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44)는 <꽃잎> <처녀들의 저녁식사> 등을 거쳐 <박하사탕>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연기력은 물론 흥행성적도 돋보인다. 12월 현재 3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한국영화 78편 중 그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 7편이다. 배우 가운데 가장 많다. 천만 영화 <해운대>와 <실미도>를 비롯해 <강철중: 공공의 적 1-1> <그놈 목소리> <공공의 적2> <광복절특사> <공공의 적> 등이다. <타워>에 이어 문소리 등과 <협상종결자> 촬영을 마쳤고 요즘 정우성·한효주 등과 <감시>를 찍고 있다. 

 

 

설경구는 <실미도>(감독 강우석·2003)에서 비운의 북파공작원으로, <해운대>(〃 윤제균·2009)에서 초대형 쓰나미에 휩쓸린 시민으로 출연해 온몸을 던졌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타워>(〃 김지훈)에서도 다르지 않다. 후배들에게 ‘전설’로 불리는 소방대장 역을 맡아 혼신을 다했다. 최악의 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리 판단에 능하고 과감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마침내 울먹이게 만드는 영웅상을 펼쳐냈다.


설경구는 이처럼 극중에서 온몸으로 고초를 겪는 인물과 인연이 깊다. 첫 영화 <꽃잎>(〃 장선우·1996), 첫 주연 영화 <송어>(〃 박종원·1999), 출세작 <박하사탕>(〃 이창동·1999), 그리고 <광복절특사>(〃 김상진·2002), <그놈 목소리>(〃 박진표·2007) 등에서, 그의 아바타라고 할 수 있는 ‘강철중’을 낳은 <공공의 적>(〃 강우석·2002) 시리즈 3편에서도 쓴맛 끝에 단맛을 보거나 끝내 보지 못하는 인물로 각광받았다.

 

■“연기도 해봐야”
설경구는 영화감독 지망생이었다. “감독 잘하려면 연기도 해봐야 한다”는 선배의 말에 따라 연극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배우가 됐다. 1학년 때 출연한 <만선>에서 전수경·유오성·박미선 등과 함께한 설경구는 공연이 끝난 뒤 한참을 울었다. 심혈을 기울인 뒤 밀려온 허탈감을 주체하지 못해…. 그런 그는 며칠 뒤 연출을 맡았던 4학년 여자 선배의 편지를 받았다. 연습·공연 과정, 그리고 울음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영화보다 연극을 전공하라는 권유가 담긴 편지였다.

설경구는 이후 연극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자연스레 영화감독의 꿈을 접고 연극을 전공했다. 4학년 때에는 제1회 젊은 연극제 공연작 <달아 달아 밝은 달아>를 연출했고, 덕성여대 약대 연극반 공연작 <들소> 객원 연출을 맡기도 했고, 4학년 2학기 때부터 동숭동에서 활동했다. 극단 ‘한양 레파토리’에 입단, <심바새매>(‘심야에는 바바라, 새벽에는 매리와’. 원제 <라이어>)에 동성애자로 출연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한 설경구는 신문보급소에서 삽지 작업을 하고, 시내 곳곳에 연극 포스터를 붙였다. 포스터 부착 작업을 한 작품 가운데 하나가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 대학 선배인 학전 기획실장의 배려로 포스터 부착 작업을 하던 어느 날 설경구는 김민기 대표의 눈에 띄었다. 김 대표는 기획실장에게 설경구에 대해 묻고 그 자리에서 설경구를 <지하철 1호선>에 캐스팅했다.

설경구는 이 작품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1994년 초연 때부터 96년까지 참여했다. 80여 가지 배역 가운데 두 역을 빼고 다해보면서 다양한 경험과 연기력을 쌓았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해 “어차피 길게 할 연기생활인데 ‘왕자병’에 걸리지 말라고 연기력이 필요한 삼류 역할을 많이 맡겼다”면서 “그런데 불평 안 하고 항상 성실하게 준비하고 연기를 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꽃잎>에서 설경구가 추상미·나창진·박철민(왼쪽부터)과 ‘소녀’(이정현)를 찾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10㎏ 정도 빼라”
첫 영화 <꽃잎>에는 장선우 감독에게 연출 수업을 받던 대학 동기, 훗날 <이대근 이댁은>(2006) <불후의 명작>(2000) 등을 연출한 심광진 감독의 추천에 힘입어 출연했다. 여주인공 ‘소녀’(이정현)의 행방을 쫓는 대학생 ‘우리들’ 역을 맡아 박철민·추상미·나창진 등과 함께했다.

이 영화 ‘쫑파티’ 때 설경구는 구원의 천사를 만났다. ‘호랑이 선생님’이던 고 유영길 촬영감독이다. 유 감독이 “경구야! 너 같은 얼굴이 배우를 하는 데 좋아. 평범하기 때문에 네가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얼굴이 나올 수 있어”라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은 것이다. 한국 최고의 촬영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데에다 배우로서 장점을 지녔다면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해 주자 설경구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설경구가 배우로 성장하는 데에는 <처녀들의 저녁식사>(감독 임상수·1998)가 밑거름이 됐다. 그는 호텔 직원 ‘연’(진희경)과 하룻밤을 보내는 만화가로 6분쯤 나왔다. 짧은 시간이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유령>(〃 민병천·1999) <송어>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전수일·1999) <박하사탕> 등에 잇따라 캐스팅되면서 ‘연기파’ 배우로 손꼽혔다.

임상수 감독은 <지하철 1호선>을 보고 설경구를 캐스팅했다. 설경구가 출연한 장면은 편집 작업 때 절반 정도가 잘릴 뻔했다. 여자 스크립터가 임상수 감독에게 자르면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해 6분쯤 나왔다. 스크립터가 자신의 주장을 굽혔다면 그의 출연 장면은 3분 정도에 그쳤고, 그랬다면 설경구는 주목받지 못했고, <송어>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박하사탕> 등과 인연을 맺지 못했을는지 모를 일이다.

임상수 감독의 조언도 큰 몫을 했다. 임 감독은 설경구에게 살을 뺄 것을 권했다. “10Kg 정도 빼면 아마 감독들이 엄청 찾을 것”이라면서. 설경구는 임 감독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 새벽과 밤, 매일 두 차례씩 뛰면서 식사를 조절해 10Kg을 뺐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보고 설경구를 찾은 박종원·전수일·이창동 감독이 그를 몰라볼 정도로. 특히 박종원 감독은 오디션을 보러 온 설경구를 옆에 두고 “설경구는 안 왔었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연기 하지 마라”
<박하사탕>의 주인공 ‘김영호’는 원래 한석규였다. 이창동 감독이 <초록물고기> 때 일찌감치 거론, 한석규가 맡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나온 뒤 한석규가 고사해 설경구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설경구는 첫 오디션에서는 떨어졌다. 이후 TV드라마 <고백> 등의 작가인 이창동 감독 부인의 제안으로 다시 기회를 잡았다. 거실에서 우연히 본 오디션 필름에서 설경구를 보고 “김영호 여기 있네”라며 설경구를 추천한 것이다.

삼척에서 <송어>를 찍고 있던 설경구는 이 감독의 “함께 하자”는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한 뒤 바깥에서 담배를 엄청 피웠다. “내일 책 읽어보자”는 이 감독의 말에 설경구는 “하고는 싶지만 능력이… 자신이 없다”고 했다. 큰절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후 10일이 지나도록 답을 안 했다. 자신 때문에 영화가 망가지는 악몽에 시달리다가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 달려들기로 마음먹었다. 이 감독은 “다른 배우들과 달리 자신이 없다고 한 게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면서 “평범한 마스크에 카리스마가 약해 보였지만 볼 때마다 얼굴이 달랐고, 그 점이 선악은 물론 다양한 색깔의 표현이 가능해 보여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박하사탕>은 1999년 4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찍었다. 설경구는 IMF로 망한 사업가, 악질 형사,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계엄군, 순진한 공장 노동자 등 복잡다단한 40대에서 20대를 살아내느라 고역을 치렀다. 이 감독의 한결 같은 주문은 “연기를 하지 마라”였다. 설경구는 연기를 하면서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스태프들이 무서워서 가까이 가는 걸 꺼려 할 정도로 배역에 몰입, 진짜 배우로 거듭났다.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으로 대종상·백상예술대상·이천춘사대상영화제·청룡영화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7개의 신인남우·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설경구 시대’를 열었다.

 

                   <타워>에서 설경구는  후배들에게 ‘전설’로 불리는 소방대장 역을 맡아 혼신을 다했다. 최악의 화재 현장

                        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리 판단에 능하고 과감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마침내

                        울먹이게 만드는 영웅상을 펼쳐냈다. 김상경·손예진·조민아·김성오(왼쪽부터)를 비롯해 김인권·도지환·안

                        성기·차인표·박철민·이한위·정인기·송재호·이주실·이창주·이창용·권현상 등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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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41)은 <범죄의 재구성>(2004)을 필두로 <타짜>(2006), <전우치>(2009), 그리고 올해 <도둑들>을 내놓았다. 수상·흥행기록이 돋보인다. <범죄의 재구성>으로 대종상·청룡영화상·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각각 신인감독상과 각본상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과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타짜>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과 감독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각본각색상,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각본상을 받았다. <범죄의 재구성>은 212만9358명(한국영화연감 기준), <타짜>는 684만7777명, <전우치>(2009)는 613만6928명이 관람했다. 한국영화사상 여섯 번째로 ‘1000만 고지’를 정복한 <도둑들>은 10일 현재 1285만3717명(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감상, 최고 흥행작 등극을 앞두고 있다.

 

 

사기꾼들과 도둑들이 펼치는 합동작전의 전말을 그렸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사기꾼들은 한국은행 금고에서 50억 원을 빼낸다. <도둑들>에서 한국과 중국의 도둑들은 마카오의 한 카지노에 숨겨진 300억 원이 넘는다는 다이아몬드를 훔친다. 각각 ‘최동훈표 범죄영화’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다.

■보습학원서 국어 강사
“영화는 비주얼 예술이지만 그 뼈대는 이야기에요. 그 이야기를 꾸리는 데 소설을 많이 읽고 영화를 많이 본 게 큰 힘이 됩니다.”

최동훈 감독은 초등학생 때부터 소설을 즐겨 읽었다. 밥상머리에서 소설을 읽다가 아버지한테 꾸중을 듣기 일쑤였다. ‘밥 먹을 때에는 그냥 밥 먹어라’ ‘공부를 그렇게 더 열심히 해라….’

중·고교시절과 서강대 국문학과(90학번) 재학생 때에도 소설은 그의 절친이었다. 국문학과는 제3지망이었다. 제1·2지망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적은 경영학과와 경제학과였다. 인생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경영·경제학과에 떨어지고 국문학과에 다니면서 그토록 좋아하던 소설을 맘껏 읽은 게 오늘의 영화감독 최동훈이 되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될 거라고는 그때는 몰랐다.

                                                  <범죄의 재구성> 개봉 당시 최동훈 감독.

 

신촌 대학가 인근의 헌책방에서 손꼽히는 단골이었던 그는 또 영화광이었다. 2학년 때부터 교내 영화 동아리 ‘영화공동체’에서 활동한 그는 비디오 시네마테크 ‘문화학교 서울’ ‘씨앙씨에’ 등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이른바 B자 비디오를 틀어주던 그 곳은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그에게 안식처이자 꿈의 산실이었다. 그는 “(비디오를) 미친듯이 봤다”고 했다. “선배들이 권하는 영화는 무조건 봤다”며 “그때는 몰랐는데 훗날 진가를 깨달은 <재와 다이아몬드>(감독 안제이 바이다) 등도 그때 본 작품”이라고 했다.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감독으로 알프레드 히치콕과 마틴 스콜세지를 우선 꼽았다.

대학생 때 그의 원래 꿈은 기자였다. 전공 수업에 소설·영화를 가까이 하느라 기자 시험 준비를 거의 하지 않은 그는 4학년 때부터 영화감독을 꿈꿨다. 졸업 후 영화감독 등용문으로 손꼽히는 영화진흥위원회 부설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진학하려고 했다. 그런데 합격 여부를 떠나 돈부터 벌어야 했다. 대학을 졸업(1997)한 마당에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건 염치가 없어 입학금 등을 스스로 마련해야 했던 것이다.                                        

                 최동훈 감독이 <도둑들> 촬영 현장에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목동의 한 보습학원에서 ‘국어! 떴다 최 선생’이란 직함으로 강사 생활을 했다. 8개월 간 강의를 맡은 뒤 1998년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제15기), 2년간 수학했다. 졸업 후 임상수 감독의 <눈물>(2000)의 연출부 막내로 충무로에 입성했다. 임상수 감독 및 연출부 선배·동료들과 함께 구로동 등을 중심으로 거리의 청소년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3개월 동안 임상수 감독과 연출부에서 인터뷰한 청소년은 700여 명. 임 감독은 이를 근간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최 감독은 연출부에서 보조출연·의상·분장 분야를 맡았다.

“열정적인 임 감독에게 1년여 작업을 하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범죄의 재구성> 연출 당시 힘들 때마다 ‘감독님은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낼까’라고 생각하면서 고비 고비를 넘겼습니다. 감독님은 형 같은 스승이에요. <범죄의 재구성> 제작자인 차승재 전 싸이더스 대표(현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도 그런 분이에요.”

■실제 사례 찾아 발품 3만리
<범죄의 재구성>은 서점에서 보험사기를 다룬 책을 본 뒤 구상했다. 대학 4학년 때 전세금 1800만원을 떼인 적 있는 그는 사기를 다룬 한국영화가 드문 점을 감안, 2001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제작사에서 전문 작가를 붙여주겠다고 했지만 고사, 혼자 매진했다.

 

최 감독은 <눈물> 작업 때 경험을 살려 발품을 팔았다. 제작사의 소개를 받아 사기 전과자 등을 만나고 사기꾼들이 자주 가는 경마장 등도 찾아가 사례와 은어 등을 수집했다. 청와대 고위직이나 검사 등을 사칭한 사기극 가운데에는 흥미진진한 게 많았다. 취재를 하도 많이 해 시나리오 작업이 오히려 더 힘들었다. 먹잇감을 놓고 흙탕물 속을 뒹구는 사기꾼들의 지리멸렬한 삶을 엮으면서 ‘재미있게’를 철칙으로 삼았다. 22개월에 걸쳐 열여섯 번을 새로 썼다. 4개월여 촬영기간을 포함해 후반작업까지 약 8개월 만에 완성했다. ‘대단한 데뷔작’으로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받았다.

<도둑들> 시나리오 작업은 8개월이 걸렸다. 각본·연출 작업 당시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란 말을 듣지 않으려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범죄의 재구성> 후반작업 때 ‘최창혁’(박신양)과 ‘서인경’(염정아)의 멜로 부문을 덜어냈던 것과 달리 <도둑들>에서는 ‘마카오 박’(김윤석)과 ‘팹시’(김혜수), ‘첸’(임달화)과 ‘씹던 껌’(김해숙) 등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줄타기·총격 등 액션을 한층 강화했다. 두 장르영화의 재미를 가미, 감상 포인트가 풍성한 범죄영화로 풀어냈다.

 

각본 작업은 영화아카데미 동기이자 <눈물>에서 연출부로 고락을 나눈 이기철과 함께했다. 제작비는 <범죄의 재구성>보다 약 네 배에 해당하는 110억원. 홍콩·마카오 해외 로케이션을 포함해 5개월 보름 동안 찍었다.

영화감독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일례로 영화아카데미 15기 열여덟 명 가운데 장편 영화를 내놓은 이는 최동훈 감독이 유일하다. 데뷔도 못한 동기들과 달리 네 편이나 연출, 작품·흥행성을 인정받아 왔다. 그런 그지만 그 역시 데뷔작을 내놓기 전에는 숱한 실패를 맛봤다. 글 꽤나 읽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작업한 시나리오는 번번이 미역국을 먹었다. 국내의 모든 시나리오 공모전에 약 10편을 춤품했지만 한 편도 당선되지 않았다. 싸이더스에서 작가생활을 하면서 쓴 두 편의 시나리오도 모두 영화화되지 않았다.

 

최 감독은 자신의 영화사 이름을 ‘케이퍼필름’이라고 지을 정도로 이른바 ‘케이퍼 무비’(caper movie)에 관심이 많다. 다섯 번째 작품으로 경찰영화, 화이트 칼라 범죄영화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런 그는 “요즘도 시네마테크에서 빌리 와일더의 <뜨거운 것이 좋아> <하오의 연정> 등을 보면서 흠 잡을 데 없는 내용과 구성, 연출력에 감탄한다”면서 “언젠가는 로맨틱 코미디도 연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뷔 이래 지금까지 계속 오락영화를 찍었어요. <도둑들> 시사 후 제일 기뻤던 평이 ‘1급 오락영화’예요. 내가 만든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즐거워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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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이 변변찮아 처가살이 3년
배우 김응수(52)는 충무로에 뒤늦게, 우연찮게 들어왔다. 영화 데뷔작이 서른여섯 살에 일본에서 찍은  김상진 감독의 <깡패 수업>(1996)이다. 사고를 친 뒤 일본으로 피신한 건달 ‘황성철’(박중훈)과 일류 바텐더의 꿈을 안고 일본에 온 ‘손해구’(박상민)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액션·코미디다.

 

 

김응수는 해구의 여자친구 ‘삼순’(조은숙)이 일하는 한국인 술집의 웨이터로 출연했다. 촬영을 앞두고 한국인 웨이터 역이 설정됐고, 시간이 없어 스태프 가운데 누군가가 해야 했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간 끝에 유학을 오기 전 ‘극단 목화’에서 배우로 이름을 알린 김응수가 맡았다. 당시 김응수는 세계적인 거장으로 손꼽히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1926~2006)의 일본영화학교에서 연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깡패 수업>에는 일본 촬영 진행을 돕기 위해,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연출부로 참여했다.

촬영은 도쿄에 있는 실제 한국인 클럽에서 했다. 그 술집에 있던 웨이터 의상이 마침 김응수에게 딱 맞았다. 웨이터는 원래 대사가 없었다. 술집 사장인 명계남이 공백을 메꾸느라 ‘너, 손님들에게 외상 주지 마’라고 애드리브를 했고 김응수가 ‘다 쳐마시고 나서 돈이 없다는데 어떡하냐’고 응수하면서 대사가 생겼다. 김응수는 “그렇게 출연한 걸 계기로 귀국 후 계속 배우로 활동하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다”며 “운명으로 여긴다”고 했다.

                                     <깡패수업>의 김응수. 일본 도쿄에 있는 한국인 술집의 웨이터로 출연

                                               했다. 사장(명계남)이 “너, 손님들에게 외상 주지 말라”는 애드리브에

                                               “다 쳐마시고 나서 돈이 없다는데 어떡하냐”고 말하고 있다. 사진/MBC

                                               섹션TV ‘스타 라이징’ 캡쳐.

 

7년 간의 유학생을 마치고 1997년에 귀국한 김응수는 2년여 동안 <투캅스3> <처녀들의 저녁식사> <유령> <주유소 습격사건> <눈물> 등에 출연했다. <투캅스3>에서 ‘수하2’, <처녀들의~ >에서 ‘껍데기집 사내’, <유령>에서 ‘찬석(정우성) 부’, <주유소~ >에서 ‘경찰1’ 등 단역을 맡았다. <투캅스3>와 <주유소~ >는 김상진 감독이 연출했고, <처녀들의~ >와 <유령>은 <깡패 수업>을 만든 우노필름의 차승재 대표(현 동국대 교수·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사장)가 제작했다. <처녀들의~ >와 <눈물>은 임상수 감독이 연출했다.

김응수는 이렇듯 한 번 인연을 맺은 감독·제작자들이 다시 찾는 배우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출연료가 적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극단 목화 시절에 만난, 잠시 배우를 하다가 그만두고 KBS 1TV의 인기 교양 프로그램 <사랑방중계>에서 보조작가로 활동했던 아내와 어린 딸에게 미안함을 금할 수 없었다. 김응수는 “수입이 변변찮아 처가에서 3년간 살았다”며 “그 후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얻었고 둘째 딸도 그런 다음에 낳았다”고 했다.

                                  영화 <선생 김봉두>(감독 장규성)의 김응수(가운데). 평범한 여학생 ‘남옥’의

                                           아버지로 출연했다. 장 감독은 <깡패수업> 연출부의 조감독이었다.

  

30대 중반을 넘긴 배우가 맡을 만한 비중 있는 배역은 그리 많지 않아 현재는 물론 미래가 불투명하다. 하지만 김응수는 다른 길을 찾지 않았다. 단역 출연이 감독으로 데뷔하기에 앞서 미리 충무로 현장을 경험하기 위한 일환이었지만 배우로 시작한 만큼 연기자로 성공한 뒤에 만들고 싶은 영화를 연출하자고 다짐했다. 3년 동안 <화산고> <신라의 달밤> <패밀리> <취화선> <광복절 특사> <싱글즈> <바람난 가족> <선생 김봉두> <여선생 vs 여제자> <안녕! 유에프오> 등 15편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김응수는 이 과정에 유학 가기 전 극단 시절에는 자신에게 말도 못 붙이던 후배들이 주연 배우로 거드름을 피우는 걸 감내했다. <화산고>의 경우 도입부에 ‘분필을 던지고 맞는 교사’로 나왔지만 엔딩크레디트에 소개되지 않는 난감함도 치렀다. 연극을 다시 하면 당당히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겠지만 이 상태로 돌아가는 건 자존심이 허락치 않아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을 뜯지 않는 호랑이처럼 당당하게 생활, 충무로에서 지평을 넓혀갔다.

■ “부자의 인연을 끊자”
김응수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어릴 때부터 한학과 고전을 탐독했다. 명문 군산 제일고 시절 부모의 기대와 달리 소설가가 되기 위해 문예창작학과에 가고 싶었다. 서울에서 재수를 하면서 종합예술에 매력을 느껴 연극영화과를 지망했다. 한학자로서 아들이 판검사가 되는 걸 기대했던 아버지는 ‘부자의 인연을 끊자’고 했고, 김응수는 안방을 나온 뒤 동국대 원서를 찢어버리고 말았다. 나중에 형이 서울예대에 원서를 내줘 합격했고, 재학생 때부터 극단 동랑레파토리와 목화에서 활동했다. <운상각> <오구> 등의 주인공으로 각광받았다.

영화에서 비중있는 배역을 맡은 첫 작품은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2004)이다. 김응수는 육사 출신으로 10·26 당시 ‘김 부장’(백윤식)의 수행비서였고, 그의 거사를 ‘주 과장’(한석규)과 함께 주도하는 ‘민 대령’ 역을 맡았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감독 임상수)의 김응수(오른쪽). 그는 육사 출신으로

                                           중앙정보부장 ‘김 부장’(백윤식)의 수행비서로 ‘주 과장’(한석규)과 함께 거사

                                           를 일으키는 ‘민 대령’으로 출연했다. 실제 인물인 박흥주 대령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연구한 뒤 열연을 펼쳤다.

 

김응수는 출연에 앞서 민 대령의 실제 인물인 박흥주 대령 육사 졸업앨범을 구해 보고, 박 대령의 서울고 동창인 유가족 후원회장을 만나는 등 자료조사를 철저히 했다. 박 대령이 책을 많이 읽었고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앙정보부장의 오른팔이었지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지 않아 가난한 동생들에게 원망을 들었고, 그 역시 단간 셋방에서 살았다는 사실 등을 연기하는 데 반영해 <그때 그 사람들>을 꽃피웠다.

그럼에도 단역 생활은 계속됐다. <청연> <천군> <강력3반> <투사부일체> <나의 결혼 원정기> <역전의 명수> <한반도> <잔혹한 출근>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 등 2년여 동안 13편에 출연했다. <타짜>에서 중학교도 못 나온, 밑바닥에서 시작해 한 조직을 거느리는 두목이 된 조연 ‘곽철용’으로 주목받았고,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2007) 우정출연을 마지막으로 단역 행진을 10년 만에 마감했다.

김응수는 2006년 KBS 2TV 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를 필두로 안방극장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인생이여~ > 출연은 창작극만 올리는 극단 목화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던, 영화는 하고 있지만 TV드라마는 하지 않겠다던 그로서는 일생일대의 선회였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극계 선배들 표정이 밝지 않아 드라마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고향에 갔을 때, 전화로 안부를 여쭐 때에 ‘너는 언제 테레비에 나오냐’던 어머니가 눈에 밟혀 마음을 바꾼 것이다. 김응수는 “내가 TV드라마에 나오자 어머니가 어찌나 기뻐하시는지 효도가 따로 없었다”며 “진작 할 걸 후회했고 드라마를 계속 하는 건 솔직히 어머니에게 효도하기 위한 점도 있다”고 했다.

                                  드라마 <닥터 진>과 <해를 품은 달>, 영화 <가비>와 <코리아>(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의 김응수.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에 이어 <미스터 고>

                                          를 찍고 있고 <26>에 합류한다. 오는 가을이나 내년 봄에 연출 데뷔작 <미녀

                                          농장>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영화 <가비> <코리아> <돈의 맛>, TV드라마 <해를 품은 달> <각시탈> <닥터 진>. 김응수의 올해 출연작이다. 최근 장규성 감독의 <나는 왕이로소이다> 촬영을 마쳤고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를 찍고 있으며 조근현 감독의 광주민주화운동 소재 영화 <26년>에 출연한다. 고전과 인문학 서적을 두루 읽고 아침에 일어나면 시를 낭독하면서 발성연습을 한다는 김응수의 연기철학은 ‘정직하자, 거듭 연습하자, 인격을 갖추자’이다. 김응수는 연출 데뷔작으로 준비해온 일곱 여인의 산중생활을 그린 <미녀농장>을 오는 가을이나 내년 봄에 찍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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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맛> 칸영화제 수상 유력 징후 포착'.

20일 오후 7시 22분에 들어온 메일의 제목입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돈의 맛>을 배급한 시너지를 통해 이 영화 홍보마케팅을 맡은 시네드에피에서 보낸 메일입니다. 그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지난 17일 개봉 당일 최고 스코어로 오프닝을 시작한 영화 <돈의 맛>이 세계적 권위의 칸국제영화제서 작품성을 인정받아 영화를 진가를 발휘할 채비를 다지면서 칸에서의 수상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너지 l 배급: 시너지, 롯데엔터테인먼트 l 제작: 휠므빠말 l 감독: 임상수 l 출연: 김강우, 백윤식, 윤여정, 김효진)

 

첫째! 임상수 감독, 전작인 <하녀>에 이어 2년 연속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2005년 영화 <그때 그 사람들>로 제 58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감독주간 진출, 그리고 2010년 영화 <하녀>로 제 63회 칸 영화제에 경쟁부문 공식 초청을 받았던 임상수 감독이 2012년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 <돈의 맛>으로 제 6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2년 연속 초청되며 전 세계 영화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은 황금종려상, 심사위원대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등의 주요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다.  2010년 <하녀>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칸에서 수많은 화제와 관심을 불러모았으나 아쉽게도 수상은 하지 못했었다. 영화 <돈의 맛>을 통해 훨씬 더 직관적인 시선과 완성도 높은 연출력으로 한국 사회의 이면을 그려내며 전작을 뛰어넘는 마에스트로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임상수 감독이기에 2년 연속으로 경쟁부분에 초청된 사실은 임상수 감독에 대한 칸느의 애정과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돈의 맛>에 대한 해외 유수 언론의 평가와 칸 관계자들의 반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둘째! 칸 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 띠에리 프레모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그 진가를 이미 인정 받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띠에리 프레모’는 제65회 칸 국제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을 발표하며 일찌감치 임상수 감독과 영화 <돈의 맛>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경쟁부문 초청작을 언론에 발표 하는 자리에서 “클래식한 미장센으로 의심의 여지없이 올해 칸 영화제 공식 선정 영화 중에서 가장 훌륭한 미장센으로 확신한다. 임상수 감독의 카메라 작업은 전통적인 기법을 고수 했는데 이것이야말로 대단히 훌륭한 것으로 평가된다.” 라며 영화<돈의 맛>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피력하며 감독과 영화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써 매 작품마다 ‘돈’과 ‘섹스’ 라는 화제성이 높은 소재를 다루며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주제의식을 담아왔던 임상수 감독의 영화가 전세계인들에게 동시대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으로 칸 영화제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데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셋째,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 하루 전날인 5월 27일(현지 시각 5월 26일 밤 22:00)에 공식 프리미어 상영! 비 유럽권 초청작들의 수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배려?
임상수 감독의 영화 <돈의 맛>은 칸 경쟁부문 진출로 국내 영화계에 큰 경사를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칸이 사랑하는 감독의 수상소식을 기대하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영화 <돈의 맛>이 유독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공식 상영일정이 이전 초대받았던 한국영화들과 다르기 때문이라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쟁부문에 초청된 작품들 중에서 영화제 진출에 의의를 두게 된 작품들의 상영 일정은 영화제 개막과 함께 순차적으로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 <돈의 맛>의 경우엔 폐막식 하루 전인, 칸 현지 시각 5월 26일 밤 10시로 예정되어 있다. 이는 수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비 유럽권 초창작품들에 대한 칸 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의 배려가 아니겠는가 하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해 볼 수 있다. 2010년에 이미 칸 국제영화제는 임상수 감독과 영화 <하녀>에 큰 관심을 보였었고, 그 작품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영화<돈의 맛>이 현재의 한국사회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은 영화의 상업적인 측면만큼이나 작품이 갖고 있는 메시지에 주목하는 칸 국제영화제의 취지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넷째, 제 65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난니 모레티 감독과 임상수감독의 공통점은?
자국의 부조리한 현실을 영화에 투영시키며 국내외 안팎과 평단으로부터 인정받은 실력파 감독!
제 65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발탁된 난니 모레티 감독과 임상수 감독과의 공통점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난니 모레티는 작가, 감독, 배우 등 다방면으로 출중한 재능을 지닌 이탈리아 출신 감독이다. 이탈리아 영화계에선 네오리얼리즘의 선봉자로 불리는 그는 권력을 남용하는 이탈리아 관료들에 대해 반기를 들고 부정부패를 일삼는 정부에 반하여 정치적인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의 이러한 사회변혁에 대한 강렬한 열망은 임상수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서 표현하는 그것과도 매우 흡사하다. 충무로에서 가장 센세이셔널한 감독으로 불리는 임상수 감독은 매 작품마다 돈과 섹스, 권력과 사회의 부조리한 면들에 대해 가감 없이 그의 생각을 담아내었고 그것은 늘 영화계뿐 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양산해왔었다.
그런면에서 임상수 감독의 일곱번째 작품이자 칸 영화제 3번째 진출 작품인 <돈의 맛>이 난니 모레티 심사위원장에게 평가를 받는 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사건이 아닐 수가 없다. 두 감독에게는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강한 자아의식의 투영이라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공통의 분모가 자리하고 있고, 이로 인해서 영화 <돈의 맛>은 난니 모레티 심사위원장에게 동양에서 건너온 매우 흥미로운 작품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바람난 가족>의 가족관계 보다 더욱 파격적이고, <하녀> 보다 더 음탕한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돈과 섹스에 대한 은밀한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담아 낸 영화 <돈의 맛>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작품으로 관객들로부터 폭발적인 입 소문을 불러모으며 전국 극장가에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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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았다. 허진호 감독의 <위험한 관계>도 같은 부문에 초청받았다. 연상호 감독은 각 부문에 초청받은 신인 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올랐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이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감독주간(LA Quinzaine des Realisateurs, Director’s Fortnight)은 비공식 부문이다. 1969년 프랑스 감독조합에 의해 신설된 비경쟁 프로그램이다. 베르너 헤어조크,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오기마 나기사, 조지 루카스, 마틴 스콜세지, 켄 로치, 짐 자무시, 미카엘 하네케, 샹텔 애커만, 스파이크 리, 다르덴 형제, 소피아 코폴라, 로베르 브레송,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등 전세계 쟁쟁한 명감독들이 첫 장편을 선보인 섹션이다.

한국의 장편 애니메이션이 이 부문에 초청받은 건 <돼지의 왕>이 처음이다. 올해까지 이 부문에 초청받은 한국 감독은 열두 명이다.

 


가장 먼저 초청받은 이은 이광모 감독이다. 1998년 제51회 때 <아름다운 시절>로 입성했다. 2000년에 이창동 감독이 <박하사탕>, 2002년에 손수범 감독이 <바닷속의 물고기는 목마르지 않는다>, 2003년 박종우 감독이 <사연>, 2004년 김윤성 감독이 <웃음을 참으면서>로 초청받았다. 2005년에는 류승완 감독과 임상수 감독이 동시에 입성했다. <주먹이 운다>와 <그때 그 사람들>로. 이어 2006년에 봉준호 감독이 <괴물>로 초청받았다. 2007년도 두 감독이 동반 진출했다. 정유미 감독이 단편 애니메이션 <먼지아이>로, 홍상수 감독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로 입성했다. <먼지아이>는 먼지의 움직임을 통해 시련의 극복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칸국제영화제는 1946년 9월20일부터 10월5일까지 칸 해변의 카지노에서 처음으로 개최됐다. 48년과 50년에는 예산 부족으로 열지 못했다. 51년 5월에 재개, 이후부터 매년 5월에 열렸다. 68년에는 대학가에서 촉발된 ‘5월혁명’과 누벨바그의 주역인 장 뤽 고다르 등이 단상을 점거하면서 행사가 중단됐다. 72년부터 영화제 출품작 구성을 주최 측이 선정해 초청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후 많은 국제영화제가 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 영화제 공식 명칭이 그냥 ‘국제영화제’(Festival International Du Film)인 데에서 세계 최고라는 자긍심을 엿볼 수 있다.

칸국제영화제에 장편 애니메이션이 초청받는 건 드물다. 2007년 이란과 프랑스 합작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가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뒤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09년에는 월트디즈니와 픽사의 첫 3D 애니메이션 <업>(Up)이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경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금곰상,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기술공헌상 등을 받았지만 칸국제영화제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돼지의 왕>은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의 잔혹 스릴러로 손꼽힌다. 세 친구에게 일어나는 학창시절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뤄 <파수꾼>(감독 윤성현) 등에 비견되고는 했다. 양익준·오정세·김혜나·박희본·김꽃비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받은 뒤 영화진흥기구상(NETPAC)과 한국영화감독조합상, CGV무비꼴라쥬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KT&G 상상마당 상상메이킹 네 번째 지원작으로 전국 24개 예술영화전용관에서 11월 3일 개봉, 1만9035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관람하는 등 선풍을 일으켰다.

연상호 감독(사진 위)은 2002년 상명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한 뒤 2003년 한신코퍼레이션 제작 기획실에서 근무했다. 2004년 스튜디오 다다쇼를 설립, 단편 <지옥>(2003) <D-DAY>(2000) <D의 과대망상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막 치료를 끝낸 환자가 보는 창밖풍경>(1998), 중편 <셀마의 단백질 커피> 중 <사랑은 단백질>(2008), <지옥: 두 개의 삶>(2006) 등을 만들었다. 도쿄 쇼트쇼츠필름페스티벌 아시아고스트상(2004) 제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초이스 선정(2006) 제4회 인디애니페스트 관객상(2008) 아시아 그라프 인 도쿄 최우수 작품상(2009)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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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이 제 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다른 나라에서>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도 같은 부문에 초청받았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오른쪽)가 <다른 나라에서> 중 두 번째 안느

                 로 변신, 불륜관계인 남자(문성근)를 반갑게 맞고 있다. 

홍상수 감독은 이번 초청으로 한국영화사에 남다른 기록을 세웠다.  이번 초청은 여덟 번째이다. 이로써 홍 감독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진출한  감독 중 한 명이라는 명예를 얻게 됐다. 국내에서는 홍 감독에 이어 이창동 감독이 네 번, 신상옥·봉준호·김기덕·임상수 감독이 각 세 번 초청받았다.

 

홍 감독은 또 2009년(62회)<잘 알지도 못하면서>부터 4년 연속 초청받았다. 2010년(63회) <하하하>, 2011년(64회) <북촌방향>, 2012년(65회)<다른 나라에서>다. 4년 연속 초청받은 건 한국 감독 가운데 홍 감독이 유일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감독주간’, <하하하>와 <북촌방향>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다른 나라>는 ‘경쟁’ 부문이다.

 

 

홍 감독은 두 번째 연출작 <강원도의 힘>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입성했다. 1998년 제 51회 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 부문은 최근 1년 동안 만든 세계 영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새로운 경향을 포착한 영화들을 대상으로 하는 섹션이다.

 

한국영화는 이 부문에 이제까지 열두 번 초청받았다. 이두용 감독이 <여인잔혹사:물레야 물레야>로 1984년(37회)에 처음으로 초청받았다. 그리고 배용균·전수일 감독이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42회)과 <내 안에 우는 바람>(50회)이 초청받았다. 홍 감독의 <강원도의 힘>과 <오! 수정>이 4·5번째로 입성했다. 이어 김의석 감독의 <청풍명월>(57회), 김기덕 감독의 <활>(58회),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59회), 봉준호 감독이 레오 카락스·미셸 공드리 등과 함께 연출한 옴니버스 영화 <도쿄>(61회), 봉준호 감독의 <마더>(62회),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63회),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64회) 등이 초청받았다.

 

홍 감독의 작품이 3편으로 가장 많다. 홍 감독은 또 <강원도의 힘>으로 ‘특별언급’을 받았다. 수상작 외 특별히 언급할 만한 작품에게 주는 상의 일종이다.  <하하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한국 감독 가운데 홍 감독이 최초로 수상했다. 홍 감독에 이어 2011년 제 64회 때 김기덕 감독이 <아리랑>으로 <스톱드 온 트랙>(Stopped on track)을 초청받은 독일의 안드레아스 드레센 감독과 함께 공동 수상했다.

 

홍 감독은 또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한국 감독 가운데 최다이다. 2004년(57회)에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5년(58회) <극장전>으로, 그리고 올해 <다른 나라에서>로 ‘경쟁’ 부문에 입성했다.

 

이 부문에 초청받은 한국 감독은 여섯 명이다. 임권택 감독이 <춘향뎐>(53회)과 <취화선>(55회), 이창동 감독이 <밀양>(60회)과 <시>(63회),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57회)와 <박쥐>(62회), 임상수 감독이 <하녀>(63회)와 <돈의 맛>(65회)으로 입성했다. 이밖에 김기덕 감독이 <숨>(60회)으로 초청받았다.

 

임권택 감독이 <춘향뎐>으로 최초로 초청받았고, <취화선>으로 최초로 수상(감독상)했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와 <박쥐>로 두 번 모두 수상하는(심사위원대상·심사위원상) 기염을 토했다. 이창동 감독은 <밀양>으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고 <시>로 각본상을 받았다.

 

<다른 나라에서>는 모항의 한 펜션으로 여름 휴가를 온 세 명의 안느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세 명의 안느로 등장, 1인 3역을 펼쳤다. 유준상·윤여정·문소리·정유미·문성근이 함께했고, 권해효와 도올 김용옥 등도 출연했다.  작년 여름 부안 모항에서 약 2주간 촬영했다. 제 65회 칸국제영화제는 오는 5월 16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홍 감독이 ‘경쟁’ 부문 세 번째 진출만에 수상, 임권택·박찬욱·이창동 감독의 뒤를 이을는지 주목된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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