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갑수(54)가 연극 <서울테러>를 연출했다. 연극을 한 지 35년 만에, 극단을 만든 지 13년 만에 처음으로. 일일연속극 <오늘만 깥아라>를 찍고 있고, 자동차 버라이어티 쇼 <탑 기어 코리아> 공동 MC도 맡고 있는 김갑수의 ‘배우세상’.



정범철 작 <서울테러>는 블랙 코미디다. 4년째 백수인 대학원 졸업생 등의 아픈 삶을 희비극으로 빚어냈다. 등장인물은 백수, 백수의 여자친구, 공장에 다니는 백수의 고교 동창, 중국집 배달원. 네 인물을 홍성인·최석준·우수정·이교엽 등 열두 명의 배우가 맡았다. 한 팀 구성원이 네 명, 세 팀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김갑수가 창단한 극단 ‘배우세상’의 스물세 번째 정기공연작이자 2030 배우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다. 지난 2일 시작, 배우세상소극장(02-743-2274)에서 오픈 런(Open Run)으로 공연된다.


-연극 연출은 처음인데요.

“집사람 권유로 맡았어요. 연출도 연출이지만 젊은 단원들에게 연기를 제대로 가르쳐 주라고 하더군요. 선배로서, 연출로서, 극단 대표로서. 사실 가르칠 때 제일 좋은 방법은 작품을 실제로 함께하는 거예요. 그래서 달려들었어요.”

-연출 제의를 받은 건 처음이 아니죠.

“아뇨, 처음이에요. 간혹 연출 의향은 없느냐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그 때마다 배우로서 연기를 잘 하는 데에만 전념할 거라면서 손사래를 쳤어요. 이번에는 경험담 등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싶고, 가르치면서 배우는 것도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수용했습니다.”



-연습은 얼마나 했나요.

“한 달 보름 정도. 본격적인 연습은 매일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한 달이 좀 넘게 했어요.”

-출연진을 세 팀으로 구성했습니다.

“이번 공연의 특징 중 하나예요. 팀 별로 장기가 있어요. 개성도 다르고. 한 연극이지만 세 연극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세 팀을 꾸린 이유는.

“연극배우는 무대에서 극중인물의 삶을 살아요. 그 인물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해요. 어떤 과정을 가졌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거든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세 팀을 꾸렸어요. 젊은 배우들이니까 다른 배우는 작품·인물·장면 분석을 어떻게 하는지, 연기는 같은지 다른지, 그런 점을 비교하고 참고하는 경험을 주자는 거죠. 그런 시간이 앞으로 배우로 살아가는 데 소중한 경험이 될 거니까. 그래서 다른 극단 소속 배우도 캐스팅했어요. 서로 자극받고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장기 공연에도 좋겠네요.

“그럼요. 컨디션·매너리즘 등의 방해를 받지 않고 매회 최상의 공연을 보여줄 수 있어요. 사실 공연을 하다보면 무대에 오르고 싶지 않는 날이 있죠. 인간이다 보니. 그런 날은 안 하는 게 좋아요. 여건만 되면. 하고 싶지 않은 날과 기가 충만한 날의 공연은 차이가 나요. 완벽한 세 팀을 구성했으니까 다양한 방법으로 운영해볼 생각입니다.”



-연출 역점은 어디에 뒀는지요.

“왜 이렇게 저렇게 연기하는지 정확하게 해석하고 그에 따라 구체적인 연기를 하도록 했어요. 그래야 관객이 공감하니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걸 지양하고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했죠. 연기를 하는 배우 당사자의 해석이 중요하거든요.”

-연기할 때와 다른 매력은.

“처음이어서 잘 모르겠어요. 다만 연출의도가 배우를 통해 잘 살아 객석에서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날 때에는 기분이 좋아요. 이번 한 편으로 그치려고 했는데 2030 배우시리즈 중 어느 한 편을 또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갑수는 1977년 극단 ‘현대극장’ 연구생 1기로 연극과 인연을 맺었다. 극단 배우세상은 1997년 창단했다. <좋은 녀석들>(98) <물고기 남자>(99) <선우씨, 어디가세요?>(2008) <아름다운 인연>(08) <칼맨>(09) 등 창작극만 올려 왔다. 2006년 100석 규모의 소극장을 마련, 매년 2~4회의 정기공연을 갖고 있다.


“다른 일을 하다가 극장에 오면 마음이 차분해져요. 설레기도 하고. 극장을 다녀간 수많은 배우와 관객의 얼굴이 떠오르고 마음을 다지게 돼요.”



-극단 살림이 어렵지 않나요.

“어려워요. 흑자를 낸 적이 없으니까. 바깥에서 번 돈으로 꾸려오고 있는데 근래에 회의감이 좀 들었어요. 경제적인 면을 떠나 배우세상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품이 뭔지, 몇 편인지, 배출한 걸출한 배우가 있는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왔는데…. 이번에 연출을 맡은 건 그 영향도 있어요. 직접 연출하고 가르쳐보자, 잘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방향을 제시해 보자, 다시 출발하자….”

김갑수는 오는 21일부터 방송되는 일일연속극 <오늘만 같아라>(MBC)와 자동차 버라이어티 쇼 <탑 기어 코리아>(XTM) 녹화 외 시간은 <서울테러>에 쏟고 있다. 김갑수는 “작지만 극장을 갖고 있어 오픈 런 공연 등을 할 수 있는 건 복”이라면서 “막을 올린 이후에 연습을 지도하고 공연을 모니터해 완성도를 계속 끌어올려가는 작업이 즐겁다”고 했다. “연극 외 활동이 재미있고 그런 경험이 연극과 배우세상을 통해 재창출된다”며 “배우세상에서 나와 단원들의 꿈을 영글고 싶다”고 기원했다. 

                                 김갑수는 동갑인 동료배우 현금숙씨와 1986년 결혼했다. 서울 정동의 마당 쎄실극장에서.
                                 연극 연출 데뷔는 아내가 먼저 했다. 고연옥 작 <일 주 일>(2010)을 연출, 거창국제연극제
                                 에 초청받았다. 부부는 딸 아리(22)를 두었다. 아리 양(사진 오른쪽, 지난 2일 개막 공연에
                                 참석한 '브아걸'의 가인·제아과 기념촬영을 했다)은 힙합 연습생이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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