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앤프리(OFF AND FREE) 국제영화제는 ‘확장예술제’를 지향한다. 올해 제 3회(11월 17~23일)를 맞았다. 정재형 동국대 교수가 창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동양화가였던 황선숙 감독이 폐막작 <허공의 그늘>을 연출했다(개막작은 독일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의 <라 수프리에르>). 김남국 현대음악 작곡가 겸 아쟁 연주자가 <허공의 그늘> 음악을 맡았다. 정재형·황선숙·김남국의 ‘확장예술’에 관하여.

-오프앤프리는 어떤 영화제인가요.
“좋은 영화, 새로운 영화지만 일반 극장 상영이 어려운 비상업영화를 보여주는 영화제에요. 비상업영화 작가를 발굴하고 후원해요.”

-다른 영화제도 그렇지요.

“오프앤프리는 ‘확장예술’을 지향해요. 매체간 경계를 넘나들고 허문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짜요. 장르적 드라마보다 실험성·예술성을 추구한 작품을 선호하죠. 영화를 오락으로 즐기는 것보다 생각하고 사유하고 싶어하는 관객을 위한 영화제에요. 모든 작품을 무료로 보여줘요.”

-관객 반응은 어떤지요.

“다양해요. 좋은 작품을 많이 무료로 볼 수 있는 기쁨을 줘 고맙다는 분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분들…. 회를 거듭하면 이해와 참여의 폭이 넓혀질 거라고 봐요.”

-두 분은 이 영화제를 언제 알았나요.
“1회 때부터 알았고 참여도 했어요-저는 이번에 알았습니다. 제가 하는 음악작업과 공감대가 맞아 좋네요-유투브에 남국(namkuk)을 치면 작품 열 편 정도를 볼 수 있어요-<죽음에서 탄생까지>(2000) <화두>(2002) <마중>(2004) <부벽준>(2010)…. <화두>는 독일 다름슈타트 국제현대음악제 수상작이고 <부벽준>에선 국악기 다섯 개로만 연주했어요. 요즘 서양 작곡가들은 자기네 악기로는 한계를 느끼고 동양 악기를 많이 활용해요. 소음도 음악적 요소로 받아들이고.”

황 감독은 제 1회 때 <울음>과 <아버지의 아버지의>, 두 편을 초청받았다. 올해도 두 편이다. <망각 울림>과 <허공의 그늘>. <망각 울림>은 ‘오프인 포커스’ 부문에 선정됐다. <허공의 그늘>은 오프앤프리 측의 사전제작 지원을 받아 완성,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다른 영화제에도 초청받았지요.

“국내외 영화제 ‘경쟁’ 부문이 많아요. 기획전시를 포함해 <숨 꿈> <수묵산조> <아버지의 아버지의> <울음> <오하루의 일생을 보다> <시간의 침묵> 등이 40여 소개됐어요.”

이 가운데 <시간의 침묵>은 ‘갤러리 필름’(설치미술 작품)이다. 영상, 스크린 크기, 설치 위치 등을 달리한 세 채널로 선보였다. 올해 오프앤프리에서는 샹탈 애커먼의 <11월 앤트워프에서 온 여인들> 등 여섯 편의 갤러리 필름이 소개된다.

                                                   황선숙 감독은 홍익대에서 동양화, 서강대 영상대학원에서 영
                                                   상미디어를 전공했다. 5회의 개인전을 가진 그는 그만의 창작
                                                   성이 돋보이는 10여 편의 예술·실험영화를 내놓았다.

-두 분은 어떻게 알았나요.
“2009년 이지영 교수님(서울대)의 가야금 연주회 때 제가 음악극 <거울>을 발표했어요. 그때 황 감독께서 영상작업을 맡아줬죠-솔직히 2년 전에는 ‘이런 음악을 하시는구나’ 였어요. 그런데 이번 <허공의 그늘> 작업 때 다시 듣고 탄성을 질렀어요. 영상작업을 하면서 동양화를 간직하고 있는 마음이 소리로 팽팽하게 살아움직였던 거예요-2년 만에 다시 만났죠. 영상에 어울리는 곡을 추천해 달라고 작업실로 오셔서. 아이디어 확산 차원에서 악기들을 보여드리고 소리도 들려드렸죠-그때 아쟁이 마음에 들었어요-이야기 나누면서 술을 꽤 많이 마셨지요-전 거의 안 마셨어요-영화에 음악을 입히지 않고 상영할 때 즉흥 연주를 하기로 했죠-단순히 라이브 연주를 듣는 것 이상의 경험을 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허공의 그늘>은 단편(러닝타임 9분) 실사 실험영화다. 경주 남산의 목이 잘린 불상과 스마트폰으로 찍은 도시인의 뒷 모습 등을 담았다. 얼굴 없는, 그 허공의 그늘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 어려있다.

                                                   김남국 작곡가는 경희대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음악대학을
                                                   졸업했다. 동양인 최초로 ‘크라니히슈타이너’ 상을 수상했다. 베
                                                   를린시립오레라극장 아쟁 독주가로 국제적 명성을 자랑한다.

-기획·연출 의도는 뭔가요.
“오래 전 답사 때 보았던 풍경을 찾아 경주 남산을 찾았어요. 목이 잘린, 얼굴 없는 불상을 보면서 내가 보고 싶었던 게 저 허공이었나…. 그렇게 해서 붙여진 제목이에요. 허공의 그늘, 그 사라진 허공을 찾듯이 표면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짙은 그림자를 들춰내고자 했어요-아쟁을 연주하고 심범즈도 치려고 해요-심벌즈요?-세게 치진 않을 거에요-한 마디로 내용도 형식도 새로운 영화예요. 답을 안 주고 화두를 줘요. 문제(사건)를 내고 답을 풀어주는 여느 영화와 달라요. 영화는 두 타이프로 나뉘죠. 위로(오락)를 주는 영화와 성찰을 하게 하는 영화. 오프앤프리는 후자의 영화를 보여줘요. 혹자는 관객이 영화를 편식하는 바람에 집단최면에 걸려 있대요. 오프앤프리 개최 의도가 여기에 있어요. 작가가 던진 화두를 관객이 제각각 자기 입장에서 체험하는 기회와 경험을 주자는 거에요.”

                                                    정재형 교수는 동국대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과 뉴욕시립대대
                                                    학원에서 석사,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뉴시
                                                    네마 감독론> <영화이해의 길잡이> <MT영화학> 등이 있다.

황선숙 감독은 그림을 그리다가 애니메이션을 했고, 실사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하고 싶었던 작곡을 취미활동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김남국 작곡가 겸 아쟁 연주가는 “작곡·연주를 연극으로 넓히고 영상작업도 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의 작업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장르 혼합, 멀티 작업으로 풀려고 한다”며. 정재형 교수는 “관객에게 신선한 체험을 안겨주고 고정관념을 깨게 내년 영화제에서는 확장예술 부문을 더욱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osted by 배장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