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은 심재명 대표의 서른 번째 작품이자 첫 애니메이션이다. 오성윤 감독의 첫 번째 장편이다. 심 대표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고, 오 감독은 ‘마당을 나온 수탉’이라고 할 수 있다. 협업은 하늘의 계시가 있은 듯 운명적으로 이뤄졌다.

 


-원작을 언제 읽었나요.
“2000년 초판이 나오기 전이에요. 오돌또기 멤버였던 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복사물을 보여주더군요-2005년에 이하나 PD 소개로 읽었어요.”

-5년 차이가 나는데요.

“다른 프로젝트를 3년쯤 진행했는데 엎어졌어요. 그런 뒤 <…암탉>을 다시 잡았죠. 2004년 영화진흥위원회 ‘초기개발 프로젝트’로 작업하고 있었는데 그때 이 PD가 오돌또기에 왔다가 우리가 <…암탉>을 하는 걸 알게 됐죠-당시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찾고 있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인 딸과 함께 애니메이션 보는 게 큰 즐거움이었는데 외국 작품만 접하게 되면서 딸에게 엄마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이 PD 소개로 <…암탉>을 읽은 뒤 곧장 제안했죠. 같이 하자고.”

-제안받고 어땠나요.

“기획 초기부터 투자·배급 등을 고려, 충무로 영화사와 손을 잡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족영화를 많이 만든 명필름이 0순위였는데 먼저 제안을 해와 저로서는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느낌이었어요-명필름도 마찬가지였죠. 하고 싶은 작품을 이미 준비해온 최고의 감독 및 전문 제작사와 함께하게 됐으니까-천생연분인 셈이죠. 암탉 ‘잎싹’을 품고 있는 엄마 오돌또기와 그 아이를 함께 잘 키워보자는 아빠 명필름이 운명적으로 만났으니까(웃음).”


-원작 판권 계약은.
“저희는 황선미 작가와 양해각서만 체결했어요. 졸라서 어렵게 받았죠. ‘초기개발 프로젝트‘를 신청하려면 그게 있어야 했거든요-1년  넘게 걸렸어요. 3D로 하자는 데 등 관심을 보인 곳이 많았거든요. 한 방송국에선 장편 스페셜을 기획하고 있었고. 그런 게 정리돼야 해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요.”

시나리오 작업도 오래 걸렸다. 2005년 5월에 시작, 2008년 9월에야 최종본을 완료했다. <접속> <안녕, 형아> 등의 김은정 작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가> <화려한 휴가> 등을 쓴 나현 작가가 참여했다.


-프로덕션 과정이 다르지요.

“극영화는 시나리오를 놓고 배우를 캐스팅하면 돼요. 반면 애니메이션은 캐릭터를 만들어야 해요-저랑 감독이랑 작가가 생각하는 이미지가 제각각 달라 그 점부터 일치를 봐야 했어요.”

이를테면 프리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가졌다. 이후 프리·메인·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을 거쳤다. 메인·포스트 프로덕션에 3년, 총 6년이 걸렸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왼쪽)와 ‘오돌또기’의 오성윤 감독(오른쪽)은
                                                   이번의 ‘아름다운 도전’에 이어 다시 의기투합해 ‘웅대한 비행’을
                                                   일궈낼 계획이다.

-오 감독은 이를테면 6년 만의 전시회네요.
“엄밀하게 말하면 22년 만이에요. 대학(서울대 회화과) 졸업하고 군대 갔다와서 애니메이션을 시작한 게 1989년인데 2011년에야 첫 장편을 내놨으니. 대중 예술가로서 이건 미덕이 아니라고 봐요. 만들고 대중과 소통하는 걸 자주 가져야 하는데, 그게 꿈인데….”

-충돌한 적은 없었나요

“의견차이는 많았지만 끊임없이 토론, 윈윈할 수 있었어요-계획한 대로, 동영상 콘티(8개월 작업)대로 가자, 완성도를 높이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어요-절제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더러 욕심을 내기는 했죠-공력을 더 들이느라 개봉을 두 번 연기했지만 다행히 잘 마무리됐어요.”


-성공 요인은, 아쉬운 점은.
“원작의 힘을 그림의 힘으로 더 살리려고 했어요. 우포늪·레이싱 장면 등을 통해 동력이 실렸다고 봐요-할리우드·일본 애니메이션이 다루지 못한 주제와 이야기가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해요-여러 여건상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고, 그로 인한 내용·기술적 측면을 보완하지 못한 점이 아쉬워요-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이 보는 것이라는 편견이 강해 오후·밤 시간 상영 스크린이 적었어요. 영화의 힘으로 다소 극복했지만 오후 5시 이후에 더 많은 스크린에서 상영했으면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 거에요.”

-제작비 마련 측면은.

“기대보다 잘 안돼 좀 놀랐어요. 100만부나 팔린 원작에 명필름이 붙어 잘 될 줄 알았거든요-다 좋다면서 흥행 성공작이 없는데 비해 예산이 벅차다는 반응이었어요. 2009년에 다 한 번씩 거절당했고, 1년 뒤 완성물을 들고 다시 접촉했죠-심대표가 고군분투하는 동안 전 알면서도 모른척 했어요. 대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매진했죠.”

총 50억원(순제 30억원)이 들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의 초반 참여, 롯데의 후반 참여가 큰 도움이 됐다.

                                  오성윤 감독이 유승호ㆍ문소리ㆍ최민식ㆍ박철민 등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
                                          들과 함께 제작보고회를 마친 뒤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편견과 싸웠어요.” “희망을 그렸어요.”
심재명 대표와 오성윤 감독은 제작기간 중 ‘한국 애니메이션이 되겠느냐’는 부정론에 맞서 배수의 진을 쳐야 했다. <…암탉>이 실패하면 한국 애니는 이제는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일궈낸 이들은 “어머니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정말 뿌듯하고 행복했다”며 미소지었다. 두 영화인은 성공의 의미를 “한국 애니메이션의 희망을 쐈다”는 데 두었다. “창투사의 마인드가 바뀌었고, 콘진의 투자·지원 인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면서. 흥행·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암탉>은 이제 해외의 마당으로 나간다. 오는 30일 중국 개봉을 필두로 터키·인도네시아 등에서 선보인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런던한국영화제를 비롯해 밀라노·아메리칸필름마켓 등에도 나간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해외 나들이가 기대된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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