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감독 김기덕)에 비상이 걸렸다. 비상할는지 주목된다.

 

김기덕필름의 김순모 프로듀서는 “김기덕 감독이 지난 5일 ‘<뫼비우스> 제한상영가에 대한 제작사 감독 의견서’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위원장께 보냈다”며 “재심의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이를 통해 <뫼비우스>가 원안대로 일반에 공개될 수 있을는지 영화계 및 관객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 <뫼비우스>, <무게> 뛰어넘을까?


재심의는 영등위의 ‘등급분류 절차규정’에 따르면 재분류를 말한다. 처음에 심의받은 필름을 놓고 다시 심의하는 걸 말한다. 영등위 결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 해당 영화인은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재분류 신청을 할 수 있다. 영등위는 재분류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당사자 또는 대리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재분류는 9인으로 구성된 위원회위원이 맡는다. 재분류는 1회에 한한다. 그 결과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위원회 결정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한 뒤에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첫 등급분류 심의는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이하 소위원회) 7인이 한다. 필름을 수정한 뒤 다시 신청한 심의도 처음받는 심의에 해당한다. 심의도 소위원회가 맡는다.

 

영등위 등급자료통계에 따르면 2008년 1월 1일부터 2013년 6월 11일 현재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총 30편이다. 한국영화가 11편, 외국영화가 19편이다. 대부분의 작품이 제한상영가를 받은 뒤 필름을 수정, 심의를 다시 신청해 청소년관람불가(이하 청불) 등급을 받았다. 한국영화는 <악마를 보았다>(2010) <트로피컬>(2011) <아버지는 개다>(2012) <줄탁동시(2012)> 등이고, 외국영화는 <기둥서방 히로시>(2008) <미트그라인더:인육국수>(2009) <감각의 제국2:사다의 사랑>(2009) <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2012) <홀리 모터스>(2013) <브루노>(2013) 등이다.

 

<자가당착: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 <무게> 등은 이와 다르다. <자가당착>은 2011년 6월 14일과 2012년 9월 22일,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제작사(곡사필름)는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에 영등위를 상대로 ‘<자가당착> 제한상영가 등급분류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5월 10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영등위는 이에 불복, 5월 24일 항고를 제기했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퀴어라이온상 수상작 <무게>는 지난해 11월 13일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제작사(트리필름)는 세 커트를 편집한 필름으로 심의를 신청했는데 지난 2월 12일 또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제작사는 2월 21일 재분류를 신청했다가 다음 날 취하했다. 그리고 3월 14일에 재분류를 신청했고, 3월 23일에 청불 등급을 받았다. 이처럼 한 차례 수정을 했지만 어쨌든 같은 필름으로 재분류에서 제한상영가가 아닌 청불을 받은 사례는 <무게>가 유일하다. <나는 행복합니다>(2009) <반두비>(2009) <귀향>(2009) <시크릿>(2009) 등이 소위원회 심의에서 청불을 받은 뒤 재분류를 신청한 뒤 다른 결과를 기대했지만 위원회위원이 심의한 재분류에서도 모두 청불을 받은 것이다.

 

 


# 바뀌지 않으면 국내 상영 포기하겠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2001년 12월 영화진흥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 이 등급을 받은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다. 이때 광고 등을 할 수 없고 이후 DVD 등도 발매할 수 없다. 제한상영관은 2004년 5월 대구에서 처음으로 개관했지만 3개월만에 문을 닫는 등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2013년 6월 현재 제한상영관은 전국에 한 곳도 없다. 따라서 제한상영가 등급은 상영금지라는 사형 선고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

 

김기덕 감독이 보낸 의견서에서 우선 눈길을 끄는 대목이 사형선고를 받은 창작자가 느끼는 고통이다. 김 감독은 “<뫼비우스>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하기로 결정하는 데 창작자의 양심으로 저 자신과 긴 시간 동안 싸웠다”면서 “몇 차례 제작을 중단했고 최종 포기상황에서 시나리오를 본 한 유명 여배우와 존경하는 한 감독님이 꼭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는 지지와 용기를 줘서 다시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촬영 중에도 내가 왜 논란의 중심에 서야하나? 수없이 자문자답했다”면서 “제한상영가의 결정적인 문제가 되는 장면을 찍을 때는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창작이 뭔데 이런 고통을 겪으며 영화를 찍어야 하나? 도망치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김 감독은 이어 “이 시대는 성과 욕망 때문에 무수한 사건과 고통이 있다”면서 “<뫼비우스>의 줄거리는 관계에서 믿음을 잃은 부부의 질투와 증오가 아들에게 전이되고 결국 모두가 죄책감과 슬픔에 빠지고 결국 쾌락과 욕망르 포기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제한상영가 결정의 핵심 이유는 엄마와 아들의 근친 성관계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영화의 전체 드라마를 자세히 보면 주제를 관통하는 중요한 장치이고 연출자로서는 불가피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또 “심의 권리를 부여받은 영등위와 제 생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일반 성인 관객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면서 “미성년 학생들이 이 영화를 보면 주제나 내용을 잘못 받아들일 위험이 있지만 19세가 넘은 대한민국 성인이 <뫼비우스>의 주제와 의미를 위험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칸 마켓 상영을 통해 이 영화를 보고 수입해 상영하려는 여러 유럽 선진국의 성인보다 대한민국 성인의 의식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개인적으로 영등위원들의 입장을 여러 가지로 이해하면서도 표현의 가치 또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무엇이 부족해 단순히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섹스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겠느냐”는 반문도 주목을 끈다. <사마리아>(2004)로 베를린에서 감독상, <빈집>(2004)으로 베니스에서 감독상, <아리랑>(2011)로 칸에서 주목할만한 시선상, 그리고 <피에타>(2012)로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거장으로 손꼽히는 김 감독이 <뫼비우스>에 쏟은 창작성과 진정성을 읽게 하는 대목인 것이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마지막 꿈 장면이 본래 시나리오에서 현실로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여러 가지 한국 사회의 도덕과 윤리를 감안한 작가로서의 깊은 고민 끝에 꿈으로 표현했다”고 털어놨다. “제한상영가결정이 바뀔 수 없다면 배우·스태프들이 갖고 있는 지분(50%)을 자기가 지급하고 국내 상영을 포기하겠다”면서 “그 동안 제 영화의 18편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인정해 주신다면 성숙한 대한민국 성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 <뫼비우스> 제한상영가에 대한 제작사 감독 의견서


‘안녕하세요? 먼저 소중한 시간을 내어 <뫼비우스> 등급심사를 해주셔서 먼저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작자로서 또한 감독으로서 제한 상영가에 대한 의견을 드립니다.

 

영화 <뫼비우스>의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하기로 결정하는데 창작자의 양심으로 저 자신과 긴 시간동안 싸웠습니다. 윤리와 도덕이 중요한 한국사회에서 <뫼비우스>를 꼭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었습니다. 애초 희망했던 배우들이 거절하는 상황에서 제 자신을 의심하며 몇 차례 제작 중단을 했었습니다. 최종 포기상황에서 시나리오를 본 한 유명여배우와 존경하는 한 감독님이 <뫼비우스>가 꼭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며 지지와 용기를 주셔서 다시 만들기로 결심하고 스탭 배우들을 꾸려 촬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촬영 중에도 ‘내가 왜 이런 영화로 또 논란의 중심에 서야하나?’ 라고 수없이 자문자답했습니다. 제한상영가의 결정적인 문제가 되는 장면을 찍을 때는 너무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창작이 뭔데 이런 고통을 겪으며 영화를 찍어야 하나?’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는 성과 욕망 때문에 무수한 사건과 고통이 있습니다. 저는 <뫼비우스>로 그 정체를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성은 무엇이고 성기는 무엇이기에 이 시대 우리들은 이렇게 욕망과 고통에서 허우적거릴까? 이것은 저 자신만의 문제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뫼비우스>의 줄거리는 관계에서 믿음을 잃은 부부의 질투와 증오가 아들에게 전이되고 결국 모두가 죄책감과 슬픔에 빠지고 결국 쾌락과 욕망을 포기하는 이야기입니다.

 

제 영화는 항상 제가 판단하는 결론이 아니라 늘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었습니다. 이번 영등위에서 제한상영가 결정의 핵심 이유는 엄마와 아들의 근친 성관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줄거리를 자세히 보면 엄마와 아들의 성관계가 아니라 결국 엄마와 아버지의 성관계의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하고 연출을 했습니다.

 

이런 제 생각에도 불구하고 영등위원 분들 생각에는 물리적으로 아들의 몸을 빌리니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화의 전체 드라마를 자세히 보면 그 의미가 확실히 다르며 그것이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중요한 장치이고 연출자로서는 불가피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영화라 자세한 내용을 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심의 귄리를 부여받은 영등위와 저의 생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차이와 생각도 일반 성인관객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성년 학생들이 이 영화를 보면 주제나 내용을 잘 못 받아들일 위험이 있지만 19세가 넘은 대한민국 성인들이 <뫼비우스>의 주제와 의미를 위험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칸 마켓상영을 통해 이 영화를 보고 수입 상영하려는 여러 유럽 선진국의 성인들보다 대한민국 성인들이 의식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전 <올드보이>도 불가피한 아버지와 딸의 내용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영화로 많은 매니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정한 문화 선진국은 쉬쉬하는 인간의 문제를 고름이 가득차기 전에 자유로운 표현과 논쟁을 통해 시원하게 고름을 짜 내고 새로운 의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의미 있는 주제보다 물리적인 영상만을 못 보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무엇이 부족해 단순히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엄마와 아들의 금기인 섹스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겠습니까? 전 그동안 제 18편의 영화 중 한편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9월 배급사 ‘뉴’에서 배급을 하기로 한 상태인데 제한상영가로 개봉을 못한다면 저를 믿고 참여한 배우, 스탭들이 크게 실망할 것입니다. 스탭, 배우들은 <뫼비우스> 공동제작자로 국내 극장수익 지분도 50프로가 있습니다.

 

영등위원 여러분, 다시 한 번 영화의 진정한 의미와 주제를 헤아려 다시 조정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뫼비우스>는 인간의 수많은 문제 중에 하나인 성과 성기에 대해 질문하는 한 번 쯤 생각해 볼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러한 간곡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뫼비우스>를 선정성과 폭력성과 범죄적인 영화라고 만 판단해 결국 제한상영가로 개봉을 못한다면 제가 어쩔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제가 영화를 잘 못 만들었거나 영화를 다르게 이해 한 영등위원들의 의식 문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성인들인 영등위원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말 할 수없는 정신적인 상처를 입었나요? 심의위원들만 특별한 강심장들이 아니라면 19세 이상 대한민국 성인들도 영화를 보고 판단해야 되지 않을까요?

 

제 개인적으로 영등위원들의 입장을 여러 가지로 이해하면서도 표현의 가치 또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지막 꿈 장면은 본래 시나리오에서 현실로 보여주는 거였음에도 여러 가지 한국 사회의 도덕과 윤리로 볼 때 작가로서 깊은 고민 끝에 꿈으로 표현했음을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이런 제 간절한 의견에도 제한상영가 결정이 바뀔 수 없다면 배우 스탭 지분을 제가 지급하고 국내 상영을 포기하겠습니다. <뫼비우스>로 깊은 고민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부디 그동안 제 영화의 18편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인정해 주신다면 성숙한 대한민국 성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수 기회를 주십시요.

 

2013년 6월5일 김기덕 필름 영화감독 김기덕 드림.’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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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관 감독(41)은 ‘올해의 감독’ 가운데 한 명이다. 서영주·이정현 주연 영화 <범죄소년>의 각본·연출을 맡아 토론토·도쿄·부산·우디네이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았다. 도쿄에서는 심사위원특별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지난달 22일 개봉, 인권영화로는 드물게 1만 명이 넘게 본 가운데 6일부터는 온라인 상영도 시작했다. 강이관 감독과 <범죄소년> 및 ‘범죄소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범죄소년’은 14세 이상 19세 미만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자를 말한다. 이들은 형사책임을 진다. 영화 <범죄소년>은 이를테면 강이관 감독의 해피엔딩 <피에타>다. 범죄소년(서영주)에게 어느날 죽은 줄 알았던 엄마(이정현)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가짜 모자(母子)의 자살에 구하는 자비 못지않게 가진 것 없는 진짜 모자의 새로운 동행에 햇살이 가득하기를 기원하게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강이관 감독의 영화사 남원이 함께 만들었다. 강 감독은 <범죄소년>에 대해 ‘철없는 엄마와 조숙한 아들의 사랑 만들기’라고 소개했다.

 


-범죄소년 이야기를 택한 동기는.
“평소 청소년 문제, 특히 중학생에게 관심이 많았다. 청소년 문제는 상업영화로 만드는 게 힘들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연출 제안을 받고 물어보니 그간 공개된 작품 중 재소자·노인 문제를 다룬 영화가 없었다. 그래서 청소년 재소자, 범죄소년을 선택했다.”

-시나리오 작업은 얼마나 했나.
“시나리오 작업에 앞서 5개월간 국가인권위와 법무부의 도움을 받아 전국의 소년원, 보호관찰소, 청소년 쉼터 등을 찾아 자료 조사를 했다. 자료 조사 후반부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 3개월 만에 완성했다. 연출 제안을 받은 건 작년 4월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예산 문제로 늦어도 12월 중으로 촬영을 시작해야 했고 그래서 자료 조사와 시나리오 작업에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작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장편 극영화를 1년 만에 만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고, 영화사도 만들어야 했고, 연출 외 돈 문제까지 신경써야 해 여러모로 힘들었다.”

강이관 감독은 고려대 사회학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했다. 데뷔작 <사과>(2008)로 제3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제53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신인각본상을 받았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8번째 영화 <시선 너머> 중 탈북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이빨 두 개>를 연출했다.

 

-자료 조사 때 실상이 어땠는지.
“80% 이상이 가정 환경이 안 좋은 학생들이었다.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사이가 안 좋거나, 한부모 가정 아이였다. 그리고 뉴스에 나오는 어른 같은 범죄를 지은 아이들은 일부였다. 단순 절도나 폭행으로 들어온 아이들이 70%였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절도·폭행을 반복한 거다. 개인의 잘못에 앞서 구조적인 탓이 컸다. 어른들이 그들을 만들고 사회는 그들을 사회 바깥으로 밀어내고 있는 거다. <범죄소년>을 만들기로 한 출발점이 거기에 있다.”

영화 속의 법원·경찰서·유치장·보호관찰소·소년원 등은 모두 실제다. 배경으로 흐릿하게 나오는 아이들은 실제 소년원생들이다.

-중학생 아들과 30대 미혼모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한 쉼터에서 가출한 아이들이 역할극을 하면서 자기들끼리 노는 걸 봤다. 저희들끼리 엄마·아빠 역할을 하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내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때 한 소년과 젊은 엄마를 떠올렸다.”

-중학생 배우는 공모를 했다.
“우리나라에 초등학생과 고교생 배우는 많다. 중학생 때는 공부를 하느라 활동하는 이들이 적다. 배우 에이전시를 통해 적임자를 찾다가 포기하고 서울·경기 지역 중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공고도 내 공개 오디션을 봤다. 서류 심사-면접-토론회를 가졌다. 면접 때 연기력과 장기를 심사, 20명을 뽑았다. 토론회 때 역할 바꾸기와 주제 토론을 갖고 서영주(15) 등 청소년 배우들을 뽑았다.”

6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서영주는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에서 어린 김윤석 역할을 맡았다. 이에 앞서 영화 <살인의 강> <쌍화점>, TV드라마 <메이퀸> <패션왕> <계백> 등에 출연했다. <범죄소년>에 ‘지구’로 출연, 제25회 도쿄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엄마 ‘효승’ 역은 이정현이 맡았다.
“극중 엄마는 17살, 여고생 때 아이를 낳은 미혼모다. 엄마 같지 않은 엄마다. 30대 초반의,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결혼하지 않은, 연기의 폭이 넓은 배우를 찾았다.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곰상 수상작 <파란만장>(감독 박찬욱·박찬경)을 봤을 때 이정현이 인상적이었다. <꽃잎>의 소녀만큼 돋보였다. 가수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정현이면 충분히 소화해 줄 같았다. 배역이 미혼모여서 선뜻 응하지 않았는데 몇 차례 대화 이후 개런티도 받지 않고(재능 기부) 출연해 줬다. 장석용·강래원 등 배우들과 스태프들, 재능 기부로 참여해 준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지구는 실제 인물을 기초로 했나.
“인물과 드라마 모두 취재한 내용에 상상력을 덧붙인 거다. 지구의 경우 어렸을 때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본 적이 없다. 병든 외할아버지와 살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여자친구이다. 빈집 절도 사건에 휘말리고 돌봐줄 어른이 없어 소년원에 들어간다. 복역 중 외할아버지가 사망하고, 세상에서 완전히 버려졌다고 느꼈을 때 죽은 줄 알고 지낸 엄마를 만나게 된다.”

-엄마 캐릭터가 영화의 재미와 의미를 한층 더해준다.
“엄마는 조숙한 아들에 비해 다소 철 없어 보이는 인물이다. 모정은 절절한데 표정은 천진난만하다. 효승은 극중에 나오듯 17살에 놀러갔다가 덜컥 임신했다. 가출한 뒤 온갖 세파를 겪었다. 위기를 거짓말과 애교로 넘기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13년 만에 만나게 된 아들과 잘 살아보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다. 아들의 여자친구가 임신했었다는 데 분개하고 절망한다. 아들에게서 아들의 아빠를, 자신의 과거를 본 거다. 하지만 효승은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일어선다. 서로가 과거와 현재를 공유, 모자 간에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이뤄진 거다. 부동산 중개소 앞에서 얘기를 하는 효승의 미소와 햇살은 모자의 삶에 드리우는 희망을 말한다.”

-보호관찰소에서 가진 시사회 때 실제 인물들 반응은 어땠나.
“영화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찰소 관계자가 여태까지 한 시사회 중 아이들의 집중도가 가장 높았다고 하더라. 관객과의 대화 때 ‘내 상황과 맞는 부분이 많아 공감했다. 주인공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재미있게 봤다. 의미있는 영화다. 나가면 잘 살아야겠다는 교훈을 받았다…’고들 하더라. 국제영화제 관계자·관객들 평가나 개봉 이후 극장 관객들 반응도 다르지 않다.”

제작 당시 여건이 너무 안 좋아 강이관 감독은 과연 완성할 수 있을는지 걱정했다. 다 만든 다음에는 개봉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했다. 개봉한 지 2주가 지난 요즘 바람은 두 가지다. 완성하게, 개봉하게 해달라고 했던 당시보다 더 간절한 바람이다.

“좀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해요. 범죄소년과 미혼모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이라도 불식돼 그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배려심을 갖게 되었으면, 나아가 재능 기부로 참여해 주신 배우·스태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을 할 수 있으면 합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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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수(47)는 CF모델을 거쳐 영화배우·탤런트로 각광받아 왔다. 영화 데뷔작은 이규형 감독의 <청 (블루 스케치)>(1986)다. 이후 <신의 아들>(1986) <난 깜짝 놀랄 짓을 할거야>(1990) <맨?>(1995) <소년, 천국에 가다>(2005) 등에 출연했다. <맨?> 이후 17년 만에 주연을 맡은 영화,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피에타>(감독 김기덕)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 아시아태평양영화상(APSA) 심사위원대상, 대중문화예술상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친구 따라 갔다가
조민수는 연예인을 동경하지 않았다. 군의관이던 아버지가 전역 후 의술을 버리고 한 사업이 잘 안돼 경복여상에 진학한 조민수는 무용반 활동을 했다. 3학년 때 짝의 권유로 무용반을 그만두고 연극반에서 활동했다. 데뷔작 <장산곶매>에서 형사 역을 맡았다. 한 달 남짓한 연습 당시에는 지도교사의 칭찬을 한몸에 받았지만 정작 공연 때에는 대사를 잊어먹는 곤욕을 치렀다.

조민수의 꿈은 유치원 교사였다. 고3 때에도 집안 형편이 나아지지 않자 취업을 해서 돈을 번 다음에 대학에 진학, 유아교육을 전공하려고 했다.

그런 그에게 행운의 여신이 찾아왔다. 고3 막바지 어느 날, 한 친구가 생경한 제안을 했다. 언니가 다니는 삼성물산에서 학생 모델을 찾는다며 함께 가보자는 것이었다. 어린 마음에 호기심이 발동, 친구와 동행했다. 사진을 찍고 돌아왔고, 며칠 뒤 제일기획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삼성물산에서 찍은 사진을 봤다면서 한 번 보자는 전화였다. 다시 사진을 찍고 동영상 카메라 테스트도 받고 함께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출연할 수 없었다. 재학 중에는 활동할 수 없다는 학교 측 방침에 따라야 했다.

1983년 2월에 졸업한 졸업한 조민수는 카세트 ‘마이마이’ 광고를 필두로 본격 활동에 나섰다. 취업한 친구들 월급보다 모델료가 훨씬 많은 게 좋았다. 열심히 하면 대학 등록금은 물론 가계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신이 났다. 다소 이국적이고 참신한 마스크로 선풍을 일으키면서 3년여 활동하는 동안 300여 편의 지면광고와 CF를 찍었다.

 

CF모델의 꽃인 드봉 화장품 전속 모델로 활동하면서 운명의 여신을 만났다. 영화 <청 블루 스케치> 출연 요청을 받았다. 조민수는 영화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CF모델로서 신선함이 떨어져 가는 걸 보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연 제의를 받아들였다. 영화 촬영이 늦어지는 동안에 제의 받은 KBS <TV문학관-불>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였다.

<불>에서는 15살에 시집 와 매일 밤 남편에게 시달리는 ‘순희’ 역을 맡았다. 연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고, 기본적인 방송 용어도 모르는 조민수는 선배들에게 배운 대로, PD가 시키는 대로 연기했다. 시각장애인으로 출연한 <TV문학관-광화사>에서는 눈 먼 연기에 몰입하다가 다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대하드라마 <노다지>에선 무당 딸 역을 맡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몸을 마구 떨면 된다”는 선배의 가르침대로 신 내린 연기를 하던 중 “간질병 환자냐?”는 지적을 받았다. 일일극 <욕망의 문>에서는 재벌 총수의 아내 역을 맡아 20대에서 60대까지 변신했다. 60대 노역 분장을 하고 첫 대사를 할 때 “지금 학예회 하냐”는 핀잔을 들었다. 얼굴은 노파인데 음성은 20대 아가씨였던 것이다.

이대로 무너지느냐, 분연히 일어서느냐. 조민수는 이를 악물었다. CF를 마다하고 연습벌레가 됐다. 주어진 역에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지고 나아가 이름이 빛나도록 하는 데 만전을 기했다. <욕망의 문>(1987)과 빨치산으로 출연한 <지리산>(1989)을 통해 KBS 연기대상 우수연기상, <달빛가족>(1990)으로 백상연기대상 인기상을 받았다.

 

■연기 아닌 연기로
지난 9월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때 일이다. <피에타> 공식 시사회 후 조민수는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거명됐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조민수는 마음을 비웠다. “여기까지 온 것으로, 후보자로 거론되는 데 만족하자”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이스라엘의 하다스 야론이 호명됐을 때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이내 온 마음으로 <피에타>의 황금사자상 수상을 기원했다. 바람대로 <피에타>가 최고의 상을 받자 누구보다 기뻤다. 시상식 후 ‘황금사자상 수상작은 다른 부문상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만장일치였던 여우주연상 수상에서 제외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도 아쉬움보다 <피에타>가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이른바 3대 국제영화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게 기뻤다.

지난달 23일 호주 브리스번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태평양영화상 시상식 때에는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기대가 컸던 여우주연상을 필리핀 여배우가 받자 조민수는 당황했다. 그리고 의당 받을 거라고 여긴 자신이 부끄러웠다. 돌아보는 시간을 주는 데 감사했다. 낙심한 기력이 역력한 동료들을 격려하며 최민식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한껏 축하했다. 잠시 후 심사위원대상 수상자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걸 듣고 반전의 기쁨을 누렸다. 의심의 여지가 없던 <피에타>가 최우수작품상을 받지 못하자 자신의 심사위원대상 수상을 물리고 싶을 정도로 아쉬웠다.

<피에타>는 조민수가 <맨?>(감독 여균동) 이후 17년 만에 여주인공을 맡은 영화다. 조민수는 사채 때문에 자살한 아들의 원혼을 달래주기 위해 ‘이강도’(이정진)의 엄마를 자처한 여인 역을 맡았다. 생모임을 인정받으려고 이강도가 자신의 다리에서 떼낸 살을 씹어 삼키고, 모정을 느끼게 하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 쇼를 하고, 이강도가 보는 데에서 자살하고, 이강도로 하여금 자살로 지난 삶을 뉘우치게 만드는 인물을 인상 깊게 펼쳐냈다.

조민수는 출연에 앞서 김기덕 감독을 만나 그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읽고, 기획·연출 의도를 확인하고, 마음이 동하지 않는 거친 표현의 수정·보완을 요구했다. 김 감독은 예닐곱 번 시나리오를 수정했고, 조민수는 6회 만에 끝난 자신의 분량 촬영에 온몸을 던졌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 아시아태평양영화상(APSA) 심사위원대상, 그리고 대중문화예술상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영화 데뷔작 <청>은 원래 제목이 <블루 스케치>였다. 외래어라는 이유로 반려돼 <청>으로 소개됐다. <맨?>은 원래 <포르노 맨>이었다.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반려, <맨?>이 됐다. 조민수는 강제로 제목을 바꾸게 하는 관계 기관의 검열에 화가 났다. <청>에서는 작가를 꿈꾸는 여대생 ‘유미’ 역을 맡아 야구부 특기생 ‘지훈’(천호진)과 키스신도 찍었다. 첫 키스를 실제 연인이 아닌 배우와 하는 게 내키지 않아 6번이나 NG를 냈다. 결국 ‘포르노 걸’로 전락하는 ‘미아’ 역을 맡은 <맨?>에서는 베드신이 있으면 무조건 거절했던 예전과 달리 노출을 기피하지 않았다.

조민수가 생각하는 배우는 ‘혼의 조련사’다. 조민수는 혼을 조련할 때 깊고 넓은 사실성을 우선하고 ‘연기 아닌 연기’를 중시한다.  유쾌하지 않은 경험 등으로 인해 영화보다 TV드라마를 선호했던 조민수는 이제부터 다시 달릴 참이다. <피에타>는 그 신호탄이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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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감독 2012.12.11 07: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민수 선생님.피아타 잘 봤습니다.영화 줄거리와 완성도 좋았지만 여배우의 가라앉은 연기력과 반전을 엿보이지 않는 집중도에 정말 놀랐습니다.놀랐습니다.지리산 쫑파티로 리버사이드호텔 나이트에서 옆에서 잠간 뵐때 첨 뵜는데 이렇게 세상을 깜짝 놀라게 나타나시다니.당신은 한국 영화계를 빛낸 여배우 입니다.사랑합니다.전 애인 있어요.ㅋㅋㅋ^^

  2. 랑선 2012.12.12 22: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분후에..영화를 봅니다..바로 글 올리겠습니다... ^^

영화 <피에타>의 남녀 주인공 이정진과 조민수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로 베니스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피에타>가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는 기쁨을 만끽했다. 조민수는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내정됐지만 ‘황금사자상 수상작은 다른 주요 부문 상을 함께 받을 수 없다’는 영화제 규정에 따라 제외되는 안타까움을 삭여야 했다.

 

                 김기덕 감독과 조민수, 이정진 등 <피에타> 관계자들이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중 전세계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피에타> 투자ㆍ배급사 NEW.

#이지은·조민수 등 10여 명, 3대 국제영화제 직행
이정진과 조민수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것은 <피에타>가 처음이다. 두 배우와 달리 조재현은 김 감독과 네 번째로 함께한 영화 <섬>으로 베니스 레드카펫을 밟았다.

                    김기덕 감독과 조민수ㆍ이정진이 알레르토 바르베라 베니스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 제공 <피에타> 투자ㆍ배급사 NEW.

 

이정진·조민수처럼 김 감독의 영화에 처음으로 출연, 베니스·베를린·칸 등 이른바 3대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배우들은 10여 명이다. 곽지민·김유석·서원·서정·양동근·이승연·이지은·이혜은·장첸·재희·전성환·한여름(가나다 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가운데 처음으로 베니스·베를린·칸 등 이른바 3대 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배우는 이지은과 이혜은이다. <파란대문>(1998)으로 제49회(1999)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진출했다. 파노라마는 최근 1년간 만든 영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품을 소개하는 부문이다. 판이한 두 동갑 여성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파란대문>에서 이지은은 창녀 ‘진아’, 이혜은은 진아를 저주하다가 동질감을 느끼는 여대생 ‘혜미’로 출연했다.

                                           <섬>의 ‘희진’(서정)과 ‘현식’(김유석). 더이상의 탈출구가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힌 이들은 미묘한 교감을 나누면서 파국을 맞는다.

 

서정·김유석·조재현은 처음으로 장편 ‘경쟁’ 부문에 입성했다. <섬>(2000)으로 제57회(2000)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서정은 낮에는 음식을, 밤에는 몸을 파는 낚시터 주인 ‘희진’ 역을 맡았다. 김유석은 살인을 한 뒤 낚시터에 숨은 경찰 ‘현식’, 조재현은 낚시꾼들에게 성 매매를 알선하는 ‘망치’로 출연했다.

조재현은 이후 2년 연속 국제적 주목을 끌었다. <수취인불명>(2000)으로 제58회(2001) 베니스국제영화제, <나쁜 남자>(2001)로 제52회(2002)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처럼 3년 연속 3대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은 한국 배우는 조재현이 유일하다. <수취인불명>에서는 혼혈이어서 따돌림을 받는 ‘창국’(양동근)을 받아준 개장수 ‘개눈’으로, <나쁜 남자>에서는 여대생 ‘선화’(서원)를 창녀로 만든 사창가 깡패 두목 ‘한기’로 열연을 펼쳤다.

                   <사마리아>의 ‘재영’(한여름ㆍ오른쪽)과 ‘여진’(곽지민). 원조교제를 하던 재영이 사고를 당한 뒤 여진은

                        재영의 수첩에 적혀있는 남자들을 차례로 찾아가던 중 형사인 아버지(이얼)의 눈에 띄게 된다.

 

곽지민·한여름·이얼은 김기덕 감독의 3대 국제영화제 첫 수상작 <사마리아>에서 호흡을 맞췄다. <사마리아>(2004)는 제54회(2004)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은곰상’(감독상)을 받았다. 세 배우 가운데 곽지민은 엄마와 함께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동행, 레드카펫을 밟았다. 시상식 전에 귀국, 현장에서 김 감독의 수상을 축하하지 못했다.

 

이승연·재희는 김기덕 감독의 3대 국제영화제 두 번째 수상작 <빈집>에서 함께했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 ‘선화’(이승연)와 빈집만 골라 전전하는 남자 ‘태석’(재희)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제61회 베니스국제영화제(2004)에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았다. 김 감독은 한 해에 베를린과 베니스에서 연거푸 감독상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전성환·한여름은 <활>(2005), 장첸·지아는 <숨>(2007)으로 칸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활>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숨>은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들과 달리 김예나·이나영·오다기리 조·주진모·장동건(가나다 순) 등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로 3대 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주진모는 <실제상황>(2000), 장동건은 <해안선>(2002), 이나영과 오다기리 조는 <비몽>(2008), 김예나는 <아멘>(2011)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실제상황>은 제25회(2001) 모스크바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고, <해안선>은 제7회(2002)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비몽>은 제57회(2009) 산세바스찬국제영화제 ‘공식’ 부문, <아멘>은 제59회 산세바스찬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조재현, 김 감독과 다섯 번 찰떡 궁합
김영민·지아·조재현·하정우·한여름 등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두 편 이상 출연했다. 김영민은 <수취인불명>과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2003), 지아는 <해안선>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숨> <비몽> 등 네 편, 조재현은 <악어>(1996) <야생동물보호구역>(1997) <섬> <수취인불명> <나쁜 남자> 등 다섯 편, 하정우는 <시간>(2006)과 <숨>, 한여름은 <사마리아>와 <활>에 출연했다.

 

이들 가운데 조재현은 오늘의 김기덕 감독이 존재하게 된 데 일등공신이다. <악어> <야생동물보호구역> <나쁜 남자>에서 주연, <섬>과 <수취인불명>에서 조연을 맡았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조재현이 다섯 편의 영화에서 펼쳐낸 각각의 인물은 김기덕 감독 영화의 뿌리에 다름 아니다. 이 뿌리는 김 감독의 초창기 영화는 물론 최근작 <피에타>까지 뻗어 있다. <피에타>의 ‘강도’(이정진)는 ‘용패’ ‘청해’ ‘망치’ ‘개눈’ ‘한기’ 등과 궤를 같이 한다. 한 뿌리에서 자란 줄기이자 가지이다. 사는 곳이 달라지면서 매번 그곳에서 달리 또아리를 튼 인물로도 읽힌다.

<악어>의 용패는 한강다리 밑에서 자살한 사람의 시체를 숨겨두었다가 유족에게 뜯어낸 돈으로 살아간다. 애인에게 버림받고 자살한 여자를 구해준 뒤 그녀를 강간하고 학대하면서 곁에 둔다. 동료의 그림을 훔쳐 판 돈으로 살아온 <야생동물보호구역>의 청해는 밀입국한 북한 특수부대 출신 ‘홍산’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범죄에 끌어들인다. <섬>의 망치는 낚시꾼들에게 여자를 데려다주고 받은 돈으로 티켓다방 주인이다. “개를 잡으려면 개와의 눈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변하는 <수취인불명>의 개장수 개눈은 혼혈아 ‘창국’을 개처럼 다룬다. 우리에 집어넣은 뒤 오토바이에 싣고 달리기도 한다. <나쁜 남자>의 한기는 여대생 ‘선화’를 납치, 모든 것을 빼앗은 뒤 사창가의 창녀로 만든다.

 

조재현은 실로 악락한 이들의 안팎을 심도있게 그려냈다. 저주를 퍼부으면서 한편으로 동정심을 자아내게 하는 캐릭터로 형상화했다. 김 감독은 전작과 달리 <피에타>에서는 ‘강도’의 양면을 보여준다. 나아가 ‘미선’(조민수)으로 하여금 “왜 이렇게 슬프냐… 놈도 불쌍하다”고 말하게 한다.

조재현은 한때 ‘김기덕의 페르소나(분신)’로 손꼽혔다. 조재현은 이를 통해 ‘연기파 배우’로 각광받았다. 김 감독은 조재현을 등에 업고 국내외 영화계의 물꼬를 텄다. 험난한 파고를 넘나들면서 ‘실력있는 감독’으로 자리를 잡아나갔다.

 

#김기덕, <봄여름가을겨울~ >서 주인공
조재현과 김 감독은 <악어>에서 ‘운명적으로’ 만났다. <악의>의 ‘용패’ 후보자는 원래 최재성·박상민·한석규 등이었다. 김 감독은 이들이 내건 출연 조건을 수용할 수 없었다. 이들을 캐스팅하는 데 실패한 뒤 어느날 김 감독은 우연히 MBC 특집극 <신화>를 보고 조재현을 찾았다. 이렇듯 조재현의 이들의 대안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최고의 배우였다.

조재현은 김 감독을 만난 뒤에 시나리오를 읽었다. 어린 시절과 파리에서의 유랑생활, 시나리오작가 등단 과정 등은 이제껏 만나온 여느 감독과 달랐다. <악어>는 더더욱 달랐다. 조재현은 이런 저런 조건을 따지지 않고 출연키로 했다. 방송국 카메라맨이었던 형이 사고로 세상을 뜬 뒤 배회하던, 배우로서 달려들만한 새로운 무엇인가를 기다리던 그는 거침없이 용패로 변신했다.

<악어>를 통해 연기에 쾌감을 느낀 조재현은 김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야생동물보호구역>에 흔쾌히 동참했다. ‘청해’든 ‘홍산’이든, 어떤 역이 주어지든 개의치 않았다. 조재현의 상대역 후보는 최민수·유오성·박철 등이었다. 조재현은 최민수가 어떤 역을 택하느냐에 따라 다른 역을 하기로 했다. 유오성과 박철에게는 청해 역을 제안했다. 세 배우 모두 불가. 장동직이 홍산을 맡으면서 조재현은 청해로 출연했다. 5억원의 예산으로 파리 올로케이션을 하느라 조재현은 주연 배우 외 제작부장 일까지 도맡았다. 이런저런 막일에 엑스트라 통제도 했다.

<파란대문>에는 맡기로 한 역이 없어지면서 출연하지 않았다. <섬>에서는 티켓다방 주인 역을 맡았다. <실제상황>은 연습까지 했다. 크랭크인 3일을 앞두고 조재현은 김감독의 휴대폰에 ‘느낌이 안와 못하겠다,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김 감독은 ‘내가 미안하다’고 응답했다. ‘어떻게 할 거냐’는 조재현의 물음에 김 감독은 ‘물색하겠다’고 했다. 크랭크인을 불과 3일 앞둔 상황에서. 조재현은 김 감독의 인간성에 매료됐고 깊은 신뢰감을 갖게 됐다.

                                  조재현은 <수취인불명>에 TV드라마를 찍으면서 ‘개눈’ 역을 해냈다. 극악한

                                           인물의 면면을 가감없이 펼쳐냈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김 감독과 함께 하는

                                           걸 자제하자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수취인불명>은 이 일환으로 출연했다. 김 감독은 촬영 사흘 전 조재현에게 “머리 깎고 내가 해야 할 상황인데 그조차 주위에서 반대한다”며 도움을 청했다. SBS 미니시리즈 <루키>로 바빴던 조재현은 김 감독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마를 찍으면서 개눈에 몰입하는 게 쉽지 않았다. 배역에 대해 준비할 시간도 없이 짬을 내서 찍다보니 아쉬움이 많았다. 조재현은 이에 대해 “애무도 않고 일방적으로 섹스를 한 듯한 느낌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취인불명> 이후 두 사람은 서로의 발전을 위해 “함께하는 걸 자제하자”고 했다. “한다면 미리 충분한 시간을 갖자”고 했다. 실제로 조재현은 <나쁜 남자>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김 감독 역시 다른 배우를 염두에 뒀다. 조재현은 김 감독에게 한 배우를 추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조재현은 김 감독으로부터 함께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촬영까지 남은 시간은 1개월 정도였다. 조재현은 보름을 더 요구하고 김 감독의 제안에 응했다.

조재현은 <나쁜 남자>의 한기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는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목됐다. 조재현은 “당시 데일리지에 남우주연상 후보로 게재됐는데 평점이 좋지 않아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반면 이번에 조민수는 작품이 너무 좋아 못받은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김기덕 감독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 ‘장년 승’으로 출연했다. 안성기, 도올 김용옥 교수, 조재현과

                    김갑수 등을 섭외하는 데 실패, 장년 승으로 출연해 남다른 연기력을 선보였다.

 

조재현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2003)의 ‘장년 승’ 제안도 받았다. 김 감독이 이 배역에 우선 손꼽은 후보는 안성기, 도올 김용욕 교수 등이었다. 김 감독은 조재현 외 김갑수를 캐스팅하려고 했다. 다른 작품과의 스케줄·삭발 등의 문제로 모두 백지화된 뒤에 이 배역은 김 감독이 직접 해냈다. <나쁜 남자>에 한기 수하들의 몰래카메라에 찍힌, 엉덩이만 보이는 손님으로 출연한 적이 있는 김 감독은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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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51)은 1996년 <악어>로 데뷔, 올해 <피에타>까지 열여덟 편을 만들었다. 세 번째 작품 <파란대문>(1998)부터 <피에타>까지, 이른바 3대 국제영화제에만 열 편(칸-세 편, 베를린-세 편, 베니스-네 편)이 초청받았다.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열 번째 작품 <사마리아>로 ‘은곰상’(감독상), 같은 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열한 번째 작품 <빈집>으로 각각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열여섯 번째 작품 <아리랑>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그랑프리를 받았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한국의 저예산 독립영화를 대표한다. 6일 개봉되는 <피에타> 역시 한 달 동안 12회 차 촬영을 거쳐 완성했다. 악마 같은 강도(이정진) 앞에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찾아오면서 두 남녀가 겪는 혼란과 잔인한 비밀을 그렸다. 극단적 자본주의 세계에서 빚어지는 사람들 간의 충돌을 조명했다. 피에타는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을 지녔다.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는지, 국내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는지 주목된다. 

 

■ 맞춤법 모른 채 시나리오 작업

김기덕 감독은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다. 졸업 후 청계천의 공장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세차장 등에도 다녔다. 그림과 사진을 독학으로 깨쳤다. 감독이 되는 과정에 대부분 거치는 연출부 생활도 하지 않았다. <양들의 침묵> <퐁네프의 연인들> 등, 영화를 처음으로 본 것도 서른두 살 때였다.

해병대 복무를 마친 뒤 출국, 3년 동안 프랑스에서 지냈다. 그림을 그려 거리 전시회를 갖고 판매한 돈으로 생활했다. 1993년 봄, 일시 귀국했다가 우연히 한 신문에 난 영화진흥공사(현 영화진흥위원회 전신)의 시나리오 공모 광고를 본 걸 계기로 진로를 바꿨다.

김 감독은 자신의 프랑스 생활 경험담 등을 소재로 방송사 6부작 드라마와 장편 영화 시나리오를 써서 출품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원래 계획대로 다시 프랑스로 가자는 마음 한 켠에 오기가 발동,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부설 영상작가전문교육원 기초반에 등록했다. 주간반인데 야간반까지 도강을 하면서 6개월간 수업을 받았다.

수강생은 대학 국문과·문예창작학과 출신과 이미 영화 현장에서 뛰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김 감독은 영화 기초는 물론 맞춤법조차 엉망이었지만 주눅들지 않았다. 과제물인 단편 시나리오를 쓰는 동료들과 달리 오기와 뚝심으로 장편 창작에 몰두했다. 세 편을 완성, 교육원 내 창작상에 출품했다. 응모작은 다섯 편에 불과했지만 김 감독의 작품은 세 편 모두 수상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이에 굴하지 않고 전문반에 등록했다. 6개월간 수업을 받으면서 또 세 편을 완성, 창작상에 내놓았다. 수료식 때 <화가와 사형수>로 대상을 수상, 1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그러나 달라지는 게 없었다. 작가라고 불러주는 이도 없었고 영화사에서 찾아주지도 않았다. 다시 연구반에 등록, 장학생으로 공부하면서 두 달에 한 편씩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에 계속 출품했다. 예심에서 두 번 떨어지고 1993년 말 세 번째 응모 때부터 본심에 올랐다. <검은 해병>이 34강, <배>가 24강, <이중노출>이 8강에 올랐다. 그리고 1995년 7월 <무단횡단>으로 대상을 수상, 충무로에 입성했다.

<무단횡단>은 처음에는 예심에서 떨어졌다. 심사를 맡았던 박철수 감독이 옆방의 심사위원들에게 갔다가 예선 탈락작 가운데 하나인 <무단횡단>을 우연히 읽고 본인 심사 시나리오에 첨부해 본선에 올렸고, 전체 심사 결과 대상을 받았다.

 

■<악어> 제작사 세 번 바뀐 끝에 완성
김 감독은 대상 수상 후 한맥영화사와 하명중영화제작소 전속 작가로 활동했다. 영화사에 본 충무로 상황은 열악했다. 영화사와 자신이 지향하는 영화도 달랐다. 김 감독은 사표를 내고 데뷔작 준비에 들어갔다. 성동구 자양동에 살면서 성수대교·한강대교 등을 오가면서 곧잘 목격했던 자살사건과 시체를 건져주면서 살아가는 일명 ‘머구리’를 소재로 <악어>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투신자살한 이들의 시체를 숨겨두었다가 유족에게 넘겨주고 받은 돈으로 살아가는 부랑자(조재현)의 삶과 죽음을 그렸다. 현장 취재, 자료 수집을 거쳐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전국의 계곡·수영장을 뒤져 수중촬영 대안까지 마련했다.

제작~개봉 과정은 지난했다. 제작자들은 김 감독의 연출부 경험이 전무한 점 등을 놓고 시나리오만 팔 것을 요구했다. 김 감독은 돈보다 연출을 고집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 제작사의 요청으로 제작자가 선정한 촬영감독에게 테스트까지 받고 시나리오·미술감독료까지 포함해 500만원을 받고 연출도 맡았다.

주인공 ‘용패’ 캐스팅도 난항을 거듭했다. 출연료·일정 등의 문제로 최재성·박상민·한석규 등의 캐스팅이 물거품이 된 뒤 조재현이 남다른 조건 없이 출연을 결정,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 촬영한 장면들은 연출 미숙으로 모두 버려야 했다. 2억여원의 제작비가 추가될 상황을 맞으면서 중단 직전까지 간 끝에 가까스로 완성할 수 있었다. 4개월여 촬영 도중 제작사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 김 감독은 이 과정에 촬영감독에게 핀잔을 많이 들었다. 한 제작자에게는 맞기까지 했다. 수중촬영장을 재점검하느라 촬영장에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도착한 게 화근이었다. 김 감독은 울면서 김밥을 먹은 뒤 스태프를 다시 규합, 촬영을 재개했다. 어떤 모욕을 당하더라도 촬영·제작 중단은 피해야 했기에. 이 제작자는 조재현의 중재로 김 감독에게 사과했다.

촬영 중에는 현장 인근 다리에서 세 명이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 명은 사망했고 두 명은 구조됐다. 출동한 구조대와 경찰, 머구리들의 실제상황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이 충격으로 며칠간 촬영이 중단됐고, 장마로 모든 자재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마지막 촬영은 수중장면이었다. 세트 회사에서 2000만원을 요구하자 김 감독은 재료를 구입하고 인부를 고용해 700만원을 들여 수중 세트를 만들었다. 한강대교 교각 세트를 올림픽수영장 5m 풀에 집어넣고 바닥에 모래를 깔아 촬영을 했다. 조재현은 72시간 동안 물 속을 드나들며 사투를 벌였다.

 

영화를 완성한 뒤에 김 감독은 극장주를 찾아다녔다. 영화를 보고 개봉해 달라고. 그런 끝에 서울 명보극장에서 1996년 11월 16일에 개봉, 3284명(한국영화연감 기준)이 관람했다. ‘얼치기 아마추어 영화’ 등 혹평과 더불어 ‘어설프지만 모든 걸 뛰어넘으려는 주목할 영화’ 등 잠재력도 인정받았다. 천리안·나우누리·유니텔 영화동호회 회원들은 합동 유료 시사회를 마련, 동전까지 모아 김 감독에게 전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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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늘 2012.09.26 01: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어요.

■김기덕 감독, 역대 최다
김기덕 감독 열여덟 번째 영화 <피에타>가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측은 26일 오전 11시 30분(현지시각)에 기자회견을 갖고 <피에타>를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발표했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 19일 조민수ㆍ이정진과 함께 121년 역사를 지닌 서울주교좌성당 본당에서 <피에타> 제작

                     보고회를 가졌다.

 

한국영화가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것은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7년 만이다. 김 감독은 <빈집>(2004) 이후 8년 만에 초청받았다.

 

김 감독은 <빈집>으로 ‘은사자상’(감독상)을 비롯해 국제비평가협회상·미래비평가상·세계가톨릭협회상 등 세 개의 비공식상을 받았다.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김 감독은 <하류인생>으로 경쟁부문에 함께 초청받은 임권택 감독에게 정중하게 악수를 청하고 무대에 오른 뒤 “지금 제가 인사를 드린 분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가장 오랫동안 영화를 만드신 분”이라고 소개했고,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두 감독에게 긴 박수를 보냈다.

 

 

실제로 이 영화제 경쟁 부문에 처음으로 초청받은 한국 감독은 임권택 감독이다. 임 감독은 <씨받이>로 1987년 제44회 때 초청받아 여우주연상(강수연)을 받았다. 임 감독은 영화진흥공사(현 영화진흥위원회 전신) 직원과 함께 영화제에 참석했다. 강수연은 공사로부터 권유조차 받지 못했고 임 감독이 떠난 줄도 모르고 있었다. 임 감독은 한 심사위원의 언질에 조그만 상이라도 받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일본에서 마련한 ‘임권택 영화제’에 참석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상식 이틀 전에 베니스를 떠났다. 여우주연상은 공사 직원이 대신 수상했다.

 

당시 강수연의 수상은 국가적인 경사였다. 1961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마부>(감독 강대진)가 ‘은곰상’을 수상한 이후 26년 만에 3대 국제영화제에서 본상을 수상한 것이다. 관련 영화인들은 어깨가 으쓱해졌다. 강수연은 여우주연상 상장에 각 스태프에게 그들의 이름을 새겨넣은 이미테이션 상장을 만들어 증정하기도 했다.

 

<씨받이>에 이어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작품은 아홉 편이다. <거짓말>(감독 장선우) <섬>(김기덕) <수취인불명>(김기덕) <오아시스>(이창동) <바람난 가족>(임상수) <빈집>(김기덕) <하류인생>(임권택) <친절한 금자씨>(박찬욱) <피에타>(김기덕) 등이다. <거짓말>은 1999년(56회), <섬>은 2000년(57회), <수취인불명>은 2001년(58회) <오아시스>는 2002년(59회), <바람난 가족>은 2003년(60회), <빈집>과 <하류인생>은 2004년(61회), <친절한 금자씨>는 2005년(62회), <피에타>는 2012년(69회)에 초청받았다.

 

 

김기덕 감독은 4회, 임권택 감독은 2회 초청받았다. 한국영화는 1999년부터 2005년까지 7년 연속 초청받았다. 2004년에는 두 편이 초청됐다.

 

<오아시스>는 <씨받이> 이후 한국영화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렸다. 이창동 감독이 감독상(Premio Speciale Per La Regia), 문소리가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신인배우상(Marcello Mastroianni Award for Best Young Actor or Actress)을 수상했고,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FIPRESCI Award), 미래의 영화상(Cinema Verine Prize), 에큐메니칼상(Ecumenical Prize) 등 세 개의 비공식상을 수상했다. <친절한 금자씨>는 ‘미래의 영화상’과 ‘베스트이노베이션상’ 등 두 개의 비공식을 받았다. 미래의 영화상은 18∼21세의 젊은 영화학도들이 심사해 수여하는 상이고, 베스트 이노베이션상은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유럽의 타국 영화인들의 모임인 ‘아카시네마 지오바니’(arcacinema giovaney)가 선정하는 상이다.

 

 

<피에타>는 악마 같은 남자 ‘강도’(이정진) 앞에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찾아 오면서 두 남녀가 겪게 되는 혼란, 그리고 점차 드러나는 잔인한 비밀을 그렸다. 이정진·조민수 외 우기홍·강은진·조재룡 등이 함께했다.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 제작보고회 때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고해성사’를 주제로 관객과 OX퀴즈를 갖고 있다.

 

김기덕 감독은 “7년 만에 한국영화를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해주셔서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피에타>에 대해 “돈 중심의 극단적 자본주의 사회 속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이 사라지고, 불신과 증오로 파멸을 향해 추락하는 우리의 잔인한 자화상에 대한 경고의 영화”라고 소개했다. “<피에타>의 충격적인 라스트 장면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피에타>를 통해 우리의 문제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조민수는 “베니스, 아름다운 곳으로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배우로서 많은 열정을 얻었던 영화 <피에타>가 또 한번 좋은 소식을 전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정진은 “10년 넘게 연기생활을 하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군요. 김기덕 감독님을 비롯한 <피에타>의 모든 관계자 분들과 대한민국 영화 관객 분들께 감사 드린다”며 “앞으로 더 많은 작품으로 관객 여러분을 찾아 뵙고, 이 꿈만 같은 초청이 더 많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오는 8월 29일 막이 오른다.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 초청작의 월드프리미어 규정에 따라 국내 개봉은 원래 예정에서 1주일 연기, 9월 6일로 확정되었다.

 

■이두용 감독, 최초 진입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칸·베를린과 더불어 3대 국제영화제로 손꼽힌다. 지구촌의 숱한 국제영화제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다. 1932년에 시작, 34년까지 베니스 비엔날레의 부속 행사로 열렸다. 이듬해 독립, 매년 8월 말이나 9월 초부터 2주 동안 열린다.

 

이 영화제는 국제적로 알려지지 않은 일본영화 <라쇼몽> <우게츠 이야기> 등을 발굴, 시상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운영상 분쟁이 일면서 1969년부터 시상 제도를 없애고 비경쟁으로 열렸다. 이에 따라 영화제 열기가 수그러들자 1974년에 경쟁 제도를 재도입했다. 최우수작품에 수여하는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은사자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감독상·남녀주연상과 최고의 신인 남녀 배우에게 주어지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상 등을 시상하고 있다.

 

예전 영화진흥공사에서 발간한 ‘한국영화자료편람-초창기부터 1976년까지’에 따르면 한국영화는 제22회 때 <성춘향>(감독 신상옥)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와 <꿈>, 이만희 감독의 <열두냥짜리 인생>과 <물레방아>, 김수용 감독의 <저 하늘에도 슬픔이>와 <맨발의 영광>, 유현목 감독의 <순교자>와 <속 한>, 김기덕 감독의 <남과 북>, 정진우 감독의 <하숙생>과 <자녀목>, 이성구 감독의 <메밀꽃 필 무렵>과 <지하실의 7인>, 조문진 감독의 <새색시>, 이두용 감독의 <피막> 등 17편이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청(상영) 부문은 확인되지 않고 않다.

 

 

처음으로 수상한 작품은 <피막>이다. 1981년 38회 때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이 영화는 경제·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단체에서 주는 특별상(ISDAP)을 받았다. 이감독은 이와 관련해 “외무부의 연락을 받고 참석했다”며 “행사장에 태극기가 걸렸다는 훈령을 받고 밀라노에 있는 총영사가 베니스로 급파돼 왔다”고 회상했다.

 

<씨받이> 이후 초청받은 장·단편 한국영화는 서른다섯 편이다. 초청받은 부문 등이 확인되지 않은 <바람부는 날에도 꽃은 피고>(감독 김정옥)를 제외하면 서른네 편이다. 장편 경쟁 외 작품은 다음과 같다.

 

1995년(52회)-<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감독 배용균·초청 부문 ‘추월선’). 1999년(56회)-<냉장고>(안영석·단편 경쟁)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전수일·새로운 영역) <베이비>(임필성·새로운 영역). 2000년(57회)-<자화상2000>(이상열·단편 경쟁) <내 사랑 십자 드라이버>(하기호·단편 경쟁)

 

2001년(58회)-<꽃섬>(송일곤·현재의 영화) <노을소리>(홍두현·단편 경쟁) <숨바꼭질>(권일순·단편 경쟁). 2002년(59회)-<반변증법>(김곡&김선·새로운 영역) <Subway Kids>(손정일·새로운 영역). 2003년(60회)-<나비>(김현성·비평가주간). 20004년(61회)-<쓰리 몬스터>(박찬욱&미이케 다카시&푸르츠 챈·Midnight Express)

 

2006년(63회)-<사생결단>(최호·Midnight Screening) <짝패>(류승완·Midnight Screening). 2007년(64회)-<검은 땅의 소녀와>(전수일·지평선) <천년학>(임권택·베네치아64) <물고기>(전재홍·단편 경쟁). 2009년(66회)-<엄마의 휴가>(김광복·단편 경쟁) <카페 느와르>(정성일·비평가주간) <서울의 얼굴>(김진아·오리종티). 2010년(67회)-<방독피>(김곡&김선·오리종티) <옥희의 영화>(홍상수·오리종티). 2011년(68회)-<줄탁동시>(깅경묵·오리종티). 2012년(69회)-<무게>(전규환·베니스 데이즈). 2008년(65회)에는 전 부문에 걸쳐 한 편도 초청받지 못했다.

 

                     전규환 감독의 <무게>(가제)의 한 장면. 조재현은 김기덕 감독의 <섬>과 <수취인불명)에 이어 베니스국제

                      영화제를 다시 찾는다.

 

베니스 데이즈는 칸의 ‘감독 주간’에 해당한다. <무게>(가제)는 인간이 짊어져야 할 삶의 아픔과 애환을 독보적인 영상미와 춤, 절묘한 캐릭터로 담아냈다. 조재현·박지아 등이 호흡을 맞췄다. 윤동환·김성민·달시 파켓 등이 특별출연했다. 전규환 감독은 <모차르트 타운> <애니멀 타운> <댄스 타운> 등과 <바라나시>로 평단으로부터 ‘현대 사회에 대한 묘사가 돋보이며 대가적 기량을 지닌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 30여 개 영화제에 초청받았고, 스페인 그라나다영화제 대상, 미국 달라스영화제 대상 등을 수상했다.

 

‘오리종티’(orizzonti·수평선)는 새로운 경향의 영화를 선보이는 경쟁 부문이다. 단편 경쟁(코르토 코르티시모·corto cortissimo) 부문에 초청받은 한국영화 가운데 수상한 작품은 없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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