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아마도 나처럼 극장 간판 그리다가, 마케팅하고 영화제작하다가, 또 외화 수입하고 배급하다가 감독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영화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체계적으로 감독 밑에 연출부로 들어가서 연출 경험을 쌓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영화감독 하고 있잖아요? 모두 주변 사람들 덕분이죠. 그들을 보면서 아, 죽어라 하지 않으면 개뿔도 없겠구나 깨달은 거죠.”

한국영화계 영화광들의 고백서 <나는 영화가 좋다>에 수록된 이준익 감독이 밝힌 내용 중 일부다. 최근 출간(신국판변형·368쪽·이창세 지음·지식의 숲)된 <나는 영화가 좋다>는 이처럼 2000년대 충무로 영화인들의 삶과 생각을 담았다. 영화만 생각하고, 영화만 아는, 영화에 중독된 사람들의 ‘영화의, 영화에 의한, 영화를 위한’ 이야기여서 주목을 끌고 있다.

<나는 영화가 좋다>는 다섯 파트로 구성돼 있다. ‘영화, 운명인가 중독인가’ ‘영화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영화는 기다림이다’ ‘영화로 내일을 꿈꾸다’ ‘못 다한 이야기’ 등이다.

‘영화, 운명인가 중독인가’에서는 박찬욱 감독, 배우 안성기, 임재영 조명감독, 김상범 편집기사, 이준익 감독, 김미희 프로듀서를 만났다. 박찬욱 감독은 “그만둘 수 있을 때 어서 그만두고, 그만두기에 늦었다면 나가서 뭐라도 찍으세요”라며 “정 가난하다면 스마트폰 들고 밖에 나가서 낮에만 벌어지는 5분짜리 이야기 동영상이라도 만들어요. 그때는 조명이 필요없으니까. 그리고 미쟝센단편영화제에 출품해요”라고 권했다. 안성기는 “카메라 앞에 설 수 있는 힘이 있고 또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달려가 현장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행복한 배우’가 되는 게 꿈입니다. 물론 현장에 부담을 주진 않아야겠죠”라며 “후배들도 언제까지 현역으로 현장을 지킬는지 감시하겠답니다”라고 밝혔다.

‘영화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배창호 감독, 김기철 미술감독, 배우 박중훈, 조선묵 배우 겸 프로듀서, 이정향 감독, 조영욱 음악감독의 이야기로 엮었다. 박중훈은 “한때는 배우가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기 잘하는 배우를 존경했고, 그를 닮고 싶어 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오래도록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를 닮고 싶다”고 소망했다.

‘영화는 기다림’에선 김유진 감독, 배우 서영희, 최성원·남지나 조명감독, 박희주 촬영감독, 김용태 감독, 오동진 영화평론가와 함께 했다. 서영희는 “다른 사람들은 한 계단 한 계단 쉽게 올라가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이렇게 한 계단이 높고 험난할까? 자질이 없나, 그만둬야 하나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영화로 내일을 꿈꾸다’에서는 강우석 감독, 신철 프로듀서, 배우 김윤진, 윤제균 감독, 정태원 프로듀서 겸 감독, 정두홍 무술감독 겸 배우, 채윤희 마케터를 인터뷰했다. 김윤진은 “에이전트들 미팅에서 늘 씩씩하게 굴고, 무엇보다 ‘바쁜 척’을 잊지 않고, 스스로 ‘한국의 줄리아 로버츠’라고도 소개했고, 미팅이 끝날 때면 ‘한국에 돌아가서 영화 끝내고 와야 하니까 두 달 지나서 연락하라고 큰소리를 쳤다”고 고백했다. 윤제균 감독은 “초고라며 내밀기는 했지만 여러 차례 다듬어 낸 완고에 가까운 시나리오였다”며 “기대의 크기가 100일 때 200 이상을 보여주자 ‘신뢰수칙’ 중 하나”라고 밝혔다.

‘못 다한 이야기’는 고인인 배우 최진실, 배우 이은주, 프로듀서 정승혜의 삶으로 구성했다. 이은주에 대해 소속사 나무액터스의 김종도 대표 등은 “그녀는 출연작을 선정할 때 철저하게 자신의 판단에 의지했다. 소속기획사의 추천도 듣지 않았고, 주변의 인맥을 통한 부탁이나 압력 따위도 통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느낌이 오지 않으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두 번 다시 검토하는 경우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들 영화인들의 삶은 한 편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이들은 왜 영화에서 헤어나오지 못할까? 이에 대해 강우석 감독은 “초등학교 때부터 장래 희망을 적는 난에 ‘영화감독’이라고 쓰고 단 한 번도 영화감독이 아닌 미래를 꿈 꾼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나의 모든 것은 영화를 위해 존재할 정도로 미쳐 있었고, 지금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지은이 이창세 퓨처필름 대표 프로듀서는 “강우석 감독의 말은 모든 충무로 영화인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머리·가슴·손발을 의미한다”면서 “<나는 영화가 좋다>가 영화인을 꿈꾸는 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저자는 <여성자신> <일요신문> <스포츠조선> <스포츠투데이>에서 20년간 영화 담당 등을 맡았다. 영화 <맨발에서 벤츠까지> <태백산맥> <너에게 나를 보낸다> <천재선언> <용서는 없다>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 등에 출연했고, 영화 <역전에 산다> <사랑하니까 괜찮아> 등을 제작했으며 <엠바고> <아이언 맨> <a table> 등을 제작할 계획이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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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현경이 각본·연출·제작·주연을 맡은 단편 <날강도>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독립영화축제 인디포럼2011 ‘신작전’(7월 6~12일)에 초청받았다. 지난해 제9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단편영화를 사랑한 배우들’ 부문과 제8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데 이어. 윤성현 감독과 함께 인디포럼2011 개막식 사회도 맡은 류현경은 인디포럼이 출범한 1996년에 아역배우로 데뷔했다. 지난해의 경우 <방자전> <시라노; 연애 조작단> <쩨쩨한 로맨스> 등을 통해 각광받은 배우 겸 감독 류현경의 ‘영화는 꿈을 싣고’.

류현경(28)은 한양대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날강도>는 졸업작품이다. 한 여대생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예쁜 사랑도 미워지더라는, 그럴 수 있느냐는 여대생은 뭇 남자와의 자발적 ‘원 나잇 스탠드’를 계속한다. 각본·연출·제작을 맡은 류현경은 여주인공으로 출연, 오태경 등과 호흡을 맞췄다.

-1인4역을 하느라 힘들었겠네요.

“언제 또 그런 기회를 갖겠어요. 신경 쓸 게 많아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을 쌓았고, 영화제에 계속 초청받아 한편으로는 얼떨떨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아요.”

-<날강도>를 쓰고 연출한 계기는.

“대학가 청춘물을 찍어본 적이 없는데 어느 순간 접신(接神)하듯 떠올랐어요. 하루를 배경으로 한 청춘의 일상이. 단번에 초고를 썼고, 수정도 하지 않고, 촬영하면서 다시 고민하고 보완했어요.”

-왜 <날강도>인가요.

“남들 눈에 그렇게 보이는 거죠. 친한 남자 동기 ‘민구’(오태경)에게조차. ‘수현’(류현경)의 진면을 모르고.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기억하고 있는 게 각자 다른 걸 곧잘 경험하잖아요. 실체는 하난데. 수현은 이래저래 힘든데 민구는 ‘여자가 씩씩하게….’라는 편견을 갖고 있어요.”

-연출 당시 역점을 둔 점은.

“너무 예쁘거나 나쁘게 그리지 않고 중간을 지키려고 했어요. 너무 일상적이지도, 너무 극적이지도 않게. 예쁜 청춘물은 별로예요. 생활고, 사랑의 상처 등 나름 어려움이 많잖아요. 반복되는 최악의 일상을 그리면서 영상은 예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연출만 했다면 여배우에게 노출을 더 요구했을까요.

“더 노출하는 걸 고려했는데 전체적으로 안 어울렸어요. <방자전>에선 필요하니까 했고, <쩨쩨한 로맨스>에서는 아니라고 생각돼 하지 않았어요. 상상속 장면인데 제 예상대로 그 신은 편집할 때 다 없어졌어요.”


<날강도>는 류현경의 다섯 번째 단편 연출작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연출한 <불협화음>을 비롯해 <사과 어떨까> <다리> <광태의 기초> 등을 연출했다. 자전적 연애담을 소재로 한 <광태의 기초>는 충무로국제영화제와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연출을 전공한 동기는 뭔가요.

“감독이 멋있고 하는 일이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고 곽지균 감독님의 <깊은 슬픔>을 찍을 때 감독님이 배우·스태프와 즐겁게 일하는 걸 보면서.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했고 학교 영화반에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콘티를 짜고 촬영하면서 재미를 느껴 더 배우기로 한 거에요.”

-장편 연출 계획은.

“없어요. 영화를 만드는 건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연륜을 더 쌓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서 욕구가 일면은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녜요.”

류현경은 어릴 때 서태지의 열혈 팬이었다. 서태지의 뮤직드라마에 이재은이 나온 걸 보고 부모님을 졸라 연기학원에 등록, 배우가 됐다. 중학생 때 혼자 영화 <브래스드 오프>를 보고 이완 맥그리거에 빠져 이후 영국에 가 새벽 2시부터 줄을 서서 티켓을 구입, 그가 나오는 연극 <오셀로>를 보고 돌아왔다. ‘한다면 하는’ 류현경. 그는 1996년 초등학교 6학년 때 SBS 설날특집극 <곰탕>에서 김혜수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영화 <깊은 슬픔>에서 강수연의 아역, <마요네즈>에서는 고 최진실의 아역을 맡았다. 중학생 때 혼자 영화 <브래스드 오프>를 보고 이완 맥그리거에 빠져 이후 영국에 가 새벽 2시부터 줄을 서서 티켓을 구입, 그가 나오는 연극 <오셀로>를 보고 돌아왔다. ‘한다면 하는’ 류현경의 꿈 나들이가 기대된다.이후 드라마 <무인시대> <김약국의 딸들> <떼루아>, 영화 <조폭마누라2:돌아온 전설> <일단 뛰어> <물좀주소> <신기전> <방자전> <시라노; 연애 조작단> <쩨쩨한 로맨스> <마마> 등과 독립영화 <필통낙하시험> <그러나> <슬로우 푸드 패스트 푸드> <슈퍼 덕후> <굿바이 보이> <Departure> <스마일 버스> 등에 출연했다. <Departure>와 <스마일 버스>에서는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선보였다.


-일본어는 언제 공부했나요.

“스무살 때요. 일본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해요. 원어로 감상하고 싶어서 배웠고 계속 보다보니 실력이 늘었는데 지금은 많이 까먹었어요.”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네요.

“저는 영화는 영화, 영화는 하나라고 생각해요. 상업·독립영화를 구분하는 게 오히려 이상해요. 상업영화로 주목받은 게 독립영화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고 활성화에 이바지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어요.”

-배우로서의 꿈은.

“평생,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게 인생의 목표예요. 그렇게 되려면 영화에 잘 쓰일 수 있는 배우가 되어야죠. 주연·조연·단역 등 가리지 않아요. 여러 영화에 꾸준히 잘 쓰이면서 저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으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거에요. 무척 어려운 꿈일 수 있겠지만 저를 (감독들이) 잘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잘 이용당할 테니까요.”

-연기와 연출의 재미는.

“연기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거에요. 그것을 통해 저의 이런저런 무수한 내면을 알게 되는 재미가 남달라요. 촬영 현장에서는 희열을 느끼는데 끝나면 허탈해요. 연출은 촬영 당시에는 정말 괴로워요. 순발력과 판단력을 발휘해야 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완성하고 나면 보람을 느껴요. 관객 앞에 내놓을 때 가장 행복해요.”

류현경은 결혼계획을 묻자 고개를 저었다. “살다보면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안중에 없다”면서 “부모님께서도 좋은 생각이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잘 얹는 배우가, 그런 배우를 완성시켜 줄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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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누라 죽이기>에 영화사 상무(왼쪽)로 출연했다. 영화사의 실질적 사장인
                                          '소영'(최진실)은 남편 '봉수'(박중훈)가 제작중인 영화의 여주인공(엄정화)과 
                                          불륜 관계인 걸 모른 채 청부살인업자(최종원)의 살해 위험에 시달린다. 

"베드신 해봤어?"
 단역 출연이 알려지면서 주위 분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베드신 찍는 거 현장에서 본 적 있냐"도 심심찮게 듣는 물음이다. 심지어 "강간하는 단역 필요하다고 하면 나 소개시켜줘" 하는 이들도 있었다. "잘 할 자신 있다"고 하던 그들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본인의 진의가 어떻든 출연을 유희로 여기고, 한때의 추억으로 삼으려는 것 같아, 나아가 기자의 출연도 진정성을 의심받는 듯해 심기가 불편했다.

초기에는 "영화기자가 영화에 출연하면 돼?" 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출연한 영화에 대해 객관적으로 리뷰를 쓸 수 있겠느냐"는 게 출연불가론을 펴는 이들의 요지였다. 일리가 없지 않아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

그런데 출연불가론을 주장하던 이들 가운데 한 기자는 훗날 자신의 말을 스스로 뒤집었다. 자기도 출연을 감행했다. 한 편에 그치지 않고 몇 편을 더 했다. 그런 데에다 어느 날 자기가 나보다 출연작 편수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지만 흥행성적은 앞선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그때 떠오른 말이 있다. "내가 하는 건 로맨스고 남이 하는 건 불륜"이란 말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도 떠올랐다. 비난을 하지 말던지, 출연을 하지 말던지, 그런 데에다 흥행성적이 나보다 낫다고...?

어쨌든 기자의 첫 흥행 성공작은 강우석 감독의 <마누라 죽이기>(1994ㆍ서울관객 34만4900명-한국영화연감 기준)다. 400만명 이상이 관람할 정도로 크게 성공한 첫 작품은 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2001ㆍ전국관객 488만2495명-배급사 집계 기준)다.

<마누라 죽이기>와 <엽기적인 그녀>는 출연장면을 소개할 때 가장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작품이다. 두 작품의 소재는 대조적이다. <마누라 죽이기>는 불륜, <엽기적인 그녀>는 지고지순한 사랑에 따른 갖가지 에피소드가 영화를 관통한다.

<마누라 죽이기>에는 '박봉수'(박중훈) '장소영'(최진실) 부부가 운영하는 영화사의 상무로 출연했다. 극 초반 박봉수 사장에게 달려가 장소영 실장이 쓰러졌다고 알리는 장면을 비롯해 영화사 사무실, 강원도 속초 로케, 시사실 등 여러 장면에 나왔다. 이 가운데 속초에서 가진 극중 영화 로케이션 때 출연ㆍ제작진에게 숙소의 방을 배정하고 열쇠를 나눠주는 장면은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이 영화는 기자의 네 번째 출연작이다. 앞서 세 작품의 흥행성적이 기대 이하에 그친 뒤 흥행을 염두에 두고 물색한 끝에 출연을 청탁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청탁은 
박중훈의 집들이에 초청받아 그 곳에서 만난 강우석 감독에게 직접 했다. 박중훈이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는 등 촬영 중 우여곡절을 겪은 이 영화는 예상한 대로 큰 성공을 거뒀다. 1994년 12월 17에 개봉, 34만4900명(서울 개봉관 기준)이 관람했다. <다이하드3> <포레스트 검프> 등에 이어 1995년 흥행순위 10위를 기록했다. 한국영화로는 37만6443명이 관람한 <닥터 봉>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엽기적인 그녀>는 영화사 '신씨네'의 신철 사장의 소개로 출연했다. 신철 사장은 기자와 동갑으로 그가 김의석 감독의 <결혼이야기>(1992)를 기획할 때부터 친했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이정학(오른쪽)과 함께 원조교제를 하
                                                     기 위해 어린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에는 '그녀'(전지현)와 '견우'(차태현)가 실랑이를 벌일 때 옆 테이블에서 원조교제를 하려고 여린 여성들을 유혹하는 중년남자로 나왔다. '그녀'의 간섭에 황급히 자리를 뜨는 두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등장했다.

                                  전지현과 <타이타닉>의 유명 장면 흉내를 냈다. 전지현이 누군가의 말을 듣
                                          느라 엉성한 장면에 그치고 말았다. 훗날 '일본의 전지현'으로 손꼽히는 아오이 
                                          유우가 <하나와 앨리스>를 선보일 때 인터뷰를 했다. <엽기적인 그녀>에 원조
                                          교제에 실패하는 중년남자로 출연했다는 말을 하면서 이런 표정을 지은 듯하다.
                                         
함께한 카메오는 이정학이다. 훗날 <각설탕> <그랑프리> 등을 제작한 그는 감독의 꿈을 접고 제작부를 거쳐 정선경ㆍ이태란 등의 매니저와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60여 편에 출연했고 조연까지 한 베테랑이다.

원조교제 실패 장면은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찍었다. 촬영 당시 난 시나리오에 적혀 있는 조사 하나까지 틀리지 않기 위해 대사 암기에 전념했다. 반면 이정학은 대사는 다 외웠다면서 빈둥거렸다. 그런 그는 촬영이 시작된 뒤 멋지게 한 방을 날렸다. '그녀'가 “아저씨는 저 같은 딸도 없어요”라고 문책하자 그는 촬영용 콘티에 적혀 있는 “없다, 왜?”에 그치지 않고 “니가 하나 낳아주라”는 애드리브를 날린 것이다. 


그의 애드리브에 촬영장은 폭소가 만발했다. 그로 인해 엔지가 났지만 그의 애드리브는 즉각 수용됐다. 그런데 그가 날린 '니가 하나 낳아주라'는 애드리가 아니었다. 며칠 동안, 촬영장에서 와서까지 고민한 데 따른 산물이었다. 후배지만 주어진 역할 이상의 활약상을 보여준 그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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