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강도 아이들>. 러시아 유학을 다녀온 북조선 출신 정성산 감독과 미국 유학을 마친 한국의 김성훈 감독이 함께 만든 영화다. 제작한 지 7년여 만에 개봉, 촬영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주인공 김환영은 대학교 2학년이 됐다. 정성산·김성훈·김환영의 ‘희망을 찾아서’. 


-7년 만에 개봉됩니다. 소감은.

“참으로 긴 터널을 지나왔어요. 북한을 떠난 지 16년 만에, 2004년 7월에 촬영을 시작한 지 7년여 만에 내놓는 데뷔작이에요. 어렵게 키운 자식이어서 관객분들께 많은 사랑받았으면 해요-기대되고 한편으로는 두려워요. 재미있고 의미있는 작품인데 사람들이 몰라서 이내 간판을 내릴까봐. 입소문에 기대 봐야죠-7년된 일기장을 내놓는 것 같아요. 옛날 생각에 웃음이 나고 눈물도 나요. 부디 색안경일랑 끼지 말았으면 해요. 북한 소재 한국영화예요. 우리랑 다른, 궁극적으로는 같은 동심의 세계를 그린….”

<량강도 아이들>은 올해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받았다. 부산 측은 ‘량강도 소년소녀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수준급 극적 호흡을 타고 펼쳐진다. 기대 이상의 극적 재미와 가슴 찡한 감동, 외면하기 힘든 교훈 등을 안겨준다. 주·조연, 단역 할 것 없이 아역 연기들이 압권이다. 이 영화, 결코 아이들만을 위한 건 아니다’고 초청 이유를 밝혔다.



-어떤 영화인지,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크리스마스 선물! 남한 로봇, 북한 평정!. 별 볼 일 없던 ‘종수’(김환영)가 로봇을 손에 쥐면서 아이들 세계의 중심에 서잖아요-엄마들의 과외숙제, <량강도 아이들>의 크리스마스를 찾아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볼만한 영화니까-‘소녀시대’가 북한 간다면?-야~ 그거 괜찮다. 로봇 대신 소녀시대라-‘부시맨에게 콜라병, 량강도 아이들에겐 로봇’ 어때요?-부시맨? 콜라병?-아~, 니 세대는 그 유명한 부시맨·콜라병 CF를 모르구나….”

-어떻게 시작된 영화인지요.

“2003년 12월에 전화를 받았어요. 한밤중에. 김동현 대표(영화사 샘)께서 다짜고짜 북한에 크리스마스가 있느냐고 묻더군요. 뜬금없는 물음에 얼버무렸죠. 그런데 끊고나서 생각해 보니까, 없더라고요. 12월 24일은 김정숙(김일성 부인)의 생일이거든요. 그래서 전화를 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시나리오 작업은 얼마나 했는지.

“금방 썼어요. 김 대표의 아이템이 좋아 초고는 일주일 만에 썼고, 완고 탈고는 두세 달 걸린 것 같아요. 극중 내용은 넌픽션과 픽션의 중간이라고 보면 돼요. 촬영은 강원도 영월의 폐광촌을 북한 마을로 개조, 그곳에서 했어요.”

 

                          정성산 감독(왼쪽)은 평양연극영화대학과 모스크바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동해물과 백두산이> 등을 각색했고
                                뮤지컬 <요덕스토리> 등을 연출했다. 김성훈 감독(가운데)은 서울예대 방송연예과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롱비치교를 졸업했다. 단편 <Prisoner N62639> 등을 연출했고, <실재상
                                황> 등을 조감독했으며, <동해물과 백두산이> <복면달호> 등을 각색했다. 김환영(오른쪽)
                                은 중앙대 국제관계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다. <량강도 아이들>에 이어 <로드 넘버원> <경
                                성스캔들> 등에 출연했다.

-아역 배우 캐스팅은 어땠나요.

“왜소한 아이들 찾는 게 힘들었죠. 아역 에이전시 소속 애들은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1~4차에 걸쳐 3000명쯤 봤다고 들었어요. 종수 후보는 300명 정도?-2차에 합격한 뒤부터 트레이닝을 받았어요. 얼굴 태우고, 사투리 배우고…. 나중에 제가 종수라는 말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배역 안 주고 영월 시냇가에서 멱 감고 가재 잡고, 옥수수·감자 구워 먹게 하면서 동심의 세계를 즐기게 했어요. 절대로 연기하지 마라, 감정에 솔직하라는 점을 강조했고-아이들 연기가 좋아요. 펄펄 날아요. 환영이는 대종상 신인상 후보에 올랐었죠-신인감독상에도 노미네이트됐잖아요.”


-촬영은 얼마나 했는지요.

“오래 끌면 안 되는 영화예요. 애들이라 쑥쑥 자라거든요. 그런데 투자사의 부도 등으로 인해 중단·재개를 반복해야 했죠-자세히 보면 초반부와 마지막 장면의 아이들이 좀 달라요. 약 2년간 자란 바람에-중1 7월에 시작, 2학기를 촬영장에서 다 보냈어요. 성적은 1학기의 60%를 인정받았고ㅋㅋ. 촬영이 있든 없든 저희들은 저희들끼리 노는 게 좋아 즐거웠어요ㅎㅎ. 마지막 촬영을 끝낸 건 중3 1월이에요.”

-후반작업이 오래 걸렸나요.

“아니에요. 초반 5분여 필름이 없어지는 바람에 늦어진 거에요-작년 8월에야 우여곡절 끝에, 돈을 주고 되찾았죠-저는 120분으로 1차 편집을 끝내고 뮤지컬 <요덕스토리> 등을 작업했어요-포스트 프로덕션을 맡았는데 솔직히 이렇게 데뷔하고 싶지 않았죠. 그런데 3년여 동안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 헤맨 김 대표를 돕지 않을 수 없었어요. 김 대표와 정 감독은 <동해물과 백두산이>(2003) 때부터 친했거든요-95분으로 줄이는 작업 등을 통해 영화가 밝아졌어요. 어린이 위주의 가뿐하고 감동적인 작품으로.”



정 감독은 “좌우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데 더욱 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코미디·애니메이션 등 여러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김 감독은 코믹판타지 <알라딘의 잃어버린 주전자>를 준비하고 있다. 김환영은 “10년 안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같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11월 17일, <량강도 아이들> 개봉일은 정 감독의 생일이다. “생일선물로 ‘희망’을 보고 싶다”는 정 감독의 말에 김 감독과 김환영은 “<량강도 아이들>이 외국에도 널리 소개돼 북녘 아이들에게 희망의 손길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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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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