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국 동서대학교 총장, 민병록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김병기 전북대학교 중
                                     어중문학과 교수, 유배근 한지발장 무형문화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현업 종사자, 실명 등장
임권택 감독은 비전문 배우를 곧잘 기용한다. 변호사 홍승기, 치과의자 김재찬, 임금택 신한은행 전 지점장 등은 임 감독 작품의 단골 카메오다. 임 감독은 <달빛 길어올리기>에서는 이들 대신 전주시장, 동서대학교 총장, 부산·전주·부천영화제 전·현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현업 종사자를 대거 기용했다. 임 감독의 부인도 출연했다. <달빛 길어올리기>는 임 감독의 작품 가운데 카메오 출연자가 가장 많은 작품으로 손꼽힌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전주시장, 장제국 동서대학교 총장은 전주시청 전통문화국장으로 출연했다. ‘조선왕조실록’ 전주사고 보관본을 한지(韓紙)로 복원하는 사업을 결정하고 추진과정을 점검하고, 다큐멘터리 작가 ‘지원’(강수연)이 만든 다큐 시사도 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전 집행위원장과 민병록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전·현 한지 업자, 김영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전주시청 한지과 7급 공무원 ‘필용’(박중훈)의 형으로 출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영화 <정사> 등과 연극 <당나귀 그림자 재판>에, 임 감독의 제자인 김 위원장은 <하류인생>에 카메오로 출연한 바 있다.


송하진 시장을 비롯해 <달빛 길어올리기>에는 극중 배역을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실제 인물이 맡아 캐릭터에 리얼리티를 부여했다. 김병기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최영재 천양제지주식회사 대표, 김삼식 문경전통한지 무형문화재 한지장, 김춘호 문경전통한지, 유배근 한지발장 무형문화재, 나서환 지승공예가, 곽정훈 종이문화재단 대표, 김석란 미래영상 대표 등이다. 양복규 동아당약방 원장, 박강덕 전주 완산경찰서 형사, 신일균 신경외과 원장 등도 실명으로 출연했다.


임 감독은 이에 “현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실명으로 기용하는 게 처음에는 겁이 났지만 해보니까 잘돼 간이 커졌다”면서 ‘필용’을 심문받는 형사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업자에게 ‘필용’이 뇌물을 받을 것처럼 누명 비슷하게 썼는데 고만고만한 문제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이다 정도만 얘기해주고 형사가 알아서 연기하게 했다”면서 “그 선에서 그 형사가 자기 대사를 만들어 그렇게 연기한 거”라고 설명했다.

                              임 감독의 부인 채령 여사(왼쪽), 송길한 시나리오작가(오른쪽 사진 위), 권현상(오른
                              아래 사진 가운데)이 연기를 하고 있다.

# 임 감독 온 가족 출연
<달빛 길어올리기>에는 임 감독의 온 가족과 <달빛 길어올리기>를 각색한 송길한 작가도 출연했다. 임 감독의 부인 채령 여사는 지공예방 주인으로 출연했다. ‘필용’과 ‘지원’의 방문을 맞는 인물이다. 송길한 작가는 ‘필용’의 아버지로 등장했다. 송 작가는 임 감독의 오랜 콤비로 <티켓> <씨받이> <길소뜸> <안개마을> <만다라> 등이 함께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가 돋보이는 채 여사는 촬영 전날에 연락을 받고 밤새 고민한 끝에 출연했다. 우아한 매력을 한껏 과시, 벌써 한 영화의 캐스팅 물망에 올랐다. 오란씨 초대 CF모델 등으로 각광받았던 채 여사는 임 감독의 <요검>(1971)으로 데뷔한 뒤 1979년 결혼, 은퇴했다.


임 감독의 차남 권현상(본명 임동재)은 카메오가 아니라 배우이다. 그는 술 주정뱅이 한지 장인(안병경)의 아들로 출연했다. 아버지가 대우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 등에 휩싸인,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후레자식이지만 속내는 따뜻한, 아버지의 뒤를 이을 것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배역은 두 사람이 해냈다. 또 한 명은 권현상의 형 임동준이다. 권현상이 <고死 두번째 이야기:교생실습>과 촬영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외모가 똑같은 형이 긴급 투입된 것이다.


권현상은 아버지의 후광을 입지 않고 홀로 서겠다면서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작품도 고사하던 중 “아버지의 영화가 아니라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임권택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다고 생각하라”는 형의 말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권현상은 그간 <고사2> <공부의 신> 등에 출연했다. ‘꽃미남’으로서 우선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으로 인정받는 걸 꿈꾼다. 임 감독의 가족이 모두 출연한 건 <티켓>(1986)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이다.


<달빛 길어올리기>는 ‘임권택의 100 그리고 , 첫 번째 영화’이다. 임 감독이 “새로운 데뷔작”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전 100편과는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다큐적 극영화로 두 장르의 재미를 고루 맛볼 수 있다. 한지에 서서히 매료되는 사람들과 한 가지에 미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적이고 서정적인 영상에 담았다. 17일 개봉, 23일 현재 3만7691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관람했다. 23일 현재 높은 예매율(다음·YES 24 2위, 통합전산망 3위)을 기록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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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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