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 <스토커> <설국열차> <만신>(가제)…. 박찬욱(사진 왼쪽)·찬경(오른쪽) 형제 감독의 최근 영화다. <청출어람>은 형제가 함께 만든 단편이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다. <스토커>는 박찬욱 감독(49)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오는 2월 28일(미국에서는 3월 2일)부터 선보인다. <설국열차>는 박찬욱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다. 오는 8월쯤 국내외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만신>은 박찬경 감독(47)의 다큐멘터리다. 올해에 개봉하려고 한다.

 

 

<청출어람>은 득음 연습을 위해 산을 찾은 백발의 스승(송강호)과 소녀 제자(전효정)의 특별한 하루를 그렸다.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가 올해 40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필름 프로젝트’ 첫 번째 작품이다. 브랜드 슬로건(Your Best Way to Nature)을 모티브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다른 유명 감독의 작품 두 편을 더 선보일 예정이다.

 
-제안받은 건 언제인가.
“지난해 10월이다.  미국에서 작업하는 게 신선하고 재미 있었지만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과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빨리 작업하고 싶어서 기회를 덥썩 잡았다. 장편 영화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단편이라는 점이 잘 맞았다. 옷이 한 번은 나와야 한다는 거 외 다른 조건이 없었다.”(박찬욱)

 

-시나리오 작업은 어떻게 했나.
“서로 작업을 하면서 만나거나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일주일 정도 한 것 같다.”(박찬욱)
“<파란만장>에 이어 연속성을 갖고 싶어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재로 삼았다. 험악과 자연과 스펙터클한 이미지를 앞세운 여느 아웃도어 브랜드 이미지와 반대되는 한국의 아기자기한 자연의 정취를 소리꾼 스승과 제자의 여정을 통해 담았다. KBS 국악방송을 자주 들으면서 생각했던 아이템 가운데 하나다. 이동백 명창이 <새타령>을 하면 새들이 화답했다는 전설을 소재로 자연으로 가는 길을 그렸다.”(박찬경)
“선곡은 동생이 다했다. <새타령>, <사철가>, <심청전>에서 심청이 인당수 빠지는 대목…. 자연으로 가는 길의 개념을 달리 해석했다. 인생의 기본이고 삶의 일부인 죽음을 통해 이르는 방식으로 묘사했다.  화려한 소멸과 생성으로 이어지는 인간관계 전체가 청출어람이다.”(박찬욱)”

 

백발 노인으로 변신한 송강호의 상대역 전효정은 수도권 지역 판소리 전공자들 가운데에서 뽑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판소리를 시작한 전효정은 전통예술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며 국립극단에서 주최한 ‘차세대 꿈나무’ 명창에 뽑힌 바 있다. 촬영은 경주 남산·삼릉·토함산 등에서 사흘간 했고, 편집과 후시녹음을 사흘간 했다. 먹구름·번개·파도 등 CG작업을 2주간 했다.

 

 

-오디션은 몇 명이나 봤는지.
“현장에 직접 가지 않았다. 찍어온 필름을 봤다. 모두 몇 명을 찍어왔는지는 모른다. 동생과 함께 비디오를 보다가 더 봐야 할 사람들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전효정으로 확정했다. ”(박찬욱)

 

각본·감독이 박찬욱·찬경 형제가 자신들의 이름을 따서 만든 ‘PARKing CHANce’(주차기회)로 명명돼 있다. <청출어람>은 PARKing CHANce의 세 번째 작품이다. 앞서 선보인 작품은 <파란만장>과 <오달슬로우>다. 이 가운데 <파란만장>은 2011년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서 금곰상을 받았다. 이른바 3대 국제영화제 장편이나 단편 경쟁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한국영화는 <파란만장>이 처음이다.

-PARKing CHANce는 
“거대 자본의 극장 중심의 상업영화가 아니라 자유로운 작업을 위해 만든 브랜드다. 주차할 자리가 났을 때 재빨리 주차하는 것처럼 좋은 기회가 있을 때 망설이지 말고 함께 해보자는 뜻이 담겨 있다. 어느 선을 나눠 역할을 배분하기보다 작업할 때 모든 과정을 협의하면서 함께한다.”(박찬욱)
“단편이든 다큐멘터리든 파킹 찬스가 ‘출동’할 만한 좋은 일거리가 속속 생겼으면 좋겠다. 형과 함께 작업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작업하면서 어떻게 할는지 고민하면서 소모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형은 정말 판단하는 속도가 빨랐다.”(박찬경)

 

박찬경 감독은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 출신으로 미국 칼아츠(CalArts)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냉전과 분단, 전통 종교·문화를 다룬 사진·비디오·설치 작품을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해 왔다. 단편 <비행>(2005), 중편 <신도안>(2009), 장편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 등의 다큐멘터리도 연출, 국내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이 가운데 <다시~ >는 88올림픽을 앞두고 여성 노동자 22명이 감금된 채 사망한 봉제공장 화재사건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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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작업은 좋은 점은.
“지각하거나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다. 나 같은 사람이 한 명만 더 있으면 하는 의미이다.”(박찬욱)“영화가 잘못됐을 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웃음).” (박찬경) “잘 됐을 때 공을 독차지 할 수 없다(웃음).”(박찬욱)

 

<스토커>는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친 소녀의 집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다. 미아 바시코브스카·매튜 구드·더모드 멀로니·니콜 키드먼 등이 호흡을 맞췄다. <설국열차>는 이상 기후로 인해 세상이 영하 80도로 얼어붙은 미래를 배경으로 ‘노아의 방주’ 같은 ‘설국열차’에 탑승한 사람들의 생존 경쟁을 그린 SF·모험·액션영화다. 송강호·고아성과 크리스 에반스·송강호·에드 해리스·존 허트·틸다 스윈튼 등이 함께했다. <만신>은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인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예능보유자 김금화(82)의 일생을 다뤘다. 과거 장면은 재현했다.

-다음 작품은 서부극 <더 브리건즈 오브 래틀보지>(The Brigands of Rattleborge)인가.
“제작사와 계약이 안 된 상태다.  다른 작품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한 편 더 연출한 뒤에 <아가씨>(원작 핑거 스미스)를 만들 계획이다. 그간 준비해온 <도끼>는 언젠가는 만들 것이다.”(박찬욱)
“<만신>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마친 뒤에는 무녀의 이야기를 다룬 공포영화를 만들 계획이다.”(박찬경)
“연출은 동생이 하고 나는 제작을 맡을 것이다. <설국열차>(감독 봉준호)를 마지막으로 내가 연출하지 않는 영화는 그만하려고 했는데 계획을 바꿔 제작도 계속 하려고 한다.”(박찬욱).
“형의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1992)에 미술 스태프로 참여했었다. 세트 벽에 그림도 그리고 주연배우 이승철의 등 뒤 용문신도 내가 그렸다. 다큐 작업 때 형의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 형의 작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면 기꺼이 맡아 소임을 다하고 싶다.”(박찬경)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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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감독(42)의 <원시림>이 제30회 토리노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국제경쟁’ 섹션에 초청받았다. 이 감독은 YTN 앵커, 영화전문지 ‘필름2.0’ 기자 출신으로 올해 <원시림>으로 데뷔했다. 이 감독은 주부로서 가사와 대학원 수업을 병행하면서 각본·연출 작업을 하느라 영화를 완성하는 데 2년이 걸렸다. 지난 23일 출국 전 만난 이 감독은 “후반작업에 공을 들이느라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고 했다.

 

 

영화의 소재와 주제는 죽음이다. 외할머니 손에 자라면서 누구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외가에다 여자여서 장례식 때 이방인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지켜만 봐야 했던 게 <원시림>을 기획한 동기이다.


“외할머니의 장례식은 아름다운 꽃상여는 없고, 포클레인이 동원된 장례식이었어요. 현실적인 장례 모습이 내게는 오히려 비현실적이었고, 이 아이러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스마트폰으로 찍은 게 <원시림>을 만든 시발점이에요.”

이 감독은 영화를 구체화하면서 대학에서 공부한 종교학에 여성학적 관점을 풀어넣었고, 기독교와 설화를 대비시켰다. 대학원에서 배우는 실험영화의 특성과 형식도 도입했다.

<원시림>의 각본·연출 외 출연·편집, 일부 장면의 촬영도 맡은 이 감독은 다큐멘터리에 극영화를 가미했다. 기승전결식 서사구조를 따르지 않고,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땅이 위로 향하고 사람들의 머리가 아래로 보이거나, 하늘이 화면의 아래(땅이 위) 혹은 오른쪽(땅이 왼쪽)에 보이는 등 파격도 꾀했다.

영화는 시작된 지 10분이 지나도록 이 감독이 생화와 조화를 사는 걸 보여준다. 이 감독은 “일부러 재미없게 찍었다”며 “관객이 집중하기보다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하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생화와 조화로 외할머니의 집을 꾸미고 봉분을 장식한다.

이때 이 감독과 남동생 사이에 빚어지는 언행의 엇박자는 극영화의 재미와 더불어 남녀 간 가치관의 차이와 소통의 부재를 읽게 한다. 이 감독의 꿈, 외할머니의 산소, 호주 울룰루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는 실재와 환영을 아우르는 영상을 통해 출산·죽음·장례의 의미를 되새김하게 한다. 수시로 인·아웃되는 원시적 풍광, 봉분 위로 빛과 소리가 잇따라 뛰어넘는 장면은 ‘갤러리 필름’(설치미술)을 떠올리게 하면서 죽음 이전·이후의 세계와 존재를 느끼게 한다.

“코언 형제와 빔 밴더스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는데 미국에서 스탠 브렉키즈와 마야 대런 감독의 실험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이런 영화도 있구나, 저런 영화도 가능하구나’ 하는 호기심과 자신감을 갖게 됐고요.”

<원시림>은 토리노국제영화제에 초청받기 전에 제6회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와 제9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에서 상영돼 주목을 끌었다. 이 감독은 “관객들에게 실험적이다, 상업적이다, 상반된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평가가 어떻든 디지털 시대를 맞아 주부들도 영화를 만드는 게 가능해진 데 감사한다”고 했다. 이미 두 번째 영화 <용문>(龍門·가제)을 찍고 있는 이 감독은 “영화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꾀하고 싶다”고 했다.

토리노국제영화제는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그간 한국영화는 <벌이 날다> <살인의 추억> <얼굴 없는 미녀> <경의선> 등이 주요 상을 수상했다. 올해에는 <원시림> 외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가 새로운 경향의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극영화 부문’에 초청받았다. <원시림>과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이 12월1일(현지시간) 폐막식 때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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