨이> 연출 의뢰를 받았다. 당시 제목은 <D-Day>. 실화를 소재로 한 기구한 삶을 다룬 데 끌렸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서에 나온 한 장의 사진과 이 사진의 사연을 담은 방송 다큐멘터리를 보고 피가 끓었다. 미국에서 하려고 4년간 준비했던 작품을 미루고 귀국했다. 이때가 2009년 11월. 강 감독은 이후 14개월간 시나리오를 다시 쓰면서 준비작업을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20일간 국내 및 해외 촬영을 가졌다. 국내외 촬영에 약 340명의 스태프와 1만6000명에 달하는 보조출연자를 동원했다. 전투장면에는 다섯 대의 카메라를 사용, 기존 방식과 독자적으로 개발한 유압 촬영 시스템 등을 모두 활용했다. 완성한 영화 커트 수가 5400여커트로 여느 영화의 4~5배에 달한다.


강 감독은 “언론·배급사 대상 시사회(13일)를 마치고 간밤에는 모처럼 푹 잤다”고 했다. “3년여 먼 길을 달려왔는데 이제부터 가야 할 길도 멀다”고 했다. “국내 일정을 소화하면서 내년 1월 일본, 2~3월 중국·미국 개봉 등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편집을 새로 하고 현지 프로모션도 가져야 한다”며 “예상컨대 5~6월이 돼야 <마이웨이>를 놔줄 수 있을 듯하다”고 했다.


“일본·중국·미국을 비롯해 영국·프랑스·독일·호주에서 개봉될 예정이에요. 각 나라마다 다른 심의기준을 감안, 필요할 경우 편집을 새로 해야 해요. 진행 중인 다른 나라도 확정되는 대로 재작업을 해야죠.”


강 감독은 일부에서 거론하는 일본판 재편집에 대해 “기우”라고 했다. “시나리오를 쓸 때 일본 사람들에게 모니터를 했고 30명을 초청해 가편집본으로 시사회도 가졌다”며 “정서적 반감이 전혀 없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한국·일본과 많이 달라 그쪽에서 우선 체크를 해서 보내주면 그 점을 감안해 편집할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강 감독은 <은행나무 침대>(1996), <쉬리>(1998),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을 통해 한국영화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강 감독은 “계속 진보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고 이 점이 나를 변화하게 만든다”고 했다. <마이웨이> 이후 작품으로 미국에서 하려고 했던 <SF> 외 두세 편을 기획하고 있다. 강 감독의 마이 웨이는 “품격 있는 상업영화를 만드는 것”. <마이웨이>와 이후 작품으로 열어갈 그의 길이 기대된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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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훈·김한민·곽경택·이현승·이환경·황동혁·이한·이정향·강제규…. 최근 새 영화를 내놨거나 앞으로 선보일 유명 감독이다. 이들이 신작을 선보이는 데에는 길게는 11년, 짧게는 2년이 걸렸다.

                                    <푸른소금>의 이현승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11년이 걸린 이는 이현승 감독(50)이다. 새 영화는 <푸른소금>이다. 이전 장편은 이정재·전지현 주연 <시월애>(2000다. 두 작품 사이에 이 감독은 <여섯 개의 시선> <이공> <시선1318> 등 옴니버스 영화에 참여하고, <날아라 펭귄> 등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위원장 직무대행도 지냈다.

<푸른소금>은 과거를 숨기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 은퇴한 조직 보스와 그의 감시를 의뢰받고 접근한 여자가 서로의 신분을 숨긴 채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위험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송강호·신세경 등이 호흡을 맞췄다. 지난 8월 31일 개봉, 22일 현재 75만5819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감상했다.

                                 이현승 감독이 <푸른소금>의 송강호ㆍ신세경과 제작보고회를 갖고 있다.

컴백 감독 중 눈길을 끄는 또다른 이는 이정향 감독(47)이다. 새 영화는 <오늘>이다. <집으로…>(2002) 이후 9년 만에 선보인다. <오늘>은 자신의 약혼자를 죽인 17세 소년을 용서한 다큐멘터리 PD가 그로 인해 1년 뒤에 겪는 혼란과 슬픔, 그 끝에서 찾아낸 찬란한 감동을 그렸다. 송혜교가 송창의·남지현·기태영 등과 호흡을 맞췄다. 오는 10월 27일 개봉된다. 이 감독은 <미술관 옆 동물원>(1998)으로 데뷔했다.

                                   <마이웨이>의 강제규 감독(오른쪽)이 장동건과 함께 촬영한 장면을 모니터 하고 있다.
 

강제규 감독(48)의 컴백도 주목된다. 강 감독은 장동건·오다기리 조·판빙빙 주연 <마이 웨이>를 오는 12월에 공개한다. ‘천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3) 이후 8년 만이다. <마이 웨이>는 일본·소련군을 거쳐 독일군이 돼 노르망디까지 온 한·일 두 청년의 파란만장한 역경을 담았다. 강 감독은 <태극기 휘날리며>에 앞서 <쉬리>(1999) <은행나무 침대>(1996) 등을 연출, 작품마다 빅히트를 기록한 흥행 감독으로 각광받았다.

                             <블라인드>의 안상훈 감독이 김하늘ㆍ유승호와 제작보고회를 갖고 있다.
 

안상훈·이환경 감독의 복귀도 오래 걸렸다. 안상훈 감독은 <블라인드>, 이환경 감독은 <챔프>를 각각 5년 만에 개봉했다. 안 감독의 전작은 송윤아·이동욱 주연 <아랑>(2006), 이 감독은 임수정 주연 <각설탕>(2006)이다. ‘오감 추적 스릴러’를 표방한 김하늘·유승호 주연 <블라인드>는 지난 8월 10일 개봉, 22일 현재 234만6764명이 관람하는 등 많은 관객에게 주목받고 있다. 차태현·유오성·박하선·김수정 주연 <챔프>는 지난 7일 추석영화로 개봉, 22일 현재 49만6338명이 관람했다.

                                 <도가니>의 황동혁 감독(왼쪽 사진 왼쪽)이 공지영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완득이>
                                  의 이안 감독(오른쪽 사진 가운데)이 제작보고회를 갖고 두 주연배우 김윤석ㆍ유아인과
                                  함께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황동혁·이안 감독은 4년 만이다. 황 감독은 <도가니>를 지난 22일 내놓았고, 이 감독은 <완득이>를 오는 10월 20일 내놓는다. 전작이 황 감독은 <마이 파더>(2007), 이 감독은 <내 사랑>(2007)이다. <도가니>는 공지영 작가, <완득이>는 김미령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도가니>는 공유·정유미 등이 주연을 맡았고, 유료 시사회 관객 포함해 22만7315명이 관람하는 등 호평받고 있다. <완득이>는 김윤석·유아인·김상호·박효주 등이 호흡을 맞췄다.

                             <통증>의 곽경택 감독이 주인공 권상우에게 촬영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곽경택 감독은 권상우·정려원 주연 <통증>을 <눈에는 눈, 이에는 이>(2008) 이후 3년 만에 선보였다. 지난 7일 추석영화로 개봉, 22일 현재 64만8733명이 관람했다.

이밖에 김한민 감독은 2년 만에 <최종병기 활>을 선보였다. 김상진·이성한 감독도 각각 2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김 감독(44)은 <투혼>, 이 감독(40)은 <히트>를 연출했다. <주유소 습격사건>(1999) <신라의 달밤>(2001) <광복절 특사>(2002) <귀신이 산다>(2004)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2007) 등 히트작 메이커인 김 감독의 전작은 <주유소 습격사건2>(2009)다. 이 감독은 <스페어>(2008) <바람>(2009) 등으로 주목받았다.

                                   <투혼>의 김상진 감독이 두 주인공 김주혁ㆍ김선아와 제작보고회를 갖고 있다.

<투혼>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철부지 천재 프로야구 선수의 생애 마지막 투혼을 그렸다. 김주혁·김선아가 주연을 맡았다. 오는 10월 6일 개봉된다. <히트>는 사설 이종격투기를 소재로 무려 136억원에 달하는 한 탕을 놓고 벌어지는 우여곡절을 담았다. 한재석·송영창·정성화·박성웅·이하늬·윤택·마르코 등이 함께했다. 오는 10월 13일 개봉된다.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이 네 주연배우들과 제작보고회를 갖고 있다(사진 위). 
                             김한민 감독이 <최종병기 활> 촬영장에서 현장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한민 감독은 <극락도 살인사건>(2007) <핸드폰>(2009) <최종병기 활>(2001) 등 2년 간격으로 신작을 내놓았다. <극락도 살인사건>은 225만9511명, <핸드폰>은 62만3011명이 관람했다. <최종병기 활>은 지난 8월 10일 개봉, 22일 현재 689만3327명이 관람하는 등 빅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2년 주기 연출은 많은 감독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2년 이상이 걸리는 건 감독들이 시나리오 작업 등을 병행하기 때문이다. 감독들이 연출에만 전념, 최소한 2년 주기로 새로운 새 영화를 연출, 관객과 함께 하기를 기대해 본다.

배장수의 시네파일 / 왕과 실업자 사이 
[경향신문]|2003-07-25|43면 |45판 |문화 |기획,연재 |1190자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영화감독에 대해 "이 세상에서 합법적으로 인정받는 독재자"라고 했다. 감독의 권위를 짐작케 하는 말이다. 그러나 감독의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한지 올해에 작품을 내놓은 감독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김경형 감독(42)은 충무로에 나온 지 15년 만에 데뷔작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내놓았다. 주경중 감독(44)은 '동승'을 완성하는 데 7년을 쏟아부었다. 김문생 감독(42)은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에서도 호평한 '원더풀데이즈'를 완성하는 데 7년여의 산고를 치렀다. 유명 CF감독 출신인 그는 대학교수도 그만두고 영화 완성에 매달렸다.

데뷔만 힘든 게 아니다. 이민용 감독(45)은 1996년 '인샬라'를 발표한 지 7년 만에 3번째 영화 '보리울의 여름'을 선보였다. 그는 또 13년 만의 데뷔기록을 갖고 있다. 82년 영화계에 뛰어들어 87년 영화아카데미(3기)를 졸업한 그는 95년에야 '개같은 날의 오후'로 데뷔했다.

송경식 감독(55)은 '사방지' 이후 15년 만에, 권칠인 감독(42)은 '사랑하기 좋은 날' 이후 8년 만에 각각 2번째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싱글즈'를 발표했다. '피막' 등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던 이두용 감독(61)은 53번째 영화 '아리랑'을 내놓은 게 '위대한 헌터GJ' 이후 8년 만이다. 91년 '결혼이야기'로 선풍을 일으켰던 김의석 감독은 6번째 연출작 '청풍명월'을 '북경반점' 이후 4년 만에 선보였다.

그런가 하면 남기남 감독(62)이 '천년환생'에 이어 6년 만에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를 선보인다. '갈갈이…'는 그의 105번째 작품. 그는 김수용(109편).고영남 감독(107편)에 이어 최다 연출 3번째 감독이다.

한편 영화아카데미 2기 출신인 민병관씨는 데뷔도 못하고 40편의 시나리오를 남긴 채 오랜 투병 끝에 최근 타계했다. 94년 '너에게 나를 보낸다' 시나리오를 쓰고 97년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로 데뷔한 구성주 감독은 이후 택시기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다른 길을 가는 감독 지망생과 감독은 부지기수다.

감독은 연출일선에선 '왕'이지만 그 전후에는 '실업자'나 다름없다. 이들은 현재 연출작이 마지막 영화가 아니기를 기원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상을 휩쓴 뒤 "나는 왕"이라고 외쳤다. 그의 자부심이 부럽다. 그런 우리 감독을 보고 싶다. /대중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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