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에 따르면 부부는 7천겁의 인연으로 맺어진다고 했다. 1겁은 천 년에 한 번씩 내려온 선녀의 옷자락에 바위가 닳아 없어지는 기간을 말한다. 7천겁이라니, 실로 엄청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영화상의 부부는 몇 겁의 인연일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라면 어느 정도의 인연일까?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 <러브러브>. 두 영화에 기자와 구혜령씨(40)는 부부로 나왔다. 정태원 감독의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은 오는 7일 개봉되는 올해 추석영화다. 이서군 감독의 <러브러브>는 1998년 1월 24일 개봉된 영화다.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에는 출국금지 조치가 풀린 ‘홍회장’(김수미)이 세 아들 등(신현준ㆍ탁재훈ㆍ임형준ㆍ정준하)과 함께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동승한 일반 승객으로 나왔다. 아이폰으로 여행지를 검색하면서 아내에게 “온천에서 목욕하고 뜨거운 밤을 보내자”고 속삭이던 남자는 ‘쩌리짱’ 정준하의 가공할 방귀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졸도, 급기야 휠체어에 실려나간다.
<러브러브>에는 호텔 투숙객으로 나왔다. 살인청부업자 ‘나나’(이지은)에게 쫓기는 ‘가이’(죠슈아 클라우스너)의 무단침입에 놀라 깨어나는 부부로 나왔다. 엔딩 크레디트에는 ‘잠자는 남자’와 ‘잠자는 여자’로 소개됐다.
<러브러브>는 기자의 열다섯 번째 출연작이다. 영화에서 처음으로 베드신의 별칭으로 사용되는 ‘온돌신’을 한 작품이기도 하다. 허울 뿐인 장면이지만.
이 영화에서 부부는 대사가 없다. 놀라고 당황하고 어리둥절해 하는 게 전부이다.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에서도 주어진 대사는 없었다. 정태원 감독의 장면 설명을 듣고 현장에서 함께 만들었다. 엔지가 나거나 앵글을 바꿔 찍을 때마다 대사는 조금씩 바뀌고는 했다. 이 가운데 구혜령 씨가 졸도한 남편을 향해 “장난치는 거야? 장난치는 거지?”라고 외친 대사는 훗날 일본 촬영현장에서 배우들 사이에 유행어가 됐다.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 출연은 정태원 감독에 따르면 신현준씨의 추천으로 이뤄졌다. 현준씨는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1990) 때부터 알고 지냈고, 기자의 데뷔작인 김유진 감독의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1993)에서 야구심판과 주인공 교사로 함께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받은 콘티 명단에는 배창호 감독과 구혜령씨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배창호 감독이 고사한 뒤 기자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이었다. 첫 후보자가 아니었다는 데 잠시 낙담했지만 구혜령씨의 이름은 반가웠다. <러브러브>에 부부로 나온 데 이어 또 부부를 한다는 게 예사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이 아니다. 비록 현장에서 만난 적은 없지만 양윤호 감독의 <미스터 콘돔>(1997), 곽경택 감독의 <억수탕>(1997), 김성홍 감독의 <신장개업>(1999)에도 함께 출연했다. <미스터 콘돔>에는 승무원과 열쇠수리공 삼식의 아내, <억수탕>에는 억수탕을 매매하려는 부동산 업자와 여탕 때밀이, <신장개업>에는 ‘왕사장’(김승우)의 목표물이 된 등산객과 미용사로 나왔다.
구혜령씨는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영화ㆍ방송을 비롯해 연극ㆍ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으며 KBS2TV <당신의 여섯시>에서 8주 동안 무려 19Kg을 감량, 화제를 낳기도 했다. 최근 한양대대학원에 진학,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그런데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에서 부부는 과연 뜨거운 밤을 보냈을까? 아무리 강력한 방귀라지만 그것에 두 번이나 나가떨어지는 체력이라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냥 자다가 악몽을 꾸고 벌떡 일어나 아내의 걱정을 사지 않았을까? <러브러브>에서처럼 아내를 껴안고 벌벌 떨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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