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44)는 <꽃잎> <처녀들의 저녁식사> 등을 거쳐 <박하사탕>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연기력은 물론 흥행성적도 돋보인다. 12월 현재 3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한국영화 78편 중 그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 7편이다. 배우 가운데 가장 많다. 천만 영화 <해운대>와 <실미도>를 비롯해 <강철중: 공공의 적 1-1> <그놈 목소리> <공공의 적2> <광복절특사> <공공의 적> 등이다. <타워>에 이어 문소리 등과 <협상종결자> 촬영을 마쳤고 요즘 정우성·한효주 등과 <감시>를 찍고 있다. 

 

 

설경구는 <실미도>(감독 강우석·2003)에서 비운의 북파공작원으로, <해운대>(〃 윤제균·2009)에서 초대형 쓰나미에 휩쓸린 시민으로 출연해 온몸을 던졌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타워>(〃 김지훈)에서도 다르지 않다. 후배들에게 ‘전설’로 불리는 소방대장 역을 맡아 혼신을 다했다. 최악의 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리 판단에 능하고 과감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마침내 울먹이게 만드는 영웅상을 펼쳐냈다.


설경구는 이처럼 극중에서 온몸으로 고초를 겪는 인물과 인연이 깊다. 첫 영화 <꽃잎>(〃 장선우·1996), 첫 주연 영화 <송어>(〃 박종원·1999), 출세작 <박하사탕>(〃 이창동·1999), 그리고 <광복절특사>(〃 김상진·2002), <그놈 목소리>(〃 박진표·2007) 등에서, 그의 아바타라고 할 수 있는 ‘강철중’을 낳은 <공공의 적>(〃 강우석·2002) 시리즈 3편에서도 쓴맛 끝에 단맛을 보거나 끝내 보지 못하는 인물로 각광받았다.

 

■“연기도 해봐야”
설경구는 영화감독 지망생이었다. “감독 잘하려면 연기도 해봐야 한다”는 선배의 말에 따라 연극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배우가 됐다. 1학년 때 출연한 <만선>에서 전수경·유오성·박미선 등과 함께한 설경구는 공연이 끝난 뒤 한참을 울었다. 심혈을 기울인 뒤 밀려온 허탈감을 주체하지 못해…. 그런 그는 며칠 뒤 연출을 맡았던 4학년 여자 선배의 편지를 받았다. 연습·공연 과정, 그리고 울음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영화보다 연극을 전공하라는 권유가 담긴 편지였다.

설경구는 이후 연극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자연스레 영화감독의 꿈을 접고 연극을 전공했다. 4학년 때에는 제1회 젊은 연극제 공연작 <달아 달아 밝은 달아>를 연출했고, 덕성여대 약대 연극반 공연작 <들소> 객원 연출을 맡기도 했고, 4학년 2학기 때부터 동숭동에서 활동했다. 극단 ‘한양 레파토리’에 입단, <심바새매>(‘심야에는 바바라, 새벽에는 매리와’. 원제 <라이어>)에 동성애자로 출연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한 설경구는 신문보급소에서 삽지 작업을 하고, 시내 곳곳에 연극 포스터를 붙였다. 포스터 부착 작업을 한 작품 가운데 하나가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 대학 선배인 학전 기획실장의 배려로 포스터 부착 작업을 하던 어느 날 설경구는 김민기 대표의 눈에 띄었다. 김 대표는 기획실장에게 설경구에 대해 묻고 그 자리에서 설경구를 <지하철 1호선>에 캐스팅했다.

설경구는 이 작품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1994년 초연 때부터 96년까지 참여했다. 80여 가지 배역 가운데 두 역을 빼고 다해보면서 다양한 경험과 연기력을 쌓았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해 “어차피 길게 할 연기생활인데 ‘왕자병’에 걸리지 말라고 연기력이 필요한 삼류 역할을 많이 맡겼다”면서 “그런데 불평 안 하고 항상 성실하게 준비하고 연기를 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꽃잎>에서 설경구가 추상미·나창진·박철민(왼쪽부터)과 ‘소녀’(이정현)를 찾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10㎏ 정도 빼라”
첫 영화 <꽃잎>에는 장선우 감독에게 연출 수업을 받던 대학 동기, 훗날 <이대근 이댁은>(2006) <불후의 명작>(2000) 등을 연출한 심광진 감독의 추천에 힘입어 출연했다. 여주인공 ‘소녀’(이정현)의 행방을 쫓는 대학생 ‘우리들’ 역을 맡아 박철민·추상미·나창진 등과 함께했다.

이 영화 ‘쫑파티’ 때 설경구는 구원의 천사를 만났다. ‘호랑이 선생님’이던 고 유영길 촬영감독이다. 유 감독이 “경구야! 너 같은 얼굴이 배우를 하는 데 좋아. 평범하기 때문에 네가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얼굴이 나올 수 있어”라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은 것이다. 한국 최고의 촬영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데에다 배우로서 장점을 지녔다면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해 주자 설경구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설경구가 배우로 성장하는 데에는 <처녀들의 저녁식사>(감독 임상수·1998)가 밑거름이 됐다. 그는 호텔 직원 ‘연’(진희경)과 하룻밤을 보내는 만화가로 6분쯤 나왔다. 짧은 시간이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유령>(〃 민병천·1999) <송어>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전수일·1999) <박하사탕> 등에 잇따라 캐스팅되면서 ‘연기파’ 배우로 손꼽혔다.

임상수 감독은 <지하철 1호선>을 보고 설경구를 캐스팅했다. 설경구가 출연한 장면은 편집 작업 때 절반 정도가 잘릴 뻔했다. 여자 스크립터가 임상수 감독에게 자르면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해 6분쯤 나왔다. 스크립터가 자신의 주장을 굽혔다면 그의 출연 장면은 3분 정도에 그쳤고, 그랬다면 설경구는 주목받지 못했고, <송어>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박하사탕> 등과 인연을 맺지 못했을는지 모를 일이다.

임상수 감독의 조언도 큰 몫을 했다. 임 감독은 설경구에게 살을 뺄 것을 권했다. “10Kg 정도 빼면 아마 감독들이 엄청 찾을 것”이라면서. 설경구는 임 감독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 새벽과 밤, 매일 두 차례씩 뛰면서 식사를 조절해 10Kg을 뺐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보고 설경구를 찾은 박종원·전수일·이창동 감독이 그를 몰라볼 정도로. 특히 박종원 감독은 오디션을 보러 온 설경구를 옆에 두고 “설경구는 안 왔었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연기 하지 마라”
<박하사탕>의 주인공 ‘김영호’는 원래 한석규였다. 이창동 감독이 <초록물고기> 때 일찌감치 거론, 한석규가 맡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나온 뒤 한석규가 고사해 설경구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설경구는 첫 오디션에서는 떨어졌다. 이후 TV드라마 <고백> 등의 작가인 이창동 감독 부인의 제안으로 다시 기회를 잡았다. 거실에서 우연히 본 오디션 필름에서 설경구를 보고 “김영호 여기 있네”라며 설경구를 추천한 것이다.

삼척에서 <송어>를 찍고 있던 설경구는 이 감독의 “함께 하자”는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한 뒤 바깥에서 담배를 엄청 피웠다. “내일 책 읽어보자”는 이 감독의 말에 설경구는 “하고는 싶지만 능력이… 자신이 없다”고 했다. 큰절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후 10일이 지나도록 답을 안 했다. 자신 때문에 영화가 망가지는 악몽에 시달리다가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 달려들기로 마음먹었다. 이 감독은 “다른 배우들과 달리 자신이 없다고 한 게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면서 “평범한 마스크에 카리스마가 약해 보였지만 볼 때마다 얼굴이 달랐고, 그 점이 선악은 물론 다양한 색깔의 표현이 가능해 보여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박하사탕>은 1999년 4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찍었다. 설경구는 IMF로 망한 사업가, 악질 형사,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계엄군, 순진한 공장 노동자 등 복잡다단한 40대에서 20대를 살아내느라 고역을 치렀다. 이 감독의 한결 같은 주문은 “연기를 하지 마라”였다. 설경구는 연기를 하면서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스태프들이 무서워서 가까이 가는 걸 꺼려 할 정도로 배역에 몰입, 진짜 배우로 거듭났다.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으로 대종상·백상예술대상·이천춘사대상영화제·청룡영화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7개의 신인남우·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설경구 시대’를 열었다.

 

                   <타워>에서 설경구는  후배들에게 ‘전설’로 불리는 소방대장 역을 맡아 혼신을 다했다. 최악의 화재 현장

                        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리 판단에 능하고 과감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마침내

                        울먹이게 만드는 영웅상을 펼쳐냈다. 김상경·손예진·조민아·김성오(왼쪽부터)를 비롯해 김인권·도지환·안

                        성기·차인표·박철민·이한위·정인기·송재호·이주실·이창주·이창용·권현상 등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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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42)은 연극배우로 데뷔, 영화배우로 각광받고 있다. <박봉곤 가출사건>(1996)의 단역으로 영화에 입문, <킬러들의 수다>(2001) 등을 거쳐 <아는 여자>(2004)부터 주연배우로 자리잡았다. <실미도>(2003)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웰컴 투 동막골>(2005)과 <나의 결혼원정기>(2005)로 디렉터스 컷 올해의 남자연기상, <바르게 살자>(2007)로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 남자배우상, <김씨 표류기>(2009)로 황금촬영상 남우주연상, <이끼>(2010)로 청룡영화상·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요즘 <내가 살인범이다>로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제목 미정) 촬영을 마쳤다. 다음 작품은 <AM 11:00> <방황하는 칼날> 등이다.


 

 
■‘지현’에서 ‘재영’으로
<내가 살인범이다>의 주인공 ‘최형구’는 한국영화에서 전례가 없는 형사다. 깡패 같은 형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략적인 형사다. 그 지략이 상상을 초월한다. 공소시효가 끝나가는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구사한다.

 

지난달 <내가 살인범이다> 제작보고회와 기자시사회를 마친 뒤에 각본·연출을 맡은 정병길 감독은 최형구 역에 정재영을 놓고 썼다고, 캐스팅에 성공한 뒤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정재영은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송강호), <공공의 적>의 ‘강철중’(설경구), <거북이 달린다>의 ‘조필성’(김윤석) 등을 아우르는 형사 캐릭터로 스크린을 감칠맛 나게 수놓았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정재영의 30번째 장편 영화다. 최형구는 그의 배우 인생에서 특별한 인물이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맡은 본격 형사다. <이끼>에서 젊었을 때 잠시 형사였던 인물로, <바르게 살자>에서 은행강도를 가장한 순경이었던 그는 선량한 역보다 불량한 역을 많이 했다.

 

데뷔도 나쁜 남자로 했다. 1996년 <박봉곤 가출사건>(감독 김태균)에 ‘불량배’로 출연했다. ‘박봉곤’(심혜진)에게 기웃거리는 동네 건달이다. 1996년 <산부인과>(감독 박철수)에 의사 ‘정연’(황신혜)의 환자 남편, 1997년 <초록물고기>(감독 이창동)에 가수 ‘미애’(심혜진)가 출연하는 카바레에 술에 취한 ‘손님’으로 등장했다.

<박봉곤 가출사건>에는 황규덕 감독의 소개로 출연했다. 황 감독은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1990)에서 만났다. 이 영화에는 고교시절 연극반 지도교사의 소개로 출연했다. 엔드 크레디트에 ‘청소년 연기자’로 나온다. 본명(정지현)으로. <초록물고기>는 촬영 하루 전 날 연락을 받았다. 현장에서 본인이 나오는 장면만 기록된 이른바 ‘쪽대본’을 받았다. 정재영은 “옆모습만 조금 나온다”면서 “<박봉곤 가출사건> <산부인과> 때와 마찬가지로 카메라에 주인공이랑 함께 잡혀 잘리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박봉곤 가출사건>의 정재영(가운데). 박봉곤(심혜진)에게 추근대는 동네 불량배로 나왔다.

 

<초록물고기> 이후 1998년 <기막힌 사내들>(감독 장진)과 <조용한 가족>(감독 김지운), 1999년 <간첩 리철진>(감독 장진),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감독 류승완), <극단적 하루>(감독 장진), <공포택시>(감독 허승준) 등에 출연했다. <기막힌 사내들>에 ‘낯익은 기사’, <조용한 가족>에 ‘제비’, <간첩 리철진>에 ‘잔머리 택시강도’, 우정 출연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는 ‘성빈’(박성빈)의 형으로 등장했다.

 


정재영은 “당시에 오디션을 본 작품이 20편쯤 되는 것 같다”며 “한 편도 붙은 게 없다”고 털어놨다. “<삼인조>(감독 박찬욱)의 경우 ‘연기는 좋은데 이미지가 평범하다. 단역은 개성있게 생겨야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하도 떨어져 오디션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다”고 덧붙였다.


 

예명(정재영)은 <극단적 하루>부터 사용했다. <극단적 하루>에서는 청부 살인자의 매니저를 맡았다. 의뢰인들에게 ‘사다리 타기’로 살해 방법을 고르게 하는 인물이다. <공포택시>에는 여러 택시 기사 가운데 ‘논스탑’으로 출연했다. 정재영은 예명에 대해 “장모님이 사위 하는 일이 잘 되라는 바람을 담아 스님에게서 받아온 이름”이라고 했다. 2001년 신현준·신하균·원빈과 함께 공동주연을 맡은 <킬러들의 수다>(감독 장진)에 정재영은 사격의 불사신 ‘재영’으로 출연했다.

 

■“왜 이렇게 운이 없지?”
정재영은 고교시절 운동을 좋아했다. 3년 내내 복싱을 했고 야구·농구·축구 등 모든 운동을 좋아했다. 기자나 방송 프로듀서를 꿈꿨다. “선생님의 꼬임에 넘어가 연극반에서 활동했다”는 정재영은 처음으로 출연한 <봄날>로 동랑청소년연극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받는 등 연기력을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1992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 황정민·류승룡·임원희·신동엽·안재욱·최성국·최덕문 등과 함께 수학했다. 한 해 선배가 장진 감독. 졸업 후 장진 감독의 ‘문화창작집단 수다’에서 활동, 연극 <허탕> <박수칠 때 떠나라> <매직타임> 등에 출연했다. 안내상·이문식 등과 함께 <라이어> 초연 무대를 장식하기도 했다.

 

정재영은 연극을 하면서 충무로를 잇따라 두드렸지만 외면받기 일쑤였다. 정재영은 당시 조급했고 ‘왜 이렇게 운이 없지?’라고 불평도 많이 했다. 정재영은 “어느날 어머니가 ‘운이라는 것은 길을 열심히 가다보면 저절로 와서 탁 붙는 거다’라고 한 말이 가슴에 확 와닿았다”며 “그때부터 조급해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영화 오디션마다 떨어져 빈둥거리던 20대 중반, 그는 자작 모노드라마를 즐겨 찍었다. 비디오카메라를 구입해 방 안 맞은 편에 켜놓곤 혼자서 연기수업을 했다. 한 캐릭터로 연기를 하다가 카메라 밖으로 숨고, 다른 캐릭터로 들어와 마구 주절거리고는 했다. 그 테이프 분량이 엄청났다. 정재영은 “결혼하기 전에 완전 폐기했다”며 “애드립은 그때 꽤 연구한 것 같다”고 기억했다. “내가 아는 한 정재영은 리액션이 최고로 좋은 배우”(감독 장진)라고 했듯 그의 장기로 손꼽히는 리액션도 그때 연마했다.


 

 

정재영의 출세작은 <아는 여자>(2004)다. 오진으로 암 선고를 받은 야구선수 ‘동치성’으로 출연해 이나영 등과 호흡을 맞췄다. <거룩한 계보>(2006)에도 호남 지방을 주름 잡는 조폭 ‘동치성’으로 등장, 정준호·류승룡 등과 함께했다. 정재영은 “<웰컴 투 동막골>에서도 이름이 처음에는 ‘동치성’이었다”며 “장 감독에게 바꿔달라고 해 ‘리수화’가 됐다”고 밝혔다.

정재영은 5년여 단역 생활을 거쳐 스타덤에 올랐다. 정재영은 “아내에게 서른다섯 살까지 해보고 안되면 포기하겠다 했다”면서 “하지만 실제로 그만 둘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주변에서 조금씩 배우로 보기 시작하는, 배우로 인정하는 것 같은 시선을 느낄 때 희망을 봤다”고 했다. “예전에는 ‘한 작품이라도 더 해야 되는데’ 였다면 지금은 ‘더 후퇴하면 안 되는데’로 고민이 바뀌었다”고 했다. “어떤 일이든 하다 보면 질리게 마련인데 ‘내가 처음에 이 일을 왜 했는지’를 떠올리고 ‘이게 나의 운명’이라는 마음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실미도>(1108만1000명) <웰컴 투 동막골>(800만8622명) <강철중 : 공공의 적 1-1>(430만670명) <신기전>(372만6134명) <이끼>(335만3897명) <킬러들의 수다>(225만4206명) <바르게 살자>(219만250명)…. 정재영의 흥행작이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지난 8일 개봉, 26일 현재 215만8431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관람,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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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49)은 <8월의 크리스마스> (1998)로 데뷔했다. 평단과 관객의 사랑을 아우른 이 작품을 비롯해 <봄날은 간다>(2001) <외출>(2005) <행복>(2007) <호우시절>(2009) 등을 연출, 한국 멜로영화의 역사를 새로 써왔다. 최근 감수성 짙은 예전 작품들과 궤를 달리 하는, 강렬한 드라마와 감정 묘사가 돋보이는 <위험한 관계>를 내놨다.

 

 

#이번 기회에 영화, 한 번 해볼까?
늙은 아버지보다 먼저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사진사 ‘정원’(한석규), 고단한 현실에 발을 막 들여놓은 주차 단속원 ‘다림’(심은하). <8월의 크리스마스>는 이들의 스쳐 지나가는 듯한 만남과 그 속에서 싹 트는 순백의 사랑을 그렸다. 둘의 잔잔한 만남과 이별 이야기에 삶과 죽음에 관한 화두를 담았다.


상하이 최고의 바람둥이 ‘셰이판’(장동건)과 돈과 권력을 다 지닌 신여성 ‘모지에위’(장바이즈·張柏芝), 정숙한 미망인 ‘뚜펀위’(장쯔이·章子怡). <위험한 관계>는 이들의 각기 다른 만남과 그 사이에서 펼쳐지는 욕망의 여로를 담았다. 섹스로 섹스를 거래하는 셰이판과 모지에위, 이 내기에 함몰되는 뚜펀위를 통해 사랑의 종말과 복원을 그렸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대종상·청룡영화상·황금촬영상 신인감독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작품상을 받았고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았다. 서울에서 42만2930명(한국영화연감 기준)이 관람, 1998년도 한국영화 흥행 4위를 차지했다. <위험한 관계>는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을 비롯해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받았다. 지난 11일 개봉, 15일까지 15만9068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관람했다.

<위험한 관계>는 드라마가 강렬하고 전개 또한 빠르며 각 등장 인물의 감정 묘사도 끝을 본다. 삶과 사랑을 성찰하고 사유하게 하는 멜로영화 감독으로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허 감독의 달라진 영화 세계와 이후의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그런 그는 연세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대우전자 홍보실에서 2년쯤 언론 담당으로 근무했다. 맡은 일에 회의가 밀려들고 회사원으로 지내는 게 갑갑했던 그는 어느 날 불쑥 사표를 냈다. 대학원에 진학, 철학을 전공하려고 했다. 이때까지도 그는 영화에 관심이 없었다. 평범한 관객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본 영화도 적었다.

영화감독은 꿈도 꾼 적이 없던 그는 우연히 영화진흥위원회 부설 한국영화아카데미 신입생 모집 공고를 본 걸 계기로 영화에 입문했다. 그는 “마음 한 구석에 영상문화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어쨌든 아카데미 신입생 모집 공고를 보지 않았으면, 합격하지 않았으면, 지금 영화를 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는 1984년에 개교, 올해 29기 신입생을 뽑았다. 연출·촬영·프로듀싱·애니메이션 분야에서 2012년 현재 5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국내외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인 이들 가운데 김태용·박찬욱·봉준호·임상수·최동훈 감독 등 유명 영화인들이 즐비하다. 허진호 감독은 1992년 9기로 입학, 1993년에 졸업했다.

허진호는 아카데미 동기 유영식과 함께 연출한 아카데미 졸업작품 <고철을 위하여>로 밴쿠버국제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가능성을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졸업 후 박광수 감독의 연출부로 충무로에 입문, <그섬에 가고 싶다>(1993)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 작업에 참여했다. 고교 교사를 그만두고 영화계에 뛰어든 이창동을 비롯해 박기홍·박흥식·성지혜·오승욱·유영식 등과 함께 현장 수업을 받았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때에는 김정환·이창동·이효인 등과 각본 작업도 함께했다.

 

 

# 멜로영화에 담는 삶과 죽음의 철학 

허진호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를 요절한 가수 김광석의 영정 사진을 보고 기획했다. 김광석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 ‘영화적 충격’을 받은 그는 곧바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사가 점점 더 밝은 대상을 찾아 사진을 찍는다’는 한 신문 기사를 읽고 남자 주인공은 사진사로 설정했다. 훗날 그의 죽음을 애잔한 미소로 추억하는 여자 주인공은 주차 단속원으로 정했다. 주차 위반 차량을 사진으로 찍어 증거로 제출하는 여자는 매일 남자의 사진관에 들러 인화를 맡기고 찾아간다.

영화는 이들의 만남과 이별을 그렸다. 허 감독은 남자가 맞닥뜨리는 죽음의 과정을 여느 영화와 달리 고통과 비극이 아니라 일상의 한 범주로 다뤘다. 각본·연출 작업 때 말기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들과의 숱한 만남과 대화를 상기했다.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제작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영화 제목은 원래 황동규 시인의 시에서 따온 <즐거운 편지>였다. 박신양·최진실 주연의 <편지>(1997)를 감안, 제목을 바꿨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제작자인 전 우노필름의 차승재 대표(현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가 지었다. 정원과 다림이 만나고 헤어진, 여름과 겨울을 하나로 잇는, 삶과 죽음의 다름과 같음을 읽게 하는 제목으로 주목받았다.

제작비는 삼성영상사업단 등에서 외면, 일신창업투자로부터 받았다. 남녀 주인공을 캐스팅하는 데에는 3개월 정도가 걸렸다. 1순위는 한석규·심은하였다. 한석규는 <쉬리> 제작이 지연되면서, 심은하는 제작진이 김현주와 최강희를 만나고 온 날 연락을 받아 가까스로 원안대로 촬영할 수 있었다.

촬영은 9월부터 12월 초까지 했다. 서울과 익산의 화장터 등 일부 장면을 빼고 모두 군산에서 찍었다. 극중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인 남자의 ‘초원사진관’은 한 차고를 개조한 것이다. 세트 촬영을 배제, 제작진은 전국의 사진관을 뒤졌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어느 날 지친 몸과 마음을 녹이던 한 카페 창밖으로 보이는, 여름 날의 묘한 느낌이 드리워진 차고를 발견한 뒤 이를 허물고 지은 사진관이다.

이 과정 또한 힘들었다. 한 달 동안 만나주지도 않던 차고 주인은 제작사의 수석 PD가 보낸 장문의 편지에 감동, 원상 복원을 조건으로 개조를 승낙했다. 이 곳은 처음 얼마간은 실제로 새로 사진관이 생긴 줄 알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다. 극중에서 가족 사진을 찍는 이들은 실제 방문객 가운데 일부이다.

남자가 죽고 여자가 그 사실을 모른 채 사진관을 다시 찾아오는 장면에는 눈(雪)이 필요했다. 촬영시기는 11월 말이었고, 더구나 군산은 거의 눈이 오지 않는 지역이었다. 제작진은 결국 사진관 주변에 솜 200가마를 깔고 소금 300가마를 뿌려 눈이 내린 것처럼 꾸몄다. 촬영이 끝난 뒤 동네 아주머니들은 이 눈을 수거, 김장 때 쓰겠다고 했다. 제작진은 덕분에 청소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남자와 여자가 찾았던 초등학교 운동장에 눈이 흠뻑 내린 장면은 운좋게 보충 촬영 때 찍었다. 촬영을 앞둔 날 밤, 군산에 40여년 만에 폭설이 내린 것이다. 제작진은 하늘이 도와준다고 기뻐했다. 그런데 유영길 촬영감독이 첫 프린트 작업을 마친 뒤 작고, 울음을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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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역대 최다
김기덕 감독 열여덟 번째 영화 <피에타>가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측은 26일 오전 11시 30분(현지시각)에 기자회견을 갖고 <피에타>를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발표했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 19일 조민수ㆍ이정진과 함께 121년 역사를 지닌 서울주교좌성당 본당에서 <피에타> 제작

                     보고회를 가졌다.

 

한국영화가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것은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7년 만이다. 김 감독은 <빈집>(2004) 이후 8년 만에 초청받았다.

 

김 감독은 <빈집>으로 ‘은사자상’(감독상)을 비롯해 국제비평가협회상·미래비평가상·세계가톨릭협회상 등 세 개의 비공식상을 받았다.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김 감독은 <하류인생>으로 경쟁부문에 함께 초청받은 임권택 감독에게 정중하게 악수를 청하고 무대에 오른 뒤 “지금 제가 인사를 드린 분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가장 오랫동안 영화를 만드신 분”이라고 소개했고,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두 감독에게 긴 박수를 보냈다.

 

 

실제로 이 영화제 경쟁 부문에 처음으로 초청받은 한국 감독은 임권택 감독이다. 임 감독은 <씨받이>로 1987년 제44회 때 초청받아 여우주연상(강수연)을 받았다. 임 감독은 영화진흥공사(현 영화진흥위원회 전신) 직원과 함께 영화제에 참석했다. 강수연은 공사로부터 권유조차 받지 못했고 임 감독이 떠난 줄도 모르고 있었다. 임 감독은 한 심사위원의 언질에 조그만 상이라도 받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일본에서 마련한 ‘임권택 영화제’에 참석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상식 이틀 전에 베니스를 떠났다. 여우주연상은 공사 직원이 대신 수상했다.

 

당시 강수연의 수상은 국가적인 경사였다. 1961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마부>(감독 강대진)가 ‘은곰상’을 수상한 이후 26년 만에 3대 국제영화제에서 본상을 수상한 것이다. 관련 영화인들은 어깨가 으쓱해졌다. 강수연은 여우주연상 상장에 각 스태프에게 그들의 이름을 새겨넣은 이미테이션 상장을 만들어 증정하기도 했다.

 

<씨받이>에 이어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작품은 아홉 편이다. <거짓말>(감독 장선우) <섬>(김기덕) <수취인불명>(김기덕) <오아시스>(이창동) <바람난 가족>(임상수) <빈집>(김기덕) <하류인생>(임권택) <친절한 금자씨>(박찬욱) <피에타>(김기덕) 등이다. <거짓말>은 1999년(56회), <섬>은 2000년(57회), <수취인불명>은 2001년(58회) <오아시스>는 2002년(59회), <바람난 가족>은 2003년(60회), <빈집>과 <하류인생>은 2004년(61회), <친절한 금자씨>는 2005년(62회), <피에타>는 2012년(69회)에 초청받았다.

 

 

김기덕 감독은 4회, 임권택 감독은 2회 초청받았다. 한국영화는 1999년부터 2005년까지 7년 연속 초청받았다. 2004년에는 두 편이 초청됐다.

 

<오아시스>는 <씨받이> 이후 한국영화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렸다. 이창동 감독이 감독상(Premio Speciale Per La Regia), 문소리가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신인배우상(Marcello Mastroianni Award for Best Young Actor or Actress)을 수상했고,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FIPRESCI Award), 미래의 영화상(Cinema Verine Prize), 에큐메니칼상(Ecumenical Prize) 등 세 개의 비공식상을 수상했다. <친절한 금자씨>는 ‘미래의 영화상’과 ‘베스트이노베이션상’ 등 두 개의 비공식을 받았다. 미래의 영화상은 18∼21세의 젊은 영화학도들이 심사해 수여하는 상이고, 베스트 이노베이션상은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유럽의 타국 영화인들의 모임인 ‘아카시네마 지오바니’(arcacinema giovaney)가 선정하는 상이다.

 

 

<피에타>는 악마 같은 남자 ‘강도’(이정진) 앞에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찾아 오면서 두 남녀가 겪게 되는 혼란, 그리고 점차 드러나는 잔인한 비밀을 그렸다. 이정진·조민수 외 우기홍·강은진·조재룡 등이 함께했다.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 제작보고회 때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고해성사’를 주제로 관객과 OX퀴즈를 갖고 있다.

 

김기덕 감독은 “7년 만에 한국영화를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해주셔서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피에타>에 대해 “돈 중심의 극단적 자본주의 사회 속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이 사라지고, 불신과 증오로 파멸을 향해 추락하는 우리의 잔인한 자화상에 대한 경고의 영화”라고 소개했다. “<피에타>의 충격적인 라스트 장면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피에타>를 통해 우리의 문제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조민수는 “베니스, 아름다운 곳으로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배우로서 많은 열정을 얻었던 영화 <피에타>가 또 한번 좋은 소식을 전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정진은 “10년 넘게 연기생활을 하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군요. 김기덕 감독님을 비롯한 <피에타>의 모든 관계자 분들과 대한민국 영화 관객 분들께 감사 드린다”며 “앞으로 더 많은 작품으로 관객 여러분을 찾아 뵙고, 이 꿈만 같은 초청이 더 많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오는 8월 29일 막이 오른다.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 초청작의 월드프리미어 규정에 따라 국내 개봉은 원래 예정에서 1주일 연기, 9월 6일로 확정되었다.

 

■이두용 감독, 최초 진입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칸·베를린과 더불어 3대 국제영화제로 손꼽힌다. 지구촌의 숱한 국제영화제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다. 1932년에 시작, 34년까지 베니스 비엔날레의 부속 행사로 열렸다. 이듬해 독립, 매년 8월 말이나 9월 초부터 2주 동안 열린다.

 

이 영화제는 국제적로 알려지지 않은 일본영화 <라쇼몽> <우게츠 이야기> 등을 발굴, 시상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운영상 분쟁이 일면서 1969년부터 시상 제도를 없애고 비경쟁으로 열렸다. 이에 따라 영화제 열기가 수그러들자 1974년에 경쟁 제도를 재도입했다. 최우수작품에 수여하는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은사자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감독상·남녀주연상과 최고의 신인 남녀 배우에게 주어지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상 등을 시상하고 있다.

 

예전 영화진흥공사에서 발간한 ‘한국영화자료편람-초창기부터 1976년까지’에 따르면 한국영화는 제22회 때 <성춘향>(감독 신상옥)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와 <꿈>, 이만희 감독의 <열두냥짜리 인생>과 <물레방아>, 김수용 감독의 <저 하늘에도 슬픔이>와 <맨발의 영광>, 유현목 감독의 <순교자>와 <속 한>, 김기덕 감독의 <남과 북>, 정진우 감독의 <하숙생>과 <자녀목>, 이성구 감독의 <메밀꽃 필 무렵>과 <지하실의 7인>, 조문진 감독의 <새색시>, 이두용 감독의 <피막> 등 17편이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청(상영) 부문은 확인되지 않고 않다.

 

 

처음으로 수상한 작품은 <피막>이다. 1981년 38회 때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이 영화는 경제·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단체에서 주는 특별상(ISDAP)을 받았다. 이감독은 이와 관련해 “외무부의 연락을 받고 참석했다”며 “행사장에 태극기가 걸렸다는 훈령을 받고 밀라노에 있는 총영사가 베니스로 급파돼 왔다”고 회상했다.

 

<씨받이> 이후 초청받은 장·단편 한국영화는 서른다섯 편이다. 초청받은 부문 등이 확인되지 않은 <바람부는 날에도 꽃은 피고>(감독 김정옥)를 제외하면 서른네 편이다. 장편 경쟁 외 작품은 다음과 같다.

 

1995년(52회)-<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감독 배용균·초청 부문 ‘추월선’). 1999년(56회)-<냉장고>(안영석·단편 경쟁)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전수일·새로운 영역) <베이비>(임필성·새로운 영역). 2000년(57회)-<자화상2000>(이상열·단편 경쟁) <내 사랑 십자 드라이버>(하기호·단편 경쟁)

 

2001년(58회)-<꽃섬>(송일곤·현재의 영화) <노을소리>(홍두현·단편 경쟁) <숨바꼭질>(권일순·단편 경쟁). 2002년(59회)-<반변증법>(김곡&김선·새로운 영역) <Subway Kids>(손정일·새로운 영역). 2003년(60회)-<나비>(김현성·비평가주간). 20004년(61회)-<쓰리 몬스터>(박찬욱&미이케 다카시&푸르츠 챈·Midnight Express)

 

2006년(63회)-<사생결단>(최호·Midnight Screening) <짝패>(류승완·Midnight Screening). 2007년(64회)-<검은 땅의 소녀와>(전수일·지평선) <천년학>(임권택·베네치아64) <물고기>(전재홍·단편 경쟁). 2009년(66회)-<엄마의 휴가>(김광복·단편 경쟁) <카페 느와르>(정성일·비평가주간) <서울의 얼굴>(김진아·오리종티). 2010년(67회)-<방독피>(김곡&김선·오리종티) <옥희의 영화>(홍상수·오리종티). 2011년(68회)-<줄탁동시>(깅경묵·오리종티). 2012년(69회)-<무게>(전규환·베니스 데이즈). 2008년(65회)에는 전 부문에 걸쳐 한 편도 초청받지 못했다.

 

                     전규환 감독의 <무게>(가제)의 한 장면. 조재현은 김기덕 감독의 <섬>과 <수취인불명)에 이어 베니스국제

                      영화제를 다시 찾는다.

 

베니스 데이즈는 칸의 ‘감독 주간’에 해당한다. <무게>(가제)는 인간이 짊어져야 할 삶의 아픔과 애환을 독보적인 영상미와 춤, 절묘한 캐릭터로 담아냈다. 조재현·박지아 등이 호흡을 맞췄다. 윤동환·김성민·달시 파켓 등이 특별출연했다. 전규환 감독은 <모차르트 타운> <애니멀 타운> <댄스 타운> 등과 <바라나시>로 평단으로부터 ‘현대 사회에 대한 묘사가 돋보이며 대가적 기량을 지닌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 30여 개 영화제에 초청받았고, 스페인 그라나다영화제 대상, 미국 달라스영화제 대상 등을 수상했다.

 

‘오리종티’(orizzonti·수평선)는 새로운 경향의 영화를 선보이는 경쟁 부문이다. 단편 경쟁(코르토 코르티시모·corto cortissimo) 부문에 초청받은 한국영화 가운데 수상한 작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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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차이니스 극장 광장에 손발 도장을 찍어 남기는 건 동양인 배우 가운데 안성기·이병헌씨가 최초예요. 두 배우에게 영광이지만 할리우드에 한국 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미국 할리우드 차이니스 극장 앞에서 열리는 안성기·이병헌씨의 핸드프린팅 행사를 주관하는 권영락 ‘Look East 2012’ 집행위원장(55·영화사 시네락 대표·사진)은 “선정위원회와 한국영화 상영작 선정 작업을 논의하고 있고 정부·기업의 후원을 유치하는 등 숨 쉴 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핸드프린팅 행사는 6월23·24일 개최된다. 6개월 전에 마타 장 루킹 이스트(Looking East) 대표를 만나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고 차이니스 극장 측과 협의도 마쳤다. 마타 장은 고 신상옥 감독의 <닌자> 시리즈로 입문한 재미교포 프로듀서이다. 지난해 6월 차이니스 극장을 인수한 프로듀서 엘리 사마하와 오랫동안 함께 활동했다. 올해부터 5년 동안 동양배우의 핸드프린팅 선정 권리를 받아 한국 배우를 첫 대상으로 결정했다.

권 집행위원장과 칸국제영화제 초청작 선정위원을 역임한 프랑스의 피에르 르시앵 등이 행사 내용과 진행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행사는 두 배우의 핸드 프린팅을 비롯해 레드카펫·개막식·개막파티·한국영화제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샤론 스톤, 쿠엔틴 타란티노·올리버 스톤·스파이크 리 감독 등이 참석할 예정이에요. 이밖에 많은 유명인들이 핸드프린팅, 레드카펫, 개막식, 개막파티에 참석할 거예요.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국가적 행사인데 후원이 미약해 애초 계획보다 축소 개최해야 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한국에서는 임권택·이창동 감독,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전찬일 한국영화 프로그래머,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차승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 등도 함께한다.

 

상영작은 <마음의 고향>(1949), <지옥화>(1958) 등 고전을 비롯해 <달콤한 인생>(2005), <실미도>(2007), <시>(2010), <북촌방향>(2011) <완득이>(2011) <괴물3D>(2012) 등이다.

윤용규 감독의 <마음의 고향>은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복원한 작품이고 봉준호 감독의 <괴물3D>는 전 세계에서 최초 공개한다.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1981)는 제작사가 원치 않아 상영이 무산됐다. 선정위는 <올드보이>를, 박찬욱 감독은 <박쥐>를 원해 양측이 협의를 하고 있다.

차이니스 극장은 1927년 5월18일 문을 열었다. 배우들의 핸드프린팅 행사는 개관 기념으로 시작했다. 무성영화 시대 스타였던 노마 탈마즈를 필두로 찰리 채플린·마릴린 먼로·엘리자베스 테일러·클린트 이스트우드·브래드 피트·스티븐 스필버그 등 지금까지 268명의 배우·감독·제작자가 참여했다.

지난 1월에는 마이클 잭슨의 입양 아들이 아버지의 장갑과 ‘문워크’ 신발을 사용해 손발 자국을 남겼다. 아시아인으로는 홍콩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존 우(오우삼) 감독이 유일하다. 268명의 손·발 도장 중 채플린의 것은 없다. 매카시즘 열풍 때 채플린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추방당한 뒤에 누군가가 그의 손도장을 훼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행사는 11일 현재 현대자동차·아시아나항공·CJ E&M·문화체육관광부·영화진흥위원회·캘리포니아관광청 등이 후원한다.


“국내외 유명 인사와 영화인들, 시민·교포들이 지켜보는 행사예요. 차이니스 극장 5개관에서 한국영화를 30여회 상영해 우리 영화의 역사와 위상을 보여줘요. 초라한 행사가 되지 않도록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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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았다. 허진호 감독의 <위험한 관계>도 같은 부문에 초청받았다. 연상호 감독은 각 부문에 초청받은 신인 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올랐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이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감독주간(LA Quinzaine des Realisateurs, Director’s Fortnight)은 비공식 부문이다. 1969년 프랑스 감독조합에 의해 신설된 비경쟁 프로그램이다. 베르너 헤어조크,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오기마 나기사, 조지 루카스, 마틴 스콜세지, 켄 로치, 짐 자무시, 미카엘 하네케, 샹텔 애커만, 스파이크 리, 다르덴 형제, 소피아 코폴라, 로베르 브레송,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등 전세계 쟁쟁한 명감독들이 첫 장편을 선보인 섹션이다.

한국의 장편 애니메이션이 이 부문에 초청받은 건 <돼지의 왕>이 처음이다. 올해까지 이 부문에 초청받은 한국 감독은 열두 명이다.

 


가장 먼저 초청받은 이은 이광모 감독이다. 1998년 제51회 때 <아름다운 시절>로 입성했다. 2000년에 이창동 감독이 <박하사탕>, 2002년에 손수범 감독이 <바닷속의 물고기는 목마르지 않는다>, 2003년 박종우 감독이 <사연>, 2004년 김윤성 감독이 <웃음을 참으면서>로 초청받았다. 2005년에는 류승완 감독과 임상수 감독이 동시에 입성했다. <주먹이 운다>와 <그때 그 사람들>로. 이어 2006년에 봉준호 감독이 <괴물>로 초청받았다. 2007년도 두 감독이 동반 진출했다. 정유미 감독이 단편 애니메이션 <먼지아이>로, 홍상수 감독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로 입성했다. <먼지아이>는 먼지의 움직임을 통해 시련의 극복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칸국제영화제는 1946년 9월20일부터 10월5일까지 칸 해변의 카지노에서 처음으로 개최됐다. 48년과 50년에는 예산 부족으로 열지 못했다. 51년 5월에 재개, 이후부터 매년 5월에 열렸다. 68년에는 대학가에서 촉발된 ‘5월혁명’과 누벨바그의 주역인 장 뤽 고다르 등이 단상을 점거하면서 행사가 중단됐다. 72년부터 영화제 출품작 구성을 주최 측이 선정해 초청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후 많은 국제영화제가 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 영화제 공식 명칭이 그냥 ‘국제영화제’(Festival International Du Film)인 데에서 세계 최고라는 자긍심을 엿볼 수 있다.

칸국제영화제에 장편 애니메이션이 초청받는 건 드물다. 2007년 이란과 프랑스 합작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가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뒤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09년에는 월트디즈니와 픽사의 첫 3D 애니메이션 <업>(Up)이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경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금곰상,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기술공헌상 등을 받았지만 칸국제영화제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돼지의 왕>은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의 잔혹 스릴러로 손꼽힌다. 세 친구에게 일어나는 학창시절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뤄 <파수꾼>(감독 윤성현) 등에 비견되고는 했다. 양익준·오정세·김혜나·박희본·김꽃비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받은 뒤 영화진흥기구상(NETPAC)과 한국영화감독조합상, CGV무비꼴라쥬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KT&G 상상마당 상상메이킹 네 번째 지원작으로 전국 24개 예술영화전용관에서 11월 3일 개봉, 1만9035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관람하는 등 선풍을 일으켰다.

연상호 감독(사진 위)은 2002년 상명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한 뒤 2003년 한신코퍼레이션 제작 기획실에서 근무했다. 2004년 스튜디오 다다쇼를 설립, 단편 <지옥>(2003) <D-DAY>(2000) <D의 과대망상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막 치료를 끝낸 환자가 보는 창밖풍경>(1998), 중편 <셀마의 단백질 커피> 중 <사랑은 단백질>(2008), <지옥: 두 개의 삶>(2006) 등을 만들었다. 도쿄 쇼트쇼츠필름페스티벌 아시아고스트상(2004) 제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초이스 선정(2006) 제4회 인디애니페스트 관객상(2008) 아시아 그라프 인 도쿄 최우수 작품상(2009)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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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 감독과 홍상수 감독의 인연이 묘하다. 두 감독은 오는 5월 개막되는 제 65회 칸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나란히 초청받았다. 임상수 감독은 <돈의 맛>으로, 홍상수 감독은 <다른 나라에서>로 진출했다. 충무로에서는 “두 상수의 비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두 감독의 칸 동반 입성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임상수 감독이 <그때 그 사람들>로 2005년 제 58회 때 ‘감독주간’에 갔을 때 홍상수 감독은 <극장전>으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임상수 감독이 2010년 제 63회 때

<하녀>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을 때 홍상수 감독은 <하하하>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그리고 올해에 <돈의 맛>과 <다른 나라에서>로 함께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임상수 감독의 경쟁 부문 진출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홍상수 감독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57회)와 <극장전>(58회)에 이어 세 번째이다.

 

 

임상수 감독은 칸국제영화제와 뒤늦게 인연을 맺었다. <그때 그 사람들>이 처음으로 초청받은 작품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을 다룬, 실화를 소재로 픽션을 가미한 이 영화는 임상수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임상수 감독의 전작은 <바람난 가족>(2003) <눈물>(2000)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바람난 가족>은 2003년 제 6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눈물>은 2001년 제 5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받았다.

 

홍상수 감독은 일찌감치 인연을 맺었다. 두 번째 연출작 <강원도의 힘>으로 1998년(51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후 <오! 수정>(53회),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 <잘 알지도 못하면서>(62회) <하하하> <북촌방향>(64회) <다른 나라에서> 등 올해까지 여덟 번 초청받았다.

 

이제까지 경쟁 부문에 한국영화는 동반 초청받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가 네 번째이다.

 

2004년(57회)에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올드보이>(감독 박찬욱)가 함께 초청받았다. <올드보이>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2007년(60회)에는 <밀양>(감독 이창동)과 <숨>(감독 김기덕)이 함께 초청받았다. <밀양>이 여우주연상(전도연)을 수상했다. 2010년(63회)에는 <시>(감독 이창동)와 <하녀>(감독 임상수>가 함께 초청받았다.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이렇듯 두 편 가운데 한 편을 수상을 했다.

 

<돈의 맛>은 돈을 지배한, 돈에 지배된 이들의 얽히고 설킨 권력·욕정·집착의 관계를 파헤쳤다. 윤여정이 재벌 백씨 집안의 탐욕스러운 안주인 ‘금옥’, 백윤식이 돈에 중독되어 살아온 자신의 삶을 모욕적으로 느끼는 금옥의 남편 ‘윤회장’, 김강우가 백씨 집안의 은밀한 뒷일을 도맡아 하며 돈 맛을 알아가는 비서 ‘영작’, 김효진이 그런 영작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며 다가가는 장녀 ‘나미’로 출연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모항의 한 펜션으로 여름 휴가를 온 세 명의 안느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세 명의 각기 다른 ‘안느’로 등장, 1인 3역을 펼쳤다. 유준상·윤여정·문소리·정유미·문성근이 함께했고, 권해효와 도올 김용옥 등도 출연했다.

 

임상수 감독은 <하녀> 때 <시>, 홍상수 감독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 때 <올드보이> 뒷전에 섰다. 올해에는 어떻게 될까. 임상수·홍상수 감독 가운데 누가 각광을 받을까? 두 감독이 모두 팡파레를 울릴까? 모두 고배를 마실까? 제 65회 칸국제영화제는 오는 5월 16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결과는 27일 밤(현지시간)에 드러난다. 두 상수 감독의 각축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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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이 제 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다른 나라에서>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도 같은 부문에 초청받았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오른쪽)가 <다른 나라에서> 중 두 번째 안느

                 로 변신, 불륜관계인 남자(문성근)를 반갑게 맞고 있다. 

홍상수 감독은 이번 초청으로 한국영화사에 남다른 기록을 세웠다.  이번 초청은 여덟 번째이다. 이로써 홍 감독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진출한  감독 중 한 명이라는 명예를 얻게 됐다. 국내에서는 홍 감독에 이어 이창동 감독이 네 번, 신상옥·봉준호·김기덕·임상수 감독이 각 세 번 초청받았다.

 

홍 감독은 또 2009년(62회)<잘 알지도 못하면서>부터 4년 연속 초청받았다. 2010년(63회) <하하하>, 2011년(64회) <북촌방향>, 2012년(65회)<다른 나라에서>다. 4년 연속 초청받은 건 한국 감독 가운데 홍 감독이 유일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감독주간’, <하하하>와 <북촌방향>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다른 나라>는 ‘경쟁’ 부문이다.

 

 

홍 감독은 두 번째 연출작 <강원도의 힘>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입성했다. 1998년 제 51회 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 부문은 최근 1년 동안 만든 세계 영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새로운 경향을 포착한 영화들을 대상으로 하는 섹션이다.

 

한국영화는 이 부문에 이제까지 열두 번 초청받았다. 이두용 감독이 <여인잔혹사:물레야 물레야>로 1984년(37회)에 처음으로 초청받았다. 그리고 배용균·전수일 감독이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42회)과 <내 안에 우는 바람>(50회)이 초청받았다. 홍 감독의 <강원도의 힘>과 <오! 수정>이 4·5번째로 입성했다. 이어 김의석 감독의 <청풍명월>(57회), 김기덕 감독의 <활>(58회),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59회), 봉준호 감독이 레오 카락스·미셸 공드리 등과 함께 연출한 옴니버스 영화 <도쿄>(61회), 봉준호 감독의 <마더>(62회),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63회),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64회) 등이 초청받았다.

 

홍 감독의 작품이 3편으로 가장 많다. 홍 감독은 또 <강원도의 힘>으로 ‘특별언급’을 받았다. 수상작 외 특별히 언급할 만한 작품에게 주는 상의 일종이다.  <하하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한국 감독 가운데 홍 감독이 최초로 수상했다. 홍 감독에 이어 2011년 제 64회 때 김기덕 감독이 <아리랑>으로 <스톱드 온 트랙>(Stopped on track)을 초청받은 독일의 안드레아스 드레센 감독과 함께 공동 수상했다.

 

홍 감독은 또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한국 감독 가운데 최다이다. 2004년(57회)에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5년(58회) <극장전>으로, 그리고 올해 <다른 나라에서>로 ‘경쟁’ 부문에 입성했다.

 

이 부문에 초청받은 한국 감독은 여섯 명이다. 임권택 감독이 <춘향뎐>(53회)과 <취화선>(55회), 이창동 감독이 <밀양>(60회)과 <시>(63회),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57회)와 <박쥐>(62회), 임상수 감독이 <하녀>(63회)와 <돈의 맛>(65회)으로 입성했다. 이밖에 김기덕 감독이 <숨>(60회)으로 초청받았다.

 

임권택 감독이 <춘향뎐>으로 최초로 초청받았고, <취화선>으로 최초로 수상(감독상)했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와 <박쥐>로 두 번 모두 수상하는(심사위원대상·심사위원상) 기염을 토했다. 이창동 감독은 <밀양>으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고 <시>로 각본상을 받았다.

 

<다른 나라에서>는 모항의 한 펜션으로 여름 휴가를 온 세 명의 안느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세 명의 안느로 등장, 1인 3역을 펼쳤다. 유준상·윤여정·문소리·정유미·문성근이 함께했고, 권해효와 도올 김용옥 등도 출연했다.  작년 여름 부안 모항에서 약 2주간 촬영했다. 제 65회 칸국제영화제는 오는 5월 16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홍 감독이 ‘경쟁’ 부문 세 번째 진출만에 수상, 임권택·박찬욱·이창동 감독의 뒤를 이을는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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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배다해가 뮤지컬 무대에 선다. 국내 초연 창작 뮤지컬 <셜록 홈즈>에서 뮤지컬 배우로 첫선을 보인다. 명탐정 홈즈가 찾는, 사건의 열쇠를 쥔 여인으로. 배다해의 또다른 도전, 그리고 ‘넬라 판타지아’.


앳된 미모와 천상의 목소리, 해맑은 마음씨…. 배다해(27)의 매력이다. <남자의 자격> ‘합창’ 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드라마·MC·광고·뮤지컬 등 여러 분야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이 가운데 뮤지컬 출연 제안이 약 10편으로 가장 많았다. 배다해는 그 어떤 작품도 선택하지 않았다.

-왜 모두 사양했나요.

“음반에만 관심이 쏠려 뮤지컬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곳에 신경을 못 쓰거든요. 고민도 많았어요. 제 생각과 달리 클래식 쪽을 원하는 대중이 많았고, <넬라 판타지아>를 뛰어넘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주위의 조언에 압박감도 느꼈거든요.”

-그 때로 돌아간다면.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필요한 과정을 거쳤고 그러면서 깨달은 게 많아요. 모든 게 다 약이 됐다고 생각해요.”

-<셜록 홈즈>를 선택한 이유는.

“추리소설을 좋아해요. 셜록 홈즈를 정말 좋아하고요. 원작 <셜록 홈즈>의 캐릭터가 살아있는, 새롭게 창작한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감독님(노우성)을 뵙자 믿음이 갔어요. 워낙 유명하신 분이어서 알고는 있었는데 직접 뵙고 말씀을 들을 때 느낌이 오더군요.”


-<셜록 홈즈>는 어떤 작품인가요.

“영국 런던 최고 명문 앤더슨 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뤘어요. 앤더슨 가의 남자들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살인사건의 진실을 ‘셜록 홈즈’와 그의 파트너 ‘제인 왓슨’이 밝혀낸다는 이야기에요. 순수 창작 추리 뮤지컬로서 국내 초연이에요.”

-맡은 인물 ‘루시 존슨’은 어떤 여인인지요.

“사건의 열쇠를 쥔 여인이에요. 쌍둥이(아담·에릭 앤더슨)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요. 현재는 ‘아담’의 약혼자인데 예전에는 ‘에릭’의 애인이었어요. 이 정도만 말씀드릴게요.”

-연습한 지 얼마나 됐나요.

“지난 5월부터 연습하고 있어요. 매일, 두 달 넘게.”

출연진이 화려하다. 1000명이 넘게 오디션에 지원, 3차까지 치른 끝에 지난 5월 주·조연 캐스팅을 마무리했다. 김원준·송용진·방진의·구민진·정명은·박인배·조강현 등 유명 뮤지컬 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맡았다. 이들 중 정명은은 배다해와 함께 ‘루시’로 번갈아 출연한다.

-쟁쟁한 배우들과 연습하면서 느낀 점은.

“첫 연습 리딩할 때 나름 최선을 다했어요. ‘할만하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두 번째 연습 때부터 다들 연구를 해오고 실력을 드러내는데….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얼었겠군요.

“네~. 그런데 다들 도와주시면서 용기를 북돋워주시고 자신감을 심어주시더군요. 가능성을 봐주시고 좋은 점을 밀어주시고. 그 분위기에 고무돼 더욱 책임감을 느꼈어요. 이 분들과 완벽한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상대역으로 완벽한 배우가 되어야 한다는.”

-더블 캐스팅된 정명은씨와 비교되는 게 부담스럽지 않은지.

“전~혀! 존재 만으로 큰 도움이 돼요. 베낄 수 있고, 창조할 수 있고…. 이해는 되지만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는지 애매할 때 언니 연기를 보면서 해답을 얻고는 해요. 호흡하는 것까지. 저로선 비교되는 그 자체가 영광이에요.”

-직접 해보니 연기의 맛은 어떤가.

“재밌어요. 행복하지만 외로움·슬픔·공허감이 점점 깊어지고, 그걸 끌어내야 하는 역인데 그렇게 돼는 게 정~말 좋아요. 표현하면서 내 안에 실제로 있는 그런 것들이 해소되는 느낌도 들고요.”


배다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성악을 시작했다. 2002년 2월 계원예고 성악과, 2008년 2월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중 오페라에 출연했고, 1년간 휴학하고 팝페라에 도전하기도 했다. 2010년 4월 첼로·바이올린·섹소폰 연주를 바탕으로 한 4인조 여성 그룹 ‘바닐라 루시’의 보컬로 데뷔했다. 디지털 싱글 <비행(飛行)소녀>, 정규 1집 <Vanilla Shake> 등을 발표했다. 2010년 7월 <남자의 자격>으로 주목받은 뒤 솔로로 전향, 디지털 싱글 <어떻게 니가>와 싱글앨범 <Love Me>를 발표했다.

-성악을 그만둔 게 아쉽지 않나요.

“아쉽기는 하지만…. 중학생 때 연극영화나 대중음악을 전공하고 싶었어요. 이것저것 손대보는 게 아녜요.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았고, 요즘 처음에 생각했던 걸 이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느낌을 믿어요. 위험할 수 있지만 마음의 소리를 듣고 따라요. 열심히 활동하면서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어요.”

배다해의 이름은 한글이다. 배다해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라는 뜻”이라며 “이제까지 무엇을 하든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왔다”고 밝혔다. “국문학을 전공한 언니(국어강사)는 배다안인데 다 알아라는 뜻을 지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꿈은 뭔가요.

“글 쓰는 거 좋아해요. 성격이 급한 편인데 글을 쓰면 차분해지고 또다른 나를 찾는 재미를 느껴요. 책 많이 읽어야 되는데…. 영화도 하고 싶은데 우선 실력부터 쌓아야죠. 정적인, 대사가 많지 않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를 좋아해요. 관념적인 영화도. <시>(감독 이창동) <잘 알지도 못하면서>(홍상수) <오아시스>(이창동) <이터널 션샤인>(미셸 공드리) 등을 감명깊게 봤어요.”

이번에 공연(7월 29~31일 안양아트센터, 8월 6일~9월 25일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하는 작품은 <셜록 홈즈> 제1편(앤더슨가의 비밀)이다. 제2편 <잭더리퍼와 셜록 홈즈>와 제3편 <루팡과 셜록 홈즈>도 선보일 계획이다. 배다해는 제 2·3편에 대해 “시켜만 주면 영광”이라면서 “우선 이번 공연을 잘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태생적·본능적으로 노래꾼”이라며 “주식인 노래를 잘 하면서 연기 등 외식도 만끽하고 싶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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