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안지혜·오인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신인 여배우다. 레드카펫으로 화제,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만 부각됐지만 안지혜는 <검은 갈매기>, 오인혜는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 중 <미몽>에도 출연했다. 세 영화 모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소개됐다. 안양예고·경상대(이진주) 안양예고·국민대(안지혜) 동덕여대(오인혜)에서 각각 방송연예·연극·방송연예를 전공한 이들은 자부한다. “나는 배우다”.


이진주(34)·안지혜(32)·오인혜(27). 김태식·박철수 감독의 ‘릴레이 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에서 함께한 이들은 “축제는 끝났다”면서 “레드카펫의 추억은 영원히 안녕하고 이제는 영화로 말하고 싶다”고 했다.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은 불륜으로 붉게 물드는 바캉스의 악몽과 검게 얼룩지는 결혼의 파국을 통해 인간의 욕망에 대해 조명했다. 이진주·안지혜는 ‘붉은 바캉스’(감독 김태식)에, 오인혜는 ‘검은 웨딩’(감독 박철수)에 출연했다.

-자신의 배역을 소개해 주시죠.
“바람피는 남편(조선묵)에게 앙갚음 하는 무서운 여자 ‘염복순’이에요(이진주)-6년을 사귄 유부남(조선묵)과 떠나기로 한 바캉스 못가고 복순씨에게도 당하는 여자 ‘희래’예요. 기쁠 희(喜) 올 래(來), 이름과 달리 곤욕을 치러요(안지혜)-대학교 스승인 ‘나’(조선묵)를 사랑하는 ‘그녀’예요. 나는 이혼남이에요. 엄밀히 불륜이 아니었는데 그녀가 결혼하면서 불륜관계가 돼요(오인혜)”
 



-어떻게 배역을 맡았나요.
“연예계에 발이 넓어요. 에이전시도 하고 있고. 디자이너 하용수 선생님 소개로 염복순 캐스팅을 도와주다가 제가 했어요. 모두들 사양하는 바람에, 우여곡절 끝에-캐스팅 디렉터 소개로 감독님을 뵙고 ‘빌어먹을 바캉스’(원제)의 희래를 원했어요. 감독님도 문 열고 들어오는데 딱 희래더래요-드라마 작가 언니 소개로 시나리오 읽었어요. 다음날 감독님 뵙고 결심했죠. 감독님이 추천해준 <엘레지> <안티 크라이스트>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등을 보고 1주일 만에 촬영에 들어갔고.”

-촬영은 얼마나 했는지요.
“20일? 보충촬영에 후시녹음 기간까지 더하면 한 달?-열흘이요-저는 5일간 찍었어요-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했잖아요.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 저는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감독님이 ‘보면 볼수록 니가 딱 염복순이래요’. 그런 차에 감독님이 대본 무시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해보래요. 사진으로 찍어보겠다며. 부랴부랴 현장으로 가 사진을 찍었는데 그때 카메라도 돌린 거였어요. 저하고 동시녹음 감독님만 모른 채. 일종의 ‘몰카’였죠. 그렇게 5일간 찍은 걸 계기로 제가 한 거에요-영화상의 시(詩)도 언니가 직접 썼어요-‘다음 생애에는 꽃으로 태어날래요. 왜 안 예쁘게 태어나 힘들게 사는지. 다음 생애에는 잠깐 피고 지더라도 예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라는 시에요. 실제 제 심경이에요. 욕도 저고요.”

-노출이 부담스럽지 않았나요.
“하기 전은 물론 할 때에도 실감하지 못했어요. 노출 자체보다 연기를 잘 해야한다는 데 몰두했으니까-그간 연극·뮤지컬·영화를 통해 꾸준히 활동해 왔고 나름 영역을 넓혀 왔어요. 통과의례라고 생각해요. 노출의 필연성, 시나리오 완성도, 감독님 필모그래피 등을 보고 결정하죠-노출 자체보다 노출 연기만 부각되는 게 더욱 힘들어요. 영화 전체를 봐줬으면 해요.”

안지혜는 “여배우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노출 연기로 트라우마랄까, 그런 데 시달릴 수 있다”면서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는 게 극복하는 한 방법일 것”이라고 했다. 이진주·오인혜는 “그럴 수 있도록 감독님들과 관객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소감은.
“박진희가 언니가 출연한 게 맞냐고 여덟 번이나 묻더군요. 하정우는 누구 따라왔느냐고 몇 번이나 묻고, (이)범수 오빠는 너의 이런 모습을 몰랐다고 하고. 배우가 된 걸 실감했어요-데뷔한 지 6년 됐어요. 초청받고 ‘이제 배우가 됐구나!’는 느낌이 들었죠.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과 <검은 갈매기> 시사회·GV에 참석하면서 내년에도 후내년에도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고-저도 처음이에요. 개막식 이후 3일 동안 하루에 한 끼밖에 못 먹었어요.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영원히 잊지 않고 배우로 살아가는 데 소중한 경험으로 삼자고 다짐했어요.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과 감독파티 등 여러 자리에서 뵌 분들처럼 오래도록 좋은 영화를 하자고 기원했죠. 영화가 좋아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에서 이진주는 컬트적인 새디스트를 보란듯이 해냈다. 김태식 감독의 <웰컴 택시>를 비롯해 김태균 감독 등의 차기작 후보에 올라 있다. 일본 영화인들이 <혐오스런 마츠코 일생> 같은 작품을 기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지혜는 ‘캔디’적이면서 백치미도 지닌 기묘한 인물의 매력을 한껏 펼쳐냈다. 조만간 한 영화 출연이 확정될 전망이다. 오인혜는 사랑의 포로가 된 여인의 이성과 감성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미몽>에 주연인 성형외과 의사로 출연했고, 촬영을 앞둔 박철수 감독의 <생생활활>(Eating Talking Faucking)에 여주인공 기자로 출연한다. 드라마 <어미>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이진주는 캐스팅 에이전시를 하면서 압구정동에서 24시간 포장마차 ‘진주네 밥도둑’을 운영하고 있다. 5평에서 시작한 포차를 100평 규모로 키웠다. 안지혜는 쇼핑몰을 3년간 운영했다. 대학원 석사과정 휴학 중이다. 오인혜는 고교 졸업 후 2년 6개월여 직장생활을 했다. 이진주와 안지혜는 초등학생 때부터, 오인혜는 중학생 때부터 배우를 꿈꿨다. 꿈을 이룬 이들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어떤 배우를 꿈꾸나요.
“캐릭터 배우로서 다양한 면을 보여주고 싶어요-많이 생각한 데에서 우러나는 깊은 연기로 작품을 빛내는 게 꿈이에요-배우인 게 자랑스러운 배우로 살아가는 게 목표예요.”

이들은 “부산에서 상처도 받았지만 나았다”고 했다. “또 아프겠지만 다시 나을 것이고 그렇게 배우의 길을 갈 것”이라면서. 이들의 말에 ‘아프니까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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