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56)·전양준(52)·김지석(51). 올해로 제16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 주역이다. 1996년에 닻을 올리고, 오늘의 부산국제영화제로 키워왔다. 현재 각각 집행위원장, 부집행위원장, 수석 프로그래머를 맡고 있다. 숙원이던 ‘영화의 전당’을 마침내 마련, 새 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용관·전양준·김지석씨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는 그간 ‘음력영화제’였다. 상영관 확보 문제로 추석이 언제냐에 따라 영화제 개최 기간이 달라지면서 ‘게릴라영화제’로 불리기도 했다. 다른 국제영화제와 개최 기간이 겹치면서 발생하는 어려움 등을 적지 않게 치렀다. 하지만 올해에 마침내 영화제 전용관(영화의 전당)을 마련, 재도약에 나섰다.

                                전양준 부집행위원장, 이용관 집행위원장,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사진 왼쪽부터)는 “올해부
                                터가 정말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공식팀

-소감이 어떤지요.
“제1회 때로 돌아간 느낌이에요. 유랑생활를 마치고 우리집을 마련해 가슴 벅차고, 전용관에 걸맞는 영화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요. 전용관 공사 진척상황이 더딜 때에는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어요. ‘되는 거야? 될 거야!’라고 얼마나 자문자답했는지, 남포동에서 시작할 때보다 더 힘들었어요.”

“정반대 생각이 들쑥날쑥해요. 황금기가 도래할 거다, 예전보다 더한 어려움을 치를지 모른다는. 토론토국제영화제가 올해(36회) ‘라이트박스’를 부분 개장하면서 국내외에 대대적으로 알렸는데 영화제 개최 이래 가장 욕을 많이 먹었어요. 결코 그래서는 안 되겠기에 만반을 준비를 하는데 만감이 교차해요.”


“벌써 폐막이 기다려져요. 화살을 이미 떠났고 잘 마무리되어야 하는 게 남았죠. 폐막 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싶어요. 제2의 도약기를 맞으려면 올해가 중요해요. 건물에 걸맞는 영화제로 첫인상을 잘 남겨야 하니까. 사고 없이, 별 혼돈 없이 잘 치러야 한다는 점 외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부산국제영화제는 1992년에 시작됐다. 94년 세미나 등을 갖고 준비작업에 착수, 95년 8월에 집행부를 구성했고, 96년 2월에 창립총회를 가졌으며, 96년 9월 13일에 제1회 영화제를 열었다. 이용관씨는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로 출발, 부집행위원장, 공동집행위원장 등을 거쳐 올해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전양준씨는 월드 프로그래머에 이어 부집행위원장, 김지석씨는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에 이어 수석 프로그래머를 맡고 있다.

-어떻게 뭉쳤나요.
“평소 친했어요. 제가 경성대 교수였고, 전양준씨는 출강했고, 김지석씨는 대학원생이었죠-함께 부정기 영화잡지 ‘영화언어’를 만들고, 프랑스문화원 동호회도 꾸리면서 국제영화제 개최 의견이 곧잘 오갔어요-92년 이탈리아 페사로영화제의 ‘한국영화특별전’에 다녀온 걸 계기로 물살을 타기 시작했어요. 소박한 영화제 분위기에 감동받아 우리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자신감이 생긴 거에요.”

-시작은 미미했는데요.

“영화진흥공사 사장, 문화부 차관을 역임했던 김동호 현 명예집행위원장이 집행위원장을 수락하고, 박광수 감독(초대 부집행위원장) 오석근 감독(초대 사무국장) 등이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했죠-당시 도시별로 영화제 개최 경쟁이 치열했어요. 광주에서 가장 먼저 조직위원회가 구성됐고-국제영화제 참석 경험은 도합 150회가 넘지만 직접 해본 경험이 전무하고 자금도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96년 6월에 현판식을 했는데 사무실이 책상 세 개를 들여놓은 ‘쪽방’이었고, 팩스도 집에 있는 걸 갖다 썼어요-작품을 초청하러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고 쫓겨나기도 했어요.”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젠가요.

“아무래도 1회가 가장 어려웠죠. 영화제를 마쳤을 때 모두 몸무게가 10㎏ 정도씩 빠졌다고 했어요-프로그래머 일 외에 초청·배차 업무도 병행했죠-98년 IMF 때 상황이 눈에 선해요. 환율(1달러 당 1500원)에 맞춰 오전 내내 예산을 조정하고 구내식당에 갔는데 석간 신문에 2000원으로 올랐다고 났더군요. 순간 눈앞이 캄캄했어요-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를 넘어섰는데 올해에는 글로벌 재정위기가 도래한 가운데 열려요-올해 제52회를 맞는 그리스의 테살로니키국제영화제는 예산이 100억원대에서 반이하로 줄었대요.”


-오늘에 이른 원동력이 뭔가요.

“자율적 조직이라고 봐요. 중앙 정부와 시의 지원을 받다보면 종속되기 쉬운데 자율적 조직 아래 창의적 결정권을 갖고 있어 오늘에 이를 수 있었어요-주요 멤버의 이탈이 없는 가운데 초기 틀을 유지하면서 시스템이 구축된 점이라고 생각해요-경쟁 영화제를 포기하는 대신 좋은 영화를 초청하는데 역점을 두면서 아시아 중심 영화제를 추구한 게 주효했어요-10~20대 관객이 자리를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됐죠. 해외 유명 영화제의 주요 관객이 중년층인 걸 놓고 당시 많은 외신은 ‘젊은이의 열기가 부산영화제의 힘이고 희망’이라고 보도했어요-프로젝트마켓·필름마켓·영화산업박람회·아시아영화아카데미 등을 속속 지속적으로 마련, 산업적 기여도를 높인 점도 큰 힘이 됐어요-올해부터 ‘부산영화포럼’ 등을 새로 마련해요. 부산영화포럼을 통해 전 세계의 영화미학과 영화산업에 대한 이해와 지원을 넓힐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구축할 계획이에요.”

부산국제영화제 예산은 100억원이다. 부산시에서 59억원을 지원받고 영화제 자체에서 26억원을 마련한다. 나머지 15억원은 영화발전기금으로 충당한다. 유명 국제영화제의 경우 중앙 정부 지원이 50%가 넘는 데 반해 부산은 15%에 불과하다. ‘쪽방’에서 시작해 전 세계에서 부워러하는 국제영화제로 성장했지만 국가 차원의 지원은 미미하기만 하다. 여전히 지역 영화제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마저 영화발전기금이어서 그만큼 지원금이 줄어든 게 불만인 충무로 영화인들의 반감도 사고 있다.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총 70개국 308편이 상영된다. 이 가운데 월드 프리미어가 89편(약 29%),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작품이 46편(약 15%)이다. 308편 중 135편(약 44%)이 부산에서 첫 선을 보인다. 이용관·전양준·김지석, 세 주역은 “프리미어 작품은 양은 물론 작품 수준도 중요하다”면서 “이 점을 고려해 더 많은 관객과 함께하는 영화제를 선보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각각 어떤 역할을 맡든 부산국제영화제가 지향해야 하는 이상을 함께 추구해온, 앞으로도 변함없이 남다른 팀워크를 발휘할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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