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조연’ 박철민(45)이 8월 극장가에서 두 영화의 주연배우로 각광받고 있다. 2D 애니메이션 화제작 <마당을 나온 암탉>(감독 오성윤)과 3D 액션 블록버스타 <7광구>(감독 김지훈)에서 맹활약, 주목을 끌고 있다. 박철민의 ‘연기는 즐거워! 인생은 아름다워!’

<마당을 나온 암탉>과 <7광구>는 한국영화사를 새로 쓴 작품이다. <…암탉>은 국내 최초로 실사영화 명가(명필름)와 애니 전문 제작사(오돌또기)가 협업, 6년간 공을 들여 완성한 2D 애니메이션이다. 양계장을 뛰쳐나온 암탉의 일생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미국의 디즈니·픽사·드림웍스,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에 비견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7광구>는 한국 최초의 IMAX DMR 3D로 개봉된 영화다. 한반도 남단 석유 시추선에서 벌어지는 대원들과 괴생명체의 사투를 그렸다. 박철민은 <…암탉>에서는 수다쟁이 야생 수달 ‘달수’, <7광구>에서는 탐사대원 ‘상구’ 역을 맡았다.

-두 편이 함께 상영중입니다.
“뜻밖이에요. <…암탉> 개봉은 원래 작년 5월이었죠. 공을 더욱 더 들이면서 개봉이 연기돼 불안감이 없지 않았는데 반응이 엄청 좋아요. 요즘 달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어요. 아이들은 물론 학부형께서 ‘잘봤다’ ‘많이 웃었고 울었다’ ‘달수짱’ ‘수달짱’…. 체감온도가 300~400만 명이 본 것처럼 느껴져요. 한 인터넷에는 ‘애니메이션 최고연기상 박철민’이라고 올랐더군요. 여러 의미로 정말 신나요.”

-여러 의미라면.
“작품도, 저도 인정받고 있다는 거에요. <…암탉>은 소박한 2D 애니에요. 암탉 ‘잎싹’(문소리)의 모험을 통해 자유의 가치와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그렸는데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재밌게 보고 있어요. 영화가 호평받으면서 황선미 작가의 동명 원작이 다시 인기(2000년 초판 발매 이래 올해 100만부를 돌파함)래요. 달수는 원작에 없는 동물이에요. 달수가 만들어지고, 제가 맡고, 이렇게 주목받는 일련의 과정이 기적 같아요. 그리고 문소리씨가 건강한 딸을 낳아 기뻐요. 앞으로도 좋은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목소리 녹음은 며칠간 했나요.
“나흘간 했어요. 2009년에 선녹음 사흘, 그림이 90%쯤 완성된 올 2월에 본녹음 하루. 목소리 연기가 처음이어서 디테일과 생동감을 살리느라 애를 먹기는 했지만 총 나흘 작업하고 이렇게 환대받아 미안하고 고마워요. 제 연기인생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작업 특성상 애드리브는 힘들었겠네요.
“그럼에도 했어요. 청둥오리 ‘초록’(유승호)이가 파수꾼대회에서 우승할 때 달수는 동물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부탁해요. 이 박수는 객석의 관객에게 하는 당부이기도 해요. 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실제로 이 장면 때 객석에서도 박수가 터져 기뻐요.”

이뿐만이 아니다. 초록이가 무리들과 떠나는 걸 환송한 뒤 달수는 잎싹에게 ‘어깨에 손 얹어도 돼?’라고 묻고 그렇게 한다. 아들을 떠나보낸 잎싹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이 애드리브도 전격 반영돼 제작진은 그림을 수정했다.

-<7광구>에서도 박수가 화제예요.
“공교롭게 그렇네요. <…암탉>에서는 환희의 순간에 능동적으로 치고, <7광구>에서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얼떨결에 치고….”

<7광구>에서 괴물에게 총구를 겨눈 ‘정만’(안성기)은 ‘상구’(박철민)에게 시야를 가리는 박스를 치우라고 한다. 생사의 귀로에 놓인 상구는 영문을 모른 채 뜨문뜨문 박수를 친다. 박스를 박수로 잘못 알아듣고. 박철민에 따르면 이 장면은 김성수 감독의 <무사>(2001) 촬영 때 무전기로 카메라에 박스가 잡힌다고 치우라고 했는데 한 스태프가 잘못 알아듣고 박수를 쳤다는 일화에서 차용했다.

-<7광구>는 얼마 동안 찍었나요.
“4개월 넘게 찍었어요. 작년 6월부터 9월까지. 괴물의 공격을 받고 죽을 때 머리를 다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출연·제작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두 영화 상영 스크린이 대조적이에요.
“어느 한 쪽 편만 들 수 없고, 제도적으로 푸는 것도 어려운 문제이고…. 어쨌거나 <…암탉> 상영관이 더 늘었으면 해요. 이른바 ‘퐁당퐁당’(교차상영)이 개선되고 밤 시간 상영도 더욱 늘어나고. <…암탉>의 힘으로 풀어야죠. 관객 여러분의 호응에 힘입어 풀고 있고 앞으로 더 풀어갈 거라고 믿어요.”


박철민은 고등학교 때 연극반에서 활동했고 대학(중앙대 경영학과)에서도 연극에 심취했다. 졸업후 1988년 노동연극 전문극단 ‘현장’ 등에서 활동했다. 영화 데뷔작은 이정국 감독의 <부활의 노래>(1993). 임신한 아내를 잃은 뒤 시민군에 가담, 도청을 사수하다가 죽는 인물로 출연했다. 이제까지 100편 안팎의 연극·영화·드라마에 출연, 특유의 입담과 연기력으로 이름을 얻었다. 대표작으로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화려한 휴가> <시라노;연애조작단> 등이 있다.

-힘들 때 포기하고 싶지 않았나요.
“한번도 없었어요. 고등학생 때 교회에서 한 성극 ‘용감한 사형수’의 각색·연출·주연을 맡았는데 그때 받은 박수갈채가 지금도 생생해요. <부활의 노래> 때 2~3일 찍고 받은 8000원으로 소주 한 병에 삼겹살 2인분을 먹고 사우나를 했는데 그 기억도 뚜렷하고. 둘째 딸을 돌보면서 6시간 넘게 ‘삐삐’를 쳐다보며 캐스팅 소식을 기다린 적도 잊혀지지 않아요.”

박철민은 “과거는 지나갔을 뿐 죽지 않는다”면서 “오늘을 살아내는 힘”이라고 했다. “연기는 힘들지만 신나고, 삶은 어렵지만 아름답다”면서. “요즘같은 관심과 박수가 계속되면 좋겠지만 옅어지고 적어지더라도 신나게 연기하면서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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