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해숙(56)이 <도둑들>(감독 최동훈)로 ‘천만영화’ 주인공 대열에 합류했다. <박쥐>(감독 박찬욱)로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레드카펫을 밟고 <도둑들>로 ‘천만배우’ 이력도 겸비한 배우가 됐다. 송강호·이정재 등에 이어 여배우 가운데에서는 처음으로.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주변에서 천만을 기대할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천만을 돌파해 얼마나 기쁜 줄 몰라요. 함께한 배우·스태프와 관객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칸의 여인’과 ‘천만 여인’을 모두 이룬 최초의 여배우가 됐습니다.
“그런가요? 세상에, 내가 그런 배우가 되다니, 50대에….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도둑들> 시나리오 받고 떨렸다고 했는데요.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여서 떨렸어요. 언제 버려질지 모르는 황혼의 여도둑에게 딱 맞는 ‘씹던 껌’이라는 서글픈 별명과 ‘이제는 세금 막 내면서 살고 싶다’는 등등의 대사,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마카오에 갔다가 다른 꿈을 찾지만 오래지 않아 잃는 삶…. 한국영화에 없던 캐릭터를 내가 맡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흥분됐어요.”

-극중 인물이 되기 위해 사전에 한 게 있나요.
“살을 뺐어요. 이 나이·경력에 떨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이어서 의욕이 넘쳤죠. 미팅을 하면서 많은 걸 준비하고 싶어서 감독에게 물어봤는데 ‘너무 하실 것 없고 아무래도 날렵한 도둑이 좋겠죠’ 하더군요. 중년의 사랑도 보여줘야 해 다이어트에 돌입했는데 정말 힘들더군요.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그래서 나이가 들면서 더 멋있어진 ‘첸’(임달화)의 얼굴·전신 사진을 화장실에 붙여놓고 저를 채찍질 했죠. 이대로는 자격이 없다고. 이제까지 연기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10개월 간 그렇게 노력한 덕분에 살을 빼고, 얼굴에 익숙해지면서 사랑하는 마음도 키울 수 있었어요.”

 

-(섹스를)안 한 지 10년 됐다고 첸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압권입니다.
“대사 연습할 때 안 웃은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는 캐릭터와 한 몸이 되면서 몹시 떨렸고,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질 것 같았고, 수많은 감정이 교차되는 걸 느꼈어요. 안 해도 되는 말인데 생명 같은 사랑을 느낀 거에요. 도둑이 아닌 50대 중반의 여자로서. 키스를 먼저 하고 불쑥 고백도 했지만 그러고는 더 다가가지 못 해요. 소녀처럼. 50대지만 마음은 10인 거죠. 각 커플들의 사랑을 각각의 영화로 만들어도 풍성할 것 같아요.”

-대사를 하면서 애드리브도 곁들였는지요.
“대본 대로예요. 감독은 굉장히 정확해요. 세세한 시간까지 계산하는 완벽주의자예요. 짧은 대사에 여자의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적재적소에서 여인의 짙은 회한과 간절한 바람을 읽게 해주는 대사가 예술이에요. 완벽한 대사여서 어떤 말을 더하는 건 그것에 흠집을 내는 거였어요.”

 

-‘팹시’(김혜수)에게 ‘세상과 한 판 붙은 인생’이라고 하죠.
“슬프고 치열했던 여자의 삶을 묻어냈어요. 어느 기자가 <도둑들>의 씹던 껌과 <박쥐>의 ‘라 여사’가 같은 배우인가 싶었다고 하더군요. 라 여사의 움직이지 않는 눈 연기가 기억난다면서.”

-영화 시작을 여는 전과자라는 점이 닮아서인지 <무방비 도시>(2007)가 떠오르더군요.
“<무방비 도시>에서 ‘강만옥’은 전설적인 소매치기의 대모지만 형사인 아들(김명민)에게는 엄마에요. 아들을 위해 죽음을 택하는. 손가락질 받는 엄마지만 그런 엄마에게도 모정이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저는 제가 맡은 극중 인물의 이름을 다 기억해요. 모두 저 자신과, 세상과도 싸워온 저의 분신이거든요.”

-<도둑들>에서는 어떤 점에 역점을 뒀는지요.
“저는 욕도 한 마디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정했는데 감독은 달랐어요. 도둑질에는 전문가지만 평소에는 인간적이고 우아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하더군요. 첫 촬영이 부산 창고장면이었는데 무진 애를 먹었죠. 밤새도록 대사의 감정·템포를 연습했어요. 덕분에 두 번째 박물관 장면 때에는 감독의 웃음과 박수를 받았죠. 상상하지 못 했던 캐릭터여서 더 매력을 느꼈고, 도전 의욕이 샘솟았고, 덕분에 저의 최대치가 뽑아져 나온 것 같아요.”

1974년 MBC 7기 탤런트로 데뷔한 김해숙은 ‘국민엄마’로, ‘엄마연기 달인’으로 손꼽힌다. 엄마로 출연해 주목을 끈 대표적인 영화로 <우리 형>(2004) <해바라기>(2006) <무방비 도시>(2007) <경축! 우리사랑>(2008) <박쥐>(2009) <친정엄마>(2010) <마마>(2011) 등이 있다.

                <마마> <친정엄마> <경축! 우리사랑> <무방비 도시> <해바라기> <박쥐>(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각각의 엄마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하나로 뭉뚱그리면 엄마인데 캐릭터가 다 달라요. 다른 사연을 지닌 다른 엄마예요. 그래서 병적일 정도로 집념을 갖고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죠. 그런 게 쌓이고 쌓여 캐릭터와 닮은 인물이 되고, 끊임없이 변신하는 모습을 보고 박찬욱·최동훈 감독이 ‘라 여사’와 ‘씹던 껌’을 제게 준 것 같아요. 훌륭한 두 분과 작업하면서 제 나이에 가지고 있는 저의 모습과 숨겨진 매력을 끄집어 내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배우가 된 데 감사해요.”

-캐릭터에 다가가나요, 캐릭터를 끌어오나요.
“캐릭터 속으로 무식하게 들어가는 쪽이에요. 그 인물 속으로 헤집고 들어가서 파고 또 파요. 좀 심하게 제 인생을 던져요. 백지처럼 비우고 있다가 채워요. 채운 뒤에는 다시 버리고. 저의 연기 인생은 진행중이에요. 엄마이든 아니든 다양한 역할을, 배우 김해숙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세상에서 제일 나쁜 여자 악역도 해보고 싶고, <도둑들>을 계기로 우리 나이 배우들도 사랑을 하는 좋은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해요.”

-<도둑들>의 씹던 껌이 원래는 남자였다고 하더군요.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여자로 바꿨대요. 덕분에 제게 행운이 주어진 거에요. <무방비 도시>의 강만옥도 처음에는 남자(아버지)였어요. <해바라기>를 찍을 때 이 영화사의 다음 작품이라고 해서 읽었는데 ‘여자(엄마)여야 더 절절할텐데 왜 남자’냐며 화까지 냈어요. 신인 감독이 오랫 동안 준비한 작품이어서 엄마로 바뀔 거라고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한 달쯤 뒤에 바뀐 대본과 함께 출연제의를 받고 얼마나 짜릿했는지 몰라요. 감독이 드라마 <장밋빛 인생>을 봤고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면서 울었다고 하더군요. 돌이켜보면 연유 없이 오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김해숙은 <공동경비구역JSA>를 보고 박찬욱 감독과 작업하고 싶다고 기원했다. 그 바람을 <박쥐>로 이뤘다. <박쥐>를 마친 뒤에는 최동훈 감독과 작업하고 싶다고 했는데 <도둑들>로 이뤘고. 연기력을 인정받은 데에다 행운도 뒤따랐다. <도둑들> 제작사(케이퍼필름)의 안수현 대표는 <박쥐> 프로듀서고, 최동훈 감독의 아내이다.

“좋은 영화에 대한 갈망과 꿈꾸던 일이 속속 이뤄진 데 감사해요. 내가 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격이 없는데 이렇게 큰 선물과 사랑을 주신 분께 두 손 모아 감사드려요.”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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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영화

충무로 파일 2012.08.15 00:05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천만영화’에 등극한다. 이르면 15일 오후, 늦어도 밤 시간에는 1000만 고지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최근 10일 간 이 영화는 최저 24만1362명(13일), 최고 77만719명(4일)이 관람했다. 지난 주말에는 45만1303명(11일), 41만2146명(12일)이 관람했다. 13일 현재 누적 관객 수는 947만8837명이다. 14일은 평일, 15일은 광복절 공휴일이다.

 

■<도둑들>, <괴물>과 <아바타> 잡을까?
<도둑들>을 포함해 천만영화는 일곱 편이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괴물> <해운대> <아바타> <도둑들> 등이다. 한국영화가 여섯 편, 미국영화가 한 편이다.

<실미도>는 2003년 12월 24일, <태극기 휘날리며>는 2004년 2월 5일, <왕의 남자>는 2005년 12월 29일, <괴물>은 2006년 7월 27일, <해운대>는 2009년 7월 22일, <아바타>는 2009년 12월 17일, <도둑들>은 2012년 7월 25일에 개봉됐다. 2월이 한 편(태극기 휘날리며), 7월이 세 편(괴물·해운대·도둑들), 12월이 세 편(실미도·왕의 남자·아바타)이다.

 

수요일 개봉작이 세 편(실미도·해운대·도둑들), 목요일 개봉작이 네 편(태극기 휘날리며·왕의 남자·괴물·아바타)이다. ‘12세관람가’ 작품이 세 편(괴물·해운대·아바타), ‘15세관람가’ 작품이 네 편(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왕의 남자·도둑들)이다. 개봉 첫 주에 하루 더 상영하고, 관람등급이 낮은 게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미도>는 2004년 2월 19일, <태극기 휘날리며>는 2004년 3월 14일, <왕의 남자>는 2006년 2월 11일, <괴물>은 2006년 8월 16일, <해운대>는 2009년 8월 23일, <아바타>는 2010년 1월 23일, <도둑들>은 2012년 8월 15일(예정)에 1000만명을 돌파했다. 1월이 한 편(아바타), 2월이 두 편(실미도·왕의 남자), 3월이 한 편(태극기 휘날리며), 8월이 세 편(괴물·해운대·도둑들)이다. 요즘은 극장가에 성수기와 비수기가 확연히 구분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름·겨울방학 기간이 흥행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다.


 

                 <실미도>는 실화를 소재 극으로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전쟁영화이고 <왕의

                     남자>는 사극, <괴물>은 스릴러, <해운대>는 재난영화, 유일한 외국영화 <아바타>는 SF모험액션극이다.

 

1000만 명이 관람하는 데 가장 짧게 걸린 기간은 21일(괴물)이다. <도둑들>은 22일(예정), 이어 33일(해운대), 38일(아바타), 39일(태극기 휘날리며), 45일(왕의 남자), 58일(실미도) 만에 꿈의 숫자에 도달했다. 500만 명이 관람하는 데 걸린 기간은 9일(괴물), 10일(도둑들), 13일(태극기 휘날리며·해운대), 15일(아바타), 19일(실미도) 20일(왕의 남자)이다. 900만 명을 기록한 기간은 18일(괴물), 19일(도둑들), 26일(해운대), 31일(태극기 휘날리며), 32일(아바타), 38일(왕의 남자), 45일(실미도)이다. <도둑들>은 하루 차이로 <괴물>의 기록을 뒤따르고 있다.

 

최종 관객 수는 <아바타>가 가장 많다. 1330만2637명이 관람했다. 이어 1301만9740명(괴물), 1230만2831명(왕의 남자), 1174만6135명(태극기 휘날리며), 1145만3338명(해운대), 1108만1000명(실미도)이다.

1100만 명을 돌파하는 데에는 각각 25일(괴물), 46일(아바타), 47일(해운대), 53일(왕의 남자), 56일(태극기 휘날리며), 89일(실미도)이 걸렸다. 1200만 명은 32일(괴물), 54일(아바타), 73일(왕의 남자) 만에 달성했다. 1300만 명은 72일(아바타), 81일(괴물) 만에 기록했다.

 

<도둑들> 제작사(케이퍼필름)와 배급사(쇼박스) 측은 1200만 명 이상을 전망하고 있다. 관건은 관객의 관심, 상영 스크린 확보·유지, 경쟁 영화의 기세 등이다. <도둑들>이 1천만 명을 돌파한 이후에 얼마나 기세를 이어갈는지 주목된다.

■김윤석, 최고의 주연배우로 각광

 


천만영화는 강우석·강제규·이준익·봉준호·윤제균·제임스 카메론·최동훈 감독이 각각 1편씩 연출했다. 강우석 감독은 <실미도>, 강제규 감독은 <태극기 휘날리며>, 이준익 감독은 <왕의 남자>, 봉준호 감독은 <괴물>,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을 선보였다.


이들 가운데 또 누가 천만영화를 내놓을는지 주목된다. 참고로 5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영화 두 편 이상을 연출한 감독은 최동훈(도둑들·타자·전우치), 강제규(태극기 휘날리며·쉬리), 봉준호(괴물·살인의 추억)다.

강우석 감독은 <강철중:공공의 적1-1>(430만670명) <공공의 적2>(391만1356명) <한반도>(388만308명) <이끼>(335만3897명) <공공의 적>(303만438명) 등을 연출했다. 윤제균 감독은 <색즉시공>(408만2797명) <두사부일체>(330만5271명) <1번가의 기적>(277만1236명) 등을, 이준익 감독은 <황산벌>(277만1236명) 등을 내놓았다.

 

주연은 설경구·안성기·허준호·정재영(실미도), 장동건·원빈·이은주(태극기 휘날리며), 감우성·정재영·이준기·강성연(왕의 남자), 송강호·변희봉·박해일·배두나·고아성(괴물), 설경구·하지원·박중훈·엄정화(해운대), 샘 워싱톤·조 샐다나·시고니 위버(아바타), 김윤석·이정재·김혜수·전지현·임달화·김해숙·오달수·김수현·증국상(도둑들) 등이다.

두 편 이상 주연을 맡은 배우는 <실미도>와 <해운대>의 설경구 뿐이다. 오달수도 천만영화 크레디트에 이름을 두 번 올렸다. 그는 <괴물>에서 괴물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괴물>의 고아성은 유일한 아역배우이다. 촬영 당시 고아성은 열세 살이었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이은주는 2005년 2월 22일 세상을 등졌다. <실미도>는 1000만 영화 가운데 여배우가 주연은 물론 조연급으로도 등장하지 않았다. 반면 <도둑들>의 주연 여배우는 김혜수·전지현·김해숙 등 세 명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에는 최민식·김수로 등이, <해운대>에는 허구연 위원과 롯데 자이언츠 소속 이대호 선수 등이, <도둑들>에는 신하균·이신제 등이 특별출연했다.


 

                최동훈 감독(오른쪽)이 김윤석과 촬영할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둑들>의 천만영화 등극을 앞두고 가장 주목받은 이는 최동훈 감독과 배우 김윤석이다. 최 감독은 2004년 감독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12만9358명)으로 주목받은 뒤 <타짜>(684만7777명) <전우치>(613만6928명), 그리고 <도둑들>까지 4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김윤석은 2007년 첫 주연작 <즐거운 인생>(126만3835명)을 필두로 <추격자>(507만1619명) <전우치>(613만6928명) <거북이 달린다>(305만9812명) <황해>(216만7426명) <완득이>(531만502명), 그리고 <도둑들>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연기력과 흥행파워를 보여주면서 최고의 주연 배우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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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41)는 27년차 배우다. 27년째 주연 배우다. 데뷔작 <깜보>부터 최근작 <도둑들>까지 25편의 영화에서 줄곧 여주인공을 맡았다. <어른들은 몰라요> <오세암> <첫사랑> <닥터봉> <영원한 제국> <신라의 달밤> <YMCA야구단> <얼굴없는 미녀> <타짜> <좋지 아니한가> <열한번째 엄마> <바람피기 좋은 날> <모던 보이> <이층의 악당> 등에서 소녀와 여인을 오가며 부침 없이 달려왔다. 각기 다른 여성의 다양한 삶을 밀도있게 소화,  대종상·청룡영화상 등의 여우주연상과 인기상을 10여 차례 수상했다.

 

 

팹시는 <도둑들>(감독 최동훈)에서 김혜수가 맡은 배역이다. 새내기 소녀와 톱스타가 된 여인의 매력을 읽을 수 있다. 1985년과 2012년, 한국영화의 어제와 오늘도 확인하게 해준다.

■ 삼고초려
5년 만에 출옥한 ‘깜보’(장두이)는 떠버리 소매치기 ‘제비’(박중훈)를 만난 뒤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출감한 지 일주일 만에 살인사건 용의자로 쫓기는 신세가 된 깜보는 혐의를 벗기 위해 제비와 함께 나영을 찾는다. 밤무대에서 <울고 넘는 박달재>를 구성지게 부르는 나영을 만나 시계의 출처를 캐묻지만 나영은 영문을 모른다.

감옥에서 막 출소한 팹시는 ‘뽀빠이’(이정재) ‘예니콜’(전지현) 등과 인생 최고의 반전을 꿈꾸며 홍콩으로 향한다. 2천만 달러에 달하는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그 곳에서 몇 년 전 배신의 아픔을 안긴 ‘마카오박’(김윤석)을 만난다. 마카오박의 뒤통수를 치겠다는 의중과 달리 그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다.

‘우연’은 ‘필연’의 다른 말이라고 했다. 중학교 3학년, 열다섯 살 나이에 출연한 ‘연소자관람불가’ 영화 <깜보>로 단번에 주목받은 김혜수의 데뷔 과정은 이 말은 떠올리게 한다.

 

<깜보>로 데뷔할 당시 김혜수는 건강을 위해 익힌 태권도 솜씨 덕분에 출연한 음료·제과 CF로 주목받고 있었다. <깜보> 출연은 김혜수의 CF를 눈여겨 본 이황림 감독의 조감독이 추천하면서 이뤄졌다.

 제작진은 김혜수를 캐스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 부모를 설득하는 과정에 시나리오를 수정, 나영의 비중을 늘리기도 했다. 후반작업 때 원래의 시나리오에 따라 편집, 나영의 분량은 현격하게 줄었지만 김혜수는 박중훈과 함께 1987년 제2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야간 촬영이 많았어요. 그런데 밤 10시만 되면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 했고, 잠이 들면 못 일어나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어요. 덩치만 성인이지 완전 애였죠. ‘보름달 하면 떠오르는 연예인 1위’에 뽑힌 데 상처받기도 했으니까.”

 

■ 지상 최대의 작전
<깜보>는 제작진이 1980년대 여느 영화의 두 배에 해당하는 5만 피트의 필름을 사용, 한국영화사상 최다 기록을 세울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깜보가 수감된 이후에 면회 한 번 오지 않은 아내를 찾아 제비와 함께 강원도의 한 목장에 간 장면을 찍을 때에는 눈이 많이 내린 데에다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추웠다.

 

<도둑들>은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10인의 톱스타가 호흡을 맞춘 범아시아적인 프로젝트다. 서울·부산·홍콩·마카오를 오가는 6개월 간의 대규모 로케이션을 통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와 도심 액션을, 이국의 풍광을 담았다. 싱가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대만·브루나이·중국·홍콩·태국 등 8개 국에 선판매되는 쾌거를 이뤘다.

<깜보> 제작 당시 한국영화는 후시녹음 시대였다. 극중 대사는 대부분 촬영한 장면을 놓고 성우들이 더빙을 했다. <울고 넘는 박달재>도 립싱크를 했다. 개봉(1986년 3월 11일) 이후 ‘미스테리적 사건의 포물선 위에 희화적인 패러디를 가미함으로써 오락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흥행성적은 저조했다. 서울극장에서 2주간 상영, 1만6224명(한국영화연감 기준)이 관람하는 데 그쳤다.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를 떠나 ‘연소자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게 치명적이었다. 당시 공연윤리위원회는 마지막에 깜보와 제비가 기찻길에서 헤어지는 장면을 문제 삼았다. ‘기차가 다녀야 할 기찻길에서 사람이 걸으면 안 된다’며 ‘두 주인공이 헤어지면서 끝나면 안 된다’고 했다. 태평성대에 두 사람의 이별은 ‘퇴폐’라고 했다. 어이없는 청천벽력이었다. 이현세의 인기 만화를 영상화한 <공포의 외인구단>도 ‘공포’라는 단어를 못 쓰게 해 이 영화는 <이장호의 외인구단>으로 바꿔 개봉됐다.

“<수렁에서 건진 내딸2>도 원래 제목은 <10대의 반란>이었어요. 심의에서 반란이 걸려 ‘반항’으로 고쳤는데 반항도 안 된다고 해 <수렁에서 건진 내딸>과 상관없는 영화인데 <수렁에서 건진 내딸2>가 된 거예요.”

■ 죽음의 공포
김혜수는 <도둑들>의 수중장면을 찍을 때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다. 지난 27년 동안 숱한 영화와 TV드라마를 찍으면서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는 감정에 휩싸여 몸서리를 쳤다. ‘왜 우리는 이 일에, 이 찰나에 이렇게 매달리는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관객을 위해서인가, 나 자신을 위해서인가, 영화를 위한 것인가. 영화가 뭐길래 이렇게 이 순간에 모든 걸 걸게 만들까….’

 

김혜수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 만화처럼 작성된 콘티를 볼 때에도 수갑을 찬 한 손이 자동차에 매인 채 물에 빠지는 장면이 걸림돌이 될 거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부산 출신으로, 물을 좋아하고, 수영도 곧잘 해 뚝딱 해낼 거라고 여겼다. 4m 깊이의 수조에서 잠수 전문가 등이 만반의 준비를 해놓은 곳에 연습을 하러 갈 때에도 가뿐한 마음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물속에서 머리가 어지럽고, 호흡이 가쁘고, 근육이 경직되는 걸 느꼈다. 두 번째 연습할 때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 컨디션이 안 좋은 걸로 여겼고, 공기박스 등 추가 안전 장치를 갖췄지만 촬영에 들어갔을 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가까스로 촬영을 마친 뒤 몹시 아팠다. ‘내일 한 컷만 더 찍자’는 최 감독의 문자를 받고 ‘못해요, 진짜로’라고 답했고 뜬 눈으로 밤을 샜다. 이렇게 은퇴를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촬영장에는 기다리는 제작진에게 못 하겠다고 말하려고 갔다.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에 안 들어갈 수 없었고, 첫 촬영 후 모니터를 본 뒤 다시 뛰어들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어냈다.

최동훈 감독은 “혜수씨는 두 작품을 같이 했는데 정말 카리스마가 있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수중장면을 볼 때마다 가슴이 짠해지고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박철수 감독은 “<오세암>(1990)은 모두들 주저하는데 김혜수가 키 만큼 쌓인 눈을 먼저 헤치고 간 데 힘입어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두 감독의 말은 가녀린 여배우들이 득세하는 연예계에서 소녀시대에도 여인시절을 곧잘 해내는 등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적이 없이 질주해온 김혜수의 오늘과 어제를 읽고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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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사이트(www.kobis.or.kr)에서 한국영화사상 최다 예매량을 기록했다. 25일 오전 8시 현재 12만4902명이 사전(개봉 전) 예매,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와 함께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인터파크·예스24 등에서도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25일 오전 10시 현재 통전망에서 예매 1위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차지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14만6212명(예매점유율 47.0%)이 예매했다. <도둑들>(12만4902명) 점유율은 40.1%였다. 두 영화 예매 점유율이 87.1%로 관객의 관심이 두 영화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3위는 <아이스에이지4:대륙 이동설>로 2만6108명(점유율 8.4%), 4위는 <명탐정 코난:11번째 스트라이커>로 3554명(1.1%), 5위는 <연가시>로 3162명(1.0%)이다.


반면 각종 예매 사이트에서는 <도둑들>이 석권했다. 맥스무비는 <도둑들>(39.99%) <다크 나이트 라이즈>(33.04%) <아이스에이지4:대륙 이동설>(14.81%) <연가시>(4.58%) <무서운 이야기>(3.04%) 순이었다. 예스24에서는 <도둑들>(48.3%) <다크 나이트 라이즈>(23.21%), 인터파크에서는 <도둑들>(42.12%) <다크 나이트 라이즈>(31.73%) 순이었다.

영진위 통합전산망(KOBIS)은 2007년 10월 23일부터 실시간 예매율을 발표해 왔다. 개봉 주 수요일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사전 예매량을 발표, 개봉을 앞둔 영화에 대한 관객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었다. 영화 제작·배급사와 관객에게 유용한 정보로 활용돼 왔다. 통전망 영화관 가입률이 2007년 3월 30일 현재 93%, 2007년 12월 31일 현재에는 97%였다. 25일 현재 전국 371개 극장, 2332개 스크린이 가입돼 있다. 실제 전국 극장의 매표창구 상황과 다름없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개봉 주 수요일 오전 10시 영진위 통합전상망 기준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의 사전 예매량은 <7광구>의 4만8580명(40.8%)이다. 이와 함께 맥스무비 62.20%, 예스24 17.43%, 인터파크 38.70%, 티켓링크 39.59%, 네이트 25.80% 등 전 예매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개봉 이후 예매율 등이 급락, 224만2510명·이하 한국영화연감 기준)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이렇듯 사전 예매량(점유율)은 최종 흥행성적과 무관하다. 관객의 관심, 흥행성을 가름하는 척도일 뿐 실제 흥행은 영화의 재미(완성도)에 좌우된다.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2009)와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2011)의 사전예매량과 최종 흥행성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전 예매량이 <해운대>는 2만6033명, <최종병기 활>은 3만234명이었다. 최종 성적이 <해운대>는 1132만4433명, <최종병기 활>은 747만633명이다. <해운대>는 <괴물>(1301만9740명) <왕의 남자>(1230만2831명)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6135명) 등에 이어 역대 한국영화 흥행 4위에 올라 있다.

 

올해 한국영화 흥행 1위에 올라 있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468만4327명)는 개봉(2월 2일) 예매율은 하루 전 날 38.96%(인터파크) 32.52%(맥스무비) 24.79%(티켓링크) 24%(영진위) 15.64%(예스24)였다. 5월 17일 개봉된 <내 아내의 모든 것>(435만310명·7월 3일 기준)은 이 날 25.8%(영진위)를 점유, <어벤져스>(21.4%)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연가시>는 개봉(7월 5일) 전 날 예매 관객 수가 3만3851명(배급사 기준), 5일에는 5만7975명을 기록했다. 24일 현재 429만6144명(통전망 기준)이 관람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19일 개봉, 24일 현재 300만3048명(통전망 기준)이 관람했다. 배급사에 따르면 예매 관객 수가 18일 오후 9시 30분 현재 31만8519명, 19일 오후 4시 현재 36만9416명이었다.

<도둑들>은 10인의 한국·홍콩 도둑이 2천만 달러에 달하는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는 과정을 그렸다. 서울·부산·홍콩·마카오를 오가는 6개월 간의 대규모 로케이션을 통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와 도심 액션을, 이국의 풍광을 담았다. 김윤석·김혜수·이정재·전지현·김해숙·오달수·김수현, 홍콩의 임달화·증국상 등이 호흡을 맞췄다. 싱가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대만·브루나이·중국·홍콩·태국 등 8개 국에 선판매되는 쾌거를 이뤘다.

최동훈 감독은 이 영화에 앞서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전우치>(2009) 등을 연출했다. <범죄의 재구성>은 212만9358명, <타짜>는 684만7777명, <전우치>는 613만6928명이 관람했다. <도둑들>이 <다크 나이트 라이즈> 등을 누르고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세워줄는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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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43)은 ‘타짜’다. 연기 및 흥행에서. <완득이> <황해> <전우치> <거북이 달린다> <즐거운 인생> <추격자> <천하장사 마돈나> <타짜> 등에서 영화적 캐릭터를 현실적 인물로 체화, 관객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김윤석이 달린다’.

<완득이>가 달리고 있다. 26일 현재 464만2289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감상, 한국영화 역대 흥행 톱100에서 33위에 올라 있다. 톱100 작품은 <타짜>(684만7777명·14위) <전우치>(605만913명·20위) <추격자>(507만1619명·28위) <거북이 달린다>(301만1993명·67위) 등과 함께 다섯 편. 이 가운데 <완득이>와 <거북이 달린다>는 김윤석의, 김윤석에 의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완득이>는 역대 10월 개봉작 중 1위, <거북이 달린다>는 역대 6월 개봉작 가운데 <신라의 달밤> <강철중:공공의 적 1-1> <포화속으로> <장화, 홍련> 등에 이어 5위에 올라 있다.

-출연작 정할 때 흥행성도 염두에 두는지요.

“영화는 우리 삶을 다뤄요. ‘생존’과 ‘생활’을 그린 두 부류로 나뉘죠. 생존이든 생활이든, 이야기의 타당성, 땅에 발 붙이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인지가 중요해요. 등장인물의 몸에 피가 흐르는지, 그게 관객의 보편적 감성·정서를 건드리면 흥행이 된다고 봐요.”

-<완득이>에서 그것은 뭔가요.
“가장 온전한 사람관계는 부모와 자식 사이죠. ‘완득’(유아인)이는 17년 만에 엄마가 있고, 필리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돼요. 이 대목에 전율이 일었어요. 피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 완득이는 과연 어떻게 맞딱뜨려 나갈까? 이때 완득이 담임 ‘동주’(김윤석)는 완득이와 ‘엄마’(이자스민)를 보조하는 존재, 안내자예요. 이 점을 잘 소화하면 된다고 봤어요.”

-<거북이 달린다>에서는.
“수면 위로 드러난 건 형사(김윤석)가 탈주범(정경호)을 잡는 거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딸(김지나)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실추된 아버지·가장의 위상을 되찾는 거예요. 저간에 깔려 있지만 놀아볼 수 있는 판이었죠. 레드카펫이냐 거적대기길이냐,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절실하게 지켜내야 하는 걸 공감가게 풀어내는 거예요. 드라마와 코미디의 접점, 바람도 막아주고 습도도 조절해주는 창호지(문풍지) 같은 코미디 드라마를 추구했어요.”

-얼마나 예상했는지요.

“이제까지 예상 관객을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어요. 편집본을 보고 70점 정도면 어필하겠다는 느낌을 받죠. <완득이>는 그 이상이었어요. 모니터 시사 점수는 굉장히 좋았고. 흥행에서 중요한 점은 감동과 그것을 끌어내는 구체적인 드라마예요. <완득이>는 살아있는 코미디, 웃기면서 공감을 끌어내는 실질적·구체적 드라마가 영화를 끌고 가요.”

-대본 리딩을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신(scene)에 맞춰 그룹별 리딩을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했죠. 이 과정을 통해 리얼하게, 담백하게, 다큐에 가깝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톤을 찾아내고 통일시키자고 했어요. 대사를 바꾸기도 하고, 언제 어떻게 치고 나오고 어떻게 받아주고, 의논하면서 연습을 거듭했어요. 애드리브가 아닌가 하는 대사들도 사실은 다 사전에 연습한 거에요.”

김윤석은 부산의 동의대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송강호·오달수 등과 함께 부산 연극배우 출신 영화배우를 대표한다. 뮤지컬 <의형제>에서 함께한 배우 방주란과 2002년에 결혼, 두 아이(10·7살)를 두었다.


-강호씨와 부산에서도 함께 했나요.

“서울에서 만났어요. ‘연우무대’의 <국물 있사옵니다>(1993)에서. <여성반란> <지젤> <자전거> <살찐 소파에 대한 일기>도 함께 했죠. ‘학전’의 김민기 선생님이 멘토예요. 연기하면서 연출부였어요. 연극은 종합예술이죠. 노동이고. 전방위로 달리고 또 달리면서 완성을 추구하다 보면 정신적·육체적 거품이 빠지지요. 진정성을 갖게 돼요. 그것이 오늘의 저를 있게 한 근원이라고 생각해요. 연극밖에 모르는 저를 인정해준 부모님, 가족의 사랑 덕분에 외롭지 않았고 의지를 잃지 않을 수 있었죠.”

-영화계에서 동료들이 먼저 뛸 때 조바심이 나지 않았는지.

“바로 그 조바심이 사람을 망치죠. 관건은 내가 카메라 앞에서 온전히 잘 할 수 있느냐 없느냐예요. 조바심을 낸다고 될 일이 아니죠. 평생을 할 일인데 조금 빠르거나 늦게 시작하는 것이 뭔 대수겠습니까.”

휴대폰, 담배…. 김윤석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떠오른 두 가지다. 그의 휴대폰 앞자리 번호는 016이다. 그는 “처음부터 016이었다”고 했다. 2G 서비스가 조만간 종료된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바꿔야 한다는 말에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딸과 약속한 것 중에 지키지 않은 게 있는냐는 물음에 “담배요, 끊어야 하는데….”라며 멋쩍어 했다.

“우리 감독들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전체를 보는 시야도 갖춰야 하고.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무엇보다 감독은 하고 싶은,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해요. 연기든 연출이든, 중요한 건 기본에 충실하고 정면 돌파하는 거에요. 기본에서 삐끗하면 전체적으로 무너지는 건 순간이죠.”

-닮고 싶었던 배우는 누구였나요.

“예전과 달리 요즘은 우리 배우들이 더 흥미로워요. 특히 젊은 배우들에게 더 눈길이 가요. 나를 움직이게 해요. 정유미·심은경·유아인, 갱년기인가? 하하하….”

김윤석은 요즘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을 찍고 있다. 김혜수·이정재·전지현·김해숙·오달수 등과 함께. 김윤석은 “영화상의 생존과 생활은 곧 배우들의 삶”이라고 했다. “물든 물리든,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걸로 끝나선 안 된다”며 “한계점 이상의 끈기를 갖고 연기 아닌 연기로 생존과 생활을 보여줘야 하는 살얼음판”이라고 했다. “배우의 길은 그래서 힘들지만 그게 또한 달리고 싶은 매력”이라며 기지개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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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종병기 활>이 5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한 지 26일 만이 9월 4일에.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최종병기 활>은 4일 오전 10시에 500만144명을 기록했다.  박해일은 <괴물>과 <최종병기 활>로 흥행배우 7위(4일 현재 500만 이상 동원한 영화 기준)를 차지했다.  

올해 선보인 한국영화 중 500만명이 넘게 본 영화는 <써니>에 이어 <최종병기 활>이 두 번째이다. 한국영화 역대 기록으로는 스물여덟 번째이다.

가장 단기간에 500만명을 돌파한 작품은 <괴물>이다. 9일만에 정복했다. 이어 <디워>가 11일, <태극기 휘날리며>와 <해운대>가 13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17일, <실미도>는 19일, <왕의 남자> <화려한 휴가> <타짜> 등이  20일, <웰컴 투 동막골>이 24일, <국가대표>가 25일, <과속스캔들> <미녀는 괴로워> <아저씨> 등은 32일, <써니>는 35일 만에 넘어섰다.


연도별로는 2005년과 2006년이 각 4편(14%)으로 가장 많다. <왕의 남자> <웰컴 투 동막골>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 <말아톤> 등이 2005년, <괴물> <타짜> <미녀는 괴로워> <투사부일체> 등이 2006년에 개봉됐다.

두 번째로는 2008·2009년으로 각 3편(약 11%)이다. <과속스캔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추격자> 등이 2008년, <해운대> <국가대표> <전우치> 등이 2009년에 공개됐다.

세 번째로는 2001·2003·2007·2010년과 2011년이다. 각각 2편(7%)이다. <친구>와 <조폭마누라>가 2001년, <실미도>와 <살인의 추억>이 2003년, <디워>와 <화려한 휴가>가 2007년, <아저씨>와 <의형제>가 2010년, <써니>와 <최종병기 활>이 올해에 에 첫선을 보였다.


이밖에 1999·2000·2002·2004년에 각각 1편(약 4%)이 개봉됐다. <쉬리>가 1999년, <공동경비구역JSA>가 2000년, <가문의 영광>이 2002년, <태극기 휘날리며>가 2004년에 공개됐다. 2000년 이전 작품으로는 <쉬리>가 유일하다.

월별로는 7·9·12월이 각각 5편(약 18%)으로 가장 많다. <괴물> <해운대> <국가대표> <화려한 휴가> <놈놈놈> 등이 7월, <타짜> <공동경비구역JSA> <가문의 위기> <조폭마누라> <가문의 영광> 등이 9월, <왕의 남자> <실미도> <과속스캔들> <미녀는 괴로워> <전우치> 등이 12월에 개봉됐다.

2순위는 2·8월로 각각 4편(14%)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쉬리> <의형제> <추격자> 등이 2월, <디워> <웰컴 투 동막골> <최종병기 활> 등이 8월에 공개됐다.

3순위는 1월로 2편(7%)이다. <투사부일체>와 <말아톤>이 1월에 선보였다.

이밖에 3·4·5월에 각 1편(약 4%)이 개봉됐다. <친구>가 3월, <살인의 추억>이 4월, <써니>가 5월에 첫선을 보였다. 5월 개봉작은 <써니>가 처음이다. 6·10·11월에는 한 편도 개봉되지 않았다.


관람등급별로는 ‘15세 이상 관람가’ 작품이 14편(50%)으로 가장 많다.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써니> <놈놈놈> <쉬리> <투사부일체> <공동경비구역JSA> <가문의 위기> <조폭마누라> <살인의 추억> <가문의 영광> <의형제> <최종병기 활> 등이다.

2순위는 ‘12세 이상 관람가’로 9편(32%)이다. <괴물> <해운대> <디워> <국가대표> <과속스캔들> <웰컴 투 동막골> <화려한 휴가> <미녀는 괴로워> <전우치> 등이다.

이밖에 ‘청소년 관람불가’는 4편(14%)이다. <친구> <타짜> <아저씨> <추격자> 등이다. ‘전체관람가’는 <말아톤> 1편(약 4%)에 불과하다. 

최다 연출자는 봉준호·강제규·강형철·김용화·최동훈 감독이다. 각각 2편(7%)을 연출했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과 <살인의 추억>, 강제규 감독은 <태극기 휘날리며>와 <쉬리>, 강형철 감독은 <과속스캔들>과 <써니>, 김용화 감독은 <국가대표>와 <미녀는 괴로워>, 최동훈 감독은 <타짜>와 <전우치>를 선보였다.


나머지 18편은 각각 한 감독이 연출했다. 이준익(왕의 남자) 윤제균(해운대) 강우석(실미도) 심형래(디워) 곽경택(친구) 박광현(웰컴 투 동막골) 김지훈(화려한 휴가)  김지운(놈놈놈) 이정범(아저씨) 김동원(투사부일체) 박찬욱(공동경비구역JSA) 정용기(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 장훈(의형제) 조진규(조폭마누라) 정윤철(말아톤) 정흥순(가문의 영광) 나홍진(추격자) 김한민(최종병기 활) 감독이다.

주연은 송강호가 6편(21%)으로 가장 많다. <괴물> <놈놈놈>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살인의 추억> <의형제> 등으로 총 관객수는 4242만675명이다.


송강호에 이어 박해일(괴물·최종병기 활) 이준기(왕의 남자·화려한 휴가) 장동건(태극기 휘날리며·친구) 원빈(태극기 휘날리며·아저씨) 설경구(해운대·실미도) 안성기(실미도·화려한 휴가) 정재영(실미도·웰컴 투 동막골) 신하균(웰컴 투 동막골·공동경비구역JSA) 하정우(국가대표·추격자) 김상경(화려한 휴가·살인의 추억) 조승우(타짜·말아톤) 이병헌(놈놈놈·공동경비구역JSA) 정준호(투사부일체·가문의 영광) 강동원(전우치·의형제) 김윤석(전우치·추격자) 등이 각각 2편(7%)에서 주연을 맡았다. 동원 관객수 기준으로는 설경구(2240만6228명) 장동건(1992만7512명) 이준기(1961만824명) 정재영(1908만9622명) 안성기(1838만8993명) 박해일(4일 현재 1801만9893명) 원빈(1792만8907명) 신하균(1383만8850명) 하정우(1346만4572명) 김상경(1256만3369명) 이병헌(1251만6216명) 조승우(1199만5799명) 정준호(1174만697명) 강동원(1117만4941명) 김윤석(1117만2894명) 순이다.

 

주연배우 중 <조폭마누라>의 타이틀 롤을 맡은 신은경은 단독 주연을 기록했다. 500만 명이 넘게 본 작품 가운데 이와 같은 기록을 수립한 것은 신은경이 처음이다. <과속스캔들>의 왕석현은 최연소(개봉 당시 6세) 아역배우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디워>는 남녀 외국배우(제이슨 베어, 아만다 브룩스)가 주연을 맡은 유일한 작품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이은주는 운명을 달리 했다.


단역 및 우정·특별출연한 이들 가운데 눈길을 끄는 이는 강제규·최동훈 감독 등이다. 강 감독은 <국가대표>에 대사 한 마디 없는 비행기 승객으로, 최 감독은 자신의 연출작 <타짜>에 ‘정마담’(김혜수)이 체포될 때 뒷 모습만 보이는 경찰로 등장했다. <타짜>에는 산악인 박영석과 만화가 허영만이 노름꾼으로 특별출연했다.

가수 영웅재중·조성모 등도 눈길을 끈다. ‘동방신기’의 영웅재중은 가수로 데뷔하기 전 <태극기 휘날리며>에 유해발굴현장단원으로 출연했다. 조성모는 중공군 10만 대군의 일원으로는 보조출연자(엑스트라)들과 함께 했다.

<국가대표>의 알렉스도 눈길을 끈다. 알렉스는 ‘밥’(하정우)이 부는 휘파람을 불었다. 휘파람은 하정우도 불었는데 영화상에 누구 휘파람이 사용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제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사건을 보도하는 리포터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공동경비구역JSA>에는 고소영이 ‘남성식 일병’(김태우)이 지갑에 넣고 다니는 사진 역으로 등장했다.

<국가대표>에는 21명의 외국배우가 단역(엔딩 크레디트 기준)으로 출연, 한국영화 중 외국 배우 최다 출연 기록을 세웠다. 이전 작품은 <웰컴 투 동막골>로 조연인 ‘스미스’ 역의 스티브 태슐러 외 15명이 단역으로 출연했다. <국가대표>에는 손범수·이금희가 밥이 출연한 생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출연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트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이대호·장원준·손아섭·나승현도 <해운대>에 본인 역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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