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민식(49)이 떴다.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의 전성시대>(개봉 2월 2일)로. 그가 맡은 인물은 허풍과 허세, 달변에 궤변, 혈연과 지연과 뇌물, 잔머리와 완력으로 수완을 발휘하는 ‘로비의 달인’. 능글맞지만, 비굴하고 비열하기도 하지만, 밉지만은 않다. 최민식은 맡은 인물로 변신하기 위해 10㎏ 이상 살을 찌우고, 5개월간 부산 사투리를 익혔다. 최민식의 ‘영화와의 전쟁’.


최민식은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최익현’이다. 그는 세관 공무원이었다. 뒷돈 받고, 밀수품도 빼돌리던 그는 비리 혐의로 옷을 벗는다. 이후 남다른 친화력과 로비 능력으로 ‘최형배’(하정우)가 이끄는 부산 최대의 건달 조직에 똬리를 튼다. 일반인도 건달도 아닌 이른바 ‘반달’이지만 넘버 원을 넘본다.

-실화처럼 구성했는데요.

“완전 픽션이에요. 윤종빈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어요. 모진 세월을 살아내야 했던 아버지 세대들 시절이 다시 돌아오는 느낌을 받고. 초고 시나리오가 엄청 두꺼웠는데 술술 읽혔어요. 나중에 읽은 완고는 더 좋았고.”

-어떤 점에 끌렸나요.

“자기 방식으로 충실하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농담 같은 이야기, 구전되는 이야기에 가까워요. 무늬는 건달영화인데 속은 지독하고 처절한 삶을 다룬 서사 드라마에요. 전형적인 캥스터 무비가 아니에요. 마초들의 삶, 조직간의 암투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어요. 그런 작품이었으면 안 했을 거에요.”

 


-‘최익현’이 밉지만은 않아요.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죠. 풍전등화의 삶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살아내는 놀라운 생존력을 보여줘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낮술에 취해 복덕방에서 허세 가득한 과거사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아저씨들 모습이 떠올랐어요. 돌아가시는 쓸쓸한 뒷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짠함이 뭉클거렸고.”

-전작들의 캐릭터가 조금씩 밴, 그것들이 한 데 어울린 처음 보는 인물이에요.

“이제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인물이에요. 그래서 도전해 보고 싶은 매력을 느껴죠. 평소 폼나게 살고 싶은데 그럴 능력은 없는, 그럴수록 발버둥을 치는 인물의 겉과 속을 그려보고 싶었거든요.”

-10㎏ 늘리고 부산 사투리도 익혔는데요.

“극중에 나오듯 최익현은 주위 사람들과 먹고 마시는 걸 좋아해요. 업무에 활용하고 몸매 같은 데 신경 쓰지 않아요. 그런 둥글둥글한 아버지가 연상돼 촬영 앞두고 최익현처럼 먹고 마셨어요. 사투리는 <악마를 보았다>에 형사로 출연한, 이번 영화에도 나오는 후배에게 배웠어요. 부산 출신이거든요.”


-진짜로 때리고 맞았다고요.

“그게 사실감도 넘치고 편해요. 여리고 착한 한 후배의 경우 절 못 때리는 바람에 자꾸 NG가 났죠. 그래서 ‘제대로 때려라, 연기잖아’라고 꾸짖었더니 정중히 ‘때리겠습니다’ 하고 때리더군요. 제대로 맞았고, 바로 오케이가 났죠.”

-술주정 연기도 진짜로 마시고 했나요.

“아뇨. 진짜로 마시고 취하면 내가 드러나서 안 돼요. 캐릭터에 맞춰 연기를 해야 하는데. 그리고 그 날 그 장면만 찍는 게 아네요. 다른 장면도 찍어야 해 마시면 안 돼요. 굳이 마실 필요도 없고.”


-<구로 아리랑>(1989)으로 데뷔하셨는데요.

“심의 때 스물네 커트를 잘라야 했어요. 오래전에 없어진 아세아극장 한 곳에서만 개봉됐고. 만감이 교차했죠. 정말 진지했고 열정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쳤던 시절인데 영화를 둘러싼 환경은 턱없이 열악했어요.”

-아쉬운 작품은.

“<파이란>(2001)이에요. 완성도가 뛰어난데 대중과의 소통에선 참패했거든요. 예전에 폐관된 시네코아에서 개봉했고 1주일 만에 내렸어요. 큰 배급사에서 맡았으면 크게 성공했을 거에요. DVD는 인기가 좋았거든요. 촬영 당시 엄청 추웠어요. 촬영장에 구경꾼이 없을 정도로. 30년 만에 온 추위라고 했거든요.”

당시 빅히트작이 <친구>. 최민식은 <친구> 출연제의를 사양했다. 사양했던 또다른 히트작은 <공동경비구역JSA>(2000). <쉬리>(1999)에 이어 또 인민군을 하는 게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민식은 “남·북한 군인들이 닭싸움 하는 장면 등이 볼 때마다 짠하다”며 “출연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털어놨다.


-<올드보이>는 어떤가요.

“여러 사람이 행복했던 작품이죠. 수익도 올리고 상도 받고. 결과는 그랬지만 촬영 당시 육체적·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특히 펜트하우스 장면 찍을 때에는 ‘레디 액션’ 하는데 잠들어 있을 정도였어요.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돈 구하느라 동분서주하는 제작사 대표 보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했고. 후반부 근친상간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시나리오를 안 보여줬고, 그 장면 없애면 돈 대겠다는 데 맞서 십시일반으로 겨우 맞췄거든요.”

<올드보이>는 칸국제영화제에 처음에는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경쟁’ 부문으로 돌렸고,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최민식은 <꽃피는 봄이 오면>(2004) 촬영 중 연락을 받고 뒤늦게 칸에 합류했다. 최민식은 “상 받고 모두 울었는데 연기 인생에 그런 작품 또 할 수 있을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고 싶은 영화는.

“멜로영화에요. 새로운 시각으로 인물과 시대를 담아낸 중년의 멜로를 하고 싶어요.”

최민식은 <해피엔드>(1999) <취화선>(2002) <주먹이 운다>(2005) <악마를 보았다>(2010) 등 그간 출연작을 들면서 “관통하는 선정 기준은 연민”이라고 했다. “영화의 장르나 맡은 인물의 선악을 떠나 연민을 낳는 이야기를 작가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적 언어로 풀어낸 작품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싶다”고 역설했다. “윤종빈 감독과 촬영기간 내내 지겹도록 나눈 영화의 기획의도와 메시지가 관객분들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면서 “훗날 3시간 40분짜리 감독판 DVD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고 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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