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닥파닥>. 3D 애니메이션이다.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26일~5월 4일) ‘국제경쟁’ 부문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영화다. 어촌의 한 횟집 수족관에 갇힌 고등어가 펼치는 필사의 탈출기를 극화했다. ‘파닥파닥’은 그 고등어가 바다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몸부림치면서 내는 소리를 말한다. 자유를 갈망하는 집념·투쟁을 상징한다. <파닥파닥> 각본·연출·제작자인 이대희 감독(35)을 전주에서 만났다.

 
<소중한 날의 꿈> <마당을 나온 암탉> <돼지의 왕>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 <은실이>…. <파닥파닥>은 <DINO TIME>(다이노 타임) 등과 함께 올해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힌다. 양어장·바다 등 출신 성분과 아부·항거·방관형 사이의 갈등, 배를 드러내 죽은 체 해서 살아남으려는 처세술, 퀴즈 배틀…. 수족관 물고기들의 세상을 통해 우리 사회를 풍자한 재미와 묵직한 메시지가 퍼덕인다. 물고기들의 세밀한 동작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 낸 3D 기술력이 재미와 의미를 더해준다.

 


-언제, 어떤 계기로 기획했나.
“졸업 후 애니메이션 회사에 다닐 때 구상했다. 직장생활이 좀 답답해 자유롭게 창작에 전념하고 싶었다. 감독 데뷔 제의를 받고 2004년부터 구체화하기 시작했고 2007년 여름에 회사(이대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설립한 뒤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물고기 세상을 소재로 했다.
“구속과 자유, 두 낱말을 놓고 고심을 많이 했다. 수족관이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바다나 양어장에 있다가 수족관에 갇힌 물고기들의 세상을 우리들 세계의 축소판으로 삼았다. 이는 애니메이션만 가능하다. 반면 물고기는 사람·동물보다 생김새가 단순해 표정·감정·심리 변화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눈물도 사용할 수 없다. 감정 변화의 초점을 찾아 이를 고조시키는 걸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기어 체인지’라고 한다. 이야기와 그림의 기어를 바꾸고 가속력을 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고등어를 암컷으로 설정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구속받는 걸 상징하나.
“그렇게 볼 수 있다. 그에 앞서 수족관 지배자인 ‘올드넙치’를 수컷으로 정하고 ‘고등어’는 상반되게 암컷으로 했다. 여성의 반란이 더 극적이고, 고등어의 꿈이나 환상을 뮤지컬로 보여주는 데 있어 여성의 목소리가 더 적합하다고 본 것도 요인이다. 뮤지컬 장면이 네 번 나오는데 원래는 일곱 번이었다. 올드넙치 등이 부른 건 다 편집했다.”

-뮤지컬 장면은 기둥 드라마와 그림이 다르다.
“기둥 드라마는 현실이고, 뮤지컬 장면은 판타지다. 그래서 그림·색감 등이 대비를 이루도록 했다. 기둥 드라마는 3D지만 뮤지컬은 2D다. 뮤지컬 가사도 직접 썼고 각본 작업 때 음악작업을 미리 의뢰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사전녹음인가 후시녹음인가.
“사전녹음이다. 3D는 선녹음을 하고 작화를 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으면 실사영화에서 입모양과 소리가 안 맞는 것과 다름없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처음부터 싱크로율(정확도·완성도)을 고려해 전문 성우를 기용했다. 예산상의 문제도 있고. 모두 세 번 녹음했다.”

-각본은 얼마만에 썼나.
“그간 구상하고 메모한 걸 토대로 첫 각본은 1개월만에 썼지만 이후 1년 넘게 수정·본완을 했다.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자료조사와 현장답사를 1년 반 정도 했다. 극중 어촌과 횟집은 강원도 속초 동명항 갯배마을이다. 무경험자들은 위험하다고 태워주지 않으려고 해 각서를 쓰고 미술·기술감독과 함께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극심한 멀미에 시달리면서 죽는 줄 알았다. 6개월 정도 서울의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때 횟집일기를 쓴 게 작품을 구상·완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완성하는 데 오래 걸렸다.
“2년간 준비했고, 실 작업은 3년간 했다. 처음 계획보다 두 배가 걸렸다. 중간에 자금·인력 문제 등으로 무산될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은 2D든 3D든 실사영화보다 실제 작업기간이 매우 길다. 이 기간에 한 스태프가 계속 호흡을 맞춰야 톤 등을 유지할 수 있다. 회사를 설립한 건 이 때문이다. 기관의 지원을 받으려면 법인이어야 하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파닥파닥>의 경우 15명을 메인 스태프로 많을 때에는 약 70명이 참여했다. 회사를 유지하느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덕분에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현금·현물 지원이 많은 도움이 됐다. ‘인디스토리’(독립영화 전문 배급사)도 제작중에 만났다.”

이대희 감독은 세종대 애니메이션학과 97학번이다. 재학생 때 단편 <THE PAPER BOY>(2002)로 자그레브(크로아티아) 히로시마(일본) 등과 함께 세계 4대 애니메이션영화제로 손꼽히는 안시(프랑스)와 오타와(캐나다) 등의 ‘경쟁’ 부문에 초청받으면서 해외에 먼저 알려졌다. 이후 제6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개막작 <신 암행어사>(2004), 안시 ‘교육’ 부문 수상작 <아이들이 사는 성>(2005), 미국 에미상 ‘TV애니메이션’ 부문 초청작 <양의 전설>(2007) 등에 참여했다.

-해외 유명 영화제를 우선 겨냥하지 않았는지.
“기획·제작 과정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잘 만드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전주국제영화제로부터 출품을 권유받았다. 마침 영화 완성 시기와 영화제 개최 기간이 맞아 출품했고, 국제경쟁 부문 작품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

-애니메이션 연출은 언제부터 꿈꿨나.
“원래는 조각 전공이었다. 조금 다니다가 그만두고 다시 시험을 봤다. 애니메이션이 하고 싶어서. 학창시절 그림에 관심이 많았고, 소질도 있었고, 만화영화를 엄청 좋아했다. 그럼에도 처음에는 방황했다. 재능이 부족하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작업이어서. 어느날 내 마음대로 그린 물체를 통해 ‘애니메이션 매직’을 느꼈다. 애니메이션 매직은 애니 전공자들 사이에 그림상의 인물·동물이 살아나는, 무생물이 생물이 되는 느낌을 받는 걸 말한다. 애니메이션은 팀웍이 중요하다. 각자의 재능을 교집합, 최상을 추구한다. 단체활동, 공동작업을 좋아한다. 기타를 치면서 펑크록밴드 활동도 4년쯤 했다.”

이대희 감독은 “애니메이션 대명사인 월트 디즈니(1901~1966)와 안철수 교수를 존경한다”며 “삶을 개척하고 영유하는 방식과 개혁적 기업가 정신을 본받고 싶다”고 했다.  “<파닥파닥>을 통해 세 가지를 구현하려고심혈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물고기를 통해 섬세한 감정 표현을 해보자’ ‘우리나라 환경에서 최적화된 극장판 3D 애니메이션 프로세스를 구축하자’ ‘한국 공기가 물씬 나는 작품을 만들자’ 등이다. <파닥파닥>은 이같은 노력의 결과물로 온 가족이 함께 볼 만한 동화이자 우화로서 드라마와 뮤지컬의 조화, 허를 찌르는 결말 등이 흥미롭다. 전주국제영화제 수상 및 해외 유명 국제영화제의 잇단 초청이 기대된다. 오는 여름 개봉될 예정이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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