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시스터>(SISTER) 각본·연출을 맡은 위르실라 메이에 감독(40)이 한국에 왔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메이에 감독은 “국제영화제 참석은 베를린 이후 전주가 두 번째”라며 “분단국가로 알고 있던 한국에 대해 홍상수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통해 더 많이 알게 됐다”고 했다.

 

<시스터>는 지난 2월 제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특별은곰상 수상작이다. 알프스 자락의 한 스키장과 그 아랫마을의 성냥곽 같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소년 ‘시몽’(케이시 모텟 )의 척박한 삶을 다룬 성장영화다. 그는 스키장에서 훔친 물건을 팔아 번 돈으로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채 하는 일 없이 지내는 누나 ‘루이’(레아 세이두)를 부양한다. 탄탄한 드라마와 밀도 있는 심리묘사 등이 흥미롭다. 비할리우드적이고 탈유럽적인 영화로 작품성은 물론 흥행성도 지녔다. 메이에 감독은 “지금까지 부에노스아이레스·리스본·L.A·시카고·헝가리·홍콩영화제 등에 초청받았고 전 세계에 배급된다”며 “프랑스에서는 지난주에 개봉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데뷔작 <홈>(2008년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작)에서 함께한 케이시 모텟(12)과 다시 하고 싶었어요. 그에 맞는 영화를 구상하던 중 어릴 때 스키장에서 도둑질을 하다가 잡혀 혼이 나는 소년이 떠올라 그 아이의 삶을 상상해 본 영화에요.”

시나리오 작업에 걸린 기간은 1년 반 정도. 사전작업을 4개월 간 했고, 2개월 동안 찍은 뒤 오랫 동안 후반작업을 했고,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메이에 감독은 각본작업에 제작·투자자들이 얼마나 개입하느냐는 질문에 “프랑스에서는 작가주의 전통에 따라 감독에게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해 준다”고 했다. “작업 당시 제작자와 ‘의논’은 한다”면서 “(시스터) 작업 때 창작·예술성을 고양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참고할 만한 텍스트가 없어 모텟에게 상황을 주고 즉흥 연기를 하게 한 뒤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대사·장면을 구성하기도 했다”며 “모텟은 무엇을 능숙하게 훔치는 연기연습을 상당 기간 할 때에는 울 정도로 힘들어 했지만 이해력이 빨라 심리연기는 달리 지도를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원제는 <높은 곳의 아이들>이에요. 시몽이 고층 아파트에서 살고, 생계비를 버는 곳도 스키장이잖아요. <시스터>는 영어 제목이에요. 시몽의 시점에 관한 영화여서 <시스터>로 정한 거예요.”

남자에게 버림받아온 루이는 극중에서도 두 번이나 똑같은 경험을 한다. 두 번째는 시몽 때문이고 이를 통해 영화는 관객의 허를 찌른다. 세상을 떠난 엄마 품을 느끼고 싶던 스키장에서 만난 ‘얀센’ 부인(질리언 앤더슨) 등 모두가 떠난 뒤 시몽은 홀로 남는다. 루이밖에 없다. 화면에 꽉 차도록 여러 차례 보여준 시몽과 루이의 처연한 표정 등을 통해 우리 사회 주변인들의 아픔을 드러내는 영화는 둘의 남다른 엇갈림을 통해 희망을 말한다.

“빈익빈부익부 등 사회적 메시지가 없지 않지만 <시스터>를 통해 말하고 싶은 건 그런 점이 아니에요. 어린 시몽의 육체적·경제적·감정적 생존의 어려움을 그리면서 우리 사회의 복잡다단한 인간관계를 세밀하게 보여주려고 했어요.”

메이에 감독은 프랑스계 어머니와 스위스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벨기에 방송예술학교에서 영화 및 텔레비전을 전공했고 알랭 티네 감독의 <요나와 릴라>(1999) 등에서 조감독으로 연출수업을 받았다. 언제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을까. 메이에 감독은 “롱 스토리다. 일곱 살 때 엄마를 따라가 ‘러시안 룰렛’ 장면이 나오는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영화(디어 헌터)를 본 게 잊혀지지 않고, 열네 살 때 국립미술학교에 다니던 언니가 만든 영화에 배우로 출연한 적이 있고, <돈>(감독 로베로 브레송)을 본 뒤 이론공부를 많이 했고, 열여섯 살 때 홈비디오로 장편을 만들었고, 벨기에의 대학에 진학한 건 부모 품을 떠나 불어권 국가에서 자립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홍상수·박찬욱 감독 영화로 한국을 알게 됐듯 내 영화로 유럽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다”며 “다음 영화로도 한국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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