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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07 조민수, CF스타서 열정의 배우 ‘혼의 조련사’로 (2)
  2. 2012.09.12 김기덕 영화의 배우들

조민수(47)는 CF모델을 거쳐 영화배우·탤런트로 각광받아 왔다. 영화 데뷔작은 이규형 감독의 <청 (블루 스케치)>(1986)다. 이후 <신의 아들>(1986) <난 깜짝 놀랄 짓을 할거야>(1990) <맨?>(1995) <소년, 천국에 가다>(2005) 등에 출연했다. <맨?> 이후 17년 만에 주연을 맡은 영화,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피에타>(감독 김기덕)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 아시아태평양영화상(APSA) 심사위원대상, 대중문화예술상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친구 따라 갔다가
조민수는 연예인을 동경하지 않았다. 군의관이던 아버지가 전역 후 의술을 버리고 한 사업이 잘 안돼 경복여상에 진학한 조민수는 무용반 활동을 했다. 3학년 때 짝의 권유로 무용반을 그만두고 연극반에서 활동했다. 데뷔작 <장산곶매>에서 형사 역을 맡았다. 한 달 남짓한 연습 당시에는 지도교사의 칭찬을 한몸에 받았지만 정작 공연 때에는 대사를 잊어먹는 곤욕을 치렀다.

조민수의 꿈은 유치원 교사였다. 고3 때에도 집안 형편이 나아지지 않자 취업을 해서 돈을 번 다음에 대학에 진학, 유아교육을 전공하려고 했다.

그런 그에게 행운의 여신이 찾아왔다. 고3 막바지 어느 날, 한 친구가 생경한 제안을 했다. 언니가 다니는 삼성물산에서 학생 모델을 찾는다며 함께 가보자는 것이었다. 어린 마음에 호기심이 발동, 친구와 동행했다. 사진을 찍고 돌아왔고, 며칠 뒤 제일기획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삼성물산에서 찍은 사진을 봤다면서 한 번 보자는 전화였다. 다시 사진을 찍고 동영상 카메라 테스트도 받고 함께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출연할 수 없었다. 재학 중에는 활동할 수 없다는 학교 측 방침에 따라야 했다.

1983년 2월에 졸업한 졸업한 조민수는 카세트 ‘마이마이’ 광고를 필두로 본격 활동에 나섰다. 취업한 친구들 월급보다 모델료가 훨씬 많은 게 좋았다. 열심히 하면 대학 등록금은 물론 가계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신이 났다. 다소 이국적이고 참신한 마스크로 선풍을 일으키면서 3년여 활동하는 동안 300여 편의 지면광고와 CF를 찍었다.

 

CF모델의 꽃인 드봉 화장품 전속 모델로 활동하면서 운명의 여신을 만났다. 영화 <청 블루 스케치> 출연 요청을 받았다. 조민수는 영화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CF모델로서 신선함이 떨어져 가는 걸 보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연 제의를 받아들였다. 영화 촬영이 늦어지는 동안에 제의 받은 KBS <TV문학관-불>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였다.

<불>에서는 15살에 시집 와 매일 밤 남편에게 시달리는 ‘순희’ 역을 맡았다. 연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고, 기본적인 방송 용어도 모르는 조민수는 선배들에게 배운 대로, PD가 시키는 대로 연기했다. 시각장애인으로 출연한 <TV문학관-광화사>에서는 눈 먼 연기에 몰입하다가 다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대하드라마 <노다지>에선 무당 딸 역을 맡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몸을 마구 떨면 된다”는 선배의 가르침대로 신 내린 연기를 하던 중 “간질병 환자냐?”는 지적을 받았다. 일일극 <욕망의 문>에서는 재벌 총수의 아내 역을 맡아 20대에서 60대까지 변신했다. 60대 노역 분장을 하고 첫 대사를 할 때 “지금 학예회 하냐”는 핀잔을 들었다. 얼굴은 노파인데 음성은 20대 아가씨였던 것이다.

이대로 무너지느냐, 분연히 일어서느냐. 조민수는 이를 악물었다. CF를 마다하고 연습벌레가 됐다. 주어진 역에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지고 나아가 이름이 빛나도록 하는 데 만전을 기했다. <욕망의 문>(1987)과 빨치산으로 출연한 <지리산>(1989)을 통해 KBS 연기대상 우수연기상, <달빛가족>(1990)으로 백상연기대상 인기상을 받았다.

 

■연기 아닌 연기로
지난 9월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때 일이다. <피에타> 공식 시사회 후 조민수는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거명됐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조민수는 마음을 비웠다. “여기까지 온 것으로, 후보자로 거론되는 데 만족하자”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이스라엘의 하다스 야론이 호명됐을 때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이내 온 마음으로 <피에타>의 황금사자상 수상을 기원했다. 바람대로 <피에타>가 최고의 상을 받자 누구보다 기뻤다. 시상식 후 ‘황금사자상 수상작은 다른 부문상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만장일치였던 여우주연상 수상에서 제외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도 아쉬움보다 <피에타>가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이른바 3대 국제영화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게 기뻤다.

지난달 23일 호주 브리스번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태평양영화상 시상식 때에는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기대가 컸던 여우주연상을 필리핀 여배우가 받자 조민수는 당황했다. 그리고 의당 받을 거라고 여긴 자신이 부끄러웠다. 돌아보는 시간을 주는 데 감사했다. 낙심한 기력이 역력한 동료들을 격려하며 최민식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한껏 축하했다. 잠시 후 심사위원대상 수상자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걸 듣고 반전의 기쁨을 누렸다. 의심의 여지가 없던 <피에타>가 최우수작품상을 받지 못하자 자신의 심사위원대상 수상을 물리고 싶을 정도로 아쉬웠다.

<피에타>는 조민수가 <맨?>(감독 여균동) 이후 17년 만에 여주인공을 맡은 영화다. 조민수는 사채 때문에 자살한 아들의 원혼을 달래주기 위해 ‘이강도’(이정진)의 엄마를 자처한 여인 역을 맡았다. 생모임을 인정받으려고 이강도가 자신의 다리에서 떼낸 살을 씹어 삼키고, 모정을 느끼게 하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 쇼를 하고, 이강도가 보는 데에서 자살하고, 이강도로 하여금 자살로 지난 삶을 뉘우치게 만드는 인물을 인상 깊게 펼쳐냈다.

조민수는 출연에 앞서 김기덕 감독을 만나 그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읽고, 기획·연출 의도를 확인하고, 마음이 동하지 않는 거친 표현의 수정·보완을 요구했다. 김 감독은 예닐곱 번 시나리오를 수정했고, 조민수는 6회 만에 끝난 자신의 분량 촬영에 온몸을 던졌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 아시아태평양영화상(APSA) 심사위원대상, 그리고 대중문화예술상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영화 데뷔작 <청>은 원래 제목이 <블루 스케치>였다. 외래어라는 이유로 반려돼 <청>으로 소개됐다. <맨?>은 원래 <포르노 맨>이었다.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반려, <맨?>이 됐다. 조민수는 강제로 제목을 바꾸게 하는 관계 기관의 검열에 화가 났다. <청>에서는 작가를 꿈꾸는 여대생 ‘유미’ 역을 맡아 야구부 특기생 ‘지훈’(천호진)과 키스신도 찍었다. 첫 키스를 실제 연인이 아닌 배우와 하는 게 내키지 않아 6번이나 NG를 냈다. 결국 ‘포르노 걸’로 전락하는 ‘미아’ 역을 맡은 <맨?>에서는 베드신이 있으면 무조건 거절했던 예전과 달리 노출을 기피하지 않았다.

조민수가 생각하는 배우는 ‘혼의 조련사’다. 조민수는 혼을 조련할 때 깊고 넓은 사실성을 우선하고 ‘연기 아닌 연기’를 중시한다.  유쾌하지 않은 경험 등으로 인해 영화보다 TV드라마를 선호했던 조민수는 이제부터 다시 달릴 참이다. <피에타>는 그 신호탄이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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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감독 2012.12.11 07: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민수 선생님.피아타 잘 봤습니다.영화 줄거리와 완성도 좋았지만 여배우의 가라앉은 연기력과 반전을 엿보이지 않는 집중도에 정말 놀랐습니다.놀랐습니다.지리산 쫑파티로 리버사이드호텔 나이트에서 옆에서 잠간 뵐때 첨 뵜는데 이렇게 세상을 깜짝 놀라게 나타나시다니.당신은 한국 영화계를 빛낸 여배우 입니다.사랑합니다.전 애인 있어요.ㅋㅋㅋ^^

  2. 랑선 2012.12.12 22: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분후에..영화를 봅니다..바로 글 올리겠습니다... ^^

영화 <피에타>의 남녀 주인공 이정진과 조민수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로 베니스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피에타>가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는 기쁨을 만끽했다. 조민수는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내정됐지만 ‘황금사자상 수상작은 다른 주요 부문 상을 함께 받을 수 없다’는 영화제 규정에 따라 제외되는 안타까움을 삭여야 했다.

 

                 김기덕 감독과 조민수, 이정진 등 <피에타> 관계자들이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중 전세계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피에타> 투자ㆍ배급사 NEW.

#이지은·조민수 등 10여 명, 3대 국제영화제 직행
이정진과 조민수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것은 <피에타>가 처음이다. 두 배우와 달리 조재현은 김 감독과 네 번째로 함께한 영화 <섬>으로 베니스 레드카펫을 밟았다.

                    김기덕 감독과 조민수ㆍ이정진이 알레르토 바르베라 베니스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 제공 <피에타> 투자ㆍ배급사 NEW.

 

이정진·조민수처럼 김 감독의 영화에 처음으로 출연, 베니스·베를린·칸 등 이른바 3대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배우들은 10여 명이다. 곽지민·김유석·서원·서정·양동근·이승연·이지은·이혜은·장첸·재희·전성환·한여름(가나다 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가운데 처음으로 베니스·베를린·칸 등 이른바 3대 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배우는 이지은과 이혜은이다. <파란대문>(1998)으로 제49회(1999)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진출했다. 파노라마는 최근 1년간 만든 영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품을 소개하는 부문이다. 판이한 두 동갑 여성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파란대문>에서 이지은은 창녀 ‘진아’, 이혜은은 진아를 저주하다가 동질감을 느끼는 여대생 ‘혜미’로 출연했다.

                                           <섬>의 ‘희진’(서정)과 ‘현식’(김유석). 더이상의 탈출구가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힌 이들은 미묘한 교감을 나누면서 파국을 맞는다.

 

서정·김유석·조재현은 처음으로 장편 ‘경쟁’ 부문에 입성했다. <섬>(2000)으로 제57회(2000)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서정은 낮에는 음식을, 밤에는 몸을 파는 낚시터 주인 ‘희진’ 역을 맡았다. 김유석은 살인을 한 뒤 낚시터에 숨은 경찰 ‘현식’, 조재현은 낚시꾼들에게 성 매매를 알선하는 ‘망치’로 출연했다.

조재현은 이후 2년 연속 국제적 주목을 끌었다. <수취인불명>(2000)으로 제58회(2001) 베니스국제영화제, <나쁜 남자>(2001)로 제52회(2002)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처럼 3년 연속 3대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은 한국 배우는 조재현이 유일하다. <수취인불명>에서는 혼혈이어서 따돌림을 받는 ‘창국’(양동근)을 받아준 개장수 ‘개눈’으로, <나쁜 남자>에서는 여대생 ‘선화’(서원)를 창녀로 만든 사창가 깡패 두목 ‘한기’로 열연을 펼쳤다.

                   <사마리아>의 ‘재영’(한여름ㆍ오른쪽)과 ‘여진’(곽지민). 원조교제를 하던 재영이 사고를 당한 뒤 여진은

                        재영의 수첩에 적혀있는 남자들을 차례로 찾아가던 중 형사인 아버지(이얼)의 눈에 띄게 된다.

 

곽지민·한여름·이얼은 김기덕 감독의 3대 국제영화제 첫 수상작 <사마리아>에서 호흡을 맞췄다. <사마리아>(2004)는 제54회(2004)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은곰상’(감독상)을 받았다. 세 배우 가운데 곽지민은 엄마와 함께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동행, 레드카펫을 밟았다. 시상식 전에 귀국, 현장에서 김 감독의 수상을 축하하지 못했다.

 

이승연·재희는 김기덕 감독의 3대 국제영화제 두 번째 수상작 <빈집>에서 함께했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 ‘선화’(이승연)와 빈집만 골라 전전하는 남자 ‘태석’(재희)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제61회 베니스국제영화제(2004)에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았다. 김 감독은 한 해에 베를린과 베니스에서 연거푸 감독상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전성환·한여름은 <활>(2005), 장첸·지아는 <숨>(2007)으로 칸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활>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숨>은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들과 달리 김예나·이나영·오다기리 조·주진모·장동건(가나다 순) 등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로 3대 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주진모는 <실제상황>(2000), 장동건은 <해안선>(2002), 이나영과 오다기리 조는 <비몽>(2008), 김예나는 <아멘>(2011)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실제상황>은 제25회(2001) 모스크바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고, <해안선>은 제7회(2002)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비몽>은 제57회(2009) 산세바스찬국제영화제 ‘공식’ 부문, <아멘>은 제59회 산세바스찬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조재현, 김 감독과 다섯 번 찰떡 궁합
김영민·지아·조재현·하정우·한여름 등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두 편 이상 출연했다. 김영민은 <수취인불명>과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2003), 지아는 <해안선>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숨> <비몽> 등 네 편, 조재현은 <악어>(1996) <야생동물보호구역>(1997) <섬> <수취인불명> <나쁜 남자> 등 다섯 편, 하정우는 <시간>(2006)과 <숨>, 한여름은 <사마리아>와 <활>에 출연했다.

 

이들 가운데 조재현은 오늘의 김기덕 감독이 존재하게 된 데 일등공신이다. <악어> <야생동물보호구역> <나쁜 남자>에서 주연, <섬>과 <수취인불명>에서 조연을 맡았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조재현이 다섯 편의 영화에서 펼쳐낸 각각의 인물은 김기덕 감독 영화의 뿌리에 다름 아니다. 이 뿌리는 김 감독의 초창기 영화는 물론 최근작 <피에타>까지 뻗어 있다. <피에타>의 ‘강도’(이정진)는 ‘용패’ ‘청해’ ‘망치’ ‘개눈’ ‘한기’ 등과 궤를 같이 한다. 한 뿌리에서 자란 줄기이자 가지이다. 사는 곳이 달라지면서 매번 그곳에서 달리 또아리를 튼 인물로도 읽힌다.

<악어>의 용패는 한강다리 밑에서 자살한 사람의 시체를 숨겨두었다가 유족에게 뜯어낸 돈으로 살아간다. 애인에게 버림받고 자살한 여자를 구해준 뒤 그녀를 강간하고 학대하면서 곁에 둔다. 동료의 그림을 훔쳐 판 돈으로 살아온 <야생동물보호구역>의 청해는 밀입국한 북한 특수부대 출신 ‘홍산’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범죄에 끌어들인다. <섬>의 망치는 낚시꾼들에게 여자를 데려다주고 받은 돈으로 티켓다방 주인이다. “개를 잡으려면 개와의 눈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변하는 <수취인불명>의 개장수 개눈은 혼혈아 ‘창국’을 개처럼 다룬다. 우리에 집어넣은 뒤 오토바이에 싣고 달리기도 한다. <나쁜 남자>의 한기는 여대생 ‘선화’를 납치, 모든 것을 빼앗은 뒤 사창가의 창녀로 만든다.

 

조재현은 실로 악락한 이들의 안팎을 심도있게 그려냈다. 저주를 퍼부으면서 한편으로 동정심을 자아내게 하는 캐릭터로 형상화했다. 김 감독은 전작과 달리 <피에타>에서는 ‘강도’의 양면을 보여준다. 나아가 ‘미선’(조민수)으로 하여금 “왜 이렇게 슬프냐… 놈도 불쌍하다”고 말하게 한다.

조재현은 한때 ‘김기덕의 페르소나(분신)’로 손꼽혔다. 조재현은 이를 통해 ‘연기파 배우’로 각광받았다. 김 감독은 조재현을 등에 업고 국내외 영화계의 물꼬를 텄다. 험난한 파고를 넘나들면서 ‘실력있는 감독’으로 자리를 잡아나갔다.

 

#김기덕, <봄여름가을겨울~ >서 주인공
조재현과 김 감독은 <악어>에서 ‘운명적으로’ 만났다. <악의>의 ‘용패’ 후보자는 원래 최재성·박상민·한석규 등이었다. 김 감독은 이들이 내건 출연 조건을 수용할 수 없었다. 이들을 캐스팅하는 데 실패한 뒤 어느날 김 감독은 우연히 MBC 특집극 <신화>를 보고 조재현을 찾았다. 이렇듯 조재현의 이들의 대안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최고의 배우였다.

조재현은 김 감독을 만난 뒤에 시나리오를 읽었다. 어린 시절과 파리에서의 유랑생활, 시나리오작가 등단 과정 등은 이제껏 만나온 여느 감독과 달랐다. <악어>는 더더욱 달랐다. 조재현은 이런 저런 조건을 따지지 않고 출연키로 했다. 방송국 카메라맨이었던 형이 사고로 세상을 뜬 뒤 배회하던, 배우로서 달려들만한 새로운 무엇인가를 기다리던 그는 거침없이 용패로 변신했다.

<악어>를 통해 연기에 쾌감을 느낀 조재현은 김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야생동물보호구역>에 흔쾌히 동참했다. ‘청해’든 ‘홍산’이든, 어떤 역이 주어지든 개의치 않았다. 조재현의 상대역 후보는 최민수·유오성·박철 등이었다. 조재현은 최민수가 어떤 역을 택하느냐에 따라 다른 역을 하기로 했다. 유오성과 박철에게는 청해 역을 제안했다. 세 배우 모두 불가. 장동직이 홍산을 맡으면서 조재현은 청해로 출연했다. 5억원의 예산으로 파리 올로케이션을 하느라 조재현은 주연 배우 외 제작부장 일까지 도맡았다. 이런저런 막일에 엑스트라 통제도 했다.

<파란대문>에는 맡기로 한 역이 없어지면서 출연하지 않았다. <섬>에서는 티켓다방 주인 역을 맡았다. <실제상황>은 연습까지 했다. 크랭크인 3일을 앞두고 조재현은 김감독의 휴대폰에 ‘느낌이 안와 못하겠다,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김 감독은 ‘내가 미안하다’고 응답했다. ‘어떻게 할 거냐’는 조재현의 물음에 김 감독은 ‘물색하겠다’고 했다. 크랭크인을 불과 3일 앞둔 상황에서. 조재현은 김 감독의 인간성에 매료됐고 깊은 신뢰감을 갖게 됐다.

                                  조재현은 <수취인불명>에 TV드라마를 찍으면서 ‘개눈’ 역을 해냈다. 극악한

                                           인물의 면면을 가감없이 펼쳐냈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김 감독과 함께 하는

                                           걸 자제하자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수취인불명>은 이 일환으로 출연했다. 김 감독은 촬영 사흘 전 조재현에게 “머리 깎고 내가 해야 할 상황인데 그조차 주위에서 반대한다”며 도움을 청했다. SBS 미니시리즈 <루키>로 바빴던 조재현은 김 감독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마를 찍으면서 개눈에 몰입하는 게 쉽지 않았다. 배역에 대해 준비할 시간도 없이 짬을 내서 찍다보니 아쉬움이 많았다. 조재현은 이에 대해 “애무도 않고 일방적으로 섹스를 한 듯한 느낌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취인불명> 이후 두 사람은 서로의 발전을 위해 “함께하는 걸 자제하자”고 했다. “한다면 미리 충분한 시간을 갖자”고 했다. 실제로 조재현은 <나쁜 남자>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김 감독 역시 다른 배우를 염두에 뒀다. 조재현은 김 감독에게 한 배우를 추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조재현은 김 감독으로부터 함께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촬영까지 남은 시간은 1개월 정도였다. 조재현은 보름을 더 요구하고 김 감독의 제안에 응했다.

조재현은 <나쁜 남자>의 한기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는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목됐다. 조재현은 “당시 데일리지에 남우주연상 후보로 게재됐는데 평점이 좋지 않아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반면 이번에 조민수는 작품이 너무 좋아 못받은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김기덕 감독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 ‘장년 승’으로 출연했다. 안성기, 도올 김용옥 교수, 조재현과

                    김갑수 등을 섭외하는 데 실패, 장년 승으로 출연해 남다른 연기력을 선보였다.

 

조재현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2003)의 ‘장년 승’ 제안도 받았다. 김 감독이 이 배역에 우선 손꼽은 후보는 안성기, 도올 김용욕 교수 등이었다. 김 감독은 조재현 외 김갑수를 캐스팅하려고 했다. 다른 작품과의 스케줄·삭발 등의 문제로 모두 백지화된 뒤에 이 배역은 김 감독이 직접 해냈다. <나쁜 남자>에 한기 수하들의 몰래카메라에 찍힌, 엉덩이만 보이는 손님으로 출연한 적이 있는 김 감독은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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