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덩’(비주얼 덩어리) ‘국민 훈남’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배우 이정진(33)의 별칭이다. 그의 이같은 매력은 지난 5일 포문을 연, 2012년 한국영화 첫 개봉작 <원더풀 라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정진이 KBS2TV 인기 예능 <남자의 자격>에서 자진 하차한 뒤 출연한 첫 영화다. 배우 이정진이 꿈꾸는 ‘원더풀 라이프’


-<원더풀 라디오> 어떤 점에 끌렸나요
“남다른 발상과 콘셉트, 드라마 구성이 좋았어요. 감동을 자아내는 코드가 여느 영화와 달라요. 주인공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 프로그램 출연진이에요. 그들의 각기 다른 가족사가 감동을 촉발하고, 주인공이 사연이 드라마의 강도를 높이고, 그러면서 모두들 성장해요. 청취자이자 시청자인 관객들도.”

그런 점에서 <원더풀 라디오>는 또다른 <라디오 스타>(감독 이준익)를 떠올리게 한다. 티격태격하던 DJ와 PD의 사랑 이야기가 적절히 가미돼 감칠맛을 더해주는.


-이 PD가 진아를 위해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처음에는 그 부분이 좀 약했어요.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한 절실한 무엇이 필요해 감독님께 ‘신분증을 거는 장면’을 넣자고 했죠. 감독님은 배우들에게 많은 걸 맡기시고 좋은 아이디어는 적극 수용하세요. 콘서트 장면을 대규모로 하자는 제안도 받아들이셨어요. 예산 등 여러 여건상의 문제로 원래 생각보다 축소되기는 했지만 잘 살아 있어 다행이에요.”


-이민정·이정진, 투톱 포스터가 있던데요.

“로맨틱 코미디 버전이에요. 헤어졌다가 다시 사랑하는 둘의 진한 멜로라인이 후반부를 끌어가요. <사랑의 시작은 고백>이라는 노래도 그 감정으로 부른 거에요. 멜로부분이 편집됐는데 아쉽기는 해요. 하지만 감독님과 제작·배급사의 결정에 공감해요. 처음에 의도했던 것들과 영화를 찍으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잘 드러난 것 같아요.”

-배역 비중은 다소 약한데요.

“얼마나 돋보이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비중보다 극중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게 중요하죠. <원더풀 라디오>는 진아가 중심이에요. 이 PD는 서포터즈고. 무엇보다 영화는 팀이에요. 운동을 무척 좋아하는데 영화도 단체 경기처럼 팀 플레이가 중요해요. 저마다 튀려고 하면 뭐가 되겠어요. 영화가 사는 게 우선되어야 해요. 그래야 배우도, 스태프도 살거든요.”

-전작들에 비해 캐릭터가 얌전합니다.

“사실 이렇게 얌전한 캐릭터는 처음이에요. 욕도 안 하고 누구를 때리지도 않고. 그간 동적인 역할을 많이 해 저로서는 도전이었는데 만족해요. 주변에서도 많이 칭찬해 주시고.”


-가수 김태원씨가 카메오로 나옵니다.

“이 PD의 단골인 LP 바 주인으로 나오죠. 주변에서 (김)태원이 형을 원했어요. 그래서 전화로 말씀드렸는데 ‘너한테 도움이 되는 거니?’라고 묻고는 단번에 승낙해 주셨어요. 저는 카메오로 보지 않아요. 이승환·컬투·정엽 씨 등은 자신의 이름으로 나오지만 태원이 형은 엄연히 극중 인물이거든요. 대사도 그 인물의 것이고, 연기도 완벽하게 해주셨고. 정말 좋은 형이세요.”

-<남자의 자격>은 왜 하차하셨나요.

“멤버들에게 더이상 폐를 끼칠 수 없었어요. 형들이 배려해 줘 <남자의 자격>을 하면서 세 작품(도망자 Plan B·돌이킬 수 없는·해결사)을 했는데 또 부탁을 드리기엔 염치도 없고 미션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 물러나기로 결정한 거에요.”

처음에 그의 출연 소식이 알려졌을 때 예능을 한다고 ‘갈 때까지 가는구나’ ‘생계형 배우로 전락하는구나’라는 말들이 나돌았다. 이정진은 “다른 예능 프로와 달리 기획성이 돋보였고, 영화배우를 원했고, 내 역할이 보여서 참여했는데 결과적으로 많은 걸 얻었다”면서 “전 멤버로서, 이제는 팬으로서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떤 배우를 꿈꾸나요.

“진실한 배우가 되는 거에요. 주변에서 이제는 단독 주연 등 센 배역을 하라고 권하는데 중요한 건 양보다 질이지요. 밀도 싸움을 하면서 틈새를 메꿔가면 그게 다 도움이 돼 어떤 작품에서든 깨지지 않는 대리석이, 보석이 된다고 봐요. 과거사나 개인사보다 작품으로 이야기하고 싶어요. 영화든 드라마든 작품활동을 계속 할 수 있는 게 고맙고, 기대에 부응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 시간도 기회도 작품도 많다고 봐요. 기다리면서 만들어가야죠.”

이정진은 이어 “봉사활동에도 더 주력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네팔·아이티·방글라데시 등 해외 봉사활동을 통해 느끼고 배운 게 많다”면서 “작품활동이 우선이겠지만 배우로서 얻은 걸 주변에 나눠주고 공유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정진은 패션모델로 데뷔했다. 건국대 원예학과 재학생 때 자가용을 소유할 정도로 각광받았다. 이후 한양대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해변으로 가다>(2000)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 등을 거쳐 <말죽거리 잔혹사>(2004) <마파도>(2005) 등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일일드라마 <사랑해, 울지마>(2008)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도 사랑받았다. 그는 “한 포털에 <접시꽃 당신>(1988)으로 데뷔했다고 돼있는 건 사실이 아니다”며 “감성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면서 각각의 역량이 조화를 이루는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 같은 작품에서 선후배들과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기원했다.

Posted by 배장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